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쓰는 논어 - 마음으로 읽고 손으로 되새기는 공자의 말 100
최종엽 지음 / 유노라이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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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부터 한자 쓰기를 취미로 쓰기 시작했던 거 같다.

생전 처음 기숙사 생활을 했기에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풀 수가 없어 찾은 방법이 바로 한자 펜 글씨 쓰기였다.

한 획, 한 획 한자를 쓰다 보면 화가 났던 마음이 가라앉았고, 덤으로 한자 실력까지 느니 일석이조였다.

그 후로도 지금까지 한자를 쓰는 것은 화가 났을 때 자주 쓰는 방법이 되었다.

서점에 들를 때면 한자 교본을 한두 권은 사서 구비해두고 심란하거나 안 좋은 기분이 들면 한자 한자 써나가곤 한다.

논어는 예전에 몇 번인가 읽은 적이 있다.

읽은 적은 있지만 논어의 구절을 연습장이나 노트에 마음에 드는 몇 문장을 써 본 것이 전부여서 이렇게 논어를 제대로 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대가 되었다.

저자의 '논어는 읽는 것도 좋지만 쓰는 것도 좋았다'라는 감상을 이 책을 채우고 나면 나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습'習'의 결과는 말에 다시 한번 삶의 진짜 의미가 무언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한자 공부를 겸해서 쓸 예정이었기에 첫 장에 바로 음이 달려있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한자만 있었다면 읽으면서 모르는 한자를 파악하고 다음 페이지에 쓸 때 몰랐던 한자는 더욱 집중적으로 익힐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잠시 들었다.

처음 1강은 차례대로 채워나가다가 앞의 목차에서 지금 알고 싶은 대답을 먼저 찾아서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끌리는 부분을 찾아서 쓰고 있다.

내 경우는 처음에는 1강을 쓰고 5강의 용기를 써나고 있다.

2500년 전 공자가 제자들의 질문에 답을 해준 것을 제자들이 나중에 엮은 것이 논어인데 지금 읽어도 이렇게 와닿는 것을 보면 그 긴 시간 동안 인간은 딱히 나아진 것이 없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인생에 있어 배움을 강조했던 공자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는 학교만 졸업하면 배운다거나 공부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습관만이라도 제대로 몸에 익혔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시간이 된다면 논어뿐만 아니라 도덕경이나 장자, 노자 같은 그동안 읽기만 했던 책들도 쓰기 교본이 있는지 찾아보고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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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기 부끄러워 묻지 못한 맞춤법 & 띄어쓰기 100 - 딱 100개면 충분하다! 교양 있는 어른을 위한 글쓰기의 시작
박선주 지음 / 새로운제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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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는 웬만큼 자신이 있었지만 요즘 들어 헤갈리거나 이 책에서도 등장하는 '데'나 '대', '~로써'나 '~로서' 등은 막힘없이 사용하기에는 머뭇거려진다.

저자의 머리글에서 누군가 맞춤법을 틀린 경우를 보면 나는 어떤 타입일까?

상대방이 묻지 않는다면 맞춤법이 틀린 글을 봐도 나는 굳이 지적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굳이 필요로 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맞춤법 때문에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필요성까지는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에 내가 고치면 되니까~ 하면서 넘어가는 쪽을 선택한다.

맞춤법은 글을 작성할 때마다 매번 확인을 하지만 요즘 들어 더 어려워진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말로 할 때는 알지 못하지만 글로 작성할 때 맞춤법이 틀리면 저자의 의견처럼 이 글을 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교양을 넘어서 맞춤법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능력까지도 의심받게 되는 것이 사실인 거 같다.

그렇기에 무슨 글을 쓰든 항상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그저 책을 많이 읽고 학창 시절 배운 국어에 의존한 맞춤법은 가끔 한계를 드러내는 거 같아 국어사전을 보며 확인하거나 검색창에서 확인하기도 했었다.

이 책은 단순한 맞춤법에서 틀리거나 옳은 것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어 더욱 기억하기에 좋았다.

'~게, ~께'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어느 순간에 갑자기 머뭇거리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께는 존칭어라고 이해하니 더 이상 사용에 무리가 없을 거 같았다.

'율, 률', '양, 량' 은 그저 눈에 익숙한 대로 사용했었는데 앞에 붙는 단어의 받침이 무엇인지 또 외래어인지 한자어인지에 따라 다르다는 기준을 알고 보니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

책을 공부하기 전에는 스스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서 가끔씩 헤갈리는 몇 가지 정도만 확인할 생각이었지만 이 책을 공부하면서 스스로의 맞춤법 실력이 겨우 이 정도였나 하고 깨달았다.

글을 작성할 때마다 확인했던 검색창의 맞춤법이 가끔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 책의 맞춤법과 비교하니 확실히 틀린 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스스로의 맞춤법에 조금은 자신이 생기기도 했다.

