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가 이런 말을 했다.
단 하나의 진정한 여행은 낯선 땅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는 것, 다른 사람의 눈으로, 그것도 백명이나 되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우주를 보는 것, 그들이저마다 보고 있으며 그들 자신이기도 한 백 가지 우주를보는 것이리라.
- P51

첫째, 분야에 상관없이 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찾아낸다. 이는 책 내용을 꿰뚫고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을 가졌다는 뜻이다.
- P54

이처럼 부분에 집중한 나머지 미처 알아채지 못한생각이나 시각을 친절하게 알려준다면 잘 쓴 서평이다.

잘 지어진 멋진 건물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대부분의 사람은 입구로 들어가서 1층을 구경하고 계단을 올라 2, 3층을 평면적으로 살펴본다. 잘 쓴 서평은 마치 건물을 볼 때정면, 후면, 측면뿐만 아니라 하늘 위에서 건물을 내려다보며 건축가가 염두에 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듯 책에서새로운 그 무엇을 발견하게 해준다.
- P55

또한 탁월한 서평가들은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스토리와 글만 따라가지 않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 P55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예요? 이 책으로 전달하고싶은 핵심이 뭐냐고요?‘
계속되는 질문은 대부분 해답을 데려온다. 그럼 결국 두꺼운 책 한 권을 짧게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 P55

그러다 가끔은 저자위 말에 동의할 수 없는 대목에서 멈춰 서서 반박할 말을 찾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논리력이 발달하고, 근거를 찾기 위해 의식적으로 지식을확장해 간다.
- P55

둘째, 주제를 소개한 다음 자기 생각과 경험을 곁들인다.
이는 비단 서평 글에만 적용되는 잘 쓴 글의 조건이 아니다. 독서의 목적은 ‘행동의 변화‘ 이자 삶의 변화‘라는 말을들어보았을 것이다. 내가 읽은 글이 단순히 글로 머무르지않고 내 삶에 적용되어 삶을 바꾸고 생각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글이야말로 완성도 높은 글이라 할 수 있다.
- P56

하지만 독서광인 그분은 모두의 입장을 설명해주며 인과관계를 파악해보려 노력한다. 그분의 방식을 따르면 상대의 심리를 이해하고 공감 능력도 절로 높아질 것만 같다. 이처럼 디테일에 강한 리뷰는 내가 놓친 인물의 시각을 선물처럼 안겨주며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들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리뷰는 또 다른 독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 P57

만약 서평 쓰기에 익숙지 않다면, 책을 읽는 단계부터 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연습을 해보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죠?‘
‘왜 그래야 하죠?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
질문하기가 끝났다면 서평에 책의 핵심 내용을 쓰고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곁들이자. 마지막으로 책 내용과 관련된 나의 경험과 지식을 덧붙여 글을 풍성하게 만들면 좋다 - P57

나는 보통 핵심이 되는 세 가지를 추려 나열하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쓰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것이 여의치 않은책이라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을 뽑아 나열하기도 한다.
- P58

결국 서평 쓰기는 글을 쓰는 단계만을 뚝 잘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 단계부터 ‘질문하기‘를 통해 어떤 글을 쓸지 정하고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책을실컷 읽어놓고 그다음에 서평에 뭐라고 쓰지?‘라고 고민한다면 서평 쓰기는 절로 버거운 활동이 되고 만다. 그러니 책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질문하자!
- P58

나는 글쓰기도 똑같은 방식으로 바라본다. 만약 누군가내 글을 읽고 글이 참 형편없네요. 틀린 부분도 많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하기도 힘들어요.‘라는 독설에 가까운 말을 했다고 상상해보자. 물론 기분이 좋을리 없다. 부끄러워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수 없다. 하지만 그 평가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내 글을 향한 것이다. 글에 국한된 평가를 나라는 사람에대한 평가‘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 P61

작가 헤밍웨이가 이렇게 말했다.
글 쓰는 것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글을 쓰려고세상에 태어났고, 여태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내 글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에 조금도 개의치 않으리라.
- P63

우리가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시간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개인적인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나머지 낭비되는 시간을 잡아라. 그시간에 매일 글을 써서 차곡차곡 쌓기만 하면 된다. 매일글 쓰는 시간을 갖는 것, 꽤 고급스럽고 유익한 취미 생활이지 않은가?
- P75

물론 몇 번의 비아냥과 한심하다는 눈빛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럴 때 기죽으면 안 된다.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 그누구도, 설령 가족이라 할지라도 나만큼 나를 이해해줄 사람도, 나 대신 내 시간을 지켜낼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 P78

그런데 지나고 나니 그 몇 번도 진한 아쉬움의로 남는다. 스스로를 더 믿고 지지해줄걸, 남들이 뭐라는귀 닫고 못 들은 척할걸, 하는 생각들이 뒤늦게 들었기 때문이다.
- P78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지나간 일을 다시 곱씹으며 반성하는 기회도 늘었다. 가끔은 아주 부끄러운 흑역사까지 글로 담아내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물론 그런 글을쓰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지만 일단 쓰고 나면 글을 통해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 P85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아마 나보다 훨씬 많은 경험과 세세한 기억력, 긍정적인 마인드까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럼 쓸 이야기가 넘쳐날 테니 그저 쓰기만 하면 된다. 남을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내가 쓰고 싶은 걸 써보길 바란다. 그 글들이 모이면 결국 스스로를 더 좋아하게될 테고 그 값진 경험을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면 요새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인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쓰고 싶은글을 블로그에 꾸준히 써보자.
- P85

수십 권의 책을 집필한 최재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쏟아내야 합니다.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만들어서 꺼내놓기보다 우선 꺼내놓고 글을 고치는 것이 천 배 만 배 탁월한 전략이에요. 문장력이나 글솜씨에 대한 걱정은 집어 던지세요. 글의 내용이 중요하지, 형식이나 문장력은 그다음이에요

- P86

완벽한 생각과 문장을 꺼내놓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꺼내놓다 보니 생각이 분명해지고 계속 쓰다 보니 문장이 괜찮아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니 일단 쏟아내 보자, 혹시 아는가? 그 속에 진주 같은 아이디어가 숨어있을지
- P86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내 삶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각각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다. 그과정에서 가끔은 뒤늦은 깨달음을, 또 가끔은 놀랄만한 통찰력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에서 만나는사람들과 사건 중에 무의미한 것은 없다는 결론도 얻었다.
- P91

