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개주막 기담회 4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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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총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지옥도>

비를 피하다 우연히 스님 우생을 만나게 된 선노미는 우생의 권유로 그의 암자에 잠시 머물게 된다. 그곳에는 산에서 다리를 다치고 산길을 헤매다 잠시 머물고 있는 춘식과 영달이라는 남자들 또한 있었다.

우생은 머무는 동안 본당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를 한다.

그런데 얼마 뒤 암자에 머물던 춘식과 영달이 차례로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는 일이 벌어지는데….


<외줄 타는 남자>

하룻밤 잘 곳을 찾아 헤매던 선노미는 우연히 사당패 무리와 만나 그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사당패 중엔 선노미 또래의 덕임이라는 남장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녀는 선노미에게 줄광대였던 오빠 길상의 짧지만 비극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데….


<보름달 마귀>

사당패와 헤어져 길을 떠난 선노미가 어느 마을 어귀에 들어섰을 때 우연히 살인사건 현장을 지나치게 된다. 그런데 어이없이 살인범으로 의심받으며 꼼짝없이 체포될 찰나, 오작인 병오의 도움으로 오해를 풀게 된다. 그리고 살인을 한 진짜 범인인 보름달 마귀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호리병을 든 남자>

다시 길을 떠난 선노미는 우연히 반월댁이라는 주모가 하는 주막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때 자신을 '필요 없는 것들을 사는' 장사꾼이라고 소개하는 무용이 주막의 손님으로 묵게 된다. 자신에게는 딱히 쓸모없는 재주를 산다는 무용의 말이 허황되게 느껴진 주막의 손님들은 그를 비웃었고, 그를 비웃던 손님 중 한 명인 만기가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자신의 능력을 무용에게 팔게 되는데….


<지지 않는 꽃>

주막을 떠난 선노미는 우연히 기방에 신세를 지게 되고, 거기서 예전에 만났던 사당패를 다시 만난다. 선노미가 기거하게 된 기방은 인근에서 유명한 기방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이름 높은 기녀인 열일곱 살의 연홍은 덕임과 선노미를 살뜰히 챙겨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홍과 노기(老妓) 홍매가 같이 산책을 나갔다가 강도를 만나 홍매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낙서하는 아이>

사당패와 다시 헤어지고 길을 나선 선노미는 어떤 마을에 도착했고, 그 마을 서당에서 혼자 나뭇가지로 마당에 글자를 적고 있는 깡마르고 작고 지저분한 소년 차돌을 만난다. 선노미가 말을 걸자 차돌은 도망갔고, 그 소리에 나온 훈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선노미는 훈장이 다름 아닌 자신에게 언문을 가르쳐 줬던 춘추관 사관 종훈임을 알고 놀란다.

그런데 얼마 뒤 마당에서 서당 수업을 몰래 듣던 차돌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삼개주막 기담회』의 오윤희 작가는 일간지 기자 출신의 작가로 픽션과 논픽션의 세계를 넘나들며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단지 막연하게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들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비록 옛날을 배경으로 한 기이한 이야기들의 모음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현실의 문제들이 반영되어 있었다.


이야기는 삼개주막 기담회를 통해 연암을 알게 된 선노미가 그 인연으로 연암을 따라 청나라에 갔다가 그곳에서 자신과 연암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뒤 죄책감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조선을 떠돌아다니며 겪는 이야기의 모음으로 되어 있다.

그 방황을 통해 선노미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이 세상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나간다.


다른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지만 세 번째 <보름달 마귀>와 여섯 번째 <낙서하는 아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인간이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음험한 욕망과 충동을 숨기지 않고 드러나 보이게 하는 저주 받은 가면에 관련된 이야기인 <보름달 마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저주받은 가면은 마치 현대 사회의 인터넷이 가진 익명성이라는 가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살인이라는 더러운 욕망을 푼 보름달 마귀, 주태처럼 현대의 사람들은 인터넷의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소설 속의 주태처럼 자신과 관련 없는 타인을 먹잇감 삼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음험하고 더러운 욕망을 분출하고 있다. 아니,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마치 자신들이 정의의 사도가 된 것처럼 자신들의 먹잇감이 된 상대를 향해 무자비하고 잔인한 칼날을 휘두르며 난도질하고 무참히 짓밟아 버리며 희열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고 있을 현실 속의 보름달 마귀들에게 이 이야기 속 보름달 마귀가 너희들의 모습이라며 보여주고 싶다.


