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는 수고하셨습니다 - 오늘부로 직장인 은퇴합니다
전혜성 지음 / 싱긋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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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의 챕터를 어떻게 펼쳐 나갈 수 있을까. 전적으로 나에게 달린 인생의 설계는 가치관과 직업에 따라 많은 변화를 일으키곤 한다. 사회생활 20년 경력을 가졌지만, 한순간의 비자발적인 퇴사를 겪고 나서 되돌아본 직장인 은퇴기를 그린 책 <그동안 나는 수고하셨습니다>을 소개한다. 좌절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순간에 달라질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하며 웃음을 놓지 않는 모습이 인상 깊은 책이다.


마흔의 나이에 비자발적 퇴사를 겪은 그는 그 상황 자체가 억울하기도 했지만 뭔가 되돌아볼 만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해진 것 없이 계속 변화를 맞이하는 인생 속에서 변하는 재미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직장 생활 속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열심의 방향을 잡고 ‘잘’로 끌어 나갈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남을 위한 열심이 아니라 나를 위한 열심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열심을 잘 업그레이드하면서 무엇을 위해 열심히 하는지를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위해 자기 경력을 되돌아보니 남을 위해 열심히 한 시간이 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더욱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신의 오래된 경력은 더욱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백수 생활이 길어지며 여러 가지 직업을 경험하게 되면서 백수 예찬론을 펼친다. 일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잠깐의 공백기를 알차게 채워가며 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나간다. 무적의 시간을 보람차게 보내자고 다짐하며 앞으로 조금 나아가기 시작한다.


유독 짧다고 느껴지는 구간을 지나서 뒤를 돌아보면 사람의 생애 중에 반도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 정해진 정답이 없는 것만큼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과 답을 조금씩 채워 넣는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 세상에서 꼭 한 번씩 풀어보아야 할 일들을 지금 해나간다. 좌절된 상황에서도 자신을 잘 돌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모습이다.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오늘을 위해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도 격려의 말을 건네며 그동안 열심히 일해온 자신에게도 수고한다는 말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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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심장 - 교유서가 소설
이상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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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심장>은 이상욱 작가의 소설집으로 9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인간에게 찾아올 수 있는 모든 불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선을 통해 각기 다른 불행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달라 보이지만 결국엔 같은 모습을 하는 불행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희망적인 내용보다는 끔찍한 절망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지만 불행을 통해 또 다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또 다르게 다가온다.


더 날카로운 조각으로 얇은 부위를 후벼서 생기는 현실의 생채기는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걸까. 대체할 수 없는 마음을 대신하듯 묵직한 존재는 가치에 따라 필요가 달라지며 그에 따른 의미를 가져온다. 빈틈없는 불행 속에 빠져드는 절망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처럼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길을 잃은 듯 보여도 그 쓸쓸함을 뚫고 나아가야 할 곳에 발걸음이 향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기엔 아직 알아야 할 현실의 무게가 훨씬 더 무거웠기에 일단 그 무게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단편을 이용하여 각기 다른 인간의 불행에 대해 읊는다. 어떤 희망을 바라면서도 현실에 의해 계속해서 생채기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비극적이다. 각기 다른 단편이지만 왠지 모르게 이어지는 내용은 조금씩 뭔가를 덧붙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그 사이에서의 주제 의식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절망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도 결코 그 절망에 빨려들지 않게 된다. 묵직한 만큼 또렷하게 생각날 것 같아서 인상 깊었다. 계속해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이 쓸쓸함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길 바랐다.


