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
박수진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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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투자자가 되기 위한 경매 여왕의 노하우!

단계별 경매의 기본 지식에서부터 실전 경매 사례에 이르는 경매의 모든 것!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말 중에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더 이상 은행 이자나 연금이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지 못하는 만큼 부동산에 기대를 거는 심리가 더욱 높아진 듯하다. 개인적으로도 아파트나 일반 주택보다는 상가주택을 선호하는 편이며,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보다 안정적인 가계 운영에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내 집 마련하기도 힘든 세상에 월세가 꼬박꼬박 나오는 임대물을 가지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한때 부동산 경매를 잘만 이용하면 단순 매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의외의 좋은 부동산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들은 바가 있어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주식이나 펀드처럼 모든 투자에는 마땅히 위험 부담이 잇따르며 사전에 많은 학습이 요구된다는 사실에 망설이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소한 경제 지식조차 없는 나 같은 사람이 경매에 뛰어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큰 목돈을 쥐고 있지도 않은 나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이 때문에 단돈 80만원으로 경매를 시작해 경매 여왕이 됐다는 저자의 책에 눈길이 쏠렸다. 이 책 한 권이면 다 된다는 광고 보다는 고작 전 재산 80만원으로 시작해 경매 여왕이 된 그녀의 이야기가, 경매를 통해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일단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경매에 뛰어든 이유!

 

 

   <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의 저자 박수진은 바퀴벌레가 들끓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나, 2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서도 청소일이나 보모 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웠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가 그나마 겨우 모은 돈으로 투자한 펀드는 재산의 대부분을 잃게 할 정도로 실패를 맛보고 말았다. 단돈 200만원이 없어서 길거리 신세가 되기도 했던 그녀는 우연히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이후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경제경영 책을 독파해가며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경제적인 자유를 얻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이 때 그녀는 “돈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경매밖에 없겠어!” 하고 부동산 경매에 관심을 쏟기 사작한다.

 

 

내가 경매에 매료된 것은 무엇보다도 아주 적은 돈으로 얼마든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것과 때론 감정가에서 반토막으로 유찰된 물건을 매수해 전세를 놓곤 바로 몇천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큰 종잣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낙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투자를 하면서 이미 이기는 투자라는 점도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 종잣돈이 별로 없던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37p

 

 

   저자는 ‘나도 시작은 어려웠다, 당신처럼.’ 이라고 말한다. 경매 이론이야 학습으로 익힌다 하더라도 괜찮은 부동산을 고르는 방법도 몰랐고 어떤 지역의 어떤 물건에 입찰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쓸데없는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허황된 일에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마음은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지만 실제 시도를 하기까지는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과 끝없는 싸움의 연속일 테니 말이다. 책은 이렇듯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경매에 대한 부담감과 주저하는 마음을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함께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차근히 이겨내고 꾸준히, 묵묵하게 두 발로 뛰어다니며 얻은 체험을 토대로 이룩한 첫 입찰 성공기는 나도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긍정적인 도전을 목표로 삼게 한다.

 

 

안전한 투자를 위한 원칙

 

 

   책을 읽다보면 경매투자는 잘하기만 한다면 수익이 꽤 괜찮은 데 반해 일반 매매와는 달리 여러 가지 애로사항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권리분석 공부이고, 둘째는 현장조사이며, 셋째는 낙찰받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동산을 인도받는 일이다. 저자의 경매 도전기를 잘 살펴보면 일단 누구보다도 현장 조사에 매우 열심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먼 거리는 차로 이동을 하지만 대체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현장에 대한 접근성을 살펴보고 이웃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부동산 전문가를 통해 해당 물건의 실 정보들을 수집하는데 주력한다. 부동산에는 워낙 많은 권리문제와 실제 내부를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책에는 임차인, 수리, 각종 권리 문제 등 미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문제들이 뒤늦게 발견될 경우, 경매로 싸게 물건을 매입했다한들 부수적으로 나가는 돈으로 인해 실패를 보는 사례를 다양하게 언급함으로써 여러 애로사항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일깨워준다. 또한 낙찰받는 법이나 부동산을 인도하는 데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 실수하기 쉬운 경매 오답노트들을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줌으로써 경매 현장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매를 해본 사람은 아마 너무나 잘 알고 있겠지만, 물건은 절대 사진과 추측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현장을 가보는 것, 그것도 그냥 단순히 가보는 것이 아니라 실마리를 얻기까지 여러 시간대, 여러 각도로 살펴보고 파고드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233p

 

 

안전한 투자를 위한 6가지 원칙

1. 권리분석을 명확히 한다.

2. 서류를 모두 꼼꼼하게 본다.

3. 시세조사를 명확히 한다.

4.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탄다.

5. 현장조사를 반드시 한다.