그들은 내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깨달음을 주기 위해존재했고 깨달음을 언제, 어디서, 얼마나 얻느냐는 온전히나의 몫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나의 가족은 물론 나 스스로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과 판단들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건 순전히 글을 쓰면서 일어난 내면의 변화였다.
- P91

무엇보다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었던 오랜 바람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거창한 변화 대신 소소한 변화를, 외적인 성과 대신 내적인 성과를 기대하며 글을 써보면 어떨까? 쓰면 쓸수록 당신은 스스로를더 잘, 그리고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 P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은 특허 전문 변호사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 보디워크스의 사업 분야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죽은 이의 육신을 예술적인 추모비로 바꾸는 것, 다른 하나는 젊음의 샘이었다. 어느 쪽의 잠재력이 더큰지는 자명했다.
- P41

다음 또 그다음, 가시 돋친 질문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으리으리한 선물을 받아 놓고선 포장지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늘 있게 마련이지.
- P42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사랑을 만끽했다. 나를 해방시키고, 죄책감을 안기지 않고, 나를 짓누르는 일 없이 끌어올리는 사랑을 당연히 행복해야 마땅했지만 내가 느낀 것은 무력감과 정체감, 움직이고 있으면서도 어디로도 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 P44

배울 것은 너무나 많았고, 나의 끝나지 않는 학생 생활은 언제나시작을 눈앞에 둘 뿐 실제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나는 잠재력과 가능성과 첫걸음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았다. 악기를 배워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연습할 시간이100년이라면 거장이 될 법도 했으니까.
- P44

나는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그제야 비로소 남편의 말에 깃든 진실이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실은 오래전에 눈치채 놓고서 억지로 무시한진실이었다. 눈가와 입가의 주름, 감추려고 염색을 해서 뿌리 쪽만 하얗게센 머리, 느려지고 뻣뻣해지고 조심스러워진 몸동작 같은 것들. 남편은 내나이를 이미 한참 전에 따라잡고 그대로 계속 나이를 먹은 반면, 나는 우리 둘 다 시간의 파괴력 앞에 끄떡없는 척했다. 두려워서, 끝끝내 진실을부정하려 발버둥을 쳤다.
- P46

분노도 증오도 내 안에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 기자의 질문은 내 남편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던진 것이기도 했다. 그에게 일어나는 일이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일의 전조가 아니기를 바라며.
- P48

작품의 양손을 완성하는 데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작업실에 그저 멍하니 앉아 내 손으로 남편의 손에 깍지를 낀 채 며칠을 보내곤했다. 그와 함께 낭비했던 나의 시간을 돌아보며, 결코 이루어지지않을 함께하는 삶을 상상하며, 영영 태어나지 못할 우리 아이들을그리며,
- P48

일흔한 살이던 그해에 나는 임신한 몸이었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평온을 누리고 싶었다.
존이 죽기 전에 냉동 보관을 해 놓은 정자가 있었다. 이제야, 첫아이를 낳고 반세기가 더 지나고서야, 나는 마침내 준비가 되었던것이다.

- P49

하지만 내 외모는 아직도 서른 살로 보였기에 이 남자는, 구김살없고 혈색 좋은 얼굴에 붉은 턱수염이 수북하게 자란, 미소가 천연덕스럽고 목소리가 걸걸한 이 남자는, 내 곁에 앉고 싶어 했다. 남자는 쉰 중반쯤으로 보였고 십중팔구 본래 나이일 터였다. 보디워크스의 시술을 감당할 만큼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 싶었다. - P49

"당신은 플라스티네이션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그게 왜 중요한지,
의학 연구와 교육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지 얘기해 줬어요. 나는 집에서 본 사진 덕분에 당신이 누군지 금세 알아차렸고요.
당신은 정말로 열의가 넘치더군요. 우리한테 살갗이 다 벗겨진손 한 쌍을 보여 주면서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설명해 줬어요. 그손의 근육과 뼈와 신경이 다 공학 기술의 경이로운 업적이라면서.
난 그걸 보고 당신이 스스로 만든 작품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어요. 당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도."
- P51

그 무렵의 내가 행복하게 지냈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행복을 잃고 나서 뒤늦게 행복했던 것을 알아차리는 경우는 자주 있게 마련이다.
- P51

"네 인생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어. 너한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사람처럼 행세하기 싫어서."
내가 말했다. 뒤이은 아들의 목소리에서는 앞서와 달리 이글거리는 분노가 느껴지지 않았다.
"끼어들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요. 난 내내 기다렸는데."
- P52

미안 나는 그 말이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세상에는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감정도 있으니까.
- P53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난 당신이 돌아올 거라고 철석같이믿었어요."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났다. 나의 시간이 멈춰 있는 동안 너무나많은 이들이 세상을 떴다. 그런데도 나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 P53

"몇 년 후에는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내가 얼마나 멍청한놈이었는지 그제야 알겠더군요. 당신은 나에게 삶을 줬지만,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소유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사랑은 중력 같은게 아니에요. 그냥 늘 존재하는 거라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선 안 돼요. 그러니까 나는 계속 그렇게 기다릴 게 아니라, 마땅히 내 손으로 삶을 개척해야 했던 거죠."
- P53

이제는 그 사람을 만나도 괜찮지 않을까. 
더는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을 것 같아. 
그 사람한테는 내가 필요하니까. 
나한테 그 사람이 필요했던 것보다 더.
- P54

다시 보니 그 말이 옳았다. 마법처럼 신비한 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는 일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마음속에 온기를 느꼈다. 거기에는 사랑이 있었다. 그치지 않고 흘러내리는 가녀린 물줄기 같은 사랑이.
- P54

내가 겁먹은 열여섯 살 아이였을 때에는 내 안에서 찾아 불러내지 못했던 것이, 일흔두 살이 되고 보니 자연스레 나를 찾아왔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그저 삶을 견디는 능력이었다.  - P54

그 아이는 우리가 죽음을 정복한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또한 이제껏 존재했던 거의 모든 인간이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이 그 아이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이제 우리 인간들은 영원히 아는 사이로 지낼지도 모른다.
- P55

내가 아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 때, 내 아들은 어머니가 필요한 시기를 이미 한참 전에 지나 버린 어른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을 향한 나의 사랑이 더 순수하면서도 덜 확실하다고 느꼈다. 볕에 바래오 쉬이 바스러지는.모래톱의 동물 뼈처럼 - P56

나는 허리를 숙여 아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들한테서는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만족감의 냄새가 났다.
"존엄한 죽음이라는 건 우리가 죽음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지우려고 만든 미신이에요."
언젠가 존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존은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했다. 그럴 만큼 오래 살지 못했으니까.
내 아들은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나지 않았고, 나의 삶은 그렇게또 한 번 끝을 맞았다.
- P57

그중 어떤 것도 나를 바꾸지는 못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구하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상실감에,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에 지쳐 갈 뿐이었다. 어쩌면 나는 속으로 너무 늙어 버렸는지도 몰랐다. 늙지 않게 해 주는 시술을 그렇게 많이 받아 놓고도.
- P58

"죽음이야말로 삶이 만들어 낸 가장 멋진 거예요. 나는 날마다.
매 순간마다 내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되새기고 두려운 일에 도전해요.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숨이 거칠어지게 하는 일들 말이에요. 그날 당신한테 다가갔던 것도 내가 언젠가는 늙어서 죽을 거라는 사실을 되새겼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에요."

