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걸스
에마 클라인 지음, 정주연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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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1969년 여름, 히피 집단 속 어긋난 10대들의 질주!

자유와 사랑을 갈망한 소녀들의 상실과 상처의 고백들!

 

 

  1960년대 무렵, 미국에서는 물질문명에 항거하는 반체제 자연찬미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히피’라고 일컬었던 그들은 옷을 되는 대로 입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개방적인 성관계를 가지기도 하는 등 탈사회적인 행동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갔다. 기성사회의 통념이나 가치관을 부정하고 자유과 일탈을 갈망하는 그들의 모습은 특히, 10대들에게 더없이 아름다운 유혹이었을 것이다. 유독 그 무렵이면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꿈꾸기도 하고, 반항을 해보기도 하며, 하루빨리 어른이 되어 ‘내 마음대로’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마련이기에 자연스럽게 그 문화를 동경했을지도 모르겠다. 소설 <더 걸스>의 중심에는 바로 이 히피 문화 속에 방치된 10대들의 왜곡된 자화상이 놓여있다.

 

 

   1969년의 미국 캘리포니아, 열네 살의 소녀 이비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났으나 따분한 일상의 연속, 기껏해야 코니라는 친구뿐인 얄팍한 대인 관계, 어긋나기 시작하는 부모로부터 늘 외로움을 느끼며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공원에서 히피 소녀들의 무리를 목격한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특히,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수전이라는 소녀의 자유로운 옷차림과 행동에 이끌린다. 곧 있으면 엄격한 체제의 기숙사로 들어가 따분한 삶을 살아야 할 이비로서는 어쩐지 야단스럽게 폭발하듯 피어나는 꽃들처럼 생소하고 원초적인 매력을 지닌 수전의 모든 것들에 매료된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녀처럼 누군가를 안달 나게 만들고 설레게 하는 매력이 없었다.

 

 

   이비는 친구 오빠의 무리 속에서 술을 마시거나 헤어스프레이로 머리를 떡칠하기도 하고, 남자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가슴이 살짝 보이도록 노출을 하며 어른처럼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짝사랑하는 친구의 오빠의 눈에 그녀는 여자가 아니었고, 때로 호기를 부리다 괜한 망신만 당하는 수치스러운 제 모습만 발견하게 될 뿐이다. 아마도 많은 10대 소녀들이 한번쯤은 엄마의 화장품과 어른스러운 옷을 몰래 입어보고, 나도 마실 줄 안다며 이른 술이나 담배를 손에 대어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 뒤에 생각해보면 참 별 것 아닌 것들인데. 그녀가 좇았던 남자들에 대한 환상, 어른들에 대한 이미지들, 왜 유독 이 시기의 소녀들에겐 그것들이 거대하게 느껴지고 일탈 또한 아름답게만 보이는지.

 

    

그건 우리의 착각이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착각 중 하나. 남자애들이 어떤 논리에 따라 행동하고 있어 언젠간 우리가 그 논리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은 것. 그들의 행동 위에 경솔한 충동이 아닌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은 것. 우리는 음모론자들처럼 아주 세밀하게 징조와 의도를 찾아냈고, 계획과 심사숙고의 대상이 될 만큼 우리 자신이 중요한 존재이기를 애타게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남자애들이었다. 멍청하고 어리고 솔직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 65p

 

 

“아저씨 접시 가져가도 될까요?” 나는 너무 아뜩해서 주춤거리지도 않으며 물었다. 엄마에게서 배운 것 중 하나였다. 공손해지기. 공손한 자세로 고통을 줄이는 것. 재키 케네디처럼. 그것이 그 세대에겐 미덕이었다. 불쾌한데 모른 척하며 예의 바른 행동으로 그것을 밟아 없애는 것. 하지만 그런 방법은 이미 낡은 것이어서, 남자가 자기 접시를 건네줄 때 눈빛에서 경멸감 같은 것이 보였다. 어쩌면 내 상상일 수도 있지만. / 93p

 

 

   이후 이비는 다시 수전을 만나게 된다. 수전에게 잘 보이고 싶고, 가까이 하고 싶고, 닮고 싶어 그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수전과 그 일행들인 소녀들이 함께 타고 가는 차에 몸을 실어 그들의 파티에 참여한다. 그곳에는 대부분이 10대인 히피 무리들과 그들을 이끄는 러셀이 있었다. 모두들 러셀을 동경하고 그를 마치 신처럼 대한다. 마치 이교도의 어느 수장처럼. 러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의 얼굴에 스쳤던 메시지들엔 하나 같이 그와 잠을 잤을 거라는 위험하고 음험한 경고가 담겨져 있었지만, 그런 러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수전을 향한 동경과 우정에 자신도 그곳으로 빠져들어만 간다. 자신도 사랑 받을 수 있고, 수전처럼 될 수 있다는 망상을 마치 기대처럼, 희망처럼 와락 붙들고 싶은 마음에 낡고 추레하고,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그 모든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재앙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 재앙에 대해 설명할 때는, 토네이도 경고나 엔진이 고장 났다는 선장의 방송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항상 훨씬 더 전의 일부터 시작한다. 그날 아침 햇빛이 좀 이상했다거나 아딧줄이 이상할 만큼 가만히 있었다거나 하는 것. 남자 친구와의 무의미한 다툼 같은 것. 마치 이 전의 모든 일들이 다 한데 엮여서 재앙이 되었다는 듯이.

