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 제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스웨덴판
다니엘 알프레드손 감독, 미카엘 뉘크비스트 외 출연 / 버즈픽쳐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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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illennium - the film part3 - The Girl Who Kicked The Hornet’s Nest/ Luftslottet som sprangdes,Luftslottet som sprängdes, 2009

  감독 - 다니엘 알프레드슨

  배우 - 누미 라파스, 미카엘 뉘크비스트




  10부작이 되어야하지만, 작가의 죽음으로 안타깝게 3부로 끝나버린 슬픈 작품. 리스베트와 미카엘이 파헤치는 사람들의 치부와 사회악 그리고 그런 자들이 벌을 받는 것을 더 보고 싶지만, 이번 작품으로 끝이 났다.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엔딩 크레디트를 보는 순간에는 '이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구나.'라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영화가 짜임새가 허술한 것도 아니고, 배우들의 연기가 모자란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두 시간 이십분 가량의 상영시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영상물을 볼 때 내 한계는 한 시간 삼십분이다. 소설은 두 시간도 읽을 수 있는데 말이다.


  2부에서 엄청난 고난을 겪은 리스베트. 그렇다고 이번 편에서 편하게 노느냐? 그렇지 않다. 2부 결말에서 그녀가 한 행동이 우리가 보기엔 정당방위였지만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살인이었기에,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정신병원에 보내 가두려는 세력이 있었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숨기는 걸까?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미카엘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정부 도처에 은밀히 암약해있는 비밀 조직의 음모에 맞서는데…….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한 존재인지 새삼 깨달았다. 이기적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여기서는 많이 나빴다. 조직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어린 여자아이를 정신병원에 보내고, 의사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소녀를 유린했다. 그리고 그것이 발각 날까 두려워 정상인 소녀에게 정신병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다고? 그것도 행정부와 경찰은 물론이고 각계각층에? 무기밀매라든지 인신매매, 마약밀매, 폭력 등등을 저지르면서? 추악하다, 진짜.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더니, 나쁜 짓도 해본 놈이 잘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걸 밝히려는 미카엘과 밀레니엄잡지사를 막으려고 압력을 가한다. 미카엘이나 리스베트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은 거의 한두 번은 죽을 고비를 넘겼다. 협박메일은 기본으로 미행, 가택습격에 무차별 총격까지. 그 뿐인가? 2부에서 나왔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는 여전히 리스베트를 노리고 있다.


  영화는 미카엘이 경찰 특별수사팀과 함께 비밀 조직 섹션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과 리스베트의 재판 과정 그리고 섹션이 벌이는 일련의 사건들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2부에서도 그랬지만, 각각의 사건들은 상당히 짜임새가 있고 빨리 진행된다. 참으로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게 하나로 모이면……. 너무도 긴 상영 시간이 문제인가 보다. 아니면 내 체질적인 문제일지도.


  보면서 생각하니, '벌집을 발로 찬 소녀'라는 제목과 영화 내용이 잘 맞아떨어졌다. 열 두 살이었던 리스베트는 벌집을 찼다. 그런데 그건 비어있는 게 아니라, 구석에 처박혀서 30년이 넘게 오랜 시간동안 묵은 벌집이었다. 썩은 내가 진동을 하고 오래된 벌들이 붕붕거리면서 주위를 더럽혔다. 그녀도 벌에 쏘이는 피해를 입었다. 누군가 그것을 치우고 깨끗이 청소를 하며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야했다. 그것을 해낸 것은 바로 미카엘을 비롯한 밀레니엄 잡지사의 직원들이었다. 물론 경찰도 같이 도왔지만.


  꼭 목숨을 걸라는 건 아니지만 언론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권력이 부패하면 어떤 인권유린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소설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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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안병기 감독, 장희진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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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안병기

  출연 - 고소영, 강성진, 장희진, 박하선



  만화가 강풀의 웹툰 ‘아파트’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만화가 모 포털 사이트에 연재될 당시에, 매주 업데이트되는 날짜를 기다리면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랬으니 당연히 우려 반 기대 반의 시선으로 영화를 접하게 된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여러 가지 위험부담을 안기 마련이다. 원작과 거의 똑같이 만들었을 때를 생각해보자. 원작을 제대로 잘 표현했다고 극찬을 받을 수도 있고, 영화감독이 원작의 인기에 숟가락만 얻는다고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원작에 여러 변화를 주면, 감독의 창의력이 돋보인다고 좋은 평을 얻을 수가 있지만 역으로 원작을 훼손했다고 욕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럼 이 영화는 어땠을까? 강풀의 웹툰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 원작을 이렇게…….’라고 화가 날 수 있다. 만화가 보여줬던 긴장감이나 아슬아슬함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본 뼈대만 몇 개 차용한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요즘 음악에서 유행하는 샘플링을 했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물론 그것 말고도 아쉬운 점이 여러 개 있긴 하다.


