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1 -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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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화학'이라는 단어는 그 유용성보다는 '화학 첨가물', '화학 공업' 등에서 접하거나 '산업 폐수', '미세 플라스틱' 등의 부정적인 현상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화학을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산물로 보는 경우도 많은데, 실제 역사를 본다면 의외로 화학이 관여해 있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를 읽다 보면 피라미드의 건축과 같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까지 이용된 화학의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어떤 사람들은 외계인이 만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수천 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피라미드의 건축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피라미드를 건축하기 위해 노예들을 착취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다가도, 나일강이 범람하는 농한기에 사람들을 동원하여 보수를 지급하며 건축을 하였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등,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피라미드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정도로 오래된 건축물에 화학이 이용되었다니, 화학이란 단어에 석유 화학 공업에서 최첨단 공업 정도까지의 범위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르기 충분한 내용이다. 그러나 화학을 본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작은 현상들에서도 화학적인 원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예시로 피라미드 건축에 사용된 석재를 절단하기 위해 이용된 방법이 있는데, 이는 석재에 구멍을 내고 마른 나뭇가지를 꽂은 다음 물을 적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물은 나뭇가지에 남아 있는 화학 물질을 희석시키기 위해 나뭇가지 속으로 스며들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일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침투압은 나뭇가지가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바위조차 절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소석고를 이용해 시멘트를 만들어서 석재를 연결했는데, 단순히 바르고 굳히면 단단한 접착제가 되는 시멘트에도 충분히 화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


유리는 사람들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물질 중 하나이다. 만약 유리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아마 조선시대 한옥처럼 장지문을 만들지 않는 이상 동물원 우리는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꽉꽉 틀어막혀진 공간에서 빛은 기대하지도 못한 채 거주해야 했을 것이다. 하물며 간단한 전구조차 겉을 유리로 감싸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길 수도 있다.

'유리는 어떻게 투명한 것일까?'


단순히 성분 원소가 특수하다고 하기에는 유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이산화규소의 경우 수많은 돌멩이들에도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유리와 가장 유사한 것을 찾아봤자 석영 정도의 투명도가 최선이다.

유리의 투명한 성질은 분자의 배열에 있는데, 유리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다. 그렇기에 분자들의 결합 사이로 빛이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면 빛은 산란되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불투명성을 띠게 된다. 보통은 액체 상태에서 고체 상태가 되면 서서히 냉각되어 입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고는 하는데, 유리의 경우 급속도로 냉각되어 입자들이 불규칙한 상태로 고정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유리 상태라고 하며, 투명한 플라스틱 또한 유리 상태 물질의 한 예이다.



현대에 다루어지고 있는 화학의 상당 부분이 중세 시대의 연금술사들의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먼저 발명하고 다루었던 것이 있다.

바로 화약이 그것인데, 비록 도교의 연단술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서양 또한 연금술을 연구하다가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으로 만들어낸 것이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이상하다고 볼 것이 아닌 것 같다.


화약, 그중에서도 특히 흑색화약은 고려시대 최무선이 송나라 사람으로부터 제작법을 배운 것과 같은 종류인데, 불을 붙이면 원자의 재편성이 이루어져 기체가 발생하며 열과 함께 팽창하는 것이다. 게다가 프로판가스나 휘발유 등의 폭발에는 산소와의 반응이 필요하지만, 흑색화약은 이러한 산소와의 반응 없이도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아마 화약은 화학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석유 관련 물품들을 제외하면 세계사에 가장 크고 심각한 변화를 준 것이며, 석유 관련 물품들을 포함하더라도 세계사에 남긴 상처를 기준으로 비교한다면 비등비등할 것이다.


화약은 동양에서 만들어져 중국 지역의 국가들의 주력 무기로써 이용되다가 몽골 제국이 유럽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콩고물처럼 유럽에 떨어진 기술인데, 유럽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각종 무기들을 개발하여 신대륙의 원주민 학살과 영토 확장의 주된 무기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를 보면 화학은 유용한 점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가도 그만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에도 용이한 기술인 것 같아 항상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를 읽다 보면, 화학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전체에 걸쳐서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책은 '화학=포스트 산업혁명'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무의식중에 띄우며 그 이전에는 화학이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지 궁금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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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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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야마오 가문의 양조장을 개축하는 날에서 시작된다.

