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츠(X) : 대략 영국서는 Trousers, 미국서는 pants, 한국서는 바지, 그러니까 해당 없고.

팬티(X) : 딸랑 한장이라도 복수로만 쓰인다. panties. 남자가 입으면 underwear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팬티를 입은 남자는 변태가 된다.

사각(Boxer, Trunk)
어떻게 입어도 폼 안난다. 큰배는 더욱 도드라지고 힢은 사라진다.
그럼에도 많은 남자들이 이것 외는 입을 줄 모른다. 이것외는 정력에 안 좋다고도 알려져 있다.

왜?
풍성하다 => 바람이 잘 통한다 => 고환 냉각에 유리하다 => 질좋은 정자생산 => 정력에 좋다.
물론 헛소리.

통풍에 좋다는 대표적 장점이 무색하게도 최악의 상황은 여름에 도래한다.
땀이 많이 나면 가랑이가 말려 올라가서 사타구니를 압박하게 된다. 점잖게 살금살금 다니면 문제 될 것 없지만 달리기라도 하면 끔찍해진다.
구보때 고통을 가장 잘 맛볼 수 있다.

다음, 이건 정말 아이러니인데, 고환에 땀이나서(혹은 허벅지에 땀이 나서) 허벅지와 들러붙는다는 거다.
아무리 통풍이 좋데도, 트렁크안에 환풍기를 설치한다 하여도, 어떻게든 땀은 나고, 부드러운 고환피부는 (이건 타인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정말 정말 부드럽다) 약간의 땀으로도 물먹은 종잇장 처럼 허벅지에 들러 붙는다. 이렇게 되면 유쾌할리는 없고 심한 경우 통증도 동반된다.
여름철이면 사타구니에 손이 가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는데 나름 체면 불구 할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삼각은 이 두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해준다.
 
삼각
용어상의 혼란이 좀 있지만  panties(그러니까 여자용)의 모든 형태가 - briefs, bikini, boyshorts, tanga, thong, G-string - 남자용 버젼으로 나와있다.

briefs : 기본형, 허리까지 올라가고 앞뒤가 넓다랍게 대충 다 가려준다.
bikini : 배꼽아래로 많이 내려간다. 따라서 허리선도 좁게 처리된다.  가장 일반적.
boyshorts : 요즘 유행하는 도로즈. 베리베리핫팬츠 같은 것.
tanga : 허리선이 아주 좁아지고 밴드 같은 걸로 처리된다.
thong : 뒷판은 없어지고, 엉덩이는 다 노출된다,  밴드로 앞판과 뒤가 연결된다.
G-string : thong에서 밴드 대신 얇은 끈을 사용한다. 허리도 끈으로 연결한다. 언뜻보면 앞판만 몸에 붙어 있다.


이하 개인적.

대체적으로 도로즈가 가장 무난한편이다. 트렁크와 비키니의 타협점이랄까. 여름시즌만 뺀다면.
브맆은 점잖은 삼각. 보급에 문제가 생겨 입을게 없을때나 입을까. (그런데 그런 경우가 잦다)
역시 가장 많이 보유한건 비키니. 95가 주종
탱가는 허리 밴드처리 된것인데 구조상 헐렁헐렁해질 요소가 많은데다 (허리를 삥 두른 밴드에 앞뒤로 삼각지 2장 겹쳐 붙인 형상) 결정적으로 100 사이즈라 통풍이 정말 잘된다. (나름 비꼰다고 한말)
thong (발음표기도 힘들다. 그냥 원어로)은 가진게 없다.
대신에 G-string은 특별한날(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때 온니) 전용이나 아주 더운날도 괜찮다.
힢에 끼워지는 스트링의 압박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으나 이건 좀 의심스럽다. 그게 잠깐이면 잊혀지거든.
밴드를 2개 사용하여 힢을 가로지르게 하는 타입도 있다.  (뒷판 대신 밴드 2개가 있다) 이건 운동선수들이 많이 사용하는데 열심히 달릴때 고추가 너무 심하게 진동하지 않도록 잡아주는게 목적이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농담으로 알아듣는다. 나도 그걸 썼었다.)
시각자료가 없어 이해하기 곤란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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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0-07-06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점잖은 삼각에 한 표. 아줌마 빤쓰라고 해야 하나 코튼 100%의 얌전한 빤쓰 입은 남자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드로즈고 비키니고 호피 무늬고 아줌마 빤쯔라야 섹시해,라고 쓰고 보니, 좀 이상하긴 하네요. 흠ㅡ.

