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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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하루 속 다정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힐링이 되어줄 책!

상처 입은 말들, 상처 준 말들, 카페 도도에서 모두 날려 보내세요!





  역에서 곧장 이어지는 언덕길을 올라 첫 번째 교차로 맨 끝 골목길에 다다르면, 울창한 나무숲에 둘러싸인 비밀스러운 카페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1인 전용 카페 도도.’ 카페 주인인 소로리는 오늘도 단 한 사람을 위한 맛있는 디저트와 차를 정성껏 준비하여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자신만의 속도와 정답을 찾아줄 스패니시 오믈렛, 내 몸에 묵혀 있던 상처와 이별시켜줄 오이 포타주, 만회의 시간을 되돌려줄 버섯 아히요, 자신감을 주는 앙버터 토스트에 이르기까지. 남에게 상처 준 말도, 내가 상처받은 말도 소로리의 신비로운 요리 하나면 말끔하게 풀리는 이곳, 카페 도도로 발걸음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어서 오세요. 카페 도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상처난 마음에 따스한 불빛을 밝혀주는 힐링 소설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가 두 번째 책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작품에도 나이와 직업이 저마다 다른 여성들이 카페 도도를 찾아온다. 성격이 급해서 일처리는 빠르지만 꼼꼼함과 세심함이 부족한 자신이 늘 못마땅한 가호, 자신은 진지하게 여기는 일을 그저 그런 일로 하찮게 여기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주눅이 들곤 하는 하즈키, 상대방이 무심코 뱉은 위로와 배려에 자주 상처를 받곤 가즈키, 아이 없는 부부로 사는 고충과 업무에서 배제될 위기 앞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유나, 외모에 자신이 없고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는 피해 의식이 심한 아카리. 이들은 모두 팬데믹 시대 속을 살아가는 도시 여성들로,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을 토로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들이다.



선배랍시고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도 있다.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고 하면 속으로 더 욕을 하겠지. 얼굴에 세팅해놓은 미소를 보이며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계속 장식품 역할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같은 나이의 사회인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을 만한 스킬을 하즈키는 갖추지 못했다. 자신의 존재가치는 뭘까? 살아가는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 57p


 

실패를 거듭해도 배우지 못하는 자신과 달리 몇 번이나 도전하는 자세에 감동한다. 가호는 결과를 당장 보고 싶은 나머지 서두르다 결국 실수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 69p


아이가 있는 게 당연하다는 말을 들으면 정작 본인은 싫어하면서, 아이가 있어서 우대받는다는 단정적 말들을 다에코에게 쏟아붓고 말았다. 결혼한 사람이 혼자 살아서 좋겠다고 가볍게 말하는 거나 그 반대의 경우나 배려 없는 말인 건 매한가지다. 실제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도 많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들을 입 밖으로 쏟아내곤 한다. / 170p










  이들은 어디에서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소로리의 특별한 디저트를 먹으며 일상에 새로운 힘을, 상처난 마음에 위로를 얻는다. 가호는 자기만의 레시피에 도전하고 도전하여 완성한 소로리의 오믈렛을 먹은 뒤 자기만의 페이스와 기준을 찾는 법을 일깨운다. 가즈키는 싫다고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어물쩍 넘기지 않는 법을, 아카리는 존재에서 의미를 찾는 게 아니라 의미가 있으니까 존재하는 것이란 중요한 가르침을 얻기도 한다.



“타인과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으니까.”

깃발 옆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무쓰코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소로리는 세웠던 깃발을 빼낸 다음 무쓰코에게 시폰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서 건넨다.

“인생은 자기만의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서로 나누면서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 244p











  문득, 나도 가족을 위해 오늘의 레시피에 응원과 위로의 문구를 달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말을 하게 해주는 달고나 토스트야~ 속상한 마음을 덮어줄 돈까스 덮밥이야~. 거창한 조언 대신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과 그 안에 위로 한 스푼을 얹은 다정한 한 마디만으로도 누군가의 시름을 달래줄 수 있다는 걸 소로리를 통해 배웠으니까. 고단한 하루 속 다정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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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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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두 세계 간에 교류가 일어날 때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린 시절, 우리가 꿈꿨던 동화를 이제야 만난 것 같은 느낌!





  소설의 배경인 1900년대 전후는 그 어느 때보다 이성과 합리성이 강조되었던 시대였다. 하지만 유색인들을 향한 차별과 여성들의 권리를 극도로 제한하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했다. 이를 테면 로크 씨와 같은 부유하고 힘 있는 백인들이 힘들게 일하고 헌신한 덕분에 삶의 질이 개선되었고 질서가 안정되었으며 야만적인 식민지가 문명화되고 있다고 믿었던 때였다.