가끔씩 '지향하다'라는 의미로 쓴 글인 거 같인데 '지양하다'라는 글을 보는 경우가 있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 같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맞춤법이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한 이유까지는 정확히 알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남의 눈에 '지양하다'처럼 거슬리는 맞춤법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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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개 기업 탐방으로 알게 된 수익 내는 주식 투자의 원칙 - 방송, 유튜브, 신문, 잡지, SNS 정보에만 매달려서는 수익이 날 수 없다
호크마 지음 / 황금부엉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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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경제방송에서 기업탐방을 다녀온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렇게 열심히 하니까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투자자 그것도 초보 주린이에게 기업탐방은 그저 다른 세상의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개인 투자자로 시작해서 기업탐방을 직업으로 삼게 된 저자의 행운은 부럽기 그지없다.

그저 종이에 적힌 숫자들과 각종 차트들만을 보면서 주식 투자를 하기에도 급급한 초보 투자자에게 기업탐방까지 다니면서 제대로 한 기업에 대한 탐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저자는 1000개나 되는 기업을 기업탐방을 다녔다고 한다.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도 자신이 잘 모르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말라고 했다고 여러 책에서 읽었다

하지만 기업탐방이라는 것조차 모르던 시기에는 평범한 개인투자자가 개인적인 친분이나 관계자를 모르는 한 그 기업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안다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첫 장에서 재무제표나 기업 보고서에서 줄까지 그어가면 봤던 숫자들은 증권사 보고서에도 나와있으니 그것들 때문에 기업탐방을 할 필요는 없다는 어느 IR 담당자의 이야기는 진짜 기업탐방에서 무엇을 보고 확인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는 거 같다.

저자가 그 많은 IR 담당자들을 만나 나눈 대화들과 그 대화들에서 느꼈던 점들을 읽으면서 기업분석을 한답시고 스스로가 얼마나 안일한 방법으로 공부하고 투자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증권사 리포트를 읽는 것은 기업에 대해 공부할 수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미 그만큼 이목을 끈 기업이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박을 내기는 이미 늦은 셈이다.

기업탐방을 통해서 종이나 영상으로 얻은 정보와 진짜 그 기업의 현실과의 괴리를 알아차리는 것이 저자가 주식 투자자로 성공한 비결인 거 같았다.

탐방은 연애와 같다는 저자의 글은 투자는 그 기업과의 함께 가는 여행이라던 어느 투자자의 말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기업탐방을 갈 수 없는 초보 투자자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것들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저자는 기업을 공부하는 다양한 방법들과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하는 것들 그리고 조심해야 하는 기업의 형태를 알려주었다.

특히 4장의 매도하는 순간까지 해야 하는 것을 읽으면서 지금의 한심하기 그지없는 계좌와 어려운 장이라며 투덜거릴 자격이 스스로에게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고작 투자 관련 책 100권 정도 읽었다고 대단한 공부를 한 것인 양 자신만만했었던 어리석은 모습이 생각났다.

매도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추적해야 하며 숫자가 아닌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은 주식 투자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특히 적정 매도가를 스스로 정하는 방법은 늘 방송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에만 의지했었는데 이 책에서 정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유용했다.

당장은 기업탐방을 갈 수도 없으니 그저 방소에서 기업탐방을 다녀온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 기업탐방 방송을 보면서 무엇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하는지, 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어 지금까지 기업탐방 방송을 그저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뀌었다.

좋은 사람은 그저 좋은 사람일 뿐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조언은 단순히 주식 투자에 한해서만의 이야기는 아닌 거 같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늘 주식투자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처음에는 그저 투자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만 얻을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매번 읽다 보면 생각했던 것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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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웨이브 - 팬데믹 이후, 대한민국 뉴노멀 트렌드를 이끌 7가지 거대한 물결
홍석철 외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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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겨울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던 뉴스를 본 것이 생각난다.

기껏해야 사스나 메르스 정도일 거라는 생각에 별거 아닌 것이라고 지나쳤다.

하지만 2019년이 지나 2020년 새해가 밝자 코로나19는 대재앙이 되었고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세웠고 모든 사회가 멈춘 듯한 이상한 시기가 시작되었다.

조금 긴박하긴 하지만 봄이 되면 끝날 거라던 희망을 비웃듯이 코로나19는 2022년 10월도 여전히 그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코로나19가 2019년에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닌 800년간 인류와 함께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한 전염병을 넘어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전 세계 인류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비대면을 위한 기술의 발전은 팬데믹을 기회로 어마한 발전을 이루었고, 무엇보다 국제 사회의 모습이 팬데믹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아갔다.

팬데믹 이전에는 세계 무역에서 분업주의가 당연한 것이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국경의 폐쇄는 자국 안에서의 생존경제를 우선시하게 되었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어느 정도 당연시되었고,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를 위한 희생 중 어떤 것을 우선시했느냐가 방역의 문제가 되기도 했다.

