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도 춤을 추어요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8
힐데 하이두크 후트 지음, 김재혁 옮김 / 보림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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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가 가득한 그림책이다.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이리저리 헤쳐모이면서 이야기를 만든다,

모양도 무늬도 크기도 제각각이다

때로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하고 두세개가 모여있거나 여러개가 옹송오송하게 모여있기도 하다.,

그저 돌멩이네 .. 하고 넘어갈 법도 하지만 그 돌멩이를 보는 마음은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아니 때로 어른들도 제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내가 화가 난 이유가 슬퍼서인지  불안해서인지 아니면 외로워서인지를 알지 못한다,

그냥 "화가 났어" " 나 화났거든" 하고 그만이다,

아무 말 없이 한 구석에 쭈구리고 있는 아이 혹은 한켠에 말없이 먼산을 보는 어른

그들도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내가 외로운 것인지 심심한 것인지 아니면 피곤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이 그림책의 돌멩이는 자기 자신이다,

누군가가 미울 때

내가 스스로 못나 보일 때

불안하고 자꾸 뒤쳐지는 조급함이 들 때

외롭고 왕따 당한 기분이 들 때

함께 있지만 나만 어울리지 못하는 기분이 들 때

그때 그때의 감정이 돌멩이에게 나간다,

이 돌멩이가 나같아...

저 돌멩이는 이유없이 싫어

마음은 가만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건 분명 내것인데 내것이 아닌거 같다. 낯설다,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아무리 좋다고 그렇게 까부는 건 아니었는데 내가 잠시 미쳤었나봐 , 내일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보지?

세상은 정말 행복해 보여 딱  나 한사람만 빼고

엄마도 멀어보이고 아빠도 어렵고 나는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

혹시 들켰을까? 내 행동이 이상한 거 아닐까? 나 괜찮은 거 맞나?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 보면 단수한 감정 뒤에는 나를 알아봐주었으면 하는 욕망도 있고 더 잘 하고 싶은 욕심 누군가와 관계맺고 싶음도 있다,

 

돌멩이 그림을 보면서 아이는 혹은 어른은 내 마음을 느낀다,내 마음을 본다,. 내 마음을 안다

이건 내모습이구나

이건 우리 아빠 우리 엄마. 이건 친구와 나

마음을 몰라서 감정을 몰라서 표현하기 힘든 어른과 아이는 이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 쑥스러워 마주 보고 눈을 맞추진 못해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림책을 들여다 보면서

"있잖아요 사실 내가 요....

하며 시작되는 조곤조곤한 이야기에서 내 마음을 그리고 너의 마음을 알게 되면 좋겠다,

그림책은 참 좋은 약이 될 수 있겠다. 적어도 쓰지는 않을테니까...

 

잠깐 다른 이야기

스마트폰이 처음 나오고 다들 신기했던 건 이제까지 버튼을 힘으로 눌러 작동했던 기기가 아니라

다만 살짝 스치는 터치로 기기가 작동한다는 거였다.

어떤 대상이 나의 손끝에서 움직인다는 것

그것도 조금은 폭력적일 수 있는 물리적 힘( 단순한 버튼하나 누른 것에 대단한 힘이 들어가는 건아니겠지만 그래도 힘은 힘이니까) 이 아닌 어떤 만짐으로 이루어 진다는 건 근사한 일이었다.

사람은 어쩌면 누구나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어하는 존재일 것이다.

그 소통이 누르는 힘이 아니라 살짝 건드려지는 촉감으로 이루어 진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아무도 만져주지 않는 나를 만지듯이 사람들이 핸드폰을 만지고 꾸미고 사랑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했다,

이렇게 따뜻하게 만지고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불안하고 언제나 내몸처럼 늘 함께 해야하는 것 세상의 끝에서도 나와 함께 분명히 함께할 이 핸드폰이 어쩌면 작은 위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없어도 이거 하나면 외롭지도 않고 혼자가  아니다.

가끔 다수가 모인 전철안이나 대합실에서 모두가 제각각 핸드폰을 쥐고 들여다 보는 모습이 짠하다 내가 너무 외로워서 소통하는데 그 대상은 핸드폰 뿐이라니...