평생을 간장 만드는 일에 헌신하였을 듯한 노부부 긴카와 남편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낡은 양조장을 헐고 새 양조장으로 짓는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공사를 시작한 날 오후, 양조장 바닥에서 어린아이의 뼈가 든 나무 상자가 발견되면서 공사는 중단되었고, 긴카는 헤진 격자무늬 기모노를 입은 그 어린 뼈를 보면서 양조장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인 좌부동자를 떠올린다.

'이제야 너를 만났구나.'


과거 1968년, 여름방학을 보내던 초등학교 4학년 긴카는 완구점 주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는 사생 여행을 간 아빠를 대신해 급히 완구점으로 갔다. 거기에는 여느 때처럼 '손이 저절로 움직여'서 도둑질을 한 엄마 미노리가 잡혀 있었다. 어린 긴카는 주인에게 사과를 하고 엄마 지갑에서 돈을 꺼내 엄마가 훔친 물건의 값을 치르고는 엄마를 데리고 완구점을 나왔다.

엄마 미노리는 반성할 줄은 모르고 그저 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손이 저절로 움직였을 뿐이라며 울기만 할 뿐이었다. 엄마는 요리도 잘하고 빨래도 잘하지만 손버릇이 나빴다. 그런데 아빠 나오타카는 그런 엄마를 탓하지는 않고 불쌍한 사람이라며 그저 감싸주며 소중히 여기기만 했다. 긴카는 이를 잘 알기에 아빠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이 그 상황을 책임지려했다.


사생 여행에서 다녀온 아빠는 자신의 아빠, 즉 긴카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이제는 자신이 가업을 이어야 한다며 고향으로 돌아가야 함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집안의 가업 '스즈메간장'을 이으러 아빠의 고향으로 간 긴카는 낯선 집안 환경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다.

그런데 엄마 미노리의 고질적인 손버릇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엄마는 간장 양조장의 유일한 일꾼 오하라 도지의 낡은 모자를 훔치는가 하면 긴카 친구의 열쇠고리를 훔쳐 긴카가 학교 친구들로부터 고립되게 했다. 오하라 씨의 의심은 참고 넘길 수 있었지만 친구들의 의심과 비난을 견딜 수 없었던 긴카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엄마가 열쇠고리를 훔쳤음을 사실대로 이야기했으나, 친구들은 예쁘고 이상적인 엄마로 비친 미노리가 아이들의 열쇠고리를 훔칠 이유가 없다며 긴카를 도둑에다가 거짓말쟁이로 여기며 절교를 선언했다.


엄마의 도둑질이나 학교에서의 왕따를 주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면서 혼자서 감내하던 긴카에게 스즈메간장의 수호신인 좌부동자를 향한 기도는 유일한 안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를 보기 위해 양조장에 간 긴카는 우연히 구석에서 튀어나와 나무통 사이로 사라지는 어린아이의 그림자를 보았고, 그것이 야마오 가문의 당주의 눈에만 보인다는 좌부동자인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열렬한 기도를 듣고 수호신이 나타나 준 것이라고 생각한 긴카는 어른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지만 어른들은 당혹감과 경악을 금치 못하며 긴카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급기야 긴카의 고모 사쿠라코는 긴카가 나오타카의 친딸이 아님을 밝히며 긴카는 절대 좌부동자를 볼 수 없다고 말하는데….



소설은 어려서부터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것 같은 주인공 긴카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 그녀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인생의 모습과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있다.

고난과 역경에 부딪치며 좌절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과 그것을 홀로 용감하게 혹은 주변 사람들과 힘을 합쳐 헤쳐 나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며 한층 성숙해지고 단단해지고 강인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그저 막연히 가족을 위한 무조건적인 사랑, 희생,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라는 말을 이해한다고 착각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나의 착각과 오만함을 깊이 반성하게 했다.

이 소설은 야마오 가문을 중심으로 혈연이 아닌 인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진정한 가족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때로는 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며 가족이 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져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들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가족의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현대를 살아가면서도 편협한 기준을 버리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하면서 큰 감동을 가져다주었다.