- P59

나는 존과 함께 보냈던 길고 긴 나날을 돌이켜보았다. 그런데 기억에 남은 날들은 너무도 적었다. 끝없는 시간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기에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선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삶을 낭비했다. 그래서 기꺼이내 삶에 플라스티네이션 처리를 했다. 고치 속에 숨은 누에처럼,
- P59

세계 곳곳에서 삶이 영원히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함께 나이 들지 않았다. 함께 성숙하지도않았다. 아내와 남편은 결혼식 때 한 선서를 지키지 않았고,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권태였다. - P59

그러다 나의 차례가 오면 죽음을 맞기로 했다. 이루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이루지 못한 채로, 보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보지 못한 채로, 알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배우지 못한채로, 그러나 한 여자의 삶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린 채로, 내인생은 하나의 기다란 호(弧)가 될 터였다. 시작과 끝이 있는
- P60

"나 때문에 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 인생이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선택해야 해요."
데이비드의 말은 이런 뜻이었다. 당신은 자유로워야 해요.
- P60

"나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거야." 나는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소유하지 않아. 서로를 위해 곁에 있기를 원하는 거지."
- P60

캐시는 내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다. 우리는 함께 포치에 앉아 쿠키와 레모네이드를 나누어 먹었다. 여름이었고, 뇌우가 한바탕 쏟아진 직후였다. 세상이 낡았으면서도 한편으로 새로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죽음 없는 삶이 변하지 않는 삶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에요. 우리는 사랑에 빠질 때도 있고, 사랑에서 벗어날 때도 있어요. 연애든 결혼이든, 우정과 우연한 만남이든, 모든 관계에는 포물선이 있어요.
시작이 있고 끝이 있고, 살아가는 시간과 죽음이 있는 거죠. 엄마가찾는 게 상실이라면 그게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 P61

그러나 딸은 나와 다른 세상에서 자란 사람이었다. 모세가 약속의 땅에 들어서지 못했듯이, 나는 영원한 시간을 감당하며사는 법을 배우지 못할 운명이었다.
내가 늙어 가다가 죽기로 마음먹은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다시 그리고 또다시시작해야 하는 운명으로부터.
- P61

"나는 여러 번의 삶을 살면서 이미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어. 어떤것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끝을 맺어야 하는 법이란다."

"그럼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여성이자 영원히 살 기회를 얻은 최초의 여성이 그 기회를 포기한 최초의 여성이 되겠군요." 캐시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난 엄마가 죽는 거 싫어요. 죽음이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건 미신이에요."
- P61

믿음의 문제란 모름지기 그 끝에 이르면 합리에 기반한 주장으로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게 마련이고, 거기서는 도약을 하는 수밖에 없다 - P62

기록물이 될 것이다. 실존의 적나라한 진실에 덧씌워진 환상을 오랫동안 천천히 벗겨 가는 과정을, 그것은 낭만적이지 않다. 보기에흐뭇하지도 않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자주 지루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삶이고, 그것이 진실이다.
- P62

언젠가 내 아이들의 아이들이 감히 상상조차 못 할 날이 올 것이다. 이런 식의 존재 양식, 이토록 짧고 폐쇄적인, 출생과 사망으로괄호가 쳐진 삶이라는 것을, 그때는 아마도 나의 연대기가 이해의틈을 메워 줄 것이다. 예술 작품이 다 그렇듯이 - P62

1. 호 (10:00-10:40) 독서나눔

시간 많다는 생각에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하기

우리의 삶은

삶 ( ) 죽음
으로 마무리 된 예술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심지어 (표현 자체가 변명처럼 들리는) ‘도래할지도 모르는 미래에 관해서도 쓰지 않는다. 내가 쓰는이야기는 대부분 의도적으로,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도래할 리없는 미래에 관한 것들이다.
- P7

내가 생각하기에 과학 소설이 하는 일, 또는 적어도 내가 이야기 속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오히려 희망과 공포로 가득한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 확대경을 가져다 대는 것이다. 최신 경향을 토대로 추론하고 점차 흔해지는 패턴들을 상술하고 아직 덜 여문 혁신의 논리적 귀결을 제시함으로써, SF는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의 면면을선명하게 드러내고 강조하는 고성능 필터로서 기능한다. 그것도 좋은 면과 나쁜 면, 양쪽 모두를, 이른바 ‘사실주의‘ 문학에서라면 너무 당연하거나 너무 모호해서 알아보기 힘든 것들이 사변과 상상의세계에서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변한다.
- P8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천착한 중요한 주제 하나는 격렬한 변화 앞에서 인간으로 남고자 부단히 애쓰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다. 현대성은 전통을 전복하고 세상의 크기를 인지하는 인간의 감각을 뒤엎었으며, 이로써 몇 세대가 흘러도 또렷이 파악하기 힘들 만큼 커다란 영향력으로 우리 삶을 바꾸어 놓았다. 
- P8

오늘날 개개인은 고대의 어떤 현자보다도 더 많은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고, 그 결과 우리는 소비와 여가, 직업, 결혼, 자기 정체성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의 어느 세대보다 더 큰 자유를 누린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더 자유롭다고, 더 현명하다고, 더 인간적이라고 느낄까? 아니면역설적이게도 과거보다 더 혼란스럽고 더 답답하다고, 더 불안하다고, 그러면서도 덜 인간적이라고 느낄까? - P8

