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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
사쿠라이 미나 지음, 현승희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월
평점 :
열일곱 살 하나시로 가에는 열 살 무렵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 어른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지금은 통신제 고등학교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스스로 생활을 해 나가고 있었다. 아빠는 살아계셨지만 도박과 경마와 여자에 빠져 가에를 방치해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8월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르바이트를 다녀온 가에는 평소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던 아빠가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와서는 가에의 아르바이트비를 몽땅 들고 가버린 사실을 발견하고는 망연자실했다. 설상가상 집주인까지 찾아와 밀린 일 년 치 집세를 거론하며 다음 달까지 집세를 다 내지 않을 거면 집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갈 곳이 없는 가에가 막막해하며 집주인에게 사정하고 있는데, 곤도 다마키라는 여인이 외할머니의 유언장을 들고 나타나 가에가 상속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며 자신을 따라 외할머니의 집이 있는 니이가타로 가서 같이 살 것을 제안했다.
다마키에 따르면 가에의 외할머니 마사코는 가에를 비롯한 두 명의 상속인들에게 유산을 남겼는데, 가에에게는 현금 천오백오만 엔 외에 늙은 고양이 리넨을 남겼다고 했다.
바로 짐을 꾸려 다마키를 따라 니이가타로 간 가에는 거기서 또 다른 상속인인 리사코와 고타로를 만난다. 리사코는 마사코가 재혼하며 생긴 의붓딸로 실제 니이가타의 저택을 상속받을 예정이었고, 고타로는 마사코의 친아들, 즉 가에의 외삼촌으로 감정가가 약 천만 엔이 넘는 3.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상속받을 예정이었다.
마사코는 이들이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유산 상속 절차가 끝날 때까지 유언집행자인 다마키를 포함한 모든 상속인들이 저택에서 같이 살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누구 한 사람이라도 상속을 포기하는 등 유언에 따르지 않으면 모든 유산이 자선단체에 기증되게 하였다.
쉬울 줄만 알았던 유산 상속은 각자의 사정과 절차상의 문제로 난항을 겪게 되는데….
소설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기 서술의 화자를 달리하고 있다.
이야기는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전개를 보이며 가족의 의미와 올바른 삶의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두 가지 전부 정답이 정해져 있는 주제가 아니기에 작가의 이야기에 동의하는 부분도, 반대를 제기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가족이란 기본적으로 혈연, 혼인, 입양으로 맺어진 집단이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겨났고, 이제는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함을 가르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 다양성의 무제한적 확장을 허용할 수는 없기에 감정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는데 왜 가족이 될 수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법적·사회적으로 따르는 책임과 권리 등과 관련해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의 가족이면서 남보다 못한 가족과, 남이면서 가족보다 더 서로를 위하는 관계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또한 소설은 올바른 삶의 방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올바름이 존재하고, 그 올바름이라는 것은 상대적이기에 그것의 좋다 나쁘다를 구분 지을 수 없을 때도 있다.
마사코 또한 자신만의 올바른 삶의 기준을 세워 그것을 최대한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기준이나 방식이 자식들과는 맞지 않아 사이가 틀어지게 되고 만다. 이야기는 남들이 보기엔 올바름의 표본인 마사코가 올바르다고 해서 좋은 부모가 될 수는 없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반대로 자식들은 마사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시도를 해 봤을까? 아무리 사랑은 내리사랑이라지만 자식으로서 부모인 마사코를 이해하기 위한 조금의 노력이라도 해봤을까? 글쎄… 그들도 그들의 입장과 올바름의 기준을 무조건적으로 마사코에게 강요했던 것 같은데.
리사코나 고타로, 아사미에게 그들 나름의 삶의 기준이 있는 것처럼 마사코도 그녀 나름의 삶의 기준이 있었고, 그것들이 서로 맞지 않았을 뿐인데 왜 마사코의 잘못인 것처럼 표현했는지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설은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때로는 고구마를, 때로는 발암을, 때로는 시원한 사이다를 선사하며 마사코가 억지스럽게 만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진실된 가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는 뻔하게 개과천선을 하는 사람도 없고, 극적으로 화해를 하는 과정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서로를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타인들이 만나 자신의 발목을 잡아온 후회스러운 일들을 청산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위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며 가족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하는 가슴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도 만들었다. 나만의 올바른 삶의 기준을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