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되찾다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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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느긋하고 자유로운 산가이(아파트 외부) 아이들과는 달리 기노하라 아파트의 아이들은 사립 중학교 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니느라 여름방학조차 포기해야 했다. 이에 다섯 명의 기노하라 아파트 4학년 아이들 중 리더인 사이토 하야토는 자신들의 손으로 여름방학을 되찾고 덤으로 자신들에 관해 이상한 소문을 내며 멋대로 떠들어대는 산가이 아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단순 가출을 했던 도모코의 일에서 힌트를 얻어 동네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사건을 일으키자는 묘책을 내놓았고, 아이들은 그들의 즐거운 여름방학을 위해 하야토를 중심으로 의기투합한다.


잡지 <월간 우라가와>의 신입 편집자 사루와타리 마모루는 편집장의 명령으로 프리랜서 기자 사사키의 취재에 동행하게 된다.

사사키가 관심을 가진 사건은 잡지사에서 독자로부터 제공받은 정보인 기노하라 아파트 초등학생 연쇄 실종 사건이었다. 익명의 정보 제공자는 기노하라 아파트의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실종되었다가 이틀 후 무사 귀가했던 일이 발생한 이후 또다시 같은 반 남자아이가 실종되어 아직까지 행방불명임을 알려왔다.


기노하라 아파트는 서쪽을 꼭짓점으로 한 길쭉한 이등변삼각형의 형태의 부지 위에 지어진 단지로, 동쪽은 남북으로 철도 노선이, 나머지 양쪽은 가사가와강과 가사가와 소수로 둘러싸여 있는 특수한 장소였다. 그렇기에 넓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출입은 자유롭지 못하고, 동쪽 철도 노선을 가로지르는 건널목과 단지 북부 가사가와 소수에 걸린 짧은 다리, 총 두 곳의 출입구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파트에서 4학년 사토자키 겐이 다리를 건너 바깥으로 나간 후 돌아오지 않고 행방불명된 것이다. 겐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린 것은 겐의 아버지가 귀가한 후 발견한 범행 성명문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범행 성명문은 명백히 겐의 글씨인데다가 거기에 적힌 범인의 이름도 '괴도 다윗 스타라이트'라는 유치한 이름이었기에 지역 주민들은 아이들의 장난으로 여겨 걱정은 했지만 경찰의 대응은 미흡했다.


그러나 취재를 해나가면서 사건이 단순 실종이 아닌 상당한 정성을 들인 사건임을 인지한 사사키는 아이들의 연쇄 실종을 조사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아이들의 실종 따윈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재미있는 기사가 될 것 같다"는 의미 모를 말을 내뱉으며 사루와타리를 의아하게 했다.

그리고 4일간의 실종 후 겐은 귀가했지만 그다음 주 월요일 기노하라 아파트의 아이인 나카이 미사키가 학교 수업 도중 교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책의 앞부분에서는 마음껏 놀지 못했는데 끝나가는 여름방학의 마지막 유희를 위해 아이들이 납치나 실종 같은 민감한 사항을 단순한 놀이 소재로 여겨 사건을 일으켰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을 느꼈다. 실종 아동의 부모가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피가 마르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 듯 반성조차 하지 않고 또 다른 사건들을 계속해서 계획하는 아이들의 이기적인 모습에는 분노하기까지 했다. 어리다고는 해도 너무 생각이 없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어른들을 골탕 먹일 정도로 영악한 주제에 처음 보는 어른들에게 순진한 척 반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꼴 보기 싫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초등학교 4학년생들의 철없는 장난이자 놀이라고 생각되었던 행위들 뒤로 어떠한 진지한 목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는 급선회한다. 그렇게 점점 아이들의 의도와 지혜, 그들이 말하는 즐거운 여름방학을 되찾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사건의 진실에 대해 접근해 가면서 아이들을 보는 시선과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또한 이야기는 아이들의 장난 같던 실종을 취재하러 온 사사키가 정작 실종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표현하거나, 미사키의 실종 당시 아이들이 겐의 집에 모여 작전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미사키가 없는데도 다섯 명이 모여 있는 등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가면서 미스터리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에 불씨를 지펴갔다.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사건의 진실….


