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는 만날 국가를 위해서, 약자를 위해서 산다고 외치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재선이나 소속 당을 위해서 행동한다 - P228

재개발ㆍ재건축을 허용해 주면 단기적으로 재개발ㆍ재건축 가격이 급등한다. 그러면 질투심에 사로잡힌 대중이 집권당을 비난하고 등을 돌리게 된다. 그러면 집권당의 지지율은 폭락하고 다음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엉뚱한 경기도에 물량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다.
- P231

서울 재개발ㆍ재건축 대신에 경기도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정책은 국가적으로 비효율과 낭비를 발생시킨다. - P231

뷰캐넌은 "정부가 정치적인 압력을 받아 가면서까지 현명한 경제정책을 시행하리라곤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 P233

로베스피에르는 도덕적이고 청렴결백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에 불행을 자초했다. 아무리 의도가 선하다고 해도 경제 원리를 따르지 않는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다. - P237

우리가 직관과 다른 경제 원리를 좀 더 이해한다면 우리 사회는 갈등이 줄고 좀 더 풍요로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P237

"1가구 다주택자가 집값을 상승시킨다는 대중의 생각은 옳은 것인가? 단기적으론 그렇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오히려 집값을 안정시킨다. 단기간을 놓고 보면 1가구 다주택자가 집을 매수하기에 집값을 상승시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장기간으로 보면 1가구 다주택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집 한 채를 제외하고 나머지 집은 모두 임대를 주기에 전세가를 하락시키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 P243

만약에 1주택만 소유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든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일단은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여유 있는 계층이 집을 사지 못하기때문에 우리나라의 총 주택 공급 수는 줄어들 것이다. 왜냐하면 집을 사는 사람이 없으면 집을 지어서 파는 건설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총 주택 수가 줄어들면 자연히 주택 매물과 전세 물량이 급감하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전세가와 집값은 폭등하게 될 것이다. - P244

천재 경제학자 슘페터는 이렇게 말했다.
"대중이 시장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정신적 묘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 P247

교육을 받지 않으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기 쉽고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기 쉽다. 우리의 본능적 직관에 따르면 그래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 P248

존 메이너드 케인스 John Maynard Keynes (1883~1946)
완전고용을 실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유방임주의가 아닌 정부의 보완책(공공 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에 입각한 사상의 개혁을 케인스혁명이라고 한다 - P250

『버핏도 따라한 케인스의 주식투자 비법Keynes and the Market』 - P251

언제나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고 대가는 대가를 알아보는 법이다 - P253

대공황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이 증가하여 자본주의 체제가 붕괴 위험에 처했을 때 케인스는 아주 새롭고 놀라운 처방책을 내놓았다.
"재무부가 지폐가 가득 든 병을 폐기된 탄광에 적당한 깊이로 묻고 그 위를 도시 쓰레기로 메운다. 그런 다음에 숱한 시련을 겪은 사기업에게 지폐를 파내게 한다면 실업은 없어질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보다 주택 건설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어떤 정치적 난관이 있다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하는 편이 낫다 - P254

자본론에 대한 나의 느낌은 코란과 같습니다. 나는 자본론이 역사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바보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서 구세주의 말씀과 영감을 발견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주의 깊게 살펴보니 그 책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당신은 『자본론』이나 코란이 모두 올바른 지식이라고 믿습니까? 『자본론』은 사회학적 가치를 가질 수는 있지만 경제학적 가치는 전혀 없습니다 - P260

케인스는 주식 투자에서 승리와 성공은 언제나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지 결코 다수가 함께 누릴 수 없다고 보았다 - P267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케인스는 충고한다. 시장의 변동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 P272

이익 확률×예상 이익- 손실 확률×예상 손실=기댓값 - P278

골턴은 발명에도 관심이 많았다. 골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졸지 않게 만드는 기계를 발명했는데, 이 기계는 머리 위로 계속 차가운 물을 떨어뜨려 주었다고 한다. 노년에는 물속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기도 했다 - P287

당신이 아직 부자가 아니라면 자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집중투자해야 한다. 집중투자를 하더라도 지식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서 리스크는 줄어든다 - P308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집중적으로 개별 주식에 대해서 공부하고 관찰하고 투자해야 한다 - P308

돈 버는 비법이 있다고 해도 공개되는 즉시 많은 사람이 그 비법을 따라 하기에 누구도 더 이상 그 비법으로 이익을 낼 수 없다. - P316

펀드매니저들의 실적도 분석해 본 결과 계속해서 시장 수익률을 능가는 펀드매니저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 P316

