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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 4개 문학상을 석권하며 전 세계를 감동시킨 순수의 역작!
읽고나서 카피 문구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주인공 루가 여덟 살 때 엄마는 루의 동생을 가졌다. 포유류 백과사전에서 생식, 자궁, 난자, 정자 등에 대해 읽었던 루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이해했고, 뱃속의 아기가 자라는 과정을 백과사전과 책, 인터넷을 통해 알았다. 빨간색 수영복에 싸인 엄마의 둥그런 배는 예측할 수 없었던 불행으로 이어져 어느 일요일 아침 엄마의 슬픈 비명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만큼의 심한 우울증으로 엄마는 예전의 그 아름답던 모습을 잃어버렸고, 두 번의 월반으로 일찍 고1이 된 루는 머리속에 든 지식만큼 생각도 마음도 깊어졌다.
마랭선생님의 레이더 망을 피하기 위해 계획하지 않았던 발표주제 노숙자를 뱉어내고 거리의 여자를 인터뷰하기로 했다고 선방을 보내고 늦게 오스테를리츠역으로 가는데......
시작은 운명이 아니었으나 인연은 운명으로 이어져 지저분한 카키색 바지, 팔꿈치에 구멍이 난 낡은 블루종, 할머니가 추억 삼아 벽장 구석에 처박아놓은 것 같은 베네통 스카프, 빠져버린 작은어금니의 노를 만나게 된다.
사회경제학 발표과제를 위해 이어지던 만남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루와 노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루는 노에게서 거리에서 사는 생활의 시간들, 공포, 미래에대한 막연함과 세상의 무력함과 세상이 달라보이는 색깔을 선물받고, 노는 그 대가로 쫓기지 않는 한 시간 남짓의 평안을 얻는다.
발표 이후 노는 사라져버리고 루는 노를 찾아 그녀의 친구와 그녀가 지나간 흔적을 훑는다.
그리고 같은 반 뤼카의 도움으로 노를 씻기고 입혀 루의 집으로 데려가는데 빛을 잃었던 루의 엄마는 노의 존재로 인해 다시 빛을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읽는 이의 마음과 루의 바람과는 달리 노는 쉽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데 픽션이지만 사회의 부조리와 보이지 않는 폭력, 노숙자, 거식증, 빈곤, 도시의 고독 등 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작가는 두 소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루의 발표와 같이 '사물이 있는 그대로 보일지라도 일단은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싶은 게 아닐까.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 감동을 넘어서 두 소녀와 뤼카는 내게도 세상을 달리보는 색깔을 선물했다.
프랑스 4개 문학상을 석권하며 전 세계를 감동시킨 순수의 역작!
그에 걸맞는 이름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