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안의 분노와 절망을 공감하고 목청껏 울더구나. 세상이 너무나 답답하고 캄캄해서 나도 너와 덩달아 울고 싶었단다. 이 미친 세상을 가득 채운 소리와 분노에 가담하고 싶어서. - P270
나무를 오르는 시간은 길고 고됐단다. 땅에 가까워 보이던 달이우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자꾸만 뒤로 물러났거든. 우리는 구름을 지나 찌르레기와 참새 떼를 뚫고서, 우리를 나무에서 떨어뜨리려고 위협하는 비바람을 이기고서 계속 올라가야 했어. 그러다 마침내 나무 꼭대기에서 이쪽저쪽으로 흔들리는 우듬지에 도착했는데, 바로 그때, 달이 우리 머리 바로 위를 지나가기에, 냉큼 손을 뻗어 붙잡고는 너와 함께 올라간 거야. - P270
그곳 사람들이 먹는 떡은 계화꽃으로 향을 입혔는데, 달의 선녀인 항아가 직접 만든 음식이었어. 건물은 벽만 만져봐도 서늘했으니 에어컨같이 투박한 물건은 만들 필요도 없었겠지. - P271
하지만 한편으로 달 사람들은 거만했단다. 그들은 시골 출신의가난한 무지렁이인 우리가 달에 머물기를 원치 않았어. 우리가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거지. 우리는 시끄럽고, 그곳을 더럽히는 존재였으니까. "고향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어떨지요?" 달 사람들이 묻더구나,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들을 속일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어.
이때껏 살아오는 동안 내내 샐리는 명확성을 신봉했다. 친구들이다툴 때면 언제나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를 잘 알았다. 언제나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옳았기 때문이었다. 비록 샐리 본인만큼 옳지는않았지만, - P275
"가끔은 뭐가 진짜로 옳은 일인지 가늠하기 힘들 때도 있어, 그럴때면 옳다고 느끼는 쪽을 택해야 하는 거야." - P276
"아니요, 규칙대로만 하면 언제든 뭐가 옳은지 알 수 있어요." - P277
"아무도 네가 여기에 있는 걸 몰라. 그 말은 곧, 너는 뭐든 스스로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는 말이지." - P278
"웃기고 있구먼. 내가 나오는 그 많은 전설들? 그냥 다 지어낸 이야기야. 너도 네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지어 보는 게 어때?" - P279
"퇴근해, 샐리, 망명 신청자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게 마련이야. 그 사람들의 사연을 너무 자세히 검증해 봤자 득 될 건 없어. 실제로 끔찍한 일을 당한 사람조차도 경제적 목적의 이민 신청자들하고 자기 사연을 무기로 비자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경제 이민 신청자들은 추방당하는 사태를 피하려고 거짓말도 불사해. 그렇다 보니망명 신청자는 자기 사연에 더 끔찍한 세부 사항을 추가해서 우리가 좋아하겠다 싶은 이야기로 가공하고, 우리는 그 이야기를 믿어. 왜냐면 그 사람들의 사연은 이 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얼마나 질서 있고, 안전하고, 더 행복한지 확인시켜 주니까, 우리가 아직 특별하다고 확인시켜 주는 증거란 말이야." - P284
"거짓말이라고는 안 했는데, 이야기란 건 말이지, 어떤 이야기든간에, 네가 진실이라고 믿을 때에만 진실인 법이야." - P286
"저 사람들은 실제로 특별한데요." "자기네가 특별하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거야." - P286
"너는 저 회화나무를 처음으로 올라온 인간이 아니야. 마지막도아닐 테고, 자기 이야기를 남한테 들려주는 인간도 네가 처음은 아니지, 물론 마지막일 리도 없고, 자, 달에 온 걸 환영한다. 이곳은 사기꾼과 재담꾼, 협잡꾼, 몽상가, 거짓말쟁이들의 땅이야. 달이 이토록 멋진 곳이 된 건 바로 너 같은 자들 덕분이라고." - P287
"우리는 그저 규칙대로 하려고 애쓰는 것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정해져 있지요." "나는 진실이 듣고 싶어요!" - P287
"하지만 ‘인종과 종교, 국적,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이 사유인 건 아니지요." 장원차오는 자기가 들었던말을 인용하고 나서 담배를 길게 한 모금 빨았다. "저는 아무도 빼앗아가지 못할 집이 한 채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게 답니다. 세상은 참혹한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법은 그중 일부만 들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더군요." - P289
