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테리 이글턴 지음, 정영목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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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구체적 의미는 슬픔, 불행, 비참함을 소재로 한 극의 갈래이다. 비극적인 정신은 숭고함이 드러날 수 있으며 비극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인공의 화려한 특별함에 고귀함을 더한다. 이러한 요소가 모여 그 형체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허무주의에 부딪히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비극적 예술은 고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비극은 침묵의 이면에서 울컥하고 밀려 나와 저마다의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비극의 형태는 또 다르게 느껴진다. 저마다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보편적인 시선에 따른 기준은 다소 어려운 개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관점으로 봤을 때, 현재의 비극은 죽었다고 되지만 실패와 좌절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비극을 지속하고 있다. 기존의 특권을 벗겨낸다면 실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비극의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은 여러형태의 비극을 마주할 때 더욱 명확해진다.


풍부하게 풀어놓은 인간의 힘은 비극과 역경에 관한 일들을 마주할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우리가 비극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홀로코스트는 비극이 아니라고 한다. 참혹할 만큼 무참하여 의미조차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학작품에서의 등장인물들이 고전주의적 고대의 운명 앞에서 얼마나 냉혹한 요구에 맞닥뜨렸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근대에 와서는 비극은 조금 다른 형태로 다가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여전히 비극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나 다름없었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고통을 드러내는 것은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비극이 되기도 한다. 고통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이 사회에서 비극이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극적이라는 사실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진다. 진정한 절망은 우리가 더는 말할 수 없을 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힘든 책의 철학 속에서 나름의 질문과 그에 대한 질문으로 나를 투영하게 된다. 이 묵직함은 끊임없이 이어져 오래 나를 맴돌 것 같다.



P 13 비극은 보편적이라고 하는데, 이 말의 일상적인 의미를 염두에 둔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진실이라 할 수 있다. 아이의 죽음, 광산의 참사, 인간 정신의 점진적 붕괴를 슬퍼하는 것은 어떤 특정 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슬픔과 절망은 공통어를 이룬다. 그러나 예술적 의미의 비극은 매우 구체적 사건이다. 