내가 신호를 놓친 걸까? 내부에서 느껴지던 아릿한 통증? 토마토 상자 속에서 번들거리며 기어다니던 벌들? 그 도로에 이상하게 차가 없던 것? 그 버스에서 도나가 나에게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어쩌다가 갑자기, 너무 늦게. / 118p

 

 

   이비에겐 이곳이 자유롭고 싶은 로망을 실현시켜줄 판타지 그 자체였지만, 사실 그곳은 약과 술로 얼룩진 광신주의에 가까운 집단에 불과했다. 수전을 향한 우정과 사랑도 사실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수전은 오로지 러셀을 위해서, 러셀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인형과 다름없었다. 수전도, 이 집단에도 그녀가 원하는 판타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깨닫게 되는 아주 결정적인 사건, 마침내 러셀의 명령에 의하여 피를 부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수전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러셀에게 던져버려서 그때 이미 수전의 인생은 러셀이 제멋대로 할 수 있는 물건 같았다. 이리저리 뒤집고 무게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 수전과 소녀들은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 사용되지 않는 자아의 근육이 점점 더 늘어지고 쓸모없어졌던 것이다. 그들 모두 옳고 그름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에 살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됐다. 언젠가 그들에게 있었던 직감의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약간의 통증을 일으키던 인식 같은 것들조차도, 설사 그것들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고 해도 이제 뭐가 뭔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 314p

 

 

   훗날 이비는 중년이 되어서도 이때의 끔찍한 기억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소녀에서 여자가 되고,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혼자였고 세상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마치 죄 없는 도망자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마침 잠시 머물고 있던 집의 아이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자신의 지난날과 같은 모습을 보게 되지만 그녀로서도 그들을 구원해낼 방법이 없다. 흔들리는 청춘들이 멈추지 않는 한 그녀로부터, 아니 그 이전의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또 다른 누군가와 앞으로의 그 누군가가 계속 이어갈 것이다.

 

 

   이렇듯 <더 걸스>는 1969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10대를 겪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장소설이다. 여리기에 흔들리기 쉬웠던 소녀 특유의 감성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때로는 충격적인 소재를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힘을 가진 매력적인 작품이다. 뒤늦게야 안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찰스 맨슨과 그를 추종하는 소녀들이 저지른 끔찍한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하고, 또 이 소설이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한편으로는 한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인 탓일까, 이 소설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 아이에게 당연히 찾아올 불안한 시기들을 부모로써 어떻게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게 해줄 것인지, 혹은 그것조차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소설 속 이비의 엄마가 그러했던 것처럼 더 어긋날까봐, 가족이라는 틀이 무너질까봐 두려운 마음이 내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은 내가 한때 상상했던 것처럼 쌓아올려지지 않는다고, 곡절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해줄 거라는 사실이다. 또한 그것을 딛고 올라설 때야 말로 너의 인생이 단단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내 삶을 통해 이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나는 부모로서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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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자존감이다 - 온전히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는 법
김주미 지음 / 다산4.0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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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이미지 코칭 전문가가 전하는 외모 관리 노하우!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찾는 진정한 자기 계발서!

 

 

  아이를 낳고 온종일 아이와 보내는 일상에서는 ‘외모’가 끼어들 틈이 없다. 냉정하게 말해 출산 후 더욱 늘어진 뱃살에 관리하러 갈 시간이 없어서 질끈 하나로 묶은 머리, 화장이라고 해봐야 선크림에 파운데이션을 덧발라 피부의 흠을 가리는 정도이다. 활동량이 많아진 아이를 쫓아다니려면 단화에 청바지, 캐주얼한 느낌의 옷차림이 가장 편하다는 이유로 세미 정장이나 분위기 있는 느낌의 옷은 꽤 오랫동안 찾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 엄마가 꾸미고 다니는 것이 주변으로부터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다시 말해 엄마로서는 모르겠으나 일단 여자로서의 자존감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챙길 여력도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당신의 외모는 지금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가?(21p)” 이 글귀에 마음이 덜컥거렸다. 그리고 이내 심란해졌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자신의 외모를 관리하는 일은 내면에 큰 영향을 미치며, 외모에는 내면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하는데, 나는 그 무엇에도 소홀한 채 그저 방치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외모는 자존감이다>는 소울뷰티디자인 대표이자 이미지 코칭 전문가가 직접 여성들을 코칭하면서 겪은 사례와 노하우를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외모 관리에 대한 중요성과 올바른 가치관을 전달한다. 나다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자기 테스트 과정을 거치며 해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흔히 한 개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 외모를 그 잣대로 삼기를 거북해하지만 그럼에도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데에 있어 외모가 가장 큰 판단 기준이 된다. 단순히 예쁜가, 예쁘지 않은가가 아니라 표정이나 자세, 헤어스타일, 옷차림과 같이 생활 습관이나 자기 관리 여부를 외모로 짐작하기 때문이다. 즉 잘 관리된 외모는 호감을 얻어 일, 사랑, 인간관계 모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하다.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자존감이 높고 독립적이다. 외모에 당당할수록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만족감을 얻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해지고 싶다면 일정 수준의 외모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외모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건강한 자아상을 갖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에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어렵다. 내면이 한 사람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짓듯이, 외모 또한 생각과 태도, 성격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 54p

