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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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200편이 넘는 소설과 100편이 넘는 시, 1,000편이 넘는 언론 기고문 썼으며, 20편이 넘는 희곡을 발표했던 아서 코난 도일이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셜록 홈즈』 시리즈 하나만으로 그를 기억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의 작품들 중 『셜록 홈즈』 시리즈만 재미있고 잘 쓴 작품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저 『셜록 홈즈』 시리즈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공을 했을 뿐인 것이다.

이에 한때 아서 코난 도일은 자신의 다른 작품들의 진가를 가려버린 셜록 홈즈에 싫증을 느껴 작품에서 셜록 홈즈가 죽은 것처럼 묘사했었다. 뭐, 그 후 독자들의 거센 항의에 결국 셜록 홈즈를 부활시키고 말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셜록 홈즈』에 진가가 가려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아니 외국에서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소설이 바로 이 초역본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육지의 해적-혼잡한 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선상에서 일어난 미스터리와 모험의 이야기로 뛰어난 흡입력과 가독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배에서의 생활과 뱃길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사실적이고 생생하다. 그래서 아서 코난 도일이 선원으로 근무했었는지 궁금해 찾아보니 의과 대학을 졸업한 이후 상선의 선의로 승선했었다고 한다. 아마 그때의 경험이 이렇게 생생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되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6편의 선상 미스터리'와 '4편의 해적 샤키 선장의 이야기'를 합쳐 총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항 중 조셉 하바쿡 제프슨 박사를 제외한 선원과 승객들 전부 홀연히 사라져 유령선으로 인양된 '마리 셀레스트'호에 관한 진실의 이야기 「조셉 하바쿡 제프슨의 성명서」, 승선하자마자 우연히 알게 된 수상한 두 남자의 은밀하고도 사악한 음모로부터 배에 탑승한 모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함몬트의 처절한 혼자만의 사투 「작은 정사각형 상자」, 자신과 자신의 차를 천으로 꽁꽁 숨긴 채 지나가는 자동차를 세워 잇단 강도 행각을 벌인 한 사내에 관한 이야기 「육지의 해적-혼잡한 한 시간」.

고래사냥선 '헬름'호에 탄 의사가 심리학적 연구로 남긴 크레기 선장에 대한 기록 「폴스타호의 선장」, 세네갈에서부터 서해안 쪽으로 배를 타고 내려오던 중 잠시 정박해 물을 구하기 위해 들른 로페즈 곶의 작은 부두에서 선장 멜드럼이 겪는 섬뜩하고도 미스터리한 사건의 이야기 「협력의 끝」, 돌풍으로 버려진 브라질 함선에서 발견된 줄무늬 보물 상자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 「줄무늬 상자」.


그 외 악명 높은 해적 '해피 딜리버리'호의 샤키 선장의 악행과 몰락과 결말에 관한 4편의 이야기 「샤키 선장 : 세인트키츠의 총독이 집으로 돌아온 방법」, 「샤키 선장과 스티븐 크래독의 거래」, 「샤키 선장의 몰락」, 「코플리 뱅크스와 샤키 선장의 종말」이 실려있다.


전부 짧은 단편들이기에 이야기들은 늘어지는 부분이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그 빠른 호흡 중에서도 느슨한 부분 없이 치밀한 소설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책은 단편들이기에 스토리 연결에 따른 부담이 없고,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읽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짧은 단편이라도 어느 것 하나 흥미진진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어 역시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대부 아서 코난 도일의 이름을 실감케 하는 명작 단편들의 향연이었다.

또한 소설에 묘사되어 있는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하는 18-19세기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의 뱃사람들의 모습 등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와 소설에 대한 흥미를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아서 코난 도일의 팬이라면 이제는 반드시 읽어 봐야 필독서이지 않을까?

『셜록 홈즈』 시리즈와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매력을 가진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을 통해 더 넓고 깊은 아서 코난 도일 작품의 세계를 만끽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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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혈 남편에게 입맞춤을 1 - 다이쇼 계약 혼인담
우사자와 이모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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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만화를 좋아해서 많이 보는 편인데요, 많이 본다고 아무거나 보는 건 아니에요. 어느 만화가 재미있을지 고심해서 골라 본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워낙 수가 많아서 재미있는 만화 고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


그래서 제가 만화를 고르는 기준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이미 알고 좋아하는 것'이에요.

그런 기준으로 선택하면 실패는 반으로 줄어드는 데다, 거기에 더해진 변주들이 성공해 주면 100% 성공한 선택이 되더라구요. 👍


그렇게 고른 만화가 바로 『냉혈 남편에게 입맞춤을』입니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의 단골인 '캔디형 여주인공'과 '계약 결혼'이 소재입니다.



