리벤지
코렐리파갯 감독, 마틸다 안나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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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evenge, 2017

  감독 코랄리 파르자

  출연 마틸다 안나 잉그리드 러츠케빈 얀센스어반트 스탠젤뱅상 콜롬브

 

 

 

 

  세 명의 친구가 연례 모임을 갖기 위해 사막에 있는 별장에 모인다통유리로 된 벽에 넓은 수영장연휴를 즐기러 오기에 딱인 곳이었다. ‘리처드는 애인인 제니퍼를 데리고 오는데두 친구 스탠과 드미트리가 묘한 눈빛을 보낸다다음 날리처드가 외출한 사이 스탠은 제니퍼를 강간하고드미트리는 외면한다뒤늦게 사실을 안 리처드는 돈과 직장을 들이밀며 일을 무마시키려고 하지만제니퍼는 응하지 않는다도망치던 그녀를 절벽으로 밀어버린 리처드그리고 셋은 그녀를 확실히 죽여 증거를 없애기로 하는데…….

 

  영화는 시작 부분에서는 제니퍼와 리처드의 에로틱한 분위기를 보여주다가나중에는 피범벅으로 변한다겨우 목숨을 구한 제니퍼는 복수를 원했고세 남자는 그녀를 죽여 모든 증거를 없애길 바랐다특히 리처드는 자신이 쌓아 올린 명성과 가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충돌은 당연했고전세는 제니퍼에게 상당히 불리해 보였다세 남자는 건강하고 사냥총으로 무장하고 있었고캠핑 시설은 물론이고 자동차까지 있었다반면에 그녀는 절벽에서 나뭇가지 위로 떨어져 배에 커다란 상처가 난데다 피도 많이 흘렸다거기다 무작정 도망치느라 총은 고사하고 변변한 옷차림도 아니었다심지어 어떻게 총을 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제니퍼가 당한다면영화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이런 장르의 묘미는불리한 상황 속에서 여인이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니 말이다예전에 만들어진 이런 장르의 영화들은 단순히 거세시키는 것으로 끝났었지만최근 들어서는 거세는 기본에 고문을 받으며 무력하게 떠는 가해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추가되었다피해자가 가해자를 잔혹하게 고문하고 죽일수록보는 이의 통쾌함은 더 세진다.

 

  하여간 세 남자가 각각 흩어진 틈을 타제니퍼는 하나씩 각개격파를 시도한다그 와중에 칼과 라이터를 탈취해 소독도 하고배에 박힌 나뭇가지를 마취 없이 살을 갈라 빼내기도 하고……살아서 복수하겠다는 일념 때문인지 아니면 전에 그런 교육을 받았었는지는 모르겠다어찌 되었건 그녀는 기적적으로 살아나고건장한 남자들을 상대로 육탄전까지 벌인다총 쏘다가 반동 때문에 뒤로 넘어지고피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죽고자 한다면 살 것이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어디선가 들은 저놈들 다 죽이고 지옥 가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아픔마저 잊게 한 걸까만화 슬램덩크에서 나온 안 선생님의 포기하는 순간 시합은 종료다.’라는 말도 생각났다.

 

  영화를 다 보고문득 리처드가 친구들과 만나 연휴를 즐기는 곳에 왜 여자를 데리고 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그리고 그들에게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들었다잘생긴 리처드가 여자를 데리고 오면다른 둘이 강간을 하고 이후 돈과 직장으로 무마했던 게 아닐까그것도 아니면 강간한 후에 여자를 사냥했던 게 아닐까왜냐하면셋이서 제니퍼의 흔적을 지우는 솜씨가 무척이나 숙련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친절하게 대해주고 분위기 맞춰 어울려준다고제니퍼가 자신을 마음에 두고 유혹한다고 생각한 스탠이 참으로 멍청하고 멍청하고 멍청했다리처드랑 사귀는데 너 따위가 눈에 들어오겠냐물론 배 나오고 머리가 벗겨진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도 있겠지만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런 남자랑 사귀었겠지리처드랑 사귄다는 건스탠 넌 취향이 아니라는 말이잖아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의 친구니까 웃어주고같이 춤춰주고 그런 것뿐이잖아술김에 춤이 좀 야해져서 그렇지그게 너랑 섹스하고 싶다는 건 아니지하여간 착각에 빠져서 사는 놈들이 문제다.