 

 

  저마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밋밋한 얼굴에 쌍꺼풀이 없는 눈, 넓은 어깨 등이 콤플렉스이다. 하지만 이 콤플렉스 중에는 타고난 것도 있는지라 수술이라는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는 한 어떻게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있다면 푸짐해진 몸을 날씬하게 만드는 것이겠으나, 독박육아를 핑계 삼아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였다. 일종에 동기부여가 필요한 셈인데 그럴 만한 것도 없어서 외모보다는 지금 내가 하는 일에만 신경 쓰면 된다고 자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저자가 상담한 대부분의 많은 여성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단순히 예뻐지고 싶은 여자의 본능만으로는 외모 관리를 지속시키는 어렵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특별한 목표나 열정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보내게 마련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꿈이 없으면 외모 관리를 손에서 놓게 되기 쉽다. 결국 꿈이 있는 여자, 변화로부터 오는 행복에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이제 내 모습에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보자. 현재의 모습에 대한 자각과 아름다워지겠다는 결심, 그리고 순간순간 작은 행동의 변화만으로도 분명 잃어버린 매력을 되찾을 수 있다. 성공적인 외모 관리를 위해서는 언제나 자신의 ‘애정 어린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외모의 변화를 원한다면 이제부터 매순간 나의 행동을 주의 깊게 지켜보길 바란다. / 77p

 

 

   저자는 일단 외모의 변화를 원한다면 지금의 내 모습을 직시하는 ‘애정 어린 관찰자’ 가 될 것을 권한다. 이를 테면 전신 거울 앞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고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헤어스타일, 피부 상태, 얼굴과 체형의 특징, 옷차림이 주는 느낌 등을 마치 모르는 사람을 묘사해 알려주는 느낌으로 적어보라고 한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구해야겠지만 과한 칭찬 또한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이미 친숙한 관계여서 좋고 나쁨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신의 모습을 바로 직시했다면 이제 내가 세워야 할 외모의 전략은 무엇인지를 깊게 생각하고 자기만의 흔들리지 않는 주관을 정립해야 한다. 즉, 아름다움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흔히 그 대상을 연예인의 외모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실험 결과 객관적인 외모 지수와는 상관없이 자기만의 기준에 맞게 외모를 관리하고 그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뛰어난 미녀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수준의 외모를 유지하며 다른 자기계발에 힘을 쏟는 편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만약 당신의 꿈과 목표가 외모로 주목받는 모델이나 연예인이 아니라면,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외모의 조건들을 떠올리며 한숨짓지 말기를 바란다. 타고나지 않은 이상 그런 외모를 가지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방법들을 동원해야 하지만,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기분 좋은 외모’는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를 가꾸고자 하는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이제 외모의 목표를 보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으로 잡아보자. 지금 당신은 연예인급 외모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작은 습관과 노력으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기분 좋은 외모’를 만들 것인가? / 36p

 

 

  그렇다면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떠한 습관을 가져야할까. 일단 사소한 습관부터 개선해야 한다. 탄산음료와 커피 대신 물 마시기(물 마시기 알람 어플도 있다고 한다),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기, 구부정한 자세 대신 배에 힘주고 어깨 펴기, 집이라 해도 몸에 긴장감을 줄 수 있도록 편한 옷만 입지 말기, 습관적으로 야식을 먹거나 텔레비전을 볼 때 과저 먹지 말기 등 아주 사소한 습관이 외모를 망친다는 것을 유의하라고 한다. 또한 거울을 보며 나의 모습에 대해 긍정적인 대화하기, 내면을 채우는 독서하기, 스스로 일정 나이를 한정해 젊고 늙음을 판단하지 말기, 잠들기 전 5분 만이라도 자기 성찰의 시간 가지기, 나만의 셀프 힐링 방법 리스트 만들기 등을 실천하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피부과 상담을 받아보는 방법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내 피부 상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고 그에 맞는 화장품이나, 시술 등 긴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군데 지정해서 다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A가 B나 C로 변할 수는 없지만 A+로는 변할 수 있듯이, 지금의 나에게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나의 모습과 삶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 142p

 

 

  책의 말미에 실제 저자의 멘토링으로 변화를 찾은 사람들의 사례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들은 보면 하나같이 표정이 밝아지고 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되찾은 것을 볼 수 있다. A가 B나 C로 변할 수는 없지만 A+로는 변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일이란 의외로 사소한 데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달았다. 무엇보다 진정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하고 갖은 핑계로 얼룩진 일상을 지워나가려는 노력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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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이야기 - 역사를 바꾼 은밀한 무역 예문아카이브 역사 사리즈
사이먼 하비 지음, 김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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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흐름 속에는 반드시 ‘밀수’가 있었다!

