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2disc)
손영성 감독, 김성령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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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손영성

  출연 - 장혁, 하정우, 박희순, 김성령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정황 증거만으로 살인자로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퇴근하고 돌아오니 집안은 피투성이고, 아내는 사라졌다. 장혁은 그런 상황에서,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다. 물론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어찌 보면 순진한듯하면서 멍하고, 또 달리 보면 뭔가 숨기고 있으면서 날카롭고. 두 가지 얼굴을 교묘하게 잘 섞어서 보여주고 있다.


  그가 내세운 변호사는 하정우. 


  영화 ‘추격자’에서 무심한듯하면서 잔인한 범죄자 연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서, 사실 초반에는 몰입하기 힘들었다. 저러다가 의뢰인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 범인으로 나오는 건 아닐까?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그가 연기하는 약간은 껄렁하고 자유분방한 변호사 이미지가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를 기소한 검사는 박희순. 


  왜 그가 그렇게 장혁에게 집착했는지, 사건이 밝혀지면서 점점 드러난다. 그의 끈질긴 집념에  ‘아, 검사에게 한번 찍히면 저렇게 되는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다르게 보면, 심증은 100%이지만 물증이 없어 잡아들이지 못하는 범죄자에 대한 증오라고 볼 수도 있다. 


  용의자는 시작하자마자 잡혀가고, 검사와 변호사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무죄를 주장하고 유죄를 입증하려한다. 그리고 재판이 진행될수록, 숨겨진 비밀이 속속 드러난다. 그 비밀은 때로는 용의자를, 또는 검사를, 한편으로는 변호사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마침내 드러나는 진범의 정체. 음, 하지만 예상했던 거라서 놀랍지는 않았다. 사진을 보는 순간, 언젠가 보았던 드라마가 떠오르면서 대강 추측 가능했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시간 내내 집중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했다. 그리고 2시간 넘는 분량이었지만, 전혀 길지 않다고 느끼게 편집을 한 감독과 각본가에게 감사한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한 검색을 하다가, 하정우의 최종 변론이 창작이 아니라는 말에 실망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 부분, 진짜 대박이라고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쉽기만 하다. 그 장면에서 범인에 대한 확증을 가졌었는데……. 


  하지만 이 세상에 100% 창작은 없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아쉬움을 삭혀야겠다.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겠지만.


  중간에 약간 튄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연결이 자연스러웠다. 결말 부분이 다소 성급하게 건너뛴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해하기에는 별로 문제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꽤 괜찮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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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하녀
임상수 감독, 서우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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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임상수

 출연 - 전도연, 윤여정, 서우, 박지영, 이정재


  예전 흑백 영화를 나름 충격적이면서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번 칼라 판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우려도 되었다. 리메이크 영화치고 원작을 능가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소설을 영화한 것이나 1편을 능가하는 2편도 그리 많지 않았다.


  전도연은 어찌 보면 맹하고, 어떻게 보면 순박하고 착한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엄청나게 부자인 이정재와 서우 부부가 사는 집에 하녀로 들어온다. 윤여정의 지도 아래, 그녀는 부부의 어린 딸을 돌보면서 편안하게 지낸다. 하지만 어느 날. 이정재의 유혹에 넘어가 관계를 갖게 되고, 임신을 하게 된다. 그녀의 변화를 눈치 챈 윤여정은 서우의 어머니인 박지영에게 의논을 하게 되고,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에서 박지영은 딸을 부잣집으로 시집보내는 것에 만족해하는, 그리고 딸의 지위가 흔들리는 걸 바라지 않는 극성 엄마로 나온다. 이정재가 바람피운 것을 알고 슬퍼하는 딸에게, 시어머니를 롤 모델로 삼으라면서 위로를 한다. 그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면, 결국 이 집안의 안주인이 될 있다며 그 날을 위해 꾹 참으라고 말이다. 이 집안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고, 참으라고 한다.


  그리고 쌍둥이를 임신한 딸을 대신해서, 전도연을 낙태시키려고 수를 쓴다. 결국 서우의 계획대로 뱃속의 아가는 그대로 죽어버린다.


  하지만 그 사실은 안 이정재는 참으로 오만하고 재수 없는 대사를 장모에게 내뱉는다. 장모님의 딸이 낳은 아이만 자기 아이라고 생각 하냐고. 어떻게 감히 내 아이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고.


