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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쫓는 아이 - 열네 살 소년이 우연한 곳에서 자신의 꿈과 조우하는 이야기
케이트 톰프슨 지음, 나선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밤을 쫓는 아이
인물의 입장에서 보면 저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뜨거운 반항이다.
아버지가 다른 남동생을 낳은 어머니는 경제관념이 희박해 직업도 없이 실업수당으로 근근히 연명해가면서
저축이나 모은다는 개념은 커녕 늘 실업수당이 나오는 날이면 한바탕 쏟아붓는 쇼핑 봉지들에,
다 먹고 나서 더 이상 담을 그릇이 없을 때까지 먹은 그릇들을 쌓아놓고 치우지 않는 성격에,
남동생은 잘 나든 못 생겼든 아버지가 누구인 줄 아는데 자신은 아버지가 누군지조차 엄마가 말 해주지 않는 것 등의 이유 말이다.
거리에서 자신을 비롯한 사촌 형과 미치광이 닉, 약 중독 비틀 등의 친구들과 함께
훔친 차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며 약 성분이 든 담배를 피우며 10대의 하루 하루를 얼룩지워갔다.
빚쟁이들의 빚 독촉을 피해 더블린에서 아직도 농사짓고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이들이 있는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오지만 주인공 바비는 오로지 훔친 차로 거리를 질주하는 예전 생활로 돌아갈 날만 꿈꾼다.
영 적응될 것 같지 않은 새로 이사한 곳에서 집주인의 아들 콜린과 말을 트고 마음을 트게 되고,
훔친 옛 세입자 라스의 차를 타고 미치광이 닉과 사고를 치게 된다.
엄마는 눈물로 용서를 구하지만 집주인은 차 값을 라스의 부모님에게 전해주어야 한다며
자신의 농장에서 일해 갚도록 제안하고 그 마음에 들지 않는 제안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한 바비는
점점 일에 몰두하며 자신에게 숨겨진 다른 면모를 발견해간다.
하지만 옛버릇은 몸에 붙은 습관처럼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안정될 듯 보이다가도 자꾸 사고치는 바비가 안타까웠다.
집에 들어오면서 아주 아주 옛날에 살았던 페기와 조, 그녀의 딸 이야기와 요정 이야기는
이상하게 섬뜩하면서도 오싹한 분위기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타고 흐르며
읽는 한밤중 계속 두근거리면서도 서늘한 느낌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어린 네 살 바비의 남동생의 입을 통해 한 마디씩 듣게 되는 늙은 요정의 이야기는
아... 정말이지 소름이 쫘악 돋는거였다.
그냥 십대 성장기 소년의 반항과 일탈, 그리고 우연한 만남을 통해 다시 삶의 기로에서 기회를 얻게 되는 감동으로만 그치지 않고
그 이야기 속에 대단한 반전과 비밀을 감추고 땋은 머리처럼 얼키설키 작품 속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 축으로 흐르는 것이
굉장히 색다르고 독특한 감동을 자아내었다.
별 생각 없이 그 시절의 뜨거운 반항이 십대니까, 자신의 꿈조차 피워올려볼 생각조차 하기 힘든 상황과 분위기이니까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지만 바비의 엄마가 바비를 낳았을 나이가 열넷!
그 장면에서 또 한 번의 충격이 띠잉 하고 등줄기를 서늘하게 했다.
열넷의 나이에서 엄마가 된 소녀. 미국이 우리와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엄마가 되기에 너무나 어린 나이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낸 어린 엄마.
바비가 다시 한 번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도록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콜린네와의 인연도 있었지만 그걸 깨닫게 된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뭐라 쉽게 말하기 어려운 강렬한 감동과 서늘한 무서움, 신선한 반전의 묘미에 성장소설의 매력까지 한 번에 지닌 놀라운 작품이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