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던 추억도 슬펐던 추억도 하나같이 아름다운 그림의 한 조각이 되어 기억의 그물을 꿰어간다.

박완서 동화집 나 어릴 적에 - 박완서 선생님의 옛날이 그리워지는 행복한 이야기 ㅣ 처음어린이 8
박완서 지음, 김재홍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12월

 나 어릴 적에

 

박완서 선생님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가난했기에 더 먹고싶은 것 많았고,

모두가 모여 많지 않은 음식을 함께 나눠먹었기에 더 맛있었던 시절의 이야기.

뒤란 넓은 마당이 온통 내 차지요, 즐거운 놀이터이면서 터줏가리를 무서워하던 시골 아이가

서울 사람이 다 된 어머니를 따라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서울로 간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설레이던 서울 엄마의 동네는 사대문 밖 달동네였고 그마저 주인집 아이와 싸워서도 안되고,

주인집 안마당을 넘봐서도 안되는 셋집 촌뜨기 딸일 수밖에 없었다.

새 친구를 만나 고무줄 뛰기를 배우고 감옥소 홈통에서 생전 처음 입어본 메리야스가 떨어지도록

미끄럼도 타보고 전중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알게 되었다.

 

문둥이 고개를 넘어 공립학교 시험을 보고 합격하여 서울 친척집을 자기집 주소로 외우고,

길 잃었을 때와 학교에서 물을 때와의 이중 주소를 외우게 하는 어머니의 딸을 위한 거짓말.

가정 방문날 친척집 옆집에 산다는 아이의 새어머니에 대한 비밀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비밀을 알려준 뒤

그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그 아이의 신발을 가져다주는 시녀를 자처하고 감수했건만

비밀을 폭로해버린 친구에 대한 실망감과 그 뒤 시녀 노릇을 벗게 된 시원함...

 

스케이트를 신고 시골 할아버지네에서 작두 타는 것을 배웠노라 혼쭐난 사건...

어린 시절 어머니의 상상력이 보태진 이야기를 듣고 자란 그리운 그 시절 단발머리 짱구 소녀의 이야기.

나는 겪지 못했지만 그 시절에는 그랬구나 하는 상상의 세계를 그리고

글 속에 담긴 작가의 진한 그리움에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지나고 나면 그렇게 모든 것이 다 그리워질까.

아팠던 추억도 슬펐던 추억도 하나같이 아름다운 그림의 한 조각이 되어 기억의 그물을 꿰어간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될까.

그 시절이 박완서님의 어릴 적에처럼 따스하고 그립고 회고하고싶은 아름다운 시절이 되기를 바란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국적을 뛰어넘어도 재미있는 법인가 봅니다.

호랑이와 고양이는…
오시마 에이타로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0년 1월

호랑이와 고양이는
 

호랑이와 고양이는 같은 과의 동물로 생김새가 많이 비슷합니다.

옛날 옛날 아주 옛날에는 호랑이와 고양이가 한 숲에 어울려 살 적에는 고양이가 훨씬 재빠르고 사냥도 잘 했더랬죠.

그래서 호랑이는 고양이에게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사정합니다.

고양이는 호랑이에게 소리내지 않게 몸을 낮춰 사냥감에게 접근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호랑이는 자꾸 서걱 소리를 내어 사냥감인 오리가 도망가버리게 하는 등 실수를 하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드디어 성공합니다.

그 다음으로 고양이는 땅을 힘차게 박차고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그리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꼬리로 중심을 잡고 발끝으로 사뿐 서는 법도 가르쳐줬지요.

처음에는 뛰는 것도 느리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뛰어내리곤 했는데 정말 열심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호랑이는

드디어, 드디어! 성공을 했답니다.

그래서 호랑이는 고양이에게 너무나 감사해하며 말했어요.

정말 고마워, 고양아. 그런데 말이야.... 고양이 맛은 어떨까? 한 번도 고양이를 못 먹어봐서...

이런!

놀란 고양이가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냉큼 나무 위에 올라간 고양이는 그럴 줄 알고 이건 안 가르쳐줬다며 약을 올리지요.

나무 아래에서 기어오르지 못하고 나무만 긁고 있는 호랑이, 그 다음부턴 고양이만 보면

못 잡아먹어 으르릉거렸답니다.

역시 고양이는 꾀가 많은 동물입니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이런 속담의 교훈과도 같은 깨우침을 얻었네요.

미리 앞일을 내다보고 대비한 고양이의 지혜를요.

호랑이와 고양이 두 동물이 마치 사람처럼 옷을 입고 나와 말하고 움직여 더 생동감있게 느껴졌어요.

