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아단 미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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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다치바나 이쓰키는 어릴 적 겪었던 모종의 사건으로 폐쇄적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꺼려 하며 인간관계에 서툴게 되었다. 그는 그 사건 이후로 무서운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어느 순간 그가 깊은 바닷속에 잠식되는 악몽으로 변했다. 한편 악몽은 다치바나에게 만성적 불면증을 가져다주었는데, 불면증 클리닉을 다니며 약을 먹어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다치바나의 직장은 국내외 음악 저작권을 관리하는 '일본 음악 저작권 연맹'으로, 매일 남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을 꺼려 한 다치바나는 올봄 홍보부에서 한직인 자료부로 부서 이동을 신청해 옮겼다.

그러던 어느 날 상사 시오쓰보 노부히로가 다치바나를 따로 불러 얼마 전 대형 음악 교실에도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하겠다는 연맹의 발표에 반발한 세계 최대 악기 제조사인 미카사의 소장 제출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다치바나에게 소송에 대비해 앞으로 2년간 미카사가 운영하는 음악 교실에 수강생으로 등록해 그들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증거를 조사·수집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다치바나가 학창 시절 첼로를 배웠었다는 점과 그가 정에 휘둘리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그가 적격자라고 말했다. 다치바나는 당혹감을 느꼈지만 상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치바나는 미카사 음악 교실 후타코타마가와점에 잠입해 다시 첼로를 켜면서 더욱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것이 극에 다다른 어느 날 음악 교실에서 쓰러질 뻔한 일을 겪는다. 그런 다치바나를 위해 첼로 강사 아사바는 음악에는 사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며 첼로를 연주해 주었는데, 아사바의 연주를 들은 다치바나는 의식을 덮은 얇은 껍질이 벗겨진 것처럼 눈앞의 세계가 새로워 보이며 온몸의 뻣뻣함과 불쾌한 긴장감이 풀리는 감각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날 밤 다치바나는 유래 없이 곤히 잠들 수 있었다.

이후 다치바나는 자신이 아사바처럼 첼로를 켤 수 있다면 악몽에서 달아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며 첼로 레슨에 성실히 임하며 열심히 연습하게 된다. 한편으로 다치바나는 아사바를 통해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과도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사적인 교류를 해나간다.


시간이 흘러 연말이 되어 미카사 음악 교실에서 일 년에 한 번 개최하는 발표회가 다가오자 다치바나도 참가하게 되었고, 아사바는 다치바나의 참가 연주곡으로 영화 주제가인 「전율하는 라부카」를 골라주는데….



이 소설은 음악을 소재로 삼았지만 여타 소설과는 달리 음악 자체가 아닌 음악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과 첼로로 인한 주인공의 시련과 역설적으로 그것을 통한 시련 극복과 성장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교육을 위한 사용에까지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음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금전적 이득을 취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작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 백번 공감하지만, 교육과 음악 인구의 확대를 위한 음악 사용에까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는 나의 좁은 사견으로는 너무 깐깐하고 돈만 밝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책에서 다치바나가 하나오카의 레스토랑을 예로 들어 설명한 점에서는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갔다. 그래도 어떤 음악이 널리 사랑받고 인기를 누리며 후대에까지 전해지는 것은 그것을 자주 불러주고 연주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인데, 음악이라는 예술을 놓고 단어의 모호한 법리 해석에 따라 잇속만 따지며 너무 '돈돈'거리는 것이 살짝 불편하게 느껴졌다. 소설 속 유명 음악가도 그것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고 하지 않았나.


작가는 책에서 연주에서 느끼는 이미지를 시각화하여 선율과 음악이 눈에 보이듯이 첼로 연주를 묘사하고 있다. 그렇게 음악적 심상이 보이듯이 머릿속에 그려지면 그제야 소리가 되어 귓가에 실제로 들리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해 주어 신선했다.