  그 대사를 듣는 순간, 와-하면서 소름이 끼쳤다. 대개 알코올 중독자나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식들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큰다던데, 이 남자는 아버지의 바람기 때문에 고생한 어머니를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았나보다.


  그 대사를 들으면서, 도대체 부부란 무엇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냥 조건이 맞아서, 집안끼리 연결된 존재?


  원작 영화에서는 비록 하녀의 유혹으로 바람을 피웠지만, 주인집 남자는 죄책감을 느끼고 그녀를 떼어놓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이번 칼라 판의 남자는 부인에게 미안함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에게 하녀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부인의 임신으로 욕구불만인 상태를 일시적으로 해소할 섹스 돌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걸까? 아니면 현대 남성들은 부인 따로 섹스 파트너 따로 구별을 할 수 있다는 걸까?


  윤여정씨가 맡은 배역은 독특했다. 원작에서는 딱히 대입할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녀를 데리고 오는 거라면, 엄앵란씨가 원작에서 나왔는데 그 배역과는 완전 다르다.


  그녀는 검사인 아들을 둔 엄마이다. 하지만 이 집안에서 하녀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집사라고 해야 할까? 하여간 그런 역할을 맡고 있다. 부부의 큰딸은 전도연에게 맡기고, 그녀는 모든 집안일을 총괄하고 있다. 전도연에게는 군림하려고 하고, 부부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다해 모신다.


  하지만 그렇게 인간적인 대접은 받지 못한다. 딸 정도의 어린 주인집 마님인 서우에게 주둥이를 함부로 놀린다는 비난까지 받아야 했던 그녀니까. 아들이 검사인데 말이다! 그녀는 그들이 없으면 부자의 속물의식과 저열함을 욕하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따라한다.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다.


  뭐랄까, 재벌 밑에 검사가 있고 그 밑에 일반 서민이 있는 그런 사회 구조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서민이 제일 필요로 할 때는 외면하고 재벌의 편을 들다가, 결국 뉘우치고 서민을 도와주려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


  가장 무색무취한 인물은 전도연이었다. 솔직히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인물들에 가려서, 그렇게 돋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주인공일텐데 말이다.


  원작은 하녀를 맡은 배우는,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졌는데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웠다.


  그런데 굳이 재벌집안으로 배경을 설정했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원작은 일반 가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남녀의 불륜과 그 대가를 보여주면서 그럴 법하다는 섬뜩함을 주었다. 하지만 칼라 판은 나와는 전혀 동떨어진 집안이 배경이라, 섬뜩함이라든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순박한 여주인공의 성격이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그녀는 단지 그와의 섹스가 좋았고, 아기를 기르고 싶다고 말한다. 돈도 필요 없고, 그냥 자신을 놓아달라고 빈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들을 시대가 아니다, 요즘은.


  어쩌면 그런 단순하고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전도연과 물질적이고 계산적인 박지영과 서우를 대립시키면서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와 속물근성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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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5 (2DISC)
이종용 감독, 손은서 외 출연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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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이종용



  드디어 5편까지 나온 여고괴담 시리즈이다. 그리고 회를 거듭할수록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듣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나온 배우들은, 사실 구별을 잘 못하겠다. 보면서도 음, 누구지? 그러면서 봤으니까. 다만 기억에 남는 거는 죽은 여학생의 동생으로 나온 소녀가 인상적이었다는 것뿐이다. 나머지 소녀들은 머리 길이도 비슷비슷하고 똑같은 교복을 입혀놓았더니, 구별하기 힘들었다.


  이건 아마도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도 될 것이고, 배우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연기하지 못했다는 말도 되고, 각본과 감독이 소녀들의 개성을 잘 잡아주지 못했다는 말도 될 것이다. 호러 영화지만, 단순히 처음 죽는 애, 나중에 죽는 애, 목매달아 죽는 애, 떨어져 죽는 애 같은 구별은 곤란하지 않을까.


  아니, 호러 영화기에 죽는 방법의 잔인함과 귀신 등장신의 으스스함만 부각되면 되는 걸까? 장르가 다르기에, 배우의 개성은 필요가 없는 걸까? 이 부분은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다.


  영화로 돌아가서, 한 소녀가 죽는다. 사인은 학교 건물에서의 추락사. 죽을 이유가 없어 보이던 소녀의 죽음에 학교는 술렁인다. 그녀는 왜 그 야심한 시각에 학교 옥상에 올라갔을까? 그녀와 같이 있었다는 소녀는 누구일까?


