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
우메노 고부키 지음, 채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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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를 거부하던 기리는 살인적인 더위의 여름 방학임에도 수업일수가 모자라 학교에 나가 체육 보충 수업에 참여해야만 했다. 기리와 같이 보충 수업을 받는 아이들은 허세에 찌든 날라리들 뿐이었고, 그들에게 있어 은둔형 외톨이인 기리는 공격하기 쉬운 재미있는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아이들의 조롱 속에서 보충 수업을 끝낸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기리를 동급생 마리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마리나는 기리 곁에 남아 있는 유일한 그 시절의 친구였다. 마리나는 어린 시절과는 너무나 변한 기리를 걱정했지만, 기리는 화를 내며 집을 향해 혼자 미친 듯이 달려갔다.


기리는 그렇게 더운 날씨에 전력 질주를 하다 도로 한복판에서 의식을 잃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처음 보는 여학생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었다.

여학생은 자신을 팔 년 전 죽은 아마네의 동생 유키네라고 소개하며, 언니의 죽음은 사고사로 처리되었지만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타살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하며, 언니가 죽은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왔다.


팔 년 전, 당시 항상 반의 중심이자 모두의 리더였던 기리는 반 아이들을 모두 불러 동급생이자 기리의 첫사랑이었던 아마네의 열 살 생일파티를 열어 주었다. 그러나 너무 들뜬 나머지 당시 복용하던 천식약을 챙기지 않은 채로 그들만의 비밀 기지 '네버랜드'에 도착한 기리는, 하루 정도는 약을 먹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그대로 아마네의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그렇게 여느 평범한 생일 파티처럼 순조롭고 재미있게 흘러가던 하루는 그들이 정신없이 놀다가 통금 시간을 넘겨버리는 바람에 마리나의 휴대 전화 위치 정보를 보고 마리나의 부모님이 비밀 기지로 찾아오면서 엉망이 되어 버렸다. 어른들에게 비밀 기지를 들켰다는 사실에 화가 난 기리는 마리나에게 화를 냈고, 우는 마리나와 달래주는 다른 아이들을 보며 머쓱해진 기리는 숲속 깊숙이 도망치고 만다.

그때 아마네는 기리를 쫓아와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기리는 고집을 부리며 자신을 내버려 두라고 했고, 이에 아마네는 기리를 좋아하기에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아마네를 좋아하고 있던 기리는 자신과 아마네가 똑같은 마음임을 알고 기뻐하며 자신도 아마네에게 고백하려 했지만, 때마침 나타난 천식 증상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다음 날이었고, 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마네가 산비탈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이야기를 전부 전해 들은 유키네는 기리에게 타임 리프를 통해 과거로 데려가 줄 테니 과거를 바로잡고 아마네를 살리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그 말에 혹한 기리는 유키네와 함께 사건이 일어났던 어린 시절의 비밀 기지 네버랜드로 가는데….



이야기는 '타임 리프'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주를 이루는 청춘 로맨스 소설이다. 평범하기만 한 인물들이 집 앞에 마실 나가듯이 언제든지 타임 리프가 가능하다는 설정이 약간 허무하고 의아하긴 했지만 타임 리프 원리는 모르겠다는 발견자 유키네의 설명이 나오니 그냥 패스~.


첫사랑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너무 오래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처음 과거로 돌아간 열여덟 살의 기리의 행동은 열 살의 아이들보다도 즉흥적이고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여 답답했다. 타임리프 했을 뿐인데 정신연령도 똑같이 낮아진 거야? 왜 그러지? 코난을 봐봐. 몸은 어려졌지만 두뇌는 그대로라잖아.


하지만 타임 리프를 계속하며 익숙해지고 본인의 행동으로 미래가 바뀔 수 있다 인지해서인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점점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는 기리와 함께 이야기가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그리고 기리가 행한 작은 행동들로 인해 자꾸만 변화된 전혀 다른 미래의 모습들을 보며 영화 『나비 효과』가 떠오르기도 했다. 소설 속 기리도 영화 『나비 효과』의 주인공처럼 미래를 바꾸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겪게 된다.

과연 기리는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까?