  주인공인 재뉴어리는 당시 전혀 인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여성이자 유색 인종이었으나, 고고학 협회 회장인 로크 씨에게 고용된 아빠가 세계 도처에서 보물을 발굴하는 일을 하는 덕분에 로크하우스에서 안정적인 보살핌을 받고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과 변화에 대한 갈망이 컸던 재뉴어리는 현실에 순응하고 착한 아이로 살 것을 요구하는 로크 씨의 엄격한 태도에 점점 반항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무렵, 재뉴어리가 ‘푸른 문(Door)’을 발견한 건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문(Door)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 문은 여기와 저기, 우리와 그들, 평범과 마법이 나뉘는 분기점이다.

문이 열리고 두 세계 간에 교류가 일어날 때 이야기가 시작된다. / 8p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푸른 문’을 발견하게 된 재뉴어리는 연이어 아버지가 남긴 책 《일만 개의 문》에 얽힌 비밀과, 자신에게만 있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게 된다. 하지만 사사건건 이를 방해하려는 세력이 나타나고, 마침내 재뉴어리는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과연, 재뉴어리는 사랑하는 이들을 되찾고 엄격했던 자신의 세상을 부수고 나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지금은 그 중간 지대를 문지방이라고 부른다. 문지방(Threshold)의 T는 두 공간을 가른다. 문지방은 위험한 곳이다. 이곳도 저곳도 아니며, 문지방을 넘는 행위는 곧 도중에 날개가 돋을 거라고 순진하게 믿으며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머뭇거리거나 의심하면 안 된다. 중간 지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 22p


“얘야, 힘은 말이다, 언어란다. 또한 지형과 통화이기도 하면서 유감이지만 피부색이기도 해. 이건 네가 개인적으로 기분 나빠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야. 그냥 이 세상의 순리다. 이 사실에 빨리 적응할수록 좋아.” / 70p


낯선 흑인 남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만행을 묘사한 칼럼도 읽었고, 백인 여자를 원하는 그들의 욕망을 그린 만화를 보기도 했다. 만화에서 본 흑인들은 하나같이 괴물 같았고, 팔에는 털이 숭숭 났으며 넝마 차림에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 88p


그렇다면 다른 세상의 본질은 무엇일까? 앞 장에서 알게 되었듯이 다른 세상은 끝없이 다양하고 늘 변하며 종종 우리가 사는 세상의 관습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세상 관습을 우주의 물리 법칙이라고 부를 정도로 오만하다. 붉은 피부에 날개 달린 남녀가 사는 세상도 있고, 아예 남녀라는 성벽 없이 그 중간 어디쯤 해당하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세상도 있다. / 199p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억압된 환경 속에서 자라난 소녀 재뉴어리가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발견하면서 잃어버린 가족과 자유로운 미래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판타지 소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문’ 즉, ‘포털’은 이 소설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장치로 활용된다. 다른 세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문이 열리고 닫히면서 연이어 벌어지는 위기와 극복의 여정은, 변화와 저항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향한 인간의 열망과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문은 그저 ‘발견’되는 것인 줄 알았지만, 스스로 열쇠가 되어 문을 ‘만드는’ 설계자로 성장하는 재뉴어리의 모습은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갈망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나의 피 자체가 일종의 열쇠요, 내가 새로운 이야기를 직접 써 내려갈 수 있게 해주는 잉크였다. / 271p








  역사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과 잘 벼린 이야기의 힘에 꽉 사로잡힌 채 읽었다. 무엇보다 아직 내가 가보지 않은 세계로 향하는 문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힘이 되어 줄 작품이다.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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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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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자신의 결함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졌다!

인류에 관한 아주 지적이고 놀라운 통찰력을 선사하는 책!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사람은 합리적 동물이라고 흔히 일컬어져 왔다. 나는 평생 동안 그 증거를 찾으려고 애썼다.”고 말한 적 있다. 우리는 종종 진화라는 이름으로 쓰인 인류의 역사가 늘 최선의 방향과 성공적인 결과를 좇아 발전해왔다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인류의 진화는 우리가 지닌 생물학적 결함을 보완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이자, 우리가 가진 기능과 결함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임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진화의 진정한 가치는, 본질적으로 연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그것을 뛰어넘고자 한 거듭된 시도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인류가 자신들이 지닌 생물학적 결함과 한계를 딛고 어떻게 문명과 세계사를 형성해갔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저작이자, 우리에게 새로운 인류학의 프레임을 제시하는 이 책은 그래서 더 유의미하다.