  우선 영화의 대충 줄거리를 살펴보자. 고소영이 맡은 세진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자기가 하는 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여성이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둔 겨울날, 지하철에서 투신자살하는 여자를 눈앞에서 목격한다. 더군다나 그 여자는 세진을 붙잡고 같이 죽으려고 했다. 그 충격으로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게 된 세진은 급기야 죽은 여인의 환영까지 보게 된다.


  집에만 있게 된 그녀는 우연히 맞은편 아파트에서 매일 밤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밤 9시 56분, 아파트의 불이 갑자기 꺼지면 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이다. 또한 다리를 못 쓰는 고아 소녀 유연을 돌봐주는 맞은 편 아파트 사람들의 추악한 비밀도 알게 된다. 겉으로는 친절하게 돌봐주는 것 같지만, 몰래 그녀를 학대하고 성적으로 유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주장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그녀를 정신이 나간 여자로 취급할 뿐. 과연 그녀는 죽음의 비밀을 밝혀내고 유연을 구해낼 수 있을까?


  투신자살한 여인이 세진의 집에서 배회하는 장면은 으스스했다. 소리도 그렇고 조마조마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흐음. 그 당시 한국 공포 영화계는 사다코앓이 중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모든 귀신들은 무조건 산발하고 꺾기 댄스. 거기다 등장할 때는 예외 없이 끼기긱 소리가 나는 걸 보니, 귀신들은 관절염이 심하거나 이를 가는 모양이다. 영화 ‘링 リング: The Ring, 1998’의 영향이 확실히 크긴 컸다. 그래서 으스스하지도, 오싹하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그냥 딱 보자마자 ‘또 사다코네’라는 불만 섞인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왜 붉은 옷의 여인이 갑자기 동반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왜 세진의 집을 맴도는 지 이유가 궁금하다. 영화가 끝나갈 때까지 죽은 여인의 신원이라든지 사정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런 걸 맥거핀이라고 하던가? 그런 거라면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겠다.


  결말은 공포 영화의 흔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바로 직전의 상황이 너무 뜬금없어 보여서 고민스럽다. 왜 세진이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자의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타의로 그런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아마 결말 장면으로 추측하건대, 타의가 아니었을까 싶다.


  유연과 그녀를 둘러싼 아파트 주민들의 행위는 화가 났다. 뭐 그딴 XX들이 있는지, 아주 그냥! 그래서 모든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영화에서는 히키코모리를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이며 비협조적인, 극도로 위험한 정신병이 있는 존재로 묘사한다. 도대체 왜 그런 설정을? 그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그냥 방구석에 처박혀서 공포에 질려 매일을 살아간 죄밖에 없는데? 차라리 대낮에 활보하고 다니는 아파트 주민이 더 위험한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파트가 기초 공사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내장 공사에 무리수를 둔 느낌이었다. 특히 마무리 인테리어는 대충 벽지를 바르고 만 것 같다. 그래서 아쉬움이 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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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2disc)
이정범 감독, 원빈 김새론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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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이정범

  출연 - 원빈, 김새론, 김태훈, 김희원




  드디어 봤다. 꼭 봐야한다고, 꼭 두 번 보라고 큰올케, 작은 올케, 큰조카, 친구까지 주위 거의 모든 여자들이 강조했던 영화. 액션 장면이 잔인하지만 괜찮다고 오라버니나 동생 그리고 둘째 조카 같은 남자들도 볼만하다고 했던 영화.


  바로 원빈이 주연을 맡은 ‘아저씨’였다.


  영화는 우울하고 참 잔인했다. 사람을 죽이는 장면도 그렇지만, 배경이 되는 세상이 너무도 살벌했다. 괴담으로만 들었던 얘기들이 영화에서는 현실이 되어있었다. 마약, 납치, 살인, 불법 장기 밀매 그리고 생체실험까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는 말처럼, 내가 아직 접해보지 않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지금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일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인간이라는 말이 백번 옳은 것 같다. 남의 목숨과 신체, 심지어 어린 아이들마저 아무렇지 않게 돈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모습이 참 무서웠다. 그 와중에 아주 재미난 구경을 하듯이, 그러니까 지금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마치 코미디 프로그램 보는 듯한 얼굴로 보는 광경은 토나올 정도였다.


