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세균이다 밖에 외출했다 돌아오면 가장 먼저 손과 발을 씻고 세수 하는 걸 생활 습관화 만들고자 노력했다. 좀 더 건강하게 키우고픈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갔다 들어온 아이들은 씻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거나 그게 왜 중요한지 잘 몰랐다. 다만 엄마가 자꾸 재촉하고 종용하니 시끄러워서 따라줄 뿐. 으악, 세균이다는 그래서 고른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대박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하수구에 조용히 붙어 살던 세균맨 샘은 보티 상사에 엄명에 의해 박테리아 여왕의 군인이 되고만다. 별로 싸우고픈 마음도 없는데 등 떠밀려 세균들의 거인-벤이 변기에 앉았다 손을 씻지 않은 틈을 타 거인이 양치질을 할 때 입 속으로 들어가 항체 황제의 군대와 맞서 싸우게 된다. 지저분한 세균들은 떼로 몰려가 거인의 배를 살살 아프게 하고 설사가 나도록 만들려고 하는데 용감한 항체 황제의 군대들은 쉽사리 길을 터주지 않는다. 전쟁은 항체 황제의 군대들이 승리하고 바이러스들이 달아나는 샘 세균을 포로로 붙잡았는데 누군가 샘을 끌어내며 이름을 물었다. 예쁘게 생긴 파란 눈의 항체 군대의 여군 엘라에게 그만 한 눈에 반해버린다. 남아 있던 세균들이 목을 타고 뱃 속으로 쳐들어가려하지 샘은 무서움도 잊고 칼을 들고 엘라와 함께 세균들에 맞서 싸운다. 반역자라 외치는 박테리아 여왕은 샘이 밀어뜨리자 의자에서 떨어져 세면대 물 속으로 빠져 영영 사라져버리고 항체 황제는 샘을 인정하며 엘라와 함께 살도록 해주었다. 다시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땐 그냥 뒤에서 응원만 하면 안 될까요? 그 말에 그만 웃음이 터져나와버렸다. 어리버리 세균맨 샘의 순수함이란~ 손을 잘 씻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거나 하면 어떻게 세균이 침투해서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재미있게 그려진 이 책은 신나는 모험과 사랑 이야기의 세균맨 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주제로 접근한다. 이야기와 그림이 잘 어우러져 신나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다. 박진감과 스릴 넘치는. 긴 잔소리보다 따가운 꾸지람보다 이 한 권의 책이 훨씬 효과적인 것 같다. 책을 읽고 내내 샘과 엘라의 사랑 이야기를 하더니 보글보글 거품 묻혀 세면대에 붙어 손 씻느라 나올 생각을 않는 것을 보니.
둥글둥글 지구촌 돈 이야기 아이가 무엇도 사고 무엇도 사는데 돈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집안 일을 거들면 얼만큼씩의 용돈을 주기로 하고 첫 거래를 튼 기념으로 용돈기입장을 사주었었다. 무엇을 써야 하나 신이 난 녀석은 얼마 가지 않아 용돈기입장을 천덕꾸러기로 대접하는데 그 이유를 물었더니 들어오는 돈은 콩알만한데 나가는 돈은 쑥쑥 나가는 데다 쓸 거리가 매번 공책 샀다 아이스크림 사 먹었다 별 게 없어서 쓸모가 없더란다. 요즘은 아이들 과자 하나도 아이스크림 하나도 기본 천원에 가깝거나 모두 천원을 넘어서니 몇 백원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용돈이 적다고 투덜거린다. 지구촌 어느 나라는 한 끼 식사를 위해 하루 종일 일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긴 잔소리를 풀어놓았으나 이야기를 통해서보다 아이가 먼저 느끼고 깨닫는 게 우선이다싶다. 그래서 이 책 저 책 뒤지고 고르고 하면서 몇 권을 아이 앞에 내밀어 보았다. 그 중 한 권 이 책은 돈보다 소중한 신용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물물 교환에서부터 시작된 돈의 역사와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돈과 관련된 문화와 세상의 혈액이 되는 돈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가치로운 이야기와 함께 읽으며 흥미로운 돈에 관한 이야기로 평형을 이룰 수 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어 좋았다. 우리나라도 근래 한중일의 공통 화폐에 대해 거론되기도 했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 있는데 유로화라는 공동 화폐로 똘똘 뭉쳐 경제력을 키우는 유럽 이야기도 신기해하고, 아기를 돌봐주거나 환자의 말벗이 되어주거나 공부를 가르쳐주면 지역 화폐에 통장이 쌓이고 이런 품앗이가 경제력이 되는 지역 화폐 이야기도 신기해했다.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하는 것이 좋을 일이라 생각했는데 나라의 경제를 위해 소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내게 들려주기도 했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환율의 힘 등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냥 쓰는데 쓰이는 거라 생각했던 돈이 이렇게나 신기한 모습을 지니고 있구나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더불어 돈과 관련된 세계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고. 여러 모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 둥글둥글 지구촌 돈 이야기였다.