 

  뭐랄까빗나간 우정이 뭔지 알 수 있는 영화였다친구가 나쁜 짓을 하면 말려줘야지외면하거나 부추기는 건 우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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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임경택 감독, 이시영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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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No Mercy, 2018

  감독 임경택

  출연 이시영박세완이준혁최진호

 

 

 

 

  과잉 경호를 했다는 이유로 1년 6개월의 징역을 살고 나온 인애’. 그런데 동생인 은혜가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는다다음 날학교에 찾아간 인애는 같은 반 학생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바로 동생인 은혜가 같은 반에 있는 일진 무리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이다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은혜는 일진 무리에게 온갖 폭력과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었다그들은 은혜를 남자와 연결한 후현장을 급습해 돈을 뺏는 짓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이번에 그들의 타겟이 된 남자가 폭력배와 연관이 있어서도리어 은혜가 술집으로 팔려갈 위기에 처하고 말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성범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이 뉴스를 차지하고 있다누가 더 악랄하게 저지르는지 대결이라도 하는 듯이범죄 연령대는 점점 더 낮아지고 더 잔혹해지고 있다같은 학교 급우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갈취한다거나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를 동네 어른들이 돌아가며 강간하기도 하고지위와 권력이 있는 사람이 미성년자를 성 매수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영화는 저 사건들을 모두 은혜라는 한 아이에게 일어나게 했다그리고 동생에게 그런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응징하는 언니의 모습을 통해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함을 선사하고자 한 것 같다특히 주연을 맡은 배우가다른 동종업계 종사자들과 달리 운동 실력으로 꽤 유명세를 떨쳤기에은근히 기대되기도 했다복싱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나갔었기에멋진 액션 장면을 볼 수 있을 거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지만기대만큼 멋지지는 않았다이미 엄마가 딸을 찾아 장기밀매를 하는 조직과 싸우는 영화를 본 뒤라서 그런지보면서 몇 모자라는 느낌이 들었다분명 극에서는 뛰어난 유도 실력에 특공무술까지 가능하다는 설정이었는데글쎄중간에 룸살롱 주인과 싸우는 부분에서부터 이건 아니다 싶었다그가 실력자라는 설정도 없었고잘 싸우는 것 같지 않은데도 상당히 고전한다이건 그냥 배워서 잘 싸우는 게 아니라동네에서 주먹질 좀 하는 사람 느낌후반부에도 여러 명과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헛주먹을 날리는 등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다는 느낌이었다화끈한 액션 장면을 기대했는데그냥 그랬다.

 

  또한이야기의 설정이 전반과 후반이 서로 맞지 않았다그걸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뭔가 이상했다두 자매의 과거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면은애는 동생을 그렇게 놔두면 안 되는 거였다도대체 그녀가 1년 6개월 동안 감옥에 있었을 때은혜를 돌봐준 사람은 누구였든 걸까그리고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동생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할 때 눈치챘어야 하는 거 아닌가거기다 왜 응징을 그런 식으로밖에 못하는지도 의문이다은애에게 성매매를 시킨 고등학생들은 머리채 잡히고 몇 번 맞은 것밖에 없다또한그녀를 강간했던 동네 어른들은 손가락 부러지는 게 끝이다죽이는 게 싫었다면동생을 음흉하게 본 눈을 파버리고동생을 때리고 만진 손을 부러뜨리고성기를 잘라버릴 수도 있었잖아왜 안 했지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그리고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건은애의 옷차림이었다학교를 찾아갈 때 그녀는 빨간 원피스와 힐을 신는다그리고 이후 그 차림 그대로 동생을 찾아다닌다마지막 싸움 부분에서는 운동화로 바꿔 신지만그 전까지는 힐을 신고 싸움을 한다감독은 첫 장면부터 그녀의 치마 속을 보일락말락 보여준다그리고 허벅지로 남자의 목을 조이는 장면도 연출한다꽤 오랫동안감독은 액션 장면보다는 배우의 미끈하게 빠진 다리와 허벅지와 몸매 그리고 가슴골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문득 일본 만화인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 薬師寺涼子怪奇事件簿가 떠올랐다거기 여주인공이 타이트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싸우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액션이나 설정 등이 매우 아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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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박광현 감독, 지창욱 외 출연 / CJ엔터테인먼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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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Fabricated City, 2017 2.9 개봉