무해한모리군 2010-07-06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입장에서 볼때 드로즈가 예쁜거 같아요.(홈쇼핑 늘 유심히 봄 ㅎㅎㅎ)
그러나 저는 잘때 남성용 커다란 트렁크 입고 자요~ 너무 편해요 이히히

L.SHIN 2010-07-06 12:03   좋아요 0 | URL
아...여자들이 가끔 '반바지'라고 하면서 집에서 입고 다니는 게, 트렁크였단 말입니..;;; -_-
색이 화려하고 유아틱해서..나는 완전히 믿어버린..;; (쿨럭)

글샘 2010-07-0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빤쓰는요???
맞아요. 시각 자료가 필요합니다!

빤쭈 2010-07-0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서 G-string 많이 파는 에메필(일본 속옷 브랜드) 가게 가면 빤쭈 진열대 옆에 불편한 건 처음 20분 뿐이라는 POP가 붙어 있어요 으하하. (그런데 전 안 잊히던데 --;)

땡땡 2010-07-08 16:08   좋아요 0 | URL
열흘 동안 빨래 안 해서 오늘 할 수 없이 에메필 빤쭈 입었는데 괜찮은데요? 님 엉뎅이 구조가 궁금하삼 --;

보석 2010-07-0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각 자료를 요청합니다! ㅋㅋ

라로 2010-07-0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각 자료를 요청합니다! ㅋㅋ2

조선인 2010-07-06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나 옆지기나 도로즈 한 표! 트렁크나 비키니나 브리프를 입었을 땐 무의식적으로 사타구니에 손이 가는걸 보게 되는지라.
 

프로이드식으로 보자면 꿈은 상징이다.
그러니까... 해몽이 중요하다는 거지.

그렇지만... 내 경우에는 그렇다고 인정할만한 여러 사례들을 가지고 있다.

상징들은 주기적으로 여러번 반복된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이 상징들을 인식하고, 꿈임을 알아채고, 이 꿈이 이제 어떻게 전개 될지 즐기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이다.
이 상황은 얼핏 보면 데카르트와는 반대로 가는 것 같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이다.

데카르트를 따르자면 꿈에서 이게 꿈임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확장하면, 현실에서 이게 꿈이 아님을 확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인가? 물론 전혀 아니다. 상당한 경우에서 내 꿈은 중첩되어 있다.
즉 꿈을 깨면 또 다른 꿈이고 또 깨더라도 역시 또 다른 꿈속에서의 꿈이며...등등

다행스럽게도 상당한 수준의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현실과 꿈을 구분하는 것이 실용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없어 보인다.
그럭 저럭 실용적인 몇가지 꿈 판별 요령으로서, 물론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지만, 이 상징들이 기준이 된다.

그러나, 사실, 꿈임을 알아채는 가장 많은 경우는 죽은 사람을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죽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전의 생시때 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대한다.
그러다 서서히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하며 그들의 계속된 출몰에 싫증을 내게 되고 (죽은자들에 대해서는 이미 가지고 있는 기억외에 새로운 정보가 있을리 없으니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 지루해진다)
드디어 한마디 하게 된다. 너 죽은지 오래 됐거든 혹은 형 태워서 묻은게 나거든 혹은 자꾸 보이면 묘 파내서 화장 할겁니다.
이지경에 이르게 되면  순식간에 그 꿈에서 깨어 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꿈에서만 깨어 난다는 것이다.
일어나 방문을 나서 보면 거실 소파는 또 다른 일단의 죽은자들로 채워져 있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에게서 눈꼽만치도 겁 먹지 않는다. 그냥 내 대뇌 뉴런사이에 끼여 있는 단백질 결정체로서의 기억 쪼가리에 불과하니까.

또 다른 명백하게 정의된 상징이 내 꿈에 있다.

한여름, 세그루의 미루나무, 시냇물,  매미울음소리, 한줄기 찬 바람.

죽음을 의미한다.
정확히는 내가 알지 못하는 죽은자, 그리고 그로 부터의 어떠한 메세지가 있음을 알리는 벨소리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십대 단한번, 이 상징이 현실이라 확신할 수 있는 상태에서 나타났을때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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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6-2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추천접니다.
잘 모르는 주제라서 일단 추천부터했습니다ㅎ

땡땡 2010-06-25 14:13   좋아요 0 | URL
선추천 후일독이 습관화 되어야 휀클럽 정회원으로 등업 되십니다.

