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읽는 영국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3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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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영국 역사』은 <한경 arte>의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지만 나에게는 이 시리즈의 책 중 첫 번째로 접하는 책이다.

책을 접하기 전에는 막연하게 역사적 장면을 그린 명화들을 역사와 결부시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책이라고 짐작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치니 그런 명화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책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명화들은 한스 홀바인이나 폴 들라로슈, 대니얼 메이턴스, 반 다이크 등의 위대한 화가들이 그린 왕의 초상화를 위주로 왕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십거리처럼 흥미 위주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으며, 그 이야기를 따라 영국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역사적 사건 위주의 이야기였다면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게 흘러갔을 이야기가 역대 왕들의 숨겨진 치정이나 치부, 그들을 둘러싼 음모 등을 위주로 가감 없이 이야기되어 흔히들 재미있어하는 막장 드라마가 귀여운 애교 수준으로 보일 정도로 영국 역사가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되고 있다.


이 책은 장미 전쟁을 끝으로 대가 끊긴 요크 왕조 이후에 영국 왕실을 새롭게 이어나간 튜더 왕조, 스튜어트 왕조, 하노버 왕조의 이야기를 위주로 하노버에서 개명한 작센코부르크고타 왕조를 거쳐 지금의 윈저 왕조에 이르기까지의 왕가의 민낯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튜더 왕조는 117년 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 재위를 이어나갔지만 후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헨리 8세, 앤 불린, 제인 그레이, 엘리자베스 1세 같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헨리 7세가 튜더 왕조의 문을 열고 아들 헨리 8세를 거쳐 그의 아들, 딸인 에드워드 6세, 메리 1세, 엘리자베스 1세가 순서대로 왕위를 차지한 후 튜더 왕조는 문을 닫는다.


헨리 8세는 여섯 차례 결혼했으며 왕비였던 이를 둘이나 처형시킨 왕이었다. 처형된 왕비는 두 번째 왕비였던 앤 불린과 다섯 번째 왕비였던 앤 불린의 사촌 캐서린 하워드였다.

앤 불린은 아들에 집착하는 헨리 8세에게 아들을 낳아 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첫 번째 왕비 아라곤의 캐서린을 쫓아내고 왕비에 올랐지만 결국 훗날 엘리자베스 1세가 되는 여아만 낳았던지라 헨리 8세의 분노와 증오를 받게 된다. 그리하여 헨리 8세는 앤과 그녀의 친족에게 간통죄와 근친상간 죄를 뒤집어씌워 교수형에 처한다.

그런데 이때 유럽을 지배하던 합스부르크가에서는 삼촌과 조카, 사촌끼리의 근친혼이 흔했을 뿐만 아니라 후일 스튜어트 왕조에서도 사촌 남매간의 혼인이 있었는데 그것이 죄목이 되었다니….

하지만 캐서린 하워드의 경우는 진짜로 바람을 피워 목이 잘린다.

결국 헨리 8세는 세 번째 왕비였던 제인 시모어에게서 얻은 에드워드 6세 외에는 아들이 없었고, 에드워드 6세는 선천성 매독으로 몸이 약해 일찍 죽고 만다. 이 에드워드 6세가 『왕자와 거지』의 모델이 된 왕이다.



미혼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마지막으로 튜더 왕조는 끝나고, 엘리자베스 1세의 유언대로 그녀의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메리 스튜어트의 외아들인 스코틀랜드의 왕 제임스 6세가 다음 영국 왕인 제임스 1세가 된다. 그러나 그의 아들 찰스 1세 때 청교도 혁명이 일어나 찰스 1세는 전제, 국가 배신 등의 죄로 처형당하고 영국은 왕정을 포기하고 공화정을 선택한다.


하지만 약 10년간의 청교도의 지배하에서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꼈고, 이에 영국 의회는 1660년 왕정복고를 선언한다. 이렇게 해서 찰스 1세의 아들 찰스 2세가 왕으로 즉위하게 된다.

찰스 2세는 '유쾌한 왕'이라고 불리며 국민들에게 인기가 꽤 높았는데, 죽기 전에 국교회가 아닌 가톨릭 신부의 병자성사를 받음으로써 가톨릭으로 개종했던 것이 들통나 국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다 주었다.