그리고 소설의 처음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한 걸음씩 인생을 나아가고 있는 다치바나의 이야기와 그가 새롭게 쌓아가는 인간관계에서 덤덤하고도 벅찬 감동이 느껴졌다.

한편 다치바나에게 「전율하는 라부카」를 권해준 아사바의 촉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 책은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선인과 악인, 천재들의 이야기가 아닌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삶의 활력소나 힐링이 되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여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이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임을 보여주며 그들처럼 우리의 평범한 삶도 한곳에 머물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희망을 심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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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지팡이 너머의 세계 - 톰 펠턴 에세이
톰 펠턴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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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게 있어 대작 영화에 비중 있는 배역으로 출연한다는 것은 큰 행운일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출연한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해 생각보다 더 큰 명성과 부를 얻게 되었다면 더없이 행복하지 않을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들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겉보기에 화려해 보인다고 해서 과연 그 삶에 완전한 완벽함과 행복만 존재할까?


『마법 지팡이 너머의 세계』을 읽으면 그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드레이코 말포이' 역으로 세계적 인지도는 물론 커다란 부와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누리고 있는 톰 펠턴의 짧지만 긴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톰은 《해리 포터》에 출연했던 당시의 이야기뿐만이 아닌, 형들의 단골 놀림감이었던 사형제 중 막내 꼬마 톰, 막 연기 생활을 시작한 아역 배우로서의 톰, 《해리 포터》가 끝난 후 방황했던 시절과 그것을 이겨낸 현재의 자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톰은 이 책에서 조금의 가식이나 미화 없이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아주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연극에서 뛰어난 연기력은커녕 대사 한 줄만 잘 읊으면 되는 '나무 1'의 역할이었음에도 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울면서 뛰쳐나갔던 꼬마 톰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소속사를 구해야 한다는 연극 클럽 운영자의 사탕발림(?)에 자신의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배우의 길에 들어선 톰은 우리가 그를 알게 된 《해리 포터》 이전에 이미 광고와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었다고 한다. 그 두 편의 영화란 바로 아리에티의 동생 피그린 역을 맡았던 《바로워즈》와 배우 조디 포스터의 아들 역을 맡았던 《애나 앤드 킹》이다.


그는 첫째 징크 형을 통해 창의력과 연기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되었고, 둘째 크리스 형을 통해 현실적인 성격과 야외 활동을 사랑하게 되었으며, 셋째 애시 형을 통해 유머 감각과 빛이 있는 곳에는 어둠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어머니는 지금의 톰이 있기까지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아버지는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는 유머 감각과 기술을 물려주었다고 한다.

이렇듯 톰은 이 책 곳곳에서 현실에서의 자신의 머글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경의를 아낌없이 표현하고 있다.


