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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그림 - 화가들의 도시, 파리 미술 산책
제라르 드니조 지음, 김두완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24년 2월
평점 :
파리는 예술 그 자체다!
위대한 화가들이 남긴 유산으로 파리를 여행하는 보물 같은 책!
빈센트 반 고흐는 이렇게 말했다. “저 도시 옆에서는 모든 도시가 작아진다. 파리는 바다처럼 거대하다.”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도시, 거리 그 자체가 예술인 곳 파리! 고흐, 쇠라, 모네, 카유보트 등 18~20세기 회화를 빛낸 화가들 역시 이 아름다운 도시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파리는 그림』은 이 끝없이 펼쳐진 영감과 예술의 도시를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퐁 뇌프, 센강, 에펠탑, 몽마르트르 등 위대한 화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파리의 매력에 금세 황홀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저곳이 오늘의 그림이다.” - 에밀 졸라
책을 펼치자마자, 길게 쭉 뻗은 샹젤리제의 직선 도로가 한 눈에 보이는 그림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귀스트 카돌의 「에투알 개선문에서 본 파리 풍경」이다. 뇌이쉬르센의 입시세 납부소 건물 두 채를 시작점으로 그림 왼쪽에는 아직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몽마르트르 언덕이 보인다. 그림 오른쪽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탑을 비롯해 여러 대형 건축물의 상부가 은근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드넓은 하늘 아래, 1843년의 근사한 파리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이곳은 지금도 파리 여행자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뷰포인트로 손꼽히곤 하는데, 카돌의 그림에 담긴 과거의 파리와 현재의 파리 사이에서 거대한 시간의 간격이 매만져지는 듯하다.
알프레드 시슬레(1839~1899)의 「밤나무 오솔길」 은 이제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계절의 풍광이다. 가족과 함께 세브르에 정착한 이 예술가는 강줄기를 따라 높이 들어선 나뭇잎들의 반짝임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강의 완만한 곡선 안쪽에 자리 잡았다. 근경에서는 풀들이 잔잔히 떨고, 하늘에서는 구름이 바람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걷거나 사륜마차를 탄 산책자들은 이 여름날 아침의 평온함을 즐긴다. 덧없는 행복의 순간적인 정경, 우수가 진하게 배어 있는 이미지다. / 20p
센강에서 ‘세관원’ 루소가 독창성을 자랑한 반면, 귀스타브 카유보트(1848~1894)는 인상주의적 터치를 가미한 절묘한 사실주의를 선보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절묘한 사실주의를 선보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사선으로 펼쳐진 멋진 경치가 돋보이는 「유럽교」다. 생라자르역으로 이어진 폭이 넓은 선로 위를 지나는 유럽교는 봄날의 오전 분위기에 젖어 있다. 화가가 작품 오른쪽 부분에 그늘을 만들어 왼쪽 부분의 빛을 더 부각한 덕분에 처음 이 작품을 보면 감상자의 시선이 더블린 광장을 둘러싼 오스만풍 건물 정면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 34p
파리를 배경으로 한 그림들을 이렇게 엮어놓고 보니, 이 무렵의 파리가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르누아르의 작품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에서 드러나는 자유분방함과 달리, 어린 고아들이 뛰노는 뒷거리의 풍경을 담은 뷔실리에의 「메닐몽탕의 안뜰 내부」에서는 파리 서민들의 쓸쓸하고도 담담한 일상이 엿보인다. 피사로의 그림 「오후의 생토노레 거리, 비의 효과」에서만 하더라도 마차가 다니고 은은한 시적 정취가 느껴지던 파리의 거리가, 30년 후 장·루이 르포르의 그림 속에서는 인파와 교통체증으로 복잡하게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독창성이 돋보이는 귀스타브 루아조의 「바스티유 광장」은 7월 기념비 주변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교통수단과 행인들의 역동적인 광경을 담고 있다. 로마의 트라이아누스 원주에 착안한 7월 기념비는 프랑스 절대주의의 종언을 알린 1830년 7월 혁명의 망자들에게 바쳐졌는데, 그 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조각상이 특히 눈에 띈다. 오귀스트 뒤몽이 만들고 ‘자유의 화신’이라 불리는 이 조각상은 마치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구름의 왕국으로 가려는 듯하다! 폴 고갱에게 따로 조언을 받기도 한 루아조는 이처럼 활력 넘치는 기법을 선보이며 당대의 거대한 흐름과 궤를 달리했다. / 72p
1884년 귀스타브 에펠이 에펠탑의 초안을 마련했을 때, 조르주 쇠라는 수도 변두리의 그랑자트섬에서 본 여름철 일요일의 한가로운 모습을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에는 반사광으로 반짝이는 센강의 눈부신 수면 위를 원색의 돛단배와 작은 보트가 떠다니고, 강가에는 확실한 특징이 있으면서도 비현실적으로 표현된 사람들이 드나든다. 이러한 비현실성은 여러 가지 기법적 요소에서 비롯되었다. 실루엣을 평평하게 하고 잘라 낸 불완전한 모사, 움직임의 부재… 하지만 앞에서 뒤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향하는-첫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이중 소실점의 배치가 가장 결정적이다. / 137p
예술가들이 사랑한, 천의 얼굴을 가진 파리를 감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파리를 배경으로 이처럼 다채로운 화풍을 즐기고,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물 같은 책이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파리의 정수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