<낙서하는 아이> 속 학대받는 차돌의 이야기를 읽으며, 힘없는 아이들은 결코 어른들의 감정의 쓰레기통이나 분풀이 대상이 아님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보다 힘없고 약한 아이들이 짓밟아도 되는 존재가 아닌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존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대는 대물림된다는 것을 명심하여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충고를 통해 선노미는 죄책감을 떨쳐버리려 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죄책감을 짊어지고 속죄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그렇게 과거에 얽매여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면서 미래를 향해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딛기로 결심한다.

과연 선노미가 선택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선노미가 모든 방황을 마치고 삼개주막으로 돌아가 펼쳐질 또 다른 이야기 세상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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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무크 : 챗GPT 2023 - 한 권으로 마스터하는 한경무크
한경비즈니스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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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가장 큰 이슈를 고르라고 한다면 절반 이상은 챗GPT를 가리킬 것이다. 구글의 알파고로 인한 충격을 받은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GPT 3.5를 기반으로 한 챗GPT의 등장, 그리고 GPT 3.5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GPT 4.0의 발표까지 반 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인공지능으로 인한 충격은 어쩌면 알파고 이상의 것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은 둘째치고 자동 번역기만 하더라도 의미 전달조차 되지 않는 어이없는 수준의 문장 번역을 하던 시기가 불과 십여 년도 되지 않았다. 그 사이 네이버 파파고와 같이 문법까지 어느 정도 잘 지키며 번역을 하는 프로그램이 출시되었다. 또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시작으로 수많은 프로 바둑 기사들을 이긴 것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이렇게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그나마 위안 아닌 위안이었던 것이 있다면 문장을 다루고 소통을 하는 데 있어서는 인공지능이 젬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구글 어시스턴트이든, 아이폰의 시리든, 아니면 네이버 클로바와 같은 인공지능들 모두 어느 정도의 답변은 가능하지만 딱 그뿐, 누가 봐도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티가 날 정도였다. 아마도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조금만 말이 복잡해지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와 같은 답변을 내놓거나 아예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것을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라면 여러 번 경험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챗GPT는 사람과 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면 속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 든 생각이, 챗GPT며 GPT 4.0과 같은 단어들이 이곳저곳에서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반면에 정작 챗GPT에 대해서 이렇다 할 정도로 알고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뉴스를 검색해 본다 해도 하도 많은 뉴스들이 챗GPT에 관한 최근 소식들에 대해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 다들 최신 정보를 전하기 위해 정보들을 자잘하더라도 올리는 상황인지라 원하는 내용들을 찾기란 기사들 수십, 수백 개를 일일이 확인하며 스크롤을 내리고 정보를 취합할 바다 같은 인내심이 있지 않은 이상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런데 『한경무크 챗GPT 2023』은 정말 그 수식어에 걸맞게 챗GPT에 관한 내용들을 가독성이 뛰어난 지면 활용을 통해 소개하고 독자들에게 이해시킨다.



사진으로 볼 수 있다시피, 내용의 첫 부분에는 독자들이 챗GPT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깔끔한 디자인으로 제시한다. 조금 성격이 급하거나 빠르게 파악하고 싶은 독자라면 과장을 조금 보태서 이 사진 속 페이지를 포함하여 SECTION 1 부분을 읽는 것으로 챗GPT에 대한 상식을 마스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챗GPT에 대한 질문 여섯 가지를 챗GPT에 질문하여 얻은 답변을 바탕으로 하여 이에 대한 분석을 해 놓은 내용은 소개하는 주제를 적절히 활용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도 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쉽게 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챗GPT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충분한 만족을 가져다줄 수 있다.