6. 낙찰을 받으려고 무리하게 가격을 적지 않는다. / 302p

 

 

 

 

부동산 경매를 잘하기 위한 자질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큰 열정을 갖고 잘해나가다가 몇 달 혹은 1년이 넘어가도록 아무런 성과가 나지 않거나 계획했던 만큼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포기해버리는데, 그녀는 경매와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인내력’이라고 말한다. 부동산 경매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빨리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이러다간 좋은 물건이 다 사라질지 모른다는 이유로 초조해하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항상 좋은 물건이 계속 나온다”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좀 더 나은 투자를 위해 차분히 공부할 것을 응원한다. 경매에 대해 지식이 있는 주변의 누군가가 좋은 정보라며 알려주는 것에 결코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그 순간에는 단순 호재로 좋은 이익을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부동산 경매라는 세계에서 꾸준히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공부를 전반적으로 해두면 누구라도 언제 시작하더라도 안전하게 수익을 내는 투자를 할 수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한다.

 

 

   이렇듯 책은 전문적인 실전 경매서라기보다는 경매의 매력이 무엇이며, 경매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수를 딛고 차근히 풀어나가는 방법과 함께 더욱 그들을 응원하는 또 다른 형식의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인생을 바꾸는 투자를 위해 필요한 것은 종잣돈이 아니라 용기다’는 그녀의 말이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다. 바로 학원을 끊거나 경매 실전서를 구입해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음으로써 용기와 자질을 얻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듯하다. 더불어 경매라는 세계에 호기심을 가지고, 잠시나마 엿보고 싶었던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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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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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에 빛나는 아름다운 성장소설!

이 사회에 진정한 공감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특별한 소년의 우정과 사랑!

 

 

 

   김영하의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고통을 외면하고 고통의 울부짖음을 들어주지 않는 것, 거기에서 세상의 모든 죄악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소통하는 능력, 이른바 ‘공감’의 능력이 중요한 시대다. 때문에 교육 환경에 있어서도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 관계 및 공감을 기초로 한 양육에 보다 무게를 둔다.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감정의 교감이 결여된 채 자라난 아이들은 생애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인간관계 속에서 느껴야 할 안정감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공감이란 ‘마음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얼굴이나 몸짓에 떠오른 감정을 읽는 ‘뇌’의 주요 기능으로 인해 작동되는 것이라면? 그 기능에 문제가 있어 공감 불능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가진 선천적 능력인가,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인가. 진위 여부를 떠나 양쪽 어느 쪽에 무게를 두든지 간에 공감 불능은 사회적인 존재인 우리 인간 앞에서 하나의 장애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바로 여기, 감정을 느끼고 읽는 뇌의 기능이 고장 난 탓에 ‘공감 능력 상실’,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살아야 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감정 표현 불능 장애 소년이 살아가는 법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 19p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열여섯 살의 소년, 선윤재. 또래에 비해 겁이 없고 침착한 아이라고 포장하기에는 태어날 때부터 웃는 법이 없고, 두려움이 없는 탓에 위험마저 느끼지 못해 늘 생명의 위협이 잇따른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질 못하니 사람이 맞아 죽는 걸 목격한 사건 앞에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그를 가리켜 사람들은, 괴물이라 부른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딱히 지능 저하의 소견은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한쪽 능력이 떨어지면 다른 능력이 비대해져 천재적인 면모를 보이거나 하는 등의 이상적인 소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부모의 마음이 그러하듯이, 자식의 어느 한쪽에 장애를 보이는 경우 그저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평범하게 살 수 있기만을 바랐던 소년의 엄마는 매일같이 주입식 교육에 가까운 감정 학습을 시작한다. ‘인간은 교육의 산물이야. 넌 할 수 있어.’ 희, 로, 애, 락, 애, 오, 욕이라는 한자를 커다랗게 종이에 인쇄해 가훈처럼, 혹은 부적처럼 집안 곳곳에 붙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자식의 온전한 미래를 위해 몸부림치는 부모의 필사적인 마음이 느껴진다.

 

 

-할멈, 왜 사람들이 나보고 이상하대?

할멈은 내민 입을 집어넣었다.

-네가 특별해서 그러나 보다. 사람들은 원래 남과 다른 걸 배기질 못하거든. 에이그, 우리 예쁜 괴물. / 12p

 

 

 

  언제나 윤재를 예쁜 괴물이라 부르며 아이를 세상의 속단에 휩쓸리지 않게 사랑으로 감싸준 할머니. 비록 윤재는 엄마와 할머니가 보여주는 ‘사랑’조차 그저 학습하고 암기된 감정으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존재하는 한 윤재는 감정의 결핍을 장애라고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살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어느 한 남자의 기괴한 살인 사건에 휘말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즐거울 것 없는 세상에서 미소를 띤 채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살의를 느낄 정도로 세상을 증오한 남자, 그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자신의 비통한 삶을 위로받거나 공감 받지 못하고 살았던 것일까. 그의 잔혹한 칼부림에 애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때마침 사건에 휘말린 할머니와 엄마가 윤재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쓰러져간다. 그 사건을 지켜보던 자들 모두가, 죽은 할머니와 살아남았지만 깨어날 가능성이 없는 엄마 앞에서도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윤재 역시 ‘이방인’이 되어야만 했다.

