큔, 아름다운 곡선 자이언트 스텝 1
김규림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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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것에서 개발된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활동에서부터 시작하여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사람 간의 단절을 메워줄 하나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상실을 채워주기도 했다. 그렇게 발전을 거듭해 인간형 안드로이드 로봇은 어느새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있었다. 물론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존재했지만 아직은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내면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흔적을 만들어서 상처를 입는 게 두려웠던 제이는 관계의 단절에 개의치 않는다. 기대하지 않아서 실망하지 않고 관계를 맺지 않아서 끊어질 일도 없다는 생각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런 기억으로 현재를 살아온 제이는 상처와 원망으로 뒤덮인 이 회사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아버지에 관한 모든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올곧게 따라오는 유려한 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철저한 인간중심의 사고는 변하는 마음과 사랑의 방향 결과로 인한 잔혹함으로 짙게 흔적을 남긴다. 그것을 고려 하지 않았어도 생기는 문제들은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움에 갇히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를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쌓아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쓸모없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두 개의 선으로부터 시작해 사랑으로 만들어진 곡선은 함께 하는 모든 기억으로 존재한다. 일방의 감정이 아닌 맞닿은 마음은 어떠한 위기가 와도 서로의 곡선으로 남아 이때까지는 보지 못했던 섬광이 일으켜 눈부시게 아름다움을 펼쳐낸다.

두려움은 그것을 떨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방어기제를 펼친다. 가장 간편한 방식으로 드러나는 폭력성은 몇 가지 조건만 갖추면 폭발적으로 나타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습도 똑같은 모습을 하게 만든다. 불안은 전염성이라고 했던가. 마치 모두가 그 모습을 감춰왔던 것처럼 급격하게 번져가는 불안과 혐오는 기폭제가 되어 당연한 차별로 이어진다.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것이 자신에게서 보인다는 사실을 잊은 것처럼 목적도, 수단도 잃은 채 그 자리를 맴돈다.

많이 다뤄진 소재이지만 여전히 흥미로움을 많이 남기는 안드로이드 로봇에 관한 내용이라서 많은 기대를 하고 책을 감상했다.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고 상당히 재미있었다. 보통은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들과 인간들의 전투로 시작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없는 설정이 인상 깊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수많은 상실을 다루어 낸다. 하지만 제이와 균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내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많은 것들을 다뤄내지 못하는 아쉬움은 존재한다. 사랑의 관점에서 본다면 완전하지만, 인류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결말을 마주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극단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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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 무성애로 다시 읽는 관계와 욕망, 로맨스
앤절라 첸 지음, 박희원 옮김 / 현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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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하지 않은 사랑의 형태를 마주하기 전까지는 일원화된 개념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절한 언어로 표현된 '무성애'는 경험 해보지 못한 세계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마치 발명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개념이 무성애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어떤 한 단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무성애'(ASEXUALITY)는 이분화되지 않은 스펙트럼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하지만, 전부는 아닌 무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한다.

우선 무성애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성적 끌림과 성적충동에 대한 개념이 확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성적 끌림은 '정신적으로' 다른 누구에게 느끼는 것이며 성적충동(리비도)은 '신체적' 반응으로 성적 해소를 원하는 욕망이다. 따라서 성적 끌림은 성적충동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성적 끌림과 성적충동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유성애의 세계와는 달리 '성적 끌림'이 존재하지 않는 무성애의 세계는 이러한 섹슈얼리티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만 했다. 아닌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정의를 내려야 하는 모순에 빠지며 겪게 되는 혼란스러움은 배타적이라는 시선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정해지지 않는 것을 정의하는 일은 그만큼 무성애의 세계가 포괄적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가치중립을 지키고 있는 무성애는 고정되지 않아서 그 미묘함을 설명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고정관념은 이상적 남성성을 추구하며 남성성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져 강제적 섹슈얼리티를 강하게 요구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것에 합류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처럼 관계하지 않는 인구에 대한 두려움이 이렇게 표현된다는 것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편견과 관련된 성적 끌림에 대한 내용은 유색인종과 백인, 여성과 남성, 비장애인과 장애인으로 나뉘어 정의된다. 당연할수도 없는 성과 관계는 정치적이며 더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한 가지만 생각하면 다원화된 이 사회를 해석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나에 대한 규정을 '나'에게 맡기지 않고 사회에 속한 대로 해석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기준을 조정하게 된다면 '해방'이 아닌 '통제'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 '-다움'이라는 문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당연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생각보다 매체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저자가 추천한 작품은 216p에 기술되어 있다) 이 복합적인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하나의 단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이름이 있다고 해도 그 전부를 설명하기 힘들고 온전한 것으로 존재하기도 힘들다. 그만큼 어떤 단어는 그 전부를 표현하지 못하곤 한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각기 다른 경험에서부터 오는 생각이 단어에 반영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꽤 자주 나오는 단어 중 하나인 '기본값'이라는 용어는 사회가 규정한 '비정상'이라는 개념으로 쓰인다. 그러면서 폭력적인 규범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예기치 못한 생각의 범주로 독자들을 빨려들게 한다. 만약 '무성애'가 '기본값'이 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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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 - 일, 생활, 연애, 인간관계, 돈 고민에 대한 마음 치료제
정신과 의사 TOMY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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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인 Tomy는 수많은 환자를 진찰하며 고민을 완화시키는데 효과적인 단어를 메모하여 정리하였다고 한다. 자신에게도 큰 힘이 되어주었던 말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책 '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은 처방전처럼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면 좋을 말들로 가득하다.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 와 닿을 말들을 실어 둬 생각은 하되 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보다 더 나은 정신건강을 위한 처방전을 건네어준다. 결코 짧지 않은 단어들이 나의 마음을 두드린다. 


