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과 당쟁비사
윤승한 지음 / 다차원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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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 여인들의 얼굴을 찌그러지게 만든 서시, 충신조차도 황제에게 반기를 들도록 만든 양귀비의 아름다움은 우리나라에선 황진이, 장희빈 정도에 비할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중에서도 신분제가 철저히 지켜지던 시절에 중전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리를 꿰찬 장희빈은 여러가지 매력이 있었겠으나 역시 그 중에서도  빼어난 외모만큼이나 솔직함, 당당함이 제일 아니였을까 싶다.   드라마에서  장희빈을 보면,  늘  착하디 착한 인현왕후를  못살게 굴다 결국 받게 된 사약조차도  내동댕이치는  '저런 , 저런, 어디서 저런  패악을' 이란 소리 들을 짓을 하지만  굉장히 좋게 본다면 '임금이 주신 사약이래도  못 마땅하다면 당연히 내 말하리라' 라는 그 시대 어떤 여인도 가지지 못한 당당함이, 좋았을 땐 숙종을 사로잡은 매력 포인트가 아니였을까 싶다.

  

그런 장희빈의 이야기를 1940년대 써간 윤 승한님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오게 되었다.  '당쟁 비사'라는 이야기처럼 장희빈과 숙종 뿐만 아니라 그녀가 태어나기전부터 그녀가 죽은 후,   역사 시간에 들었던 가물가물한 이야기들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일화들 사이로 등장하는 여러 이름을 보며 "아, 그 때 이 사람이, 그런 일로!!!" 라면서  많은 일들과 인물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름다움과 영특함을 가져 한동안 세상을 품었을 장희빈이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 책에서는  질투많고 표독스러웠기에 다 잡았던 운을 놓친 어리석은 여인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작은 그녀 혼자서는  절대 세상사 흐름을 읽을 수 없을만큼  자신의 세력을 지키고 넓히기 위해 중심없이  급하게 한쪽에 휩쓸리는 행동을 일삼던 양반님네들의 검은 속내,  그리고 결정적으로 듬직함도 없고, 뜨거운 열정도 없으면서 여인네들을 책임질 수 있다 믿는 임금의 줏대없는 행동 역시 그녀에게만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어리석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이들에게  부르르한 성질을 가진 여인이  ' 내 뜨거운 구들장에 앉았지만 그래도 당신만을 믿고 꾹 앉아있겠소.' 라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선택이 주어지지않으니 성질이래도 내보고 싶지않았을까....

 

물론 여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써 궁중 여인들에게 벌인 일들, 특히나 나중에는 어미로써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건 그녀의 진정한 잘못일 것이다. 하지만  매력넘쳤을 그녀가 그리 못나게 된 것은 자신을 제대로 보아주지 않는 남자, 그리고 자신뒤에 안전하게 있으려했던 남인들, 그녀를 깎아 내려야 자신들이 살 수 있다고 믿었던 서인들로 잠시라도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았던 이들 탓도 있지않았을까.  현종때부터 영조 임금때까지의  일화들이 서인, 남인, 소론, 노론 등으로 어제의 적, 내일의 친구,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면 자신들조차도  뭐라 말할 수 없는 이들이 만들어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역사가 참으로 길고 오래되었다는 걸 다시금 생각해보게된다.

 

지금  태어났더라면  멋진 여자로 이름을 떨쳤을 수도 있었을, 하지만  얽히고 설킨 복잡했던 양반님네들의 손아귀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한,  시대를 잘못 타고 났기에 결국은 그  비운을 이기지 못힌 아름다운 이였다고..  오늘은 비사속에  스러져간 여인을 그렇게 이해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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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시계 - 개정판
앤 타일러 지음, 장영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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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부부들이 이렇게 살아간다고 털어놓는  TV 속 이야기가 내 사는 이야기랑 별반 차이없는데도  어찌나 재미가 있는지,  이젠 나도 당당히 아줌마 대열에 이름을 올리는구나 싶어진다. 그 사람이 그럴때, 난 이렇게~~ 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임에 분명한데 조금씩 핏대를 올리는 부부들의 공방전이 가열될수록, 나 역시 우리 부부는 그럴때 어땠더라 ..하며 그동안 내 머릿속 어딘가 묵혀 두고 발효시키고 있는 기억을 하나씩 뒤집어내기 때문이다.