 

 

엄마와 할멈은 뭐가 그렇게 우스워서 깔깔댔던 걸까.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우린 냉면집을 나와 어디로 향했을까.

그 남자는. 왜 그랬을까.

텔레비전을 부수거나 거울을 깨뜨리지 않고 왜 사람을 죽인 걸까.

왜 더 늦기 전에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을까.

 

왜. / 51p

 

 

 

 

곤이와 도라

 

 

   할머니를 잃고, 엄마는 병상에 누워있지만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방과 후에는 엄마가 운영하던 헌책방을 꾸려나간다. 다행히도 건물의 주인인 심 박사가 그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집단생활에는 늘 희생양이 필요하듯 학교에서는 그의 처지가 마치 유명세처럼 퍼져 불편한 생활이 연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살 것’을 바랐던 엄마의 바람을 위해서라도 그는 자신의 상처를 묵묵히 견뎌나간다. 아니,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에 오히려 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데 편리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부재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얽히는 수많은 감정들을 더 이상 학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것은 머지않아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바로 곤이와 도라 앞에서.

 

 

- 한 가지 질문에도 백 가지 다른 답이 있는 게 이 세상이란다. 그러니 내가 정확한 답을 주기는 어렵지. 특히 네 나이 땐 세상이 더 수수께끼 같을 거다. 스스로 답을 찾아야 되는 때거든. / 139p

 

 

   어느 날 윤재 앞에 찾아온 윤권호라는 교수는 자신의 잃어버린 친아들을 대신해 죽어가는 아내 앞에서 아들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곤이는 바로 그가 잃어버린 친아들로, 놀이동산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이후 여러 시설들을 전전하며 반항적이고 난폭한 아이로 자란 탓에 본의 아니게 대신 아들 역할을 한 윤재 앞에서 날을 세운다. 친아들이지만 사회적인 명성을 지닌 아버지 앞에서 자신은 한참 못나고 비참한 존재가 되어버린 곤이는 지난 과거에 대한 원망을 풀 대상이 필요했다. 그가 바로 윤재였다. 하지만 윤재는 공포도, 분노도, 슬픔도 느낄 수 없기에 곤이의 난폭함 앞에서도 무감각해보일 뿐이다. 감정에 너무 무딘 한 소년과 너무 약해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센 척 하는 두 소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하지만 불행한 가족사를 통과하며 자라온 자연스러운 유대감이 서서히 그들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한다. 한편, 달리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라는 윤재에게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을 품게 해 준 소녀다. 몸이 더워지고 맥박이 팔딱거리며, 작은 벌레들이 몸을 기어 다니는 것처럼 근질근질한 이상한 기분. 윤재에게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평생, 절대 느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 ‘감정’이란 것을.

 

 

- 원래 이성에 대한 관심이 그런 거란다.

- 제가 그 앨 좋아하는 걸까요?

말을 맺자마자 아차 싶었다. 심 박사는 의미심장하게 답했다.

- 글쎄. 그건 네 마음만이 알겠지.

- 마음이 아니라 머리겠죠. 뭐든 머리의 지시를 따르는 것뿐이니까요.

-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린 마음이라고 얘기한단다. / 170p

 

 

 

자람, 그 무한한 가능성

 

 

   다시 자신이 자라온 어두운 환경 속으로 되돌아가려는 곤이를 붙잡기 위해 윤재는 무모한 곳으로 발을 들인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만큼 난타를 당하는 순간에도 그는 끝까지 도망치지 않고 곤이를 붙든다. 그는 할머니와 엄마를 죽인 남자의 살인극 앞에서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던 사람들처럼,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것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진짜 ‘공감 불능’을 앓고 있는 것은 소년 윤재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던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로 내 옆에서 깊은 시름과 고통을 겪고 있는 이에게조차 나는 진심으로 공감한 적이 있긴 했던 걸까.

 

 

- (중략) 의사들은 라벨 붙이는 걸 좋아하지. 그래야 특이한 현상이나 사람도 받아들일 수 있거든. 그게 명확하고 유용할 때도 물론 많고. 그렇지만 말이야, 사람의 머리란 생각보다 묘한 놈이거든. 그리고 난 여전히,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다. 그러니까 내 말은, 어쩌면 넌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란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박사가 웃었다.

- 자란다는 건, 변한다는 뜻인가요.

- 아마도 그렇겠지. 나쁜 방향으로든 좋은 방향으로든. / 214p

 

 

   이렇듯 윤재는 곤이와 도라, 심 박사와 윤 교수를 만난 몇 개월의 시간을 통해 성장과 변화를 겪었다. 더 이상 그에게 있어 감정을 느끼고 공감을 하는 것은 뇌의 ‘아몬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성장이 지닌 그 무한한 가능성 속에는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자라나는 중일 테니 말이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이 사회에 진정한 공감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모든 성장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전하고 싶을 때 이 책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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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이야기 - 시대를 움직인 뒤틀린 정의 예문아카이브 역사 사리즈
월러 뉴웰 지음, 우진하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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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류사를 점령한 폭군들의 수상한 행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다!

