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
이석우 지음 / 북촌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겸재는 84세의 인생을 살면서 영광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시련도 많았던 사람이다.

오욕칠정을 고루 맛보는 동안,그의 예민한 역사 감각이 형성되었으리라.

의금부 [義禁府]

정선, 1729, 지본담채.

 

광화문에서 백악을 바라보며

 

서울 한복판, 대한민국의 중심축인 세종대로에 햇살을 받고 서 있다.

겸재 인생이 무르익었던 인왕곡

 

다시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왕의 품위를 지닌 인왕산이 언제나처럼 반긴다.

겸재는 1751년 76세의 나이에, 일생을 함께해 온 벗이자 후원자였던 사천 이병연1671~1751, 겸재보다 다섯 살 위 을 생각하며 <인왕제색>을 그린다.

김조순의 시문집 <풍고집> 제16권에는 겸재가 가난하여 먹고 살 길이 막막하자,

"고조부인 김창집에게 먹고 살 수 있는 작은 벼슬이라도 구해 달라고 요청하므로 정선에게 도화서에 들어가도록 권하여 처음으로 벼슬살이를 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청풍계  인왕곡 시절에 겸재가 남긴 명작

정문입설

정이 선생을 뵈러 간 제자들이 사색하는 스승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눈을 맞으며 기다리는 모습으로 선비의 풍모가 드러난다.

인곡유거(仁谷幽居)

정선, 18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담채.

인곡유거 부분

 

여인의 가슴처럼 부드럽게 올라간 인왕산 산자락은 누워있는 나부裸婦를 방불케 하고, 오른쪽 상단의 바위산은 남성성을 드러내는 듯 보이기까지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nulp 2016-02-16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겠네요.

후애(厚愛) 2016-02-16 21:01   좋아요 0 | URL
네 기회가 오면 꼭 읽어보세요.^^
 
모마 마스터피스 - 뉴욕 현대미술관의 회화와 조소
앤 템킨 엮음, 강나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품들이 너무너무 멋지고 참 좋습니다!!!!!!!!!!!!!!!!!!!!!!!*^^*

보는내내 제 눈이 즐거웠습니다~

무척 궁금했던 책이고 무척 보고싶었던 책이였습니다.

멋진 선물을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고맙습니다!!!!!!!!!!!!!!!!!!!!!!!!*^^*

 

자기전에 멋진 책을 한번 더 보고 작품들을 올려 보았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6-02-1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체파의 작품, ㅋㅋ 피카소라는 천재때문에 미술의 흐름이 바뀌었죠. *^

후애(厚愛) 2016-02-16 18:04   좋아요 0 | URL
네^^ 예전에 구글에 들어가서 피카소 작품들을 검색해서 보곤 했던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6-02-16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 싶지만 가격이 고가일 것 같아요.
도판이 실려있는 만큼.^^;
후애님 좋은 하루 되세요.^^

후애(厚愛) 2016-02-16 18:05   좋아요 1 | URL
고가는 맞아요.
소장하실 책이 아니시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심이 좋을 듯 해요.^^;
편안한 오후 되세요.^^

마음의양식 2016-02-1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캔버스 페인팅으로 직접 실해보는것도 좋아요~ ♥

후애(厚愛) 2016-02-16 18:05   좋아요 0 | URL
자신이 없네요..^^;;
전 손재주가 너무 없어요..ㅠㅠ

2016-02-16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6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작 <라플라스의 마녀>~ 추리소설

 

읽고싶었던 책이였는데 알라디너 지인님께 선물로 받은 책이에요.^^

즐겁게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바짝 마른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어깨까지 길게 자란 머리, 깊게 파인 뺨은 덥수룩한 수염으로 뒤덮였고 턱이 뾰족했다.

치사토는 순간적으로 예수상과 아귀를 동시에 떠올렸다.
남자는 제단의 영정 사진을 지그시 바라본 뒤, 천천히 향을 피웠다.

그러는 동안에 어느 누구도 말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분향을 마치고 남자가 치사토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자 남자가 작은 소리로 뭔가 중얼거렸다. 얼핏 알아듣지 못해 치사토는 얼굴을 들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불운이었을까.”

남자는 억양 없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황화수소를 마신 게 정말로 단순한 불운이었을까요.”

 

“세 개 남아요.”
“응?”
마도카가 저거 보라는 듯이 레인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바라보니 오른편 레인 끝에 핀 세 개가 남아 있었다.
“지금 볼링 얘기를 할 때가 아니잖아.”
하지만 마도카는 시선을 왼편으로 옮겨 “저쪽은 네 개가 남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던져진 공은 아직 레인 중간쯤을 굴러가고 있었다.