(Singularity, 특이점), 포스트 휴머니즘 같은 소재를 많이 다룬다. 그러나 핵심만 놓고 보면 이러한 이야기들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난날의 지혜가 설득력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인간으로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앞선 이들은 상상도 못 했던 갖가지 선택과 직면한 시대에 한 개인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상 만물이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 변하지말아야 할 변하지 않아도 되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
전통과 정체성, 문화, 가족, 사랑(이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를 모두 망라하여) 같은 것들의 가치는 무엇인가? 아니면 우리 발밑의 세상이 흔들리면서 그런 것들의 의미 자체도 변해 가는가?
- P9

내가 보기에 우리 인간이라는 종(種)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도록 진화했다. 나는 법학 교육을 받고 변호사로일해 온 까닭에 사실과 숫자가 인간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을 이제껏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그것은 오로지 이야기만이 할수 있는 일이다.
- P9

우리는 윤리 강령이나 두꺼운 규정집을 읽으며 도덕적인 의사나 선량한 변호사가 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는 자신이 흠모하는 이들을 모방하고, 이로써 그들의 삶을 우리스스로가 선택에 직면했을 때 이정표로 믿고 따르는 이야기로 변화시킨다.
- P10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사건들은 적잖은 경우에 우연과 돌발의 결과이다. 누구와 결혼하는지,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지, 어떤 책과 시에서 오래가는 즐거움을얻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삶을 무작위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이해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그것들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짓고, 그 이야기에 플롯을 부여하고, 스스로가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따라갈 성장 곡선을 창조한다.  - P10

우리는 저마다 각자가 만든 장대한 판타지의 주인공이다 - P11

그러나 이야기는 단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을 이해하도록돕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시간의 강을 건너가는 동안 길잡이가되어 주기도 한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또 원래 출발한 곳이어디인지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목적을 지니고 앞으로 나아가며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고자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결국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셈이다. 미래를 예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 P11

삶을 이런 식으로 보는 관점에는 희망이 존재한다. 

우리는 결국 누구도 아닌 자기만의 이야기를 쓴다. 이로써 우리는자기 운명의 저자가 된다.
- P11

이처럼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까요.
- P12

기자들은 누구나 내 손부터 본다. 얼굴을 빤히 볼 엄두는 차마 나지 않아서 손을 뚫어져라 보는 것이다. 검버섯과 주름진 살갗, 관절염 때문에 부은 손목을,
- P15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차갑게 잘박거렸고, 이따금 조가비 부스러기가 발바닥을 콕콕 찔렀다. 그런데도 물가를 따라 줄곧 맨발로 걸은 까닭은 등 뒤로 이어진 내 발자국 모양에 넋이 나가서였다. 자국하나하나가 야트막한 굽이였다. 방금 막 파 놓은 무덤처럼.
- P17

등 뒤에 남은 발자국 모양 무덤들에 뭐가 묻혀 있는지를, 나는 그때 깨달았다.
- P18

채드를 만난 건 그때껏 나한테 일어난 최고의 행운이었는데, 어쩌면 나는 그 행운 속에 함정이 있을 거란 생각을 처음부터 했던 것 같기도 하다 - P19

아니면 단순히 채드가 그 일에 말을 보태는 게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서 채드는 이 고결한 일에, 오래된 동시에 새롭기도 한 이 일에 관여할 권리를 이미 박탈당한 사람이었다. 나는 임신중단이나 입양 같은 선택지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내 몸이고, 내 삶이고, 내 아기였으니까.
- P19

나는 기다렸다. 찌릿하게 연결되는 느낌을, 모든것이 선명해지는 감각을,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 줄 따사로움을.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것은 찾아오지 않았다.
- P20

내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간호사는 우는 어린것을 안고 자리를 떴다.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달라질 듯도 싶었다.
아니면 그 어린것이 사라지거나.
하지만 그것은 당연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소리 내어 울며,
요구했다. 간호사들이 한 시간마다 교대로 나를 찾아와 엄마가 해야할 일을 가르쳐 주며 클립보드에 끼운 문진표의 목록에 하나씩 확인 표시를 했다. 나는 번번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는 동안 비명을지르고 싶었다. 그것이 내 젖꼭지를 깨물었을 때 너무나 아팠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기분은 안 들었다. 고결한 일이라는 느낌도 없었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실수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 P21

내가 끼니를 굶는 일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내 손이로 내리찍은 발등을 지켜보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할 처지였다.
기저귀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도 싫었다. 이유식 냄새도 역했다.
졸음은 늘 쏟아졌다. 나는 아기가 꼴도 보기 싫었다.
- P22

나는 울었다. 온 우주에 나 혼자였고 내 힘으로 되는 일이라곤 우는 것뿐이었다.
- P22

"나는 아기가 있는데."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얼빠진 사람처럼, 유아차를, 바보처럼, 우리 조그만 찰리를,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다. 난 저 덫에 걸렸는데.

- P23

"아기가 누구의 소유물인 건 아니잖아."
남자가 말했다. 그러고는 내 곁에 앉더니, 꼭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마주보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유할 순 없으니까. 나는 제임스라고 해."
남자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이에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너를 옭아맬 덫 같은 건 없어. 너한테는 이 길밖에 없다고 제풀에 믿어 버리지 않는 한은 - P23

"잘 있어." 나는 찰리에게 말했다. "넌 내 소유물이 아니야. 나도네 소유물이 아니고."
- P24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렇게 첫 번째 삶을 등지고 떠나면서 나는비로소 자유로워진 기분이 들었다.
- P24

내 사랑. 그 사람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유할 순 없어. 
너랑 나는 영원히 자유야.
- P25

그래도 마음은 아팠다. 친절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남자였지만,
제임스는 내게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꼭 잔디 마당이 딸린집에서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을, 돈 때문에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다.
는 것을, 의무와 덫과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날로 삶을 채우지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런 교훈을 남자들은 본능처럼 알지만 여자들은 배워야만 아는 듯싶었다.
- P25

제임스에게서 자유가 무엇인지 그토록 많이 배웠는데도, 나는 아침이면 그의 널따란 어깨가 뺨에 닿는 느낌이 그리웠고, 밤이면 그의 손이 허벅지에 닿는 느낌이 그리웠다. 결국 나는 그의 것이라고,
또 그는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사랑한다는 말은 서로간에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말 같은 것은 중요하지않았다.