밀수에 관한 모든 것, 그 은밀한 무역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볼 때 개인이든 국가든 간에 밀수 행위를 자제했던 ‘순수의 시대’는 없었다고 한다. 단순히 역사 속의 한 요소가 아니라 그 흐름을 주도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밀수의 역사가 곧 세계사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가장 어두운 곳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밀수를 통해 세계사를 논한다는 것이 어쩐지 의외이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밀수가 단순히 불법적인 데에 그치지 않고 사상과 문화를 전파하고 혁명을 일으키기도 하며, 각종 패권의 흐름을 이끈 주역이라면 우리는 이 흥미로운 접근법에 관심을 가져볼 의미가 있을 듯하다.

 

 

   이렇듯 <밀수 이야기>는 15세기 대항해시대부터 21세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문화 등에 있어 밀수에 얽힌 다양한 관점들을 총망라한다. 요약하자면 제1부에서는 지정학적인 맥락에 근거하여 식민지 개척을 통한 탐험과 밀수의 유기성과 향신료, 실크, 은과 같은 주요 밀수품을 중점으로 한 밀수의 전개 과정 및 대항해시대에서의 주요국 패권다툼 등을 다룬다. 제2부에서는 금, 아편, 차, 고무를 중심으로 제국주의 시대에서 보이는 밀수의 양상과 다양한 밀수꾼들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다룬다. 제3부에서는 밀수가 나라의 흥망성쇠에 어떻게 이용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어떠한 형태로 변화되었는지 등에 대해 살펴본다. ‘밀수’라는 키워드를 통해 복잡다단한 세계사를 관통하는 일이란 그만큼 방대하고 해박한 지식을 요구한다. 그래서 이 책은 사료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길 만큼 굉장히 사실적인 역사에 근거하고 그 무게감이 묵직하다. 반면 밀수꾼들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 및 각종 비사들도 함께 다루고 있어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밀수를 떠올리면 가장 가깝게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다면 바로 해적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봤던 해적의 이미지 때문일까, 광활한 카리브 해를 멋지게 누비는 해적선과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항해 노선을 따라 카리스마있게 항해사와 선원을 이끄는 선장에 몰입한 나머지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마치 그들은 타고난 바다사냥꾼의 유전자를 지녔을 것이라 응당 생각해왔지만 사실 그들에게는 개인의 영달을 넘어 거대한 논리가 존재했다. 이 시대의 밀수란, 국가적인 사업이자 식민지를 개척하여 경제의 패권을 차지하는 일과 다름없었다. 흔히 밀수꾼을 두고 야만적이거나 국가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들이라 규정짓고 있지만 알고 보면 국가의 비공식적인 대리인이자, 정치적 권력 투쟁의 중심 역할을 하기도 했고, 때로 애국자였던 점에서 인식을 달리하게 되는 부분이다. 이때 해적이자 밀수꾼이었던 이들은 국가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그러고 보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이지만 잭 스페로우 선장의 항해 지식을 이용하여 이권을 챙기려는 영국군의 모습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이렇듯 척결해야 하는 대상인 것과 동시에 국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도 한 이들은 꽤 역설적이다. 결국 밀수 자체가 태생적으로 역설을 안고 있는 셈이다.

 

 

카리브 해에서 밀수의 파도가 높아진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필요’ 때문이었으며, ‘야생의 해안’에서 벌어진 담배 밀수나 네덜란드인들의 소금 밀수가 이에 해당했다. 소금의 경우 네덜란드의 상인들에게 필요했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시급한 문제였으며, 밀수가 국가의 정책과도 연결돼 있다는 증거를 여기서도 발견할 수 있다. 더욱이 비록 불법적인 수단이더라도 일단 재화를 확보한다는 것은 권력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밀수는 필연적으로 큰 사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은 밀수는 더욱 스케일 큰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앞서 살폈듯이 ‘세계 경제’를 만들어냈다. / 109p

 

 

   밀수를 통해 기계를 들여와 미국은 산업발전을 일으켰고, 문익점이 목화씨를 들여왔듯 이로운 식물을 옮겨와 심는 데도 기여한 것이 밀수였다. 밀수는 분명 긍정적인 기능을 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밀수가 옹호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는 노예를 실어다 옮겼고, 중국을 아편 소굴로 만들었으며, 나치 전범들을 이동시키는 활로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 아프리카로부터의 상아와 다이아몬드를 밀수하는 사례로 보면 반드시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저 과시와 사치에 근거한 밀수가 자행되고 있는 일은 개탄스럽다. 특히 세계의 문화유산을 도굴하고 약탈하는 행위는 분명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획득된 유물들이 유럽과 미국의 장엄한 문화 공간에 전시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그것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마치 발달된 새 문명의 일부로서 그 자리에 항상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유도한다고 해도 그 행위 자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소유권(유물의 원래 위치가 아니라 현재 위치에 대한)에는 무시하지 못할 권력이 숨어 있다. / 309p

