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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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폭력의 역사를 오래된 가옥과 죽은 자의 ‘하지 못한 말’에 새김한 조예은식 호러 문법은 이토록 탁월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외증조모의 죽음은 참으로 기이하다 할 수밖에 없겠다. 뇌출혈로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었던 외증조모는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일어설 수조차 없어 하루의 대부분을 침상에서 보냈다. 휠체어 없이는 본채로 나서기도 힘들었던 그녀가 어떻게 폭풍우가 몰아치는 그 새벽, 간병인도 없이 홀로 별채에 나갈 생각을 했을까. 마치 별채 저 밑에서 들려오는 어떤 소리를 들으려 한 듯 바닥에 한쪽 귀를 바짝 댄 기이한 자세로 죽음을 맞으신 것 역시 미스터리한 일이었다.




‘별채. 떠올려보면 그곳은 이 집을 둘러싼 음습함과 불길함의 

진원지였다.’ / 9p



  조예은의 소설 『적산가옥의 유령』은 외증조모의 기묘한 죽음으로부터 10년이 흐른 뒤, 유산으로 적산가옥을 물려받은 운주가 별채를 둘러싼 옛 기억을 회상하는 데서 시작한다. 외증조모는 자신 외에는 아무도 별채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면서, 별채 저 문 너머에 존재하는 어떤 불길한 기운과 그에 대한 비밀을 끝끝내 밝히지 않은 채 돌아가셨다. 그래서 끔찍한 운명과 비극으로 향하는 입구처럼, 운주에게 있어 별채는 늘 불편하고 두려운 존재였다. 언젠가 운주는 외증조모에게 왜 이곳을 없애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외증조모는 이렇게 말했다. 별채의 주인은 따로 있다고, 안에 누군가 살고 있는데 건물을 부술 수는 없다고.




본채와 별채가, 수도관과 정원과 나무 기둥이 하나의 기관처럼 이어져 유기적으로 숨과 기억을 주고받는다. 그런 집은 자신의 벽에 깃든 모든 역사를 기억한다. 안에 살던 사람은 죽어도 집은 남는다. 오히려 죽음으로써 그 집의 일부로 영원히 귀속된다. 먼저 무너뜨리지 않는 한 집은 누군가의 삶을 담으며 존재한다. / 10p







  가네모토 유타카. 운주가 그 망령을 본 건 외증조모의 유언대로 적산가옥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별채에서 들려오는 어떤 저항할 수 없는 소리와 힘에 이끌린 운주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망령의 퀭한 두 눈동자와 마주친다. 수 세대에 걸쳐 적산가옥에 머물러 있던 유타카의 망령을 본 뒤로, 운주는 자신이 미쳐가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믿을 만큼 쇠약해져간다. 그렇게 종종 꿈과 망상 속을 헤매던 운주는 점차 적산가옥과 별채를 둘러싼 처참하고도 끔찍한 비밀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망령이 손짓하는 바로 그곳에, 자신의 운명마저 위태롭게 서 있음을 깨닫는다.



그 연못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나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서 다시 그곳을 응시했다. 모습은 보다 선명해졌다. 열다섯 살이나 되었을 법한 어린애의 몸이었다. 작고 왜소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그 순간, 불현듯 목덜미에 한기가 일었다. 달빛조차 없는 정원에서 나는 저 인영을 어떻게 알아본 걸까? / 68p


“그럴 일은 없어. 나도 아버지도 곧 줄을 거거든.”

소년이 내게 바짝 얼굴을 붙여 왔다. 손목을 붙잡고, 귓가에 짓궂은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나는 그때 그가 한 말을 얼마가 지나서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내가 죽일 거야.” / 95p








   1930년대. 일본이 토지 약탈을 위한 조사사업을 끝내고 한창 산미증식계획을 펼쳤던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가문의 괴기한 수수께끼와 폭력과 광증의 역사를 적산가옥이라는 공간 안에 정교하게 축조해낸 수작이다. 마치 비명을 지르듯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낡은 일본식 가옥과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별채가 주는 이질감, 여기에 피처럼 붉은 벨벳 소파와 꾸불꾸불한 내장을 훤히 드러내고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채 죽은 잉어 한 마리 같은 이미지들이 시종 음산하고 기분 나쁜 기운을 뿜어내며 독자의 신경을 자극한다. 한편 ‘집은 자신의 벽에 깃든 모든 역사를 기억한다’는 외증조모의 일기글처럼, 처절한 폭력의 역사를 오래된 가옥과 죽은 자의 ‘하지 못한 말’에 새김한 조예은식 호러 문법은 결국 코끝을 아릿하게 만든다.



