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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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조 미키히코의 소설 『백광』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경악과 짜릿했던 경험을 나는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백광』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어느 정도 읽어 웬만한 트릭은 눈치채고 웬만한 반전에는 놀라지도 않을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만하고 있던 나에게, '넌 너무 자만심이 심한 것 같아. 내가 널 가지고 멋지게 놀아주지~!'라며 나를 다시 초심자의 자세로 돌아가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지금도 작년에 읽었던 『백광』의 이야기를 문득문득 떠올리며 반전의 여운을 느끼곤 한다.

그런 충격과 여운을 주었던 렌조 미키히코가 『열린 어둠』이라는 단편소설집으로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일단 다 읽고 난 소감부터 말하자면 여기 실린 단편 모두가 미치도록 흥분되게 짜릿한 반전의 전율을 안겨다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은 총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죽인 뒤 뒷마당에 파묻었던 아내가 몇 시간 뒤 멀리 떨어진 호텔방에서 사체로 발견된 기묘한 이야기 「두 개의 얼굴」, 경찰을 떠난 이유를 일 년 뒤 선배에게 담담히 고백하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 「과거에서 온 목소리」, 목이 넥타이로 졸려 실신한 채 발견된 하반신 불구 소녀 지즈의 이야기 「화석의 열쇠」,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상대의 미행을 의뢰받은 흥신소 직원의 이야기 「기묘한 의뢰」.

스스로가 한 마리 쥐가 되어 가장 어두운 곳에 잠복해 아내의 복수의 기회를 노리는 이야기 「밤이여, 쥐들을 위해」, 남자와 여자의 얽히고설킨 사랑과 증오, 배신 이야기 「이중생활」,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의 등장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그 사람에게 자신의 아내와 동침을 요구하는 더 비현실적인 배우의 이야기 「대역」.

6년 전 매듭짓지 못한 일을 끝내는 야쿠자 이야기 「베이 시티에서 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인 「열린 어둠」은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로 어느 것 하나 충격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없다.


이야기들은 단편들이라 전부 늘어짐 없이 진행이 빨랐고, 그러면서도 치밀한 구성과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9편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어느 것 하나 결말을 제대로 유추한 것이 없었고 밝혀진 진실들은 그야말로 충격의 쓰나미였다.

이쯤 되니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치밀하게 독자를 우롱하며 속이는 작가에게 화가 날 지경이었다.

왜 진정한 미스터리 애호가들이 ‘복간 희망! 환상의 명작 베스트 텐’ 1위로 꼽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 작품들이었다.

렌조 미키히코의 소설을 읽지 않고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팬이라고 절대 자부하지 말기를 바란다.


지금 출판사에서는 『열린 어둠』을 읽고 충격적인 반전에 소름 돋지 않았다면 100% 환불해 주겠다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소설을 다 읽고 결심했다. 언젠가는 반전에 소름 돋지 않는 것에 성공해 보이겠다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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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정리한 6,000년 인류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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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중에 나와 있는 세계사 책들을 보면 대부분이 세계 문명의 발상지를 시작으로 그리스·로마, 십자군 전쟁과 백년 전쟁을 거쳐 영국을 비롯한 서양 국가들이 근대화를 이룬 혁명과 제1, 2차 세계 대전, 마지막으로 현대 국가가 탄생하는 것을 기조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간혹 중국사와 일본사가 지면을 후하게 쳐주더라도 한 챕터도 아니라 소단원 1개 정도로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지금의 중·고등학교 역사 시간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중학교 과정에서도 세계사를 서양사의 큰 흐름만을 다룰 뿐 더 자세한 것은 다루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조차 한국사 내용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하여 거의 배우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서양사의 극히 일부분만 기말고사 범위에 들어간다면 시험을 다 치르고 난 뒤 어떤 성실한 학생이 뒷부분을 더 공부하려 하겠는가.

게다가 고등학교에서도 세계사나 동아시아사 같은 과목들이 존재하기는 하나, 선택과목으로 바뀐 후 선택자들이 매우 적은 상황이다. 2023 수능 사회탐구 선택자 수 중에서도 적은 순서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제 다음으로 나란히 2위와 3위를 한 것이 세계사와 동아시아사이다.