문제 행동과의 한판승 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대개 아이가 육아서에 나오는 대로 행동하지 않거나 좀 산만하거나 정리 하는 걸 싫어한다거나 떼를 많이 쓰거나 해도 우리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그런 문제들이 자신들에게서 나온 것이 아닌가 자책을 하기도 한다. 나 역시 위로 아이 둘을 키우고 다시 막내를 키우고 있지만 전혀 다른 개성의 아이를 대할 때면 난감해하고 유달리 고집이 세고 떼가 센 아이를 달래고 얼르다 결국 화를 내고 매를 들면서 마음 아파하고 내가 뭘 잘못해서 이 아이가 더 이러는 건 아닌가 고민할 때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하는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볼 때면 어머 우리 아이도 약간 저런데 그거 큰 문제 아닌가 하고 비약하며 보기도 한다. EBS의 60분 부모는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사례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우리 아이의 경우에 빗대고 내가 필요한 부분, 조언을 귀담아 듣기도 하는데 이번 문제 행동과의 한판승 편은 더욱 유용하고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부모나 전문가가 노력한다고 해서 아이의 문제 행동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아이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뒤 문제 행동을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한다. 아이 문제를 자신의 실패로 여기는 부모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뒤 오히려 아이를 책망하기도 하는데 이는 아이를 독립적인 존재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일부로 여기기 때문이란다. 결국 아이의 문제 행동을 반드시 고치겠다는 엄마의 의지가 없다면 아이는 나아질 수 없는데 이 엄마의 의지력에는 끈기 또한 필요함을 잊지 않고 일러준다. 너무 재촉하기보다 여유를 갖고 지켜보며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는 것. 책을 읽으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와의 대화에서도 너는 대체 왜 이러니가 아니라 문장의 주체를 나로 바꾸고, 행동보다 행동의 결과에 감정을 표현하며 혼내야 할 점은 혼나는 대상이 아니라 문제 행동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책에서 이야기한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고. 부모가 함께 아이와 함께 커 가기를 주저하지 않을 때 아이도 부모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 아이 키우면서 꼭 한 번 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한 번 읽어보았지만 다시 천천히 되새기며 읽다가 마음에 와 닿아 밑줄 그은 부분을 꼭꼭 눈으로 마음으로 눌러가며 다시 읽어야겠다. 아... 육아 필독서라 꼭 이야기해주고싶은 책이다.