이윽고 주르륵 늘어선 핀에 명중했지만 그녀가 말한 대로 정확히 네 개의 핀이 남았다.
아오에는 조금 전 그녀의 말을 떠올렸다.

“세 개 남아요”라고 말했었다.

“세 개 남았다”가 아니다.

즉 아까도 공이 레인을 한창 굴러가는 중에 쓰러뜨리지 못한 핀의 수를 맞혔던 것이다.
“의미가 없어요.” 마도카가 말했다.

“교수님이 나와 겐토 군에 대해 알아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니까요. 오히려 모르시는 편이 나아요.”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 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요.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ra 2016-02-15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읽고 리뷰올려야 하는데 ㅎㅎ 방대해서 과학이야기도 많고 해서요

후애(厚愛) 2016-02-15 19:53   좋아요 0 | URL
mira님은 리뷰를 잘 쓰시니까 걱정 안 하실 것 같아요.^^
맞아요~ 페이지수도 많고 과학이야기도 많고, 그래도 즐겁게 읽은 책이에요.^^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 - 마트를 헤매는 언니들을 위한 코믹 발랄 초공감 맥주 가이드
윤동교 글.그림, 류강하 감수 / 레드우드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① 병 입구를 잘 닦은 뒤 마시기: 병뚜껑을 딴 뒤 병의 입구를 제대로 닦지 않고 마시면 맥주에서 쇠 맛이 난다.

간혹 병뚜껑이 녹슬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 반드시 냅킨으로 잘 닦은 뒤 마셔야 한다.

② 캔 윗부분을 잘 닦은 뒤 마시기: 캔은 입이 닿는 곳이 노출된 채로 보관, 유통되기 때문에 먼지가 많이 묻는다.

자칫 캔 윗부분에 쌓인 미세한 먼지들까지 모두 흡입할 수 있으니 반드시 잘 닦은 뒤 마셔야 한다.

③ 향을 맡는다: 병뚜껑이나 캔을 따면 바로 탄산과 함께 맥주의 향이 올라온다.

그 향을 의식하며 맥주를 마시면 맥주 맛이 더 살아난다.

④ 거품을 만든다: 병나발을 불 때 언급되는 가장 안 좋은 점이 바로 거품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맥주의 거품은 맥주가 공기와 닿아 산화되는 것을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병나발을 불면 거품이 생기지 않아 맥주가 금방 산화된다는 것.

하지만 걱정 마시라. 다 방법이 있다. 쇠젓가락 한 쌍만 있으면 된다.

병이나 캔에 젓가락을 하나 꽂고 나머지 젓가락으로 트라이앵글을 치듯이 강하게 땡땡땡 쳐주면 끝.

젓가락의 진동으로 순식간에 크림 같은 거품이 생긴다(※넘침 주의).

⑤ 에일 맥주는 잔에 따라 마신다: 라거는 병나발 불어도 에일은 반드시 잔에 따라 마셔야 한다.

잔에 따라 마실 때와 그러지 않을 때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바이젠 맥주(134페이지 참조 바람)는 잔에 따르지 않으면 마셔도 마신 게 아니다.

 

국산 맥주는 무조건 병맥주를 이용하고,

맥주병은 조심조심 분리해서 버리기.

좀 무겁고 좀 불편하고 좀 번거롭지만,

조금이라도 재사용에 도움이 되어

환경 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야!

 

환경을 생각하는 맥주 애호가.

술 한 잔에도 지구를 생각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면

이 얼마나 멋진 일이겠어!

행운이 필요할 때

 

내일 중요한 미팅이 있다면?

중요한 면접, 시험 혹은 중요한 거래가 있다면?

요즘따라 불안하다면?

.........................

...............................

.............................

 

 

답은?

당연히 있다.

 

내일 중요한 일 있는 언니들에게 행운과 복을 가져다줄 맥주.

중대한 일을 앞둔 언니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맥주.

맥주의 이름과 라벨의 문양이 행운을 가져다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는 맥주들이 있다

.....................................

....................................

..........................................

 

언니들의 행운을 빈다.

강력 추천!                                                               강력 추천!

중간 추천                                                           애매한 추천

맥주 인생

멋진 미남이 내 남자가 아닐 때

 

 

'아니야! 내가 오징어라니... 그럴 리 없어!'