중국 민화인데 일본인 작가가 지었다고 해요.

재미있는 이야기는 국적을 뛰어넘어도 재미있는 법인가 봅니다.

옛 이야기를 통해 얻은 인생의 지혜,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단숨에 읽는 세계 박물관. 정말 대단히 멋지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 - 하룻밤에 만나보는 세계적인 박물관 탐방과 기행 ㅣ 단숨에 읽는 시리즈
CCTV 지음, 최인애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12월

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
 

세계 유적지는 인류의 문명이 태어난 요람, 그 모습을 가장 생생히 볼 수 있는 박물관.

인류 문명이 걸어온 길을 수집한 지상 최대의 보물상자인 박물관.

현재에 서서 과거를 탐색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곳.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곳,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문명의 맥박과 문명의 방향을 알 수 있는 곳.

박물관을 두고 저자가 한 멋진 말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렇게 박물관을 찾고 또 멀리도 마다않고 달려가는 것일까?

그 이름도 유명한 헬렌 켈러가 단 삼일만 눈을 떠도 이튿날째 가보고싶었다는 곳이 박물관이라고 한다.

옛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을, 우리 기술의 발전을 책을 통해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경이로움에 전율이 흘렀다. 

세계 5대 박물관을 시작해 세계 주요 박물관과 세계의 주요 미술관을 아우르는 책.

단숨에 읽는 세계 박물관.

 

PART1에서는 세계 5대 박물관을 소개하는데 고고학을 전공하고 세계의 여러 박물관을 찾아본 두 교수와의 주고받는 대화로 소개된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대영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슈 국립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중국의 자금성 박물관의 특징 및

관람할 때의 노하우 등을 소개하는데 박물관 내부 구석구석 하나하나 설명하기보다는 큰 줄거리 위주의 개략적인 설명이라 보면 되겠다.

보통의 박물관은 꼬박 하루 투자면 되는데 루브르 박물관은 일주일이 걸릴 것이라 한다.

그 중 여인 3인방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를 소개하는데 읽노라면

이 여인 3인방은 꼭 보아야만 할 것 같다.

그들이 다빈치코드를 떠올린 것처럼 나도 다빈치코드를 읽고 난 이후 루브르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모나리자의 도난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오랫동안 복원기간을 거쳐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니케가 감명깊었다.

 

또 재미있었던 부분은 대영박물관의 입장료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두 교수가 몰랐던 대영박물관의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18세기부터 영국 식민 군대를 따라다니며 세계 각국 문화유산 수집, 약탈, 조지 2세의 주치의였던 한스 슬론 경의 방대한 수집품을

국가에 기증하여 시작된 대영박물관의 현재 소장품은 약 700만 점.

워낙 방대해 100여개의 전시실에 매번 새로이 전시한다 한다.

한정된 시간의 관광객의 대영박물관의 관람 노하우는 흥미에 따라 관람하라는 것,

또 4대 문명의 유물을 골고루 갖춘 유일무이한 박물관이므로 4대 문명 전시관은 자세히 관람하라 추천한다.

특히 이집트관과 메소포타미아관을.

 

그리고 두 교수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칭찬으로 느껴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요금은 무료 혹은 자유기부금제인데 가장 재정이 탄탄하다 한다.

놀랍게도 그 돈은 국가의 지원이 아니라 개인이나 단체의 기부금이라는 것이다.

아! 여기서도 배울 점이 있었다.

그리고 예카테리나 2세의 겨울 궁전. 사진이 있었더라면 좀 더 생생히 볼 수 있었을텐데 책에 실린 것은 그림이어서 좀 아쉬웠다.

당대 소 한 마리 값의 4분의 1의 관람료였던 자금성 박물관.

예술품과 진귀한 유물, 궁 자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그 홍보가 덜 되고있음에 주목했다.

 

PART 1이 담화식으로 개략적이었다면 PART 2는 각각의 박물관에 대한 단순 설명식인데 더 자세하고 특징이 잘 드러나 재미있었다.

인간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130년 호주 역사를 보여주는 피커하우스박물관, 짓는 중도에 불에 탔으나 계속 지어 완공했다는데

추진하는 주정부의 열정과 노력이 대단했다.

증기기관차와 최신비행체에서 인류최초의 비행체까지 인테리어 디자인 등의 피커하우스박물관은 우리나라의 별난물건 박물관을 연상케했다.

고대 이집트 국보전과 시신의 방부처리, 이집트인의 화장, 여성의 지위와 혼전순결, 1부1처제에 관한 이야기등이 흥미로웠다.