SECTION 2에서는 챗GPT에 대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들을 전달함과 동시에 이에 관한 전망들도 제시하는데, 그중 인상 깊은 내용을 고르자면, 위 사진에 보이는 바와 같이 챗GPT에 적용된 기술의 원리 및 RLFT와 같은 학습 방식에 대하여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어 단순히 챗GPT를 이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리 또한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들어 증시와 경제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지려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상황에는 챗GPT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왕의 귀환"이 있었다.

2020년과 2021년 가장 핫한 종목 중 하나였던 빅테크는 2022년 위축되는 양상을 띠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분간 빅테크는 죽었다는 평가를 내리는 분석들도 다수 제기되었다. 실제로 알파벳이나 MS 같은 기업들의 지난 4분기 실적은 저조하여 올해 1분기 실적 또한 비슷한 양상일 것이 예견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예측을 뒤엎듯 챗GPT는 빅테크 종목에 '낙관론'을 불어 넣었다.



챗GPT의 열풍은 분야를 막론하고 큰 타격을 가져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챗GPT에 대하여 확실하게 아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경무크 챗GPT 2023』은 챗GPT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친절하고 세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세밀하다고 해서 내용들이 TMI가 아닌,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내용들이라 어느 것 하나 버릴 내용이 없는 정말 만족스러운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충분한 정보와 통찰을 제공하며 챗GPT에 대해 알고자 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넘쳐나는 챗GPT 책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되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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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크림소다
누카가 미오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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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있는 하나부사 미술 대학에 입학하며 도쿄에 오게 된 데라와키 도모치카는 어머니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을 거절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급여 받는 날이 꼬이게 되어 생활비가 빠듯해지면서 결국 식사를 굶는 날이 생기게 되었다.

고민 끝에 편의점에 가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할 음식을 달라고 부탁해 봤지만 눈총만 받고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럴 때 도모치카에게 한 끼 식사를 만들어주고 급여를 받을 때까지 필요한 생활비를 빌려준 사람이 바로 같은 기숙사에 살고 있는 같은 대학교 같은 과 4학년 선배인 유기 와카나였다.


와카나는 신입생 합숙에서 무심한 듯 후배들을 배려하고 잘 챙기며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딱 그 정도까지라는 선을 그어놓고 있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도모치카는 와카나가 추천한 대학교 근처 카페 '레몬의 집'에 점심을 먹으러 들렀고, 거기서 크림소다를 마시고 있는 와카나를 만나 합석하게 된다.


그날 오후, 학교에서 누드 데생 실습을 마치고 나서는 도모치카 앞을 생전 처음 보는 소녀가 막아섰다. 소녀는 자신을 근처 시라츠키 가쿠엔 대학교 1학년인 신도 교코라고 소개하며 할 이야기가 있으니 무조건 자신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강요했다. 그렇게 그녀를 따라간 곳은 도모치카가 낮에 갔었던 '레몬의 집'이었다.

교코는 와카나와 도모치카가 그곳을 함께 나오는 모습을 봤다며 와카나와 친해 보이니 그의 현재 생활이나 평소 모습을 자신에게 알려달라며 도모치카에게 협조를 구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더, 와카나에게서 눈을 절대 떼지 말고 잘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는데….



처음엔 단순히 『안녕, 크림소다』라는 제목만 보고 상큼하고 밝고 청량한 학원 청춘물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간간이 위트가 보이는 작가의 문체는 그리 무겁지 않아 소설은 쉽게 읽혀졌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 반대였다.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와카나의 사랑은 사랑 때문에 진정한 자신을 찾았다가 다시 그 사랑 때문에 자신을 철저히 놓아버리려는 공허한 아픔을 보여준다. 오로지 그 사랑의 상실로 인해 세상에 혼자 내버려졌다는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자신을 꽁꽁 숨김으로써 그를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와카나가 요시키를 만나지 않았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맨얼굴을 가감 없이 드러내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어차피 사람들은 살면서 한두 개의 가면은 쓰고 살아가는 법이다. 그것이 주변과의 관계나 본인을 위해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닌데 그것을 굳이 위선적이라고 꼬집어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개인적으로 와카나가 가족과 멀어지게 한 요시키는 정이 가지 않는 캐릭터였다.