읽을수록 점점 더 긴장과 재미를 더하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가독성 뛰어난 청춘 로맨스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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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를 위한 동물 드로잉 실전 가이드 마스터 컬렉션
팀 폰드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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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집, 자동차와 같은 사물들이다. 아마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또 직선이 많아 그리기가 용이한 것이 한몫했을 것이다.

반대로 가장 그리기 어려워하고, 다 그리고 난 다음엔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보기도 힘든 것이 동물이다. 곡선을 비롯하여 세밀한 부분들이 많다는 점도 이유일 수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아마 '관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동물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류가 많지 않다 보니 익숙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동물들이 가지는 고유한 모습들을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어른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듯 정적이고 어찌 보면 심심하기까지 한 소재들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들의 도화지에 어떻게 하면 생동감 있는 동물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을까? 사파리, 하다못해 동물원에 죽치고 앉아 하염없이 동물들을 관찰하면 될까? 하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내기란 휴일이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동물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을 기술을 가르쳐 줄 나에게 맞는 선생님을 찾자니 생각만큼 쉽지 않고, 찾더라도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아 선뜻 시도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와 같은 걱정을 접어둘 수 있게, 그다지 많은 시간이 들지도, 그렇다고 많은 비용이 들지도 않는 최고의 선생님을 만났다. 바로 팀 폰드의 『동물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이다.

팀 폰드는 이 책을 통해 누구라도 그들의 도화지에 경이롭고 다이내믹한 자연 세계의 동물들을 스케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의 본문을 읽고, 혹은 본문은 전혀 읽지 않은 채 그림만 보고 동물 형태의 다양한 표현을 손쉽게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랄 준비가 되었는가?



책의 첫 부분에서는 스케치의 기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본적인 직선과 호, 타원 그리기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그림자가 주는 기본 입체감을 설명한 뒤, 투시도와 원근을 통해 사물의 입체를 더욱 심층적으로 잘 표현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 전체에 걸쳐 스케치에 도움이 되는 위젯(기본 입체를 일정한 방식으로 결합한 것)과 기즈모(위젯을 2차원으로 추상화한 것)의 예를 수록하고 있는데, 이것을 기본으로 스케치를 시작하면 그림의 틀을 금방 잡을 수 있고, 섬세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본문에 들어가면 동물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그리고자 하는 동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포유류 뿐만 아니라 어류, 양서류, 조류 등의 동물들이 왜 그런 모습으로 생겼는지, 그 이면의 뼈와 근육 등이 어떤 구조인지 등, 그러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진화론적 특징 설명뿐만 아니라 비교해부학을 통해 각 동물의 근육의 위치와 모양, 크기를 구별하여 비교하게 함으로써 실제 모습과 유사하게 생동감을 가진 동물을 그릴 수 있게 한다.


특히 저자는 우리가 그림을 그리면서 명심해야 할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바로 우리가 스케치를 하는 이유가 사진처럼 완벽하게 닮은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것이 아닌 관찰력을 기르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우리는 자신의 스케치 실력이 어느 수준인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연습을 하면 자연적으로 실력은 나아질 것이고 그렇게 스케치를 할 때마다 자신감 또한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책의 설명을 읽고 동물들의 스케치 예시들을 보며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리니 나름 생동감 있는 동물을 따라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재규어와 독수리를 그렸다. 독수리는 본문에 나오지 않아 책의 목차 부분에 그려진 것을 보고 따라 그렸다.

완성한 뒤 내 도화지에 그려진 결과물들에 성취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와~ 이게 되네?'



창밖을 내다보면 나무나 새와 같은 자연의 풍경보다 고층 빌딩이며 자동차와 같은 현대 문물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현대인의 삶이기에 어쩌면 사람들이 자연을 묘사한 그림과 같은 예술 작품들을 보면서 더욱 감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동물들의 경우에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닭둘기와 길냥이뿐인데, 이마저도 너무 익숙하기에 사람들이 쉬이 지나쳐 버리지만 정작 누군가 그 모습을 묘사해 보라 한다면 추상적인 틀만 잡을 수 있을 뿐, 자세한 부분들은 떠올리기 힘들 때가 많다.