  죽은 소녀와 친구였지만, 반이 갈라지면서 멀어진 주인공 소녀. 그녀를 손에 쥐고 있는 야심만만한 학교의 대장격인 소녀. 대장 소녀를 따라다니는 부하 소녀들. 그리고 언니의 죽음에 뭔가 있다고 생각한 동생.


  소녀들이 하나둘씩 죽어가고, 대장 소녀와 주인공 소녀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둘의 관계는 진짜 친구일까? 아니면 뒤에는 칼을 숨긴 사이일까? 죽은 소녀는 누구를 위해 죽은 걸까?



  언제나 그렇지만 여고 괴담은 고등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가장 방황하는 시기이고, 가장 예민하며,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린이도 아닌. 그래서 더 불안하고 막막한 그런 시기. 가족보다는 친구가 더 좋을 때. 그래서 친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나이.


  그래서 여고 괴담에서는 가족보다는 학교 친구들이 더 많이 나온다. 가족이 나온다고 해도, 그냥 스쳐지나가듯이 인물의 상황을 소개해주는 그런 배경적인 역할에 불과할 뿐이다. 아니면 갈등을 더욱 더 고조시키거나, 소녀들을 절망에 빠트리는 일을 맡는다.


  그래서 소녀들은 고독하다. 가족은 그녀들의 고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지할 것은 친구들뿐.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자길 버린다면? 반대로 가족보다 더 가까운 그런 친구가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또는 가족에게서 받지 못한 인정을 친구들 사이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걸로 대체하고 있었는데, 그걸 누군가 가로채간다면? 그게 새로 사귀기 시작한 아이라면?


  소녀들의 질투와 편 가르기, 동료라고 부르면서 느끼는 우월감과 좌절감. 그리고 붕괴되는 가족과 일그러진 이성 교제까지 영화는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상해졌다.


  자주 쓰는 표현이지만, 사람들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한 접시에 올려놓으면 각자의 맛이 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같이 먹어서 더 좋은 음식이 있고, 따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후자의 요리를 한꺼번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찬찬히 곱씹어보면 '아, 그래. 그렇구나'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래서 이게 뭔데? 어쩌라고?' 라는 물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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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4 : 목소리 [dts]
최익환 감독, 김옥빈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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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목소리.


  감독과 배우 이름을 적지 않겠다. 왜? 화가 나서.


  이건 뭐 무섭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작들처럼 심리 묘사를 잘 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가 참으로…….


  특히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배우님. 이건 뭐 답이 안 나왔다. 1편에서도 담배 피는 장면이 나오긴 했는데, 그 배우는 연기를 잘 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등장하는 신인 배우들의 대사 전달력은 많이 줘봤자 30점 정도. 표정 연기는 뭐, 50점? 놀라는 장면이나 분노한 장면이나 차갑게 노려보는 장면이나 거기에서 거기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리 신인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요, 배우님들아. 그래도 명색이 주연인데.


  다루고자 하는 것은 좋았다.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려고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일본 만화 '원피스'에서 나오는 변신 애완동물 초파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명의라 일컬어졌던 의사가 남긴 대사가 떠오른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는가? 잊혔을 때이다.



  이 영화도 그런 말을 하고 있다. 누군가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사람들에게서 잊힐 때, 내 모습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난 사라지는 것이라고.


  발상은 좋다. 1편이 제도권에 대한 공포를 얘기하고 있다면, 2편은 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3편은 우정과 경쟁이 낳은 무한 질투를 다루고 있으니까. 4편도 인간의 존재와 기억에 대해 애기하고. 괜찮다.


  그러나 그런 좋은 설정이 무색하리만큼 영화는 처참하다. 화면은 갈색과 붉은색으로 주로 보이는데, 음 뭐라고 해야 할까? 몽환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다면 마이너스. 몽환적이라기보다는, 너무 칙칙했다. 유리와 철로 이루어진 학교 건물과 대비되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문득 2편에서 교무실에서 선생님이 죽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건 그리 붉은 색도 아니었는데, 배경 색과 어우러져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인지라, 모든 상황이 연기와 대사로 이루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대사 전달이 참으로 열악했다. 거의 모든 배우들이 감정이 평면적으로 감정 없이 그냥 나레이션하는 듯이 대사를 읊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인간 극장의 이금희씨가 읽어줬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ps - 이번 편의 감독. 1편의 조감독이었다는데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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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2disc)
윤재연 감독, 송지효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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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윤재영

  출연 - 박한별, 송지효, 조안

  부제 - 여우 계단.