내가 와카나의 엄마나 동생이었다면 막장 드라마 중의 단골 장면을 연출했을지도 모르는 분노를 느끼게 하는 장면도 있었다. 오빠를 너무 속박하지 말라고 말하는 교코에게 자신은 곧 죽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요시키…, 남을 사람이 어떻게 될지 생각도 하지 않는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요시키의 말에 울컥 울화가 치밀었다.


또한 작가는 소설의 큰 축을 이루는 도모치카와 와카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전통적 정의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정의를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결국 가장 힘들고 지칠 때 돌아가서 위로받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의 여러 가지 정의가 존재하더라도 기본적인 가족이라는 형태가 공격받고 해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가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쉽사리 마지막을 덮을 수 없는 책이었다.


과연 도모치카와 와카나, 아니 소설에 등장하는 우리의 청춘들은 아픔을 이겨내고 방황을 극복하여 한층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가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쉽사리 마지막을 덮을 수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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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과 철 1
카타야마 아야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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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격의 거인』 작가인 이사야마 하지메가 추천한 신작 만화 『균과 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표지만 보고는 긴가민가 했어요.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겨보면서 완전 반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 유명 작가가 추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



때는 미래, 인류가 이끄는 세상이 멸망하고 '아미가사'의 압도적 힘에 의해 통솔되는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모든 인간들은 뇌에 '아미가사 버섯'이 심어져 그것의 지배를 받으며 에어리어라는 폐쇄된 구역 안에 격리된 채 완전한 관리, 아니 사육을 당하며 살아갑니다.



어느 누구 하나 아미가사의 명령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었으며, 아미가사에 의해 모든 행동 심지어 감정조차 철저하게 조종당했어요.

하지만 주인공 단테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이 왜 에어리어 안에서만 살아야 되는지, 왜 명령만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해 분노를 표출해야 되는지 항상 의문을 품었어요. 단테도 실상 머릿속에 1cm 정도의 뇌균사가 들어있었지만, 글을 읽을 줄 모르기 때문인지 뇌균사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또한 이 세계에서는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거나 하자가 있어 쓰임새가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바로 처형을 당했는데, 단테의 남다른 행동들은 뛰어난 신체 능력과 실독증이 정상참작(?) 요소가 되어 '엄벌'에 처해지기만 할 뿐 처형은 되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단테는 '극비 임무' 요원으로 선정되어 다른 아미가사 병사들과 함께 에어리어 바깥으로 나가게 되었어요. 그 극비 임무라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집단 '에테르' 일파의 격멸 작전이었어요.


난생처음 접한 에어리어 바깥 풍경은 단테에겐 생소하고도 신기한 것 투성이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부여받은 임무대로 에테르 일파를 포위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마주한 에테르 일파는 자신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아니 오히려 더 약하고 초라해 보이는 사람들이었어요.


에테르 일파를 포위한 아미가사의 병사들은 공격은 하지 않고 아미가사의 뜻대로 이뤄지기를 기다리며 그저 그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정도였어요.

잠시 후 뜬금없이 벼랑이 무너지며 굴러떨어진 바위에 에테르 일파는 모두 동시에 머리가 짓뭉개져 죽고 맙니다. 그것은 마치 위대한 자연이 공격한 것처럼 보였어요.

거기다가 철수하려는 아미가사의 병사들이 딛고 서 있던 땅이 갑자기 갈라지며 모두가 땅속으로 떨어져 전멸하고 맙니다. 아미가사에게 그들은 일회성 도구였던 거지요.



