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2 - 神秘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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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2
 

적국 첩실의 소실이었던 할머니를 둔 소녀. 아비의 시신을 적진에서 곱게 모셔온데다 금 삼백냥까지 얻어왔으니

오히려 세작이라는 오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시아버지가 될 뻔한 이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고구려로 온다.

그렇게 아버지가 살던 사가 별채에 소녀를 두고 첫사랑은 꽃처럼 피어나지만

둘의 인연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태자의 국혼이 결정되고 담덕은 자신의 친구이자 가장 믿을 수 있는 이에게 자신의 여인을 보낸다.

고맙다 미안하다며...

그리고 이어지는 전쟁과 전쟁, 서른 다섯 번의 전쟁마다 광개토대왕의 뛰어난 전략 전술이 있었고,

피비린내나는 전쟁이었지만 인간적인 정과 따뜻함을 보였다.

 

고국원왕 때부터 정체되어 있는 고구려를 진보시키기 위해 개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은 대단했다.

자식을 살피는 어버이처럼 백성을 위했던 왕.

적에게는 잔인한 야수였으나 자신의 백성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던 왕.

적들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는 나라, 백성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후대 왕에게 그 나라를 전하기 위해

스스로 최강의 왕이 되어야 했던 이.

 

호랑이가 자신의 새끼를 어찌 훈육하는지 다른 책에서 읽은 적 있다. 

거련과 승평. 자신의 두 왕자를 사지에 보내면서 그 능력을 가늠하고 최강의 왕을 만들려했던 대담함이 놀랍다.

그리고 첫 왕후가 둘째 아이를 낳다 아이와 함께 죽은 후 그 장인이 태자 책봉과 태자빈을 들일 것을 청하자,

받아들이며 그 전에 승평의 어머니인 정빈을 새 왕후로 맞아들인다.

이후 불안해진 장인이 태자빈의 아버지와 역모를 도모하나 두절이 미리 준비하여 역모는 실패로 돌아가지만

오히려 왕은 자신에게 두절이 있듯 태자에게도 그런 이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살려준다.

 

백산의 여인에게 태어난 아이 다미.

여덟 살인 두절이 원수를 갚았듯 그 자식들이 다시 20년 30년 뒤에 원수를 갚으러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왕의 말을 잊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고 지켜야 하는 여인과 딸을 잃었다.

그러나 왕은 적들을 치지 말라 명하고, 태자 거련을 불러 스무살이 되었으니 왕이 되어도 될 것이라며

꾸지도 않은 꿈 이야기를 하고 유지를 내린다.

 

그리고 그리고.....

믿어지지 않지만 나라를 버리고 떠났다는 그 비문처럼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고구려 어느 왕보다 강한 왕이었으며 지혜로운 왕이었던 광개토대왕.

그가 간 곳은 모두 고구려의 땅이 되었고 그 이름만 들어도 적들이 벌벌 떨었던 태양의 왕, 하늘의 천손.

두절이 남긴 마지막 말에 가슴이 아려왔다.

이 글을 읽게 되었다면 나의 무덤을 파헤쳤거나 무덤 속에 들어왔다는 이야기.

과연 이 글을 읽는 그대는 누구인가. 고구려의 후손인가 아닌가. 아닐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 그 말이 너무도 가슴아프다.

아직 그 옛땅은 우리 마음대로 갈 수도 없고, 광개토대왕비는 유리벽 아래 갇힌 듯 놓여있다는데......

 

후아! 두 권의 책을 앉은 자리 펼쳐든 모습 그대로 읽어내렸다.

광개토대왕에 대한 새로운 역사, 전설을 꿈꾸게 하는 책.

멋진 왕이자 자랑스런 우리 조상의 모습, 그리고 인간적인 담덕의 이야기여서 더 좋았다.

남쪽의 어느 섬, 눈 먼 여인을 업고 다닌다는 그 남자, 오늘 밤 꿈에 나타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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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1 - 神秘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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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1

 

아아, 작가들은 대단한 거짓말쟁이이거나 천재인가보다.

광개토태왕, 삼국사기엔 그가 서른아홉에 죽었다고 했고, 비문에는 서른아홉에 ‘기국棄國, 즉 나라를 버렸다’고 나와 있다.

이 단서 하나로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엮어낸 이야기. 팩션이면서도 마치 팩션이 아닌양 실감나다.