그는 25년간의 통치 기간 중 애첩을 통해 50명에 가까운 자식을 낳았으나 정비와의 사이에 자식이 없었던 관계로 정비가 낳은 아이에게만 왕위 계승권이 주어지는 전통에 따라 찰스 2세의 남동생 제임스 2세가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위 첫 번째 사진의 왼쪽에서 두 번째 소녀 복장을 하고 있는 아이가 제임스 2세이다)


스튜어트 왕조의 마지막 왕은 앤 여왕이다. 앤 여왕은 튜더 왕조의 엘리자베스 1세와는 달리 결혼은 하였으나 아이를 낳지 못하고 죽음으로써 스튜어트 왕조는 단절되고 만다.



앤 여왕이 후사가 없이 죽자 스튜어트 왕조를 열었던 제임스 1세의 딸이자 찰스 1세의 누나인 엘리자베스 왕녀가 낳은 딸 조피 왕녀가 유일한 계승자가 됐지만 그녀는 앤 여왕보다 두 달 앞서 팔순의 나이로 병사한다.

이에 조피의 세 아들 중 장남인 하노버 선제후 게오르크가 영국의 왕 조지 1세로 등극하게 되면서 독일계 하노버 왕조가 열린다.


빅토리아 여왕은 하노버 왕조에서 64년이라는 가장 긴 재위 기간을 지낸다. 그녀는 자신과 사촌지간인 작센코부르크고타 공가의 앨버트와 결혼하며 실크 새틴으로 만든 하얀색 드레스를 입었는데, 이때부터 신부가 순백의 드레스를 입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는 진심으로 사랑하며 서로에게 충실했는데, 그들은 결혼 기간 중 9자녀를 둘 만큼 사이가 좋았다.

이렇게 여러 자녀를 둔 빅토리아는 후에 딸들을 유럽 전역의 왕가에 왕비로 시집보냈을 뿐만 아니라 왕가에서 아들의 신부를 데려왔기에 유럽 왕가에 그녀의 손자가 40명, 증손자가 37명이 되는 등 '유럽의 할머니'로 등극하게 된다. 처음으로 할머니가 되었을 때가 빅토리아가 서른아홉 살이 되었을 때라고 한다.


그녀의 남편 앨버트 공은 평생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었는데 장남 에드워드의 불량 행동으로 불만을 토로한 케임브리지 대학에 갔다 온 후 세상을 떠난다. 이에 남편에게 많이 의지했던 빅토리아 여왕은 심한 충격을 받았고, 남편의 죽음을 방탕한 아들 에드워드 탓으로 돌리며 심하게 몰아세워 모자 관계는 불화가 끊이지 않고 극을 향해 치닫는다.

그렇기 때문일까. 빅토리아 여왕 장례식에서 에드워드 7세는 '건배'를 외치며 웃었다고 하니 어머니 빅토리아 여왕에 대한 앙금이 깊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왕조명도 아버지 앨버트의 고향 이름을 따서 작센코브르크고타로 바꾼다.


에드워드 7세는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왕비 알렉산드라만 제외하고 다른 여인들을 사랑했으며, 그가 가장 사랑했던 마지막 공식 정부 앨리스 케펠의 증손이 현 찰스 3세의 애인이었다가 재혼 상대가 된 커밀라 볼스라고 한다.



왕들의 개인사에 맞춰 영국 역사를 이야기하니 굳이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며 그와 관련된 이야기와 역사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구열과 지식 추구 욕구가 활활 불타오른다고나 할까 아니면 고상하고 고귀하게만 보였던 왕족의 민낯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나 할까.


이 책은 세계사를 처음 접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하고 충분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 하고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시리즈의 다른 왕조 이야기들은 또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가 된다. 다음 왕조 편이 나오기 전까지 이전에 출간되었던 왕조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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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 거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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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그저 한없이 시시하게만 느껴지고 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고등학생 스즈키 카야는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의 내면에 몰두하며 가만히 시간을 죽이는 데에만 몰두했다. 카야는 방과 후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했었고, 그 결과 지금은 집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산 쪽으로 달리기하는 것을 루틴으로 하고 있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따라 뛰어 올라가면 이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버려진 녹슨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그 옆에 있는 대기실이 바로 카야의 달리기 골인 지점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대기실에서 카야는 땀이 식을 때까지 자신만의 몽상에 빠져 감정을 정돈한 다음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열여섯 살 생일 전날 오후에도 카야는 변함없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버스정류장까지 달렸고, 거기서 평소처럼 어떤 특별한 무언가가 자신을 데리러 와 줄지도 모른다는 몽상에 빠졌다. 그런데 그날은 너무 편하게 마음을 쉬게 해서인지 대기실에서 깜박 잠이 들고 말았고, 눈을 떴을 때에는 12시가 넘어 있었다.


