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동안 봄이려니 - 역사의 찰나를 사랑으로 뜨겁게 태운 그녀들
이문영 지음 / 혜화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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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찰나를 사랑으로 뜨겁게 태운 그녀들의 이야기 「잠깐 동안 봄이려니」.

책은 굳건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최용신과 김학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최용신은 여자의 몸으로 농촌계몽운동에 힘쓰다 죽은 인물이다. 그런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지하고 기다려준 김학준의 사랑도 순애보적이다. 어쩌면 최용신은 사랑보다 역사에 그녀의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찰나를 더 뜨겁게 불태웠을지도 모른다.

일타홍과 경혜공주처럼 사랑으로 인생을 살았던 여인들도 있었다.

자유연애로 불태운 초요경, 유감동과 어우동 이야기도 놀랍게 다가온다.

이 책은 조심스럽게 궁중의 동성연애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바로 세종의 큰며느리였던 순빈봉씨.

야사에 보면 궁중에서 궁녀들 사이에 동성애가 있었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지긴 했는데, 실제적으로 세자빈과 궁녀의 사랑이야기라니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그로 인해 세자빈이 폐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니.

당시 동성애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였던 만큼 교지의 죄목은 세자에 대한 투기라 적혀있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한 사랑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여인의 몸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권력의 중심에 있거나, 여인이었기에 어쩔수 없이 권력에 희생된 여인들에 관한 이야기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여인이었기에 후세는 역사에 그녀들을 부정한 여인으로 그려내고 남성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

지금은 재평가 되고 있지만, 과거 천추태후는 뛰어난 정치적 역량을 가지고 권력의 중심에 있었음에도, 그녀의 능력보다는 김치양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부각시키며 고려를 어지럽힌 음탕한 여인으로 평가받았다.

장희빈 또한 희대의 악녀로 소개되며 질투의 화신으로 숙종과의 사랑과 궁중암투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되어 왔다. 하지만 요즘 장희빈은 그녀의 정치적 야심과 남다른 정치적 감각에 대한 재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장희빈이 식어버린 숙종의 총애를 뻔히 알면서도 인현왕후를 제거하면 다시 왕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거라 믿을만큼 어리석었을까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래서 작가는 숙종이 본인 사후에 장희빈이 권세를 얻어 왕실을 좌지우지할 것을 두려워해 인현왕후의 죽음의 원인을 장희빈에 덮어씌워 제거하려 했으리라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작가는 역사에 기록되거나 기록되지 않은 여러시대 여인들의 이야기를 모아 여러가지 관점에서 이야기 하고있다. 그것은 사랑이 될수도 있고 권력이 될 수도있고 나라를 위한 희생이 될 수도 있다. 역사는 남자들의 이름위에서만 만들어진게 아니다. 여인들의 희생이 사랑이, 아니면 실제 정치나 사회무대에서의 활약이 역사를 같이 만들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역사속에서 기억되거나 기억되지 않은 여인들의 삶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만날 것이다.




*출판사 혜화동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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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
드로 미샤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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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 장르 전체를 와해시킨 심리 서스펜스라는 평을 듣는 이 작품을 꼭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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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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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야 보석점 살인사건을 둘러싼 과거와 미래의 사건.

경쾌하고 리듬감 있는 터치의 복고 미스터리.

소설은 사건의 중심에 있게 될 하나야 보석점을 처음 장면에 그대로 노출시킨다. 주인공인 교코가 동경과 갈망의 눈빛으로 그 보석점 안을 쳐다본다. 과연 그녀는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계획은 이루어질까?


행사나 파티에서 내빈을 안내, 접대하는 컴패니언이라는 직업을 가진 교코는 얼마전 파티에서 다카미 부동산회사의 전무 다카미 슌스케를 신분상승이라는 자신의 꿈을 이뤄줄 남자로 점찍는다. 젊고 잘생긴데다 능력있고 돈도 많다. 오늘 하나야 고객 감사파티에 그가 참석하는 것을 알고 그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작업을 건다. 행사가 마친 후 우연히 호텔 라운지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는 다카미를 보고는 동행하고 있던 동료 에리를 먼저 보내고 그와 커피를 같이 마시는데…….


203호실이라고?

이상하다, 라고 교코는 생각했다. 그곳은 오늘 컴패니언 대기실로 사용했던 방이 아닌가. 어째서 에리가 그 방에 다시 돌아갔고 게다가 거기서 죽었다는 것인가.

-p.30


집에 간다고 먼저 호텔문을 나섰던 에리가 잠시 후 컴패니언의 대기실로 썼던 203호실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왜? 어째서? 그녀는 집에 가려고 호텔을 나섰었잖아. 자살인가? 타살인가?

더군다나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교코가 속한 밤비 뱅큇 사장 마루모토 히사오란다. 평소에는 파티장에는 나오지 않는 사장님이 왜? 에리의 죽음이 자살로 거의 결론나고 있지만 본청 수사1과의 시바타는 죽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자살이 아니라면 호텔방 안쪽에 걸려있던 도어체인은? 시바타는 밀실살인 사건의 가능성도 염두에 둔다. 교코는 무슨 미스터리 소설이냐며 웃어 넘기려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미궁의 사건 해결, 이제 시작이다.

사건은 단순 자살 사건인 듯하지만 점점 더 다른 사건과의 예기치 않은 연관성을 보이며 과거 사건까지 다시 표면위에 떠오르게 된다.

얽히고 설킨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 돈, 복수, 과거 사건과의 연관.

