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나를 위한 진로 글쓰기 - 미래 자서전으로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6
임재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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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청소년기’라는 시기는 단순히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노는 시기였으면 하는 생각이 우세적이겠지만, 그럼에도 그 이면에는 언젠가 다가올 ‘성인’이라는 시기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수면 바로 밑에서 마치 영화 ‘죠스’에 나오는 상어처럼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정말 적합한 비유일 수도 있는 것이, 커다란 백상아리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추후의 ‘인생’의 흐름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러한 고민에 어떻게 적절한 답을 찾아야 할지는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 자신에 대해 진짜로 자세히 알기에는 살아왔던 세월이 너무도 짧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 덧셈 뺄셈에, 어느 정도 나이가 들기만 해도 못하면 정말 바보가 아닐까 싶은 곱셈과 나눗셈조차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붙잡고 끙끙대면서 배우던 시기를 제외한다면, 진짜로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생각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시간은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부 세더라도 결코 7~8년을 넘기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단순히 오래 고민하는 것으로만 또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청소년들은 진로 고민 7년 차에 실제로 대학을 정하거나 직업을 정하도록 학교라는 절벽에서 등 떠밀려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지름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십대, 나를 위한 진로 글쓰기』에서 알려주는 방식을 이용한다면, 글쓰기를 통해 그 짧은 시간 안에 충분한 답을 얻거나,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아를 탐색하여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잘 파악하여 허황되지 않고 실현 가능한 미래를 꿈꾸고, 그 미래가 현실이 되게 하기 위해 삶을 설계하도록 이끌고 있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꿈꾸고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쓰기를 통해 미래비전을 가시화하여 그것이 자신의 인생 설계도이자 조감도가 되도록 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청소년들에게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비전 선언문'을 작성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미래 자서전'을 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래 자서전을 통해 지나온 유아기부터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다가올 청년기를 거쳐 노년기의 삶을 내다보며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풀어나가 각자가 완성도 높은 삶을 살길 바라고 있다.


글은 멋지고 잘 쓰려고 할 필요는 없고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쓰면 된다. 그리고 고쳐 쓰기가 최고의 글쓰기 비법이라는 점을 명심하여 결코 한 번에 잘 써내려고 하지 말고 최소한 세 번은 고쳐 쓸 각오를 하고 쓸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말고 글을 끝까지 써서 완성해 내는 것이다.




자서전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것을 써야 할 것만 같고, 부담감부터 몰려온다. 아무래도 그 자체가 주는 어떠한 존재감과도 같은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미래 자서전'은 그렇게 무언가 커다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그 정도의 내용만 쓸 수 있다면, 그 속에서 자신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도 발견하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더불어 방황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고 불안감도 다소 덜어져 진로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어 불확실함 속에서 흔들릴 수 있는 청소년들이 이정표 삼아 나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십대, 나를 위한 진로 글쓰기』를 통해 미래 자서전을 쓰는 방법을 익혀 미래를 향해 확신에 찬 발걸음을 내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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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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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찰리 리드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아무도 믿지 못할 모험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찰리가 7살 되던 해에 마을을 흐르는 강에 걸쳐진 시카모어 다리를 건너 편의점에 저녁거리를 사러 갔던 찰리의 엄마는 빗길에 미끄러진 트럭에 끔찍하게 짓이겨져 세상을 떠나고 만다. 예기치 않은 불행한 사고에 찰리의 아빠 조지는 조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술을 마시며 무너져버렸고, 어린 나이임에도 찰리는 혼자 알아서 지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항시 술에 취한 아빠를 돌봐야만 했다. 아빠의 방황은 끝나지 않았고 엄마가 돌아가신지 3년 후엔 결국 회사에서도 잘리고 만다.

하지만 아빠의 음주는 고쳐지지 않았고, 쌓여만 가는 청구서와 반송되는 수표들에 찰리는 아빠와 함께 노숙자가 되는 끔찍한 상황까지 상상하게 된다. 이에 찰리는 어느 날 저녁 하느님께 아빠가 술을 끊게만 해주면 어떻게든 보답하겠다는 기도를 한 뒤 잠자리에 든다.


그 기도에 대한 답이었을까. 아빠와 같이 일했던 보험 설계사이자 회복 중인 알코올중독자였던 린디가 찾아와 아빠를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AA라는 알코올중독자 모임에 데려가고 신경 쓰고 챙기며 후원하는 등 아빠를 알코올의 늪에서 구원했다.