  역사와 미스터리, 초자연적인 현상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조예은표 호러에 푹 빠져 읽었다. 장르적 재미와 문학적 완성도까지 잘 쌓아올린 작품으로 이 여름에 가장 탁월한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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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 발랄 고영희 1 - 엉뚱한 계산 실수를 찾아라! 똥꼬 발랄 고영희 1
다영 지음, 김윤정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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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교과와 일상 속 수학 개념을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어린이 수학 동화!






  들어는 봤나~ 세계 정상의 아이돌에 도전하는 인플루언서 고양이, 아니 ’고영희’!

  아이돌 지망생인 고영희는 할리우드에서 열리는 지상 최대 아이돌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가는 길마다 수학 때문에 곤경에 처한 이들이 나타난다. 덧셈 받아올림을 정확히 하지 않아서, 자리에 맞춰서 계산하지 않아서, 나누는 수와 나머지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큰 수 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들은 모두 큰일 날 위기에 처해있다.



  오디션에 가려면 한시가 바쁘지만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었던 고영희는 올바른 수학 계산법을 활용해 이들을 구해내는데! 고영희가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교과서 속 수학 개념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수학 동화 『똥꼬발랄 고영희』를 만나보자.










수학과 친해지는 재미만점 초등 수학 동화



  『똥꼬발랄 고영희』 시리즈 첫 번째 책 ‘엉뚱한 계산 실수를 찾아라’ 편에서는 초등 3학년, 4학년 수학 교육 과정 속 덧셈과 뺄셈, 곱셈과 나눗셈 그리고 큰 수 개념이 등장한다. 덧셈과 곱셈을 할 때는 같은 자리의 수끼리 더해야 하고, 합이 10이거나 10보다 크면 바로 윗자리로 받아올림하여 계산해야 한다는 것, 복잡한 곱셈은 어림셈을 활용해보는 법 등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수학은 교과 공부를 벗어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지식이란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5 곱하기 19은 90이고, 한 벌에 1000원이니까 총 9만 원이에요. 54만 원보다 무려 6배나 작은 값이고요. 일의 자리의 곱은 일의 자리에 쓰고, 십의 자리의 곱은 십의 자리에 써야 하는데 자리에 맞춰 쓰지 않아서 값이 확 커져버렸어요.” / 42p


“언뜻 보면 맞는 계산식 같지만 이번에도 틀리게 계산하셨는데요? 나누는 수가 5인데 어떻게 나머지가 6일 수 있나요? 6은 5보다 큰 수라 더 나눌 수 있잖아요. 나머지가 나누는 수보다 크면 안 되니까 몫은 3이 아니라 4예요. 큐빅을 4개씩 얹을 수 있다고요!” / 73p










  여기에 아이돌 지망생이자 인플루언서인 고양이 캐릭터라니. 유쾌 발랄한 일러스트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져 어린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다양한 책이다. 교과와 일상에 꼭 필요한 수학 개념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수학 동화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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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두통은 꾀병이 아니에요 - 나지훈 교수의 소아청소년 두통 길잡이
나지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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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이의 두통을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두통으로 고통 받는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훌륭한 참고서가 되어줄 책!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이가 두통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꼭 한 학기에 한 두 번씩은 조퇴를 해야 할 만큼 두통을 호소하곤 했다. 아이 아빠가 어릴 때 두통이 심해서 줄곧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기에, 아이도 적잖이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 걱정되었다. 두통도 유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통이란 게 워낙 주관적인 증상인 데다 꾀병으로 의심될 때도 있어서, 상비약인 부루펜 시럽을 먹이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학부모 모임에서 뜻밖에도 많은 가정이 이와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들이 머리 아플 일이 뭐 있어?

공부하기 싫어서 꾀병 부리는 거 아니야?