모든 것이 이 한권의 소설책에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지만 사건 해결과정을 결코 무겁고 음울하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소설이 쓰여진 시기에는 최신이었겠지만 지금은 이름조차 생소할 수 있는 자동차 내부 전화, 워크맨, 전자 주소록 등의 제품이 등장하여 이 소설의 배경인 1980년대 후반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녹음기능이 있는 집전화와 여가수 티파니도. LP판이나 CD에 있던 음악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하던 것도 옛 추억중 하나.

확실히 이 소설은 예전 과거의 향취가 많이 묻어 있어 복고 미스터리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신분 상승을 위한 교코는 자신이 찍은 부자 남자들 앞에서와 시바타 앞에서의 행동이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차이가 결코 밉지 않고 사랑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교코가 현실을 직시해서 츤데레 스타일의 시바타와 잘되기를 은근히 바라면서 소설을 읽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근 소설들을 읽어봤던 독자라면 이 소설이 너무 가볍다라고 느껴질 수가 있겠지만, 이것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결코 정체되어 있지않고 나날이 발전하는 작가라는 사실의 증거 아닐까?


사건은 어떻게 해결될까? 교코의 계획은 실현이 될까?



*출판사 하빌리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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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 우리가 외면한 또하나의 문화사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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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 중 밤에 일어난 일은 아주 많을 것이다. 밤에 대한 기록의 광맥. 어둠의 역사를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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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 소설 대환장 웃음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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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작정하고 유머소설을 썼다?

게임 끝!!

언어유희를 사용하는 유머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번 생각하게 하는 유머, 블랙유머를 좋아해서 그런지 「왜소 소설」은 딱 취향 저격의 소설이었다.

띠지에 출판계의 민낯을 까발린다고 해서 출판업계의 비리를 희화화시킨 소설인가 하고 예상하고 읽었다. 하지만 뜻밖의 유쾌한 소설을 만나게 되서 완독 후 기분이 시원하고 좋았다.

이 소설은 단편소설이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규에이 출판사를 중심으로 관련인물들의 시점에서, 각 편마다 화자가 바뀌면서 소설이 전개된다.


"그렇습니다. 그 작품은 영상물 제작에 관한 사항이 이미 모두 결정됐습니다."

실은 아직 계약서를 쓰지 않았지만, 귀찮아질까 봐서 고사카이는 그렇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포기할 수밖에 없겠군요.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p.75


자뻑에 빠진 신인작가에게 온 인생 최대의 기회가 아무런 악의없는 인물에 의해 무산될 때, 작가는 불쌍했지만 뒷통수 치는 반전 때문에 웃었다.


가라카사가 김이 샌 표정을 지으며 네, 하고 대답했다. 꼴좋다고 아타미는 생각했다. 오늘 가와하라 미나가 보인 태도로 가라사카가 자신에게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리라.

아타미는 파티가 끝난 후 그녀를 어딘가로 데려갈 작정이었다. 둘만 있는 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밝히겠다고 결심한 터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로포즈까지…….

-p.138


혼자 김칫국을 마시는 작가를 보면서 아련하면서 손가락이 오그라들면서 웃겼다.


그러고서 검은 그림자는 여류 작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다름 아닌 시시도리 편집장이었다. 그는 옆구리에 분홍색 가방을 끼고 있었다. 가방 쟁탈전에서 승리한 모양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시시도리가 재차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이 시시도리의 책임입니다."

-p.25


시시도리는 약간은 비굴하면서도 뻔뻔하게 작가들에게 대시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지만, 그것은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모습일 것이다. 우습기도 하지만 읽으면서 출판업계의 노고에 대해 알 수 있었고, 하향곡선을 그리는 출판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연재소설들은 아오야마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든 역시 초고 수준이라고 생각되는데, 작가들은 초고를 출판사에 팔면서 수치스러워하지 않나요? 또한 출판사는 초고인 줄 알면서 문예지에 게재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나요? 그렇지 않으면 어차피 연재소설 따위를 읽는 독자는 없다면서 작가도 출판사도 독자를 우습게 여기는 건가요?

-p. 208~209


아들은 아버지가 출판사에서 생산성없는 일을 한다고 비판하지만 실은 출판업계의 생리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식 웃다가 갑자기 순간 울컥하는 잔잔한 감동도 같이 있는 소설이다.


맞은편 장지문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쳐 보였다. 오요소 부부인 듯 했다. 그 두 그림자가 불쑥 하나로 합쳐졌다.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p.292


아직까지도 소설의 이 부분이 떠오르면 그 장면이 그려져서 눈물이 맺힌다.

아!! 평범한 아버지 스와 미쓰오의 에피소드에서도 눈물이 났었구나. 그리고 믿어준 데 대한 결과가 좋아서 또 한번 울컥.


「왜소 소설」의 에피소드들이 전부 소중하게 다가와서 어느 이야기가 좋다 꼭 집어 말할 수가 없다. 출판사의 일이 '그냥 책만 인쇄해 내는 곳이 아니구나' 라는 것도 다시금 잘 알게 되었고, 좋은 책을 펴내기 위한 출판사 직원들의 노력을 일부나마 볼 수 있어서, 그런 노력으로 만들어진 책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유머와 감동을 동시에 경험하고, 오래 간직하고, 꺼내보고 싶은 사람들은 반드시 이 소설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지금 완독 후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커피 한잔 마시다가,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다가, 신발 신다가 갑자기 불쑥불쑥 이 책의 에피소드들의 재미와 감동이 머릿속에 확 스쳐 지나간다. 이 서평을 읽는 여러분도 이 느낌을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 재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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