최근에 투자수익률이 저조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3년 뒤에 팔면 종합주가지수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 P319

남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싶다면 남들이 모두 알기 전에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 - P325

『넛지Nudge』라는 책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뜻인데 강압이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부드럽게 개입해서 상대방이 똑똑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다 - P327

워런 버핏의 며느리 메리 버핏이 데이비드 클라크와 함께 쓴 책 『주식 투자 이렇게 하라Buffettology』에 소개된 버핏의 투자 비결도 세일러가 말한 것과 일치한다. - P330

부자가 되려면 손실의 공포에서 벗어나라 - P332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투자를 시작하라


- P338

인간은 대체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척하지만 사실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으로 행동한다. 그중에서도 비합리적인 ‘손실 회피성’을 극복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 투자를 두려워하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부자가 되는 비결은 저축하고, 또 그 돈을 투자하는 데 있다. 저축하고 투자하고 또 저축하고 투자하고……. 지루한 반복이 부자로 가는 길이다 - P339

무리 짓는 본능을 피하기 위해서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광풍에 휩쓸려도 객관적으로 지금이 얼마나 과대평가되었는지 알 수 있다 - P352

부자가 자신의 부를 즐거워하는 것은 부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세상의 관심을 끌어모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부끄러워한다. 가난 때문에 자신이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도 우리를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서 나오는 가장 강렬한 욕구의 충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 P357

그는 "낭비하고 과시하라, 그러면 존경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이 과시 소비와 과시 레저를 좋아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 P359

피터 린치 역시도 이런 주장을 했다. 그는 "꽃을 꺾고 잡초에 물을 주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 P389

이 점을 주목해서 책을 쓴 사람이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이고, 그 책이 『블랙 스완The Black Swan』이다. 스완(백조)은 모두 흰 백조만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느 날 호수에서 블랙 스완(검은 백조)이 발견된 것이다. 이처럼 희귀하고 잘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블랙 스완이라고 한다 - P397

직관 따위 접어 두고 냉정하게 판단하라 - P427

인간 본성을 이해하면 투자할 곳이 보인다 - P446

뱀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애벌레와 비슷하다. 뱀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고 애벌레를 보면 누구나 징그러워한다. 그러나 어부는 맨손으로 뱀장어를 잡고, 여자는 맨손으로 누에를 잡는다. 다시 말해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누구든 용감해진다 - P448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길 바라지만 관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빨리 죽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전자가 좋은 사람이고 후자가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가난한 사람에게 수레를 팔 수 없는 것처럼 살아 있는 사람에게 관을 팔 수 없을 뿐이다. 사람을 증오해서 죽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죽어야만 관을 팔 수 있고 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450

인간은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돈을 떼먹으려 든다 - P450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투자의 기본이다 - P453

이는 당신의 투자나 자산 형성 방향에도 직결된다는 이야기다. 항상 글로벌 마인드와 시각을 가지고 미국과 중국, 일본, 북한 등의 만남과 분위기를 보고 분석해라. 그것이 투자의 향방을 알려줄 것이다 - P509

답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부자가 되지 못한 이유에 다가가기를 바란다 - P515

본능대로 하니까 부자가 되지 못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구석기시대 본능을 극복해야 한다 - P513

그렇다면 우리를 부자가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본능이 무엇인가? 내가 발견한 것은 9가지다. 무리 짓는 본능, 영토 본능, 쾌락 본능, 근시안적 본능, 손실 공포 본능, 과시 본능, 도사환상, 마녀환상, 인식 체계의 오류 등 9가지 본능이 우리가 부자가 되지 못하게 방해한다. 나의 졸저 『부의 본능』은 바로 이 9가지 본능을 이해하고 극복해서 부자가 되는 법에 관한 것이다 - P513

인간도 동물이다. 인간도 파리나 개구리처럼 생존하고 번식하기 쉽게 두뇌가 진화해 왔다. 인간은 800만 년 동안을 살아 왔지만 799만 년을 구석기인으로 지내왔다. 인류의 역사 대부분을 구석기인으로 지내 온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두뇌는 구석기인으로 살기 좋게 진화되어 인간은 더 이상 진화가 되지 않았다. 현재 인간의 두뇌는 구석기인으로 최적화된 두뇌에 머물러 있다.
구석기시대에는 없었던 시장경제가 나타난 것은 1만 년도 안 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나타난 것은 200년도 채 안 된다. - P511