진정한 가족과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주는 따뜻한 이야기 『대나무 숲 양조장집』 덕분에 진정 따뜻하고 가슴 훈훈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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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
비벌리 엔젤 지음, 정영은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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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학대는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상흔 같은 것들을 통해 증명할 수 있고, 피해자들 또한 자신이 당하고 있는 것이 학대라는 명확한 이해와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정서적 학대의 경우에는 피해자 자체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가해자의 지속된 학대를 통해 가해자에게 정신적인 의존성이 높아지게 되어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정서적 학대의 피해자들에게, 또 자신이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거나 아예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는 자신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결과적으로는 정서적 학대로 인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준다.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는 것도 학대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어야만, 또 이를 인지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을 펼쳐든 사람들 중에는 이미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학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펼친 사람들 중 자신이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는지 아닌지 모르겠는 사람들은 서론도 좋지만 1부의 2장으로 넘어가 간단하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에는 독자들이 손쉽게 자신들의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 등의 테스트와도 같은 형식을 제공한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평가를 마친 독자들에게, 책은 정서적 학대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하여 보여줌으로써 피해자들이 어떠한 것들에 당해온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러고는 차근차근 독자들이 정서적 학대에 이용되는 '수치심 감옥'에서 어떻게 탈출하는지, 또 이를 탈출해서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났을 때, 독자가 떠날지 아니면 남을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른 조언들을 제시한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정서적 학대의 도구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인신공격, 정서적 협박, 가스라이팅, 고립 조장, 수동적 공격행동, 침묵시위, 자원·애정 등의 제공 거부 등 다양하면서도 사람들이 각종 대중매체의 소재로서도 자주 접하는 것들 상당수가 존재한다. 보통 정서적 학대라는 것을 떠올리면 그저 폭언, 욕설 등 누가 보더라도 직접적으로 학대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방식들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 유형의 정서적 학대들은 사람들이 쉽게 연관 짓지 못할 정서적 학대들에 대해서도 확실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정서적 학대의 피해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가해자를 떠나는 것과 가해자 곁에 남아서 관계를 개선해서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것이다.

가해자와의 관계가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더 이상 가망이 없을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책에서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고려사항을 제시한다.

첫째, 정서적 학대가 나, 그리고 나의 자녀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었는가?

둘째, 파트너의 정서적 학대가 의도적이었는가 비의도적이었는가?

셋째, 파트너에게 성격장애가 있는가?


위와 같은 고려사항 외에도 비록 선택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저자는 수많은 상담 경험을 통해 쌓은 지혜에 가까운 통찰이 담긴 판단 기준들을 제시하며, 완전히는 아닐지라도 정서적 학대로 인해 고통을 받고는 혼란스러울 수 있는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서적인 학대는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만큼, 그 상처를 본인조차 인지하지 못해 곪고 덧나게 방치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 악화되기 전에 미리 상처를 파악하고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타인으로 인해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확실한 길잡이의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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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리부트 - 죽을 때까지 늙지 않는 두뇌의 비밀
크리스틴 윌르마이어 지음, 김나연 옮김 / 부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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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라는 장기는 다른 장기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무려 하나의 장기가(비록 세세하게 나눈다면 대뇌, 소뇌, 시상, 연수 등으로 나눌 수는 있지만) 생존은 물론이고 기억이나 사고와 같은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뇌에 생기는 손상은 가히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뇌가 손상을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항상 조심을 하지만, 정작 뇌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는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심각한 뇌진탕보다도 내부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병들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그렇기에 뇌 건강을 위해 사람들은 여러 방법들을 찾고는 하지만, 어떤 내용들은 근거가 없기도 하고, 또 어떤 내용들은 서로 상충되기도 하는 등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이에 『브레인 리부트』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들은 뇌 건강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뇌가 '굳는다'라고 하며 뇌 기능의 감퇴를 단순히 나이의 탓으로 돌리고는 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보면, 뇌를 구성하는 신경 세포들이 20대 중반을 넘어선 이후로는 그 수가 하루 평균 85,000 개에 달할 정도로 계속 감소하는 것은 맞으나, 신경 세포들 사이의 연결인 시냅스의 수나 전반적인 기능의 효율 면에서 보면 그동안 얻은 정보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은 50대이고, 어휘 능력은 60대에서 70대 사이에 최고조에 달하는 등, 중년을 넘어 노년에 이르기까지 뇌는 발전을 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결과가 나오기도 하였다.