에필로그에서는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된 후의 모습들과 사건 관련 인물들의 훗날 모습들을 보여주며 무언가 확실히 끝을 맺었다는 시원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일상의 해프닝을 이야기하듯 가벼우면서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에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요소들이 가미되어 전혀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나 마니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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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 - 적는 즉시 감정이 정리되는 Q&A 다이어리북
김민경 지음 / 호우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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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의 어머니를 보면 아무리 슬픈 상황에서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으셨고 내가 잘못해 벌을 주실 때도 결코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으셨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면 저절로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고 냉철해지는 줄 알았다. 아니 어쩌면 서서히 감정이 사라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어른이 된 나는 오히려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웃으며, 화를 내는 것을 넘어 분노하며, 심지어 우울하고 외롭다라는 감정 등 어릴 때보다 더 깊고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어른이 되어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감정은 우울감이었는데, 이것은 어느 날 한번 자각한 뒤로 끊임없이 찾아와 나를 괴롭혔다.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는 도중이나 평화롭게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흐린 날이나 맑고 화창한 날,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 밤이나 낮 등 그냥 불쑥불쑥 찾아드는 감정이었다.

동료나 친구 등 주변에 나를 위하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헛헛함은 채워지지 않았고, 나의 일이나 무언가에 몰두할수록 더 공허해지기만 했다.


뭐, 이제는 여차저차 노력 끝에 좋아졌지만 여전히 감정을 마주하고 다스리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분명 내 것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우니 어떨 때는 나에게서 감정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한 감정을 힘겹게 다스리고 적응하는 노력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를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민경 원장님이 저술한 책으로 '감정에게 묻고 답하기'가 핵심인 심리 치료 Q&A 다이어리북이다.



이 책은 크게 2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감정을 마주하는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경우, 자신의 감정을 모르는 경우, 그냥 이유 없이 몸이 아픈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바로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기'라고 한다.

이러한 내용들이 길지 않고 쉽게 설명되어져 있기에 집중이 잘되고 이해하기 쉬웠다.



그렇게 간략하게 이론에 근거한 감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난 뒤, 이 책의 핵심인 2장에서는 우울, 분노, 슬픔, 불안, 행복, 수치심, 감사, 질투, 외로움, 사랑의 10가지 감정을 Q&A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먼저 위 사진의 'WHO AM I' 작성을 통해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그러고 나면 앞서 말한 10가지 감정들을 나눠서 이야기하고 있다.

각 감정의 시작 부분에서는 그 감정에 대한 설명과 실제 생활에서 그 감정이 나타나는 상황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설명의 끝부분에는 그 감정을 이겨내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후 본격적으로 다이어리를 작성하게 되어 있다. 다이어리는 자신의 마음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며 현재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지하는 '마주하기', 인지한 감정을 더 깊게 들여다보며 이해하게 하는 '깊이 보기', 감정을 인정하고 제대로 흘려보내는 '흘려보내기'의 세 단계가 Q&A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살펴, 진실로 자신을 이해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해 좀 더 나은 자신으로의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한다.



아무리 비싼 상담이라도 내담자가 속을 전부 드러내 보이지 않으면 치료의 효과를 바랄 수 없다는 사실은 모두 알 것이다. 그런데 돈을 지불하고 아무리 굳게 마음먹고 상담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타인인 상담자에게 모든 진실을 온전히 드러내 보이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그렇기에 혼자만 볼 수 있는 이 책을 이용해 정신과 상담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질문에 숨김없이 정직하게 답을 적음으로써 스스로가 오롯한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이해하여 치유를 바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있는 Q&A는 정답이 없다. 더군다나 누가 볼까 봐 아니면 누가 들을까 봐 걱정하며 감출 필요도 없다.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고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답이다.


비록 지금은 정신과 상담이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 때문에 혹은 비싼 진료비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심지어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몰라도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보험 가입에도 불이익이 있다.


그렇게 여러 요인들 때문에 주저하며 힘든 마음을 홀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를 추천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질문에 답을 적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파악하는 동안 힘든 감정이 추슬러지는 것을 느끼는 한편 중간중간 나와 있는 저자의 팁을 통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Q&A를 완성하는 순간 이 책은 또 하나의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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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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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죽은 이들이 최후의 문으로 들어가기 전 머물며 마지막으로 현세에 있는 사람과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허락받은 곳 '작별의 건너편.'

그곳에 머물며 그곳을 찾아온 망자에게 누구를 만날지 스스로 선택하여 소중한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게 안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안내인.


이것은 그곳을 거쳐간 보통 사람들의 특별하고 애틋한 이야기이다.