 

 

   오늘날에도 여전히 밀수는 존재한다. 알고 보면 도처에 밀수가 존재한다. 불법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영화나 음악 파일들도 밀수로 거래되는 것들이고, 진품과 유사한 모조품이 유통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이 명품 핸드백과 같은 최고급 사치품의 ‘슈퍼 모조품’ 생산국으로 유명하다는 저자의 언급은 참으로 부끄럽다. 이밖에 코카인과 헤로인에서부터 무기 거래 또한 암암리에 계속되고 있고, 암시장의 거래도 활발하다. 오히려 공급선 또한 과거보다 훨씬 정교해졌다고 한다. 값싼 제품을 공급받으려는 수요자가 있는 한 여전히 거래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여전히 밀수는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이 전달하고 시사하는 바들은 어느 특정 집단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누구라도 무조건 ‘흑’으로 바라보는 세계는 존재한다. 무기, 마약, 인신매매 등은 보편적으로 비정상적인 활동으로 간주된다. 반면 모두가 똑같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일상은 우리가 그런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때로는 그곳으로 들어가기도 하기 때문에 중간의 회색 지대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지대에서는 일상적인 거래와 범죄 행위를 구분하기 어렵고, 개인적인 것과 집단적인 것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축제가 펼쳐지는 바로 옆에 비열함이 있고, 비참한 환경 바로 곁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유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이기 때문이다. / 383p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정학적인 설명에 근거하는 설명이 많다보니 다소 지리적 명칭이나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들이 명확하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또한 원문이 그러한 것인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것인지 간혹 비문이나 오문이 있었다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밀수’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역사를 새롭게 읽어내는 시도가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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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와 느린 춤을 - 아주 사적인 알츠하이머의 기록
메릴 코머 지음, 윤진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알츠하이머란 한낱 개인의 문제인가?

절망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끝내 놓지 않는 위대한 여정!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늘 함께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정신이 나와 함께 하지 않고, 나와의 그 어떠한 기억도 공유하지 못하는 채로 살아간다면 그 기분은 어떠할까. 알츠하이머라는 몹쓸 병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모든 것을 앗아가는 그 비통한 순간순간을 마주해야 하는 일이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까.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 다음으로 두려운 것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가 되는 것이라면 기꺼이 환자를 간병하는 일에 자처할 수 있겠는가. 58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을 무려 20년간 간병해온 아내의 이야기 <낯선 이와 느린 춤을>은 이 가슴 아픈 질문으로 끊임없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아름다운 실화이다.

 

 

  이 책은 알츠하이머병이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고통과 외로운 싸움, 나아가 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는 법에 대해 매우 진솔하게 이야기해나간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근무하며 학회에서도 매우 저명한 과학자이자 의사인 하비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은 그 이른 시기만큼이나 매우 무섭고 빠르게 그의 이성을 앗아갔다. 환자들마다 병의 진행 속도가 저마다 다른 데다 알츠하이머병을 가깝게 느껴본 적이 없는 까닭에 사소한 변화와 증상들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기의 이상 증세를 ‘신호’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저 잠깐 잊어버린 것으로 치부할 수도, 유독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라 여길 수도, 높은 스트레스로 인한 병증 중에 하나라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의 연구결과가 밝혀냈듯이, 행동 변화는 치매의 초기 신호들 중 하나이다. 누군가가 항상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만으로 치매의 신호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평소 하던 행동에 변화가 생기거나 평소에 잘할 수 있었던 능력이 저하된다면 문제가 다르다. 하비의 사무실이 무질서했던 것은 치매의 신호가 아니었다. 하지만 하비가 예전과 달리 사무실에서 뭔가를 찾아내지 못하여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는 건 정말로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 41P

 

 

  가슴 아프게도 나의 외할머니에게도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할머니는 경로당에 가는 척하며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버스를 잡아타고 종점에 가기도 하고, 자신의 숨겨둔 돈을 찾으러 가야한다고, 누군가 훔쳐가려 한다고 나에게 조용히 말하기도 했다. 때로는 자신의 유일한 보호자인 나의 부모님이 자신을 학대한다며 낯선 약국에서 버티는 사람에 경찰이 출동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은 굉장히 멀쩡하게 잘 지냈고, 대답 또한 또렷하게 잘 하시곤 해서 이것이 치매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전문 기관으로부터 테스트도 받았지만 아직 치매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분명 치매 초기 증상인 것 같은데 치매라는 판단을 할 수 없다니. 우리 가족은 당혹스러웠다.