이처럼 세계사를 제대로 접하게 될 기회가 학창 시절에서조차 극히 드물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의 역사는 서양사와 한국 역사로만 되어 있는가? Nope.

대체 진정한 세계사를 알려면 어떤 책을 봐야 될까?

바로 그것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책이 바로 이 『세계사 신박한 정리』이다.

이 책은 여태껏 우리가 인류 역사를 '원시-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로 구분 지어 왔던 것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한 예로 이 구분법에 따르면 19세기까지 노예제가 존재했던 19세기 아시아는 고대로 분류되어야 하고, 아시아에서는 봉건제가 시행되지 않았기에 아시아사에서 중세는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 버린다.

이러한 책들은 서양의 역사관을 가지게 하여 서양의 편협된 시각에서 세계사를 바라보는 오류를 범할 수 있게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시대 구분법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유럽의 역사 특히 흔히들 많이 다루는 서유럽뿐만 아니라 동유럽과 중동, 인도, 중국의 역사를 균등하게 다루고 있다. 결코 어느 한쪽의 역사만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특히 중학교 졸업 이후 거의 접하지 못했던 중동의 역사 속의 사산왕조, 정통 칼리프 시대, 아바스 왕조 등과 인도 역사 속의 쿠샨왕조, 굽타왕조 등을 다시 읽으며 이제는 잊혀졌던 지식을 다시 알게 되어 좋았다.


이 책은 방대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한쪽의 역사로 치우치지 않게 중심을 잘 잡으며 각각의 역사의 요점을 잘 보여주어 진정한 넓은 시야로 세계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간단명료한 설명으로 이해가 쉬우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시중에 넘쳐나는 세계사 책 중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세계사를 잘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고민되는 사람들에게 주저 않고 『세계사 신박한 정리』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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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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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오이군의 시시오이 파출소 소속 나가하라 순경은 약 4개월 전 근무를 마치고 장비를 반납하러 시시오이 경찰서로 향하던 중 모든 장비를 그대로 가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 그가 들고 있던 무전기만 시시강 하류에서 발견되었을 뿐 나가하라 본인과 경찰수첩, 권총 어느 것 하나 발견된 것이 없었다.

모든 면에서 우수했던 나가하라가 잠적할 만한 동기를 찾지 못하자, 사람들은 그가 모종의 이유로 자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 학교의 같은 아쓰미 교장 동기로서 나가하라의 성품과 성격을 잘 아는 사와노보리 요지 순경은 절대 그 소문을 믿지 않았고, 그의 실종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 병간호를 핑계로 요지는 고향 시시오이초의 시시오이 파출소로 근무지 이동을 신청했다. 그는 나가하라 실종의 진실을 꼭 밝혀내리라 결심했다.


시시오이 파출소의 순경들은 시골 마을의 순경들답게 정감 있고 친절한 듯했다. 그러나 요지가 자연스럽게 실종된 나가하라의 이름을 꺼내면 이내 그들은 얼굴을 굳히고 분위기가 싸늘해지며 화제를 전환했다. 심지어 파출소의 이인자 아키미쓰는 나가하라를 근성 없는 놈이라고 폄하하며 조롱하는 말까지 했다.

대체 나가하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부임한 시시오이는 살인도 강도 사건도 거의 없고, 교통사고가 중대 사건일 정도로 한적하고 평화로운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일은 수월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였다.

시시오이로 온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요지가 후배 순경 요코오와 낮 순찰을 마치고 파출소로 돌아가니 얼굴에 멍이 든 채 울부짖는 노파 모리 세쓰코를 고스게가 달래고 있었다. 고스게는 파출소로 들어오는 두 사람에게 여동생 집에 가려는 세쓰코를 바래다 주겠다며 파출소를 나섰다.

그날 저녁 요코오와 다시 순찰을 나간 요지는 세쓰코의 집 근처를 지나며 그 집에 들르려고 했으나 요코오의 반대로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파출소로 모리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요코오와 현장에 도착한 요지는 불길이 이미 모리의 집을 집어삼키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 아키미쓰가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이 소설은 두 번째로 읽는 오승호 작가님의 작품이다.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전작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과 비슷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에서 간혹 보여줬던 위트는 쏙 빼고 진지함만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처음부터 전소되는 한 가옥의 모습을 묘사하며 긴장감의 끈을 바짝 조이며 시작한다.