  감독 - 박광현

  출연 - 지창욱, 심은경, 오정세, 김상호

 

 

 

 

  태권도 국가대표였지만 지금은 그냥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백수인 권유’. 우연히 피씨방에서 옆자리에 놓인 휴대 전화를 줍게 되고,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약속 장소로 향한다. 그런데 다음 날, 그는 십 대 소녀를 잔인하게 강간 살인한 범인으로 지목된다. 현장에 널린 그의 지문은 물론이고, 그의 집에서 흉기가 나온 것이다. 아무도 그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감옥에서 그는 마덕수라는 조폭 두목의 심기를 거슬려 고초를 겪는다. 그러던 중, 살인죄로 복역 중인 죄수가 그에게 탈옥할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대로 감옥을 탈출한 그는, 뜻밖의 조력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아마추어 해커이자 그의 온라인 게임 팀원이었던 털보형님이었다. 사실 그 닉네임을 가진 사람은 여울이라는 여자였지만, 온라인에서는 남자로 행세하고 있었다. 그녀는 우연히 권유의 무죄를 밝혀줄 증거를 찾아내지만, 어떤 이유인지 그걸 없애려는 무리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여울은 다른 팀원들인 닉네임 데몰리션’, ‘용도사그리고 여백의 미를 불러 모은다. 그들의 도움으로, 권유는 자신의 사건 뒤에 엄청난 음모가 숨어있음을 알게 되는데…….

 

  영화는 꽤 재미있었다. 주조연들이 골고루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해주었고, 긴장과 개그 코드가 적절히 섞여서 흐름도 괜찮았다. 음모를 꾸민 주모자의 정체가 너무 빨리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후 두 팀의 대결도 꽤 재미있었다. 권유의 팀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더 과감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인원과 장비의 부족은 그들을 궁지로 몰았다. 반면에 주모자는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방면으로 손을 뻗치고 있어서 유리했다. 물론 그에 비례해 지켜야 할 것이 많았다. 그래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공격을 해댔다. 다만 너무 자기 자신에 대한 우월의식이 넘쳐서 방심하는 실수를 했지만 말이다. 이 두 팀이 마지막까지 팽팽히 속고 속이는 대결을 거듭하면서, 통쾌한 마무리까지 보여주었다.

 

  앞부분에서 스쳐 지나가듯이 언급했던 복선을 적절하게 회수했는데, 특히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그게 남아있다는 사실에 낙관적인 기분으로 끝까지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게 회수되지 않았으면, 아마 이 리뷰는 엄청난 비난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부분도 몇 군데 있기는 했다.

 

