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휴먼스 랜드 (양장) 소설Y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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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의 장편 소설<노 휴먼스 랜드>은 제3회 창비 x 카카오페이지 어덜트 소설의 수상작이다. 어느 날, 찾아온 기후 재난으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한 노 휴먼스 랜드에서 일어난 일을 다뤄낸 책 <노 휴먼스 랜드>를 소설 y 클럽 8기 활동으로 만나봤다. 상황 설정에 흥미로움을 가지고 있는 것만큼 더욱 몰입감 있게 감상할 수 있었던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흥미롭다. 또한 이 책은 기후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2044년 기후 변화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뀐 지구. 폭염과 폭설, 가뭄과 한파,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나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고 대기근이 발생했다. 지구를 회복하기 위해 유엔은 세계 곳곳을 '뉴 휴먼스 랜드'로 지정한다. 그리고 한국은 국토 전체가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되어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땅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나서 2070년, 노 휴먼스 랜드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다섯 명의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그중 미아는 누군가의 청탁을 받고 '시은'이라는 이름으로 잠입하여 수상한 점을 발견하면 보고하는 임무를 맞게 된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하게 된 노 휴먼즈 랜드 조사단은 황폐해진 서울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어야 할 이곳에서 하나, 둘씩 발견되는 흔적은 의심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과연 이곳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의심 요소들은 사라지는 사람들만큼이나 익숙하지만 자연스럽지 않았던 것만큼 반드시 밝혀내야 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일은 표면적으로 괜찮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일을 저지하기 위해선 빠른 판단력과 막을 힘이 필요했다. 문제를 직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의 모습과는 대조된다. 뒤늦은 상황 판단이라고도 볼 수 있는 내면의 갈등이 이어지고 끝끝내 자신만의 답을 찾으면서 상황을 해결해 간다. 어른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은 나름의 해결 방식을 찾아 세상을 변하게 했지만, 또 다른 세상과의 조우는 정해지지 않은 채 끝났다. 이것이 살아감의 정답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의 이득을 위한 다수의 희생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듯하다.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책의 설정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인물들이 현재 상황에 처했지만 살아가게 만드는 인생의 의미를 되찾게 만든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고 답답하게 여겨지지만, 자신의 신념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앞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굳건했다. 두려움에 익숙해지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감각해진다고 한다.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지는 못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뒤로 하고 살아간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로 인해 무기력해진 감정들이 조금씩 깨어난다. 이 세상을 구하는 일은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다시 멸망의 순간이 온다고 해도 인간이 해결해 나갈 힘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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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이해솔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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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도달할 수 없는 답을 찾아 나서고 싶을 때가 있다. 인생의 고민이 있을 때, 찾게 된 안식처에서 발견한 자신만의 답이 담겨있는 책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산티아고에 가면 "당신은 왜 이 길을 걷고 있나요?"라고 의례적으로 묻는다고 한다. 이곳을 건너는 순례자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순례를 통해 나 자신을 마주하고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던 저자에게 있어서 순례자는 '스스로 정체성을 찾는 사람'이라고 한다. 길을 잃은 것처럼 삶을 살아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부의 갈라시아 지방에 있는 도시로, 야고보의 무덤 위에 만들어진 산티아고 대성당 및 종교의 순례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어떠한 자격도 요구하지 않아 누구나 순례자가 될 수 있으며 길 위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무언가를 얻고자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오는 그곳은 산티아고이다. 저자는 31일간 두 번째 순례길 위에서 겪었던 일을 글로 풀어낸다. 800km라는 긴 여정 속에서 오로지 자신의 결정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받아들이며 어떤 의미를 받아들이게 됐을까.

32살까지 부모님, 친구 혹은 직장 동료, 사회에서부터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불러오는 공허함은 상실감으로 이어지곤 했다. 대학 졸업 직전 떠났던 첫 번째 순례길의 좋은 기억을 떠올려 두 번째 순례길을 오르기로 결심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비행기 표를 끊어 떠났지만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한 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첫 번째 순례길과는 달리 두 번째 떠나는 순례길은 좀 다른 마음가짐으로 가고 싶었던 저자는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오르기로 한다.