  

남편들이 제일 두려운게  "십년 전 당신이 일요일인 그 때 그렇게 말했을 때... 내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 하면서 안 된다고 했는데..."  하는 상황 재연부터  "어제도 말이야." 하고 현재까지 부부의 역사 속 잘 잘못을 아내가 시작하는 순간이라던데(본인은 잊고 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꾸며내야 하므로),    친구 남편이였던 맥스 장례식에 가기위해 자동차를 정비공장에서 찾아오는 순간부터  삐그덕 대는 매기와 아이러 부부의 하루를 통해, 그 수많은 세월을 같은 공간 속에 있으면서도 얼마나  다르게 보고, 느끼고  있었는지 하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 그리고 앞으로 몇년 후 울 아이들이 어느 정도 더 크면 느끼게 될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상실감과 외로움을  매기를 통해 느끼게 된다.

 

이들 부부의 하루는  그들 부부 28년동안의 역사가 다 나오는 날이기도 하다. 너무 넓은 오지랖을 가진 매기는  아이러와 사는 내내  그가 가지고 있는 냉정함, 거기에서 나오는 침착함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얼렁뚱땅 실수 투성이 인생이 그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을 하며 살아가고 냉정한 줄 알았던 아이러는 자신이 낭비했다  느끼는 젊은 날에  대한 후회, 지나쳐보이는 아내 매기의 남의 인생 끼어들기의 결과에 조마조마한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불만, 비난, 원망이란 감정들을  쏟아내다가도  남들이 뭐라 할것같은 분위기에서는 상대편의 마음을 감싸주거나 배려하는 모습으로 긴 세월 살아가는 부부의 진정한 면을 보게된다. 어쩌면 뜨거운 형제애나 가족애란 이런것인지도 모르겠다. 다 알아 재미없고 그가 뭐라 할지 알아 조마조마하다가도 그래도  편이 되주는 그 사람이 있다는 안도, 그리고 투닥투닥하며  쌓아 온 기억들이 오히려 상대를 믿게하는 기반이 되는 걸 보면 말이다.

 

또다시 시작된 매기의 주책으로 만나게 된 아들 제시와 전 며느리 피오나, 그리고 노인 오티스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부부란 어떤 것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살면서도 터무니없이 상대를 모르거나 단지 자존심때문에,그리고 사소한 몇 마디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두고 두고 줄 수도 있는 게 부부라는 걸, 그리고 너무 다르지만 한 숨 참아주고, 내쉬면서 익숙해지고 닮아가는게 부부라는 걸 나중에 나오는 매기를 닮아있는 아이러의 주책을 통해서도 알게된다.

 

흥얼거리는 노랫마디로 남편 아이러의 기분을 알아맞출만한 내공의 소유자이면서도 타고난 남의 인생 걱정하기, 거기에 지나친 참견까지 하느라 아이러에게서 "오,제발~"이라는 감탄사만 뽑아내는 매기, 그들은 중년 부부의 일상 또한 젊은 부부의 일상처럼 격렬해질 수도 있지만 어떻게 그 과정을 넘어가는지  보여주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부부란 어떤 건지를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와  같이 오래 지내고 싶다면~~  참을 수 없는 그 순간만큼은 잠깐 넘어가길, 그렇지만 나중에는 꼭 그것에 대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시간을 가져야 하고  부부가 되려면 그런 많은 일들을 함께 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혼자일때는  몰랐던,  같이 나누는 일상의 평화로운 공유가 어디서 오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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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국을 보았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 1
이븐 알렉산더 지음, 고미라 옮김 / 김영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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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이 닥칠때마다 지금도 난 '도와주실꺼죠?' 라고, 언제나 내게 힘이 되어주시는 하늘에 계신 분께 마음의 기도를 드리곤 한다. 그렇게 그 무거운 일이 잘 지나가면 기도가 통했다는 생각에 기쁘고,  그렇지 않은 일에는 지금은 부족했겠지만 다음엔 그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기회를 갖게 해 달라는 다른 기도로 마음을 가볍게 하는데 도움을 받곤 한다.

