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Ma, 2019
감독 - 테이트 테일러
출연 - 옥타비아 스펜서, 미시 파일, 루크 에반스, 줄리엣 루이스
엄마의 고향으로 이사 온 ‘매기’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가기로 한다. 그들은 지나가던 ‘수 앤’에게 자기들 대신 술을 사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에는 거절하던 수 앤은, 일행 중 한 명인 ‘앤디’를 보더니 흔쾌히 수락한다. 그리고 그녀는 몰래 아이들의 신상 조사를 마치고, 자기 집 지하실에서 놀라는 제안까지 한다. 이후, 그녀의 집 지하실은 동네 아이들이 모여 파티를 여는 핫 플레이스가 된다. 신이 난 아이들은 수 앤을 ‘마’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 앤은 아이들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수 앤이 매기의 친구인 ‘앤디’에게 반해서, 그에게 집착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한 사람에게 반해 자신의 인생과 타인의 삶까지 망치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그녀의 과거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왜 그녀가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집착하는지 이유가 드러난다. 그리고 영화는 또 다른 긴장감을 조성한다. 과연 아이들은 수 앤의 음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수 앤은 자신의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영화는 아이들과 수 앤의 만남부터 대립까지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수 앤의 목적을 아는 순간, 그녀가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응원하게 하는, 모순된 마음을 갖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옳지 않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건 괜찮았다.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그런 마음은 더욱더 절실해졌다.
마무리는 좀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다. 죄짓고는 못 산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영화였다.
** 미리 말하지만, 영화의 스포일러가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
** 경고! 스포일러 싫으면 이 선을 넘지 마시오! **
어릴 때부터 자라온 마을에서 평생을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좋은 기억이 아니라, 나쁜 기억만 남아 있는 곳이라면?
수 앤은, 마을에서 얼마 없는 흑인 아이로 매기와 앤디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의 부모와 동창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했고, 급기야 놀림감으로 만들어버렸다. 앤디의 아버지인 ‘벤’을 짝사랑했는데, 그걸 눈치챈 다른 아이들이 함정을 판 것이다. 전교생 앞에서 창피를 당한 수 앤. 아이들에게는 나중에 기억에도 없을, 그냥 한순간 웃고 지나갈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수 앤에게는 지독한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건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그녀를 점점 더 갉아먹었다. 결국, 그녀는 동창들의 자식을 이용해 복수하기로 한다. 그녀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게 되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응원하는 마음과 아이들은 해치지 말라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으니까, 그냥 중간 단계로만 이용하고 직접적인 복수는 부모에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제발 그래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빌면서 영화를 봤다.
그리고 결말은 음, 그럭저럭 괜찮았다. 사실 더 죽이는 것도 좋았는데, 주인공이 매기여서 그렇게 마무리 지은 모양이다. 아깝다. 그래도 수 앤을 괴롭힌 주역들은 확실하게 죗값을 치렀으니까 뭐. 역시 그 당시에는 벌을 받지 않고 지나가도, 언젠가는 반드시 죄를 지은 만큼 대가를 받는 거다. 그걸 기억해야 한다.
수 앤의 사랑은 집착이었을까 죽어서도 이루고 싶은 절절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어린 시절의 충격 때문에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