 

 

언니 힘내!

우리 다음 생을 기약하며

마시고 죽자!

비 오는 날,

꿀꿀할 때

 

비는 주륵주륵 내리고, 마음은 괜스레 우울하고,

기분은 하염없이 꿀꿀한 날.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고독을 질겅질겅 되새김질하며

역시 인간은 혼자라는 진리를 다시금 뼛속 깊이 새겨보게 되는 날.

나 혼자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

이런 날 혼자 마시면 좋을 맥주들을 소개해 본다.

소개팅에서

폭탄을 만났을 때

 

정말 아이러니하다.

엄청나게 잘생긴 남자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능력 좋은 남자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내 남자 찾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그저 성격 좋은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을 뿐인데

그게 참 어렵다.

폭탄이나 나오지 않으면 다행이건만, 남자 복도 지지리도 없지,

만나는 족족 폭탄 또 폭탄. 세 번쯤 연달아 폭탄 제거를 하다 보면

이런 남자를 나에게 소개시켜 준 친구들, 주리를 틀고 싶어진다.

열 받아서

욕 하고 싶을 때

 

 

살다 보면, 앞뒤 안 가리고 욕하고픈 순간이 있다.

정말 고고한 사슴처럼

매 순간 맑고 청아한 인격을 유지하며

순하고 착하게 살고 싶지만,

실생활은 그럴 수 없는 법.

어딜가나 내 심기를 건드리는 상대는 반드시 있고,

어딜 가나 짜증 나서 미쳐 버릴 것 같은 순간은 꼭 있기 마련이다.

그런 날은 다른 어떤 날보다 술이 땡긴다.

그럴 땐 마셔야 한다.

 

 

열 받아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언니들을 위한 맥주.

육두문자가 입 밖으로 새어 나갈 것 같은 날 마시면 좋을

욕받이 맥주 추천.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16-02-1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엊저녁 맥주 좀 마셨어요
앞으론 병맥주를 사서 마셔야겠군요^^

후애(厚愛) 2016-02-14 14:47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구나.^^
저는 맥주는 잘 마시지는(예전에 맥주를 엄청 많이 마심 ㅎㅎ)않지만 가끔씩 마실 때는 캔맥주를 마셔요.^^
즐거운 발렌타인데이 되세요.^^

나와같다면 2016-02-1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나의 위로가 되어준 욕받이 맥주에게 갑자기 고마운 마음이❤

후애(厚愛) 2016-02-14 14:48   좋아요 0 | URL
저랑 같아요!!!!!! ㅎㅎ 읽으면서 예전 생각이 났었거든요.^^
즐거운 발렌타인데이 되세요.^^

2016-02-14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4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2-1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애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후애(厚愛) 2016-02-14 19:5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께서도 좋은 저녁 시간 되세요.^^

꿈꾸는섬 2016-02-1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남편과 치맥했어요. 비가 오더니 날이 추워지면서 눈발이 살짝 비치더라구요.

후애(厚愛) 2016-02-15 11:27   좋아요 0 | URL
^^ 발렌타인데이날 옆지기님과 치맥을 하셨군요.^^
참 좋습니다!!^^
조금전에 밖에 잠깐 나갔다 왔는데 엄청 춥네요..ㅠㅠ
감기조심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되세요.^^

꿈꾸는섬 2016-02-15 13:01   좋아요 0 | URL
발렌타인데이도 잊고 있었는데 어제였군요.ㅎㅎ 후애님 맛난 점심 드셨어요? 오늘은 추워요. 감기 조심하세요.^^

후애(厚愛) 2016-02-15 14:13   좋아요 0 | URL
저도 몰랐는데 어제 달력보고 알았어요. ㅎㅎ
볶음밥이랑 시원하게 북어국 끓여서 먹었어요.^^
오늘 정말 춥습니다..
꿈꾸는섬님께서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오후 되세요.^^
고맙습니다.^^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그림 하나, 시 하나
신현림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펼치는 순간

아~!!!!!!!!!!!!!!!!!!!!

오~!!!!!!!!!!!!!!!!!!!!

우와~!!!!!!!!!!!!!!!!!

그림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사진이 좀 흐리고... 잘 나오지는 않았어요.^^;;

가끔씩 잘 찍힐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네요.

좋은 그림들을 제가 망친 것 같아요...^^;;;

 

이 책은 정말 행복하게 즐독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내 가슴에 눈물 흐르네

폴 베르르렌

 

 

 

도시에 비 내리듯

내 가슴에 눈물 흐르네

가슴을 파고는

이 울적함은 무엇인가

 

 

오, 부드러운 빗소리여

땅 위에도 지붕 위에도

오, 쓸쓸한 가슴에 내리는

비의 노랫소리여!