 

 

 종교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이제껏 믿어왔던 나 역시도 사실은 그렇게 마음이 허할때면 지금은 내 곁을 떠나간 분들에게  힘을 받기도 하고,  그렇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렇게는 아니더래도 많은 이들이  사람과 사람의 일이  생과 사, 이렇게만  끝나는 것은 아닐꺼라는 생각을 하지않을까 싶다.  뇌 과학 연구라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과학적으로 살아오던  하버드 신경외과 의사 '이븐 알렉산더' 는 자신도 이제껏 생각지 못한 세상,  자신이 뇌사 판정 이후 7일동안  죽음 이후의 세상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통증과 함께 시작된 갑작스런  코마상태로, 그는 의사들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 땅에서 그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보면서도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어디론가의 여행을 시작한 그는  그  시간동안,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근본적인 마음의 아픔인 '난 버려졌다.' 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놀라운 증거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눈으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그 세상 또한 존재한다는 걸 , 신경외과 의사로써의 객관적인 의견으로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임사 체험'은 뇌의 착각이 아니며 뇌가 이제껏 보았던 혼합된 기억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천국과 지옥', 그 세상은  '있으면 좋겠다는'  죽음 후 세상을 바라는  우리네 노력이자 희망이지 싶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며 악착스럽게도  이 세상에 대한 집착을 보이다가도 때때로  인간의 손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생로병사라는 이치에는 가끔 이 다음이 준비되어있다면 ... 이란 바람으로 이왕이면 '천국'을 향하여 조금 더 바르게 이 세상에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기때문이다.

 

누군가는 기적이 어디에도 없다고 믿고, 누군가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믿는다는데 난 어떻게 살아왔나 싶어진다.  어떻게 살아왔든 우린 모두  보이지 않는 사랑과 정해지지 않은 삶의 매 순간이라는, 기적속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증명되지않은  일들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믿어야 할 것인가 보다는 가끔은 무거워진 내 마음을 가볍게 하고 싶을 때, 기쁘게 하고 싶을때 생각해본다면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싶어진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방식만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 어디에도 없다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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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더 월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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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나왔다는 이야기만으로도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작가가 몇 명이 있다.  빅 픽처로 나에게서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더글라스 케네디' 역시 그런 작가중  한 명이다. '누구나 똑같구나' 싶던  평범한 일상생활이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철저히 망가져가다, 이 사람  진짜 안되는 구나 싶어 포기하려는 순간  어찌나 통쾌하게   밑바닥을 박차고 나오는지, 지울 수 없는 사랑이 순식간에 다가왔지만   보내야  했던 이의 절절한 이야기, 심지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와의 풀릴 수 없는 얽힌 운명에 괴로워한다는 여러 장르의 이야기를 재미를 놓치지 않고 써가는 작가이기에,  또 여러 주인공들이 움직이는 이동 경로를 따라가며 보게 되는 주변을 내가 보는 듯하게 결국은 굉장히 무난하지 않는 삶 속으로 같이 들어가게 되는 공감력을 불러일으키는데  뛰어난 작가이기에 이번은 어떤 곳으로 가게될지, 어떤 삶 속으로의 소개가 될지  '위기의 생에 바치는 치유와 화해의 메세지!', 힐링 소설이라는 "리빙 더 월드'  역시 관심이 가게된다.

 

열세 살 생일날에도 부모님들의 싸움을 지켜봐야 했던 제인은 그 날 했던 말로 엄마에게 평생을 두고  원망을 듣는 일이 생기게 된다. 어쩌면 그녀의 조심스럽게 한 발 빼야 하는 인생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유를 만들어야만 했던 엄마, 그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엄마에게 평생 사과를 하던 그녀는 사랑에서도 결국은 매번 잘못된 선택과 아픔이 남는 쪽을 택하게된다. 그녀가 인생에서 유일한 선물이라 생각했고 지키고 싶었던 일마저 뜻대로 안되면서 그녀는 삶에서도 한 발빼고 싶어지게된다. 

 

'만약' 이라는 물음을 우리는 어쩌면 살면서 늘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 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만약 내가 그 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보면서  상처가 하나 둘 제인에게 쌓이는 걸 보면서 우린  그녀의 수많은 상처중 나도 가지고 있는 하나 이상을 기억하게 된다. 때로는 부모님과의 사이, 애인과의 사이, 자식과의 사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사람과의 삶에서 '지금이 최고다.' ,'이것만은...' 하던 순간이 어이없이 사라지며 남기는 슬픔과 절망이 어찌 하나도 없었던 사람이 있으랴 싶다.