인간의 역사를 24시간이라고 한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마지막 2초에 나타났다. 인간의 역사를 1,000페이지짜리 책이라고 한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한 줄에 등장한다 - P511

부자가 되려면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부자가 되려면 먼저 자신의 두뇌를 관찰하고 의심해야 한다 - P514

파리가 갇힌 방 안에서 탈출하려면 본능을 극복해야 한다. 개구리가 움직이지 않는 파리를 잡아먹으려면 자신의 본능을 극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원시적 본능을 극복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 - P514

대다수 사람들은 본능대로 산다. 가난하게 사는 게 제일 쉬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본능대로만 살면 저절로 가난하게 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다수가 가난하고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 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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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문자가 없어서, 약속을 맺을 일이 생겼을 때큰일이면 굵은 줄로, 작은 일이면 가는 줄로 약속의 많고 적음에 따라매듭을 묶었는데, 각자가 이를 세어 보는 것만으로서로 비교함에 부족하지 아니하였다.
- P109

신령들은 우리에게 장난치기를 좋아한다. 나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역사에 기록된 난족(族) 사람 누구보다도 더 많은 것을 목격했지만, 그럼에도 한 치 앞조차 내다보지 못하는, 사실상 장님이나 다름없는 인간이다.
- P109

상인 : 파 (통역)
미국인 : 토무
무당 : 루크
촌장 : 소에보

아웅

토무는 그야말로 어린애처럼, 지극히간단한 것조차 알지 못했다.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처럼 행동했다.
- P111

우리 난족은 수천 년 동안 이 산에서 살았다. 마을에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책들, 즉 몇 세대에 한 번씩 새 삼줄로 새 매듭을 지어 베껴 쓰는 그 책들을 보면 우리 부족의 기원을 알 수 있다.  - P112

손님들은 우리가 지어낸 이야기를 더 좋아해요.
그런 사연이 마음에 들어서 더 비싸게 사는 거라고요. 상인들이 하는 말을 진실로 믿었다가는 큰일이 나는 법이다.
- P113

사방에서 날씨가 이상해졌다는 소문은 들었어요. 북쪽의 중국에는 가뭄이 들었는데, 저 남쪽의 이라와디강 유역에는 태풍이 부는식으로요. 이유야 뭐, 누가 알겠어요? 날씨란 게 원래 그런 건데."
- P114

"이 사람은 병을 연구하고 단백질이란 걸 발명해서 치료하는 일을 한대요. 단백질은 무슨 약 같은 건가 본데, 되게 복잡해서 잘 모르겠어요. 아픈 사람을 직접 만나거나 약을 짓지는 않는대요. 그냥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만 제시한다는데요 - P115

"이 사람은 매듭 문자라는 걸 처음 봤대요." 파가 통역해 준 말이었다. "그 줄로 만든 책을 어떻게 읽는지 알고 싶다는데요."
- P115

저마다 자기네 나름의 문자로 기록을남겼다. 모양새는 다들 제각각이었지만 잉크로 적은 글자들은 내게하나같이 생기 없고 밋밋하고 추해 보였다. 우리 난족은 글자를 적지 않았다. 그 대신 매듭을 묶었다.
- P116

우리는 매듭 덕분에 선조들의 지혜와 목소리를 고스란히 살려 대대로 전해 왔다. 기다란 삼줄, 부드럽고 탄력 있는 삼으로 만든 줄을길게 펴서 꼬아 놓으면 적당한 탄력이 생겨서 똬리를 튼다. 그 줄을묶어서 모양이 제각각이 되도록 만든 서른한 가지 매듭은 저마다입술과 혀의 모양에 대응하여 각기 다른 음절을 표시한다.  - P116

불교 승려의 염주처럼 둥글게 묶은 삼줄의 매듭은 단어와 문장, 이야기를형성한다.  - P116

그리하여 말은 실체와 형상을 부여받는다. 
줄을 더듬어내려가다 보면 매듭을 묶은 이의 생각이
손끝에 느껴지고 그 사람의 목소리가 뼛속에 전해진다. - P116

그러나 손의 촉각은 일찍부터 민감해서 아이였을 적에이미 아버지에게 서로 다른 줄과 매듭의 성질을 빨리 깨우친다는칭찬을 들었다. 내게는 매듭이 줄의 탄성을 변화시키는 방식, 그러니까 조그마한 매듭 하나하나의 힘이 줄을 밀고 당겨서 책의 형태를 완성하는 방식을 머릿속에 그리는 재능이 있었다.
- P117