정신을 차린 후 집에 돌아가기 위해 대기실의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암흑 속에서 믿기 힘든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등줄기가 오싹해지며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냉정하게 자신을 다잡고는 대기실 안을 찬찬히 돌아다보았으나 어둠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공중에 떠있는 연한 녹색으로 빛나는 작은 물체 이외에는.

카야는 그것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 결과 상대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카야에게 보이는 빛나는 연한 녹색은 상대의 눈과 손발톱이었다.


그렇게 신체 일부만 눈에 보이는 미지의 여성과 조우하게 된 카야는 그날 이후 대기실에서 그녀와 계속된 만남을 가졌고, 대화를 통해 그녀가 카야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와 대화를 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으나 중간중간 귀를 긁는 듯한 노이즈로 방해되는 단어들이 있었고, 그녀의 이름 또한 노이즈로 들리지 않자 카야는 그녀의 요청에 따라 그녀에게 치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렇게 카야와 치카는 차원과 공간을 뛰어넘는 아슬아슬한 만남을 이어갔고, 카야는 치카와의 만남을 통해 특별할 것 없는 자신이 치카와 만나는 목적과 시간의 의미, 그것을 넘어 카야의 세계와 치카의 세계 사이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어떤 관계의 법칙을 발견하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무미한 날들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그런데 그렇게 만남을 이어가면서 카야는 치카에 대해 어떤 것으로도 누르지 못할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것을 깨닫게 되지만 그것을 애써 부정하고 감추려 하는데….



스미노 요루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독특한 제목의 소설 혹은 애니메이션은 다들 들어보거나 봤을 것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작가인 스미노 요루의 작품으로 센시티브한 감정 묘사가 주를 이루며, 작가 특유의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을 완벽하게 이끌어내는 묘사와 스토리 전개로 인생과 사랑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열여섯 살 소년 카야와 다른 세계의 소녀 치카가 신비롭고 환상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사랑을 배워가고 사랑을 하는 모습은 순수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져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수줍고도 어설펐던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어떠한 예고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찾아왔다 홀연히 떠나간다. 그렇기에 더 간절하고 맹목적으로 바라게 되는 사랑이 아닐까.


그런데 소설은 그렇게 아름다웠던 사랑의 추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카야의 모습과 그의 내면의 성장을 보여주며 그런 아름다운 기억과 소중한 감정들이 쌓여 우리의 삶이 특별해지고 아름다워지니 지나간 순간에 집착하거나 그것을 잊는 것을 두려워하여 주저하지 말고 용기 있게 인생을 나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카야의 무심한듯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 방황과 성장, 사랑을 같이 경험하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일이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감정의 휴식처로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독특하면서도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로맨스와 약간의 미스터리한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된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 소설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마법 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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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멧 : 계절이 지나간 자리 -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드 코믹 부문 대상작 스토리잉크 2
이사벨라 치엘리 지음, 노에미 마르실리 그림, 이세진 옮김, 배정애 손글씨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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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을 맞아 출판사 <웅진주니어>에서 『메멧』이라는 그래픽 노블로 어린이와 어른들의 감수성에 노크하고 있습니다.

『메멧』은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 코믹 부문 대상작'으로 '이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어린 시절 추억을 잘 표현하기는 어렵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작품입니다.


책은 일반 소설책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크기에 두께도 두껍지 않아 읽기가 쉬웠어요. 또한 읽으면서 그림 하나하나의 섬세한 표현과 한 컷에서 다음 컷을 넘어갈 때 두 그림 사이의 축약된 감정과 의미를 놓치지 않고 머릿속으로 그리며 받아들이다 보니 다른 어떤 책을 읽었을 때보다도 내면에서 형상화를 이루는 감정이 풍부해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이 풍부해진 감정은 제 마음속 제일 깊숙한 곳에 고이 접어 놓아두었던 저의 어릴 적 추억의 페이지의 끄트머리를 잡아 끄집어내어 주체할 수 없는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답니다.



이야기는 한밤중 이제 막 도착한 듯 어둠 속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시작하는 루시와 루시 엄마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루시에게 손전등이 유일한 빛인 캄캄한 어둠 속 세상은 낮과는 또 다른 신비하고 궁금한 세상입니다.