- P25

자유는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P25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에마가 말을 거의 무용지물로 여기는 것을 깨닫기에 이르렀다. 말은 생각의 그림자, 그 자체가 믿기 힘들고잡기 힘들고 비현실적이었다. 육신은 플라스티네이션을 통해 보존되어 영생을 얻었다. 하지만 아세톤과 폴리머가 혈액과 수분의 자리를 차지할 때, 생각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 P29

"어쩌면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몰라."
언젠가 에마가 내게 한 말이었다. 에마는 유물론자였다. 그래서자기 손으로 주무를 수 있는 것만을 믿었다.
- P29

남의 양손을 해부하고 방부 처리까지 해서 자기 집 거실에 여봐란듯이 놔두다니,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이 그런 생각을 할까? 그것 또한 덧없는 삶과 경이로운 인간의 육신을 관조하는 한가지 방식일까?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이 ‘메멘토 모리(mementomori‘는 라틴어로 ‘그대가 죽을 운명임을 명심하라‘라는 뜻으로서 삶이 유한하다.
는 사실을 일깨우는 경구이다. ― 옮긴이)‘를 중얼거리며 바라보았던 해골처럼, 저 손도 보는 이에게 필멸을 상기시키는 상징일까?

- P31

에마는 알 게 뭐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질문이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이야. 답이랍시고 돌아오는 것도거짓말이거나, 믿고 싶지 않은 것들이고." - P31

나는 에마에게 작품의 손가락을 세공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이놓았다. 손가락 주위의 신경에 수술칼을 댈 때면 여지없이 내 손가락에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종종 일손을 놓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당신의 거울 신경 세포가 간섭해서 그래." 내 이야기를 들은 에마는 그렇게 말했다. "극복할 거야. 극복해야 돼. 내 경우엔 항상 얼굴이 제일 세공하기 힘들었는데, 결국엔 얼굴 보기를 그만뒀어. 윤곽하고 음영, 색조만 보게 된 거지. 우리는 남들이 점토를 깎아내는방식으로 살을 깎아내니까."
- P32

"육신은 반드시 사라지는 법이지." 떠나려고 돌아선 에마가 입을열었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으니까.  - P32

조그마한 찰리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제임스와 함께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동안 동트기 전의 어둠 속에서 울고 있었을찰리가 찰리의 꼭 움켜쥔 자그마한 두 주먹이.
그리고 나는 혼자였다. 늘 그랬듯이. 또한 덫에 걸린 신세였다. 늘그랬듯이,
- P34

"그런 일을 날마다 하는데 몸이 멀쩡하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죠.
제 아버지는 생전에 하던 일을 예술이라고 포장했을지 몰라도, 죽음을 삶처럼 꾸미다 보면 결국에는 스스로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지요 - P35

"슬픔은 힘이 세죠. 사람의 세계관을 바꿔 놓기도 할 만큼요."
존이 말하는 동안 나는 그의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무릎위에 차분하게 포갠 두 손이 꼭 생각에 잠긴 불가사리 한 쌍 같았다. 마치 …… 서로의 감정에 이입한 것처럼.
- P36

"우리 아버지는 현대인들이 죽음으로부터 너무 철저하게 격리되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보디워크스를 세웠어요. 사람들로 하여금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죽은 육신을 동력이 끊긴 기계처럼 보도록 강제하는 방법을 써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싶었던거예요. 아버지는 죽음을 우스꽝스럽고 절대적이지만 두렵지 않은것으로 바꾸려 했어요."
- P36

"하지만 죽음을 너무 깊이 생각하다 보면 삶이 멈춰 버리기도 해요. 그건 플라스티네이션 자체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우리는 가끔잊어버리는 사실이지만."

- P37

내 눈앞에서 내 손이 저절로 날아오르더니, 허공에 있는 존의 손과 만났다. 두 손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춤추는 한 쌍처럼. 기도하는두 손처럼. - P37

"난 당신이 좋아. 하지만 난 고등학교도 안 나왔어. 할 줄 아는 거라곤 근육에서 근막을 벗겨내고 사람의 양손을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재주뿐이야. 당신이랑 나는 사는 세상이 달라. 절대로 행복해질수 없어."
- P37

나는 상상했다. 20년 전에 조그마한 라텍스 주머니 하나가 제 할일을 다했더라면, 나의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랬더라면 나도 연거푸 후회하지 않고 삶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 P37

"우리 아버지의 관심사는 부패를 멈추는 거였어요. 영혼이 떠나버린 육체를 정지 상태로 보존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나는그보다 훨씬 더 멋진 걸 하고 싶어요. 노화와 죽음을 정복하는 거예요 - P38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야. 엄마가 되는 법을 모르는 사람."
- P38

"이미 작동을 멈춘 틀을 신기한 것처럼 구경하느니, 차라리 그 틀의 작동 기한을 최대한 연장하는 게 낫지 않아요?"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어. 그래서 삶이 의미 있는 거잖아."
"그건 선택의 어지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하는 거짓말이에요. 시인들이 영생을 구하려 애쓰는 이를 폄하한 건 아무 힘도 없는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서였고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무력하지 않아요."
- P39

"단지 수백 년을 살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 그 기간 동안 내내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우리 몸속의 생체 시계가 몇 시를 가리키는지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존이 그 동화 같은 이야기를 어찌나 철석같이 믿었던지 나는 차마 부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 P39

"결과가 잘 나왔어요." 존이 말했다. 당신의 신체 나이는 이제 서른 살이에요. 정기적으로 관리만 해 주면 지금 상태를 영원히 유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멋진데,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혼자 빙긋 웃었다. 아이를 가질지말지 결정하는 일을 훨씬 더 나중으로 미룰 수 있었으니까.  - P41

나는 그때껏 얼어붙은 껍데기 속에 삶을 멈춰 놓았다. 그래서 이제는 그동안 놓친 것들을 만회하고 싶었다. 누리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고, 해 보고 싶은 것들도 너무나 많았다. 내가 만든 ‘죽기 전에 꼭 해볼 일‘ 목록은 갈수록 길어졌다.
- P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 이 서양 격언은 착한 의도에서 출발한 정책이 나쁜 결과를 초래했을 때 흔히 인용된다. 의도는 좋았지만 방법론이 틀렸다는 데 방점이 있다. 목적이 아닌 수단이 비판의 초점이다 보니 실패한 정책에 ‘면죄부’를 주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의도는 착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약자를 돕는다는 정책이 역설적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경우다.


[차병석 칼럼] 지옥 길은 위선으로 포장돼 있다?
20.09.03

이 시대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쓴 <노예의 길>에는 재미있는 부제가 달려있다. 바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진실’이다. 무슨 진실일까. 어두운 진실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유주의를 배척한 사회는 모두가 노예가 되는 길이라고 일갈하면서,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개인의 자유를 마음껏 보장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최고의 가치라고 설파했다.