이 말은 식단 조절과 같은 방법으로 뇌 건강에 해로운 것들을 배제한다면 뇌세포 수의 감소와 인지 기능 감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완화시켜 각종 뇌 관련 질병들을 겪지 않거나, 그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편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식단 조절을 통한 방법일 것이다. 식단을 조절하는 것은 여러 질병들과 신체의 건강을 위해 당연하다시피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정작 뇌의 건강을 위한 식단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예를 들자면 가공식품들이 뇌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막연하게 알고 있을 뿐, 이러한 가공식품들이 어떠한 이유에서 좋지 않은지는 둘째 치더라도 어떤 식품들이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지를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대부분 막연하게 '유기농', '녹색 채소' 등 전반적인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있는 식품들을 떠올리기만 한다. 물론 이는 틀린 답은 아니지만, 완전한 정답 또한 아니다.


일례로 사람들이 보통 '건강'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같이 연관 검색어처럼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인 '유제품'의 경우, 신체가 가공된 유제품에 포함된 유당을 쉽게 소화할 수 없으며, 이미 포화지방과 당분을 포함하고 있는 유제품을 시리얼과 같은 정제된 곡물과 같이 섭취하거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많은 당분과 함께 또는 피자 위에 올린 치즈처럼 가공식품의 형태로서 섭취하기에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뇌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

어린 시절 건강, 면역력, 뼈 강화, 키 성장 등의 주요 도우미로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인지도를 지닌 유제품이 이러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에 다소 큰 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브레인 리부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깔끔하게 정리된 식단 관련 정보들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이에 못지않게 운동을 통해 신체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것을 많이 먹는다고 해도 적절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자동차로 비유를 들 때, 수리는 안 한 채 고급 휘발유만 무식하게 부어 넣으면서 아무런 문제 없이 굴러가길 바라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심지어 뇌는 현재로서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물체라고 평가받고 있는 만큼, 자동차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뇌는 신체를 조절하여 스스로 최적의 상태에 가까워지도록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뇌가 최고의 건강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관리는 필수적인 것이고, 관리 방법 중 하나로 운동이 있는 것이다.


운동 중 여러모로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것으로는 유산소 운동이 있는데, 실제로 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달리기, 사이클 등의 유산소 운동은 심박수를 높여 혈액 순환을 돕고, 심지어 뇌에 자극을 주어 새로운 뇌세포의 생성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표면적으로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운동과 뇌 사이의 상호 연관성을 보여주며 뇌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운동들을 제시한다.



삶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러한 말은 얼핏 보면 정신 건강에만 적용되는 말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뇌의 건강에도 지대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현대인에게 있어서 스트레스는 만성적인 노출을 피할 수 없는 독과도 같은 만큼, 이로부터 뇌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할 가치가 차고 넘치는 것이다.


수면 부족으로 인해 다음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이로 인해 다음날 수면의 질도 떨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면은 단순히 정신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유해 물질들을 배출하고 기능을 정상화하는데 필요한 정비 기간과도 같은 것이다. 일상 속에서 축적된 단기 기억들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것 또한 수면 중에 이루어지는 것이니 수면의 중요성은 이만큼만 설명해도 이미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다.

책에서는 이러한 수면을 효과적으로 잘 취하여 뇌의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에 대하여 설명해 준다. 또한 전반적인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명상, 요가, 심호흡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각 방법들이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를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 구체적인 설명을 하여 독자들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뇌 건강'은 의외로 많이 언급되지 않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로 일상에서 접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뇌는 다른 신체 기관과는 달리 의지나 행동 등을 통해 어떠한 변화를 유도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척추에 문제가 생기면 수술을 받거나 자세 교정을 통해 해결을 할 수 있다. 내장은 약이나 수술을 통해 건강한 상태로 만들 수 있으며 심지어 심장조차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뇌는 종양과 같은 질병이 아니고서야 수술을 통해 해결할 수 없고, 뇌에 작용하는 약물들은 항정신성 약물의 이미지가 강해 뇌 자체의 치료나 건강 유지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브레인 리부트』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들은 이러한 선입견을 깨기에는 충분하며,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뇌 건강을 챙기기에는 중년이라 하더라도 늦었다고 볼 수 없는 나이이다.