여주인공 시노는 5살 때 부모님을 여읜 뒤부터 '사쿠라원'이라는 작은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쿠라원은 부유층의 후원을 받고는 있지만 운영비가 한없이 모자란 가난한 보육원이었기에, 나이가 가장 많은 시노가 돈을 벌어와 보탬이 되어야 했어요.

하지만 이러 저런 일들로 인해 시노는 매번 일자리에서 잘리고 맙니다.


오늘도 일하던 가게에서 잘리고 보육원에 일찍 돌아오게 된 시노는 보육원 식구들에게 사랑의 에너지를 충전 받고는 다시 일자리를 구하러 나섭니다.



보육원을 나서려던 그때, 시노는 보육원을 찾은 한 젊은 남자와 부딪치고 맙니다.

그는 보육원 원장을 찾아 그동안 해오던 보육원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스가 재벌의 결정을 냉정하게 전하고 돌아갑니다.


스가 재벌의 지원 없이는 보육원이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다음날 시노는 사쿠라원을 지키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시노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발견할 수 없었어요.


절박한 심정으로 한 포목점에서 일자리를 부탁하고 있을 때, 시노는 어제 보육원에서 왔던 젊은 남자와 다시 마주쳤고, 그가 그 일대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젊은 남자의 이름은 스가 치토세.

바로 보육원을 후원하던 가문의 일원이었던 거죠.



끝내 일할 곳을 찾지 못한 시노는 절박한 심정으로 치토세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보육원 지원 중단 재고를 부탁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냉정한 거절에 결국 시노는 자신을 사 달라며, 자신을 스가 재벌이 가진 유곽의 가게에 써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치토세는 시노의 부탁을 거절했고, 시노는 보육원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치토세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때까지 치토세의 집 앞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국…

추운 날씨에 낡은 옷을 입고 밤새 치토세의 집 앞에서 떨던 시노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런 시노를 치토세가 집안으로 옮깁니다.


얼마 후 정신이 든 시노는 치토세에게 거듭 보육원 지원 중단 재고를 부탁했고, 치토세는 결국 시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대신 자신을 사 달라는 시노의 제안대로 시노를 받겠다고 하구요. 😱



이에 시노는 자신이 제안했던 것처럼 스가 재벌에서 운영하는 유곽에 일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치토세가 시노를 받을 거란 말은 바로 치토세와 '결혼'하는 것… 아니, '부부인 척' 하는 것이었어요.


아니 갑분 결혼요? 그런데 그것도 가짜 결혼이라니….



역시나 '캔디형 여주인공×계약 결혼'은 절대 실패할 수가 없는 조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만화는 친숙한 소재 때문에 알 것 같으면서도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져 너무 재미있게 읽혔어요.


캔디 같은 여주지만 남주는 앤서니처럼 그저 밝게 여주인공을 비추고 도와주는 캐릭터가 아니랍니다. 자신의 상처를 꼭꼭 숨기고 무언가 일을 도모하는 상처받고 사연 있는 계략형 무심 냉혹 캐릭터예요.

그래서 여주를 이용하는데 냉정하고 거침이 없어요.

그런데 겉보기에는 모자랄 것 없는 남주에게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잘생겼고 영향력 있는 대단한 재벌이니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을 텐데, 왜 치토세는 가짜 아내가 필요한 걸까요?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치토세가 무언가에 깊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기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여주인공 시노보다 가진 게 많은 치토세가 더 안타깝고 눈에 밟힙니다. 어쩌면 잘 생겼기 때문일지도…. 😉

만화는 그런 치토세의 모습을 아주 찰떡같이 잘 표현하고 있어요. 완전 무심 냉미남의 표본이랄까….


만화는 배운 것 없는 고아 시노가 재벌 치토세의 제안을 받아들여 치토세의 집안 살림은 물론이고, 부부인 척 연기하기 위해 밤잠을 아껴 글자부터 공부하며 가짜 아내로서의 임무(?)를 완수하려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시노에게 굳게 닫히고 얼어있던 치토세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고 열리는 기미가 보여요.



그런데 책에 치토세의 부모님이 나오는데 그 부모님이 너무 싸~해요.

한없이 아들을 사랑하는 다정한 부모님 같았는데 사람들이 없는 곳에선…. 😨 치토세도 부모님과 형님이라면 치를 떨구요.

대체 그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너무너무 궁금해요. 🤔


치토세는 왜 가짜 아내가 필요한 걸까요?