또한 톰은 《해리 포터》를 찍고 있던 시기 친구들과 치기 어린 마음에 HMV 음반 가게에서 성인 DVD를 훔치다 걸려 머그샷을 찍혔다는 사실과 둘째 형 크리스가 학교 근처 가게에서 사탕을 훔치는 바람에 교회 성가대에서 쫓겨났었던 일, 그리고 셋째 형 애시가 십 대 때 오랫동안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 지냈던 사실 등, 어찌 보면 치부라고 여겨질 수 있는 이야기를 이 책에서 스스럼없이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해리 포터》의 촬영이나 촬영장 뒷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해리 포터의 팬이라면 누구나 보았을 『J.K. Rowling's Wizarding World Movie Magic』에 나오는 비하인드 스토리 이외에도 장난꾸러기 폴터가이스트인 피브스 역할을 릭 메이올이 대본 리딩은 물론 촬영까지 모두 마쳤지만 어째서인지 영화에서 모두 편집되어 나오지 않은 이야기, 톰의 할아버지가 샤프롱으로 톰을 따라 촬영장에 왔다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화 전반에 호그와트 교수님으로 출연했던 이야기 같은 톰과 다른 배우들의 개인적 비하인드 스토리들과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등이 나와있어 무언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톰은 이 책에서 자신은 촬영장에서 장난꾸러기 같으면서도 어찌 보면 예의 없는 말썽쟁이 같은 모습들을 보였다고 고백하면서도 당당하게 규칙은 어기라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악동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드레이코 말포이'라는 캐릭터와 톰이라는 배우를 구분 못하는 상황이 많았던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허구와 현실을 착각하더라도 그들이 품은 마법의 환상을 깨뜨리지 않으려 노력한 어른스러운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해리 포터》 촬영이 끝난 후, 톰은 다시 온갖 오디션을 보러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인지도를 보면 오디션은 볼 필요도 없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냉정했고, 톰은 그가 보는 오디션들에서 거의 보는 족족 떨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톰을 슬럼프에 빠지게 할 수 있었지만 여자친구 제이드 덕분에 고비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을 잘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 남아있던 외로움과 상실감,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하는 법을 몰랐던 톰은 결국 알코올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며 그로 인해 일련의 사건을 겪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크린 너머에 있는 만들어낸 이미지로서의 존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톰 펠턴을 알게 되었다. 그는 만인의 부러움을 사는 화려한 배우 인생을 살지만 결코 극중 인물과 현실의 자신을 혼동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의 삶을 목표하여 두 인생의 보이지 않는 간극을 메꿔나가기를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는 자신을 꾸며내지 않고 자신의 아픔을 토로할 수 있는 성숙하고 정직한 사람이었다.


이 책은 톰 펠턴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매력으로 넘쳐나고 있다. 그의 꾸밈없는 인간적인 모습은 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그는 그를 도약하게 만들어준 《해리 포터》에 머물지 않고 더 나은 톰 펠턴이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을 덮으면서 그가 보여준 지금까지의 모습보다 더 멋진 내일의 톰을 그려볼 수 있었다. 아니, 톰처럼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추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더 나은 자신을 바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톰의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이제 시작일 뿐이다.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하며 모두에게 좋은 미래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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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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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취업 준비생들의 취업 활동이 한창이던 3월, 출시한 SNS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던 신생 IT 기업 스피라링크스에서도 '약간명'을 뽑는다는 첫 신규 채용 공고가 났다. 이에 수천 명에 달하는 취준생들의 지원서가 몰렸고, 스피라링크스는 몇 단계의 복잡한 전형 절차를 거쳐 최종 전형까지 단 여섯 명의 지원자를 선별해냈다.

회사는 지원자들에게 최종 전형은 한 달 후 그룹 토론의 형태로 실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또한 그 토론 결과에 따라 한 명이 아닌 전원이 합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하나의 팀으로서 완벽한 회의를 진행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지원자들은 전원 합격을 목표로 한 달 동안 토론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은 물론 입사 동기가 될 수도 있는 서로 간의 친목을 도모했다.


그러나 그룹 토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저녁, 스피라링크스는 '여섯 명 가운데 누가 합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로 토론 주제가 변경되었음을 알리며 토론에서 선출된 한 사람만을 채용할 것이라 통보했다. 이렇게 변경된 방침에 지원자들 사이에선 연대가 무너졌고,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는 듯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심과 긴장감만이 흐르게 되었다.


마침내 토론 당일, 자원자들은 비록 다 같이 합격하지는 못하지만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겨루어 투표로 합격자를 선출하자고 합의했다. 그렇게 토론이 진행되던 중 누군가 토론 장소에 '두고 간 것'으로 보이는 의문의 커다란 서류 봉투가 발견되었고, 그 안에서 여섯 명 각자의 이름이 적힌 작은 봉투가 나왔다.

