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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 - 적는 즉시 감정이 정리되는 Q&A 다이어리북
김민경 지음 / 호우야 / 2023년 5월
평점 :
어린 시절 나의 어머니를 보면 아무리 슬픈 상황에서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으셨고 내가 잘못해 벌을 주실 때도 결코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으셨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면 저절로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고 냉철해지는 줄 알았다. 아니 어쩌면 서서히 감정이 사라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어른이 된 나는 오히려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웃으며, 화를 내는 것을 넘어 분노하며, 심지어 우울하고 외롭다라는 감정 등 어릴 때보다 더 깊고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어른이 되어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감정은 우울감이었는데, 이것은 어느 날 한번 자각한 뒤로 끊임없이 찾아와 나를 괴롭혔다.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는 도중이나 평화롭게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흐린 날이나 맑고 화창한 날,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 밤이나 낮 등 그냥 불쑥불쑥 찾아드는 감정이었다.
동료나 친구 등 주변에 나를 위하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헛헛함은 채워지지 않았고, 나의 일이나 무언가에 몰두할수록 더 공허해지기만 했다.
뭐, 이제는 여차저차 노력 끝에 좋아졌지만 여전히 감정을 마주하고 다스리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분명 내 것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우니 어떨 때는 나에게서 감정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한 감정을 힘겹게 다스리고 적응하는 노력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를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민경 원장님이 저술한 책으로 '감정에게 묻고 답하기'가 핵심인 심리 치료 Q&A 다이어리북이다.
이 책은 크게 2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감정을 마주하는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경우, 자신의 감정을 모르는 경우, 그냥 이유 없이 몸이 아픈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바로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기'라고 한다.
이러한 내용들이 길지 않고 쉽게 설명되어져 있기에 집중이 잘되고 이해하기 쉬웠다.
그렇게 간략하게 이론에 근거한 감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난 뒤, 이 책의 핵심인 2장에서는 우울, 분노, 슬픔, 불안, 행복, 수치심, 감사, 질투, 외로움, 사랑의 10가지 감정을 Q&A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먼저 위 사진의 'WHO AM I' 작성을 통해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그러고 나면 앞서 말한 10가지 감정들을 나눠서 이야기하고 있다.
각 감정의 시작 부분에서는 그 감정에 대한 설명과 실제 생활에서 그 감정이 나타나는 상황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설명의 끝부분에는 그 감정을 이겨내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후 본격적으로 다이어리를 작성하게 되어 있다. 다이어리는 자신의 마음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며 현재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지하는 '마주하기', 인지한 감정을 더 깊게 들여다보며 이해하게 하는 '깊이 보기', 감정을 인정하고 제대로 흘려보내는 '흘려보내기'의 세 단계가 Q&A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살펴, 진실로 자신을 이해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해 좀 더 나은 자신으로의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한다.
아무리 비싼 상담이라도 내담자가 속을 전부 드러내 보이지 않으면 치료의 효과를 바랄 수 없다는 사실은 모두 알 것이다. 그런데 돈을 지불하고 아무리 굳게 마음먹고 상담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타인인 상담자에게 모든 진실을 온전히 드러내 보이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그렇기에 혼자만 볼 수 있는 이 책을 이용해 정신과 상담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질문에 숨김없이 정직하게 답을 적음으로써 스스로가 오롯한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이해하여 치유를 바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있는 Q&A는 정답이 없다. 더군다나 누가 볼까 봐 아니면 누가 들을까 봐 걱정하며 감출 필요도 없다.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고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답이다.
비록 지금은 정신과 상담이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 때문에 혹은 비싼 진료비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심지어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몰라도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보험 가입에도 불이익이 있다.
그렇게 여러 요인들 때문에 주저하며 힘든 마음을 홀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를 추천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질문에 답을 적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파악하는 동안 힘든 감정이 추슬러지는 것을 느끼는 한편 중간중간 나와 있는 저자의 팁을 통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Q&A를 완성하는 순간 이 책은 또 하나의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