 

 

  ‘민주공화국은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의한 독재의 거부를 제일의 가치로 한다는 점에서 권력을 인격화한 독재적 의식에 사로잡힌 정치문화의 퇴행성이 탄핵 사태의 근본 원인이다.’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중앙일보의 한 칼럼에 쓰인 글이다. 이번 대통령 탄핵 사건은 민주주의 헌법 수호에 있어 용납될 수 없는 중요한 법 위배 사항으로 그 정당성을 발휘한다. <폭군 이야기>의 저자 월러 뉴웰 교수는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의 전부는 아니며,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폭정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권력을 사유화하고 독재적 의식에 사로잡힘으로써 퇴행해버린 우리의 정치 문화를 심판대에 세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오늘날 이들을 견제하고 독단적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는 헌법과 시민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른바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자축할 만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가의 이익에 크게 위반되지 않았다고 여기며 국정 농단 사태를 오히려 옹호하는 입장이 난립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나면 모든 것이 평화롭고 완벽할 것이라 믿었으나 여전히 이념과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는 민주주의의 현실, 혹은 역설들 앞에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폭군의 가면과 세 가지 유형

 

   <폭군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에서 언제나 존재해온 ‘폭정’을 화두로 민주주의가 모색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즉, ‘역사는 진보한다’는 맹목적인 믿음 하에 폭정을 휘두르는 폭군들을 마치 구시대의 산물로 취급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폭정처럼 비치는 정치 행위마저도 진보의 과정 속 일부로 착각하는 위험성을 알리고자 한다. 우리가 박정희 정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면이 있듯이 폭정이 건설적이거나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원동력이라고 믿는, 혹은 좋은 폭정이 있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정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IS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쉽게 걸리는 병인 ‘기억 상실’ 때문에 미화된 폭력과 위장된 폭군들의 업적을 바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리라고 경고한다. 이처럼 책은 역사 속에서 나타난 다양한 폭군들을 통해 그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정당성을 부여하고 민중들에게 위협을 가하면서도 때로 열렬한 지지를 얻기까지 했는지, 중요 사상가들뿐만 아니라 철학, 문화, 미술, 문학, 건축 등 매우 광범위한 영역들을 통해 서로에게 미친 영향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더라도 그 세상과 민주주의적 자유에 대한 현재의 폭정 위협을 제대로 직시한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여기에는 젊은 세대에게 진짜 위험한 폭군은 항상 잠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 등이 포함되며, 무엇이 그들을 자극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런 위험에 맞서는 첫걸음은 그 위험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구 방식의 물질주의를 전파하는 것으로는 그들에 맞설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44p

 

 

   저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폭군들을 나눈다. 첫 번째는 ‘전형적인’ 폭군으로 국가와 사회를 마치 자신의 개인적인 소유물처럼 다루며 자신의 안녕과 이익 그리고 자기 주변의 혈족과 측근들을 위해 국가를 이용하는 부류이다. 플라톤이 <국가>를 통해 “만일 폭군이 국민을 잘살게 해준다면 그것은 양을 살찌우는 것처럼 필요할 때 잡아먹기 위해서다.” 라고 말한 데에서 그 본질을 느낄 수 있다. 이 전형적인 유형의 폭군으로는 로마의 네로 황제,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장군과 니카라과의 소모사 부자, 최근에는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개혁형’ 폭군이다. 이들은 명예와 부를 소유하고 싶은 열망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법과 민주주의에 의해 제한받지 않는 권력을 추구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루이 14세, 프리드리히 대왕, 나폴레옹, 터키를 공화국으로 바꾼 케말 아타튀르크 등이 속한다. 이들은 단순히 우두머리가 되거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보다 인류의 이익을 위해 이 혼란한 세상에 어떤 질서를 부여하는 데 더 깊은 욕망을 드러낸다. 도시를 재정비하고 법과 제도, 공공 위생, 교육 문제를 개선하며 빈부 격차를 줄이는 시도 등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폭군이 아니라 국민의 훌륭한 대표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유형은 ‘영원불멸형’ 폭군이다. 로베스피에르, 스탈린, 히틀러, 마오쩌둥과 같은 전체주의 폭군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들은 완벽한 조화를 표방하는 미래의 세계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엄청난 전쟁과 대량학살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특이점은 이들이 근대에 들어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탈린과 히틀러,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이와 같은 경우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가로막는 적의 정체를 규명하고 이를 철저히 멸절시키는 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유대인에 대한 끝 모를 증오를 보였던 히틀러의 경우, 실제로 이들과 어떤 관계를 갖거나 연관성이 있지 않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스탈린이 행복과 변영의 적이자 이상형 건설을 위해 반드시 멸절돼야 하는 가공의 반혁명분자인 쿨라크 ‘부유한 농민’을 만들어낸 것처럼, 히틀러도 ‘유대인’이라는 적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 가지의 유형의 폭군들을 통해 살펴보게 될 폭정의 행적들은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다. 한 인간의 개인적인 야망과 역사의 변혁을 꿈꾸는 거대 욕망은 물론, 세속과 종교, 사상 등이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덕분에 책을 읽다보면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세계사 전반을 아우르는 총제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기분이 든다.