p 22 비극에서 사람은 늘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죽지 않는다. 진정한 절망은 우리가 더는 말을 할 수 없을 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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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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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마주하기 위해서는 세상에 만연해있는 불편함을 바라봐야 한다. 비장애인의 시선이 아닌 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사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코다 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된 것은 작년에 개봉한 션 헤이더 감독의 영화 '코다'를 통해서였다. 코다(coda)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하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약어이다. 그들은 두 가지 세계를 가지면서 태어나고 성장하며 방황과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공동체의 세계가 커질수록 그 자체에 대한 인정보다는 차이를 두는 차별이 시작되기 시작한다. 그 당연함은 누군가가 감수해야 하는 희생이 되고 공존하는 세상에선 그저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에 불가했다. 책은 세상 곳곳에 놓인 고통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겐 공감과 이해가 더욱 짙게 다가온다.  그렇게 미루어두었던 고통을 받아들이며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을 넘어설 때, 서로 다른 세계를 공유하게 된다고 한다. 처음부터 긍정적인 정체성 확립 구축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모두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다름을 마주하는 방법과 그것을 통해 이어지는 역사는 수많은 차별을 바꿔내는 결과를 맞이했다. 이 세상의 일들은 경험할 수 없어서 이해도 공감도 배움으로써 이루어진다. 모두가 마찬가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그들이 겪고 있는 긴 시간의 차별을 파악하기는 당연히 힘들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도 전에 쉽게 '장애인'이라는 말로 치부하여 다름을 틀림의 벽을 세워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모든 문제의 시작은 한 개인으로 시작하여 사회를 이루고 있는 공동체의 선입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소수와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은 과연 '대변'하고 있지 않아서 더욱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그렇게 사회는 다양성의 한계에 부딪힌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로 가득하다.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면서 차이와 차별, 다름과 틀림이 잇따라 발생한다. 그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다름의 이해를 조금이나마 나누게 되었다.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하는 상황이 온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올 때, 이루어지는 것들이 다소 폭력적인 형태로 이루어질 때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행위에 대한 규탄이 아닌 모두가 불편함을 감수하며 맞이해야 하는 고통이 과연 본질에 대한 개선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살아가기 위한 외침을 그저 소음으로 생각한다면 타인에 대한 이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은 다수를 위한 사회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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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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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가는 동안 신앙 혹은 종교의 존재에 대해 믿음을 가지지 못했다. 수많은 극단주의로 인한 종교 자체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요즘에 인센디어리스라는 책을 만나게 됐다. 극단주의에 내몰리게 된 이들의 심리를 중심으로 펼치는 이야기는 책 제목만큼이나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믿음은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 이용되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잘못된 믿음은 폭발적인 무언가가 터지고 나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잃게 만든다. 잇따른 상실로 인한 결핍으로 비롯된 믿음이 불러온 파멸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그 믿음 자체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순간에 놓이며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낯설고 이상했던 것들이 불안정한 세계에서 깊게 스며드는 어떤 것들 것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게 한다. 절대적인 믿음이 주지 못한 안정감은 또 다른 믿음의 근간이 된다. 폭발적인 무언가를 받아들이기 전엔 모르는 것투성이인 이 세상 속에서 양극단에 놓인 삶을 비춘다. 위험한 상황에 놓인 그들은 그것을 자각하면서도 결코 놓을 수 없는 믿음 속에 허우적거린다. 이 맹신은 그들의 삶에 있어서 필연적인 운명이었다. 모든 것이 될 수 없기에 더욱 필요한 종교와 사랑은 믿음으로부터 나온다. 전혀 다른 것 같으면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명확한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인상적이다. 두 가지 다 극단으로 치우치게 되면 끔찍한 결과를 불러오게 되는데, 그것의 문제점은 인식하기도 전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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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몬스터
이두온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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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대상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때, 그것이 설령 사랑이라는 감정이라고 할지라도 표류하는 감정을 느끼곤 한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면 그저 지나갈 말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믿음의 형태로 이루어진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파괴로 이끄는 성질을 띠고 있다. 하지만 믿음의 결과가 항상 옳은 방향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사랑이 그들이 광기 어리게 만든 것일까. 사랑을 겪으며 각기 다른 결과를 마주한 이들에게 돌아오는 건 그저 집착에 불과한 허무였다. 러브 몬스터는 이런 것이다.


사랑이라는 정의에 반기를 드는 책 ‘러브 몬스터’는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알 수 없는 종착지를 독자들로 하여금 끌어당기고 있다. ‘사랑 앞에선 그 누구도 제정신일 수 없다’라는 문구처럼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의 광기를 보여준다. 그렇게 공통의 목표를 안고 사랑을 좇던 이들은 결국 허상으로 가득한 허기만을 남기겠지만 끊임없는 욕망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저 SF 장르처럼 느껴졌던 책이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전혀 다른 모습의 장르를 보여주며 혼란스러움을 가중하지만, 그 나름의 의미를 찾아간다. 강렬한 사랑의 압도적인 광기가 곳곳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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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의 방주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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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과 성장 그리고 과도기를 지나 지금의 시대에 도래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떤 것 하나를 선택할 수 없는 지금의 시대에 문학과 과학이 일맥상통한 미래의 상황을 모르는 만큼, 인간성이 또 어떤 양상으로 변화할지 감히 예상할 수 없다. 이 허무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좇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이라는 버거움에 밀려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꼈던 일들이 책 환영의 방주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나타난다. 인식하지 못했던 사회문제들을 관통하며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상황을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9개의 단편도 매우 인상적이지만 작가 노트를 차근차근 읽어본다면 작가님의 의도와 내가 파악한 것이 맞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때론 재난의 모습으로 때론 과학 기술 발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야기들은 묵직하면서 매우 날카롭게 느껴진다.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들은 현재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이젠 미루지 않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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