모든 것이 쉽게 흘러갔던 첫 번째 순례길과는 달리 두 번째 순례길에서의 산티아고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했다. 스페인의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여러 가지 변수는 처음의 마음이 흔들리게 했다. 그래서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과 홀로 외롭게 고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하는 탓에 억지로 마음을 막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만나고 도움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며 그 환경에 적응해 간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살아온 답 외에도 여러 가지 정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전과는 다르게 불편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하면서 그곳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순간을 가진다. 자연을 통해 삶의 이치를 배우는 건, 쉽게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면서도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불어넣고 사소한 행복을 배워가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의 방향성을 잡아가며 뚜렷해지는 것들을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불확실해지는 것들을 마주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내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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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슈퍼 이야기 걷는사람 에세이 21
황종권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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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친근하고 정겨운 방울 슈퍼는 꼭 주변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릴 때, 500원을 모아 피카츄 돈가스나 쫀드기, 소위 불량식품이라고 불렸던 것들을 사 먹기 좋았던 슈퍼가 떠올라서인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판만 남았지만, 그때 그 자리에 남아있는 추억의 맛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나의 기억에 남았다. 이제 책을 통해 마주한 <방울 슈퍼 이야기>는 황종권 시인의 첫 에세이로 추억 속에 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활기 넘치던 어린 시절의 방울 슈퍼를 소환해 낸다.


그가 살던 동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첫 번째 슈퍼인 방울슈퍼. 구멍만 한 추억에 새어 들어오는 방울 슈퍼는 동네의 따뜻한 무릎이자 골목의 꽃이었으며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이야기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과거의 기억에 국한되지 않는 현재의 모습이기도 했다. 지금의 자신을 구성하는 하나의 추억은 또다시 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추억을 되뇌며 절망의 순간을 떠올리기도 한다. 견디기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되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청춘의 아련함은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시대는 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그 변화에 좌절하지 않고 기다리는 일이 아닌 찾아가는 일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는 계속해서 이어져 여기에도, 저기에도 흔적을 남긴다. 방울 슈퍼는 지금 없지만 그 기억의 흔적은 지금에야 도착한 것처럼 또렷한 형체를 가지고 있다. 방울 슈퍼는 사라지고 그 시절을 공유했던 사람들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이 책을 마주하며 따뜻한 그 온도와 맛을 기억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생겨나지 않을까. 이 책에 남겨진 추억과 따뜻함은 어디에 의지할 곳 없는 이에게 고향이 될 수 있는 책이 될 것도 같다.


에세이를 보면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쏟아져 나오는 힐링 에세이에 피로감을 느껴서인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글을 보면 따뜻함을 온전히 전해 받을 수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분명히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음에도 많은 사람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글을 완성해 가는 모습을 보며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되었다. 여름이라 차가운 온도가 좋지만, 때론, 이런 따뜻함도 있어야 포기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며 사랑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했다. 살아가며 의미를 찾는 행위에 대해 의문을 품던 나에게 답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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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서울 2023
이우 외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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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서울 2023>은 1919년 김동인, 주요한이 창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동인지 <창조>에서 영감을 받아 그 정신을 계승한 문예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우, 류광호, 이수현, 주얼, 신세연) 작가들의 문학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다섯 가지의 단편 소설은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녹여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끌어낸다.

예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기준이 세워졌고 그에 따른 많은 변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져 다양성을 이루어 가지만 문학만큼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처럼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마치 꼭 정해진 길을 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문학의 영역은 이제 어떤 모습을 해야 할까.

이 질문의 대답은 책 <문학 서울>에서 얻어갈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문학은 꼭 필요한 요소로 꼭 남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술술 읽히는 다섯 개의 이야기는 문학의 또 다른 시선을 마주할 수 있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묵직하게 남아 다시 되새기고 싶은 소설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문학 서울>의 전체적인 주제는 사랑도 존재하지만 '아픔'과 '상처'를 동반하는 사회를 관통한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내포하며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안타까움으로 마무리하지 않는 따뜻한 시선이 인상 깊다. 책에 담겨있는 감정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천천히 전해져와 더욱 흥미로운 부분으로 남는다. 단편 소설이 끝나고 시작되는 작가들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각기 다른 생각과 다양성은 문학 서울이 추구하고자 하는 '문학'을 잘 드러낸다. 이들이 이끌어갈 '문학'의 미래가 기대된다.