이제껏 아이의 두통을 그저 심리적인 문제로만 여겼던 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우리 아이 두통은 꾀병이 아니에요』는 국내 유일의 소아청소년 두통에 관한 책이다. 소아청소년 전문의인 나지훈 교수는 소아청소년 두통의 원인과 종류, 증상 및 치료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두통 환아와 가족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두통을 꾀병이나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로만 여기는 현실을 바로잡고, 흔한 질환이지만 증상, 진단, 치료, 예후 면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소아청소년 두통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고자 한다. 지금 당장에는 두통 증세가 없다 하더라도, 자녀가 10세쯤에 이르면 이차성징이 시작되면서 호르몬과 뇌신경의 연결성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이것이 편두통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게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특히 만성 신경학적 질환에서 유전적인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두통도 잘 살펴보면 가족력이 흔하게 있을 수 있으며, 만성편두통 같은 경우에는 유전적인 원인이 일부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가족성 편두통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가 밝혀진 바 있는데, 편두통 환아에게서 이 유전자가 발견되었을 때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약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 37p









  이 책을 읽다보면 두통의 증세나 강도가 유형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두통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일차두통과 이차두통 그리고 통증성두개신경병증 및 기타 얼굴 통증이 그것이다. 흔히 겪는 일차두통은 편두통, 긴장형두통, 군발두통으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도 만성편두통은 두통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개월 중 15일 이상 두통 증상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고 하니 자녀의 두통이 각각의 유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참고하여 치료법에 접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 편두통이 만성화되면 이차적으로 우울감, 범불안장애, 감정표현불능증, 비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섭식장애, 수면장애 등 여러 심리적·정신적 증상까지 동반될 수 있다고 하니 우리 아이의 두통 증세를 마냥 가벼이 여기지 않기를 권장한다.



만성편두통을 지닌 아이들은,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생활습관교정치료, 이차적인 심리적 지지, 가족의 지지 등 많은 부분에 개입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성 두통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혹시 놓칠 수도 있는 이차적인 원인, 다른 질환과의 연관성(예를 들어, 척추의 정형외과적 질환, 만성비염 혹은 축농중, 갑상선질환, 치과적 질환 등)을 계속 의심하면서 폭넓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48p


만성 두통 중에는 긴장형두통도 있는데, 오히려 만성 긴장형 두통이 만성편두통보다 유병률이 더 높으며, 남녀 모두에게 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보통 스트레스와 연관이 많은데, 이차성징기에 있는 아이들은 성호르몬이 급격히 변화하므로,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한 자극과 자기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미숙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긴장형두통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 50p



  책은 각종 두통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예방법과 치료법들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참고해볼 부분은 아이들의 뇌 건강을 돕는 저당식사, 적정 용량의 철분제 복용, 장내 세균의 안정화를 통해 소아청소년 일차두통의 지속적인 관리와 뇌의 안정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 섭취, 뇌의 발달과 안정화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B군 섭취다. 두통이 잦은 아이를 위해 위와 같은 예방법에 신경 쓰고, 긴장형두통을 유발하지 않도록 바른 자세와 꾸준한 운동을 권장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저당식사치료는 뇌의 흥분을 안정화시키고, 항산화 기능, 장내세균총의 개선, 미토콘드리아(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세포 소기관) 기능 강화 등 여러 장점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뇌를 안정화시키는 작용도 할 수 있죠. 저 역시 만성편두통 환자들에게 저당식사치료를 병행하도록 하면서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저당식사치료가 아이들의 뇌 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는 최근 저를 비롯한 많은 뇌과학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 87p


놀랍게도 많은 부모님이 아이의 키 성장을 위해 비타민 D와 굳이 챙겨 먹지 않아도 되는 미량 원소들은 자주 먹이면서, 아이들이 철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철분을 보충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소아청소년의 뇌는 급속 성장을 하기 때문에, 이 시가에 빈혈이 있으면 이로 인한 이차두통이 생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일차두통의 악화, 발달 지연, 성장 지연, 식욕 부진, 집중력 저하, 감정 및 성격적인 문제 등 많은 신경학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소 철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충분히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환경상 쉽지 않을 때는, 적정 용량의 철분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120p









