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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파업중 - 5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ㅣ 책읽는 가족 22
김희숙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월
평점 :
엄마는 파업중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반짝거리는 봉지 안에 든 색색깔의 왕사탕처럼 읽으면 마음이 즐거워지는 12가지 단편들이 모였다.
그 중 하나가 엄마는 파업중.
벗어놓은 모양 그대로 출근하고 학교가는 아이들, 널부러진 책이며 장난감이며, 빨래에 설거지에 청소에
밖에서 하는 일을 가지지 않았다 뿐이지 엄마는 정말 집안의 일꾼이다.
해도 별로 폼도 나지 않으면서 산더미 같은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자기 방도 제대로 안 치우면 파업한다 한다 하더니 엄마는 아이들의 아지트인 나무집 위로 올라가서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말 그대로 파업중.
하는 수 없이 동생 데리고 청소를 한다고 해보지만 잘 안되고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바쁘고 힘들었는지 겪어보고는 느낀다.
그래서 가족들은 엄마에게 가서 협상안을 제시한다.
예전에 읽었던 돼지책이 생각난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엄마들 사는 모습은 비슷한가보다.
늘 곁에 있으니 그 고마움을 몰랐는데 엄마가 없어지고 난 뒤 그 빈자리에서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깨닫고 고마워하는 내용이 참 비슷하다.
밖에 나가서 뛰어놀고 싶은데 형아 걱정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찾으러 가야 하는 형아지기 민규.
선천성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아는 다른 아이들처럼 의사소통 하지 않는다.
반쯤 뜬 눈으로 무언가를 찾는지 빈 허공을 들여다보는 형아를 잃어버릴까 쫓아다니는 민규.
형아를 특수학교에 보내기 위해 엄마까지 일을 나가야해서 형아를 지키는 일은 늘 민규의 몫이다.
형아가 그대로 없어졌음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언제나처럼 형아를 찾아나서는 민규의 이야기와 다리를 저는 승수의 모습이 겹쳐진다.
설이 곧 다가온다. 명절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엄마들에게 명절은 반갑기만한 날은 아니다.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하는 엄마를 보며 은별이는 엄마 이름을 따서 고이은별이라고 스스로 이름짓는다.
저신장증을 앓고 있는 은지는 학교에서 신체검사를 거부하는데 양호실로 데려가 따로 재어주는 선생님은 은지에게 리본달린 양말을 선물한다.
아파트 의자에서 졸고 있던 이웃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어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아픈 엄마가 아침을 차려주지 못해 곧잘 굶고 오는 요한이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연 민지,
수화를 배워 말 못하는 친구에게 너를 사랑해라고 이야기해주는 푸른이......
아이들이 읽기에는 무거운 소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파릇함에 물들어 무거움보다 예쁘고 고운 느낌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웃들이 보인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열게 하는 책.
아이와 꼭 함께 읽어보라 권하고픈 책이다.
아.... 너무나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