그래도 그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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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3
애너벨 피처 지음, 김선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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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읽는 내내 제임스 부모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도 누군가의 부모였기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제임스가족과 같은 불행을 당하지않은 행운아여서일까 모르겠다.

 가족의 삶을 뒤바꾸는 어떤 불행이 닥쳤다고 해서 그렇게 내 삶을 내팽겨 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책을 읽는 내내 들어서 불편했다.

알콜중독으로 빠져버리고 남탓을 하며 생활과 가정을 내팽겨쳐버리는 아빠가 그냥 계속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고 미웠다.

내 감정은 책을 읽으며 계속 제임스만을 따라가고 있음을 나중에 알았다.

가족내에 불행한 일을 겪으면 가족이 해채된다는 것 속된 말로 풍지박산이 된다는 게 어떤건지 절절하게 보여준 가족이었다.

가장 불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일.. 아이를 잃었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며 동시에 어떤 이유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누군가를 탓해야하는데 그 대상마저 모호하다. 그럴때 가족들을 그 화살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에게 돌린다.

아빠는 엄마를 탓했다. 왜 그때 그 곳으로 가자고 했고 왜 아이를 제대로 건사하지 않았으면 내가 그렇게 아이를 불렀는데도  모른척 내버려두었느냐고...

엄마는 스스로의 죄의식과 함께 쏟아지는 비난을 견딜 수 없어서 가족으로부터 도망친다. 어쩌면 내 한몸 건사하기 힘들고 지쳐서 남은 가족이 남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지모른다.

그리고 아이들은 생각한다. 왜 내가 아니라 그 아이였나 

기억을 하는 아이는 혼자 살았음이 죄스럽다. 왜 내가 아니고 그 아이였나.. 그건 평생을 따라다닐 트라우마가 된다.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꼬마에게는 모든 것이 청천벽력같은 일이다.

누이 하나 죽었다고 해서 가족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는가

기억조차 희미한 그 누나가 온 집안을 지배한다. 이제는 유골함에 들어가 있는 몇개의 뼈조각으로 남은 누나가 집안의 중심이라는것은 꼬마는 절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가족이라는 것이 붕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모두가 손을 탁 놓기만 하면 그대로 스르르 무너져버리는 약하디 약한 공동체가 가족이었다.

 

2. 애도의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머리로는 그걸 이해하지만 나와 다른 애도방법을 가진 타인을 보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다.

  얼마전 읽은 <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애서도 애도와 비탄이 언급된다.

  반즈는 세련되게 그 애도와 비탄을 이야기한다. 하늘을 나는 기구의 이야기에 빗대어 세상을 함께 나눈 가족 반려자를 잃은 그 심정을 절절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노라고 고백한다.

남에게 위로하는 것이 힘든 이유이다,

나의 진심이 상대에게 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나의 방식과 상대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서로 통하는 길을 알지 못한다.

이야기 속의 아버지의 애도는 정말 이해불가였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래서 절절히 제임스가 와 닿았다.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너에게는 책임져야할 두명의 아이가 남지 않았느냐고 그의 멱살을 잡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 아빠가 로즈를 특별히 더 사랑해서였을까

더 영리하고 장난꾸러기이며 눈빛이 빛나던 거 아이를 더 예뻐했던 거였을까

아닐것이다. 로즈가 살아있는 동안은 누군가를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로즈의 빈자리가 더 커진 것이다.

이미 없어진 사람에 대해서는 잘 해준 기억보다 못해준 기억이 더 남아 있을 수 있다.

이제 겨우 열살이 되어 죽어버린 아이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몇조각의 뼈로 남은 아이가 가엾고 안타까운 건 이해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또다시 위로받고 이해받아야 할 아이가 둘이나 남아있질 않은가

그는 소리없이 소리친다.

너희는 살아있음에 감사하라. 더이상 바라지 말라.

