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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옛날 맛집 -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황교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한때 식객에 심취하여 원작만화와 드라마, 영화를 다 본 적이 있다.
등장인물인 진수의 직업이 맛 칼럼니스트.
맛 기행을 다니며 소문난 맛집을 찾고 음식에 담긴 이야기와 문화를 멋드러진 솜씨로 풀어내는 직업.
그렇게 스스로 정의를 내렸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맛 칼럼니스트의 글은 훨씬 더 멋지다.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글은 당장이라도 문을 나서 소개하는 그 집을 찾아가보고싶게 만들고, 오래 전 옛 추억을 꺼내 다림질하듯 펴며 그래 예전에 그런 때가 있었지 입가에 미소도 머금게 하고, 따끔한 질책을 읽으면 마치 내가 그 야단의 주인공인 양 가슴이 뜨끔 내려앉기도 했다.
기차 여행을 할 때면 늘 호두과자를 외고다니는 소릴 들었었다. 강한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봉지안의 따뜻하고 촉촉한 호두과자는 기차여행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지금은 기차든 버스든 휴게소나 길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호두과자인데 예전엔 천안역 앞에서만 호두과자 맛을 볼 수 있었다니. 힘들어도 원조가 좋은데. 언젠가 그 천안학화호도과자를 꼭 한 번 먹어보리라.
그렇지. 우리 전통식 회와 일본식 회는 다르지. 그런데 왜 회는 무조건 회라고 생각했을까?
진짜 회를 잘 먹는 회쟁이들은 상추나 깻잎에 쌈 싸지 않는다고 하더니 책을 읽어보니 이해가 갈 만도 하다.
일식집에서 쌈거리와 된장을 찾았다는 웃지 못할(그래도 웃겼다) 부사장님의 일화와 막회 이야기는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한다.
'막-'이라는 말의 어감이 아무거나 라는 느낌이 있다. 막회를 우리 전통회라고 부르자는 필자의 의견에 동감이다.
우리 때에도 뽑기는 50원을 했던 것 같다. 핫도그도 50원, 떡볶이는 하나에 10원, 야채랑 국물도 끼워서.
설탕에 소다를 살짝 찍어넣으면 똥색깔이 나면서 부풀어오른다. 그걸 확 엎어서 납작 눌러 별 모양을 찍어 주면 침핀으로 콕콕 찍어 모양을 뜯어내었다. 제대로 완성하면 하나 더. 중간에 부서지면 꽝.
더 하고 덜 하고는 조심조심 침핀을 눌러 대는 예술인의 솜씨도 중요했지만 사실 달고나 아저씨의 인심도 한 몫 거들었다.
학교 바로 앞에 패스트푸드점과 아이들 간식거리를 파는 것을 제한하려 한다는 기사를 얼핏 보았다.
좋은 결정이라 여기면서도 우리 아이들은 우리들 추억과 같은 추억을 만들지 못하겠구나 하는 씁쓰름함도 남는다. 그때의 달고나 맛처럼.
맛집에 대한 이야기가 꼭 칭찬 일색인 것 만은 아니다.
정말 맛 좋고 유명한 곳은 추천도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은 음식에 대해선 날카로운 비판과 지적도 나온다.
다른 음식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가진 칼국수가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엔 서민의 음식이라 생각했었다.
옛날엔 밀이 귀해 서민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단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꼬.
우리 밀로 만든 음식을 많이 사랑해주고 우리 밀이 많이 생산되도록 소비해주어야 하는데 값도 일반 밀가루보다 비싸다. 값은 둘째치고 맛이 덜하다니. 품종과 제분 기술 등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할 듯 싶다는 본 글보다 좀 작은 글로 따끔히 충고를 하고 있었다.
추억을 먹고 정성을 먹고 머리로 먹고 이야기로 먹는 황교익의 소문난 옛날 맛집集을 통해 맛칼럼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하면서도 맛 칼럼을 떠나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그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꽤 마음에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