 

 

상심한 이 가슴에

이유 없이 눈물 흐르네

뭐! 배신이 아니라고?

그래, 이 슬픔 이유가 없네

 

 

사랑도 미움도 없는데

내 가슴은 왜 이리 아픈지

까닭조차 모르는 게

가장 큰 고통인 것을!

눈보라

신철규

 

 

이 배는 항구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악몽 속의 악몽처럼

 

 

앙상한 깃대에 밧줄로 몸을 묶고 눈보라 속에 있으면

증기선은 사나운 짐승이 되어 간다

검붉은 연기를 토해 내며

 

 

내개 보고 있는 눈보라

나를 보고 있는 눈보라

 

 

누군가 빠르게 지구를 돌리고 있다

얼어붙은 눈에 뜨거운 눈물이 솟는다

 

 

내 눈을 후벼 파는 손가락이여

내 눈 속을 파고드는 무거운 천사여

 

 

하늘을 향해 치켜 올린 말발굽처럼

목을 조르려는 손아귀처럼

우리는 딱딱한 기도에 몸을 맡긴다

 

 

증기선과 항구 사이에 매서운 눈보라가 가득하다

아들에게

김명인

 

 

풍랑에 부풀린 바다로부터

항구가 비좁은 듯 배들이 든다

또 폭풍주의보가 내린 게지, 이런 날은

낡은 배들 포구 안에서 숨죽이고 젊은 선단들만

황천 무릅쓰고 조업 중이다

청맹이 아니라면

파도에게 저당 잡히는 두려운 바다임을 아는 까닭에

너의 배 지금 어느 풍파 갈기에 걸쳤을까

나는 생각하기를

비에른스티에르네 비에른손

 

 

나는 생각하기를 위대해지려면

우선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리하여 나와 모든 것을 잊었다

여행 따날 생각에 사로잡힌 때

나는 한 소녀의 눈동자를 보았는데

먼 나라는 작아지면서

그녀와 함께 평화로이 사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처럼 여겨졌다

 

꽃의 통곡을 듣다

고형렬

 

 

꽃의 통곡을 듣다

밖에서 누가 부르니까 꽃이 피는 겁니까

누가 찾아왔다 간다 나를 찾아올 사람들은 죽었는데

주먹을 자기 얼굴 앞에 가만히 올리고

가운뎃손가락 마디로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한다

먼 곳이다 작년의 그루터기와 얼음을 밟고 오는

그 신의 증인들일까

나는 대답을 놓쳤다 안에 주인 분 아니 계십니까

 

춘삼월

이덕규

 

 

볕 좋은 툇마루 기둥에 기대어

무심코 소매 끝에 붙은

마른 밥풀 한 개를

입 속에 넣고 불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멀리

들판 끝에서 알몸의

한 여자가 아른아른 일어섰다가

설탕처럼 녹아내리는 오후

 

 

잠결에도 입 안이 달다

통곡

G. 로르카

 

 

가슴에 비수를 맞고

거리를 쓰러져 죽었습니다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로등은

얼마나 무섭게 떨고 있었던가요!

어머니

조그만 가로등이 얼마나 떨고 있었는지

아세요!

새벽이었죠

굳어진 새벽 공기에

부릅떠 죽은 그의 눈을 감히 아무도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심장에 비수를 맞고

거리에 죽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를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선우사

백석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아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 벌판에서 물닭이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는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 착해서 세괏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2-13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3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2-1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과 시가 적절히 어우러져서 정말 좋았어요.^^

후애(厚愛) 2016-02-13 19:02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편안한 주말 되세요.^^

mira 2016-02-1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오는 저녁에 읽으니 시가 더욱좋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6-02-13 19: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밑줄긋기로 올리면서 다시 시를 읽으면 비소리를 들으니... 참 좋았습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비로그인 2016-02-1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후애(厚愛) 2016-02-14 13:31   좋아요 0 | URL
네^^ 참 좋은 책입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yureka01 2016-02-1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애님 덕분에 또 그림 에세이로 외연과 내연이 확장되어야 할듯한 느낌이../ㅎㅎㅎㅎ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16-02-14 13:31   좋아요 0 | URL
음... 그렇니까 제가 도움을 드린건가요? ㅎㅎㅎㅎ

저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