당혹스러운 마음도 잠시, 회의실에 있는 데다가 봉투에 각자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어 그룹 토론에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한 토론 참가자 중 한 명이 자신의 봉투를 개봉했다. 그런데 거기에선 뜻밖에도 다른 지원자가 과거에 저질렀던 죄나 거짓말을 고발하는 고발문이 증거사진과 함께 나왔다. 그것을 시작으로 토론은 처음 의도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서로가 가진 다른 사람의 고발문을 개봉하여 죄를 고발하는 현장이 되어 버렸고, 그렇게 고발된 죄는 합격자 투표의 결과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2019년 5월, 2011년 최종 전형 그룹 토론에서 최다 득표로 스피라링크스의 직원이 된 당시 합격자는 모종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당시 스피라링크스의 채용담당자였던 전 인사부장과, 자신과 함께 최종 전형까지 갔던 나머지 지원자들을 차례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소설은 입사 시험 과정에서 발생하여 합격자를 판가름하게 되는 고발문 사건과 그 사건의 범인, 그리고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읽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드러난 진범의 정체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진범이 사건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서는 '응? 그걸 왜 네가 남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그런 방식으로? 그걸로 네가 얻은 게 뭔데? 너는 남들에게 상처 주었으면서 왜 죄책감 없이 호의호식하고 있지?' 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수를 하거나 자잘한 법규를 위반 혹은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또한 옳다고 행한 어떠한 행동이나 말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손해나 상처가 되어 돌아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사람들을 싸잡아서 진범의 말처럼 추악한 '인간 쓰레기'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은 본질적으로 완벽하지 않기에 그러한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반성하고 자신의 모자람을 채워나가며 성장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조차 완벽하지 않은데 왜 한낱 인간에게 완벽을 바라며 완벽하지 않은 것이 마치 흠인 것처럼 말하는 것일까?


'기업은 정말 우수한 사람 혹은 그들이 바라는 인재들을 뽑고 있는가? 어떻게 알지 못하는 타인을 단 몇 분 안에 몇 마디의 질문과 대답만으로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가?'

누구나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법한 의문들이고, 고용주의 입장에서 혹은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여전히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들이다. 하지만 잘못된 인재를 뽑으면 결과적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고용주가 그것에 대한 혹독한 값을 치르게 된다. 그리하여 다음번에 사람을 뽑을 때는 그것을 거울삼아 채용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며 더욱 신중해지게 된다. 그렇게 최선책을 찾아 나가며 원하는 인재를 뽑으면 되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치밀한 이야기 구성과 허를 찌르는 반전,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하지만 범인의 범행 동기에 있어서는 설득력이 부족하고 허무한 느낌이었다. 또한 목숨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엄연히 범죄를 저질렀는데 벌도 받지 않고 끝까지 아무런 반성도 없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읽는 동안 잘난 척하고 뺀질거리는 진범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그려져서 그 면상에 김치 싸대기라도 한대 날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추리가 끝났으면 뭔가 시원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고, 마지막에 보여준 새로운 신입 사원 선발 과정 또한 약간 여운이랄까 고구마랄까…. 교만한 자뻑에 빠져 있는 지원자에게 후한 점수를 주면서 '초월할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 건지.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어떤 의미로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내돈 내산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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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다시 읽는 이솝우화
강상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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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솝우화』를 한편이라도 읽어보지 않거나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솝우화』 중 성실하고 꾸준히 노력하라는 교훈을 주는 <토끼와 거북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첫 동화로 들려주는 이야기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또한 거짓말을 계속하면 나중엔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니 평소 정직하게 생활하며 신뢰를 쌓을 것을 강조한 <양치기 소년과 늑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미와 베짱이>,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는 어떠한가?


사실 나는 어린 시절 『이솝우화』를 읽었을 때는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이러이러하다'라고 하니 '아! 그런가 보다'라고 학습했을 뿐 그것이 주는 교훈이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며 직접 다양한 타인과 관계를 맺다 보니 누가 말하지 않아도 문득문득 '아! 그 이야기가 하나도 틀린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곤 했다. 그럴 때마다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로서의 『이솝우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서의 『이솝우화』가 나와 다시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원앤원북스>에서 『오십에 다시 읽는 이솝우화』가 나와 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다.