비대면으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 빈부격차가 더욱 커지게 된 것 또한 팬데믹이 낳은 결과이다.

공무원이나 은행원, 대기업 직원처럼 팬데믹으로 인해 소득의 변화가 없었던 직종의 종사자들과 중소기업이나 대면이 꼭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서비스업 종사들 간의 소득 격차는 그렇지 않아도 높아지던 빈부격차를 극단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게 했다.

특히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은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과 인간관계 등 그동안의 모든 것들을 바뀌어 놓게 된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그동안 어쩔 수 없다며 지나쳤던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또 불필요한 관계들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국가의 복지정책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으며 예전과는 다른 사회보장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에서 다룬 다양한 방면에서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문화, 심리, 국제적 관계의 변화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기술의 발전이나 빈부격차는 생각할 수 있었지만 복지와 방역과 프라이버시 사이의 문제점, 지금까지의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의 변화며 큰 정부로서의 정부의 역할 등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스크를 벗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엔데믹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코로나19라는 질병이 가져온 다양한 변화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걱정과 기대가 함께 공존하는 시대를 살아간다는 사실을 더욱 실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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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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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세 사람이 만났다.

여든여섯 살의 시노다 간지, 여든 살의 시게모리 츠토무, 여든두 살의 눈에 띄는 스타일을 한 미야시타 치사코.

처음 읽었을 때 이 세 사람의 모임은 그저 예전 직장 동료들의 친목 모임 정도로만 보인다.

이 세 사람 사이에는 괘 오래전에 애정관계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 추억일 뿐이다.

호텔방에 체크인을 하고 세 사람은 바에서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호텔방에서 엽총으로 죽은 채 발견된 3명의 노인.

새해 첫날 이 사건으로 세상은 소란스럽다.

그리고 그들의 남은 가족들은 유족이라는 공통의 이름 아래 경찰서에 모이게 된다.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평생 만날 일이 없었을 사람들이 경찰서의 한 공간에 모여 조사를 받는다.

어린 시절 집을 나간 엄마의 엄마일 뿐인 외할머니. 은퇴하고 시골에서 혼자서 살던 암 투병 중인 할아버지, 그리고 가족은 없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받고 있는 전 교사.

소설은 세 사람의 마지막 날의 대화 장면과 그들이 세상을 떠난 후의 유족과 지인들 겪게 되는 일상과 그 일상 속에서 그들의 죽음으로 인한 심리가 묘사되고 있다.

늘 그렇듯이 사건 자체만 본다면 괘나 비극적인 모습일테지만 저자는 그런 느낌을 조금도 주지 않는다.

만약 내가 알고 있던 누군가가 이런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다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될까?

물른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 속의 세 노인들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도 아니고 그저 자신들의 삶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감하고 싶었을 뿐이다.

노인들 중 한 명의 유언에도 있듯이 가족들에게 새해 첫날부터 경찰서에 들락거리는 번거로움을 겪게 하는 것에 미안함이 있을 뿐이다.

암 투병으로 이제 서서히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게 된 시노다는 해외에서 유학 중인 손녀에게 자신이 좋아했던 책들을 유품으로 보냈다.

결혼한 딸이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와 남자를 번갈아가며 사는 모습에 더 이상 만나지 않지만 손자와 손녀에게 적지 않은 자금을 상속으로 남긴 외할머니 치사코상.

가족은 없지만 다양한 직업을 거친 덕에 지인들이 많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마지막 배웅을 받은 시게모리.

이들 중 그나마 평범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시노다일 것이다.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한 죽음이 아닌 이들의 죽음은 끊어졌던 인연을 다시 이어지게 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주게 되는 계기가 된다.

장례가 끝나고 시노다의 손녀가 치사코의 딸에게 메일을 보내 자신이 모르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는 모습은 '러브레터' 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세 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던 그들이 세 사람이 죽고 난 뒤에 그들의 존재와 죽음으로 변화를 겪는 모습들은 의외이기도 했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가능한 영향력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새해를 살아갈 사람들의 몫이라며 마지막 날 세상을 떠난 세 노인의 마음이 이해가 갔고,

책의 광고에도 쓰였던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라고 말했던 치사코씨의 체념도 그녀의 가족들을 보니 이해가 갔다.

남은 사람들에게 새해 첫날부터 경찰서를 들락거리게 한 것은 확실히 민폐였지만 세 사람에게 받은 것에 비하면 마지막 가는 일에 이 정도의 수고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과 소설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삶도 죽음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다간 그들이 부러워졌다.

책을 덮고 이 서평을 쓰면서 죽음 그것도 노인들의 엽총 자살을 이렇게 덤덤하게 그려내는 것은 에쿠니 가오리만의 능력이자 특허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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