그의 주장은 일장일단이 있다. 당장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와 다양성의 나라 미국은 단일지도자체제를 갖춘 중국과의 싸움에서 ‘온전한 전력의 집중’을 이뤄내지 못하는 행보를 연출하기도 한다.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지배력으로 민간시장을 콘트롤하는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어려운 난제들을 쉽게 풀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도 2차 세계대전 후 나치즘의 광기를 목도한 당대의 ‘박제된’ 지식인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다만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말년에 자기의 눈으로 목도했듯이, 1990년대 사회주의 소련과 동유럽은 몰락했고 지금은 자유시장경제의 시대가 만개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뚜렷한 부작용과 반작용이 존재하고 있으나, 지금이 ‘기회의 시대’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정부가 계획하고 설정한 시대는 오래가지 못한다"

--
쉽게 말해 모두가 걸어가는 상황에서 누군가 달리기를 시작하자 "달리지 말고 걸어라"고 명령하며 "걸으면 제도권으로 인정하겠다"는 격이다
--

[IT큐레이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최진홍 (19.12.09)

1789년 일어난 프랑스 혁명의 지도자 로베스피에르에 얽힌 일화.

프랑스 혁명을 진두지휘했던 로베스피에르는 모든 어린이에게 ‘우유를 마실 수 있는 기쁨‘을 안겨주고 싶었다.

혁명을 이끈 로베스피에르는 우유 가격 인하를 지시했다. 물가 안정과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의 영양 보충을 위한 정책이었다.

누구도 로베스피에르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의 명령을 어기려는 사람도 없었다. 우유 가격도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유가격이 떨어지자 우유를 생산하는 소의 가격도 덩달아 떨어졌다.

우유가 돈이 되지 않자 농민들은 젖소를 내다팔았다. 소고기 가격도 급락하면서 젖소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다음엔 반전이 일어났다. 로베스피에르의 압력으로 하락하던 우유 가격이 폭등했다. 젖소가 사라져 우유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이제 우유 가격은 로베스피에르가 가격 인하를 명령하기 전보다 훨씬 비싸졌다. 우유도 이제 귀족 자제들만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의 세상도 복잡했다. 사실 우유가격이 하락하자 소 먹이가 문제였다.

소가 먹는 건초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농민들은 우유를 싸게 팔아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당국이 우유 가격을 억지로 내리자 농민들은 소를 먹일 건초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로베스피에르의 선의, 그리고 짧은 생각이 농업경제를 망쳐버렸다.

이 일화는 서양의 오래된 속담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과 함께 자주 회자된다.

우유 가격 인하라는 로베스피에르의 ‘선의‘는 목축업 위기라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됐다. 시장에 대한 몰이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주는 오래된 사례다.

로베스피에르는 법률에 정통한 엘리트로 서민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던 인물이었지만, 공포 정치를 펼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장태민 칼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기사입력 : 2020-04-07 13:29


국내에선 로베스피에르 사례보다 더 유명한 마오쩌뚱의 사례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선의로 포장된 지옥길은 너무나 많았다. 서양에서 이 속담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이유다.

선의로 포장된 지옥길 중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마오쩌뚱과 참새‘ 이야기일 것이다.

중국 공산화에 성공한 마오쩌둥이 참새 박멸을 지시한 일화는 로베스피에르 사례보다 국내에선 더 유명하다.

마오쩌뚱이 참새가 곡식 낟알을 쪼아먹는 모습을 보면 참새를 없애야 식량 증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참새 소탕의 결과는 처참했다. 아이들까지 새총으로 참새를 다 잡고 나니 대대적인 흉년이 들었다.

천적인 참새가 없어지자 해충이 창궐하면서 곡식을 모두 갉아먹어 버렸던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인민 3천만, 4천만명이 죽었다고 전해진다.

모든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겠다는 모택동의 선의가 중국의 농업경제를 절단내고 말았던 것이다.

전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자의 선의가 얼마나 큰 폐해를 안겨주는지를 가르쳐 주는 사례다.

(장태민 칼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기사입력 : 2020-04-07 13:29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불법 비리가 드러나면 도리어 화내고 눈 부라린다. 그런데 최근엔 여당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판사, 검사, 관료, 군인들도 이 철면피 행태에 가세하고 있다. 판·검·관·군은 늘 정권의 눈치를 보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 없다. 왜 이토록 뻔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답은 하나뿐이었다.
이들은 이 정권이 최소 5년을 더 간다고 나름 확신한 것 같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후년 대선도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6년 여인데, 이 정도 기간이면 지금 저지르는 잘못들은 모두 덮힐 수 있다. 이 기간 중에 자신을 대법관, 헌법재판관, 장관, 검찰총장, 참모총장 시켜주는 것도 민주당 정권이다. 그러니 이 정권에 눈 딱 감고 충성하자고 작정한 듯하다.

[양상훈 칼럼] 判·檢·官·軍, 이 정권이 ‘또 이긴다’ 확신한 것

양상훈 주필  2020.10.15 03:20


택배 노동자의 열세번째 부고 소식을 기사로 본 날, 답답함과 미안함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열두명이나 사망한 후에도 죽음이 다시 반복됐다는 것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안온한 내 책상에 앉아 그 기사를 볼 수밖에 없는 미안함이 똑같이 절박하게 무겁기만 했다.

--
산업 현장에서의 죽음에 모두가 상주의 마음을 갖는 사회, 아니 상주가 될 필요도 없는 사회, 그러니까 일하는 중에는 단 한명도 죽지 않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노동자들의 땀이 바람 따라 흘리는 꽃들의 땀, ‘꽃 땀’처럼 아름답게 존중받기를. 새해 소망이다.


[조해진의 세계+] 누구든 살아 있으라
2020-11-02


고운 미소에 선한 마음씨의 수진은 마음이 아프면서 눈빛과 말투가 공격적으로 변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자꾸 사업을 벌이고 빚도 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남편과의 말다툼도 잦아졌고, 집을 나가 연락 두절도 여러 차례라고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사막의 태양 같은" 몇달이 지나고 나면, "극단적 추위의 밤 같은" 시간이 수진을 찾아왔다. 대책 없던 수진은 가고 한없이 가여운 수진이 나타났다.