하지만 단테는 뛰어난 신체 능력을 이용해 무너진 절벽을 딛고 무사히 땅 위로 올라옵니다. 그런 단테 앞에 에테르가 나타났는데, 그 에테르는 단테가 교육시간의 배움을 통해서만 의미를 알았던 '여성'이란 존재였어요.

자신을 아오이라고 소개한 에테르는 단테를 본능적으로 설레게 했어요. 두 사람은 갑자기 내린 비가 잦아들 때까지 동굴에서 비를 피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점차 서로 가까워집니다.

비가 잦아들고 서로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자 둘은 살아서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그렇게 아미가사가 정해놓은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생환한 단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처치실에서의 고문이었습니다. 죽을 예정이었던 그가 왜 살아 돌아왔으며 무엇을 봤는지 고문으로 알아내려는 것이었지요.


모진 고문을 가한 뒤 단테를 죽이려는 총독에게 누군가 단테의 신체 능력표를 가져다줬고, 그것을 본 총독은 단테의 능력을 아깝게 여겨 단테의 머릿속 뇌균사 강도를 높여 우수한 아미가사 병사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는 특대 사이즈 아미가사 버섯균을 단테 머릿속에 집어넣고는 단테의 정신을 지배하고 조종해서 진실을 이끌어내려고 하는데요….



1권을 다 읽었지만 전 아직 아미가사의 실체가 뭔지 애매해요.

세계 정부를 아미가사라고 부르기에 그런가 보다 하다가도, 어떤 등장인물들은 버섯균을 아미가사라고 부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버섯균이 아미가사라면 자연을 움직이고 인류 멸망 계획을 짜온 게 버섯균이라는 말인데… 그럼 버섯균이 두뇌와 신의 힘을 가졌다는 말인가요?

하긴 인간의 뇌에 기생하면서 인간을 조종한다는 것 자체가 사고를 가졌다는 말일 텐데…. 🤔

아무튼 자연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모든 것을 계획하며 모든 인과율을 계산한다는 것 자체가 뭐가 되었든 섬뜩하네요. 😰

아미가사, 넌 누구냐!


이렇게 책 제목의 '균'은 언급했지만 '철'은 아직 언급을 안 했는데요.

책을 보면 철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나와요. 위 사진의 일러스트 카드의 단테의 양쪽 주먹에도 힌트가 있어요.


그런데 이 만화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거 있죠.

SF 만화 보면서 웬 눈물이냐구요? 쪼~오기 일러스트 카드에도 나와있는 검은 비니를 쓴 '긴'이라는 인물 때문인데요. 😭

보면서 작가님을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이럴 거면 긴을 왜 이리 잘생기고 멋있게 그리신 거냐고.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책을 보시면 공감하실 거예요.


이 책은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어 중학생 남자아이들에게 보여 줬어요. 세 명에게 보여줬는데 그 아이들에게도 취향 저격이었는지 2권을 찾으며 열광하더군요.

미안하다. 2권은 아직 없다. 😅


이제 제대로 각성을 하게 된 단테의 활약이 기대되는데요.

과연 아미가사를 상대로 인간은 자유를 쟁취할 수 있을까요?

2권 빨리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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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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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사는 마술사 제니 마턴은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정기 시장에 무대를 만들어 거리에 다니는 행인들을 상대로 마술 공연을 펼친 뒤 그들에게서 관람비를 받아 어머니와의 생활을 꾸려나갔다.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해 그녀와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남자도 있었지만 제니는 그에게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해 그의 구애와 그의 모친의 협박에도 꿋꿋하게 청혼을 거절했다. 제니로서는 그런 남자와 가정을 이루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마술을 계속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연에 찾아와 자신을 R이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40달러를 줄 테니 대규모 마술 공연에 함께 가 마술사의 비법을 알아내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 마술 공연은 다름 아닌 당시 뉴욕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던 마술사 마하트마의 공연이었고, 그는 인도 여신 크리슈나의 세계에 다녀온다는 내용을 공연의 테마로 삼고 있었다. 공연을 본 제니는 마하트마가 펼친 마술의 속임수를 간파해 R에게 말했고, 이에 R는 크게 만족하여 자신의 본명이 로버트 핑커턴임을 밝히고는 제니를 자신이 운영하는 <핑커턴 사설탐정 회사>에 고용한다.