  이 외에도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반드시 챙겨놓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이부프로펜(부루펜) 사용법, 두통의 양상과 강도, 진통제 복용 횟수 등을 기록해 두통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두통일기 쓰는 법, 두통 증상과 치료법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실제 사례 등 소아청소년 두통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소아청소년의 두통은 심리적 문제, 정신적 미숙, 공부하기 싫어하는 꾀병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소아청소년 두통 환아와 가족들에게 적절한 치료법과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책이다. 평소 소아청소년두통에 궁금한 점이 있으셨던 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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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쏙과학 3학년 - 한자 어휘 학습으로 초등 과학 교과서 개념 쏙쏙 익히기 한쏙 과학
박병진 지음 / 북장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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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있다니, 반갑고 고맙다!

한자로 가득한 과학 어휘들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책!






  초등 3학년인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마주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과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많은 학부모들이 추천하는 과학 문제집을 한 권 사두고 한두 장씩 풀어보기는 하는데, 이제껏 접한 적 없는 어휘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니 부모인 나조차도 어질해진다. 게다가 물체, 물질, 분류, 측정, 표면, 퇴적, 완전, 불완전 등 대부분의 주요 어휘들이 한자어라서 단순 암기만으로 아이들이 개념을 올바르게 익힐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부모들의 고민들을 해결하고 아이의 과학 학습 능력을 높여줄 책이 출간되어 반갑다. 한자를 배우며 과학을 공부하는 『한쏙 과학』은 아이가 단어를 읽고 머릿속에서 한자의 뜻을 헤아려 사고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한자와 함께 과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어들을 익히다보면 자연스럽게 과학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해력도 키울 수 있으니 우리 아이들에게 반드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제껏 한자 어휘를 모르고 외우기 중심으로 공부해 온

학생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세요!



하나, 교과 연계 필수 과학 용어를 매일 하나씩 배울 수 있어요.

둘, 과학 용어를 개념부터 어휘까지 일상 속 상황을 통해 친밀하게 만날 수 있어요.

셋, 앞에서 배운 용어를 각 한자마다 뜻(훈)과 소리(음)을 알고 전체적인 뜻을 배울 수 있어요.

넷, 한자의 뜻과 소리를 입으로 말해 보면서 모양을 익힐 수 있어요.

다섯, 앞에서 배운 한자를 교과서 속에서 찾아보면서 전체적은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요.

여섯, 각 단원일 끝날 때마다 배웠던 용어를 문제 풀이로 복습할 수 있어요.

일곱, 한자를 따라 쓰면서 집중력도 높이고 한자를 바르게 쓰는 연습을 할 수 있어요.



  과학(科學)은 자연 현상을 배우는 과목을 말하는 것으로, 과목이라는 뜻의 ‘과목 과(科)’와 배운다는 뜻을 지닌 ‘배울 학(學)’이 합쳐서 완성된 글자다. 또, 관찰(觀察)은 살펴보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 본다는 뜻을 지닌 ‘볼 관(觀)’과 살펴본다는 뜻을 지닌 ‘살필 찰(察)’이 합쳐서 완성된 글자다. 이렇게 한자의 뜻을 이해하며 과학 교과서 속의 어휘들을 접근하다보면 과학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책 한 권에 학년별 1학기, 2학기 어휘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부담 없이 매일 한 자씩 익혀보면 좋을 듯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기 전인 방학 때 미리 이 책을 익혀둔다면 학기 중 학습에 매우 효과적일 듯하다.



  엄마표 공부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우리 아이 과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이 책을 만나서 반갑고 고맙다. 방학 동안 이 책과 관련 문제집을 병행해가며 복습과 예습을 차근차근 준비해봐야겠다. 예비 초등 3학년에서부터 초등 6학년까지, 우리 아이 과학 공부의 기본을 다질 수 있는 교재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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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4.7.8 - no.55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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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선의 안과 밖을 나누는 수많은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경계를 허문 글쓰기의 드넓은 세계를 탐독하는 격월간 문학잡지!