그리고 아군이 되겠다고 한 시노의 이야기에 치토세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아직 제대로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아 본격적 이야기가 펼쳐질 2권이 너무 기대가 되고 기다려집니다.



마지막으로 막컷에 치토세가 막 잠에서 깨어나 흐트러진 모습이 나오는데… 이거 이거… 너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자주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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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으로의 여행 이탈리아를 걷다 - 맛과 역사를 만나는 시간으로의 여행 시간으로의 여행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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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영화 《로마의 휴일》, 《태양은 가득히》 등을 보면서 그 아름다운 배경에 매료되어 이탈리아로의 낭만적인 여행을 꿈꿨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떠난 현실은 낭만은 1도 없는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우르르 움직이던 패키지여행.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언젠가는 진짜 나만의 멋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리라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그 결심은 현생에 치여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성안당>에서 출간된 『이탈리아를 걷다』를 보며 잊고 지냈던 이탈리아로의 낭만적인 여행이 다시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니 여행에 대해 꿈꾸는 것을 넘어 이미 그곳에 도착해 여행을 다니며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이탈리아 각 지역의 대표 음식과 와인을 소개하는 것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환경, 문화, 역사, 명소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여타 다른 책들이 보여주는 이탈리아의 일부 유명 도시에 국한된 설명이 아닌 이탈리아 북부부터 남부에 이르는 20개 주 각각에 대한 설명이기에, 각 지역이 가진 고유의 독특한 매력과 특징을 전달함과 동시에 그런 다양함이 잘 조화되어 있는 이탈리아에 전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는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지로 이 지역 주민들은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알프스산맥이 북쪽과 서쪽을, 아펜니노산맥이 남쪽과 경계를 지어 타 지역과 구분되며, 이 산맥들에서 발원한 포강을 따라 이탈리아 최대의 곡창지대가 펼쳐져 있다.

북부의 8개 주 중에서도 제일 먼저 소개되는 롬바르디아는 게르만족의 대이동 때 이 지역으로 침입한 롬바르드족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고, 주도는 이탈리아 대표 도시인 밀라노이다.

롬바르디아 지역은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로도 유명한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밀라노 패션 위크'와 '밀라노 국제 영화제'이다.


롬바르디아는 풍부한 맛과 특별한 조리법을 자랑하는 '오소부코'와 '미네스트로네', '리소토'같은 요리로 유명하다. 또한 이 지역은 다양한 지형과 기후 조건으로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한데, '네비올로', '샤르도네' 등을 포함한 고품질의 와인이 생산된다. 특히 북쪽 지역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 '스포르차토'는 매우 유명하며, 샴페인에 비견되는 고품질 스파클링 와인 '프란치아코르타'도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는 중세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이 지역의 주도는 피렌체이다. 피렌체는 오랜 기간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가문이었던 메디치 가문이 다스린 곳으로 14세기에서 16세기 유럽과 전 세계 도시들 중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도시 중 하나였다.


토스카나 요리는 간단하지만 신선하고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대표적 요리는 '리볼리타'와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와 '피치'등이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와인으로는 '키안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노빌 디 몬테풀차노' 등이 있는데, 그중 깊고 짙은 루비색에 과일 향이 특징인 키안티 와인은 좋은 품질과 깊은 풍미로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남부의 자치주로 시칠리아 섬으로 이뤄져 있고, 주도는 시칠리아의 최대 도시 팔레르모이다. 시칠리아는 고대 그리스를 시작으로 로마, 노르만, 아랍 등 다양한 민족에 의해 지배받았기에 그들의 다양한 문화가 교차 발전하여 풍부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자랑한다. 이 다양한 역사는 '팔레르모 대성당'. '노르만 궁전'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섬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과 산악지대와 호수 등 뛰어난 자연경관으로도 유명하다.


시칠리아 요리는 지중해의 풍부한 재료와 다양한 문화가 결합해 이탈리아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른 맛과 향을 자랑하며, 대표적 요리로는 피자, 파스타, 카포나타, 아란치니 등이 있다.

따뜻한 기후와 강한 햇볕,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다양한 토양 등의 완벽한 조건하에 재배된 포도로 제조된 시칠리아 와인은 그것만의 독특한 풍미와 향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의 인기 있는 와인 중 하나는 '네로 다볼라'로 어두운 과일 향과 향신료 향이 나는 풀보디 레드 와인이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다른 주에 대한 정보가 선명한 컬러 사진들과 함께 자세하게 나와 있다. 단순히 여행을 위한 책이 아닌, 이탈리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는다면 어쩌면 일생 동안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할 이탈리아 각 지역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 같은 근본에서부터 요리와 와인 등에 대한 정보들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를 속속들이 깊게 이해하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참고하여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지역으로 그들의 요리와 와인이 지나온 역사를 찾아 여행 계획을 세우면 어떨까? 아니면 그들의 역사를 담고 있는 건축물이나 축제를 찾아 떠나보는 건?

