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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큰 라라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17
댄디 데일리 맥콜 지음, 김경미 옮김, 정승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엄청나게 큰 라라
즐겁게 읽고 유쾌한 웃음을 주며 끝나는 책도 있지만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신선한 충격을 주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책도 있다.
엄청나게 큰 라라는 후자 쪽의 책이다.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른 특별한 형식으로 라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라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는 래니라는 열 살짜리 소녀이다.
스미스 선생님의 글쓰기 수업을 듣고 그 과정 그대로 글을 써나간다.
연습과정까지 그대로 보여주는.
등장인물과 발단, 각인, 악역, 배경, 대화, 대립, 주변인물, 갈등, 긴장, 위기, 반전, 세부 내용, 전환, 상승, 절정, 초절정, 대단원의 구성을 지닌 이야기는 파리 초등학교의 엄청나게 큰 라라를 중심으로 각각의 역할에 맞게 전개되는데 글쓰는 이 자신의 이야기와 어우러진다.
추천인의 말을 빌리자면 큰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 분수처럼 솟구치는 이야기가 바로 엄청나게 큰 라라이다.
복도의 불빛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엄청나게 큰 덩치를 가진 라라는 처음 그 등장했을 때의 모습처럼 아이들의 짖궂은 놀림과 장난에도 전혀 화내지 않고 자신의 미소를 한 조각씩 나누어준다.
읽고 있노라면 내 자신이 화가 나 책 속으로 들어가 제발 그만 좀 하라며 라라 대신 화를 내주고싶을 만큼이다.
그런데 라라는 오히려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을 칭찬한다. 마치 시를 읽는 것처럼 운율을 맞추어.
경쾌한 발걸음과 같은 래니의 글은 사실 무겁고 아프다.
그런데 그 걸음을 따라 글쓰기의 과정을 거쳐 가면 어느새 라라에게 마음을 열고 있는 래니를 보게 된다.
래니의 집안 상황과 라라가 겪고 있는 가슴 아픈 일들이 글쓰기의 과정이라는 작문의 틀 속에서 라라의 진실된 마음이 주는 감동으로 연결된다.
읽으면서 여러 차례 요동치는 마음의 풍랑을 겪고 안타까운 결말에 눈물 흘렸지만 이후 이어지는 상상 속에서는 라라가 읽는 우리에게 보내오는 한 조각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글쓰기가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걸 배울 수도 있었고, 글을 쓰기 위한 소재는 쓰기 전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처럼 찾기 어려운 보물이 아니라 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음도 알 수 있었다.
엄청나게 큰 라라, 독특하고 특별한 책, 오래 오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