 

 

  이 책 속의 하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억을 잊는 사소한 일들부터 시작해 험악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 등 여러 이상 징후들이 점점 눈에 띄게 발견되었지만 그는 무려 2년간이나 뚜렷한 진단명을 받지 못했다. 그저 항우울제와 아리셉트 같은 약을 처방 받았을 뿐이다. 정확한 진단이 없이 애매하게 흘러간 시간동안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정확한 치료 행위를 진행시킬 수가 없다는 건 가족들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다 빠른 진단과 완화할 수 있는 치료법을 진즉에 손썼다면 병의 진행은 좀 더 느려졌을까. 그렇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함께 고통을 겪는 가족들로서는 그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문제는 단순한 망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을 겪는 이들이 보호자에게 때로는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그들은 어마어마한 완력을 행사한다. 저자 역시 이러한 위험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병에 잠식되어 무력한 인간이 되어 가고 있을지라도 여전히 그는 가치 있는 사람이며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으로 저자는 남편을 다독여야했다. 그것은 남편만이 아니라 어쩌면 이 비극적인 현실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저자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여름철에 갑자기 폭풍우가 닥쳐오듯이 얼굴 표정이 갑자기 험악해지면서, 내 손목을 으스러질 정도로 세게 움켜잡았다. 손을 빼지도 못하고 혹시 내 팔을 부러뜨릴까 겁에 질렸지만, 나는 의식적으로 그에게 더 가까지 다가갔다. 머리와 턱을 아래로 내려서 그가 다른 손으로 내 목을 움켜쥐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붙잡히지 않은 팔로 그를 감싸 안으면서 무서움을 억누른 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훌륭한 의사에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돕는 사람이잖아요. 힘들어하는 거 잘 알아요. 나는 당신을 도우려는 거에요.” 되풀이해서 이렇게 말했고, 내 말 중 어떤 대목을 그가 알아들었는지, 혹은 내 목소리가 그를 진정시켰는지 몰라도 하비는 힘을 빼고 내 손목을 놓았다. / 106P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가족들은 저마다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자인 메릴 먼로 역시 모든 커리어를 내려놓고 고군분투한다. 적당한 보호소도 찾아보고 간병인과 교대로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나름 일지를 써가며 그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려 한다. 하지만 보호소에서도 쫓겨나고, 간병을 하느라 재산도 여의치 않다보니 오로지 집에서 간병을 하기로 결정하는 가운데, 어머니마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악재가 겹친다. 그럼에도 그녀는 포기를 하지 않는다. 이미 육체와 정신 모두 바닥인 상태인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면서 겪는 그녀의 고통을 여과 없이 담아낸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감탄을 반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면 과연 어땠을까.

 

 

  물론, 우리는 일찍 환자를 포기해버리는 이들에게도 질책보다 위로가 필요하다. 그만큼 이 병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혹하며 보호자를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궁지에 몰아간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나의 엄마가 내게 전화해 무너지듯이 울었던 날, 나도 그저 그 무게와 고통을 가늠만 할 뿐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엄마를 수시로 떠올렸고 그래서 마음이 더 아팠다. 얼마나 외로운 싸움이겠는가. 이 싸움을 얼른 끝내기 위해 병을 앓는 사람이 좀 더 일찍 편안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길 바란다면 그 마음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우리를 버렸다. 하비가 예전의 그가 아니라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나까지 같이 버려져야 하나? 나는 그저 선택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열심히 잘 싸우거나, 치료법을 찾아내어 시간을 벌어서 병을 완치할 기회를 가지거나. 최악의 경우가 되면 하비가 치료를 중단하고 평화를 되찾아 내게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게 하거나. 내가 그를 진실하게 대했다는 점에 대하여 하비가 고마워 했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그 사람이 병에 걸려 나을 희망이 없다는 이유로 인생에서 잊혀서는 안된다. / 190P

 

내가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는 어머니에 대해서가 아니라 병에 대한 것이었어야 했다. 나는 다른 환자보호자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견디는지 궁금증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도 자식의 기대와 부모가 필요로 하는 것 사이 어딘가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극도의 피로감이 죄의식보다 더 커지는 순간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조언은, 각자가 처한 생활환경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보호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제 더 이상은 못 하겠어.”라고 포기하게 되는 걸까? / 238P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알츠하이머병을 정면으로 응시한 메릴 먼로는 일반 대중의 눈에 이 병이 잘못 그려지고 있는 것을 애통해한다. TV에서는 알츠하이머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동떨어진 광고들이 만연할 뿐, 실상 그 민낯을 드러내는 일에는 주저한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잠재적 환자들이 늘어가는 시대에 여전히 환자, 환자보호자들에 대한 처우나 제도 개선의 변화 역시 미비하다. 결국, 그녀는 하비를 간병하면서 겪는 일들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한다.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녀가 어떤 보상을 받으려는 마음으로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비의 명성에 금이 가게 할 수도 있고, 주위의 시선을 감내해야 하며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으나 그녀는 알츠하이머병의 실상과 이를 곁에서 겪는 가족들의 아픔을 모두가 알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또한 이 사회에 경각심을 고취하고 제도 변화 및 의료 발전에의 촉구를 유발하고자 한다. 공개하지 않고 숨어서 생활한다고 해서 환자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게 아니라고 믿은 것이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은 나아가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임상 연구에 참가하기에 이른다. 매년 테스트에 참여하여 인지능력을 검사하고 자신의 데이터가 과학 연구 발전에 기여토록 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알츠하이머를 생각하지 않는 일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디에서든 그것의 미세한 신호를 감지하기도 한다. 가족들과 휴가 간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는 부인, 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매번 결과를 다르게 말하는 일행들, 자신이 무엇을 하던 중이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그 증후들을 발견하곤 한다. 그들도 언젠가는 이 병으로 고통 받을지 모르는 일이다. 특히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한다. 그녀 역시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이 ‘나는 이 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였다. 내가 가족의 짐이 되면 어쩌나, 병이 나를 갉아먹는 것보다 더 큰 공포는 내가 그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기에.