  권유가 암흑 속에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패스하겠다. 난 무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청각과 빛나는 미세 물질에 의지해 여러 명과 싸우는 게 가능한지 아닌지는 말하지 않겠다. 또한 주모자가 자기의 은신처에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여러 곳에 설치한 몰래카메라 같은 것을 볼 수 있는 화면을 만들어 놓은 장면이 있다. 거기서 그는 바닥을 모니터로 만들어 놓고 그 위를 걸어 다니면서, 자료를 확인하고 분석하고 화면을 움직인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바닥 전체가 터치스크린이라는 얘긴데, 왜 그가 걸어 다닐 때는 작동하지 않을까? 게다가 성인 남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는 건가? 한 번만 걷는 것도 아니고 매일 매일 그 위를 걸어 다니고, 아예 눕거나 앉아도 있고, 심지어 춤도 춘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그야말로 놀랍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 이건 좀…….’했던 부분은 바로 후반부에 벌어진 자동차 추격 장면이었다. 마덕수에게 잡혀간 여울을 구하기 위해, 권유가 말 그대로 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었다. 주차장 건물에서 자동차로 뛰어내리는데, 차에는 흠집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경차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가능한가 싶었다. 경차가 아니었나? 내가 차알못이라 어떤 차라고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무슨 차종인지 알게 되면, 그 차로 바꾸라고 친척과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꽤 높은 층이었는데, 떨어졌을 때 에어백도 터지지 않았다. 그 정도로 충격 흡수가 뛰어난 차종이었다. 그 때문에 권유는 멀쩡했다. 물론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안전벨트는 중요한 것이다.

 

  그런 과장된 몇몇 장면만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였다.

 

  그리고 사람은 평소에 하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작품이었다. 권유가 온라인에서 싸가지없게 굴었으면, 팀원들이 그렇게 도와주겠다고 발 벗고 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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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 - 투명 싱글 케이스 + 양면 자켓
웨이 하오 청 감독, 허위녕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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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빨간 옷 소녀의 저주

  원제 紅衣小女孩 The Tag-Along, 2015

  감독 웨이 하오 청

  출연 황하허위녕유인상장백주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는 허쯔웨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다그는 조만간 약혼녀인 션이쥔에게 프러포즈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그의 할머니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실종되었던 할머니의 친구가 다시 나타난다얼마 후션이쥔은 할머니를 찾았다는 허쯔웨이의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다하지만 그곳에는 넋이 나간듯한 할머니만 있었다션이쥔은 이제 사라진 약혼자를 찾아야 하는데…….

 

  어느 나라건 전국을 휩쓰는 괴담이 적어도 하나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한국의 홍콩 할머니’ 얘기나 장산범’ 얘기일본의 빨간 마스크 괴담’ 등이 그 예일 것이다대만에도 그런 얘기가 하나 있는데바로 빨간 옷 소녀에 얽힌 괴담이다어느 일가족이 찍은 사진에 빨간 옷을 입은 어린 여자아이가 찍혔는데 그곳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 아이를 본 적이 없다거나산에서 실종되었다 나타난 여인이 빨간 옷 입은 아이를 따라갔었다는 내용이다이 영화는바로 그 이야기에 힌트를 얻어 제작되었다괴담의 내용은 영화에서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이야기된다.

 

  영화는 초중반까지는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조마조마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누군가 사라지고그와 가까웠던 사람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그 사람을 부르는 앳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거기에 대답하여 뒤를 돌아보면그 사람은 사라진다. CCTV를 보면 빨간 옷을 입은 어린 소녀와 함께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그리고 뒤이어 맨 처음 사라졌던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돌아온다그러면서 계속해서 두 번째로 사라진 사람의 이름을 불러서 미안하다고 사죄한다사건은 이런 식으로 벌어진다누군가 실종되고가까운 사람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다 그 사람이 사라지고…….

 

  그 때문에 허쯔웨이의 할머니가 사라지고 나서그와 션이쥔의 주변에서 기괴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적절하게 나타나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빨간 옷을 입고 머리를 산발한 소녀라든지한국 영화 여곡성 Woman's Wail, 女哭聲, 1986’의 지렁이 국수를 능가하는 상차림 등등보는 내내 시각을 자극하는 영상으로 가득했다게다가 할머니를 찾아 헤매면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사건에 대해 차근차근 보여주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물론 왜 빨간 옷의 소녀가 사람을 따라다니고 그들을 산으로 데리고 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이 작품이 3편까지 나와 있는 거로 봐서천천히 알려줄 모양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눈치챘겠지만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법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추측된다내가 지금 지옥 같은 곳에 있는데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야 한다면사람들은 누구를 부를까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부를까제일 싫어하는 사람을 부를까나 같으면 싫어하는 사람이나 유명한 범죄자의 이름을 댈 것 같다그런데 영화에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그런 건 용납되지 않는 모양이다그러니까 돌아온 할머니가 자신의 뒤를 이어 사라진 사람의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비는 거겠지생각해보니 상당히 악질적인 존재구나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나 대신 제물로 바치는 것이니살아남은 사람은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릴까?