<히어로스>

중학교 과학교사인 아야코는 퇴근길 저녁거리를 사서 집으로 가던 중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데리고 있던 강아지가 도로로 뛰어들어 사고가 날 뻔한 것을 무의식적으로 구하고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안내인은 용감한 히어로 같았다고 말했지만 아야코 자신은 무모하고 한심한 희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선택으로 사랑하는 네 살 된 아들 유타와 사랑하는 남편 히로타카와 영원한 이별을 해야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24시간 동안 현세에 있는 사람과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는 안내인의 말에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을 만나면 바로 '작별의 건너편'으로 강제소환된다는 사실을 앎에도 주저 없이 남편과 아이를 만나러 갈 것을 결정하는데….


<방탕한 아들>

독신에다 번듯한 직장도 없이 방황하며 술에 절어 간경변으로 죽은 55세의 히로카즈는 작별의 건너편에 와서 현세의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날 기회를 얻지만 딱히 만나고 싶은 사람도 현세에 대한 미련도 없다. 하지만 기약도 없이 막연하게 최후의 문을 통과할 때까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시간을 아무것도 없는 순백색의 공간에서 안내인과 단둘이 보낼 생각을 하니 차라리 아무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 드디어 만날 사람을 정하는데….


<제멋대로인 당신>

전날 먹었던 음식보다 메뉴가 당기지 않는다는 사소한 이유로 다투고 집을 나갔다가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로 죽은 열아홉 살 고타로는 작별의 건너편에서 아무런 고민도 없이 같이 살고 있는 사야카를 보러 가겠다고 결정한다. 고타로가 죽은 지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야카가 아직 자신의 죽음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설령 알아도 사야카 이외의 다른 사람은 선택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결심하고 현세로 돌아오지만 막상 돌아오고 보니 사야카를 만나러 가기 주저되는데….



인생에서 24시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지만 누군가를 만나 작별 인사만을 건네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작별 인사만을 위한 순간이 아닌 24시간이 작별의 시간으로 주어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주어진 24시간이 단순히 작별을 위한 시간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준비된 죽음이든 불현듯 찾아온 죽음이든 간에 누구에게나 나름의 사연이 있고 해결되지 않은 미련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작별의 건너편에서 주어지는 재회의 24시간은 최후의 문을 건너면 다시는 살아낼 수 없는 한 생명의 삶을 후회와 미련 없이 마무리하고 행복한 전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주어지는, 마지막인 동시에 새 출발을 알리는 시간과 공간인 것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나의 삶에서 시시하며 의미 없이 무채색이었던 순간들과 나와 닿았던 사소한 인연들이 하나하나의 의미를 가지며 저마다의 색을 입고 떠올랐다. 노력하지 않아도 항상 옆에 있고 친밀하고 가깝기에 무신경하게 대했던 가족들의 소중함도 다시금 되돌아보며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의 마지막에는 작별의 건너편이란 공간이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눈물샘을 자극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이 소설을 통해 인생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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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아웃 특서 청소년문학 32
하은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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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반을 훌쩍 넘긴 시기, 눈부시게 발전된 과학기술은 인간 삶의 곳곳에 영향을 주었고 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발레 분야에서는 유전자 조작이나 나노칩 시술이 발레리나의 부상을 줄여주고 필요한 근력과 운동신경을 발달시켜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동작을 구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과학 시술을 허용했지만 유독 미국과 러시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몇몇 나라에서는 인간의 피나는 노력만이 예술을 완성시킨다라는 고집으로 발레리나의 과학 시술을 일절 금지시켰다.


올해 열여덟 살의 제나는 세계적인 발레리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을 때부터 마치 정해진 운명인 것처럼 발레를 시작해 지금은 세계 최고의 발레단으로 도약한 서울시립발레단의 차기 수석 무용수로 거론될 정도로 뛰어난 발레리나가 되었다.

하지만 한때 절친이었던 소율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제나의 뛰어난 재능을 시기, 질투하며 이제는 그저 제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소율은 죽도록 연습해도 자꾸만 벌어지는 제나와의 격차 때문에 제나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제나를 미워했다. 소율은 제나만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자신이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것은 자살한 전 수석 무용수로 인해 비어버린 지젤 역 오디션에서 제나가 지젤로 발탁되고 소율은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 역을 맡게 되면서 극에 달하게 된다. 소율은 제나가 아닌 다른 솔리스트들 중 한 명이 지젤이 되었다면 그런 기분은 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저 제나만 아니면 되었다.

그리하여 소율은 전 수석 무용수 송라희가 자살하기 전 단장실에서 훔쳐서 자신에게 건네준 제나의 메디컬테스트 파일을 제나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유전자 분석 해독을 부탁하기에 이르는데….