이에 찰리는 자신의 기도가 응답을 받았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자신이 하느님이 베푼 기적에 대한 보답을 이행해야 하는 조건만 남았다고 생각하여, 매일 봉사활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노력하며 빚을 갚으려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찰리가 17살 되던 해 보디치 씨와 운명적으로 연결된다.


파인가와 시카모어가가 만나는 지점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낡고 음산한 집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집을 사이코 하우스라고 불렀다. 그 집의 주인은 보디치 씨로, 그는 사람들과 교류가 거의 없고 성질 고약하고 고집 센 독거노인이었다. 그 집의 개 또한 사납기로 소문이 나 사람들은 그 집 근처를 지나는 것을 꺼림칙해 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찰리는 그 집 앞을 지나다 우연히 개의 쓸쓸한 울부짖음을 들었고, 그 소리를 따라간 곳에서 다리가 부러진 보디치 씨를 발견했다. 찰리는 911에 신고하여 보디치 씨를 구했고, 보디치 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의 반려견 레이더를 돌보며 보디치 씨와의 인연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찰리는 자신이 마땅히 해야 될 일인 것처럼 아픈 보디치 씨를 돌보기를 자처한다.


찰리는 보디치 씨와 그의 반려견 레이더를 돌보며 학교생활을 이어나갔지만 보디치 씨의 심장마비는 막지 못했고 그렇게 보디치 씨와 이별을 하게 된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찰리는 보디치 씨로부터 전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고, 보디치 씨가 남긴 녹음기에서 그토록 궁금해하던 창고가 숨기고 있는 비밀인 신비한 '세상의 우물'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역시 스티븐 킹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였다. 초반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일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전혀 지루함 없이 술술 읽혔다. 중간중간 시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은 작가만의 매력이 풍부하게 느껴지며 '풋'하고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또한 말장난이 느껴지는 몇몇 문장들은 원문이 궁금해지게 만들기도 했다.


SF 판타지 소설이라지만 본격적인 모험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이야기들은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찰리와 보디치 씨 간의 우정과 신뢰뿐만 아니라 죽음을 앞둔 동물을 사랑하고 위하는 찰리의 모습에서는 단지 스스로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넘어 요즘 보기 드문 타인의 위한 숭고한 희생정신이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졌다. 찰리와 아빠 사이의 믿음과 신뢰와 사랑이 묻어 나오는 대화나 장면들 역시 팍팍한 일상을 위로하기 충분했다.

아니 그냥 찰리라는 존재가 사랑스러운 힐링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런 찰리가 193cm에 100kg에 육박하는 거구라는 대목에서는 상상과 달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동화 속의 모험을 하는 왕자님이 되려면 그래야만 할지도'라는 생각에 금방 수긍이 갔다.


아직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1권은 가족, 타인, 동물에 대한 인간적인 감동과 힐링을 전부 담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판타지로 넘어가는 부분은 '헉'하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고, 그제서야 내가 이 소설을 읽고자 했던 이유가 생각났다. 앞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동화 속의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는 사실.

이야기는 찰리가 레이더를 위해 동화 속 세계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짜 '페어리 테일'의 시작을 알린다.

찰리는 동화 속 세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까?

그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은 주저하지 말고 『페어리 테일』의 세계로 뛰어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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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따위 필요 없어 특서 청소년문학 3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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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만 떠돌며 사고 치고 딸을 로또 취급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하면서 생계를 위해 평생 과일 가게에서 일하며 고생하는 엄마를 둔 단역 아역배우 민아는 항상 밝은 태도로 매사에 노력하는 아이였다. 자신의 출연료가 생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힘든 촬영 현장에서 누구보다도 성실한 태도로 열심히 했고, 공부도 학원 수업이나 과외 없이 스스로 독하게 해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민아였지만 혈액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현실을 마주해야 했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던 민아와 엄마는 무너져 내렸었다.

하지만 민아는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의연하게 병을 마주했다. 1차 항암을 굳건히 버텨냈고 이제 2차 항암을 앞두고 있었다.


명문대를 나온 엄마의 완벽주의 때문에 항상 일상이 숨 막히면서도 지루했던 혜주는 엄마로부터의 도피처로 병원을 선택했다. 혜주는 아픈 곳이 없음에도 무조건 아프다고 난리를 치는 등의 꾀병을 부려 상습적으로 병원에 입원해서는 아프지 않은 몸으로 병원을 쏘다니며 의료진들을 난감하게 하는 아이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민아는 겉으로 아주 멀쩡해 보이는 혜주가 소아청소년 병동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자 혜주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건다.