이 책을 통해 단순한 여행 관광지로서의 이탈리아가 아닌, 일상의 모든 것이 역사가 되어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이탈리아를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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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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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돌아온 크리스티안은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거실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아내 릴리를 발견한다. 릴리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전원을 켜지 않은 TV를 마주 보고 있었다. 불을 켠 뒤 본 아내의 얼굴은 어둠 속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창백하고 생기가 없어 보였다. 크리스티안은 그것이 임신으로 인한 피로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릴리는 평소와 달리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며 문단속을 철저히 시킬 뿐만 아니라 잠자는 동안 흐느껴 울기까지 했다.


다음 날 릴리가 평소처럼 출근했기에 크리스티안은 모든 것이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릴리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전신의 피를 들끓게 했다. 릴리의 말에 의하면 어제 퇴근 후 삼림 보호 구역으로 산책 갔다가 동료 교사 니나의 남편 제이크를 만났는데, 그가 릴리를 으슥한 곳으로 유인한 뒤 추행을 했다는 것이었다. 릴리는 그런 제이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의 돌을 주워 그를 수차례 내려쳤고, 이에 피를 많이 흘리며 쓰러진 제이크를 뒤로하고 도망쳐 왔다는 것이었다.

"니나가 오늘 말해줬는데 제이크가 어젯밤에 집에 안 들어왔대. 제이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데다 가슴에 멍울까지 발견되는 등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는 홀로 계신 엄마와 시간을 함께 보내느라 남편 제이크와의 사이가 소원해진 니나는 그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제이크와 크게 다퉜다. 다음날 아침까지 니나와 말도 하지 않은 채 출근했던 제이크는 그날 집에 오지도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자신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라 생각해 제이크 스스로가 화를 풀고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니나는 제이크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그날 오후부터 직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제이크 상사의 전화를 받고는 제이크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음을 깨닫고 곧장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제이크가 실종되었어요."



소설은 '제이크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과 관련된 '크리스티안-릴리'와 '제이크-니나' 두 부부의 이야기를 크리스티안과 니나 두 사람의 시점에서 번갈아 서술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독자들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평한 시선으로 모두를 바라보고 판단하여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도록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를 합리적으로 의심하여 범인을 추리했음에도 소설의 거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엔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소설을 통해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


소설을 어느 정도 읽어 나가기까지 릴리는 분명 겉으로 드러난 피해자가 분명함에도 개인적으로는 거부감이 들었다. 그녀에게서 자신의 외모와 상황, 상대의 마음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은 사람은 나뿐일까? 소설이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그녀의 추악한 진실과 모든 잘못이 밝혀졌음에도 자신의 잘못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서 찾는 모습들엔 어이가 없으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기에 그런 릴리를 사랑하여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서라도 릴리를 지키려 고군분투한 크리스티안의 사랑이 너무 안타까웠다.

또한 릴리의 추악한 진실을 봤음에도 릴리에게 다시 약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호구 중의 호구 같은 크리스티안을 보며 속에서 천불이 나기도 했다. 한 번이 어렵지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열 번 되는 것은 쉽다는 삶의 진리를 모른다면 크리스티안은 인생을 좀 더 구르며 깨달아야 할지도.


그리고 니나는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사실 어찌 보면 모든 문제와 사건의 발단은 니나가 아니었을까? 어머니가 아픈 상황이라 돌봐드려야 했다는 건 공감하지만, 입장 바꿔 제이크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오랜 기간 온종일 매달려 시간을 보내면서 니나를 등한시했다면 니나는 어땠을까?

니나는 능력 있는 남편 덕분에 전문 케어 인력을 고용할 경제적 여유가 충분한데도 왜 굳이 자신이 모든 케어를 해야 했을까? 그러고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남편에겐 이해만 바랐다니….

나는 결혼 생활은 부부가 중심이 되어 서로의 이해와 합의 아래 이루어나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내 남편이 니나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진지하게 앞으로의 결혼 생활 지속에 관해 고민해 보았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와 '그 사랑이 허용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같은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 주었다.

읽을수록 점점 더 긴장과 재미를 더하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가독성 뛰어난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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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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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추락 사고 당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터미널에서 한 여자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가 여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이름, 생김새, 푸에르토리코로 떠나는 항공편을 예약했다는 사실밖에 없었다.