죽음에 대한 다른 시선은 마냥 두려움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다. 이 비극 속에서도 어떤 연민의 시선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담담함은 더욱 참담함을 부각한다. 장르를 넘나드는 책의 독특함은 한동안 머리에 각인되어 상당한 여운을 줄 것 같다. “계속된 불행의 끝에는 과연 행복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 페이지를 읽어 나가는 매력이 있었다. 간결하지만 그만큼 더 강렬함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희망을 바라고 책을 찾게 되면 많은 실망감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에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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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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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 작가의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는 SF 소설집이다. 여섯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낯설지만 동시에 사랑스러운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님의 인터뷰를 통해 기획 의도를 알 수 있었고 책을 다 읽고 보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질 것이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나타난 건에 대하여>와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를 통해 굉장히 독특하면서 현실의 문제를 적절히 섞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여전히 일과 양육이 양립되기 힘든 사회의 모습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한 존재를 등장시킨다. 바로 인공지능이라는 존재. AI는 감정을 느끼지 않고 인간과는 다르게 지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인간을 돌보고 인간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간다. 인간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질감을 줄 수 있지만 그 존재 자체의 이해를 통해 또 다르게 다가왔다. 곤란한 상황에서 그들의 등장은 정말 그 이상의 의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 된다면 많은 워킹맘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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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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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조용히 무너졌다>는 김현아 작가가 실제 정신질환을 앓는 딸을 가족으로서 보살피고 살아낸 여정의 기록을 담아낸 책이다. 고통스럽고도 사적인 경험을 공유한다는 건 다시 편견에 마주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공개적으로 나누기 위한 것은 의사인 자신조차 가족의 정신 질환에 대처하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정신질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은 얼마나 막막할지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신 질환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7년 동안 쌓아왔고 그에 따른 정신 질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한다.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뿐만 아니라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우울증과 자살이 나와는 관련 없는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혀 예상치 못한 둘째 딸에게서 발견된 상처를 발견했을 때, 자신의 세상이 모두 무너졌다. 한 가지 이유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외부 상처에 초점을 맞추던 처음과는 다르게 정신 질환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딸의 무너진 세상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가족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 질환은 오로지 가족의 몫이었고 항상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견뎌낼 수 있다고 괜찮아질 수 있다고 희망을 품으며 하루하루를 견뎌 살아간다.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온 딸 팔목의 상처는 조울증이라 알려진 양극성 장애에 의해서였다. 그 증상만큼이나 위험성이 높았기 때문에 특단의 조처를 해야 했다. 그리고 단순한 우울함이 아니라 정신 질환이라는 것을 인지하며괜찮다라는 말이 더 이상 괜찮을 수 없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치료하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들을 겪고, 생소한 정신질환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병의 이해와 복합적인 요인을 분석해 보는 것만으로도 딸의 병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만 같았다. 사회의 편견에 의한 어떤 걱정보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아이의 짧은 생 속에서 마주한 우울의 형태는 여러 순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오로지 한가지 이유로 이뤄진 일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죄책감은 계속해서 찾아왔다. 또한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계속 빗나가며 잇따른 좌절을 불러일으키기도 해서 매번 마음이 무너지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끊임없는 이해의 영역에서 딸의 고통을 마주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만 딸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 그 간절함은 그 모든 어려움을 조금씩 이겨내고 있었다. 고통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정보를 쏙쏙 뽑아내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서술한다. 어려울 수 있지만 이해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필요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자료와 사례를 통해 병을 이해하고 언급하기 힘든 단어를 마주하며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을 점차 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과도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정신 질환을 양산한다. 편견에 의해 아직 진단되지 않은 환자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현실은 괜찮은 척하고 있는 이 사회의 참담함이 극대화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기점으로 청소년과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자살 사망률이 증가했다. 여전히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여러 정책을 보았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조차도 못한 것 같다.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 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괜찮은 척 한다고 괜찮지 않다는 건 이제는 알아야 한다.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너무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단지의지에 대한 문제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우울과 심리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여전히 정신 질환 문제에 무지하며 낙인하고 은폐하는 미성숙한 태도는 그들을 끝내 음지에 머무르게 만든다. 심지어 정치인마저도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 뿐만 아니라 약자를 대변해야 할 이들이 그저 권력에 혈안이 된 이익 집단으로 변질됐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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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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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은 박소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전작 스노볼을 상당히 인상 깊게 봐서 이번 작품 또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 7부제라는 특별한 소재를 통해서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궁금해졌고 이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이 무한한 세계에 펼쳐진 요일 속의 누군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환경 파괴와 식량난과 같은 문제가 발생해 미래 사회는 인간 7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일곱 사람은 요일별로 돌아가며 하나의 몸을 공유하게 된다. 그사이에 보디 동료들은 가상 현실 공간인 낙원에서 생활하는 방식으로 나머지 요일을 보내게 된다. 물론 365처럼 환경부담금을 부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과 신체를 오로지 자신의 것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돈만 있다면 자기 신체와 정신을 모두 공유할 수 있지만 대다수 사람이 인간 7부제를 이용해야만 했다.

 

보통의 보디 메이트들은 비슷한 성격과 성향을 지닌 사람끼리 맺어지지만, 이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바로, 화인 강지나와 수인 현울림이었다. 두 사람은 신체 공유를 하고 있지만 화요일에 신체를 사용하는 화인 강지나는 수인 현울림에게 항상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만들고 몸을 넘기는 탓에 항상 부딪힌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는 다르게 울림의 생일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쪽지를 남기는 강지나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스물두 번째 생일날, 낯선 곳에 눈을 뜨게 된 울림은 알 수 없는 것에 의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으로 인해 완전히 몸을 뺏기게 되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된다. 과연 비밀을 밝혀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를 상황에서 육체와 정신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쳐 더욱 주제 의식을 잘 드러낸다. 모든 문제를 담고 있는 현재에 놓여 있는 미래는 인간 7부제가 시행되고 있는 시대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정신과 육체와 실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새로운 낙원을 발견한다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지지만, 육체와 정신이 오로지 나의 것이 될 수 없는 새롭지만, 불안정한 삶 속에 놓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타의에 의해 오늘이 결정되는 삶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런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가며 단단한 믿음과 용기로 그 사랑을 지켜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다.

 

지금보다 더 돈이 중요한 시대를 드러내는 만큼 365 7부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비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울림의 여정이었지만 결국 모두의 여정이 되어버린 이 모험은 세상의 비밀뿐만 아니라 사랑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바람이었다. 몸을 뺏기고 기억을 잃을지라도 자본도 권력도 아닌 사랑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네가 있는 요일에 매일 있고 싶다는 그 말이 정말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가상 현실 낙원 대신에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삶을 선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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