이 가족을 덮친 불행에 이웃들은 아파했다. 병의 성격상 치료가 어렵다니 수철이 감당해야 하는 ‘끝이 안 보이는 터널’ 같은 상황이 기가 막혔다. ‘수진의 병은 수철이 가장으로서 무책임했기 때문’이라며 수진을 동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게 또 수철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다. 아무렴 수철을 비난한 건 아니었다. 그저 수진이 너무 안타까웠던 것일 뿐

[김여사의 어쩌다 마을] 배달노동자 수철 덕분에



2020-11-02


글을 써보려고 머리를 쥐어짜다 마침표를 찍으면 안도의 한숨을 쉰다. 같은 점이라도 일기도에서 보면 뜻이 달라진다. 어딘가 비가 오고 있다는 신호다. 점이 하나면 안개 낀 호숫가에 빗물이 여기저기 동그라미를 그리며 퍼져가는 모습이 보인다. 점이 세개 모이면 큰비로 개울의 징검다리가 넘쳐 종아리를 걷어붙이고 건너다 거친 물살에 몸을 가누기 힘들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점 안에서 비를 보고 있는 누군가의 감정과 경험도 느껴볼 수 있어서다. 날씨의 표정을 전하는 이모티콘인 셈이다.


[이우진의 햇빛] 이모티콘에 담긴 날씨
2020-11-02 02:38

이우진 ㅣ 이화여대 초빙교수(과학교육)

김 위원장은 "일본에서 이미 1970년대 말 시작된 저출산을 해결하지 못해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는데, 우리도 그런 과정 속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출생률 하락세가 지속하면 국가로서의 존립 자체가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출생률 문제를 단순히 복지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제일 중요한 것이 교육 문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주택도 문제지만 젊은 세대가 아이를 안 낳는 것은 교육이 불평등하기 때문"이라며 "사교육비가 계속 늘고 공교육이 취약해지는 것이 출생률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보육이라는 것도 복지 차원에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종일 교육을 받는 전일수업제도를 도입하면 교육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고 돌봄 역할도 할 수 있어 전일교육제를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아이 안 낳는 건 교육불평등 때문…7세 입학도 재고해야"

뉴스1|입력 2020-07-17


지금 삶이 우울하고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나 자신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는 ‘당위적인 자아’와 ‘현실의 자아’가 충돌할 때 사람들이 우울과 불안을 느낀다고 말한다. 당위적인 자아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집을 사려면 돈을 벌어야 해’ ‘승진하려면 완벽하게 일해야 해’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출세해야 해’….

그런데 그 조건들은 내가 만든 게 아니라 타인이 만들어낸 것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일수록 사회가 만들어준 신념에 맞춰 산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른 채 나이가 들어간다. 진정한 나와 사회적 역할을 혼동할수록 삶은 불만으로 가득해진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는 정신적·영적 동물이다. 매 순간 자신의 내면과 삶을 향해 진실한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던진 질문만 들여다보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멈추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면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이 질문은 잠든 내면을 깨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과 거의 같다.


[이지현의 티 테이블] 멈추지 말아야 할 질문들

입력 2020-10-31 


199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선택의 가능성’이란 시의 일부분이다.

"영화를 더 좋아한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바르타 강가의 떡갈나무를 더 좋아한다
도스토옙스키보다 디킨스를 더 좋아한다…

명확하지 않은 기념일에 집착하는 것보다
하루하루를 기념일처럼 소중히 챙기는 것을 더 좋아한다…

기나긴 별들의 시간보다
하루살이 풀벌레의 시간을 더 좋아한다…"

아름다운 문체로 사색적인 작품을 주로 썼던 심보르스카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지금 느껴지는 불안감을 ‘진정한 당신이 돼라’는 내면의 신호로 감지하자.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들을 빼고 나면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과 마주하고 지금까지 ‘거짓된 자기’를 깨닫는 순간 자신의 진짜 존재를 만나는 인생 후반기로 넘어갈 수 있다. 현재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 만든 신념과 가치관은 미래의 나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 끊임없이 ‘나’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지현의 티 테이블] 멈추지 말아야 할 질문들

입력 2020-10-31 


만일 지금 마흔 무렵을 살고 있다면 삶을 다운시프트(downshift)해야 한다. 자동차 운전 시 저단 기어로 변속해 속도를 줄이는 것을 ‘다운시프트’라고 한다. 마흔 이후엔 우리의 삶도 다운시프트해야 한다. 정신없이 살아온 청년기를 뒤로하고 시작하는 중년기는 "지금까지의 생활이 과연 내가 원하던 삶이었나?" "앞으로도 이 같은 삶을 계속 살아야 하나?"란 질문에 답을 찾는 시기이다.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 시기엔 젊은 시절 추구해 오던 물질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간이 생긴다. 삶의 방식을 ‘성취 지향적’에서 ‘관계 지향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 공간은 더 커지고 공허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 떠밀려 살지 않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이지현의 티 테이블] 멈추지 말아야 할 질문들

입력 2020-10-31 


농사꾼의 품격은 그가 짓는 밭으로 결정된다는 것, 평생토록 농사지으며 살아온 농부 어르신들을 존경해야 한다는 것, 늘 겸손해야 한다는 것은 시골살이에서 얻은 귀중한 깨달음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새로운 깨달음을 가져다줍니다. 나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남편인 나의 품격은 아내에 의해 결정되고, 아버지로서 나의 품격은 자식들의 성품과 태도로 결정됩니다. 나를 자랑하고 나의 품격을 격상시키려 애써 보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선생의 품격은 제자들의 성장한 수준에서 결정되고, 학자의 품격은 연구한 학문에 의해 결정되며, 목사의 품격은 신앙공동체 구성원들의 인격과 삶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그것들을 생각하면 나는 더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시골살이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농자천하지대본의 이유가 무엇인지 경험적으로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바이블시론] 신부의 품격을 위하여

유장춘 (한동대 교수·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입력 2020-10-30


경남 함양군 안의면 대대리에 ‘바래기재’라는 고개가 있다. 산악인들이 백두대간 능선 진양기맥(晉陽岐脈) 2구간 산행의 끝 지점으로 삼는 곳이다. 이 고개를 넘으면 거창 마리면이다. 충남 보령에도 같은 지명이 있으니, 요즘 패러글라이딩 체험장으로 유명한 옥마산 활공장을 지나 성주산 왕자봉으로 이어지는 고개가 또한 바래기재이다. 성주지맥(聖住枝脈) 1구간에 해당한다.

내가 바래기재를 알게 된 건 등산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이름 때문이었다. 싸리재, 노루목재, 너릿재, 멧둔재, 꼭두방재 등등 우리말 고개에는 개성 강한 이름이 많지만, 유독 바래기재에 끌린 건 이름의 유래 탓이다. 땅의 생김새에서 유래한 다른 지명들과 달리 바래기재는 이름 자체가 한 편의 서사이고 서정이다.