Mephistopheles 2010-06-2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꿈은 강박관념의 표출이에요.
제 악몽은 언제나 똑같아요. 어두운 학교 건물에 갇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쫒겨 학교 건물을 못 빠져
나오고 계속 도망만 다니죠.

Forgettable. 2010-06-2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요즘 연애하는 꿈만 꿔요. 미치겠어요.
외로운듯;

전 멋진 남자가 절 매정하게 찼는데, 이럴 리가 없어! 이건 꿈이야!! 라고 소리지르며 머리를 흔들었더니 꿈이더라고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0-07-06 08:52   좋아요 0 | URL
나의 마음이 아프다, 뽀. ㅋㅋㅋㅋ

마노아 2010-06-2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음 편 기대하겠습니다. 요새는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계셔요. 기대기대...
 

문득 잠이 깨었다.

그녀의 냄새가 나를 깨웠다.
냄새는 종종 목소리, 얼굴의 기억보다 더 강하며 또 다른 감각의 세계에 속하는 그녀를 만든다.

도시의 밤은 결코 어두워 지지 않는다.
별이 없는 밤하늘은 으스름한 전등갓 처럼 밝혀진다.

친근한 그녀의 목소리가 벽 너머 콘크리트 기둥을 타고 올라와 창을 미세하게 진동시킨다.

밤안개가 뚜껍게 깔려 있다.
천천히 흘러가는 안개를 따라 가로등 수은불빛이 아지랑이 처럼 흐느적 거린다.
축축한 습기를 머금한 향긋한 흙냄새에 싸인 잔디밭을 가로 질러간다.

유쾌한 흥분으로 뜰뜬 그녀의 반 옥타브 높은 목소리가 이제 뚜렸해진다.

세그루의 미루나무 그리고 그 사이를 돌아가는 시냇물, 나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한여름의 멀리서 울려오는 매미울음과 사이사이 조용히 지나가는 풀벌레소리.
플라타나스의 그늘 아래 소름끼치도록 차갑게 스쳐가는  한줄기 바람.
심연속으로 천천히 천천히 가라앉는 졸음. 신이여 해체된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자그마한 공터에 낮게 깔린 엷은 안개를 날리며 나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다운 그녀.

새벽안개는 밝아지며 이제 그녀는 마치 영원히 그래 왔던 것처럼 나무그루터기 사이를 가볍게 뛰어 다니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알아 보지 못한다.

한여자가 나무 등걸에 앉아 있다.
그 여자의 무채색 옷이 안개와 어울려 그 여자가 있음을 알아채지 못하였다.
그 여자를 바라볼때 그녀의 얼굴에는 빛이 번득이며 그 여자에게 말을 걸때 그녀의 목소리는 소풍길에 나선 어린아이처럼 기쁨에 튀어 오른다.
 
그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여자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어떤 말보다도, 그 어떤 행동보다도 그녀에게 살갑게 대함이 느껴진다.

나는 그 여자 앞에 서 있다.
그 여자 또한 얼굴을 들어 나를 찬찬히 바라본다.
그 여자에겐 눈이 없다. 입도 없다. 코가 있을 자리에는 적당한 돌기가 있다.
그 여자에겐 얼굴이 없다.

나는 잠깐의 슬픔과 가벼운 소름이 지나감을 느낀다.
나는 그 여자를 모른다.
그러나 그 여자가 왜 거기에 있는지는 안다.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다운 그녀.

문득 잠이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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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6-23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우연이라고 하기엔..사실 저도 그 여자를 종종 만납니다. 백화점 쇼원도에서요.
(요즘 마네킹이 제작비 절감 차원인지 눈,입은 없고 코 비스무리한것만 만들어놓더군요.)

chika 2010-06-23 22:43   좋아요 0 | URL
끝에 조금 무서워지려고 했는데 메피님 덕분에 웃고 갑니다. 히힛,,, (본문은 다시 안읽으랍니다 ㅠ.ㅠ)

마노아 2010-06-23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시에서 갑자기 호러가 연상되었어요. 반전의 대왕!

땡땡 2010-06-2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왜왜왜왜왜왜? 그 여자는 거기 있었어요? 왜왜왜왜왜?

Mephistopheles 2010-06-23 16:21   좋아요 0 | URL
(이글이글) 이 빠졌습니다.

Joule 2010-06-2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홉의 <미녀>를 읽어보세요.

레이 님은 죽은 사람들과 같이 사는 사람 같아요.
 

한달전.
착시를 일으키게 하는 게 무엇인지를 확인 하기 위하여 대낮에 그 곳을 통과할 기회를 만들었다.