큰 사건 없이 평화롭기만 하던 시골 마을 시시오이에서 발생한 순경 나가하라의 실종이라는 평화의 작은 균열.

그의 실종과 관련 있어 보이는 자들은 그 균열을 들키지 않으려고 그런 것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넘기려 하지만, 주인공 요지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점점 넓혀가 결국은 평화로 위장한 모습 속에 감춰진 추악함과 위선이 전부 흘러나와 세상에 드러나게 한다.


이웃집 숟가락 개수도 알만큼 좁고 친밀한 시골 마을에서, 권력자들은 대의라는 가면 아래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쓰레기 같은 규범과 체계로 사람들을 옥죄며 왕좌를 지켜나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곳에서는 경찰도 조폭도 그저 권력자를 위한 똑같은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그 왕좌를 뛰어넘어 진정한 대의와 평화를 쟁취하여 시시오이가 진정한 자신이 되는 곳이 되기를 바라며 자신을 버리고 몸을 낮추고 웅크려 기회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 또한 존재했다.

그런 곳에서 나가하라는 무엇을 생각을 하고, 무엇을 기대하며 살았을까.


고등학교 시절 고시엔에서의 어이없는 실수로 인생 내리막을, 아니 자신이 죽는 것을 경험한 요지는 나가하라의 실종을 확실히 매듭짓는 것으로 고시엔 마운드에서 잃어버린 자신이 살아갈 의미를 되찾으려고 했다.

그런 요지가 부임해 온 뒤로 조용한 시골 마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망 사건이 발생한다. 과연 그들은 무엇 때문에 죽임을 당했으며 그들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모두가 의심되는 상황 속에서 밝혀지는 소름 끼치는 범인의 정체……, 그리고 나가하라는…….

과연 요지는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단지 몇 줄의 감상평만으로 이 소설의 매력과 재미를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이 소설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서사와 그것이 서로 정교하게 얽히면서 어떤 이해관계를 낳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우리가 보고 제대로 파악했다고 자신했던 모습들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 참된 진실이 가져오는 짜릿함과 흥분을 배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을 덮고 난 지금 할 말이 많은 동시에 할 말은 하나밖에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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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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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건 통증이 사라졌다는 거야."

주인공 해리는 한때 글을 썼으나 어느 순간 작가로서 이미 끝나 있었고, 그 즈음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는 아내의 많은 돈으로 최상의 곳에서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았고, 이제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음에도 언젠가는 자신이 어울리고 있는 매우 부유한 사람들의 세계에 관해 써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기 위해 아프리카를 택했던 그는 영양 떼의 사진을 찍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다 가시에 무릎이 긁혔고, 그 상처를 가볍게 생각하고 안이하게 넘겼던 탓에 상처는 감염되어 괴저를 일으켰다. 극심하던 통증이 공포심과 함께 사라진 지금, 해리에게 남은 것은 극심한 피로감과 그의 곁에 다가온 죽음에 대한 분노뿐이었다.


그렇게 통증이 사라지고 죽음을 예감한 그는 야전침대에 누워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그 기억들 속에서 그는 여태껏 내버려 두고 시작하기를 늦추었던 것들에 대해 떠올리고는 후회하고 아쉬워하지만 지금은 이미 늦어버렸다.


음식을 삼키는 것조차 힘겨운 그는 자신을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던 지독한 상처의 고통이 멈춘 지금 다른 모든 것들처럼 죽어가는 것도 따분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아침이 되어 그렇게 기다리던 비행기가 소리와 함께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데…….



<새움>에서 출판되는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시리즈를 기다린 독자 중의 한 명으로, 『킬리만자로의 눈』의 발간은 가뭄에 단비처럼 설레고도 기쁜 소식이었다.

이 시리즈를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 책은 번역자의 개인적인 해석이 많이 반영된 의역을 지양하고, 원작자가 쓴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게 문장 구조, 쉼표 하나조차 원문에 충실한 직역을 지향하고 있다.


