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빛나는
영롱한 빛깔로 수 놓아져
아주 특별한 손님이 와야
한 번 꺼내놓는 장식장의 그릇보다


모양새가 그리 곱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언제든지 맘 편하게 쓸 수 있고


허전한 집안 구석에 들꽃을 한아름 꺽어
풍성히 꽃아두면 어울릴 만한
질박한 항아리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해와 이해 사이에서
적당한 중재를 할 수 있더라도
목소리를 드 높이지 않고


잠깐동안의 억울함과 쓰라림을
묵묵히 견뎌내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꾸며진 미소와 외모보다는
진실된 마음과 생각으로
자신을 정갈하게 다듬을 줄 아는


지혜를 쌓으며 가진 것이 적어도
나눠주는 기쁨을 맛보며
행복해 할 줄 아는
소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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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동안 혼자서 걷지 못하고 목발에만 의지해야 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힘든 걸음마를 연습하기 시작했던 건 맏이인 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즈음이었다.
사람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의족을 끼우시더니 그날부터 줄곧 앞마당에 나가 걷는 연습을 하셨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얼마나 힘겨워 보이시는지...
땀으로 범벅이 된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번씩 땅바닥에 넘어지곤 하셨다.
'아빠, 그렇게 무리하시면 큰일나요.'
엄마랑 내가 아무리 모시고 들어가려고 해도 아버지는 진땀 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얘야, 그래도 니 결혼식 날 이 애비가 니 손이라도 잡고 들어가려면 다른 건 몰라도 걸을 순 있어야재...'
나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그냥 큰아버지나 삼촌이 그 일을 대신해 주기를 은근히 바랐었다.
창재씨에게, 그리고 그의 부모님과 친척들, 친구들에게도 의족을 끼고 절룩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힘겨운 걸음마 연습이 계속되면서 결혼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왔다.
난 조금씩 두려워졌다.
정작 결혼식 날 아버지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신랑측 사람들이 수군거리지나 않을까... 한숨 속에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제일 먼저 현관에 하얀 운동화가 눈에 띄었다.
'누구 신발일까?'
경황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긴 했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결혼식장에서 만난 아버지는 걱정했던 대로 아침에 현관에 놓여있던 하얀 운동화를 신고 계셨다.
난 가슴이 뜨끔했다.
'아무리 힘이 든다 해도 잠깐인데 구두를 신지 않으시고...'
당신의 힘이 모자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떠나는 내게 힘을 내라는 뜻인지 아버진 내 손을 꼬옥 잡았다.
하객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절룩절룩 걸어야 했던 그 길이 아버지에게는 얼마나 멀고 고통스러웠을까.
진땀을 흘리시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하지만 난, 결혼식 내내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만 떠올랐다.
도대체 누가 그런 운동화를 신으라고 했는지... 어머니일까? 왜 구두를 안 사시고...
누구에겐지도 모를 원망에 두 볼이 화끈거렸고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무안한 듯한 표정도, 뿌듯해 하시는 미소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렇게 결혼식은 끝났다.
그 후에도 난,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내 손을 잡고 아버지가 막 걸음을 떼어 놓는 장면이 담긴 결혼 사진을
절대로 펴보지 않았다.
사진 속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만 봐도 마음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가 위독해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난 비로소 그 하얀 운동화를 선물했던 주인공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내 손을 꼬옥 잡고 천천히 말을 이으셨다.
'아가야, 느이 남편에게 잘 하거라.
니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사실 난 네 손을 잡고 식장으로 걸어 들어갈 자신이 없었단다.
그런데 니 남편이 매일같이 날 찾아와 용기를 주었고 걸음 연습도 도와주더구나.
결혼식 전날엔 행여 내가 넘어질까봐 푹신한 고무가 대어진 하얀 운동화도 사다 주고,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얼마나 당부를 하던지... 난 그때 알았다.
니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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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접어들자 날씨는 곧바로 바늘끝같이 추워졌다.

영주는 우리 식구들 중에 유일하게 애정표현이 자유롭던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 아이가 벌리는 팔과 그 아이가 내미는 입술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 아이를 통하지 않고서는 웃지도, 이야기 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게 길들여져 있었다.

우리 가족들은 마치 신호등이 고장난 네 갈래 길에 각각 서 있는 당황한 사람들처럼,

서로 말을 걸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로 바라만 보게 되었다.

우리의 소통이 엉키지 않도록 요술 같은 방법으로 누군가는 기다리게 하고,

누군가는 직진하게 하고,

누군가는 자회전하도록 지도하던

우리의 푸른 신호등은 영원히 잠들어버렸다.

우리는 신호등 없이는 교차로를 지날 수 잇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의 아름다운정원 / 심윤경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인정되는 것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부귀와 명성과 쾌락이다.
이 세 가지에 대하여 마음을 너무 열중시키기 때문에
다른 좋은 것은 거의 생각하지 못한다.

-스피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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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말하기', '잘 가라고 말하기'

모든 헤어짐에서 매우 중요하다.

설령 갑작스러운 이별이나 상실로

작별 인사를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할지라도,

혹은 일방적인 이별을 겪는 경우라 해도,

나중에라도 내 마음속에서 그를 떠나보내며

그를 향해 이제는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상대에게 안녕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떠난 사람과 나를 묶어 놓았던 끈을 푸는 마지막 작업이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자유로워지는 작업인 것이다.



잃어버린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다.

그러나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에 매달리다 보면 결국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내가 의미있게 써야 할 시간, 내가 더 사랑해야 할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상처가 두려워 사랑에 빠져들지 않으려는 사람,

그는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는 배울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달라질 수 없으며, 성장할 수 없다.


기억하라. 상처 없는 사랑은 없다.

중요한 건 사랑의 치명적인 상처를 어떻게 피해 가며,

상처를 입었을 때 어떻게 치유해 나가느냐다.


김혜남 / 어른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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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그림을 그린 제가 이런 말하면 안되지만
TV방송에서 이런 장면 나오면 역겨워 채널 돌려버립니다.

저 부인 역시 남편 위신 세워주느라 몹시 고생하는군요.
하지만 부인!
이런 장면은 위선이에요.
서로가 진심을 보일 때 그것이 진정 부부라는 것 잘 아시잖아요.

"! 우리 싸운 적은 없어도 당신은 내 가슴을 숯덩어리로 만들었잖아요!"
라고 말해버려야 합니다.

방송 시간이 끝나기 전에 빨리 말해 보세요.
당신과 같은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 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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