타인의 슬픔이나 고통을 쉽게 접하는 만큼 쉽게 소비되는 감정의 무게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가볍지 않아야 할 우리의 생각에 대한 경각심을 언제부턴가 잃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신중함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대체될 수 있는 존재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큰 문제를 야기한다. 개인적으로도 큰 상실감과 무기력함을 가져다주고 타인에게 있어서도 가벼이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어떤 특별함에 대한 동경이 불러낸 그늘이 어느새 이 사회를 덮어가고 있다. 자신도 '나'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편적인 기준의 생각에 잡아 먹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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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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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땅을 밟고 살아가지만 자신의 원형을 마주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것은 어떤 경계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어려운 알으로 다가온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누군가의 지독한 방황을 통해 더욱 자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책 <서울 이데아>는 그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어디엔가에 뿌리내리고 싶었던 이의 진정한 마음은 어디에 정착하게 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스무 살의 준서는 유년 시절을 모로코와 프랑스에서만 보냈다. 이곳에서는 준서를 한국인으로 보지만 정작 자신은 한국에 대한 것을 하나도 몰랐다. 그런 상황이 다소 혼란스러웠던 준서는 이방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항상 겉돌았던 생활을 뒤로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한국에서 뿌리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늘 엄마가 정해준 방향으로 자신의 정처를 옮기던 그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곳이었다. 목적지는 서울,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자신이 느끼기에 완전한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낯설지만 뿌리내리고 싶었던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생활을 시작하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작한다.

처음은 한국드라마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모습을 '서울'에서 찾곤 했다. 드라마 <비밀의 정원>을 통해 바라봤던 서울의 모습은 치열하지만 꿈과 희망으로 넘쳐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주제곡 <나무>를 들으며 즐기고 싶었던 이상은 현실의 모습과 많이 달랐고 그 모습을 좇을수록 자신과 닮은 것을 마주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익숙함을 배제하고 자신이 바라던 한국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준서. 생각과는 달랐던 대학생활이나 그 외의 것들이 버겁게 느껴지지만 자신이 이곳에 뿌리내리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되새기며 서울에 점차 적응해 간다.

사실 가혹할 정도로 준서에게 절망이 연속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비자발적인 생활을 해왔던 준서에게 있어서 아주 큰 선택이었고 꼭 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기에 머나먼 한국으로 왔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길을 찾고 싶었고 그 발자취를 통해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은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독립'이라는 과정에서 꼭 중요한 장면이었다. 관계와 선택의 결과는 때론 가혹할지라도 다시 완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에게 맞닿던 수많은 인연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모습은 참 마음이 아팠고 언젠가는 사랑을 쫓아 자신의 이데아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속하고 싶었던 준서는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지만 '서울 이데아'라는 이상향에 절망한다.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그가 마주한 절망이 진심으로 아프게 다가온다. 준서뿐만 아니라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던 빅토르가 마주한 현실이 우리는 과연 생각하고 선택한 대로 정체성을 뿌리내릴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나를 찾아가는 한 걸음처럼 느껴진다. 선배의 말처럼 한국인, 이방인에 국한되지 않고 그저 준서로 존재하는 '서울 이데아'에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 사랑을 향한 열정, 그 과정에서 비롯되는 미숙함은 결코 우습지 않은 것이었다. 누구나 할 수 없어서, 나의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말이 훨씬 더 우습다. 비록 환상이라 할지라도, 원더랜드에 불과할지라도 나아가는 준서의 모습이 멋지게 느껴진다. 준서의 방황은 사실 그의 만의 것이 아니었다. 가장 자신이 바라던 모습에 근접하다고 느꼈던 빅토르가 겪는 고 민또 한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나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여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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