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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 - 다시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옛이야기
이강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
낙엽 지는 것만 보아도 괜시리 눈물이 나고 누가 가다 방귀만 뀌어도 까르르 넘어갈 때가 있었다.
늘 한창이고 청춘일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인생은 황혼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달려간다.
무엇을 새로 하기에는 좀 늦은 듯하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이른 시각 오후 세 시.
그러나 날이 아직 훤하다.
오후 세 시. 참 공감이 가는 그럴 듯한 표현이다.
인생의 오후 세 시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좋은 옛 이야기 한 자락 풀어놓으며 자신의 경험담을 옆에 두고 아직 희망이 있노라 들려준다.
들어봄직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 만나니 새롭고 알았던 이야기보다 듣지 못했던 이야기가 더 많다.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시댁 식구들과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애를 쏟는 나이.
회사에서 새로 들어오는 신진 세대와 중견 윗 세대 사이에 끼어 실력을 발휘하려 애를 쓰며 가족을 위한 어깨의 짐이 무거운 나이.
딱 이 나이를 지닌 이들이 읽으면 좋을 이야기이다.
결혼 직전 어머니는 자신에게 종교와 같으니 바꾸지 말라 하여 아내에게 대단한 효자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거나 늘 아내들이 물어오는 난감한 질문,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어머니를 구하겠느냐 아내를 먼저 구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난처함, 십 수 년 전 어떤 교수와의 학회 뒤풀이 자리에서 간암 말기인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며 딱히 해 줄 것이 없으니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더 열심히 할 뿐이라고 했던 교수의 이야기를 하며 그 때에는 어릴 적이었노라 회상한다.
그런 자신의 경험담과 생각, 인생관, 처세관 속에 옛 이야기가 하나 둘 아름답게 녹아 있다.
100원의 일을 할 수 있는 남편의 기를 죽이면 50원의 일밖에 못한다는 교훈도, 쓸데 없는 걱정보다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은근한 교훈도, 시아버지를 내다 팔기 위해 더 열심히 정성들인 것을 시아버지가 감동하여 며느리의 일을 나서서 돕고 칭찬을 하여 나중에는 시아버지 없이는 안되겠다는 며느리 이야기도, 친구의 배신으로 낭떠러지에 떨어졌지만 덕분에 호랑이밥 신세를 면한 인생지사 새옹지마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도 모두 오후 세 시를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격려요, 희망의 메시지다.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들이 어쩜 그리도 와 닿고 고마운지.
아마 지금 딱 오후 세 시를 살아가고 있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