이 책은 헤밍웨이의 단편 6개의 모음으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킬리만자로의 눈」 이외에 「킬러들」, 「흰 코끼리 같은 산등성이」, 「미시간 북부에서」, 「혁명가」, 「빗속의 고양이」가 들어있다.

3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단편 「혁명가」를 제외한 나머지 단편들은 이미 이전에 원서로 읽어 보았던 소설들인데, 직역에 가까운 번역의 책을 읽으니 원서로 읽었을 때의 영어 문장들이 머릿속에 되살아나는 듯했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는 첫 문장에서 해리가 "신기한 건 통증이 사라졌다는 거야."라고 말하며 죽음을 예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처음부터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에서 주인공 해리는 현실에 안주하고 스스로와 타협해버렸기에 능력이 둔화되고 의지가 나약해져버려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죽음을 마주하고 보니 자신의 지난 삶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다시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시도해 볼 기회조차 없음에 지난날을 후회하지만 더 이상 시간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육체는 고통을 지웠지만 그의 정신은 삶에 대한 후회로 고통을 새겼다.


소설은 살아가면서 편안한 현실에 안주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우리의 목표는 그저 그것을 꿈꾸는 것만으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타성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여 오늘이 아니면 내일, 내일이 아니면 그다음을 기약하며 계획을 세우는 것에 그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과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고통이 없는 성취는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소설의 도입부에 나오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 시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 눈 덮인 킬리만자로 정상이 해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소설을 읽고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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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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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현대지성>에서 출간한 『에피쿠로스 쾌락』은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으로 국내 최초로 에피쿠로스의 현존 원고 8편 전체를 수록하고 있다.

흔히 쾌락주의자라고 알려져 있는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쾌락을 좇는 삶을 주장했다. 쾌락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본능과 육체적인 욕구 충족, 방탕 같은 퇴폐적인 것에 가까운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은 일차원적인 단순한 기쁨이나 행복이 아닌 모든 마음과 몸의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평정심을 누리는 것에서 찾는 행복에 있다. 다시 말해 에피쿠로스는 육체보다는 정신적인 쾌락을 추구했고, 더 나아가 쾌락 그 자체보다는 고통과 괴로움을 벗어나는 것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에피쿠로스의 쾌락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랑과 우정일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사랑과 우정이 이득에서 시작된다고 할지라도 모든 사랑과 우정은 그 자체로 선택할 만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반인의 경우엔 사랑과 우정 모두 이기적 동기에서 나오기 때문에 진정한 것이 아니나 현자의 경우는 이것들이 '아타락시아'에서 나오기 때문에 진정한 것들이라고 했다.

'아타락시아'란 몸의 고통과 마음의 괴로움이 없는 평화로운 상태, 즉 '평정'을 의미한다. 에피쿠로스는 아타락시아야말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며 아타락시아(평정심)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거기로부터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인 '필리아'가 생긴다고 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마음의 고통과 불안을 극복하고 평정에 도달할 수 있을까?

먼저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원인을 알아야 하며, 그런 다음 그 불안이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밝혀내면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불필요한 고통과 괴로움에 자신을 맡기지 않는 것,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항상 즐거움을 찾으면서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에피쿠로스는 아테네 교외에 '정원'을 만들어 친구들과 공동생활을 하며 함께 토론하며 그 사상을 실천하며 행복하게 지냈다.


『에피쿠로스 쾌락』을 읽다 보면 행복한 삶이란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삶의 형태를 찾아 즐기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 것임을 알게 된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욕심내어 바라지 않고,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만족해야 할 것이다.

요즘 현대인이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처럼 단순하게 사는 것이 바로 미덕인 것이다.


이 책은 길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고대 아테네의 정원에서 논했던 주제와 사상들이 현대에서 추구하는 세계와 너무나도 잘 들어 맞는 것 같아 읽으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에피쿠로스 쾌락』은 불안한 현대에서 평정심을 얻는 방법을 조언하며 단순한 삶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숙고하게 하여 바람직한 삶의 길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우리는 단순한 삶과 부의 추구라는 상반된 가치 사이에서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삭막한 현실에서 사랑과 우정의 가치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에피쿠로스의 사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누구나 한 번쯤은 꼭 읽어보고 삶의 지혜와 교훈을 꼭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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