 

  아그래서 영화 제목이 마신자 魔神仔인 모양이다영화가 시작할 무렵, ‘마신자는 원숭이나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귀신을 뜻하는 말로죄책감을 이용하여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라고 나온다살아서 되돌아온 사람들이 죄책감 때문에 넋이 나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다른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괴담이지만당사자들에게는 그게 아닌 거니까.

 

  후반부에 좀 느슨해지면서 눈물 좀 흘려보라는 분위기만 아니면중후반까지는 긴장감도 적절하고 사건의 흐름도 괜찮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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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케이프 룸
애덤 로비텔 감독, 테일러 러셀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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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Escape Room, 2019

  감독 애덤 로비텔

  출연 테일러 러셀로건 밀러제이 엘리스타일러 라빈

 

 

 

 

  여섯 명의 사람들에게 거액의 상금이 걸린 방 탈출 게임 초대장이 배달된다각각의 비밀과 트라우마를 가진 여섯 명은호기심을 안고 초대 장소로 도착한다그리고 그들이 미처 준비도 하기 전에 게임이 시작된다처음에는 단순히 게임으로만 생각했지만실패하면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섯 명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애쓰는데…….

 

  이 영화의 홍보를 처음 봤을 때영화 쏘우 Saw, 2004’와 큐브 Cube, 1997’의 조합이라는 문구를 읽은 기억이 난다쏘우에서는 정체불명의 주최자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다가 목숨을 걸고 덫에서 빠져나오기를 강요한다큐브에서도 역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어느 네모난 방에서 깨어나출구를 찾아야 한다다른 방으로 옮겨갈 수 있는데운이 좋으면 살아남지만 아니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 영화, ‘이스케이프 룸을 보면홍보 문구처럼 두 영화가 적절히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그러니까 좋게 말하면 예전 영화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적절하게 따와 나름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반대로 나쁘게 말하면하나만 베끼면 찔리니까 두어 개의 작품을 갖고 왔다고 할 수 있다물론 여기저기서 괜찮은 설정을 가져와 감독의 개성까지 잘 녹여낸다면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거나 발상의 전환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다.

 

  그러면 이 작품은 어떨까아마 홍보 문구를 읽지 않았어도두 작품이 떠올랐을 것이다그 정도로 두 영화의 흔적이 강하게 남겨져 있었다그런 부분을 의식했는지제작진은 거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바로 여섯 명의 비밀스러운 과거와 트라우마였다.

 

  누군가는 비밀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몰았고또 누군가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이를 살렸다이렇게 글로만 보면 상당히 감동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영상에서는 약간 늘어진다는 느낌을 주었다첫 번째로 빨리 죽어버린 사람을 제외하면남은 사람들의 사정을 조금씩이나마 풀어주었다그게 무려 다섯 명물론 그게 갈등을 일으키고 중후반에 가서 사람들을 위기에 빠트리는 역할을 하기에 필요하긴 했다보면서 저 사람이 사고 칠 것 같다고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기능도 했고 말이다하지만 몇몇 부분은 굳이 넣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긴박하게 계속해서 방을 탈출해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라 조금 쉬어가는 의미로 넣은 걸까그런 거라면 이해해야겠다사람마다 느끼는 긴장의 강도가 다르니까 말이다.

 

  2편을 암시하는 마무리를 보면서, ‘뭔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정도 규모라면 방 탈출의 범위를 넘어버렸다아무리 재력과 권력이 많은 배후가 있다고 해도무슨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철천지원수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설마 1편에서 밝혀지지 않은 출생의 비밀이 있다는 건가?

 

  대가 없는 공돈이란 없다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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