참으로 당돌한 학교 우리 어릴 적에도 그렇게 학교가 가기 싫었을까? 그랬던 적이 분명 있었음에도 우리는 안 그런 양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호되게 나무라고 야단친다. 아직 저학년이어서 고학년들이나 대학 입시를 앞둔 아이들에 비해 공부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여전히 공부하라 공부하라 내일 모레가 시험인데 내내 책 한 자락 안 펼쳐보느냐고 성화다. 나 역시 사실 그런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한여름에 지난 봄처럼 폭설이 내려 학교 안 가는 날이 안 생길까 엉뚱한 기대를 하는 아이를 보며 허 참 하고 기 막혀하기도 했다. 왜 학교 가기 싫으냐고 물어보면 공부할 것도 너무 많은데 놀 시간이 너무 적다는 거다. 여덟 살 아홉 살 어찌 보면 실컷 뛰어놀 나이가 맞기도 한데 너희들은 이제 공부할 나이이니 무조건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 공부 해야 한다는 건 어른들의 논리에서나 통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엉뚱한 공상 속에 빠져 학교를 몇 번이나 지나쳐 가 지각을 밥 먹듯 하는 바람이. 가기 싫어 무거워진 책가방은 어른들이 모여 들어도 꼼짝 앉고, 심지어는 크레인을 동원해도 안 들어지는데 작은 개미 떼가 나타나 쉽사리 학교까지 옮겨놓기도 한다. 바람이의 엉뚱한 생각을 이해 못하는 엄마는 바람이를 데리고 정신과를 찾지만 의사 선생님은 멋지게 해결하며 바람이에게 노벨 의학상을 받기도 한다. 선생님들을 제대로 가르쳐보고픈 바람이는 엄마에게 학교를 사달라고 하고 엄마는 바람이의 소원대로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300원에 학교를 사 주지만 교장선생님은 오히려 바람이를 400원에 사 버린다.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 이야기가 멋진 수업이 되고, 둘 이상의 아이들이 각자 주인공이 되어 네버엔딩 스토리의 영화를 만들고, 말썽쟁이 동물 학교와 지옥 체험 소풍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책가방의 무게를 재어 머리 속에 든 지식을 가늠해서 반을 가르기도 하고, 교실 문을 열고 나가 맹꽁이와 인터뷰도 하고 실지렁이도 한 주먹 잡아오기도 한다. 황당무계한 이야기일지라도 바람이의 공상 속 여행은 아슬아슬하다가도 통쾌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바람이의 이야기속에서 다양한 체험학습과 교실 안팎에서 다채로운 모습의 공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평소 우리 아이도 생각이 많아 이것 저것 쏟아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다 할까 싶을 때도 많은데 이 책을 읽고 보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거리며 아이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는 꼭 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몸으로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는 걸 깨우쳐주는 책이다.
내 배꼽을 만져보았다 냄비가 달린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락 가스 불 위에서 엄마가 달려간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락 청소기 던져 놓고 아이가 이 시를 읽더니 깔깔깔 웃으며 넘어간다. 꼭 우리 엄마란다. 엄마도 가스 불 위에 냄비 얹어 놓고 다른 일을 하다가 깜박 잊어 태운다며 잘 달려가지 않느냐고 한다. 형제가 많아 늘 시끄럽던 유경이네 한밤중에 이삿짐 싸 떠난 뒤에 영영 다시 만날 수 없는 내 친구 유경이 한여름 그리 시끄럽게도 울어 쌓던 매미 소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걸 두고 흰 눈 내리듯 조용해졌다고 시인이 예쁘게 표현했다. 그리고 시끄러운 매미 소리를 매개로 공통점이 있던 유경이네를 떠올린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친구 유경이를 떠올리며 마음 아파하는 시 속 아이의 마음이 우리 아이의 마음을 울린다. 힘 세고 가시 많은 고슴도치는 힘은 세지만 외롭단다. 젤 힘없는 펭귄은 춥고 추운 곳에서 살아가지만 따뜻이 안아주는 이웃이 있어 행복하단다. 대조적인 두 동물의 특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도 함께 조명해준다. 시는 읽다보면 어느새 시인과 같은 마음으로 노래하고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때로는 일상 속의 잔잔한 기쁨이 팝콘처럼 튀게 하고, 때로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며 보다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격려하기도 한다. 늘 일어나는 일상 속의 일도 시인의 눈을 통해 바라보면 더 상큼하고 발랄해진다. 어쩜 이런 일을 이렇게 예쁘게 멋지게 써놓았을까 싶을 때가 많다. 함께 읽는 우리 아이도 시를 읽으며 마음도 더 보드라워지고 세상 보는 눈도 예뻐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