날이 밝고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인 로망의 캠핑카가 보여요. 로망의 가족은 이 캠핑장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캠핑카 주변으로 울타리가 쳐진 것이 보입니다.

로망은 아침에 눈을 뜬 후 엄마의 귀가를 챙긴 뒤 엄마를 위해 꽃을 뜯어 야외 테이블을 장식하고는 캠핑카를 나섭니다. 아직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해 보이는 아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로망은 모든 일을 혼자서 하는 것이 익숙해 보이네요.



그렇게 로망이 어디론가 가는 길목에 루시의 텐트가 있어요.

텐트 안에서 어떤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듯했던 루시는 바깥의 인기척에 내다보고는 텐트를 지나쳐 멀어져 가는 로망을 발견합니다. 그를 보고 루시도 밖으로 나가요. 그런 루시에게 엄마는 식당 메뉴를 보고 와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루시는 엄마의 부탁으로 간 식당에서 인형 뽑기 기계를 발견했고 그 안에 든 많은 인형 중 강아지 인형에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맙니다. 아침 식사 후 루시는 엄마에게 동전을 받아 강아지 인형을 뽑기 위해 인형 뽑기에 도전합니다.

과연 뽑을 수 있을까요?



한편 로망은 캠핑장에 있는 또 다른 또래 친구 에비와 어울려 노는데요. 그 친구는 캠코더를 가지고 와 로망과 영상을 찍으면서 함께 놀아요. 아이들은 이것저것 찍으며 캠핑장 주변을 종횡무진 다니며 놀다가 급기야는 스스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상황극을 찍으려고 해요.



로망은 페트병으로 만든 강아지 '메멧'과 놀고 있는 루시를 발견하고는 자신과 같이 영상을 찍을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루시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메멧'을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것 때문일까요, 아니면 루시가 만든 페트병 인형을 빼앗기 위해서일까요.

로망은 거절하고 도망가는 루시의 뒤를 쫓아가 루시의 머리를 낚아채는데요.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루시의 머리가 벗겨집니다. 가발이었던 거죠.

로망은 그대로 루시의 가발을 들고 도망가 버립니다.

루시는 왜 가발을 쓰고 있을까요? 루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그렇게 빼앗은 가발을 가지고 에비와 옥신각신하다 로망은 에비의 캠코더를 떨어뜨려 버리고, 에비는 그대로 자신의 캠핑카로 돌아가 버리고 맙니다.

뭐, 그것뿐만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전부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되는 시간이 된 거예요.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가는데 로망은 여전히 혼자네요.

로망과는 대조적으로 루시는 엄마의 따스한 품에서 하루를 마칩니다.

캠핑장의 모두가 어둠 속으로 빠져들 시간….


그들에게 또 어떤 내일이 펼쳐질까요?



그림이 러프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색연필화여서 친근감을 주는 동시에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아요.

저는 읽는 내내 로망을 보면서 마음이 애잔했어요. 사랑과 관심이 고파 보여서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릴 적 로망같은 친구 한 명쯤은 있지 않았나요? 조금 꼬질꼬질하고 아이들에게 짓궂은 장난도 치고 괜스레 센척해 보이다가 선생님한테 단골로 혼나는 아이. 어릴 때는 그런 아이들을 피해 다니고 저한테 장난을 심하게 치면 울면서 선생님한테 이르기만 했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저 저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그 아이만의 신호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저나 그 아이나 정말 많이 어리고 서툴렀던 것 같아요.

로망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누구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고….

그렇게 잠시 잠깐이라도 스쳐 지나간 인연이 쌓여 계절을 이루고, 계절이 쌓여 아이는 성숙해져 갑니다.

누구나 그렇게 미숙한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을 밑거름으로 조금씩 성장해 어른이 되는 거겠죠.


지나간 인연에 슬퍼 눈물도 흘리지만 그 눈물을 딛고 다시 내일을 향하죠.

자신의 '메멧'과 함께.


이 책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주겠지만 경험과 추억이 많은 어른들에게는 자신들이 지나온 성장의 계절이라는 차원이 다른 감동으로 다가갈 것 같아요. 그래서 어른들에게 읽기를 더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과 함께 여러분 기억 속의 '메멧'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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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사변 1
아카바네 제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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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만화책 한 권이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이름하야 『마법소녀 사변』

'마법소녀 변신'도 '마법소녀 되다'도 아닌 왜 '사변'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표지에는 잘생긴 남자와 마법소녀로 추정되는 귀여운 소녀가 있을 뿐 도저히 1도 모르겠다.