그렇기에 건강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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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쿤룬 삼부곡 2
쿤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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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장페이야는 유일한 보호자였던 아버지가 살인마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후 남동생과 각자 다른 친척 집에 맡겨진 상태였다. 남아선호사상을 가진 큰고모는 페이야의 남동생만 데려갔고, 페이야는 어쩔 수 없이 둘째 고모 집에 맡겨졌다.

그렇게 둘째 고모에게 맡겨진 페이야는 원치 않는 전학을 해야 했고, 급하게 전학 간 새 학교에서는 문제아 반에 배치되고 말았다.


예쁜 데다 예의 바르고 공부도 잘해서 예전 학교에서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았던 페이야였지만, 새 학교에서는 문제아 반에 배치된 페이야에게 관심을 두는 선생님은 없을뿐더러, 반에서는 공부에 전념하는 페이야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소위 잘나가는 여학생 구이메이와 그 일당들이 학교 폭력을 행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집에 사는 고모는 신경증을 가지고 있어 조그마한 소리나 사소한 일에 툭하면 불같이 화를 냈고, 고모부는 페이야를 향해 오싹하고 탐욕스러운 불순한 시선을 보내고 역겨운 신체적 접촉을 해왔다.

페이야가 마음을 둘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 들른 집 근처 편의점에서 자신에게 따뜻한 걱정의 말을 건네는 예의 바르고 성실해 보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촨한을 알게 되면서, 진심이 느껴지는 그의 배려와 도움에 페이야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와 같이 있는 순간이나 그와 주고받는 메시지는 페이야가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주었다.


그러나 그렇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촨한이 일하는 편의점에 자주 들르는 손님 중 한 명이 실종되면서 그녀를 찾아 나선 양아치 구이거가 예전에 자신의 동료였던 촨한을 알아보고는 그를 돈벌이에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음지의 세계에서 나온 촨한은 그의 제안을 모른 척 무시했다.

이에 그를 이용하고 싶었던 음험하고 악독한 구이거는 촨한이 아끼는 페이야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구이메이의 먹잇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구이메이를 이용해 페이야의 나체사진을 찍어 촨한에게 족쇄를 채우려 하는데….



이 책은 쿤룬 삼부곡의 2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1편을 읽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데에 큰 지장은 없었던 것 같다.

미친듯한 가독성과 흡입력 있고 충격적인 이야기 전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속절없이 소설 속에 빠져들게 했다.


이야기는 단순히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그것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인 마약, 인신매매, 폭력 등과 연결되어 있는 악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환락 살인이라는 이야기까지 더해져 이야기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단순히 학교 폭력에 대한 복수의 이야기로 알고 그것을 통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자 했던 나에게 소설은 복수의 이름으로 아무렇지 않게 끔찍하고 잔학한 살인을 저지르는 어린 주인공을 보여주며 형용할 수 없는 당혹감과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었다.

아니, 정신적으로 페이야를 길들여 살인자의 길로 교묘하게 종용하며 그녀의 살인을 즐겁게 관망한 흑막에 대한 분노가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복수가 지나치게 비위가 상할 정도로 무자비하여 윤리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어 공감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피해자의 절망에 공감하지 못하고 가해자를 우선시하여 그들의 보호와 갱생의 기회를 주장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우리는 가해자에게 우호적이고 피해자를 무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단다'라는 소설 속 말에 공감한다.

현재 우리의 법은 가해자의 이익과 권리는 보호하려 애쓰지만, 피해자에게는 그저 용서와 선처만 강요할 뿐 그 흔한 위로조차 제대로 건네지 않고 있다. 그런 신물나는 현실에 절망하기에 사람들은 이야기 속에서나마 다소 과격하더라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처절한 응징을 내리는 것에 환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갈 곳 잃고 방황하는 페이야의 영혼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그저 3편에서는 상처받은 페이야와 촨한이 서로의 구원이 되어 외롭거나 슬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설을 다 읽었지만 쉽사리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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