 난족 사람은누구나 매듭을 묶을 줄 알았지만 매듭 하나가 완성되기도 전에 줄의 최종 형태를 내다보는 눈을 타고난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 P117

내가 처음 맡은 일은 필경사였다. 가장 오래되어 너덜너덜하게해진 매듭 책을 골라 매듭의 배열을 촉감으로 암기한 다음, 새 삼줄로 똑같이 다시 만드는 일이었다. 매듭 하나하나의 꼬인 방식을 충실히 복제하다 보면 결국에는 줄이 저절로 똬리를 틀어 원본과 똑같은 복제본이 만들어지고, 이로써 마을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도 과거의 목소리를 느끼고 그로부터 배움을 얻는다.
- P117

"아버지한테서 배웠어요. 아버지는 할아버지한테 배웠고, 매듭글쓰기는 조상 대대로 우리에게 전해 내려온 거랍니다. 내가 풀어서 다시 묶은 매듭 책만 1000권은 될걸요. 줄이 어떻게 묶이기를바라는지, 나는 뼛속에서부터 느낄 수 있어요."
- P121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줄줄이 묶여 이루어진 기다란 사슬로서, 생물 세포 속의 유전자에 의해 서열이 결정된다.  - P121

아미노산은 서로 다른 전하를 띤 소수성 곁사슬과 친수성 곁사슬이 붙어 울퉁불퉁한매듭 모양을 형성하는데, 이들이 서로 끌어당기고 밀면서 수소 결합을 일으켜 알파 나선 구조나 베타 병풍 구조 같은 2차 구조를 형성한다.  - P121

반면에 올바른 형태를 띤 단백질을 이용하면 암세포가 걷잡을수 없는 속도로 분열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도,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복제 및 전파되는 데에 필요한 세포 경로를 봉쇄하는 것도 가능하다. 온갖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다.

- P122

그러나 아미노산 서열의 자연 상태를 미리 알아내기란(또는, 이와반대로 아미노산 서열을 인간이 원하는 단백질 형태로 접히도록 설계하기란 입자 물리학보다 더 어렵다. 길이가 짧은 아미노산 사슬조차도 원자에 작용하는 모든 힘을 철저히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자유 에너지경관을 통하여 분석하라고 하면, 최고 성능의 컴퓨터도 나가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수백 개, 경우에 따라서는 수천 개에 이른다.
- P122

만약 아미노산 서열의 자연 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여 접는 알고리즘을 발견하면 약학 연구는 항생제 발견 이후 가장 커다란 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다. 그것도 엄청난 이윤을 거두면서 - P122

확인해야 했다. 매듭 줄의 최종 형태를 예측하는 소에보의 능력이단순히 부족의 전통을 철저히 암기한 결과인지, 아니면 일반화를통하여 새로운 영역으로 전개할 수 있는 기술인지를.

- P124

 아미노산과 매듭은 너무나 달랐기에, 소에보는 가장 간단한 퍼즐조차 풀지 못했다. - P124

고대 중국인은 청동 그릇을 비단이나 그 밖의 결이 고운 천으로 싸서 보관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릇의 표면에 슨 녹에는 겉을 싼 천의 씨실과 날실이무늬로 새겨지고, 이 무늬는 천이 부식되어 사라진 후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 P125

"그 솥을 만든 사람들은 실로 글을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무늬를 알아볼 수가 없었지요. 하지만 무늬를 열심히 따라가다 보니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희미하게나마, 들렸어요. 그런 고대의 지혜를 듣는 기회는 아주 큰 선물이지요. 비록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 P126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군요. 내가 쓰는 매듭 책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매듭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지만, 당신이 만든 놀이 속에서는 사정이 달라요. 중국 사람들의 청동 그릇에 남아있는 목소리가 나를 도와주었어요. 천의 무늬는 실 한 가닥을 수없이 엮고 또 엮은 끝에 만들어진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엮여서 그물 모양이 되고 나면, 그 그물을 구성하는 매듭의 탄력은 모든 방향에서 감지할 수 있어요. 아주 멀리 떨어진 매듭이라고 해도 그렇지요.  - P127

나는 당신의 놀이를 이해할 단서를 거기서 찾았어요. 그래서 당신이 제시한 무늬에 맞아떨어지도록 내가 알던 매듭 묶기 기술을변형시켰지요. 고대인의 목소리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지만, 나는 먼저 그 목소리를 듣는 법부터 깨우쳐야 했어요."
- P127