동수는 병원에 오기 전에는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데다 재미있고 유쾌한 성격이었기에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었다. 그러나 방과 후 태권도 학원에서 여느 때처럼 물구나무서기를 하던 중 정도 없이 장난을 거는 친구들에 의해 동수의 몸은 우두둑 소리와 함께 무너져내렸고, 평생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병원에 입원해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동수는 발가락 하나를 움직이기 위해 온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사력을 다해 노력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만난 민아, 혜주, 동수 세 사람은 동수가 발견한 병원 신관의 끝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게 되었다. 그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수는 일반적인 엘리베이터와는 다른 번호판과 두 개의 비상버튼, 사다리 보관함의 이상한 글씨체를 지적했고, 신중한 민아와는 달리 삶이 지루했던 혜주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상한 비상버튼과 사다리 보관함의 이상한 글씨를 눌렀다.

그러자 갑자기 이상한 멜로디가 나오더니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옆으로 빠르게 움직였고, 아이들을 가까운 미래에 해당하는 다른 차원의 공간인 샤이어로 데리고 가는데….



사람들은 사랑이든 건강이든 자유든, 잃기 전에는 그것의 가치와 소중함을 생각지도 않고 그것이 당연히 자신에게 부여된 것으로 여기며 살아가다가 그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은 이러한 것들을 잃고 고통받는 현실에서 벗어나 각자가 꿈꾸는 현실이 실현 가능한 신세계로 가지만, 진정한 행복이란 현실 도피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현실에 오롯이 맞서 이겨냄으로써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청소년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본인의 잘못도 아닌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어 누구보다 억울하고 화가 나고 슬플 텐데, 엄마가 마음 아프지 않도록 억지로라도 겉으로는 밝게 지내며 속으로 슬픔과 좌절을 삼키는 동수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 그리고 누구보다 착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가혹한 병을 얻은 민아의 상황이 가슴 아팠다.

그랬기에 샤이어라는 세계도 갔다 오는 SF 소설인 만큼 현실에서의 꿈같은 기적을 바라면서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아이들 모두에게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민아, 동수와는 달리 혜주 같은 경우는 아무리 그 입장을 이해하려고 해도 이기적인 중2병에 걸린 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혜주는 자식과 학생으로서의 본인의 의무와 도리는 하지 않고 권리와 요구만 내세우며 지나치게 반항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에도 무언가 대단한 결론을 내린 것처럼 엄마에게 부모 말 듣기 싫고 공부도 안 할 테니 그 모습 보기 싫으면 자신이 유학 가거나 기숙학교 가겠다는 말을 한다. 비싼 유학을 보내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는 아닌데 할 도리는 안 하고 요구만 하는 이기적인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전에 공부도 안 할 거라면서 무슨 유학? 노력과 구체적인 계획 없이 돈을 많이 모을 거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끝까지 해대는 철없는 모습에 헛웃음만 나왔다.

혜주가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현실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무튼 이 책은 이렇게 여러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두려움을 떨쳐내고 불완전한 미래로 희망의 한 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슴 찡한 감동과 응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신의 삶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과 위로를 읽어내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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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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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독일의 갑작스러운 소련 침공이 있었지만 세라피마가 사는 주민 수가 마흔에 불과한 작은 농촌 마을 이바노프스카야의 생활은 변함이 없었고, 1942년 가을이 되면 세라피마는 모스크바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월, 패주하다 길을 잘못 들어 마을로 들어온 독일군 소대에 의해 세라피마의 엄마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무참히 학살당했고, 세라피마 역시 목숨을 위협받던 순간 마을을 찾은 소련의 붉은 군대에 의해 구조된다.


하지만 붉은 군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여성 병사는 공황에 빠진 세라피마를 위로하기는커녕 "싸우고 싶은가,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엄마의 시신을 걷어차고 휘발유를 부어 불을 지른다. 처음엔 겁에 질려 정신이 없던 세라피마였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만행에 분노하며 엄마를 죽인 독일군을 죽인 뒤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운 여성 병사도 죽여버리겠다고 악을 썼다.