  격월간 문학잡지 『Axt』 55호의 주제는 ‘선 긋기’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주변엔 수많은 ‘선(線)’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태어나 최초로 ‘선(線)’을 의식하기 시작한 건 아마도 놀이였을 것이다. ‘이 선 넘어가면 안 돼’, ‘이 선 밟으면 죽는 거야’ 승과 패는 선에 의해 좌우되며, 선은 공정한 것이라는 믿음을 놀이를 통해 키워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쪽 모두에게 똑바른 선이 그려지고, 이를 기준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공정함을 바라는 것은 일종의 환상’일지도 모른다던 박지수의 글처럼, 선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차별과 혐오, 소외와 배제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음을 또한 목도하게 되었다. 커버 사진인 홍기웅의 <Rule>에서 감각하는 지점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선 밖으로 떨어지면 패배하고 마는 테니스 공의 운명과, 기어코 선 ‘안쪽’으로 진입하고야 말겠다는 우리의 분투가 겹쳐져 보이는 까닭이다.



  나는 문학이야말로 우리 주변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선들을 감지하고, 그 속의 수많은 경계를 허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선을 긋는다면, 선 밖에서 할 수 없어 망설이는 이야기들을 해야만 하는 것이 문학이다. 이번 55호의 주제인 ‘선 긋기’를 통해 우리를 가르고 있는 경계선의 안팎을 들여다보는 일은 독자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읽기가 될 것이다.



저는 제가 쓰는 모든 글이 시가 되길 바라요. 그러면 결국 모든 것이 될 수 있거든요. 보이지 않는 경계와 선을 지우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감추려 함으로써 그 존재를 더욱 현현하게 드러내는 것이 시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시의 역할이라고, 지금은 믿고 싶어요. / 박참새 시인의 인터뷰 중에서 18p








  이번 호에서는 천쓰홍의 소설 『귀신들의 땅』을 읽고 황인찬 시인과 홍칼리 무당, 김수현 서점원이 비대면으로 나눈 채팅이 인상적이다.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세 분의 가이드에 따라 인간과 귀신, 비퀴어와 퀴어, 도시와 시골,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등 다양한 경계를 가로지르며 선의 바깥에 놓인 등장인물들에 주목하여 읽었다. 이를 통해 ‘말할 수 없어’ 고통스러운 이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하지 못한 말이 있는 곳에 진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판 『시녀 이야기』에 가까운 황모과의 「브라이덜 하이스쿨」도 기억에 남는다. 일부다처제인 사회를 배경으로, 정숙한 여성을 길러내는 신부 양성학교 ‘요조 브라이덜 하이스쿨’의 화장실 청소부원으로 빙의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독특한 소설이다. 다소 황당한 설정에 얼마간 의아하다가도, ‘이야기’를 지음으로써 소녀들을 해방시키고 죽은 주인공의 역할을 이어가는 베키를 통해 가슴 벅찬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새롭게 연재를 시작한 김숨의 소설 「초대」는 벌써부터 완결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섬이란 무대를 배경으로 숨 막히는 개인사가 종횡무진 펼쳐지는데, 어쩐지 그 끝에 차마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가슴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다.



잘 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세계가 낯설기 그지없는 얼굴로 돌진해오는 순간을 포착하는 게 소설이라면. 낯설기 짝이 없던 세계가 무섭도록 익숙한 얼굴로 돌변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게 소설이라면. / 너는 별을 보자며, 김경욱의 소설 중에서 158p


섬에서는 인간이든, 짐승이든, 식물이든 사는 게 만만치 않다. 섬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은 것들은 소름끼치도록 기괴하고 흉측하다. 여자는 신이 있다면, 그리고 그 신에게 눈이 있다면 인간인 자신 역시 흉한 모습일 것 같다. / 초대, 김숨의 소설 중에서 219p


“해,해녀들이 그,그래도 사,사공을 위,위했어. 바,바다에서 마,막 딴 전,전복을 머,머,먹으라고 줘…… 뭐,먹고 기,기운 내라고…… 바,바다 위,위로 오,오,올라올 때 여,여자들 어,얼굴을 보,보면 저,전복을 머,먹을 수가 어,없어…… 바, 바닷속에서 수,숨을 차,참느라 요,용을 쓰,쓰고 난 어,얼굴을 보,보면 아,안쓰러워서 바,받아 머,먹을 수가 어,없어…….” / 초대, 김숨의 소설 중에서 219p









  경계를 허문 글쓰기의 드넓은 세계를 탐독하는 격월간 문학잡지로 이번 호 역시 묵직하다. 다음 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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