단순 박물관의 유물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지루하고 딱딱했을지도 모르는데 이처럼 단숨에 읽는 세계 박물관은 역사적 배경, 사회 문화적인 배경까지 함께 이야기해주어 더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PART 3의 세계 미술관까지 정말 한 권의 책 속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 관람의 핵심, 노하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세계 박물관 기행을 떠나기 전에 정보를 얻기 위해 읽든,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해도 알고싶고 교양을 쌓기 위해 읽든

아마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 차에 따라 느낌은 다를 수 있겠지만 한 권의 책 속에 이리 알뜰살뜰 그것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담기가 어디 쉬운가.

하나하나 거론하자면 아마 더 길게 쓰고 더 오래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씹을수록 몸에 좋은 감칠맛 나는 칡뿌리처럼 읽을수록 재미있고 하나 고개 넘어 또 다른 어떤 풍경이 나올까 기대되는 책이었다.

단숨에 읽는 세계 박물관. 정말 대단히 멋지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아야 할 책, 눈물 바다. 가슴이 찡해요...

눈물바다 ㅣ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09년 11월

아! 가슴 뭉클했습니다.


이 책은 아이와 부모님이 꼭 함께 보기를 권합니다.

날마다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지만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잘 되라는 격려의 이름을 달고 행여 아이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봅니다.

날마다 뿌려지는 말의 씨앗이 듣는 이의 마음 속에서 상처로 자라지는 않는지 헤아려 본다는 어느 시인의 시도 있었습니다.

사춘기 시절 그 시를 읽으며 나도 매일 돌아보고 내 말의 씨앗을 곱게 가꾸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스쳐가는 타인에게도 따스히 눈길 보내며 미소 머금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내 소중한 가족들, 아이들에게는 가족이니까, 엄마이니까 내 마음 알 거라는 생각에 덜 조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들여다보기만해도 절로 웃음이 나는 코믹한 설정의 그림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 같아 가슴 뭉클하면서도 한편으론 찡하게 아려왔습니다.

내가 먼저 그런 것도 아닌데 나를 더 많이 혼내는 선생님,

맛 없는 급식 반찬, 비를 맞고 혼자 돌아온 집에서 엄마와 아빠는 성난 공룡처럼 서로 싸우고, 엄마 공룡의 성난 불길이 아이에게 쏟아져 침대에 누워 자려는데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톡, 톡, 그리고 톡 톡톡톡....

주르르 눈물이 바다가 되어 전래동화의 심청도 인당수 눈물바다에 빠지려 하고, 명작동화의 공주도 엄마도 아빠도 그 누구도, 누구도... 허우적~ 눈물 바다 속에서.

 

그래서 건져내어 드라이어로 말려주면서 정말 미안해...

그런데!

끝부분의 대반전에 울다 웃다 한바탕 시원해졌습니다.

우리 아닌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통쾌해질 책이에요.

이 책, 아이와 꼭 한 번 보시기를 권해드려요. 

함께 지키고 이루어나가며 만들어나가는 밝고 따뜻한 사회를 위한 너와 나의 약속

우리에겐 권리가 있어! ㅣ 다섯 걸음 학교 1
알랭 시셰 글.그림, 김현경 옮김 / 톡 / 2009년 12월

우리에겐 권리가 있어

 

아이는 소우주이다.

비록 엄마의 몸을 빌려 태어났다고 하나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이며 존중받아 마땅한 개인이다.

그런데 어른보다 몸집이 작고 힘이 없다 해서 무시하거나 학대하고 거리로, 전쟁터로 내 모는 경우가 있다.

국제 엠테스티의 추천도서인 우리에겐 권리가 있다!

 

올해로 어린이를 위한 약속, 유엔 아동 권리 협약이 올해로 스무번째 생일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 세상 어떤 어린이든 그 피부색과 종교, 사는 곳에 상관없이 가정과 사회의 따뜻한 보호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마음껏 배우고 뛰어놀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권리가 있다.

권리는 알아야 지키고 주장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권리를 알고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선 제일 먼저 자신이 자신의 권리를 알아야 하며,

자신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권리도 소중함을 깨우쳐 준다.

무조건적인 자유가 아니라 자신과 남을 존중하며 바른 가치관 위에 서는 자유를 깨닫게 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 더 밝고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큼직한 그림과 글자는 쉽게 읽으며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고

본글 아래쪽 작은 말풍선을 통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나 좀 더 깊이 생각해볼 거리들을 말해 준다.

함께 지키고 이루어나가며 만들어나가는 밝고 따뜻한 사회,

너와 나의 약속, '우리의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