 

 

종교적 다원론과 여러 종교들을 관용적으로 포용했던 사상은 이제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사상으로 대체됐다. 기독교는 인생의 모든 측면을 이끌어주는 유일한 ‘진리’였고, 그것을 지원한 것은 절대 권력자의 ‘권위’였다. 심지어 콘스탄티누스 1세나 테오도시우스 같은 황제들도 삼위일체와 같은 난해한 신학 논쟁에 끼어들기도 했으며, 다른 견해나 관점에 대해서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진압해 자신들이 선택한 종교를 지원하려고 했다. 폭정은 이념이 되기 시작했고, 훗날 절대 권력의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론과 실제의 통합’을 이루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등장한 공산주의와 같은 세속적 이념의 종교적 선배가 됐다. / 187p

 

 

우리는 절대 군주의 권력이 때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대단한 일을 성취해낼 수 있다는 불편한 역설을 마주하게 된다. 마키아벨리가 말했던 “군주와 평민 모두를 위한 안정과 평화”다. 더욱이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역설도 드러나게 되는데, 공격적이고 야심 넘치는 폭군이 위대한 정치가로 변모할 수 있으며 어느 지점에 들어서면 양자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 227p

 

 

 

 

 

모든 권력자는 잠재적 폭군이다

 

   이 책에서는 대체로 서구 인물 중심의 폭정과 불의를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폭정의 의미를 인류를 파괴하거나 퇴보시킬 수 있는 모든 권력으로 확장시킨다면 핵무기나 환경 파괴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히틀러와 스탈린과 같은 폭군이 이를 극적으로 이용한 사례인데,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IT기술도 폭정에 이용될 수 있다. 물론, 핵무기 기술과 파멸의 위협이 오히려 오늘날의 소비 사회를 두렵게 만들어 세계 평화와 정의를 가져온다는 설도 있는 만큼,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 속에서 발휘되는 다양한 협력단체와 시민의식이 폭정과 폭군의 등장을 끊임없이 견제함으로써 평화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로든 민주주의가 완전무결한 체제는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인류가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희망을 셀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해왔지만, 그런데도 폭정이 계속되는 이유는 ‘권력을 향한 결코 꺼지지 않는 욕망’이라는 인간의 심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권력자는 잠재적인 폭군이다. 권력에 대한 꿈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늘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하며, 거기에 대항할 준비를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나가서 싸워야 한다. / 443p

 

 

   그런 점에 있어 <폭군 이야기>는 세계사를 위협했던 폭군들을 설명하는 단순히 자극적인 내용의 책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묘하게 뿌리를 내리는 이들의 등장을 방지하고, 그것이 부지불식간에 체제를 잠식시켜 언젠가 더 큰 위협을 가할지 모른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대체로 서구의 역사에 비추어 쓰인 책이다 보니, 방대한 세계사적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그만큼 공들여서 읽고 참고 서적을 찾아가면서 독서를 하는 흥미로움을 가지기도 했다. 다만, 비문이나 오타가 눈에 자주 띄는데, 이 때문에 읽을 때 문장과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시기가 매우 적절하게 등장한 이 책으로 하여금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 중차대한 사건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큰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분들에게도 이 책이 유용하게 읽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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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 한국화 그리는 전수민의 베니스 일기
전수민 지음 / 새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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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빛의 도시 베니스, 그 이국적 일상에 예술을 담다!

한국화를 그리는 화가가 쓴 남다른 베니스 일기!

 

 

 

심상을 읽어내는 화가, 전수민

 

 

   ‘심상(心象)’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으로 풀이하자면, 감각에 의하여 획득한 이전의 경험이나 현상이 마음속에서 시각적으로 나타나는 인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를 맡음으로써 알게 되는 모든 자극을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바로 이 심상을 표현하는 매우 인상적인 작업이다. 그리고 화가는 심상을 자유로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가진 멋진 예술가인 듯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늘 화가를 동경해왔다. 기술적인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예민한 감각으로, 사물과 풍경의 이면에 어른거리는 심상을 읽어낼 줄 아는 화가만의 정서를 닮고 싶었다. 노력으로 다할 수 없는 이 아름답고도 놀라운 특권을 가질 수만 있었다면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 믿어왔을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나는 화가 자신만의 고유한 심상을 화폭에 담아낸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전수민 화가의 작품은 이 심상을 잘 녹아내어 관람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자아내게 하는 매우 감각적인 화풍을 지녔다.