이럴 땐 얼른 만화책을 보는 것이 정답이다.



주인공 사쿠라 히로미는 뛰어난 재능이나 장점은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히어로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현실은 회사에 밤낮없이 일해야 되는 평범한 회사원.

구르라면 구르고 기라면 기어야 되는 서러운 말단 직원인 히로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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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회사를 위해 영혼을 갈아 넣는 업무를 소화하는 중이었다. 😂


허나, 부하직원 편한 꼴은 죽어도 보기 싫어하는 부장이 실수인지 고의인지 히로미의 야근을 유도한다.

하지만 양보란 없다. 부당한 야근은 거부한다!

패기 충만하여 그대로 정시 퇴근하는 우리의 히로미.



그렇게 퇴근하는 길에 히로미는 공만 쫓아 차가 오는지 보지도 않고 차도로 뛰어 들어가는 아이를 무사히 구해낸다.


하지만 어디든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놓으라 하는 건 똑같은가 보다.

차에 치일 뻔한 걸 구해줬는데 소녀는 감사하기는커녕 차에 깔린 공 내놓으라 한다. 🤔

히로미는 그렇게 어린 소녀에게 공을 삥 뜯겨도(?) 좋은 일 했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며 집에 가려 하지만, 늦은 시간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어 경찰의 불시 검문에 걸린다.


한편 조금 전 아이를 칠 뻔한 운전자는 자신이 무엇을 치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운전을 하면서 자신이 뺑소니를 쳤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그렇게 증폭된 부정적인 감정은 남자를 괴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한편 경찰에게 훈계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히로미는 눈앞에서 자신이 구해줬던 소녀가 괴상하게 생긴 괴물에게 잡힌 것을 보고 순간 온갖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비록 회사에서 자신은 대체 가능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히로미 자신은 여전히 누군가에겐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소녀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

하지만 너무나 평범한 인간에게 괴물을 상대하기란 무리였을까.

히로미는 괴물에게 일격에 심장을 관통당해 쓰러지고 만다. 아니, 가슴이 꿰뚫렸으면 죽었다고 봐야 되겠지?


괴물은 히로미를 죽인 뒤 소녀까지 없애려고 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괴력소녀…? 아니 마법소녀!

괴물을 멀리 날려버린다.

"휴~ 죽는 줄 알았잖아!!" ……??

'어랏?? 뭐지?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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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소리가 이상하고 자꾸만 샘솟는 힘에 의아함을 느낀 소녀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잠시 현실 부정 타임. 😳

히어로가 된 것은 좋은데, 여자가 되었다!!

뭐? 원래 여자 아니었나?

엥? 니가 히로미??? 😨😱



여차저차 괴물을 처치한 히로미는 오늘부터 마법소녀 1일~. 😆

그러나 자의에 의한 변신이 아니었기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방법을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와 부딪치고 만다. 그게 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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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꿉친구이자 같은 회사 동료인 사오토메 유즈루.

그런데 유즈루와 부딪친 후 히로미는 갑자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다행히 여자로 변신했을 때의 모습을 들키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히로미의 모습에 유즈루는 히로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착각을 하고, 그런 유즈루의 착각을 자신이 여자로 변신했을 때의 모습을 들켰다는 착각을 하는 히로미. 🤣

급기야 유즈루는 주말에 히로미의 뒤를 밟아 히로미의 여친을 훔쳐보려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편의점에 다시 나타난 괴물을 쫓아가 무찌르는 과정에서 히로미는 다시 마법소녀로 변신하게 되고, 그것을 본 유즈루는 처음에는 여장으로 여겼다가 실제 히로미가 여자, 아니 마법소녀로 변신했다는 것을 알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자신의 재력을 바쳐 히로미에게 협력할 것을 약속하는데….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마법소녀 이야기.

보통 마법소녀 변신물을 보면 어린 소녀가 조금 더 나이 많은 중·고등학생 정도 나이대의 마법소녀로 변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만화는 아저씨가 변신하여 어리고 귀여운 마법소녀가 된다.

그렇다. '사변'이 정확한 표현이었던 것이다.