기다림 끝에 그 여자가 드디어 공항에 나타났다. 여자를 발견한 그는 그동안의 자신의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여자의 뒤를 따랐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그의, 그리고 그녀의 새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클레어는 연애 때와는 달리 결혼 초부터 그녀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고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요구하는 남편 로리 쿡으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했다. 하지만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 로리로부터 벗어날 길은 요원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모든 삶을 포기하고 실종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2년 전 우연히 재회한 고교 시절 절친 페트라가 있었기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오랜 준비 끝에 혼자 떠나는 디트로이트 출장일을 디데이로 삼았다.

하지만 출장 당일 아침, 클레어의 출장지가 갑작스레 푸에르토리코로 변경되면서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 클레어는 어쩔 수 없이 공항으로 이동하며 자신의 어그러진 계획을 만회할 또 다른 탈출구를 모색했다.


이바는 버클리 대학 3학년일 때 학교 풋볼팀의 주전 쿼터백이자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남자 친구 웨이드의 부탁으로 마약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 발각되어 학교에서 쫓겨났다. 정작 그녀를 이용했던 웨이드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때 그녀 앞에 나타나 도움 아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 바로 마약조직의 중간 관리자인 덱스였다. 그는 이바에게 그녀가 가진 기술을 사용해 마약을 제조할 것을 제안하며 그녀의 안전과 큰 수익금을 제시했다.

그 후 이바는 마약 조직의 제조기술자로 살아가며 현실에 안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바의 인생에 리즈라는 다정한 인물이 나타나면서, 그리고 마약단속국 요원 카스트로의 미행이 붙으면서 이바는 조직을 벗어나 자유가 있는 평범한 삶을 꿈꾸게 된다.


그런 클레어와 이바가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만나 서로의 사연을 숨긴 채 항공권을 비롯한 옷, 가방 등 모든 것을 바꿔치기한다다. 클레어는 이바가 되고, 이바는 클레어가 되었다.

이바가 된 클레어가 먼저 이바의 행선지인 오클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한참 후 클레어가 된 이바가 푸에르토리코행 비행기의 탑승 수속을 마쳤다. 하지만 이바는 전혀 다른 목적지로 갈 계획을 그리며 탑승 대기 줄에서 슬쩍 빠져나온다.


그로부터 6시간 후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한 이바로 변장한 클레어는 그녀가 원래 타기로 되어 있었던 푸에르토리코행 항공기의 추락 소식을 접하며 경악하는데….



이 소설은 비행기 추락 하루 전부터 추락 후 약 일주일간의 클레어의 상황을, 추락 6개월 전부터 추락 당일까지의 이바의 상황과 교차로 보여주며 진행된다. 거기에는 강한 권력을 가진 남성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두 여인의 절박한 삶과 자유를 갈망하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


클레어는 이바 덕분에 로리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기에 이바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짐과 동시에 무고한 이바가 자기 대신 비행기 추락 사고에 휘말렸다 생각하여 그녀를 연민하고 애도했다. 하지만 이바의 집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이바가 자신에게 했던 거짓말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배신감 또한 느낀다.

그런데 이바는 정말로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까? 그것에 의심을 품고 그 진실을 찾아가는 것 또한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였다.


소설을 읽는 동안 자신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평생을 처절할 정도로 절제하고 노력하며 능력을 키웠던 이바가 오히려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그녀의 인생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일에 대한 억울함을 학교 관계자가 아닌 법에 호소했다면 그녀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아니, 리즈 같은 어른이 그녀의 곁에 있었더라면?

누구보다 자주적인 삶을 살길 원했지만 결코 한순간도 그러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바에게 깊은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한 가지, 소설의 내용 중에서 미국 공항에서 실물과 여권 사진 혹은 신분증 사진과의 대조를 허술하게 하여 전혀 다르게 생긴 인물이 탑승수속을 무사히 넘겼다는 점이 조금 이해되지 않았다. 나와 우리 가족만 두어 번씩 번갈아 보며 대조했던 건가? 그렇다면 왠지 조금 상처가 되는데? 🤔


소설은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적극적으로 노력해 진정으로 원하는 삶과 행복을 찾아가는 여자들의 삶의 극복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정점에 이른 순간부터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반전들이 허를 찌르며 잇달아 드러나 충격에 충격이 거듭되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모든 것이 휘몰아치며 마무리가 되는 듯했던 소설은 모두가 긴장을 푸는 마지막 순간, 반전 아닌 반전의 상황을 보여주며 안타까움과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클레어와 이바는 그들이 꿈꾸던 완벽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반전의 충격과 깊은 여운을 주는 『라스트 플라이트』를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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