결함과 제약을 극복해가며 쌓아 올린 경이로운 인류의 역사





  진화심리학자인 니컬라 라이하니는 인류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서식지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로 “협력”을 강조했고, 진화인류학자인 브라이언 에어도 생존과 직결되는 인류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다정함, 즉 친화력”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루이스 다트넬 역시 인류가 문명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유례없는 수준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사회성 소프트웨어가 뇌에서 발전되었음을 주장한다. 책의 첫 장인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에서는 인류가 상호 이타성(협력, 공정성), 간접 호혜성(뒷담화, 잡담)으로 대표되는 사회성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정교하게 발전시켰고, 또 이를 통해 문명이라는 거대하고 잘 협응된 체계를 유지시킬 수 있었는지를 설명한다.




간접적 호혜성은 아주 정교한 형태의 인간 협력인데,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이 필요하다.

우선 당사자들 사이에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것과 어느 쪽이 관대하게 또는 이기적으로 행동했는지를 목격한 목격자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행동에 관한 정보가 전체 집단의 공통 정보 풀에서 공유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뒷담화를 해야 한다. 만약 어떤 개인이 이기적으로 이득을 챙기고 남을 돕지 않아 산뢰할 수 없다는 평판을 받으면, 공동체 구성원들은 다음에 그 사기꾼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오더라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 45p



진화는 자신의 평판에 깊이 신경 쓰게 하는 인간 심리를 만들어냈고, 뒷담화는 우리를 공정하게 행동하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 46p










  두 번째 장 ‘가족’에서는 우리의 독특한 생식 행동이 어떻게 가족을 탄생시켰고, 여러 문화의 왕조들이 후계자를 확보하는 과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살펴본다. 여기에서 장자 상속은 귀족이 소유한 토지 및 작위와 특권이 분할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장치로 사용되었고, 정치권력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방식에 있어서 일부일처제와 일부다처제와 같은 생식 체계가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질병 생물학(감염병, 유행병)이 인류의 역사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살펴본 3장과 4장을 특히 관심 있게 읽었다. 흑사병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구학적 재앙임에 틀림없지만, 노동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서유럽과 북유럽 지역의 봉건 제도를 종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당시 인구 과잉 상태에 빠져 있던 유럽을 임금 상승과 생활수준 향상, 사회적 이동성 증가로 더 다양한 사회와 경제 상태로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결과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해본 우리로서는 감염병과 유행병이 때로는 인류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만큼은 간과할 수 없을 듯하다.



많은 인지 편향은 우리 뇌가 연산 능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발견법이라 부르는 단순한 경험 법칙을 사용해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려고 시도하다가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효율적인 인지적 지름길에 해당하는 방법인 발견법은 시간 제한이 있거나 정보가 불완전할 때 시간을 절약하는 일련의 요령을 사용해 모든 데이터를 일일이 완전하게 처리할 필요 없이 빠른 결정을 내리게 해준다. / 353p


한 개인은 아주 나쁜 추측을 할 수 있지만, 독립적인 추측을 하는 사람이 아주 많으면, 확산돼 있던 오차들이 놀랍게도 정확한 답을 향해 수렴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판단과 결정도 집단이 내린 것이 더 합리적이고 인지 편향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모두의 뇌에 깊이 뿌리박힌 편향들이 무작위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즉, 그 편향들은 체계적이다. 이것들은 모든 사람에게서 똑같이 적용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아놓은 집단에서도 오차가 상쇄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지 편향은 그것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368p










  이 외에도 인구, 우리 뇌가 기능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물질(알코올, 카페인, 니코틴, 아편), 유전 부호에 존재하는 결함들(돌연변이), 다양한 인지 편향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되다』는 인류의 진화와 역사에 관한 총체적인 지식이 담겨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결함과 제약을 극복해가며 쌓아 올린 인류의 장대한 역사를 이토록 명쾌하고 훌륭하게 소개한 책이 또 있을까. 무엇보다 생물학자로서 인간의 본성과 생물학적 특징들을 탐구하고 분석한 루이스 다트넬의 통찰력은 전작인 『오리진』과 더불어 매우 강렬하고 강력하다. 루이스 다트넬의 팬으로서, 『총, 균, 쇠』, 『사피엔스』와 더불어 인류학에 관한 새로운 고전으로 널리 소개되고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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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양말이 사라졌어 스콜라 어린이문고 41
황지영 지음, 이주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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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며 잠든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사랑스러운 이야기!





