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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 - 택꼬의 630일간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기
김태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여행이 가진 매력.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매력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일상이 가지는 소중함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낯선 곳으로의 도전은 '나'를 새롭게 보게 만들며 '나의 인생'을 다른 색으로 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누구에게나 여행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방식과 여행에서 느끼게 되는 감상은 십인십색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여행기를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상당히 색다른 방식의 여행에 도전하고 있다.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낡은 자전거 한대를 탄 채로,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낯설기만한 남미의 오지들을, 장장 2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답파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에 중독된 사람이 아니라면 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여행을 한걸음 한걸음, 아니 한바퀴 한바퀴 그려내간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하여 아르헨티나 부에로스아이레스까지 이어진 그의 여정은 책 첫장을 장식한 지도 속의 루트만 바도 아찔할 정도이다. 2년이라는 시간을 바친 여행 속에서 그는 어떠한 가치들을 찾아낸 것일까?
홀로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인만큼 외롭지 않을 수 없는 여행이었으리라. 가혹한 환경 속에서 낮에는 더위와 바람과 싸우며, 밤에는 추위와 벌레와 싸우며, 그렇게 힘든 여행을 하다보면 외로움도 더욱 컸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아무런 외로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말그대로 '생거지꼴'로 여행을 하는 그이지만 그런 그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는 소박한 사람들이, 드넓은 대륙 곳곳에서 그를 기다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유독 맑은 눈을 가진 사람들의 사진이 그득하다. 특히 초롱초롱한 눈을 별빛처럼 반짝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진만으로도 가슴이 시릴 정도이다. 만약 보스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쌩 하니 날아갔다 날아오는 여행이라면 이처럼 한사람 한사람의 눈을 깊이있게 들여다보며 여행을 할 수 있었을까? 책을 읽다보면 어떤 의미에서 저자가 참 고지식하고 답답한 사람이구나 생각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 사실 그런 그였기에 이러한 여행을 하고 이러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는 정말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몇안되는 현자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여정의 과정에서 하루하루 블로그에 올린 글을 정리하여 낸 책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넷으로 만난 인연 역시 그의 여행에서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의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과 사람을 함께 만나는 여행이었던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하면서 자연을 보는데 그친다면 여행의 하수,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여행의 고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여행의 고수가 되어버린 저자라면 조만간 다시 한번 더 느린 여행을 떠나리라 확신하게 된다. 조만간 그의 여행에 다시 한번 어우러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