우리나라 산이면서 우리나라에 속해 있지 않고, 우리나라의 최고 산으로 손꼽히는 백두산.

그 백두산은 오르는 것조차 하늘의 허락을 얻어야 한단다.

백두산에 올라 사진을 찍으러 갔던 이는 허락하지 않는 하늘의 날씨에 인연이 된 옌벤 할아버지를 만나 한 시간을 걸어 집으로 간다.

고구려 것이 아닌 기와를 고구려 것이라며 내놓은 할아버지에게 백원의 지폐를 내밀자 진짜 고구려 것이라며 보여주는데

두텁게 쌓인 나무상자 안에서 나온 낡고 벌레 먹은 책 한 권.

해독할 수 없는 고서를 사진을 찍어 파일로 만들어 잘하면 사돈이 될 뻔한 역사를 연구하는 친구에게 보낸다.

그리고 일년 뒤 흥분한 친구가 보내온 백여장의 글.

그 글 속에 무신비기, 광개토대왕의 내관이자 호위무사였던 두절의 기록이 담겨 있었다.

 

광개토태왕의 할아버지 고국원왕은 70세, 큰아버지 소수림왕은 65세, 아버지 고국양왕은 70세, 아들인 장수왕은 98세까지 장수했고, 그가 역사에서 사라지기 전 2년간은 이렇다 할 전쟁도 없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광개토대왕은 39세? 과연 39세에 죽었을까?

5백년 고구려 역사상 참담한 패배, 치욕을 당한 고국원왕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볼모로 잡혀간 태후와 왕후를 구하기 위해 세 번이나 목숨을 내어놓고 적국에 간 대원수 고무.

자신의 아들을 왕자 대신 내어주고 왕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홀연히 떠난다.

장수가 전쟁터에서 죽는 것은 영광이지만 왕은 그렇지 않다.

전쟁터에서 왕이 죽는 것, 그것은 나라의 수치이며 죽은 왕에게는 죽어서도 떨리는 치욕이다.

평양성 전투에서 독화살을 맞고 죽은 비운의 고국원왕.

그 뒤를 이은 태자 구부, 원수를 갚겠노라 백잔을 치러 가겠다는 동생 이련에게 성벽의 돌에 깔린 후

자신의 몸에 변화가 있었음을 이야기하며 고구려를 이을 씨앗을 뿌리라 당부한다.

 

그리고 한 아이가 태어났다 백제의 땅 두촌에서.

아이를 낳자마자 죽은 딸과 그 손자 이야기를 하며 동무의 집에 숨겨놓은 아기를 쪄낸 떡 바구니 틈에 눕혀

온기가 식기 전에 데려가라며 보낸다.

그렇게 데려온 호랑이 턱의 매의 눈을 가진 아이, 담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왕이 궁궐에서 키우겠노라 했으나 친부인 이련은 왕의 잔은 크기가 작다며 자신이 키우겠노라 한다.

고구려의 왕들은 전쟁터에 직접 나가 싸우는 용맹한 장수였다.

패배와 굴종, 신속과 예속을 모르는 고구려에서 가장 강한 남자, 고구려에서 가장 파괴적인 장수가 바로 '고구려왕'이었다.

그런 고구려왕을 길러내기 위한 훈련이 시작되었다.

 

누구보다 슬기롭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으며 가난한 백성에게 자비롭고 적들에게는 잔인했으며 굴복을 몰랐던 광개토대왕.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이 두절에 의해 일일이 기록되어 있었다.

담덕과 두절의 첫만남 역시 담덕의 지혜에서 비롯되었으니...

백두산 근처 백산 마을 유지의 자제였던 생유. 흑수말갈에 의해 부모를 잃고 부모의 시신 아래 죽은 어미의 빈 젖을 빨고 기절해 있던 것을

죽은 어미 시신의 겨드랑이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고 두절을 구해낸다.

그리고 두절을 자신의 키에 맞는 거리만큼 곁에 두며 호위무사로 키우며 반평생을 함께 한다.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을 내어줄만큼 믿는 자이며 아우였던 두절.

그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그는 자신의 목을 바쳐 은혜를 갚겠다는 뜻을 비치고 그 이름을 얻는다.

 

할아버지 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백산의 성을 공격하고 승리를 이룬 뒤 아비의 시신을 내어달라며 한 소녀가 찾아왔다.