이 책은 어쩌면 단순히 독자들이 동물들을 더욱 잘 그릴 수 있도록 돕는 것만이 아닌,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옛 선조들이 그랬듯이 여유를 가지고 자연을 더욱 세심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지구상에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들에 대하여 단순하게는 외적인 부분들부터 시작해 점차 그 이해의 범주를 넓혀갈 수 있도록 하여 이들을 스케치 속에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도록 하는 데 견고한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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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빠진 로맨스
베스 올리리 지음, 박지선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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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칭 사업을 하는 시오반 켈리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 사업가의 표본이 되어 '임파워러'라는 직책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본보기가 되었지만, 그녀를 버리고 떠난 전 남친 킬리언이 남긴 트라우마 때문에 사랑이라는 깊은 관계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해 육체적인 관계뿐이라고 선을 긋고 이성과의 만남을 가졌다.

조지프 카터는 첫 만남에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있고 잘생기고 반짝이는 완벽한 남자였고, 이에 시오반은 그의 모든 추종자를 떼어내고 육체적 관계가 전부라고 못박아두고 그와 잠자리를 했다. 그런 만남 속에서 조지프는 시오반에게 밤늦은 호텔방 데이트 대신 밸런타인데이 아침 식사 데이트를 신청했지만 정작 본인이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시오반은 그 사실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며 위로를 받았고, 그길로 그의 번호를 차단하고 그를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출장 중에 그녀가 묵고 있던 호텔방에 나타나 사과를 하며 자신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속삭였다. 이에 시오반은 그녀의 이성이 경고하는 것과는 다르게 홀린 듯 그를 다시 받아들인다.


수목 관리 전문가인 미란다 로소는 5개월 전 그녀의 전 직장 동료 레그를 통해 조지프 카터와 만났다. 레그와 술집에 갔던 미란다는 마침 그 술집에 술 마시러 들어온 레그가 속한 축구단원들을 보았고, 그 속에 있던 조지프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미란다는 레그에게 소개를 부탁했고 그렇게 둘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 첫 번째 작업을 마친 뒤 그녀는 조지프와의 밸런타인데이 점심 데이트를 위해 약속 장소인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하지만 조지프는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나고도 나타나지 않았고, 그녀가 보낸 문자 메시지에 답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녀의 밸런타인데이는 악몽으로 끝났다.

그런데 다음날 조지프는 그녀가 일하는 장소에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 사과를 했다. 미란다는 그에게 화가 났었지만 그를 본 순간 마음이 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 밸런타인데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그는 설명하기 어려워했고, 대신 주말에 자신의 집에서 같이 있으면서 이유를 설명하겠다고 하는데….


한때 런던에 있는 한 회사의 비서로 일했으나 어떤 일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두고 윈체스터의 자선 상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제인 밀러는 조지프 카터에게 자신의 자선 상점 동료의 약혼 파티에 가짜 남자 친구로 같이 참석해 달라고 부탁했다.

조지프는 제인이 윈체스터로 이사 온 뒤 유일하게 누리는 사치 중 하나인 혹스턴 빵집에서 처음 만났다. 제인이 그를 처음 보았을 때 어디서 본 듯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아 빤히 쳐다보았고,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낀 조지프가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음으로써 서로 얼굴을 익히게 되었다. 그 후 계속 빵집에서 스쳐가는 만남이 계속되던 중 조지프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 만남이 시작되었다. 어느 순간 둘은 2인 독서 모임을 결성하여 책에 관해 이야기하며 순수하게 친구로서 만남을 이어나갔다.

처음 제인이 가짜 남자 친구 행세를 부탁했을 때 조지프는 흔쾌히 승낙했지만 정작 밸런타인데이 저녁의 직장 동료 약혼 파티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로써 제인은 직장 동료들에게 줄곧 해온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거짓말이 들통날 위기에 처했지만 뜻밖에도 다음날 아침 모두가 보란 듯이 매력적인 조지프가 자선 상점에 나타나 진짜 남자친구처럼 행동하고 사과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나는데….