『마법소녀 사변』🤣


이 만화에 나오는 악의 무리, 괴물은 빌런이나 외계에서 침략해 오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일반인이다. 단지 부정적인 감정이 극에 달하면 그 부정적이 감정이 형상화를 이루어 그 사람을 잠식해 버려 괴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여러분이나 나 자신, 그 어느 누구도 괴물이 될 수 있다.


마법소녀로 변신하는 히로미와 친구 유즈루의 케미가 장난이 아니다. 협력하겠다는 유즈루는 자신의 재력을 앞세워 어마 무시한 서포트를 한다. 침투 부대와 헬기를 동원하는 것을 보면 거의 국가급의 재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추측될 정도. 😂

히로미의 말은 듣지도 않고 히로미를 마법소녀로 강하게 키우는 유즈루의 모습에 배꼽이 실종될 정도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넘겼다가 보물을 발견한 기분.

"심봤다~!!!"라고 크게 외치고 싶다. 🤣🤣😘


그런데 만화에서 사람들은 왜 괴물로 변하게 되었을까? 단지 부정적 감정을 품어서?

글쎄~. 🤔

궁금하면 지금 당장 『마법소녀 사변』을 보길.

그런데 갑자기 마지막에 등장하는 '마법기사'같은 인물은 누규~?

2권이 시급함을 뼛속 깊이 느끼는 중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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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면 - 수치심, 불안, 강박에 맞서는 용기의 심리학
브레네 브라운 지음, 안진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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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뭔가 작은 햄스터의 모습 같은 게 떠오를 수도 있고, '~에 취약한~'과 같은 식의 뉴스 제목들이 떠오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취약'이라는 단어는 '나약하다'와 일맥상통하는 것만 같고, 그렇기에 뭔가 그렇게 드러내면 자신한테 불리하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고 걱정하게 된다.

그렇지만 『마음 가면』에서는 이러한 취약성을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닌, 당당하게 드러내도 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게다가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자신에게 이로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취약성'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는 나쁘고 좋은 것을 가를 수 없다. 흔히 말하는 어두운 감정도, 마냥 긍정적인 감정도 아닌데, 이 책에서는 이러한 취약성을 모든 감정과 느낌의 핵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걱정 때문에 생활 속 감정들을 차단해 버리는 것은 삶의 의미를 주고 목표가 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취약성이라는 것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나는 없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많은 경우 이는 착각이라고 한다. 『마음 가면』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질문들을 제시하여 자신한테 있는 취약성을 확인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에서는 앞부분에서 다루고 있는 취약성, 그리고 수치심에 대하여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취하는 방어 기제인 '마음의 갑옷'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 그 종류에는 '기쁨 차단하기', '완벽주의', '감정 마비시키기' 등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의외였던 것은 '완벽주의'였다. 다른 것들은 몰라도 완벽주의의 경우에는 일상 속에서 그냥 여러 모습의 성격 중 하나로 인식되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이 방어 기제라니.

설명에 따르면, 완벽주의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완벽한 외모를 갖춘다면 비난, 비판, 수치심의 고통을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20톤짜리 보호막'이라고 한다. 자기계발과는 달리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이 핵심인 완벽주의를 저자는 해결해야 할 사항으로 여기며, 이에 대한 방법을 제시한다.



개개인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것은 타인일 수도 있지만, 집단의 문화에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 뿌리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이 책에서는 이러한 수치심을 유발하는 조직문화에 대하여 독자들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하여 『마음 가면』은 어긋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대담하게 나아갈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키워드를 꼽자면 '대담'과 '피드백'이다. 책에서는 '대담한 문화'라는 단어를 쓰는데, 이는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적극적인 피드백이 오가는 조직 문화라고 한다. 또, 피드백으로 인한 불편함, 껄끄러움 등을 당연한 요소로 여기는 것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진짜 배움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조직문화가 정착된다면, 기존에 존재했던 수치심 유발을 관리의 도구로 이용하는 등의 비뚤어진 조직문화로부터의 해방과 조직의 구성원들 모두에게 이로운 영향을 가져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현대인들이 일상 속에서 수없이 겪게 되는 어려움들이 있는데, 누군가는 이를 쉽게 떨쳐내고 나아가지만 누군가는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좌절하고는 한다.

『마음 가면』에서는 이러한 차이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해 주며, 더 나아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까지 친절하게 제시하여 주기에 누구나 쉽게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삶에서 용기를 내는 것이 힘들고, 불안하며 걱정이 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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