짧은 칼을 들고 다가온 소녀를 오히려 살려보내며 그 아비의 시신과 함께 장례를 치르라고 금 삼백냥을 보냈다.

소녀가 떠난 뒤에도 그 칼을 깨끗이 단장하며 품고 다니는데......

그 인연이 심상치 않다. 열다섯 소년과 열다섯 소녀의 만남.

 

이야기가 어찌나 생생하고 흥미롭게 흘러가는지 쉴 틈도 없이 빠져들어 읽었다.

아! 정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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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5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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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백화점에 가면 각종 명품 화장품 코너에서 향수를 판다.

나이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다양한 향기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 맡아도 좋고 한 번 맡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냄새가 아닌

오래도록 기억나고 다시 맡고싶은 그런 향기도 있다.

 

화려하지 않고 많이 꾸미지 않았으나 한 번 보면 마음에 새겨지는 글과 그림.

판화가 이철수님의 작품이 그러하다.

오래 오래 오래도록 담고싶고 느끼고싶고 생각과 깨달음을 주는 작품.

이철수님의 나뭇잎 편지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가 내게는 그런 향기이다.

 

가지친 매화 아깝다고 작은 꽃병에 꽂아 두었더니

보는 이 없이 저 혼자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매화꽃.

생명은 그렇게 내재율이지요, 힘겨워도 가던 길 갑니다.

 

늦은 밤에, 혼자서, 별 같고, 달 같고,

그늘에서 은근한 얼굴로 피는 꽃 같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세상 어둡다 해도 생각하면 마음이 다 환해지는 사람들 있으니 살아볼 만 합니다.

 

겨울 들판에서 문득 날아오르는 새떼들 살림살이가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습니다.

흩어져 혼자 되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는데 힘없고 작은 존재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작은 것들, 마음도 모으고 몸도 모아서 함께 살아가는 이유가 있을테지!

 

방금 갓 태어난 어린 생명에게 새날인것처럼, 늙고 병든 존재에게 주어진 아침도 어쩔 도리 없는 아침 새날입니다.

경이로운 새날을 맞은 기쁨으로 마음 설레고, 봄은 새날을 살아갈 기운으로 넘쳐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 짤막한 구절에도 삶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 느껴진다.

단아한 그림과 구절구절이 잘 어울리며 오랫동안 마음에 머무르는 향기가 되어 온 정신을 향기롭게 한다.

돌아보는 지난 세월, 의미없이 스쳐 지나간 것들, 자칫 잊고 살 뻔한 이야기들, 온갖 인연과 의미가

이분의 손끝에 닿으면 김춘수님의 꽃과 같이 내 이름을 불러세운다.

 

세상에 대한 축복과 고단한 인생에 대한 격려와 사람과 사람의 인연에 대한 감사와

자연의 경이로움과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만한 것이라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번잡한 마음을 맑게 하고 흐트러지는 정신을 모으는 글이다.

오래오래 머무는 향기처럼 늘 곁에 두고 보고싶고 읽고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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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 지구촌 문화유산 이야기 함께 사는 세상 5
한미경 지음, 유남영 그림 / 풀빛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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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 지구촌 문화유산 이야기
 

오랜 세월 거쳐온 인류의 역사와 생활과 감정과 문화가 담겨 있는 문화유산.

가장 빛나고 가치있는 사람이 만든 아름다운 꽃이라 하는 지구촌 문화유산 중

가장 멋지고 가치있으며 많이 알려진 22가지 문화유산 이야기를 담았다.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대륙별로 다섯 장으로 나누고

나라와 유적지와 의미와 재미난 이야기를 싣고 있다.

 

시작은 우리나라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시작해서 달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 인본의 호류사,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사원,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이란의 페르세폴리스, 터키의 이스탄불 역사가 담긴 비잔티움,

인도의 타지마할,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영국의 스톤헨지, 독일의 쾰른 대성당......

모두가 이름만 들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눈에 익은 유적지들이다.

 

합천 해인사에 갔을 때에도 우리나라 유명한 유적이로구나 하는 느낌으로만 보았던 유산이

이 책을 통해 더 가깝게 다가오고 훨씬 의미깊고 대단함이 느껴졌다.