그 대답을 들은 여성 병사는 초토작전을 지시하여 마을 사람들의 시신과 마을 전체를 불태웠고, 유일한 생존자인 세라피마를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그렇게 세라피마가 간 곳은 '중앙 여성 저격병 훈련학교'였고, 세라피마를 데려간 여성 병사는 저격병 훈련학교의 교관장으로, 당시 러시안인들의 영웅인 여성 저격병 류드밀라의 파트너 저격병으로 싸웠던 이리나였다.

그곳에서 세라피마는 각기 지역은 다르지만 모두 똑같이 독일군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은 소녀들을 만나 함께 피를 토하는 훈련을 반복하며 끝까지 버텨낸 끝에 여성 저격병으로 거듭난다. 그리하여 세라피마와 소녀들은 첫 임무로 전쟁을 좌우할 요지 탈환을 위해 스탈린그라드로 투입되는데….



이 소설은 일본 작가에 의해 쓰여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전쟁이었던 독소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잔혹한 전쟁의 비극을 겪으며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부터 정말 읽고 싶었던 소설 중 하나였기에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판이 출간되어 정말 반가웠다.


소설은 단순히 전쟁의 잔혹함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터지면 누구보다 피해가 큰 여성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 여성들은 피해자로 남는 것을 거부하며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불합리한 상황에 저항하고 그것을 이겨내고 극복하여 자신을 지켜내는 것을 넘어 남을 보호하고 자유를 위하는 등 각자의 신념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세라피마 역시 나치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들을 죽이는 것을 넘어 궁극에는 적군과 아군에 상관없이 여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러한 세라피마가 자신의 신념을 위해 행한 행동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겹치며 착잡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고향을 잃고 가족도 잃고 같이 싸우던 전우도 잃어버리고 심지어는 인간성까지 잃어버리는 참혹한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목숨을 걸고 싸워봤자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얻을 수 없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욱 큰 것이 전쟁인 것을.


책을 읽는 내내 여성에 대한 폭력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남을 죽이는 행위, 즉 인간의 존엄과 생명이 경시되는 것이 당연해지는 전쟁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게 다가오며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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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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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사람들로부터 '직업 혁명가'라고 불릴지언정 지금은 초푸라(곰보), 게자(절름발이), 인간 백정이라 불리며 살인마 또는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는 사내는, 1907년, 러시아 제국 변방에 있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도시의 은행에서 거액을 탈취한 뒤 거리낌 없이 부모와 처자식을 버리고 고향을 떠난다.

그로부터 6년 후 러시아에서도 가장 혹한의 땅인 시베리아 투루한스크로 유형을 가게 된 사내는 으레 그랬듯 유형을 떠나기 전날 밤에 어머니 집을 찾았다. 사내로부터 유형지 이름을 들은 늙은 어머니는 끊어낼 수 없는 운명의 굴레를 느끼며 투루한스크에 얽힌 자신의 서사를 이야기한다.


1835년 몰락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리센코는 뛰어난 천재성으로 일곱 살의 나이에 당시 차르인 니콜라이 황제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서유럽에서 최신 학문, 특히 박물학을 공부한 뒤 스물두 살의 나이에 자신만의 이론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러시아로 돌아온다.

그는 새로 황제가 된 알렉산드르 2세에게 라마르크의 '획득 형질의 유전'에 입각해 추위를 잘 견디는 형질인 '한랭 내성' 형질의 획득과 유전을 실험하여 황제에게 추위를 타지 않는 러시아 백성을 만들어 바치겠다고 약속하며 지원을 요청한다. 이에 황제는 20년의 기한을 설정하며 리센코에게 후작 작위와 아낌없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약속한다.


리센코 후작은 제국에서 가장 추운 투루한스크를 자신의 실험지로 정했고, 그곳에 있는 유쥐나야라는 마을 인근에 자신의 유전학, 우생학을 실험하기 위한 두 개의 쌍둥이 마을 '동서 홀로드나야'를 건설한다. 그것은 리센코 후작이 거주하게 될 수도원 아래를 흐르는 큰 개울을 기점으로 쌍둥이가 마주 본 것처럼 똑같았다. 또한 산속 마을과는 별개로 유쥐나야 안에 500명의 아이를 수용할 기숙 학교도 지었다.



후작은 홀로드나야 완공 후 동서 홀로드나야에 각각 250명의 신생아부터 아홉 살까지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분리하여 수용했고, 마을 내 기숙학교에는 500명의 아이를 입소시켰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후작의 지휘 아래 군인과 하녀, 연구원들의 감시와 보살핌을 받으며 영하 50도의 날씨임에도 얇은 속옷 차림으로 생활하며 매일 두 차례 저수지에서 '입수 기도'라는 의식을 통해 한랭 내성을 키우는 삶을 살아간다.