이야기는 그것이 주는 교훈에 따라 크게 9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야기들 중에는 읽어 봤음직한 이야기도 있고, 처음 접해보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야기들은 대부분 반 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어서 쉽게 읽혀졌고, 우화에 바로 이어지는 저자의 설명은 막연하게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과 사고들을 정리를 해주었다.



요즘은 심심치 않게 '불가능에 도전하라'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물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는 의미에서는 좋은 말이지만, 단지 그 말만을 좇아 자기가 가진 능력의 범위를 훌쩍 넘어버렸음에도 그러한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뜬구름 잡는데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면 과연 그 말이 좋은 말이 될 수 있을까?

<거북과 독수리> 이야기에서는 잘되고 잘하는 타인을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살펴보고 그것에서 최고가 되어 결실을 맺기를 조언하고 있다.


가끔 보면 남이 한 일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수고와 공을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있다. 남을 칭찬하고 인정하는 말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이솝우화』에서는 비판의 신 모모스와 제우스, 프로메테우스, 아테나의 관련 이야기를 하며 타인의 수고를 과하지 않게 적합한 방법으로 칭찬할 줄 알고 또 칭찬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또한 너무나도 유명한 <여우와 신 포도>이야기에서는 일이 안 되는 것을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 부족이 아닌 주위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계란을 삼키는 습관이 있는 개가 조개를 계란인 줄 알고 삼켰다가 병이 난 이야기인 <개와 조개>는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것이 아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요즘은 고가의 유명 브랜드 제품과 똑같이 만든 가짜 상품들이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상점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시계, 가방, 화장품, 전자제품은 물론 먹는 과일, 고기, 과자 심지어는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서도 가짜들이 넘쳐난다. 외형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품질에서만은 진짜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 같은 가짜를 만드는 이들은 상대방을 속이려고 마음먹고 덤비니 조심하지 않으면 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야기는 매일 하는 일이라도 주의를 기울이거나 조심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비슷하다고 모두 다 같은 것은 아니니까.



이렇게 책은 86개의 우화를 현대의 생활상과 맞는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야기들은 뜬구름 잡는 듯한 두루뭉술한 교훈적인 이야기로 머무는 것이 아닌,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조언의 이야기가 되어 다가온다. 이에 『이솝우화』는 어린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고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더 강하게 들었다.


각각의 이야기는 설명을 다 합쳐도 짧은 분량이기에 굳이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틈새 시간에 가볍게 하나씩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깊은 공감과 삶의 진리는 시간과 반비례했다.


『오십에 다시 읽는 이솝우화』를 통해 시대를 관통해 적용되는 삶의 진리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이 책을 읽으면 지천명이라는 오십이 아니어도 누구나 삶의 진리와 하늘의 뜻에 근접해 삶을 보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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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올드 - 50대 아들과 80대 노부모의 어쩌다 동거 이야기
홍승우 지음 / 트로이목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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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한겨레 신문>에서 연재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저 역시 너무나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하는, 가족만화 『비빔툰』 홍승우 작가님의 만화 『올드(OLD)』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비빔툰』은 주인공 '정보통'이 '생활미'와의 신혼 첫날밤을 시작으로 임신과 출산, 육아를 거치며 진정한 가족을 이루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예요. 반면 『올드』는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로 50대의 나이에 80대의 부모님과 같이 생활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느낀 점들을 진솔하면서도 따뜻하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만화랍니다.



작가님은 자녀들이 해외 유학을 떠나게 되자 중년의 나이에 갑작스레 기러기 아빠로 혼자가 되면서 잠깐의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시가 나는 법이죠. 사람 없는 휑한 집에서 적적함을 느끼며 혼자 잘 지낼 수 있을지 고민이 된 작가님은 대천에 사시는 부모님을 찾아가 같이 살자고 말씀드려 봅니다. 이에 항상 속전속결이시던 부모님이 다음날 바로 작가님 집으로 이사를 오며 50대 아들과 80대 노부모의 동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단순히 부모와 자식이 오랜만에 다시 같이 지내며 서로 맞춰나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작가님의 아버지께선 시력과 청력이 무척 안 좋으신데다 치매를 앓고 계시고, 설상가상 오랜 기간 앓아오신 당뇨병도 있으셨기에 항상 주의 깊은 케어가 필요하신 상태였던 거예요.