나의 미국 여행과 그곳에서 본 신기한 것들을 매듭 책으로 기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선반 한 개가 그 책들로 가득하고, 아이들은 매일 저녁 우리 집에 찾아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른다.
그런 여행을 하고 나면 한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에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된다. 
- P129

여행에 나서기 전까지 나는 스스로를 박식한 사람으로 여겼다. 이 보관소에 있는 매듭 줄 책을 마을의어떤 이보다 더 많이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 P129

씨앗과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몸속에눈 아주 작은 크기의 배배 꼬인 끈 조각이 들어 있고 이를 유전자라고하며, 이것이 생물의 성장과 외모를 결정한다고 했다. 유전자는 미세한 덩어리가 한데 묶여서 만들어지는데 이 덩어리들이 형성하는언어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우리 난족의 매듭 같은 거로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토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 P131

누군가 새로운 유전자를, 다시 말해 새로운 말로 이루어진 끈을발명하고 그 끈을 하나의 씨앗 속에 심어 넣으면, 그 씨앗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성질을 지니게 된다. 말이 씨앗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발명한 사람의 소유물이기에, 만약 다른 이들이 그 씨앗을 기르고자 한다면 발명가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 P131

"그런 유전자가 들어 있는 씨앗을 발명가의 허락 없이 기르는 건도둑질이에요. 발명가의 집에 들어가서 그 집 쌀독의 쌀을 한 바가지퍼 오는 짓이랑 똑같다는 말이죠. 종결 인자 유전자는 사람들이정직하게 살도록 도와주려고 첨가한 거예요."
- P131

얼토당토않은 소리였다. 내가 남의 쌀 한 바가지를 가져오는 짓이 절도인 까닭은 그 사람에게 쌀 한 바가지가 더는 남아 있지 않기때문이었다. 그러나 누군가 내게 힘이 깃든 새 말을 한마디 가르쳐준다 해도, 내가 그 말을 상대방에게서 빼앗아 오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은 여전히 그 말을 지니고 있으므로 - P131

파는 토무의 이야기가 죄다 틀린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난족도 변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 P133

나는 토무와 나눈 대화를 매듭 책으로 만들었다. 어쩌면 그 책이나중을 위한 경고가 될지도 모른다. 후손들은 나처럼 생각이 짧고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 P133

"저도 압니다. 하지만 촌장님께서 하시는 매듭 문자 쓰기는...
그 기술은 많은 사람을 치료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저도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저를 믿어 주셔야 해요."
소에보는 내 말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미적거렸다. 결국 나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어 들었다. 내가 눈치챈 그의 관심사, 어쩌면 그가 원하는 유일한 것을,
"가뭄 때문에 마을 논의 벼가 다 시들어 가지요. 물을 적게 대도쌀이 잘 영그는 신품종 벼를 구하시도록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촌장님께서 저와 함께 가셔야 합니다. 그렇게만 해 주시면새 볍씨를 드릴게요."
- P119

"내년에는 값이 조금 더 오를 거예요. 그다음 해에도 또 오를 거고요. 제 친구한테 부탁해서 처음 몇 해 동안은 조금 깎아 달라고했어요. 마을 살림을 더 키울 방법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보셔야 해요. 그래야 볍씨도 사고, 다른 멋진 것들도 살 수 있으니까요. 잘 듣는 약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
- P133

나는 옛 볍씨 속에 꼬불꼬불 꼬려있는 자그마한 유전자를 떠올리곤 한다. 이제는 잊힌 채 창고의 먼지 낀자루 속에 들어 있는, 선조에게서 우리에게로 전해져 내려온 그 말들을 그 씨앗들도 언젠가 자랄 날이 올까? 다시 비가 내리면?
- P133

토무는 그 이듬해의 방문을 끝으로 다시는 오지 않았다
씨 뿌릴 시기가 되면 늘 다른 남자가 찾아와 볍씨를 판다 - P134

소에보의 기술을 토대로 한 알고리즘은 멋지게 작동했다. 이미간행된 문헌에 실린 어떤 알고리즘보다 더 훌륭할 정도였다. 나의연구를 담은 논문은 동료 심사를 거치는 중이며, 특허 신청은 변호사들이 이미 처리해 두었다.
- P134

