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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평점 :
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
겨울이었다. 경복궁, 창경궁, 창덕궁, 경희궁, 비원 등 궁궐 답사를 마친 후 또 하나의 테마를 정한 것이
미술관 기행.
인사동 거리를 돌아보고 예쁜 이름의 전통 찻집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흩어져 있는 미술관을 찾아 돌기 시작했다.
호암아트홀, 성덕미술관, 국립 현대 미술관, 크고 작은 갤러리......
등에 진 커다란 배낭은 겨울이어서 그런지 더 무겁게 느껴졌지만 그림을 보러간다는 즐거움에 마음이 들떠 먼 거리도 마다 않고 묻고 물어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달려갔었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거나 그림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림 보는 걸 좋아하고 그림 이야기 읽기를 좋아한다.
그때는 결혼 전이라 자유로운 혼자몸이었지만 지금은 샤갈전이 열린다든지 하는 소식이 들리면 입덧을 하든 아이를 업고 걸리고 가든 그렇게 가서도 본다.
과천 국립 현대 미술관은 첫인상이 참 좋았다. 얕게 깔린 하얀 눈위에 발자국을 내며 바깥 조각상을 보고 입구 안내원에게 배낭을 맡겨두고 돌았다.
이층에 전시된 수묵화들도 급히 달려온 마음을 은은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혀주었다.
특히 한 점 그림 앞에서서 오래도록 보았는데 초록, 연두빛이 싱그러운 보리밭 그림이었다.
마음이 툭 트이는 느낌이었다. 오래도록 보고 있어도 눈이 시원한 느낌이었다.
좋은 인연으로 알게 된 지인이 직접 그려준 그림을 받아들고 아이처럼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그림은 마음의 휴식처요 행복을 선사한다는 지은이의 말에 공감한다.
아직 그렇다할 그림 한 점 구입하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그림을 벽에 걸어두고 마음의 휴식을 즐기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그림 보는 안목도 없이 그냥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구입하기엔 어느 그림을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다른 마음을 두고 본 것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본 그림이어서 값을 생각하거나 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 선이 좋은지도 모르겠고, 보기만 했지 그림값이 얼마냐고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그림은 부자들이 사는 것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해왔었나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조그만 잡화상을 한다는 개미애호가 이충렬님의 그림 사랑 이야기는 그림을 사랑하고 즐기고 소장하는 데에는 꼭 부자가 아니어도 된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그가 모은 그림을 보는 재미도 묘미이고 그의 맛깔스런 그림 이야기는 자상한 큐레이터 못지 않았다.
그도 왕초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같은 이의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한다.
그의 글 속에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의 이야기 중 이중섭 화가의 스승인 임용련 화가의 작품을 산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그림에 대한 사랑이 역사의 한 점을 그은 순간이다. 놀랍고 멋졌다.
그림과의 인연, 화가와의 인연, 그의 이야기 속에는 좋은 인연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더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 아닐까.
나도 그를 따라 그림애호가가 되고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