  아침부터 규리는 사라진 귤 양말 한 짝을 찾으러 온 집 안을 돌아다녔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한 코 한 코 직접 떠준 세상에 하나 뿐인 귤 양말 한 짝이 사라진 것이다. 엄마는 여름에도 발이 시리다며 기어코 두꺼운 털 양말을 신으려는 규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규리에겐 할머니의 귤 양말이 무척이나 소중했다. 부모님에게 혼났을 때, 같이 놀 친구가 없을 때, 아무도 자기 마음을 몰라줄 때 포근한 귤 양말만이 규리를 위로해주었기 때문이다. 두툼한 할머니 손이 규리의 시린 두 발을 꼬옥 감싸 주는 것 같았으니까.




“난 눈물 도깨비 루이야. 

이 집에 고인 눈물을 닦으러 왔어.” / 19p




  모두가 잠든 밤, 화장실을 가던 규리는 자신의 귤 양말을 신고 거실을 돌아다니던 도깨비 루이와 마주쳤다. 눈물 도깨비 루이는 규리의 눈물이 가득 찼기 때문에 눈물 주인의 양말을 신고 걸어 다니며 바닥에 고인 눈물을 닦는 거라고 했다. 오늘 하루 할 일을 마친 루이가 다시 도깨비 나라로 돌아가려는 찰나, 규리는 귤 양말을 돌려 달라고 부탁했다. 루이는 양말을 도깨비 나라로 가지고 가야 했지만 간절한 규리의 부탁에 마음이 약해져 양말을 놓고 가기로 했다. 대신 절대로 양말을 신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서.











  하지만 다음 날, 발이 너무 시렸던 규리는 그만 루이와의 약속을 어기고 양말을 신어버렸고, 규리 때문에 반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과연 규리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눈물이 멈추지 않는 친구들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양말로 꾹꾹 눈물을 닦아

찰랑찰랑 눈물 호수를 채우지

눈물 호수에서 태어난 눈물 도깨비

눈물이 넘치는 곳에는 우리가 있지

눈물을 닦는 눈물 도깨비 / 66p




  『귤 양말이 사라졌어』는 눈물 나라에서 온 도깨비가 인간들의 눈물을 닦아주러 밤마다 조용히 인간 세상에 찾아온다는 따뜻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동화책이다. 눈물 주인의 양말 한 짝을 신고 바닥에 고인 눈물을 꾹꾹 닦아 가져가는 일을 하는 도깨비 루이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어 외로운 규리가 우연히 만나 슬픔과 고민을 회복하는 멋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홀로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며 잠든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이야기라 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예지가 전학 가니까 친구가 하나도 없고…….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건 어렵고…….”

“몰랐어. 말을 하지! 나랑 같이 놀면 되잖아. 흐흐흑.”

다미가 흐느끼며 말했어.

“맞아! 나랑도 놀면 되는데…….” / 76p








“티 내도 돼! 엄마, 흘릴 눈물은 흘려야 된대.” / 103p



  이 책은 흘릴 눈물은 흘려도 된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슬픔은 삼키는 것이 아니라 엉엉 울어서 나를 떠나보내야 하는 거라고. 슬픔을 말할 길이 없어 홀로 시린 발을 견디는 게 아니라 슬픔에 잠기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의 눈물 도깨비가 되어주어야 하는 거라고. 언젠가 즐겨 신던 양말 한 짝이 사라진다면 어디선가 눈물 도깨비가 나타나 내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거라고 믿어보는 건 어떨까. 슬픔이 더 이상 슬픔으로만 머무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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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키비움 J 블루 - 그림책 잡지 라키비움 J
제이포럼 외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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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림책의 세계를 담아!





  세상에, 이렇게 멋진 그림책 잡지라니! 『라키비움 J 블루』를 접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이 쏟아졌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그림책 도서관을 누비는 황홀한 경험을 하는 듯했다. 장담하건대,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누구라도 그림책의 세계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을 품은 무한한 그림책 세계




파랑은 한껏 멋 부린 공작새의 왕관에서 반짝거리고,

계곡 물 속에서 세차게 흘러가요.

블루베리로 물든 푸른 입술에서 소금 맛이 나요.

소금은 깊고 검푸른 바다에서 나오고,

바다는 하늘을 무한히 비추는 거울이지요.