샐리 : 변호사
장원차오 비니 : 딸
달에 살고 싶은데 사람을이 못 살게하니 이유가 필요함 (271p)
원숭이- 이야기를 지어보라고 함 어차피 사람들은 나를 모른다
그리스도인이라 종교 박해 받았다고 지어냄
"나는 되게 오랫동안 우주여행을 했어. 우주선은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 안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단다. 고작 석 달밖에 안 지난것 같은 느낌이야." - P410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아빠가 전에 다 설명해 준 이야기였다. 엄마가 시간을 속이는 방법이 바로 그거라고 했다. 엄마한테 남은 시간인 2년을 길게 늘여서, 내가 자라는 모습을 보려고, 하지만 엄마의 말을 막지는 않았다. 엄마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 P410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왔다. 집에 오려고 몇 광년을 건너뛴 사람이었으니, 어차피 합판으로 만든 문짝하나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P411
엄마는 겨우 스물여섯 살이었다. 그 나이였을 때에는 나도 온갖희망에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엄마는 내가 살아온 삶을 정말로 이해했을까? - P413
엄마는 내게 아빠의 마지막 나날이 어땠는지 물었다. 나는 아빠가 편안하게 가셨다고 대답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는데도, 주름살은 엄마 얼굴보다 내 얼굴에 더 많았기에, 나는 엄마를 지켜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P413
"떠난 보람이 있었나요?" "난 다른 엄마들보다는 너를 지켜볼 시간이 적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훨씬 오래 볼 수 있었어." 엄마는 내 휠체어 옆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고, 나는 엄마 어깨에머리를 기댄다. 그렇게 잠에 빠져들면서, 나는 어린아이로 돌아간것만 같다. 눈을 떠 보면 엄마가 곁에 있을 테니까. - P414
이전 단편집과 달리 느슨하게나마 수록작들을 하나로 묶는 주제가 존재하는데, 다름 아닌 ‘초월‘이다. 수록작 가운데 굳이 나누자면 SF로 분류될 이야기들은 육체라는 존재양식만이 아니라 시공마저도 초월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초월을 이룬 후에도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의 본성이라고, 아마도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 P416
이상은 순전히 옮긴이의 공상이자 이미 만들어진 책에 덧붙이는짤막한 설명일 뿐, 지은이가 의도한 바는 결코 아니다. 이야기 짓기와 읽기는 오로지 또 마땅히 지은이와 읽는 이 사이에서만 이루어져야 할 가장 인간다운 활동으로서, 거기에 옮긴이가 끼어 앉을 자리는 없다. 지은이는 이 신비한 공동 작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P416
독자들은 제가 책에 쓴 단어 하나하나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겁니다. 왜냐면 독자 한 명 한 명이 자기만의 이야기보따리와 자기만의 해석 틀, 자기만의 상처, 자기만의 정서적 공명점을 지닌 채로 책을 펼친 다음, 제가 쓴 글을 읽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쌓아올릴 테니까요. 이로써 완성된 결과물은 사실 절반만 제 것이고, 절반은 독자의 것입니다. - P416
<모든 맛을 한 그릇에> - 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 - P291
릴리는 창가에서 중국인들을 계속 지켜보며 그들의 노래가 무슨뜻인지 알아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릴리는 그들의 음악 때문에 어머니가 생각을 할 수 없어서 기뻤다. 이는 곧 어머니가릴리에게 시킬 잡일을 떠올리지 못한다는 뜻이었으므로, - P297
"우리 예쁜이, 아빠한테는 네가 금덩이란다." - P300
릴리는 자신 안에 깃드는 고요함을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릴리는 알았다. 다 잘 끝나리라는 것을. - P311
이 나라는 어디에나 새로운 이름이 붙어 있잖느냐. 네 어머니께서도 결혼하실 때 성을바꾸셨을 텐데? 이곳은 도착한 사람들이 모두 새로운 이름을 얻는땅이다." 릴리는 그 말을 생각해 보았다. 사실이었다. 아버지는 이곳에 살기 전에는 릴리를 금덩이‘로 부르지 않았다. - P316
"이야기라고 해서 다 지어낸 건 아니다." - P320