 

 

내 그림들은

깊은 그리움과 오랜 기다림으로 완성된 것들입니다.

한지 위에 켜켜이 색을 쌓아올려,

가슴 안에 층층이 포개진 그리움을 나만의 속도로 표현합니다.

‘느림’이란 이름의 그림들이, ‘빠름’이란 이름의 시름들을 거짓말처럼 거둬가요. / 225p

 

 

   그녀는 ‘인류 최초의 그림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있어 그리는 일이란 그저 보이는 것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 아니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오직 마음으로만 보이는 것들을 조심스레 세상에 내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화를 그리는 화가답게 우리의 전통 한지를 선택해 그 위에 채색하는 형식을 사용한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성으로 색채를 덧입히고, 자연스럽게 스미어드는 ‘느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그녀의 이러한 수고로운 작업은 이역만리 베니스에서 더욱 빛이 난다. 가장 이국적인 곳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려는 그녀. 천 년 이상 보존이 되는 우리 종이만의 경이로운 힘을 믿으며 특유의 재질이 주는 까다로움을 고스란히 품는 그녀. 참 매력 있다.

 

 

돗자리를 펴고 한지를 펼쳤다.

긴 여정에도 지치지 않고 살아 숨 쉬는 우리의 한지,

그 위로 자연스러운 얼룩이 번져나간다.

이역만리 베니스에서도 한지의 매력과 위력은 고스란하다.

은근한 빛을 뽐내지 않고 뿜어낸다. / 30p

 

 

 

 

 

 

물과 빛의 도시, 마주하는 모든 순간이 그림이다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은 바로 예술가의 고장 베니스로 떠난 그녀가 한 달 동안 머무르며 보고 느낀 심상들을 써낸 일기이자,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한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서른 한 편의 일기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이 독특한 화가의 보다 특별하고 유별난 정서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다니던 회사에서 승진한 날 사직서를 내고, 늘 ‘죽음’을 가까이 느끼며 유서 쓰기를 취미로 삼을 뿐만 아니라 농민의 자손이랍시고 베니스에서도 현지 음식이 아닌 매번 손수 차린 쌀밥을 고집한다. 지독한 길치라서 줄곧 ‘직진 산책’만 해야 했으며, 유년 시절에 목욕탕에 빠져 죽을 뻔했던 일을 계기로 정작 물의 고장인 베니스에 와서 물을 겁내는 참 재미있는 이력을 지녔다.

 

 

   그래서일까, 베니스의 한 스튜디오에 입주 작가로 선정된 일을 계기로 낯선 베니스에서 머무르게 된 그녀는 마치 새로운 우주 속에 몸이 내던져진 듯 불안하고 조심스러워 보인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가질 법한 설렘, 두근거림, 흥분된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마음을 나직이 써내려 간다. 베니스의 스튜디오에 도착해 마치 ‘최초의 인간’이 된 것 같다던 그녀의 고백은 늘 ‘죽음’을 유예하며 살아온 입장에서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그녀는 단출하게 준비해온 옷을 꺼내 옷걸이에 걸고, 몇 자루의 붓과 팔레트와 종이, 물감과 같은 최소한의 도구로 스튜디오의 한 공간에 스스로를 안착시키면서 차분하게 새로운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해나간다.

 

 

 

“세상천지 내 돗자리 펼치는 곳이 다 내 작업실이다.”

흠… 과연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까요? 아마 괜찮을 거예요.

계속 기운 내서 그럴게요.

생각은 진작부터 그랬고,

이미 아무 데서나 잘도 그려요.

평생 붓을 들겠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라도’가 포함되는 다짐이 아닐까 해요. / 32p

 

 

   산타루시아 역 부근의 오래된 건물 사이 낮은 차양을 친 상점들, 일상이 녹아들어 있는 시장, 베니스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대운하와 리알토 다리, 바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건물들, 소박한 메스트레의 화방, 천사 같은 꼬마들을 만난 리도 섬, 종소리로 가득찬 베니스 중심가 뒤편의 작은 광장, 오페라의 도시 베로나에서 만난 야경 등. 그녀는 베니스의 아름다움을 과하게 수식하지 않는다. 은은하고, 담담하게 글로 써내려간다. 물과 빛의 도시라 불리는 베니스의 풍경이 책의 곳곳에서 잔잔하게 너울거린다. 특히 짧은 여행이나 관광이었다면 알지 못했을 이탈리아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과 산 경험들이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스튜디오 내에서 함께 머무르며 새로운 친구들과 공유한 소소한 일상들이 베니스에서의 생활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것이 한 데 어우러져 그녀는 한 폭의 동화 같은 작품들을 완성해낸다.

 

 

베니스에서 본 풍경들은 마치 동화와 같았지요.

이탈리아 물감은 그래서 좀 다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캔버스라는 문이 있는데, 색깔은 약간의 물과 함께 통과하게 돼요.

초록이었는데 그 문을 통과하면 짙은 녹색이 되는 것이죠.