사내의 어머니 케케 또한 홀로드나야 출신이었고, 그녀는 한 살 갓난아기 때부터 구멍 바구니에 들어가 저수지에 입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케케가 들어간 바구니를 들고 입수했던 소녀가 얼어 죽으면서 바구니를 놓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구니는 꽤 오랜 시간 저수지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지만 바구니 속 케케는 죽지 않고 살아나 그때부터 그녀는 홀로드나야에서 '기적의 케케'로 통했다.


홀로드나야가 생긴 지 9년째 되던 해 첫 결혼식이 열렸는데, 주인공은 예전에 케케를 저수지 바닥에서 건져냈던 언니이자 엄마 같은 존재인 열일곱의 나타샤와 동홀로드나야의 동갑내기 청년이었다. 케케는 행복한 신부 나타샤를 위해 화관을 만들기로 했지만 꽃을 얻기 위해선 규율을 어기고 홀로드나야의 경계를 벗어나야만 했다. 결국 케케는 금기를 깨고 홀로드나야 바깥 숲속으로 가 아름다운 꽃을 꺾었다. 하지만 홀로드나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고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던 케케에게 반팔 반바지 내의 차림의 남자 어른이자 훗날 케케의 남편이 될 베소가 다가와 도움을 준다. 그때 케케는 베소에게서 진한 짐승의 냄새를 맡고는 아랫배에서 묘한 느낌을 받는데….



이 소설은 한국 작가가 쓴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러시아 인이 등장하는 한국 소설이다. 그래서 러시아 소설보다 확실히 스토리나 흐름, 특히 등장인물의 이름이 간단 명료하여 읽기 편하고 가독성이 뛰어났다.(러시아 소설에서는 한 사람을 지칭하는 이름이 많아 개인적으로 너무 난해하고 헷갈리는 경우가 많기에)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 놓은 소설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칫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

소설은 처음엔 무심한 상황 서술로만 되어 있어 조금 지루한 듯했지만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점점 이야기 속 홀로드나야 시절 케케에 몰입되어 같이 마음 졸이고 가슴 아프고 분노하게 했다.


독재자 스탈린을 등에 업고 자신에 반하는 바빌로프를 포함한 과학자들을 가차 없이 숙청했던 20세기 가장 악명 높은 과학자 중 한 명인 리센코와 달리, 소설 속 리센코 후작은 훨씬 이른 시기에 태어나 황제를 등에 업고 나치 수용소 같은 마을에 아이들을 수용해 잔학한 인체 실험을 벌이면서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서서히 후천적으로 악이라는 형질을 획득하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그는 과학자로서의 윤리는 저버리고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통계 숫자 조작을 위한 열성 개체 제거에 거리낌 없는 태도를 보일 뿐만 아니라, 점점 아이들을 인간이 아닌 실험실 실험쥐로 대하는 경악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소설은 그 '악'이란 획득 형질이 유전되는가 하고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런데 소설의 전개 부분에선 책장이 미친 듯이 술술 넘어가며 몰입되다가 끝부분에 이르러 사내의 출생의 비밀을 언급하듯 사내의 발가락을 묘사하는 부분에 이르러 작가의 의도는 알겠지만 '어?'하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아무런 DNA 구조 조작 없이 사고로 얻은 외형이 다음 대에 유전이 된다고?

양쪽 귓불 없이 태어난 아이들 묘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어서 현재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 박사 친구에게 물어봤다. 돌아오는 답은 "내가 아는 한 불가함. ㅋㅋ"

결국엔 '작가님이 그냥 소설은 소설로 봐달라는 의미에서 무리한 설정을 넣으셨구나'하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내의 정체.


소설은 시중에 떠도는 사내의 유배지 사생아 썰과 친부가 따로 있다는 썰도 풀어내고 있다. 실제로 사내가 유배지에서 사생아를 여럿 두었다는 썰은 많지만 어디까지 한쪽의 입에서 일방적으로 나온 말들이니 걸러서 잘 들어야 되고, 또한 베소와 사내는 실제 완전 닮은 외형을 가졌다고 하니 친부 썰도 어디까지나 가십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아무튼 후천적으로 획득한 악이 유전되는가?

나의 대답은 '아니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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