로버트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심령주의, 그중에서도 40여 년 동안 유령이라는 불가사의한 존재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며 돈을 벌어들인 폭스 자매의 속임수를 간파하여 그들의 실체를 폭로하는 임무에 제니를 투입한다. 그 임무를 위해 제니는 헤이즐 바월이라는 과부로 위장하였고, 바다에 빠져 죽은 그녀의 가상 남편 헨리의 유령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폭스 자매가 여는 교령회에 참석한다.

제니의 정확한 임무는 교령회에서 영매 마거릿 폭스가 영혼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나는 '딱딱' 소리의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눈여겨봐도 '딱딱'소리의 진실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교령회 말미에 관객 중에서 뽑힌 '딱딱'소리 진실 판정단 중의 한 명이 마거릿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려 했고 이를 본 제니가 그를 퇴치하며 마거릿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한다.


마거릿을 위기에서 구해준 것을 계기로 개별 교령 상담에 초대받은 제니는 개별 상담실에서 마거릿과 둘이서만 가상의 남편 헨리의 유령을 부르게 된다. 하지만 그 어떠한 '딱'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마거릿은 뜬금없이 한 군인이 제니와 대화하기를 원한다며 헨리의 외모를 시민전쟁에 참여한 북군의 복장을 한 남성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시나리오 상 헨리는 무역업에 종사하던 남자로 대서양에서 실종된 것으로 되어 있었기에 그 남자는 헨리가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북군으로 징집되었다가 전사한 사실을 아는 제니는 폭스 자매의 진실에 대해 처음과는 다른 의혹을 가지게 되는데….



이 소설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들 조나탕 베르베르의 첫 소설로 실존했던 인물 폭스 자매와 그 실체를 고발하는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물론 소설 속에서 그들을 조사했던 핑커턴 탐정회사 역시 실존 회사이며 탐정회사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스웨덴의 <시큐리타스 AB> 보안회사에 인수되어 사업부로 운영되고 있다.


소설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비슷한 유쾌한 문장력과 거침없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또한 챕터가 시작할 때 제니의 아버지가 남긴 『마술의 길』이나 로버트가 준 『핑커턴 지침서』의 일부 내용이 나오고 난 뒤 소설의 내용이 나오는 점은 각 챕터 사이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일부 내용을 보여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행성』과 형식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표지의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들에게서 풍기는 섬뜩한 분위기와 심령이라는 주제, 그리고 약간 무거운 느낌의 제목 때문에 꽤 심각하고 오컬트적 요소가 강한 소설이라 짐작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추리, 첩보 소설에 가까웠고 당시의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독립적이고 개성 넘치며 자기주장이 강함과 동시에 능력 있는 주인공 제니의 활약을 보여주며 다소 유쾌하다고까지 느껴질 정도로 속도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또한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고자 하지만 무언가 엉성하여 들키는 상황들과 그것을 헤쳐 나가는 제니의 모습들이 은근히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제니를 포함한 모두가 줄곧 알기를 원하는, 아니 독자들 또한 궁금해하는 '딱딱'소리의 진실이 끝부분에 가서 밝혀질 때에는 정말 짐작조차 못했기에 허무하게까지 느껴져 허탈감마저 들었다.

소설에서 결국 폭스 자매의 진실이 밝혀지지만 정작 대중들은 그들이 진실이라 여겨왔던 것을 부정당하는 것을 거부하며 그토록 맹종을 보이던 대상에게조차 분노를 쏟아내는 세뇌당한 집단 광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으니 과연 폭스 자매의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은 실제 인물과 사건을 기반으로 쓰여졌지만 실제와는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가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도저히 신예 작가의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촘촘하게 잘 짜여진 플롯을 통해 당시 온 세상을 둘러싸고 있던 심령주의라는 거대한 시류에 맞서는 제니의 모험과 활약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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