'턴아웃'은 발레 용어로, 발레의 기본 중의 기본 동작이자 발레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결정적인 동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아무리 출중한 발레리나라고 하더라도 기본 동작인 턴아웃을 완벽하게 해내는 발레리나는 거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턴아웃은 관련 근육과 뼈를 얼마나 잘 이용하는 가의 문제이기에 노력이 아닌 타고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소설 속 소율은 자신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완벽한 턴아웃을 함으로써 발레 동작이 그 누구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제나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밑으로 끌어내리려고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소율에게는 불편한 감정만 느껴졌다.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시기하고 질투하여 경쟁자가 사라져버리기만 바라는 소율의 삐뚤어진 경쟁심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소율의 노력조차 질투를 표출하는 독기로만 느껴졌다. 어째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나만 꺾으면 자신이 최고가 될 거라고 착각하는 걸까? 자신만큼, 아니 자신보다 더 노력해서 실력을 쌓아가는 재능 있는 누군가가 다른 곳에 있을 거라고는 왜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어차피 누군가는 정상을 차지할 텐데 그게 본인이 되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자신이 아는 누군가가 되는 것이 더 뿌듯하고 자랑스럽지 않을까? 어떻게 그 최고 자리가 자신이 아는 제나만 아니면 된다는 일그러진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또한 소설에서는 유전자를 조작하고 나노칩을 이식받으면 별다른 노력 없이 저절로 발레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 의아했다. 물론 과학 시술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보다 유리하긴 하겠지만 소설 속 제나가 같은 동작을 무수히 연습해서 한 달 넘게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었던 것처럼 그들도 피땀어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잘 할 수 없는 것이다.

라식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눈이 로봇화돼서 레이저가 나오고 시력이 4.0이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유전자 조작과 나노칩 이식이 그들을 완벽한 로봇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 소설은 SF적 요소를 소재로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각양각색의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의 방황과 고뇌를 잘 표현하고 있다. 제나와 로미처럼 같은 꿈을 가진 이들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격려하며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남을 시기하고 약점을 잡아서라도 상대를 끌어내려 밟고 일어서려는 소율 같은 모습 등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확실한 것은 한 가지! 결코 소율 같은 인물이 잘 되는 일은 없기를.

아! 그러려면 연조가 먼저 벌을 받아야 되려나….


개인적으로는 소설 속 인물처럼 어쨌든 자신이 여태껏 노력해서 잘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잘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니라면 잘하는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은 취미로 하라고.

물론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생은 한낱 꿈과 연습이 아닌 현실이고 실전이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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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플라스틱맨 - 일본 제8회 그림책 출판상 우수상 수상작
기요타 게이코 지음, 엄혜숙 옮김 / 특서주니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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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발명된 이후 가볍고 튼튼하고 저렴한 가격 때문에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특히 변형이 쉽고 뛰어난 내구성 때문에 음식이나 음료 용기 등의 일회용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어요.


하지만 자연분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와 토양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죠.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재료로 사용되는 일부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한다는 논란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크기도 하죠.


이 책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주어 깨끗한 환경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지 어린이들 스스로가 생각해 보게 하고 있어요.

자,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같이 볼까요?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효용을 다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바다에 버려져 바다 생물들의 목숨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환경 오염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 방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만드는 사람들과 사용하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죠.



그러던 어느 날, 오염된 바다 생물들의 슬픔과 분노가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플라스틱맨을 탄생시킵니다.

이 플라스틱맨은 쓰레기에서 태어났기에 외양은 흉측했지만 결코 악당이 아니었어요. 플라스틱맨은 근처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내 바람을 불어 주의를 줬어요.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사람들은 겁에 질려 도망만 칠 뿐이었어요.



사람들은 플라스틱맨이 마치 악당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에 맞서 싸웠어요. 이에 플라스틱맨은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호소합니다.

그러한 모습에 사람들은 플라스틱맨을 무찌르는 것을 보류하고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사람들은 플라스틱맨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을 더럽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플라스틱맨이 어떠한 일을 하는지 알게 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요.

그들의 깨달음은 어떤 변화를 일으키게 될까요?



이 책은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플라스틱맨을 등장시켜 흥미를 끄는 동시에 화려한 색채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어요. 거기다가 플라스틱 쓰레기와 환경보호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며 아이들 스스로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의 심각성과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이 책은 환경 보호에 대해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플라스틱 일회용품들을 사용해왔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했어요. 그리고 그 생각은 '나 하나에서 나부터 시작하자'라고 바뀌게 되었지요.


아이들에게 환경 보호에 대한 교훈을 주고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한 사고력과 판단력을 길러주는 이 책을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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