항상 같은 곳에서만 나타나는 두 여자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으며 그 정체도 금방 확인되었는데,
뒤에 있어 잘 드러나지 않았던 조그만 여자는 커브 길 주의 표지판.
앞에서 눈이 마주치기도 했던 여자는 커브 길 반대편을 보여 주는 볼록 거울.
대략 그러리라 예상했던 바라 별 놀라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무언가 강한 부조화가 느껴진다.
표지판이나 거울 모두 심하게 낡았다.
표지판의 노랑 페인트는 대부분 벗겨져 나갔고 철제 기둥은 뻘겋게 녹슬어 그게 예전엔 표지판이었다는 추측만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까 표지판이 아닐지도 모른다.
거울 표면은 타이어에 튕겨져 나간 돌에 부딫혀 온통 곰보가 되어 있다. 금속판을 코팅하여 만든것이라 깨어질 수는 없으니까.
기둥은 말라 비틀어진 덩굴로 온통 감겨있고 여기 저기를 무언지 알 수 없는 시커먼 물체가 덮고 있다.
이 도로의 다른 모든 표지판은 완벽하게 도색되고 잘 정비되어 있다.


3주전.
자정이 넘은 시각, 오후부터 비는 끈기 있게 계속 내리고 있다.
무슨일인지 앞차가 섰다.
걸기적거리면 추월할 요량으로 앞차와 조금 간격을 두고 섰다.
깜빡했나.
뒤에서 부터의 둔탁하나 강력한 충격과 함께 차가 앞으로 튕겨 나갔다.
앞차는 언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졸음이 몰려 왔다. 끔찍할 정도로. 손가락 하나 꼼짝 할 수 없이 피곤하다.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잠들었나 보다.


다음날.
사고 경위 조서 내용
가해차량(8톤 덤프)이 야간에 정차중인 차량을 발견하고 급히 피하였으나 빗길에 미끄러져 피해차량의 후미를 추돌한 사건.

덤프의 범버는 승용차의 그것 보다 훨씬 높아 뒤 트렁크, 뒷유리, 뒷 좌석 상부를 재활용 캔 처럼 짓이겨 뭉개버렸다.
3번째 폐차 수준의 사고에서 이제 처음으로 순수 피해자가 되었다.

보험사 직원이 와서 묻는다.
가해 기사분이, 2명이 타고 있었다고 했는데 한분은 다른 병원에 가셨어요?
 

조금전.
못 보던 표지판이 나타났다. '인천'
반사적으로 그 쪽으로 돌았다.
30분을 족히 달렸다.
딱 한번 반대 차선으로 지나가는 차가 있었다.
길이 점점 낮익다. 그러나 오래전의 기억이 아니다. 불과 십여분전의 기억이다.
거대한 공동묘지를 가로 지르는 좁은 길을 달리고 있다.
가도 가도 묘지는 이어진다.
아무래도 맴돌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인에게 전화를 했다.
네비를 켜라.
네비 절대 불신자인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네비를 켰다.
잠시후 네비 화면에는 고층 건물들이 빽빽히 들어선다.
네비가 현 위치를 알려준다.
"홍대 입구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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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0-06-05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무섭다.

2010-06-05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6-05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읽어도 후덜덜이에요. 간밤에 읽었으면 잠 못 들었을 거예요.ㅜ.ㅜ

Mephistopheles 2010-06-0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네비는 자주자주 업데이트 시켜야 합니다. 레이님.

chika 2010-06-05 10:32   좋아요 0 | URL
ㅋㅋ 무서운 얘기는 꼭 메피님과 함께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Mephistopheles 2010-06-05 21:29   좋아요 0 | URL
치카님은 내가 아직도 메피로 보이나봐요..므흐흐.

chika 2010-06-06 00:04   좋아요 0 | URL
ㄲ ㅑ ㅇ ㅏ 악~~~~~~~~~~~~~~~~~ ㅠ.ㅠ

2010-06-19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향에선 멧돼지가 종종 사람을 파먹곤 하였다.
물론 잘 묻어 놓은 걸 파내서 먹는거다.

이놈들이 할아버지를 갈기갈기 뜯어 놓아 날 피곤하게 만들었다.
복원하는데에 수백만원의 현찰이 날라가고 경찰이 오라가라 하는 통에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처지에 기아선에 놓일뻔 하였다.
이렇게 된 근본 연유는 전적으로 작은 할아버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황당한 집안 전통이란 걸 들어 왜 멀쩡한 관뚜껑은 다 뜯어냈느냔 말이다.
자기 관은 멀쩡하게 해서  묻었는지 사촌들에게 물어 봐야 겠다.