이 소설은 시오반과 미란다, 제인, 세 여성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딱히 언제라는 구체적인 날짜는 나오지 않고 그저 밸런타인데이라는 날을 기점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각 여성들의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조지프 카터라는 남성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처음엔 세 여성과 한 남성의 로맨스라고 해서 바람둥이 남성의 속고 속이는 연애 이야기라고 예상을 했으나, 각 여성의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는 조지프라는 남성의 이미지가 바람둥이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서 의아했다. 조지프의 모습은 바람둥이라기보다는 많은 여성이 꿈꾸는 이상적인 남자 친구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여성들에게 조지프가 먼저 작업을 건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먼저 그에게 첫눈에 반해 대시를 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제인의 경우도 대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그에게 먼저 시선을 보냈고,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진짜 순수하게 친구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교차로 나오는 각 여성들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읽고는 소설 『전망탑의 라푼젤』의 구성이 떠올랐다. 조지프의 심성으로 봐서 이럴 리는 없는데 혹시 이것도…? 그렇게 읽어 가던 이야기가 확실시되던 순간,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오반, 미란다, 제인, 조지프는 시련과 트라우마의 극복을 통해 그들의 진정한 사랑을 발견한다. 그렇게 시련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에 이르지만, 그들 중 몇몇은 범죄인 줄 모르는 다른 누군가의 이기심에 의해 사랑이 좌절되고 삶의 의지가 꺾여 삶 자체가 악몽으로 변해 버린다.

그 악몽을 극복하고 부서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처절한 몸부림과 다시 사랑을 찾아 삶의 희망을 피워 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련하고 절절했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 가슴을 울리며 빠져드는 로맨스 소설이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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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
백해인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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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섯 편의 기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탈피, 키스>

3년 전부터 갑자기 원인 모를 종기로 얼굴이 뒤덮여 버린 수희는 온갖 의학적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점점 심해지기만 했다. 그것이 피부병이 아닌 저주라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수희의 일상은 무너지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진 후였다. 이에 수희는 목욕탕을 찾아다니며 정성스레 목욕하며 자신은 소중한 존재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날도 평소처럼 늦은 시간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던 수희는 예전에 목욕탕에서 한번 본 적 있는 묘령의 여인에게 홀린 듯 '바토리의 축복'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녀와 같이 의문의 붉은 액체를 섞은 냉탕에서 목욕을 하게 된다. 그 후 수희의 피부는 거짓말처럼 회복이 되었고, SNS를 통해 알게 된 멋진 남자 이진과의 현실 연애도 시작하는데….


<수레바퀴 소리가 들리면>

평안도 어느 어촌 마을에서 건어물을 만드는 아비와 병든 어미의 자식으로 태어난 자매는 쌍둥이처럼 모든 것이 닮아 있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아비를 도와 일하거나 앞바다의 갯벌이나 뒷산으로 다니며 먹을 것을 구해야 했지만 자매가 함께여서 이겨낼 수 있었다.

아비는 오일장이 설 때 건어물을 내다 팔아 돈을 벌었지만 자매가 시장 사람들에게 잠깐 보여준 '그림자 인형극' 놀이가 더욱 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건어물 장사를 때려치웠다. 하지만 자매의 이야기로 번 많은 돈은 고스란히 아비의 노름 밑천이 되었고, 가족들의 배곯는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겨울밤, 장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자매와 아비 앞에 검은색으로 온몸에 두른 정체불명의 남자가 앞을 막아서는데….


<가지치기>

가려워 긁었더니 생긴 왼팔의 상처 사이로 크게 부푼 부분이 생겼고, 얼마 후 그곳에서 머리카락 같은 빽빽한 털이 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을뿐더러 의사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몰라 병원에 가지 않고 참고 지내는 사이 그 '불룩한 부분'은 나날이 커져 '나'의 얼굴과 똑같은 '얼굴'이 되었다. '얼굴'은 깜짝 놀라 지르는 내 비명을 따라 비명을 질렀고, 내 표정도 따라 했다. 그렇게 그것이 커지고 꿈틀거려 더 이상 긴 상의로 가릴 수 없게 되자, 나는 왼팔에 돋아난 '얼굴'을 떼어내기로 결심하고는 '얼굴'의 목부분에 식칼을 밀어 넣는데….


<비어 있는 상자>

정훈은 무리한 투자와 사업 실패로 빚을 지고 쪼들렸지만 남들에게 보여지는 화려한 삶을 포기하지 못해 허세를 부리다가 끝내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인력사무소를 기웃거리게 된다. 하지만 별다른 기술이 없는 정훈은 매번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날도 역시 공치게 되어 막막해 하던 중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승합차 뒤에 멈춰 서는 한 검정 승합차를 발견하고는 일자리가 급한 마음에 그 차로 다가가 자신을 써달라며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결국 그날의 일자리를 얻어 차에 탑승하게 된 정훈은 마음이 들떠 승합차 뒤 칸에 실려 있는 길쭉한 상자에서 '슈우', '쌔액' 하는 수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듣지 못하는데….