  1,2편의 명성에 힘입어 4년만에 만들어진 3편. 전작들이 사건이 벌어진 다음 원인을 찾아가는 형식을 가졌다면, 이번 편은 원인이 서술 되고 나서 사건이 벌어진다. (이런 종류의 기술이 초반에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번의 배경은 예고. 그 중에서 발레리나를 목표로 하는 여학생들이 주인공이다. 그래서인지 여고생들이지만 몸매와 외모가 전작들보다 우월하긴 했다. 


  박한별은 학교의 퀸 같은 존재이다. 본관에 있는 교복 사진의 주인공일 정도로 예쁘고,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도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게다가 집안도 괜찮은 것 같고, 성격도 좋은 것 같이 보인다. 그야말로 엄친딸! 


  송지효는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면서 2인자. 우정과 질투라는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조안은 박한별을 우상시하는,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미술반 학생.


  이번 영화에서 다루는 것은 질투와 우정이 공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러시아 국립 발레단으로 갈 수 있는 티켓이 걸린 대회. 학교에서는 단 한 명만 나갈 수 있다. 박한별이나 송지효의 실력이라면 당연히 우승할 수 있고. 하지만 학교에서는 오디션을 본다고 하지만, 이미 대회에 내보낼 선수를 박한별로 내정한 상태이다. 


  언제나 2인자였던 송지효. 단 한번이라도 친구를 이겨보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의 전설인 여우 계단에 올라 소원을 빌어본다. 


  날 콩쿠르에 나갈 수 있게 해 줘…….



  영화를 보면서 박한별이 맡은 역할에 심히 짜증을 느꼈다. 성격이 좋고, 착한 것 같기는 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했으며 미소를 보여주니까.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자신이 한 말이나 베푼 친절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예로, 조안이 체육복을 빌리러 오는 장면이 있었다. 거기서 그녀는 친절하게 내거라도 입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무용과 학생의 체육복이 일반 학생, 그것도 조금 뚱뚱한 학생에게 맞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진심으로? 결국 조안은 꽉 끼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체육복을 입고 반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었다. 물론 놀린 년들이 나쁜 것들이다.


  그리고 송지효에게 하는 말. 너랑 나랑 같이 공연했으면 좋겠다. 내가 지젤하고, 넌 알브레히트. 즉, 자신이 여주인공이고 친구는 남자 역을 하라는 소리이다. 그리고 그녀가 나가자, 자는 척하던 송지효가 눈을 뜨고 중얼거린다. 


  왜 네가 지젤이야? 


  지젤은 2막짜리 로맨틱 발레극으로 특히 의상이나 춤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아무나 그 주역을 맡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춤 동작뿐 아니라 기교와 표정 연기까지 두루 갖추어야만 할 수 있다고 한다. 발레리나를 꿈꾼다면 누구나 다 해보고 싶어 한단다. 그러니 송지효도 주인공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박한별은 졸업을 하고나서도 제일 친한 친구인 너와 계속 같이 있고 싶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겠지만, 송지효가 받아들이기엔 주연은 내가 할 테니, 넌 내 옆에서 들러리나 하라는 의미였다. 


  송지효가 비뚤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2인자 들러리 역할만 한 꿈 많은 소녀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다. 박한별이 부추겨서 같이 땡땡이를 쳐도, 혼나는 것은 언제나 그녀였으니까. 


  그러니까 박한별에게 세상은 당연히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친절하고 상냥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하지만 남들의 입장은 별로 생각하지 않은 공주님. 

  그리고 더 이상 시녀가 되기를 싫어한, 또 다른 공주를 꿈꾼 소녀.


  그것이 여우계단에 얽힌 괴담을 현실로 만드는 원인이었다.


  우정과 질투를 잘 이용해서 둘 다 발전하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들은 여고생에 불과했다. 감수성 풍부하고 눈물 많고 정에 약한,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불안정한 심리를 가진 그런 사춘기 아이들.


  그래서 괴담은 끊임없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반복되기 마련이니까.


  ps - 전작들보다 괴담은 강화가 되었지만, 스토리 진행은 조금 질질 끄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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