 

 

하비와 나는 여러 해 동안 어떤 낯선 이와 느린 춤을 추었다. 알츠하이머는 하비와 나 둘 다를 사로잡았다. 그 병은 훌륭한 정신 하나를 파괴했고, 더불어 우리의 인생을 파괴했다. 나는 병마가 내 목을 조를 때에는 싸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그 병은 내가 다른 방식으로 탈출하는 건 막지 않았다. 내가 다음 춤 상대가 되는 건 단지 시간 문제인걸까?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의 나는 지쳐 있고, 20년의 세월을 잃어버리고 서 있다. 처음 하비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찾고 있었던 것을 지금도 나는 찾고 있다. 우리 모두가 치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 323P

 

 

  현재 저자는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 헤프리 빈 알츠하이머병재단의 CEO가 되었고,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한 활동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이 사회가 알츠하이머병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병을 앓고 있는 남편의 곁에서 함께 하는 일상도 변함이 없다. 그녀는 말기 호스피스 치료를 집에서 하기로 하고 그의 마지막 날에 낯선 이의 손길이 닿지 않게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비, 자신이 사랑하는 이 남자와 마지막으로 느끼는 촉감이 자신이길 바라는 단 하나의 소망으로 그녀는 언제나처럼 마지막인 듯 하비에게 키스를 건네며 지내고 있을 것이다. 이 땅의 많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영원히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엄마에게도 위로와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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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 2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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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자기 투쟁의 고백!

일상을 서사로 만드는 힘을 가진 크나우스고르적 문학!

 

 

 

   감히 ‘크나우스고르적 문학’이라고 쓰고 싶은, 그만의 독특한 문학적 성취를 이루어나가고 있는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 2권이 출간되었다. 삶의 민낯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그의 투쟁적 글쓰기에, 마치 보지 말아야 할 한 개인사의 어두운 낯을 속속들이 알아버린 것 같은 그 혼란스러웠던 1권의 첫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마치 배설물처럼 바라보기 무섭게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버려야 할 것 같았던 독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모름지기 작가란 자기만의 독특한 것을 일구어내야 할 의무를 숙명처럼 지닌다고 했던가.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과 인간관계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불쑥불쑥 치닫는 감정의 질곡까지 거침없이 글로써 돌파해나가는 그의 힘에 매료되었다.

 

 

   <나의 투쟁> 2권 역시 깊은 사색과 자기 성찰에의 끈을 놓치지 않고 진득하게 밀고나간다. 진솔한 삶의 이야기 속에서 철학적 성찰은 언제나 존재하고, 진지하고 가멸찬 자기반성 또한 계속된다. 그럼에도 1권 보다 2권은 좀 더 가볍다. 1권이 ‘죽음’이라는 표상 아래의 어둡고 혼란스러운 시절을 이야기했다면 2권에서는 이제 어른이 된 그가 사랑과 가족 안에서 포용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결혼을 뒤로하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혈혈단신 건너와 현재의 아내인 린다를 만나 아이를 낳고, 육아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우리들의 일상과 닮아 있다. 그는 학업을 마쳐야 하는 아내를 대신해 유모차를 끌어 산책시켜주고, 아이의 어린이집 활동에 참여하며, 아이의 베이비댄스 문화센터 수업까지 듣는다. 선이 굵은 남성의 이미지에 가까운 그가 엄마들 틈에서 강사가 틀어주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마치 성불구자가 된 것 같다던 고백처럼 그에게 있어 육아를 하면서 겪는 그 모든 경험들은 낯설고 불편하다. 자신의 내면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아이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일 또한 어쩐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부모이기에, 그 역시도 아빠이기에 누구나 환경에 따라 서로 비슷비슷하게 변해가듯 자신도 그렇게 살아간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라서 비록 상대방을 대할 때 예의와 격식을 차린다 해도 마무리 손질을 하지 않은 목제 가구처럼 그 투박한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 아이들은 나의 깊숙한 내면에까지 자유롭게 도달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생길 때 내가 스스로 제한을 두고 하지 않는 일은 내게 다가오는 아이들에게 나의 신체적 우월성을 이용해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나는 아이들이 나의 내면을 휘젓고 다닐 경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무관심하게 대하곤 한다. 하지만 가끔은 나도 아이들이 도를 넘게 친밀감을 표현하면 불쾌해질 때가 있다. / 70p

 

 

   육아를 하다보면 아이의 행동과 기분에 따라 마음이 들쑥날쑥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 때문에 울화가 치밀 때도 있지만, 갑자기 깔깔 웃는 모습을 보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부모의 마음이란 모두 같은가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감추지 않고 모두 써내려간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으로써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다. 우리는 부모이기에 인내를 앞세워 울컥하는 감정을 내리눌러야 할 때가 많고,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지만 부모가 된 이상 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는 것을 안다. 이 아이의 세상엔 부모가 전부이기에. 저자가 그러하듯 내가 그러하듯 이 땅의 부모들의 마음이 그러하듯, 그저 안고 있는 행위만으로도 세상의 가장 큰 기쁨을 품은 듯 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 모든 것을 보상하기에.