진한 분홍이었는데 그 문을 통과하면 빨강이 되고요. / 170p

 

 

 

 

 

 

오래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때로 우리는 가장 낯선 곳에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민낯과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베니스의 풍경이 보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그녀가 이 먼 거리를 떠나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완성된 그림과 마찬가지라서 베니스의 풍경을 사진처럼 그림에 담는 작업이란 그녀에게 중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책은 다양하고도 이국적인 풍경을 잘 찍은 사진처럼 애써 담아내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베니스의 풍경들을 가이드처럼 상세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보다 그녀는 낯선 베니스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에 보다 마음을 두고 있었으리라. 자신의 작업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역시 ‘나 자신의 문제’라던 그녀의 글처럼 심상을 통해 심연을 마주하는 일, 그 자체가 그녀에게는 예술이었을 것이다.

 

 

마음을 진정시킬 때 색연필을 깎는다.

나무 꺼풀이 얇게 벗겨지고,

색색의 심지들이 천천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내 마음의 심지는 어떤 것일까.

색연필을 깎으면서 내 마음을 추스른다.

자주 깎지는 않는다.

마음에 늘 진정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 42p

 

 

 

나는 평생 꼭 예술가로 살아가고 싶어요.

언젠가 엄마에게 힘들다고 했더니,

“그럼 너무 애쓰지 말고 형편이 나아지면 그림을 그리는 게 어때.” 말씀하셔서

겁에 질리고 말았어요.

나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지금 여기를 살고 싶습니다.

바로 지금, 이곳에서, 물러나지 않고,

나 자신이 주인이 되어 완전히 연소하면서. / 205p

 

 

 

 

 

   에피소드 중, 한 그림 앞에서 그것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을 찍은 사진이 인상적이다. 세상의 모든 경이로운 것들은 오래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지닌 듯하다. 거꾸로 말해 오래 들여다보는 일이야 말로 세상을 경이롭게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땅의 모든 것들, 사람도, 나도. 결국엔 오래 들여다보아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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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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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차 부장검사가 쓴 진짜 검사 이야기!

사건과 사고 너머에 존재하는 사람을 이해하려한 한 남자의 인생!

 

 

 

   각종 미디어에서 다루는 검사의 이미지는 법 앞에서 엄정한 잣대의 칼날을 드리우는 심판자에 가깝다. 즉, 그들은 피의자를 기소하여 그에 합당한 형벌을 받게 하기 위해 냉철하게 사건을 파헤치고, 냉정하게 심판대에 올리는 역할을 한다. 애석하게도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검사를 부정한 이미지에 함몰시키는 바람에 마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로 퇴색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이 연루된 중차대한 일로 특별검사들에 관해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들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나 역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특검의 고군분투를 지켜본 이후, 법과 정의 앞에서 사력을 다하는 그들에게 응원과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때마침 아주 흥미로운 에세이 하나가 출간되었다. 법무연수원에서 신임검사들을 가르친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진짜 검사 이야기다. 아울러 검사라는 무게를 벗어던지고, 사건 사고 속 너머에 존재하는 ‘사람’의 가치를 먼저 들여다본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건 하나에 적어도 하나의 인생이 걸려 있다

 

 

   ‘내가 겪어본 검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삶을 나눠주는 일이었다.’

   저자는 오랫동안 검찰청에서 수사와 공판업무를 담당해온 검사로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칫 잘못 휘두르는 칼날에 누군가의 인생이 세상 밖으로 떠밀려나갈지 모르며, 그 위험을 감수하기엔 단순히 투철한 정의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듯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가 말한 정의는 법이라는 잣대가 아닌, 보다 인간적인 존중과 포용이 선행되는 데에서 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책에서는 실제 그가 담당한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검사라는 직업 안에서 겪는 다양한 인간적인 고뇌들을 느낄 수 있다.

 

 

    

 

 

   아무래도 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이다 보니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첫 장인 ‘취급주의’였다. 열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영업이 끝난 횟집만을 골라 수족관에 달린 산소 공급기의 콘센트를 뽑아 물고기를 죽게 만들었다. 다섯 곳이나 돌아다니며 금고에서 돈을 훔치기도 했는데 고작 5만 원이 조금 안 된다. 알고 보니 소년은 일흔다섯 살의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고,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자꾸 밖으로 나돌게 되다보니 용돈이 떨어져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었다. 횟집만 들어가게 된 사연은 즉, 유독 회를 좋아하는 할머니에게 지금 자신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보니 횟집만 보면 그냥 화가 많이 난 것이라고 한다. 사건으로 하여금 저자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손녀를 끔찍하게도 아꼈던 외조부모님의 사랑 덕분에 그 사랑을 거름 삼아 평생을 튼튼한 나무처럼 살아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의 『회복탄력성』에도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어려움이 닥쳐도 이를 극복하며, 원래보다 더 나은 위치로 튀어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이 소년의 사연에 날카로운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기엔 어쩐지 마음이 석연치 않다.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 대부분은 남다른 집안 사정이나 가정불화로 인해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소년처럼 마음 한구석에 따뜻함이 남아 있는 녀석은 조심히 잘 다루어야 한다. 이대로 부서져버리든가, 아니면 좀 더 단단해지든가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 19p