한마디 말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하지만 타인이 하는 말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생각을 하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수많은 고민의 진정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에 큰 도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각의 길을 마련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억지로 하지 않는 것, 적당한 것, 우리의 삶 속에서 제일 간단한 것이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사는 의미를 찾지 않아도 지금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으니 지금 현재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지금의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거듭된 순간들을 마주하고 때론 견디기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눈 앞의 현실이 때론 너무 분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일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땐, 현재를 생각하지말고 미래의 시점으로 자신을 옮겨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되는 대로 되게 하기" 능력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간단하고도 어려운 것들은 내 자신이 말해주지 않으면 인지할수조차 없다.


때론 어떤 말들이 납득할 수 없을때도 있다. 가치없다고 여겨지는 것들도 물론 존재한다. 그래서 남을 싫어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싫어하는 마음은 그 무언가를 신경 써야 이루어져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을 생각하며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떠올리는 일은 중요하다. 순간을 거듭해 나가며 미래가 될 현재, 과거가 된 현재를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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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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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하고 더운 날씨를 훌훌 날려버리는 건 단연 공포물을 보는 것이다. 거기에서도 단연 학교 괴담은 색다른 공포를 자아내어 더욱 흥미롭게 여겨진다. '여고괴담' 시리즈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학업 스트레스가 최고치에 다다른 한국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괴담은 그 안의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응축되어 기이한 형태로 발전해 간다. 다른 곳에서는 이해해 주지 못했던 청소년들의 불안감과 긴장감은 '공포물'에서 최고조가 되어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학교 괴담은 서늘함을 자아낸다.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서늘한 공포는 각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공통의 주제로 펼쳐가고 있다. 학창 시절에 겪었던 일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어서 더욱 두려웠다. 예전만큼이나 강제적인 것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학업 스트레스는 여전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 사회와 어른들은 얼마큼 대처를 잘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형식적인 모습들이 여전히 그곳에 자리 잡으며 다른 형태의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결국에는 학교라는 공간에 머물러 빠져나가지 못한 이야기들은 '괴담'의 형태로 머문다. 그것이 참이든 진실이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직면한 어른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아직 관심의 시야에도 들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6개의 단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영고 1830> 이었다. 타인에 의해, 그리고 자신에 의해 이어지는 낙인의 꼬리표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자아내는지 극명하게 드러낸다. 비극이 저 멀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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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존 프럼 지음 / 래빗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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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는 두려움은 끊임없이 경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로 여겨진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고 인간을 앞지를지 아닐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모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그렇게 시작된다. 혹시 모를 가능성은 sf라는 장르 앞에서는 그 모습을 공고히 다져가는 데 크게 기여한다.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과학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며 그 세계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마다의 선택이 미칠 영향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일생의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자명했다.

완전함은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은 '완벽함'을 추구한다. 이상을 추구하는 만큼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켜 현재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미래를 만들어 간다. 미래의 모습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알 수도 없지만 과거에 비추어 보았을 때, 무조건적인 행복은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인간을 위해 발전된 과학기술은 이중적인 면모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잔혹함을 가지고 있는 모순이 담겨있다. 늘 의도는 좋지만 '악용'이 문제가 되는 법이다. 혹시 모를 그 수많은 가능성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수놓는다. 동시에 인간을 위해 이루어졌던 개발이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향한 발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독특한 소재로 접근하며 기술의 단면을 보여준다. 인생은 깨달음의 연속이며 삶과 죽음은 유일하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죽음을 병이라 칭하며 영생은 계속 이어진 것으로 표현한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죽음이라는 것을 수단으로써 이용하여 살아가게 한다는 건 과연 옳은 것일까. 유토피아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갔지만 결국 디스토피아의 단면을 볼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다. 조금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마저 단칼에 잘라낸다. 모든 인간의 손이 닿으면 망가지나 보다. 시간도, 사람도, 생명도. 자신의 의식을 가진 사람이 선택해도 다시 그 무한대로 들어가게 되는 걸 보면 인간은 인간인가보다. 그래서 이겨낼 수 있고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든다.

책을 감상할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이 그저 잔혹하다는 글자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의 삶은 잔혹함으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그 가혹한 것들에게서 도망쳐 온 이들이 만든 세계도 존재했기에 그 일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어떤 확신이 미래에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이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갈 것이라는 어떤 믿음이 전제로 깔려있었다. 과거와 미래가 마주하는 순간은 절대 동떨어지지 않을 우리의 영원의 모양을 찾아도 넘어설 수 없는 특별함으로 남아있었다. 디스토피아로 끝날 것 같았던 책의 이야기는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결말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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