"너는 전쟁이 재미있느냐?" 어느 날 아버지가 물었다. 장생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럼 바둑 두는 법을 가르쳐 줘야겠구나." - P324
"새로운 맛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즐거워하는 로건의 눈에장난기가 가득했다. "그건 마라‘라는 맛이다. 촉(蜀) 땅의 이름을 중국 전역에 알린 얼얼한 매운맛이지. 조심해라, 그 맛은 사람을살살 꼬드겨서 먹게 해 놓고는 입안 가득 불을 질러 댄다. 하지만한번 익숙해지면 혀가 춤을 추고 그보다 순한 맛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지." - P340
"개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요. 애완용으로 키우는 개는 먹지 않소. 하지만 이놈은 들개였고, 아옌은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이놈을 죽이는 수밖에 없었소. 맛있는 들개 고기가 있는데 버릴 이유는 없지 않소?" - P342
"들개든 아니든 개를 먹는 건 미개한 짓이오." "개를 너무 좋아해서 안 먹는단 말이군." 로건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당신들은 쥐도 안 먹을 것 같소만." - P343
이제 새 이름이 필요하다. 장생은 생각했다. 앞으로는 깃털 우(羽) 자를써서 관우라고 해야겠어. 자(字)는 운장(雲長), 긴 구름이라는 뜻에서. - P344
"거짓말입니다." 사람들 틈에서 장생이 외쳤다. 그런 노골적인 거짓말에 맞장구치는 처녀들한테 격노했던 거지. 그런데 다시 보니 모두 화웅에게 큰 빚을 진 집의 딸들이었던 거야. 장생은 말을 하지 않으면 목의 핏줄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어. - P347
"깨끗이 보내 주지는 않을 거다. 너는 내 아버지가 도적이라고 했지. 이제 도적이 너 같은 자를 어떻게 처치하는지 보여 주마." - P348
로건이 돌아보았을 때 자신이 어떻게 그렇게 차분했는지도 궁금했다. 마치 로건에게 특별한 힘이 있어서 자기 용기를 릴리에게 나눠준 것만 같았다. 릴리에게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알려 준 것 같았다. - P350
"당연히 그렇겠지. 그게 우리가 이 서부로 온 이유란다. 서부는누구의 땅도 아니고, 그래서 모두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진 이방인이니까. 캘리포니아주는 지금 천상 민족이 쏟아져 들어오는 중이니까, 이제 곧 여기 아이다호에도 밀려들 거야. 머잖아 모두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 - P352
"이제 잠이 좀 오니?" "아니요." "좋아, 그럼 이번엔 다른 노래." 둘은 별빛 아래 머물렀다. 한참 동안, 아주 한참 동안 - P356
"글쎄다.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보면,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처음에는 중국에서 생기지 않았지만 나중에 중국 역사가 된 것은 아주 많단다." - P364
"먼저 이야기부터 다 들려주세요!" "알았다. 하지만 미리 말해 두마. 나는 이 이야기를 셀 수 없이 여러 번 풀어 놓았는데, 그때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이젠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나도 잘 모를 지경이야." - P365
"관우 장군님은 당연히 살아 계신단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들려주는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했다. "그분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장군님이셔. 네가 그분의 힘과 용기를 100분의 1만 닮아도 엄마는 도둑과 산적을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 P368
"아이고, 엘지." 잭은 우스워 죽겠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은근한 칭찬은 전에 들어 본 적이 있지만 은근한 비난이란 건 또 처음인것 같군. 계속 그러면 당신이 중국인을 엄청 좋아하는 줄 착각하겠어,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였다면 말이야. 당신은 나한테 중국인의단점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지만, 당신 얘기에서 알 수 있는 건 그저그 사람들이 부지런하고 검박하고, 영리하고, 서로 어울리면서 즐거움을 찾고, 스스로 고난을 감수한다는 것뿐이잖아, 만약 당신이 중국인의 최악의 단점으로 꼽은 게 그 정도라면, - P3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