 

 

헤이디와 나와의 관계 중 일부는 내가 헤이디를 안고 다니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고 안기는 일. 그것은 우리 두 사람의 관계를 말할 때 기본적인 사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이디는 걷기를 싫어해서 나만 보면 항상 두 팔을 번쩍 쳐들고 안아들라고 졸랐다. 내가 헤이디를 안아 올리면 헤이디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커다란 눈동자와 욕심스러운 입을 지닌 자그맣고 통통한 헤이디를 내 몸에 바짝 붙여 안을 때면 행복해진다. / 73p

 

 

   이렇듯 소설의 전반부는 아내인 린다와 그의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을 하지만 2권에서 더욱 주목할 부분은 린다의 사랑을 얻고 결혼에까지 이르는 과정에 있다. 노르웨이를 떠나 스웨덴에서 만난 린다라는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그의 모습은 굉장히 강렬하고 진솔하며 때로는 과격하다. 그녀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거부당했을 때 그가 자신의 얼굴에 유리 조각을 그어대는 모습이란 다소 충격적이다. 마침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연애 혹은 결혼 생활에서 오가는 그들의 감정은 그 기복이 너무나 심해 늘 위태로워 보이기 일쑤이다.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열망, 질척거림, 때로는 도망치고 싶고, 다른 여자에게 시선을 빼앗기기도 하는 이 복잡한 감정들을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1권에서 아버지의 추악한 일면과 자신의 가족사를 꾸밈없이 담아냈듯 2권에서도 그는 거짓을 덧씌우지도, 진실을 가리지도 않는다.

 

 

스톡홀름으로 이사 와서 린다를 만난 그해 봄, 세상은 내 앞에서 활짝 문을 열었고 삶은 엄청난 속도로 강렬해졌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사랑에 빠졌던 나는 세상의 온갖 것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고 주변의 모든 것을 활짝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며 기쁨과 즐거움을 주체할 수 없어 감정이 폭발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 114p

 

 

가을이 되자 린다의 기분은 점점 더 가라앉았고, 그러면 그럴수록 린다는 나를 더욱 심하게 옭아매었다. 나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밀실공포증 같은 답답함이 덮쳐왔기에 나는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고 그녀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동시에 그녀는 내가 만들어둔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380p

 

 

   어쨌든 사랑을 이루었고, 그녀로부터 사랑하는 아이도 가졌지만 저자는 평범한 일상에 끊임없이 번민을 느끼고 씨름한다. 저자가 말하는 일상이란 설거지나 기저귀 따위가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데 있다. 비슷하게 닮아가기를 요구하는 사회, 내가 하는 모든 행위와 생각이 작아 보이고 무가치하게 느껴지게 하는 데에서 오는 혐오감에서 기인한다. 판에 박힌 일과 책임으로 이어지는 일상을 참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습관처럼 이를 거부하게 되는 것은 항상 동경하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진짜 자신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채 현실과 동경 사이, 그 어디에도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해 여전히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자신이 동경하는 세상보다 이 삶이 더 가깝게 자리 잡고 있다면 이 삶을 말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데도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은 내 것이 아니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그 삶을 내 것으로 만들어보려 무진 애를 써보았다. 그것이 바로 내가 해온 투쟁이다. 하지만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먼 곳을 바라보는 동경은 눈앞의 일상에 구멍을 내기 일쑤였으니까. / 111p

 

 

나는 오직 올바른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의 전부였다. 올바르고 진실하며 정의로운 사람. 사람들의 눈을 거리낌 없이 대할 수 있는 사람, 누구든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였다. 나는 책임져야 할 곳을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비겁한 사람에 불과했다. 지금도 나는 비겁하게 도망치고 있지 않은가. / 263p

 

 

  나의 투쟁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원하건 원치 않았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나와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것. 그곳에 나의 존재적 가치가 있고, 삶의 가치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 소설을 다 읽고 나니 그에게서 또 한 번 묵직한 잽을 얻어맞은 기분이다. 비록 주제가 사랑과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더라도 1권만큼이나 강렬하고 그래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힘을 느꼈다. 나는 언제쯤 적당히 타협하고 아름답고 긍정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태도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내 삶의 이면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는 일이란 정말로 가능한 것일까. 적어도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는 그렇게 했다. 저자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써내려가고 나면 그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가장 마지막 권을 읽게 되면 알 수 있을까.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이야기가 계속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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