바래기재는 ‘바래다’에서 왔다. 바래주다, 바래다주다. 배웅한다는 그 말. 지금은 등산 날머리나 들머리인 이 고개가 옛날에는 이별의 고개였던가 보다. 남자들이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갈 때면 여인들은 이 고개까지 그를 바래다주었다.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가 이 고개에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앞날을 약속했을 것이다. 대개는 괴나리봇짐을 멘 남자가 먼저 등을 보이고, 여인은 손을 흔들며 그 등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을 테다.

바래기재라는 이름은 이렇게 바래다주는 곳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바래다준다는 말에는 ‘바라보다’라는 뜻이 있고, 누군가를 오래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바래다주는 일의 본질임을 한 번이라도 바래다준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배웅이라는 말이 설령 같은 어원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배웅한다는 말과 바래다준다는 말은 공(公)과 사(私)만큼 다르다. 영어의 ‘see off’나 ‘take’ 같은 말로는 우리말 ‘바래다주다’의 정답고 따뜻하고 환하고 또한 쓸쓸한 느낌을 도저히 전달할 수가 없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이렇게 노래했다. ‘그대만 보면 내 맘이 떨려요. 내겐 그대만 보여요. 바래다주는 길이 좋아요. 우릴 모르는 누구라도 아름답죠. 손을 흔들어 그대 인사해주면 난 그걸로 충분해. 난 정말 행복해.’ 이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그대’는 바래다주는 것과 바라보는 것이 같은 뜻이고 그것이 다름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고, 그대만 보이고, 내 맘은 떨리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아름다워 보이고, 그런데 그의 집은 점점 다가오고. 그를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은 조금 쓸쓸하지만,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그 순간 그 마음.

집이 어디니? 바래다줄게. 오래전 책을 읽다가 이 문장 뒤에서 딱 멈춰 섰다. 저녁 어스름이 내릴 즈음이거나 이미 어두워져 거리의 불빛들이 촘촘히 밝아진 다음이어도 좋으리라. 이 계절엔 너를 바래다주고 싶다. 너의 집 불빛이 보일 때까지만, 그 불빛의 이마 앞에서 내 마음이 놓일 때까지만. 너를 바래다줄게. 우리들의 삶 순간순간이 넘어야 할 첩첩산중인데, 그 들머리 고개가 서로를 바래다주는 바래기재가 된다면야. 그거면 충분하다


[최현주의 알뜻 말뜻] 오늘은 너를 바래다줄게
2020-10-31

호우가 계속되고 있다.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은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고 말하며 온라인 피케팅 운동을 시작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대륙의 북극곰 이야기가 아니다. 코앞에 닥친 미래를 바꿔놓을, 이미 시작된 재난 이야기다. 우리의 보금자리에서 점점 심각해질 기후재난의 속도와 강도를 최대한 늦추고 약화시킬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기후위기와 탈육식/이슬아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결정적 실천은 탈육식이다. 텀블러를 쓰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생활습관도 중요하지만 탈육식은 그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육식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아서 외면할 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가 축산업에서 배출된다. 공장식 축산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비율은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비율보다 높다. 소고기 1㎏을 얻는 데 옥수수 16㎏이 사료로 쓰인다. 사육 과정에서 막대한 경작지와 물이 소모되며, 운송과 보관 등의 과정에서 꾸준히 화석연료가 쓰인다.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도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 육식은 지구의 에너지 자원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빠르게 소진하는 생활습관이다. 수많은 개인들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고기를 먹는다면 기후위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희망은 갈수록 희미해질 것이다.

-기후위기와 탈육식/이슬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했다. 조금 더 생각하게 되었고 조금 더 인내하게 되었으며, 조금더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며 그때의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할 수 있었고, 미래에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을 그려보기도 했다. 당시에는 이해되지 않던 사람과 상황이 지금의 눈으로 다시 보니 이해되고도 남았고 내가 확신했던 대로 되지 않은 현실에 놀라고 반성하기도 했다.
- P7

서점을 둘러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거창한 이야기가 주목받는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이야기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나와 당신의 작은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는, 혹은 책이 되어야 하는 시대인것이다.
- P8

두 가지 일, 책 읽기와 글쓰기! 나는 살기 위해, 그리고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 그 두 가지를 무한 반복했을 뿐이다.
그리고 오로지 그 두 가지 덕분에 작가가 되었다. - P22

나는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제일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계속하면 할 수 있게 되고, 결국엔 잘하는 날이 올 거라 믿기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투성이라고,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투덜대던 나는 불현듯 부끄러워져 입을꾹 닫아버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진짜 계속해 본 걸까?‘
잘하게 될 때까지 해본 게 맞을까?‘
내 고개가 힘없이 돌아간 순간, 지애 말이 울려댔다.
‘그냥 조금만 참고 계속하면 되더라고요.‘
때문이다.
- P34

첫 번째, ‘지나치게 주관적인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지는말자.
자신만 이해할 수 있는 일기나 자신만의 관점에 갇힌 글,
혹은 정치적, 종교적 신념을 피력하는 글들이 여기에 속한다. 블로그의 특성상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들이 다수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웃들의 공감을 원하고,
나아가 실용적인 글쓰기를 원한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 P41

두 번째, 지나치게 부정적인 글은 비밀글로 혼자만 보는것이 좋다. - P41

다섯 번째, 지속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2~3개 유지하는것이 좋다.
책을 좋아하는 블로거라고 책 이야기만 쓰진 않는다. 나만 하더라도 매일 아침에 동화책 필사를 올리고 몇 시간후 에세이 한 편을 올리는 식으로 기본 2가지 활동을 루틴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영어 낭독이나 드로잉 혹은일상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가장 관심 있는 분야 몇 가지를 추려서 루틴처럼 이어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 P43

우리는 모두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숨기고 산다. 그러니자신의 특별함을 찾아 글로 쓰기만 한다면 평범함이 단번에 특별함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P45

"밥 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있나요?"
"무엇을 잘한다고 소문났나요?"
"남들이 자꾸 묻는 게 있나요?"
- P47

당신이 덕후인 분야의 글이나 그와 관련된 지식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좋아하는 분야에 관해서는 할 말도 많고쓰고 또 써도 계속 쓰고 싶어지니 글쓰기가 절로 즐거워질것이다.
- P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