그러한 부모님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잘 늙을 수 있는지, 그리고 갈 때 가더라도 어떻게 하면 잘 갈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하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보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만화는 청력이 좋지 않은 아버지와 대화하기 위해 큰소리를 내다보니 그것이 버릇이 된 이야기, 아버지의 당 검사를 처음 해보던 날 서툰 나머지 아버지의 손끝을 벌집으로 만든 이야기, 어머니의 반복되는 이야기 레퍼토리는 전부 외우고 있어도 경청하는 일상의 이야기 등 부모님에 대한 배려와 이해로 다시 같이 사는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말씀엔 웬만하면 무조건 따르고 이견이 없을 것 같던 작가님도 정치 이야기를 할 때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며 어머니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요.

또 항상 든든할 것만 같던 어머니가 큰 실수를 저질러 막둥이인 작가님이 어머니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드려야만 할 때도 있었답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하며 급기야는 서로의 냄새에까지 적응한 행복한 모습이란…. 😂



이 만화는 작가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꾸만 작가님을 기억에서 지워가는 등 치매를 앓으시는 아버지 모습이 많이 나오지만 병이나 죽음에 관해서 우울하지 않게 접근하고 있어요.



이 책이 질병과 죽음을 무겁지 않게 다룬다는 것은 저승사자를 쫓아내는 어머니의 모습 등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어요.

그렇게 심각하지 않게만 보다가 갑자기 정신없으신 아버지가 작가님에게 뜬금없이 벽 높은 곳에 못을 박아 달라고 말한 다음의 장면을 보고는 눈물을 왈칵 쏟을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 작가님처럼 '아… 아버지!'하는 말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 그리고 실제 작가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겠지만 말을 이루지 못했을 수많은 감정들이 전달되어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그렇게 책은 부모님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뒷부분에선 유학 갔다 훌쩍 커서 돌아온 자식들과의 관계 변화나 자식들을 대하는 심정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식 겉 낳지 속은 못 낳는다'라는 말처럼 부모의 마음은 알아주지 않고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식을 바라보며 사리를 뱉어내는 작가님 모습에 매일매일의 저의 모습이 겹쳐 보여 너무나 공감이 갔어요.



『올드』의 이야기는 절대 과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바 또한 정도를 잘 지키기에 누구에게나 공감과 자연스럽고 건강한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 같아요. 그것은 결코 특별한 경험이 아닌, 누구나 살아가면서 해봤을 평범한 경험들에서 비롯되기에 그런 것 같아요.

"C'est la vie."


작가님은 이 만화를 통해 그러한 일상과 경험들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혹은 인생에 끼치는 의미를 정리하여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인생이 좀 더 따뜻하고 밝고 알찰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어요. 그렇기에 꾸며내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를 보며 지친 마음을 보듬으며 힐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올드』는 공감 어린 웃음을 많이 주었지만 저에 대해 돌아보며 깨닫고 반성할 기회도 주었어요.

저는 너무나 당연히 옆에 계시기에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고 늙어가시는 부모님을 간과하고 지내고 있더군요. 저도 부모님처럼 저희 아이들에게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는데 왜 저는 부모님께는 참지 못했었던 걸까요? 또 왜 저를 향한 걱정의 말씀을 간섭이라 생각하고 짜증을 냈던 걸까요?

그런 일련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후회가 잔뜩 밀려오더군요.


『올드』는 앞으로 이러한 후회가 없으려면 나이 든 부모님과 어떻게 지내야 하고 다 커버린 자식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합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찾은 길을 보여주며 일종의 힌트와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건네고 있어요.

이 책은 단순한 만화가 아닌 살아가야 할 평범한 날들을 위한 이정표 같은 책이에요.

모두가 이 책을 읽고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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