잘 풀리기만 하면 이번 건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도약대가 되어줄 것이다. 내 알고리즘 덕분에 신약 개발이 눈부시게 빨라지고, 이로써 수많은 인명을 구하는 것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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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문자가 없어서, 약속을 맺을 일이 생겼을 때큰일이면 굵은 줄로, 작은 일이면 가는 줄로 약속의 많고 적음에 따라매듭을 묶었는데, 각자가 이를 세어 보는 것만으로서로 비교함에 부족하지 아니하였다.
- P109

신령들은 우리에게 장난치기를 좋아한다. 나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역사에 기록된 난족(族) 사람 누구보다도 더 많은 것을 목격했지만, 그럼에도 한 치 앞조차 내다보지 못하는, 사실상 장님이나 다름없는 인간이다.
- P109

상인: 파
미국인 : 토무
무당: 루크

난족

소에보

그런데 토무는 행동거지가 도피 중인 사람 같지 않았다. 그는 우렁찬 목소리로 스스럼없이 떠들며 사람이든 동물이든 벙글벙글 웃는 낯으로 대했다. 걸핏하면 마을의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꼼짝 않고있으라고 부탁하고는 조그마한 금속 상자를 자기 눈앞에 대고 손가락으로 눌러 ‘찰칵‘ 소리를 내기도 했다.  - P111

우리 난족은 수천 년 동안 이 산에서 살았다. 마을에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책들, 즉 몇 세대에 한 번씩 새 삼줄로 새 매듭을 지어 베껴 쓰는 그 책들을 보면 우리 부족의 기원을 알 수 있다.  - P112

손님들은 우리가 지어낸 이야기를 더 좋아해요.
그런 사연이 마음에 들어서 더 비싸게 사는 거라고요. 상인들이 하는 말을 진실로 믿었다가는 큰일이 나는 법이다.
- P113

사방에서 날씨가 이상해졌다는 소문은 들었어요. 북쪽의 중국에는 가뭄이 들었는데, 저 남쪽의 이라와디강 유역에는 태풍이 부는식으로요. 이유야 뭐, 누가 알겠어요? 날씨란 게 원래 그런 건데."
- P114

"이 사람은 병을 연구하고 단백질이란 걸 발명해서 치료하는 일을 한대요. 단백질은 무슨 약 같은 건가 본데, 되게 복잡해서 잘 모르겠어요. 아픈 사람을 직접 만나거나 약을 짓지는 않는대요. 그냥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만 제시한다는데요 - P115

"이 사람은 매듭 문자라는 걸 처음 봤대요." 파가 통역해 준 말이었다. 그 줄로 만든 책을 어떻게 읽는지 알고 싶다는데요."
- P115

모양새는 다들 제각각이었지만 잉크로 적은 글자들은 내게하나같이 생기 없고 밋밋하고 추해 보였다. 우리 난족은 글자를 적지 않았다. 그 대신 매듭을 묶었다.
- P116

그리하여 말은 실체와 형상을 부여받는다. 줄을 더듬어내려가다 보면 매듭을 묶은 이의 생각이 손끝에 느껴지고 그 사람의 목소리가 뼛속에 전해진다.
- P116

그러나 손의 촉각은 일찍부터 민감해서 아이였을 적에이미 아버지에게 서로 다른 줄과 매듭의 성질을 빨리 깨우친다는칭찬을 들었다. 내게는 매듭이 줄의 탄성을 변화시키는 방식, 그러니까 조그마한 매듭 하나하나의 힘이 줄을 밀고 당겨서 책의 형태를 완성하는 방식을 머릿속에 그리는 재능이 있었다. 난족 사람은누구나 매듭을 묶을 줄 알았지만 매듭 하나가 완성되기도 전에 줄의 최종 형태를 내다보는 눈을 타고난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 P117

내가 처음 맡은 일은 필경사였다. 가장 오래되어 너덜너덜하게해진 매듭 책을 골라 매듭의 배열을 촉감으로 암기한 다음, 새 삼줄로 똑같이 다시 만드는 일이었다. 매듭 하나하나의 꼬인 방식을 충실히 복제하다 보면 결국에는 줄이 저절로 똬리를 틀어 원본과 똑같은 복제본이 만들어지고, 이로써 마을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도 과거의 목소리를 느끼고 그로부터 배움을 얻는다.
- P117