 

 제인은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보여주면서  우리가 두려워할 상황에 한번씩  부딪히며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낸다. 물론 우리가 겪었던 일들보다 굉장히 극적이지만, 그 장소 그 시간 돌아보기를  두려워하는  마음만은 그녀를 통해 어느정도  읽어갈 수 있게 된다.

 

'인생에서 가벼운 짐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목적지에 다 와 간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모든 일이 엇나가기 시작하는게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  -39

그렇게 다가왔다 싶은 행복, 이게 삶이구나 싶었던 행복이 하나씩 그녀를 떠나며 그녀는 우리에게 그런 후에 남아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녀가 잡고 싶었지만 결국  잡지 못했던 사람들, 기대하지 않았는데 다가오는 사람들, 그렇게 때로는 몽땅 어긋나지만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게 우리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읽어가며 '살다보면...' 이란 노래가 생각이 나게 된다. 살다보면 ... 왔다 싶으면  가고,  다 갔다 싶으면 다시 오는 게 우리네 삶이라는 걸  제인의 심리 상태를 통해  더글라스 케네디가  보여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다. 삶의 불확실성, 그리고 불안정한 우리들, 어울리지 않는 우린 어떻게든 어울리는 한쌍이고 당신에게도 다 갔다 싶은 순간에 누군가, 뭔가는 살아가는 당신에게 오고 있는 중이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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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주임교수 - 가혹한 스승과 제자의 길고도 치열한 싸움
김명주 지음 / 매직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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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골든 타임이라는 의학드라마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로 고민을 하는 그야말로 '진짜 의사'들의 멋진 모습에 마음을 쏙 빼앗기며 환자를 우선으로 하는 저런 의사가 있다면... 이란 생각을 했었다.  의사선생님들은 다 슈바이처에  날개를 숨겨 둔  천사인줄 알았던 적도 있었는데,  한밤중 응급실이라는 위급상황에 만난 레지던트의 떨리는 주사 바늘과 불안한 눈빛이 가뜩이나 불안한 나의 밤을 더 불안하게 만든 후에는 의사 역시  인간이 가지는 힘든  직업의 일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 적이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치료한다는 커다란 일을 하기 위한  의학도들의 무지 막지한 공부량은 어떠한지 궁금한 우리에게 현재 의대 외래교수이신 저자의 경력때문일까, 보다 리얼하게 의대생들의 생활을  '해부학 주임교수'에서 볼 수 있다. 의사로서의 신념보다는 부모님이나 주변이들의 기대를 안고 의대라는 곳에 들어 온 이들이 의사에게도 역시나 제일 중요한 건 인성이라는 걸 가르치고 싶어하는, 하지만 지나친 열정과 갑갑하다 싶게 원칙을 고수하는 황 교수를 만나게 되면서 겪게되는 대혼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 중에서도 억울하다 싶은 일들로 진짜 독하게 변할 수 밖에 없었던  한 동찬을 통해 의사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가 하는 일들을 통해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란 말이 붙게 되는 거구나 하는 걸 알게된다. 

 

흰 가운의 의사라는 멋진 모습과는 다르게 주먹으로, 욕설로 학생들의 군기를 잡는 교수라던가 실습시간에 끔찍한 모습의 카데바를 시간안에 맨손으로 건져야 하거나 그 냄새에 눈물, 콧물 쏟는 학생들, 학습 도구로만 여긴 뼈에 대한 장난으로  진짜 유급, 혹은 퇴학을 당할 만한 큰 일이 되게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있는 황 교수의 본심이 무엇인지, 특히나  황 교수에 의해 받게 된 엄청난 고난으로 인생의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한 동찬이 죽음까지 갈 정도의 방황을 겪는다던지 하는 이야기에서 진짜 싫다고 생각했던 선생님들이 오히려 두고 두고 생각나더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게도 된다. 제자들에게 바랬던 것은 오직 하나였던 황 교수님의 뜻은 너무 늦은 후에야 드러나게 되었지만 깊은 뜻을 알게 된, 한 동찬 역시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베풀고   그렇게 스승의 사랑은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 역시 소설이래도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던 이들의 시간과 열정을 생각해 대기 시간이 긴 병원 예약도 좀 덜 투덜거리게 되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황 교수님 제자같은 " 진짜 의사 선생님" 을 많이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 싶다.

 

위협하는 의사, 웃지 않는 의사는

   실력 없음을 포즈로 감추는 무능한 의사다

                                   - 야마다 유키히코(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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