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그 Hug
지미 리아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리틀빅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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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털 사자 한 마리가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풀밭 위에서 곤히 자고 있었어요.

사자는 봄날의 꿈을 꾸다가, 여름날의 꿈도 꾸고,

가을날의 꿈도 꾸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상자 하나가 사자의 머리위로 떨어졌어요.

그 바람에 사자는 겨울날의 꿈에서 깨고 말았어요.

이게 웬 날벼락이람?

 사자는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이내 무안하고 화가 나서 하늘에 대고

괜히 한바탕 으르렁거렸어요

그러고는 얄미운 상자를 인정사정없이 물어뜯었죠.

 

그러자 찢어진 상자에서 책이 한권

툭 하고 떨어졌어요.

 

 

 

 

 

 

지친 사자는 바위에 기댄 채 생각이 잠겼어요.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낙엽들을 흩날렸어요.

그러다 문득 사자는 자기 품 안에

꼬옥 끌어안고 있는 책을 보았어요.

그건 마치 하나의 암시 같았어요.

모든 포옹은 결코 잊려지지 않는다는 메시지 말이에요.

 

낙엽들이 바람과 포옹하는 광경을 지켜보던

그 순간! 사자의 머릿속에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 한 장면이

걷잡을 수 없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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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박광수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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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날도

힘들었던 날도

결국 지나간다.

 

 

좋았던 날을 붙잡을 수 없듯이

힘들었던 날도 나를 붙잡을 수 없다.

 

 

좋았던, 힘들었던 날,

모두 어제이다. 오늘이 지나가면

난 내일 안에 서 있을 것이다.

 

 

좋았던 날이거나

힘들었던 날이거나

과거에 서 있지 마라.

 

-51페이지

 

오늘 아주 힘들었지?

세상일이 다 네 마음 같지 않고

얽힌 실타래들은 점점 더 어지럽게

얽혀만 가는 것 같으니 말이야.

누구 하나 네 마음 몰라주니

지금 있는 곳이 어두운 터널 같을 거야.

울었어? 그래 오늘은 실컷 울어.

가슴에 있는 것들을 모두 쏟아내며

후련해질 때까지 울어 버려.

이렇게 슬픈 날엔 술은 금물이야.

아주 많이 오랫동안 운 다음에는

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물로

씻고 푹 자렴.

 

오늘 밤 자고 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거야.

 

-95페이지

 

씨앗,

너무 애쓰지마.

너는 분명 꽃이 될

운명으로 이 땅에 뿌려졌으니.

 

 

씨앗,

너무 눈물겹지 마.

꽃이 못 되어도

썩는다면 땅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

 

 

씨앗,

씨앗,

씨앗.

꽃으로든 땅으로든

이 땅에서 살아질 테니.

 

-105페이지

 

썩은 것을 썩었다고,

어둠을 어둠이라도 누가 말하지 못하겠는가?

썩은 것을 썩었다고, 어둠을 어둠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같이 썩었거나 같이 그 어둠에 있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살면서 무언가를 잘못한 사람 혹은 집단을 멀리에 서서

손가락질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 어디 있던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썩은 것들을 걷어내어 푸르게 만드는 일이고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이 되어 어둠을 밝히는 일이다.

 

-15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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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는 것처럼 - 아무 일 없지 않지만
설레다(최민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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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월요일

 

 

젖은 바지,

젖은 가방,

젖은 신발,

젖은 기분.

 

 

 

배부른 소리라 하겠지.

그렇지만 오늘 정말,

회사 가기 싫다!

전투커피

 

 

출근 커피는 사략을 다해

흡입하는 거지 말입니다.

한가롭게 음미하는 게

아니지 말입니다.

요놈을 잡으려니 저놈이 올라오고,

저놈을 잡으려니 아, 글쎄 요놈이 다시 올라오고

요놈이 맞다고 하면 저놈이 아니라 하고,

저놈이 옳다고 하면 요놈이 틀렸다고 하니.

 

 

에라~ 모르겠다.

이번에는 아무거나 확 잡아 버리자!

괜찮냐고

한번만

물어봐 줘.

 

 

확 울어 버리게.

개소리

 

 

입이 열리고,

소리가 커지더니

알 수 없는 말들이 와락 쏟아진다.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내용 따위 간데없는 말들이 바닥에 나굴며

소리만 남아 사납게 짖는다.