정확히 언제 지어졌는지 기록에는 없으나 산세를 살피고 빛을 고려해 정남쪽에서 약간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지붕의 처마도 동지때 가운데 책장의 맨 아래 선반까지 빛이 닿도록 딱 맞추고,

창의 크기를 건물 앞뒤, 위아래를 다르게 만들어 바람까지 조정하고

건물 안쪽 흙바닥에는 숯과 횟가루, 소금을 모래와 섞고,

경판 보호를 위해 칠하나 꾸밈하나 하지 않았지만 후손을을 위해 오직 빛과 그림자로 하루 한 송이씩 눈부신 연꽃을 피워올리니

그 대단함이란!

우리 민족,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이토록 치밀하고 대단히 과학적이며 훌륭할 줄이야.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학을 잘 한다지 아마?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되게 뿌듯해했다.

 

지금은 대단한 유물이라며 많이들 구경을 가곤하지만 정작 만리장성을 만들며 흘린 눈물과 희생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었다.

일본 호류사에 깃든 백제의 숨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일본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앙코르와트 회랑의 조각 이야기 중 가장 긴 '우유의 바다 젓기'에서 라후가 신들의 틈에 끼어 암리타를 몰래 먹었는데 그걸 일러바친

태양과 달을 괘씸히 여겨 삼켰다 뱉았다 한다는 이야기에 재미있어하다가,

산성비에, 환경 재난에 위태로운 문화유산 이야기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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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고래
장세련 지음, 류정인 그림 / 연암서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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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고래

 

겨울 방학은 여름 방학보다 좀 조용한 편입니다.

매서운 겨울 바람에 나들이 가는 것도 쉽지 않고 집안에 들어앉아 주로 놀고 보는 것이 책입니다.

나 어릴 적 재미있게 읽었던 책의 내용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재미있는 책 올 겨울 방학 때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책 속에는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쉽게 보지 못하는 동물들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현실 속에서 되어보지 못한 인물도 등장인물을 통해 경험해보고

때로는 울다가, 때로는 웃다가, 무료하고 적적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위로를 받고 감동을 얻습니다.

 

연암서가에서 나온 아빠의 고래에는 여러가지 짧은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정부보조금으로 살아가는 나경이네는 이사갈 돈이 없어 재개발 지역에 묶인 허름한 집에 삽니다.

날마다 어지럽혀진 그림 도구에 단칸방이 발 디딜 틈이 없어지고, 그림을 그리거나 술에 취한 아빠를 보며

나경이는 아픈 말을 뱉어냅니다.

하지만 아빠가 내민 신문기사와 아빠가 그린 고래를 보며 나경이는 다시 웃음을 찾고 씩씩한 걸음으로 집에 돌아갑니다.

 

어렸을 적 강아지에 물린 기억이 있어 강아지를 싫어하는 아빠이지만

이모가 데려다 준 말티즈 털실이와 복실이가 아빠가 나갈 때면 제일 먼저 쪼르르 달려가고

식구들이 다 잠든 밤에도 아빠가 돌아오면 제일 먼저 달려가 애교를 피웁니다.

코털이? 복털이? 털코캉 복코라캤나? 오냐, 너거가 처자식보다 낫다.

이제 아빠도 한 식구로 인정하게된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납니다.

 

힘은 천하장사이지만 덜렁대는 성격에 늘 사고를 치는 순대.

우유박스를 혼자 들다 쏟아 터뜨리고, 짝꿍 주현이 옷에 먹물을 묻히고,

멀리서 뻥 찬 공에 행정실 창문이 깨지고, 바퀴벌레 쫓던 빗자루로 세현이 얼굴을 치고....

순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아이들에게 등돌림을 당하고 어느날 아침 흐트러진 사물함의 양심 범인을 찾는데

나오지 않자 반 대표로 맞겠다며 나선 순대의 말에 나도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집에 늦게 가면 술취한 아빠에게 더 맞아요. 얼른 맞고 갈래요.....

 

자기 앞에 놓였다고 싫다며 뿌리로 감싸 안은 느티나무,

태풍이 불던 날 바위로 감싸안은 뿌리 덕에 바위도 고목이 된 느티나무도 무사했는데....

산에 웬 수상한 사람이 나타났다. 간첩일까? 등에 진 배낭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헉!

쓰레기 되가져 가세요, 산짐승을 위해 도토리를 남겨주세요. 정말 그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제각기 색깔로 빛을 발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 살아볼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따스한 기운이 도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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