<무미의 끝>

고등학교 시절 게임밖에 모르던 학생이었던 어진은 담임의 주선으로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던 지혁에게 방과 후 공부를 배우게 되었다. 지혁과 서로 친목을 쌓아가며 공부에 재미를 붙인 어진은 20대에 대기업 취업에 성공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저녁, 늦은 식사를 하고 있던 어진의 집으로 수신인 불명의 상자가 퀵 서비스로 배송되었다. 최근 주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기에 조심해야 됐지만, 어진은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상자를 뜯어 안에 들어 있는 편지를 읽고 마는데….



이 책은 2023년 '기기괴괴공모전'에서 수상한 이상야릇하고 기이하고 기괴한 이야기들이 최우수상부터 차례대로 실려있는 기담 모음집이다. 각기 다른 작가의 작품들이어서 그런지 확실히 작품마다 개성과 분위기가 뚜렷하게 달랐다.


개인적으로 <가지치기>와 <비어 있는 상자>가 가장 흥미로우며 재미있었다.

<가지치기>는 처음엔 『기생수』나 얼마 전 읽었던 『인면창 탐정』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근원을 모르는 '얼굴'이라는 존재가 실재하면서 '나'를 점차 잠식해 나가는 부분이 섬뜩했다. 장자의 '인간인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인간인 나로 변해 있는 것일까'가 아닌 '내가 진짜 '나'인가 아니면 '얼굴'이 '나'이고 지금 생각하는 '나'는 단지 기생하는 '얼굴' 중 하나일 뿐이지 않을까'라는 애매모호하고 흐릿한 의식의 경계 속에서 잘라내는 '얼굴'이 무엇일지 그 끝을 상상하기 무서워지는 이야기였다.


<비어 있는 상자>는 외형적인 것에 집착하는 현실 세태를 공포스럽게 비꼬아 이야기하고 있다. 상자에 든 내용물이 처음엔 충격적이었지만 그 이후 전개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해 읽어나가는 동안 조금은 느슨해지고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이야기는 끝부분에 이르러 누구도 예상 못 한 갑작스런 섬뜩한 반전을 주며 결말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꼴이 그렇게 되어도 정신을 못 차리는 '그것'들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의 모습은 어떤지 살펴보게 했다.


<무미의 끝>은 무섭다기보다는 심리적으로 기분 나쁜 역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약간은 형이상학적이며 기이한 차원의 의식을 지닌 지혁에 대한 시선은 섬뜩함과 역함에서 동정과 연민으로 바뀌어 갔다. 그는 왜 그렇게 변해야만 했을까. 그리고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반면 개인적으로 <탈피, 키스>와 <수레바퀴 소리가 들리면>은 소재와 이야기면에서 조금은 흔하고 평범하다 느껴졌으며, 이야기 전개에 물음표가 달리는 부분이 제법 있어 취향이 아니었다.


아무튼 이렇게 각기 다른 기괴하고 기묘한 이야기들은 흥미와 재미뿐만이 아닌 현실에 대한 비판과 반성도 하게 했다. 또한 끝을 밝히지 않은 열린 결말로 누구나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섬뜩한 상황 그 이상을 상상케 함으로써 이야기를 더욱 소름 끼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젊은 작가들만의 완숙되지 않고 정형화되지 않은 아이디어에 기반한 번뜩이고 개성적인 기괴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참신하고 기이한 이야기와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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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걸으면 기적이 일어난다 - 땅과의 접촉으로 만병을 치유하는 건강 프로젝트
김영진 지음 / 성안당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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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후, 쉴 때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경험인지를 알아버렸다. 그래서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나서도 쉴 때는 온전히 집콕 생활만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운동 부족이라고 해야 할지, 조금씩 몸이 건강 상태에 대해 비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이에 운동을 시작해 보려 했지만 거리두기 이전에 비해 게을러져서 그런지 예전처럼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무작정 운동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어느샌가 최소한의 운동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맨발로 걷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돼 요즘 '맨발걷기'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고 전국 곳곳에 맨발걷기 산책로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무작정 맨발로 땅을 딛고 걷는다고 해서 건강에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맨발걷기에 대한 올바른 방법과 효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자 했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거의 대부분 글들이 '맨발걷기가 무조건 건강에 좋다'라는 찬양식의 이야기만 적혀 있어 많이 아쉬웠다.