"아버지한테서 배웠어요. 아버지는 할아버지한테 배웠고, 매듭글쓰기는 조상 대대로 우리에게 전해 내려온 거랍니다. 내가 풀어서 다시 묶은 매듭 책만 1000권은 될걸요. 줄이 어떻게 묶이기를바라는지, 나는 뼛속에서부터 느낄 수 있어요."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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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문자가 없어서, 약속을 맺을 일이 생겼을 때큰일이면 굵은 줄로, 작은 일이면 가는 줄로 약속의 많고 적음에 따라매듭을 묶었는데, 각자가 이를 세어 보는 것만으로서로 비교함에 부족하지 아니하였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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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천만에요, 공짜 점심은 있습니다 / 이원재
2020-11-03


며칠 전 이 지면에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의 ‘기본소득, 공짜 점심은 없다’는 글을 접했습니다.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되는 기본소득을 그 글에서는 ‘공짜 점심’이라고 일컬었습니다.

현실에서 누가 공짜 점심을 즐기고 있으며 누가 고통스럽게 점심값을 내고 있는지를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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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땅을 사서 개발하고 멋진 서비스를 제공한 덕에 동네 땅값이 오른다면, 그런 탓에 임대료는 낮아지지 않고 가게를 10년 지킨 자영업자가 문을 닫게 된다면, 이때 공짜 점심을 즐기는 사람은 그 땅을 차지하고 있던 건물주입니다. 점심값은 크게는 국민의 세금으로 낸 것이고, 작게는 자영업자의 땀으로 낸 것입니다.

공짜 점심은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다만 평등하지 않을 뿐입니다. 공짜 점심을 즐기는 이들은 임대료를 받는 건물주이며, 사상 최저 금리로 돈을 빌려 수십 채의 건물을 사대고 있는 부동산 투기자들이고,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챙기고 있는 기업들이고, 평생 소득과 노후 연금을 보장받고 가족돌봄휴가와 재택근무를 활용하며 저리 대출까지 최대한 받아 자산을 늘리고 있는 정년보장 직장의 임직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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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상에는 이미 공짜 점심을 먹고 있는 사람들, 그것도 영구적으로 공짜를 누릴 식권을 독차지하고 있는 소수가 있습니다. 부모에게서 그 식권을 물려받은 사람, 단 한번 시험을 잘 치러서 그 식권을 얻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평생 땀 흘리면서도 그 자격을 결코 인정받지 못하고 늘 점심값만 내는 다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다수에게 ‘왜 공짜 점심을 원하느냐’고 손가락질하는 게 합당할까요? 오히려 ‘공짜 점심을 모두에게 나누자’는 이야기를 소수에게 전하고 설득하는 게 합당하지 않을까요?

기본소득제는 모두에게 조건 없이 조금씩의 공짜 점심을 제공하자는 취지를 담은 제도입니다. 소수가 독점한 공짜 점심은 무한경쟁과 편법과 부정부패를 부르는 특권이 되지만,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모두가 마음 편히 먹고 일어나 일하러 나갈 수 있는 미래의 점심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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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짜 점심을 먹게 하는 것이 선한 모습이겠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벌어질 사회문제가 걱정되는 내용이다

[한철승의 매일춘추] 마음 백신
2020-11-02

원래 백신(Viccine)은 인체가 병이 걸렸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를 주입해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예방법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낯선 공포를 이기는 몸과 마음이다. 마음에서 거부하면 약을 올바로 처방했는데도 약효가 나지 않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s)‘가 발현될 수도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허락해도 육체가 허약하면 약을 처방할 수 조차 없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바이러스와 기약 없는 공생을 위한 기본은 심신의 건강이다. 날마다 웃음만 있는 삶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막연한 공포는 없었던 삶, 우리 모두가 그토록 바라는 일상의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마음 백신‘ 접종이 되었으면 한다.

[숫자 속에 가려진 죽음, 애도마저 사라졌다]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학 교수
2020.10.31 


우리 문화는 개인의 죽음을 공동체가 애도하는 문화였다. 전통적으로 장례는 마을 전체의 행사였고, 마을 사람 모두가 모여 함께 아파했다. 함께 모여 곡을 하면서, 유가족들이 애써 슬픔을 감추지 않고 문상객과 함께 충분히 나누도록 배려했다. 이제는 단체로 곡을 하는 일은 없어졌지만, 장례식장에 함께 모여 며칠 동안을 머물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은 필수적인 절차다. 미국과 같이 장례식장에 모신 시신을 단 몇 시간 동안만 뷰잉(viewing)이란 행사를 통해 마주하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문상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죽음은 달랐다. 어느 방송에서도 추모방송을 기획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죽음 뒤에 가려진 아픔마저 감추는 듯했다.