  영화의 기본 토대는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다룬 것이다. 아무 혈연관계도 없는 어린 소녀와 친하게 된 아픈 과거를 가진 한 남자. 그 소녀로 인해 어둠만 존재하던 그의 인생에 한줄기 빛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위험에 빠진 소녀를 위해 위험한 곳에 뛰어드는 그. 내 기억으로는 영화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 2004’가 있고, 소설로는 A. J. 퀴넬의 ‘크리시 시리즈’가 있다. 아,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었지 참. 그리고 영화 ‘레옹 Leon, 1994’도 이런 유다.


  후반부의 총격장면은 영화 ‘이퀄리브리엄 Equilibrium, 2002’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그 장면보다 훨씬 더 붉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처절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편집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그에 대한 경찰 브리핑 장면과 그의 격투 장면이 교차되는 부분이 괜찮았다. 꽤나 인상적이었다. 예전 영화 대부에서 세례식과 암살 총격 사건이 교차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배우들은 개성이 철철 넘치다 못해 흘러내렸다. 주연을 맡은 두 배우, 원빈과 김새론도 괜찮았지만 다른 조연들도 좋았다. 경찰도 그렇고, 마약과 장기매매를 하던 일당도 맡은 역할을 잘 살렸다. 바로 옆에 있으면 패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물론 진짜로 내 옆에 있으면 무서워서 도망갔을지도…….


  처음에 어린 소녀가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계속 따라붙을 때, 어쩐지 귀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누가 옆에서 귀찮게 하면 꼴 보기 싫을 텐데. 짜증도 나고. 상대하기도 싫고. 그런데 그러다가 미운 정이 들었나보다. 소녀가 구해달라는 외침에 모든 것을 버리고 구하러 갔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 아이에게서 잃어버린,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자신의 가족을 대입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나보다.


  또한 소녀도 아저씨로 인해서 삶의 빛을 찾은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약에 찌든 엄마와 따돌림과 경멸하는 시선만 보내던 주위에서, 오직 그만이 얘기를 들어주고 밥을 같이 먹어줬으니까. 비록 너무도 과묵한 아저씨라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는 어려웠지만 말이다.


  빛이라는 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사광도 빛이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하지만, 빚이 아니고 빛이다.


  영화는 죽을 놈은 죽고 살 사람은 살면서 끝이 난다. 하지만 알고 있다. 저 너머 어디에는 죽을 놈보다 더 독한 것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불행히도 아저씨 같은 사람은 또 없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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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플레인 - [할인행사]
짐 에이브림즈 외 감독, 로버트 헤이즈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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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irplane!, 1980

  감독 - 짐 에이브러햄스, 데이빗 주커, 제리 주커

  출연 - 줄리 해저티, 로버트 헤이스, 카림 압둘-자바, 데이비드 레저



  매번 호러 영화만 보기에, 가끔은 다른 작품도 보자는 의견에 따라 골랐다. 애인님도 나도 기분이 우울하고 일에 너무 치여서, 그냥 멍하니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작품을 고르다보니…….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영화는 온갖 패러디와 개그의 범벅이었다. 예전 영화이긴 하지만, 어떤 영화의 어떤 장면을 패러디했는지 생각하는 재미도 있고, 황당하고 기발한 상황으로 웃음을 주는 개그 부분도 좋았다. 감독이 영화 '총알 탄 사나이 The Naked Gun : From The Files Of Police Squad!, 1988'를 만든 사람이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비행기 조종사였지만 팀원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남자가 있다. 자신을 떠나려는 애인을 잡으려고 그녀가 승무원으로 일하는 비행기에 무작정 올라탄다. 그런데 기내식이 잘못되어 그것을 먹은 사람들이 다 식중독으로 쓰러진다. 기장 세 명까지 다 포함해서! 결국 그는 자신의 공포증과 싸워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킬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애인과 재결합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긴 것은 멀쩡하게 생긴, 멜로드라마의 주연을 하면 딱인 두 남녀가 진지한 얼굴로 개그를 하고 있으니 그 자체로도 웃겼다. 중간에 반가운 얼굴도 보이고.


  시작부터 영화는 '난 패러디'라고 대놓고 말한다. 구름 사이로 상어 지느러미 같은 것이 돌아다니면서, 유명한 영화 '조스 Jaws, 1975'의 음악이 흐른다. 그리고 상어가 솟구쳐 사람을 습격하듯이 비행기가 콰앙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다 기차역에서의 흔한 연인의 이별 장면이 비행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부분도 웃겼다. 뜬금없는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Saturday Night Fever, 1977' 댄스 장면도 재미있고. 처음에는 좀비들이 나오는 줄 알았다.