 

 

   때마침 소년의 할머니가 찾아와 손자의 선처를 부탁한다. 착한 손자가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 양 자책하는 것이 안쓰럽다. 다행히도 별다른 전과가 없는 아이이다 보니 수사관을 통해 피해를 입은 횟집 주인들에게 그 아이의 현재 상황을 간곡히 설명하고 처벌불원서를 받을 수 있었다. 석방하기 전 할머니 혼자서 아이를 관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소년 사범 관리에 전문성을 가진 법사랑 위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덕분에, 소년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학교에 잘 다닌다고 한다. 구속된 경험이 ‘낙인’이 아닌, 인생에 반전을 가져다준 ‘기회’가 되기를 소망했던 저자의 인간적인 독려가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이야기다. 아울러 중3인 아들에게 엄마와 아빠로부터 사랑받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튀어올랐으면 좋겠다는 글 역시, 한 아이의 인생에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외에도 저자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검사실은 물론 법정에서 오가는 다양한 삶의 편린과 때로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기도 하는 그 엄중한 현실을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나는 그 인생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배심원도 아니고 지나가는 행인도 아니다. 그들의 먼 미래를 바꿀 수는 없어도 눈앞에 닥친 상황에 작게나마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검사다. 삶과 죽음, 피해자와 피의자, 분노와 처절함으로 들끓는 인생의 도가니를 지켜보는 이 순간이 두렵지만, 그들의 인생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것 또한 검사라는 직업의 비애다. / 49p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

 

 

   저자는 한때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다. 검사 경력을 한창 꽃피우려고 하는 시기에 찾아온 불행이었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문제였다고 한다. 지적받지 않도록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일하는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지적을 받으면 자존감이 무너져 내리는 악순환을 반복하다가 탈이 난 것이다. 주말을 반납하고 아이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사무실에 나가 일처리에 몰두하고, 자신을 사정없이 몰아붙이는 업무의 강도에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다. 아마도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이와 같은 고충을 겪고 있으리라. 저자는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인간이란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특히 나는 더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고 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려고 했다. 때마침 지도부에서 강력부의 수석검사를 제의해왔지만, 그는 감당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반려했다. 이 때문에 뒤에서 ‘건방진 놈’이란 말까지 들어야 했지만 그는 몰아붙이듯 살아왔던 인생을 재정립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 과거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오는 게 더 중요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개인사의 아픔까지 담담하게 서술한 그의 이야기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큰 위로가 되는 듯하다.

 

 

뭔가를 시작하기 전부터 정답이나 결과를 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결과를 구하는 여정에서 모든 것을 확신하기에는 우리가 너무도 불완전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그저 완전함에 다가가기 위해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다. / 131p

 

나는 검사가 ‘되려고’ 했던가? 검사를 ‘하려고’ 했던가? 나는 검사를 ‘하려’ 했던 것이다. 검사를 하면서 나를 성장시키고 그곳에서 보람을 찾으려 했었다. 커다랗고 시커먼 건물 앞 계단에서 잠시 쉬면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역시 문제가 생기면 문제에서 약간 떨어져 쉬어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 말했다. 인생은 주스 같아서 흔들어서 밑에 깔린 알갱이들을 섞어야 맛있다고. 가끔씩 흔들리는 내 삶 역시 그 맛을 더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 280p

 

 

  끝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한 아내의 남편이자, 아이들 아빠로써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홀로 키워내느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온 아내가 우울증에 걸리면서 그는 자신을 자책했다고 한다. ‘다음에’라는 말로 아이들과 놀러가기를 약속한 일은 제대로 실천한 적이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든 그는 주말 근무는 하지 않고 낮 시간에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하고 일찍 귀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고 여긴 그는 국외 훈련을 신청했고, 가족과 함께 하겠다는 일념으로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냈다. 덕분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가족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다. 아플 때 절망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희망을 보려고 애쓴 저자의 경험이 여타의 많은 자기계발서와 희망에세이보다 진솔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올봄부터 퇴근해서 현관에 들어서면 먼저 아들의 운동화를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끈이 풀어져 있거나 느슨하게 죄어 있으면 바로 앉아서 그것들을 고쳐 맨다.

어차피 아들은 머지않아 신발 끈을 단단히 묶는 방법에 익숙해질 것이다. 주위 사람들도 아들의 신발 끈보다는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품성을 보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냥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 229p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건 사고 속에서 빛을 발휘한 검사의 활약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에 녹아 있는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메시지들이 뜻밖의 감정들을 선물해주었다. 냉혹한 세계 속에서도 사람을 먼저 보려고 했던 그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깊은 애환과 격려를 느낄 수 있어서 매우 뜻 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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