그런데 알맞은 시기에 나를 찾아온 이 책을 통해 유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맨발걷기를 하는 것이 아닌 '왜 맨발로 걸어야 하는가'와 '맨발걷기의 유의 사항', '맨발걷기의 다양한 방법' 등 맨발걷기에 대해 실제 우리가 알아야 하는 중요한 사항들을 알게 되었고, 여기에 있는 좋고 유익한 내용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맨발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심심치 않게 맨발걷기를 통해 말기 암이나 불면증, 심장 질환, 당뇨병, 치매, 고혈압, 비만 등 많은 질병들이 치유되거나 개선되었다는 이야기들이 보도되곤 했다. 거기다 책에 따르면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의 심각한 호흡 곤란 등의 합병증이 땅과의 접촉(어싱)을 통해 치유되었다는 실험 결과 또한 발표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전에 맨발걷기가 암이나 당뇨병 등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들을 듣기만 했을 때에는 '~카더라'하는 풍문이나 옛날 옛적 '상처 난 데 된장을 바르면 낫는다'같은 민간요법 중의 하나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어떻게 맨발걷기만으로 질병이 치유되거나 개선되는지 확실한 과학적 데이터와 권위 있는 학자들의 논문을 통해 논리적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맨발걷기를 해야 할까?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정전기는 우리 신체의 외부에서 물체와의 마찰 시 발생한다고 주로 알고 있지만 우리 신체 내부에서 혈액이 순환할 때도 발생한다. 이러한 정전기뿐만 아니라 외부의 전자파도 우리 몸에 흡수되어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이렇게 몸 내부에 쌓인 전자파나 정전기는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산소를 비롯한 각종 영양소들의 원활한 공급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우리 몸은 불면증이나 어깨결림, 수족냉증, 비염, 습진, 피부 알레르기, 안구건조증, 두통과 통증 등 수많은 질환을 유발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맨발로 흙을 밟거나 실내 접지 시스템이나 어싱 도구로 땅과 접촉하여 몸 내부에 쌓인 전자파나 정전기를 외부로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책은 단순히 맨발로 흙길을 걷는 것 이외에 땅과 접촉하는 다양한 방법과 맨발걷기의 유의사항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무작정 맨발로 걸으면 위험할 거라는 나의 우려대로 책에서는 맨발걷기를 하기 전에 반드시 파상풍 예방 주사를 맞을 것과 풀밭 진드기를 조심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아무 때나 맨발걷기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 시점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새해 첫날 시작하라고 권하고 있는데 이유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저자는 맨발걷기의 목표는 땅과의 접촉이기에 오래 걸을 수 없는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맨발로 땅이나 잔디, 모래사장 등을 밟고 있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그기만 해도 된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많이 걷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땅과의 접촉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책은 발바닥이 오장육부의 축소판임을 이야기하며 간 질환이나 갑상선 질환, 심장 질환, 불면증, 수족냉증, 변비 해소, 촉촉한 피부 등을 위한 지압점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꾸준한 맨발걷기와 발바닥 지압, 식이요법 등으로 질환이 개선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자는 이는 처방전이 아니므로 반드시 전문가나 의사와 상담해서 결정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밖에 책은 명현 반응이나 과민 반응, 효과가 없는 경우 등 맨발걷기의 다양한 반응에 대해서도 설명할 뿐만 아니라 맨발걷기와 어싱에 관한 모든 궁금증에 대해 체계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맨발로 걸으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맨발걷기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려는 사람들이나 정보가 부족해서 맨발걷기를 통한 건강 증진의 효과에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 모두에게 '어싱'이 무엇인지, 어떻게 땅과 올바르게 접촉하는지, 땅에서 올라오는 자유 전자가 어떻게 인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등 맨발걷기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인 땅을 통해 건강한 삶을 행복하게 영위해 나가는 방법들을 터득했으면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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