마치 오염된 짐짝 취급을 당하면서 바로 24시간 안에 화장을 끝내야 한다. 가족마저 감염되면 격리지침에 의해 화장장조차 따라 갈 수 없다.

도대체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들은 언제 울어야 하는가? 시신만 한 줌의 재로 사라진 것이 아니다. 가족과 친지의 애도마저 사라졌다.우리도 코로나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국민적인 애도 의식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정규 칼럼] 무시로 갈무리하라
이정규 IT컬럼니스트 :2020/10/12 

‘무시로’의 말뜻은 ‘시시때때로’ 혹은 ‘수시로’의 방언이라 하고, ‘갈무리’는 ‘저·장 정리하다’ 혹은 ‘잘 마무리하다’라는 표준말이다. 그러므로 두 단어를 합쳐서 ‘무시로 갈무리하라’는 말은 ‘그때 그때 일을 잘 마무리하라’는 뜻이 된다. 인생에서 그때 그때 일을 잘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기업의 경우도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무시로 갈무리’하는 일은 모든 관리자들의 업무원칙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start-up)의 경영기법에 그때 그때 일을 잘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OMTM(one metric that matters)’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스 아티카의 강도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행인을 잡아 철제 침대에 뉘이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를 자르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잡아 당겨 죽였다고 한다. 침대의 길이를 몰래 조절하였기 때문에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영웅 테세우스에게 붙잡혀서 같은 방법으로 침대에서 죽기까지, 프로크루스테스는 이러한 악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신화는 획일화된 규율과 기준으로 인간에게 폐해를 주는 강제된 권력을 풍자하지만,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의 길이를 남 모르게 조작할 수 있었으니, 외견상으로는 OMTM으로 포장된 MTM 침대라 할 수 있다

‘아포리아(aporia)’는 그리스어로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혹은 모순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맥락적 사고가 결여된 아포리안 매니지먼트(aporian management)가 이곳 저곳에서 득실댄다.

결론적으로 관리자가 과업을 ‘무시로 갈무리(수시로 잘 마무리)’하려 한다면, 각 시점에 걸 맞는 OMTM을 잘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로 그 관리자의 상사에 의하여 언젠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강제로 눕혀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니어 가수의 ‘무시로’와 ‘갈무리’ 노랫말에서도 한가지 경영의 지혜를 찾아본다.

[우리는 왜 커뮤니케이션하는가?]
채희태 (주)모티링크 경영과학연구실 실장 :2020/11/03

미국 UCLA의 심리학자 ‘알버트 메라비언’ 교수는 커뮤니케이션의 3요소를 ‘word’, ‘tone of voice’, ‘body language’라고 이야기했다. "사람은 현란한 말솜씨보다 다정함에 끌린다"는 소위 메라비언의 법칙은 커뮤니케이션의 표면인 기술에 관해 이야기했을 뿐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면 위 세 가지 요소는 무용지물이 된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은 모두 다르게 존재한다는 것과,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위계를 커뮤니케이션할 목적이 아니라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상기하자. 커뮤니케이션의 3요소는 대상, 목적, 불완전성이다.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 온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커뮤니케이션에 위계를 탑재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으로부터 멀어진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온라인에 비해 더 완전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물에 불순물이 섞여 먹을 수 없다면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받아야 한다. 만약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위계라는 불순물이 더 많이 포함돼 있다면, 당분간은 목적 의식적으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서소문 포럼] "국민의힘이라면 일단 거른다"
중앙일보 2020.11.04

이런 심리를 이해하는 기제 중 하나가 당파성(혹은 정치적 부족주의)이다. 자신이 속한 또는 지지하는 정당이 승인한 세계관과 일치하는 않는 사실은 걸러버리고, 일치하는 사실은 과장해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정치적으로 쟁점화한 사안일수록 더욱 그리된다. 정당과 같은 입장의 얘기를 들으면 현명하고 논리적인 주장으로 여기고 그 입장을 수용한다. 그걸 의심하게 하는 주장에 대해선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말로 치부하거나 아주 냉담하게 조목조목 따진다. 이른바 편향 동화(biased assimilation)이자 확인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설득하고 싶어도 듣질 않으려 하니 설득되지도 않는다.

 ‘믿고 거른다’와 ‘무조건 믿는다’ 사이에 새 길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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