 

 

으르르릉

                                               왈왈왈

 

 

컹컹컹컹

 

 

 

 

 

 악몽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꿈은 반대라니까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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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0-0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인의 마음을 정말 잘담았어요 ㅎ 이번엔 발바닥친구가 있나봐요 지난번 책에는 당근 친구였던거 같은데 말이죠. 궁금했었는데 후애님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후애(厚愛) 2015-10-09 12:36   좋아요 0 | URL
네 ㅎ 글이나 그림을 보면 정말 공감가는 게 많았어요.
다음에는 어떤 친구가 나올지 은근히 궁금하네요.^^
감사합니다!!*^^*

살리미 2015-10-09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첨보는 책인데 무척이나 인상적이네요^^ 견디는 하루가 아니라 살아가는 하루... 쫌 짠해집니다.

후애(厚愛) 2015-10-10 11:37   좋아요 0 | URL
네.^^
설레다님의 <내 마음 다치지 않게> 이 책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서 이 책도 보게 되었어요.^^
저 나름대로 참 괜찮았던 책입니다.
즐겁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유랑화사 4 - Novel Engine POP
정연 지음, R.알니람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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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야기가 들여왔다.

  벌써 삼십 년 전인가.

  그때만 해도 나는 청운의 꿈을 품은 젊은이였다.

백 년 만에 태어난 기재ㅏㄹ면서, 우리 한씨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도 당연히 한 번에 급제할 줄 알았다.

   남들은 보름이 걸리는 거리를 열흘 만에 갔다.

맹수가 나타난다는 험준한 고개도 무섭지 않았다.

심신을 수양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활쏘기를 배워서 그 또한 자신이 있었거든.

   고개를 중간쯤 넘었을 때,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직 어린 짐승 같았다.

무심코 고래를 돌렸더니, 시커먼 구렁이가 노루 새끼를 칭칭 감고 한입에 삼키려는 참이었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활을 당겼다.

내 화살은 단번에 구렁이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런데 그 순간, 구렁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입을 열어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선비님, 내가 무엇을 잘못했소?

  그저 배가 고파서 먹이를 먹으려 했을 뿐이오.

  그런데 왜 나를 죽이시오?

  작고 여린 노루 새끼는 죽으면 안 되고, 붉은 혀를 날름거리는 흉측한 구렁이는 죽어 마땅하다는 것이오?

  그렇다면 나를 잘 보시오.

그러더니 그것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배가 남산만큼 부푼 부인이었다.

머리에는 내 화살이 꽂혀 피투성이가 되었고,

사람꼴을 거의 다 갖춘 태아들이 탯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빠져나와 있었다.

너무도 참혹한 모습에 나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달아나고 싶었으나, 가위에 눌린 것처럼 온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구렁이는 그 모습 그대로 나를 원망하면서 천천히 숨을 거두었다.

나는 그제야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며 그곳에서 도망쳤다.

아니,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그녀가 또 다시 찾아왔다.

여전히 그 참혹한 모습으로.

잘못했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으나, 그녀는 그저 원망스러운 눈길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비명을 지르다 기절했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매일같이 나를 찾아왔다.

 

............................................................

 

 

얼음숲 이야기 中

 

- 205~20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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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사이드 - 포토 에세이
김선정 글, 백 감독, NEW 제공, 용필름 제작 / 예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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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읽은 포토에세이~

이번에는 선물로 받아서 읽었어요~

그것도 사인본으로요~

보면 볼수록 무척 마음에 드는 사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잘 안 보는 저라서 이런 포토에세이가 무척 반갑고 좋아요~

포토에세이 책이 꾸준히 나오면 좋겠습니다!!!!!

 

<뷰티 인사이드> 정말 즐겁게 행복하게 읽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혼자인기 하지만 그런대로 싫지 않은 일상.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하루하루.

 

새털 같은 날 중에

하나일 뿐인 하루로 시작했는데

아침에 가득하던 구름 때문에

기분이 별로였는데

너 알아?

그날 밤 하늘의 구름이 얼마나 예뻤는지.

네가 걸어가던 그 긴 골목길 위로

네 그림자가 점처럼 작아지던

그 순간까지 내가 보고 있었다는 거.

네가 전화하지 않으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했는지.

그리고 그 걱정이 무색하게,

그 밤이 끝이 나기도 전에

네게서 연락이 왔을 때

심장이 너무 간질거려

이불 속에 얼굴을 뭄도 얼마나 웃었는지.

-3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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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9-3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당신이 어떤 모습이여도 사랑해요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어요

후애(厚愛) 2015-09-30 19:18   좋아요 0 | URL
사랑해.
오늘의 너도.
내일의 너도.
또 낯설게 달라질 너도.
세월의 흔적으로 변해갈 너도.....
.........

제 마음에 와 닿는 글입니다.^^

2015-09-30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1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