  아, 이건 직접 봐야 왜 재미있는지 알 수 있다.


  유명 작품뿐만 아니라, 예전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장면이나 인물을 조금씩, 어떤 장면은 아주 많이 비틀면서 웃음을 주기도 했다. A 다음에는 당연히 B로 갈 줄 알았는데, 갑자기 Z로 가버리는 격이다.


  비행기 착륙을 유도하는 형광 봉을 든 남자가 친구의 질문에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손짓을 하는 순간, 커다란 비행기가 그 방향에 따라 잘못된 곳으로 기체를 움직이는 장면은 황당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거기다 안내 방송하는 사람들끼리 의견이 안 맞아서 싸우는 바람에 승객들이 우왕좌왕한다든지, 불안해하는 어린 소녀에게 노래를 연주해주다가 흥에 겨워 오버한 나머지 환자의 링거 주사를 건드리는 장면 등등은 킥킥대면서 웃게 만들었다.


  물론 과학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장면의 연속이라, 이게 뭐냐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그냥 웃자고 만든 작품이니, 심각하게 그런 걸 따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 재미로 모든 것이 다 허용되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재미라면 괜찮을 것 같다.


  아, 갑자기 총알 탄 사나이도 보고 싶어졌다. 내 개그 코드는 이런 시리즈와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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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 제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 스웨덴판
다니엘 알프레드손 감독, 미카엘 뉘크비스트 외 출연 / 버즈픽쳐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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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Millennium - The Film Part 2 : Flickan Som Lekte Med Elden, 2009

  영제 - The Girl Who Played with Fire, 2009

  감독 - 다니엘 알프레드슨

  출연 - 누미 라파스, 미카엘 뉘크비스트, 레나 엔드레, 소피아 레달프




  밀레니엄 잡지사의 직원과 그 애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는 국제 인신매매 조직에 대한 기사를 쓰기위해 취재 중이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뷰르만의 총. 그는 리스베트의 보호감찰관이기도 하고 그녀를 무참하게 강간한 놈이다. 그런데 그마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고, 세 명의 살인사건에 대해 유력한 용의자로 리스베트가 지목된다.


  하지만 미카엘은 그것을 믿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를 증오하는 그녀가, 인신매매에 대해 취재하는 기자를 죽일 리가 없다는 것이다. 리스베트 역시 누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는지 알아내고자 노력한다.


  지난 1편이 40년 전에 있었던 나치당원과 얽힌 연쇄 살인을 다뤘다면, 이번 2편은 현재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제적인 범죄조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리스베트의 과거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이 조금씩 밝혀진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 영화는 스릴러물이다. 국제적인 음모, 조용한 암살자, 비리 정치인과 사회 저명인사를 추적하는 기자, 그를 막으려는 반대파, 누명을 쓴 용의자 그리고 그녀를 잡으려는 경찰. 이 정도 조합이면 긴장에 긴장을 더해서 화장실 갈 시간도 주지 않고 조마조마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긴 상영시간이 129분이니, 그 시간 내내 조마조마하게 만들면 보는 사람이 죽을 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1편은 처음에는 둘이 따로 했지만 나중에는 힘을 합쳐서 과거의 일 하나만 따라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 사람이 각자 여러 갈래로 뻗은 길을 가다보니 조금 산만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미카엘은 미카엘대로, 리스베트는 리스베트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암살범은 암살범대로, 조력자들은 조력자대로 가는 길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산만하기만 할 뿐 역동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꼼꼼히 보면 영상은 긴장감 있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전반적인 분위기는 조용한 느낌. 왜 그런지 모르겠다.


  영화의 후반부에 리스베트를 함정에 빠트린 배후인물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피는 물보다 진할까?


  아니다. 영화에서는 피는 물보다 진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혈육보다 자기 자신이, 돈이, 쾌락이 더 중요했다.


  씁쓸했다. 하긴 가족 간의 정이 있었다면 애초에 그런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겠지. 1편도 그랬지만, 2편에서도 역시 산산 조각나 다시 붙일 수 없는 유리 같은 가족 관계가 나왔다. 가족마저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다른 사람을 귀히 여길 리가 없다. 오직 자기 자신만, 내 수중의 돈과 쾌락만 중요하기에, 남을 죽이고 팔아넘기고 그러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잘 되어 해피엔딩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영화였다. 3편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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