- 《자연의 색깔》, 그린북 / 29p



  『라키비움 J 블루』는 그림책과 독자들을 연결하는 아주 특별한 그림책 매거진이다. 도서관(Library)와 기록관(Archives) 그리고 박물관(Museum)의 의미를 더한 ‘라키비움(Larchiveum)’이란 이름처럼, 세상을 품은 무한하고 아름다운 그림책 세계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번 블루 편의 주제는 여름에 걸맞게 ‘파랑’이다. 파랑과 관련된 그림책이 이렇게 많았던가, 싶을 만큼 다양한 기분과 감정을 담은 파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우울함을 묘사하는 파랑에서부터 눈부시게 청량한 파랑까지.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파랑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가는지 내 마음의 선택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추천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소개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 주는 일명 감정 그림책이 그것이다. 어린이들은 여러 경험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이해한다. 나의 감정을 인식하고 여러 감정을 구분하며 적절하게 표현하는 경험은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자 동시에 건강한 사회생활의 시작이다. 감정을 알아야 그에 맞는 올바른 행동을 하고, 타인의 감정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2p


그림책 속 색깔과 감정은 작가가 경험한 색의 느낌일 뿐! 아이들에게 객관식 문제처럼 이 색깔의 감정을 맞춰 보자고 이야기하기보단 색깔과 관련한 어린이들의 경험을 먼저 들어주자. 그리고 그 경험의 느낌을 함께 나누어 보자. 혹시 모르지 않나.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에게 저마다의 추억이 담긴 멋진 이름을 지어 주는 어린이 시인이 우리 집에 살고 있을지. / 26p


초등학생과 논픽션 그림책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읽지 않아도 된다. 휘리릭 책장을 넘기다가 눈에 들어오는 페이지를 ‘보면’ 된다.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며 아이는 관찰력과 표현력을 기른다. 당장은 글을 읽지 않아도 된다. 두 번 세 번 읽다가 궁금해지면 그때 읽어도 괜찮아. 안 읽으면 어떤가. 꽂히는 그림 하나만 걸려도 성공이다. 불멍, 물멍 하듯이 그림멍을 할 수 있는 책이 바로 논픽션 그림책이다. 그렇기에 곁에 두어야 하는 책이 바로 논픽션 그림책이기도 하다. / 41p









  이 외에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옛이야기 그림책과 음악과 미술을 담은 예술 그림책의 매력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 최초로 칼데곳 그림책 상을 수상한 차호윤 작가의 인터뷰와 그림책계의 명작 시드니 스미스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방학을 맞아 그림책을 읽혀주고 싶지만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그림책 식단표를 제안한 이미리·임서연 에디터의 글과, 그림책으로 역사 여행까지 떠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준 ‘그림책 여행’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또 친구 말에 쉽게 상처받는 아이 때문에 고민인 부모들을 위해 발달심리 전문가 이다랑 박사가 소개해준 그림책 《그래서 뭐?》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읽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과 논픽션 그림책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읽지 않아도 된다. 휘리릭 책장을 넘기다가 눈에 들어오는 페이지를 ‘보면’ 된다.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며 아이는 관찰력과 표현력을 기른다. 당장은 글을 읽지 않아도 된다. 두 번 세 번 읽다가 궁금해지면 그때 읽어도 괜찮아. 안 읽으면 어떤가. 꽂히는 그림 하나만 걸려도 성공이다. 불멍, 물멍 하듯이 그림멍을 할 수 있는 책이 바로 논픽션 그림책이다. 그렇기에 곁에 두어야 하는 책이 바로 논픽션 그림책이기도 하다. / 41p


옛이야기는 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필수지만, 인류 전체를 놓고 봐도 그렇심다. 콩쥐 팥쥐 이야기랑 신데렐라 이야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요? 누가 누구를 베낀 걸까요? 그기 아니라 그 동네나 이 동네나 사회가 유지되는데 그런 얘기가 똑같이 필요했기 때문에 비슷하게 생긴 거라요. 오랜 세월 이야기가 살아남아서 전해질 때는 그만큼 그 이야기와 논리가 필요하다는 뜻이죠. 인류의 지혜가 옛이야기, 전래동화 안에 다 스며들어 있고요. 강력한 호소력을 갖고 살아남은 옛이야기 안에는 인간이 수천년간 쌓아 온 상징과 이미지들이 층층이 쌓여 있심다. 인류가 우째 살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가 이거를 제일 쉬우면서도 제일 재미있게 보여 주는 게 옛이야기라요. / 57p








  마지막으로 바코드에도 예술을 담은 멋진 그림책까지, 『라키비움 J 블루』 속에는 곳곳에 설렘 포인트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어떻게 하면 그림책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지, 그림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니 그림책의 세계를 가장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림책에 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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