애들은 어릴적에 잘 죽는다.
나도 여섯살이 넘어 출생신고가 되었다.
출생신고서랑 사망신고서를 같이 접수하자면은 참 번거러울거다.
애가 귀하다고 너무 일찍 출생신고만 덜렁 해 놓고서는 사망신고는 하지 않아 수십명의 귀신들이 호적에 줄줄히 붙어 있다.
호적 한번 떼면 십수장이 나온다. 이 귀신들을 구천에다 쫒아버릴려면 하나 하나 소송을 해야 한데서 그냥 내벼 뒀더니 호적이란게 없어졌단다.

애들은 관에 잘 넣지 않았다.
그냥 거적데기에 둘둘말아, 그 집에선 가장 좋은 이불이라고 주장들은 하지만, 구덩이에 던져 넣고 큰 돌덩어리들로 꾹 눌러 놓았다.
보름달이 뜨면, 무덤에서 기어 나와, 산을 내려가서, 자기 집을 찾아가, 엄마 아빠 옆에 끼어 들어 올까봐 돌덩어리로 눌러 놓은건 물론 아니다.
머 가끔 그런 극성 맞은 애도 있다고 수근거리기도 하지만, 들개가 파 갔다는 소문만큼 믿을게 못 된다. 다 돼지 때문이다.

산을 네개 넘으면 옆동네 바운더리에 들어간다.
그 동네엔 거친놈들이 몇몇 있어 학교에서도 마주치는 걸 슬슬 피하는 판에 산길에서 본다면 절대 바람직한 상황이 될 수 없으므로 산속 깊이 들어갈때는 충분히 조심하여야 한다.
한날은 메뚜기 잡아 먹는데 정신이 팔려 너무 깊이 들어 갔다가 조그만 다리 하나를 줏었다.
거무틱틱하게 적당히 썩은 걸로 보아 죽은지 그리 오래되진 않아 보이지만 이거 하나 가지고선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는다.
옆동네 애 인게 분명하지만, 울 동네에서 근자 죽은 애가 없으니까, 세상만사 확실히 하는 게 좋지. 괜히 옆동네에 내려 갔다가 안 좋은 꼴 당할수는 없으니까.
해서 머리를 찾아, 그래야 누군지 알지, 근방을 열심히 샅샅히 뒤졌다. 한손엔 메뚜기를 줄줄히 꿴 억새를 들고, 다른 손엔 줏은 다리짝을 지팡이 삼아 들고.
그러나 해가 산에 걸리기 시작하니 모든걸 포기해야만 한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가 홍수난 다리위에 멍청히 서 있다 물살에 휩쓸려 떠 내려 갔다.
그 애 아부지가 지류를 십리는 더 따라 내려가 찾아 왔다.
자갈밭, 돌덩어리들, 계곡, 암초, 갖가지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딫치며 그 거리를 떠 내려갔으니 믹서에 넣고 돌려 덴거나 진배 없다.
처음 발견했다는 친구말로는 그냥 쓰레기 뭉치인줄 알았단다.
산으로 올라가는 그 애 아부지를 뒤 따라 갔다. 지게에 담긴 정부미 자루위로 툭 튀어 나온 발려진 뼈를 보고서는 그냥 슬퍼졌다.
그래서 더 이상 안따라가고 지척에 있던 할머니 무덤옆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울었다.
며칠후 경찰이 와서 정부미 포대를 도로 파가지고 갔다. 그 애 아부지두 지 맘대로 딸을 묻었다고 같이 붙들려갔다.
왜 그애가 그날 그 다리위에 있었는지를 아는 것은 나 뿐이다.
그래서 깊게 파인 상처는 없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사촌이 한밤중에 깊게 잠든 나를 깨웠다.
그리고 책상위에 올려 놓은 보자기에 싸인 물건에 대해 출처와 법적 문제에 대해서 짧게 알려주었다.
난 개구리가 주종목이고 그거 보다 큰 거리곤 개를 딱 한번 만들어 본거 밖에 없다고 하였지만 병원서는 눈이 많아 도저히 숨길 수가 없다고 막무가내다.
사촌이 가고 나자 어짜피 남들 눈에 띄이면 나만 곤란해지니 작업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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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 2010-06-0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페이퍼의 트리거는 왠지 '메뚜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