그건 남은 아이들에게 정말 잔인한 짓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의 애도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고 동시에 모두에게 이해받는 애도라는 것만  좋은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그를 떠난 가족도 있지만 아빠의 애도는 누구보다 절절했고 진심이었음을 .. 그리고 많이 아팠다는 사실을 책을 읽는 중간중간 발견하지만 그래도 아빠를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싫었다.

 

3. 제임스는 세상에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

  무엇을 입고 있건 어떤 행동을 하건 아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제임스가 보는 아빠는 늘 로즈 누나만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아빠이다.

  직장도 집안일도  아무 상관없고 그래서 엄마를 쫓아내버린 아빠였다.

학교에서도 제임스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유일하게 제임스를 알아봐 준 슈나는 모슬렘이었다.

아빠가 악으로 규정한 존재.

누나를 죽인 존재.

어쩌면 집안 침실에서 폭탄을 제거하고 남의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고 남의 나라에 기생하여 살면서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인간들..

제임스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모슬렘이란 그런 거였다.

절대 말도 해서는 안되고  마주보아서도 안되니 친구란건  절대 사절이다.

그런 슈나가 짝이 되었고 번번히 제임스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웃어주고 말을 해준다.

열살인 제임스는 아버지의  말과 현실의 슈냐앞에서 혼란스럽다.

하지만 로즈가 죽고 처음으로 자기를 알아봐 준 사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제임스에게는 넘치게 좋은 사람이었던 셈이다.

 

4 텔렌트 쇼에 나가고 난뒤 제임스는 처음으로 엄마를 만난다.

  늘 기다리고 그리워했던 엄마

  엄마를 기다리며 빨지 않고 계속 입었더 스파이더맨 티셔츠를 드러내 보이지만 엄마는 기억하지 못한다. 말미에 드러난 진실

사실 엄마는 아빠를 못견디고  간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빠의 원망을 핑계삼아 스스로 집에서 도망간 것이었다.

어쩌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술의 나날을 보내는 아빠보다 더 무책임하고 나약한 사람이 엄마였다.

간혹 현실을 마주하면 차라리 용기가 생기고 살아갈 힘이 생길 때도 있다.

이제 더 이상 엄마는 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제임스는 포기와 함께 미련도 버린다.

그리고 고양이의 죽음앞에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고 난 후 조금은 아빠를 이해하게 된다.

내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난 후에  남의 처지를 알게 된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진실이고 가장 아픈 배움이다.

서로를 알게 되면 더 이상 마법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살아갈 힘은 얻게 된다.

제임스와 재스민과 아빠는 이제 함께 앉아 티비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따뜻한 밥상이 아닌 패스트 푸드나 냉동음식에 멍하니 화면만 쳐다보는 삭막한 풍경일 지언정 이제 가족은 모여있다.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

 

5 9.11이 준  깨달음 중 하나가 테러라는 것이 전쟁터나 위기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란다. 저 멀리 중동지역 분쟁이나 전쟁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지금 평화로운 미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고 불안을 주게 된 사건이라고 들었다.

이제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생각은 누군가 원망하고 미워할 대상을 필요로 하게 되고 그 미움이 그리고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모든 일들의 인과관계를 살펴볼 겨를도 여유도 없이 지금 당장 눈앞에서 내게 피해를 주었다고 믿는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으로 분풀이 한다.

미국의 사건이 그리고 영국의 사건이 미움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무슬렘이었다.

그들의 피부색 옷차림 종교는 이제 악의 축이 되었고 그들에 대한 공격은 정당성을 얻게 되었다.

제임스의 아빠도 딸을 잃은 슬픔을 이성적으로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당장 눈앞에 있는 모슬렘에게 모든 원망을 던지면서 하루하루를 산다. 남을 원망하는 힘으로 살아간다는 건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고양이를 잃었지만 제임스는 어렴풋하게 아빠를 이해하게된다.

아빠도 이렇게 아팠겠구나. 이렇게 슬프고 미안했겠구나...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젠 알 수 있다.

저럴 수도 있구나...

 

마지막 숨은 주인공 재스민의 이야기는 참 아름답다.

나는 더 이상 로즈랑 똑같을 수 없다.

아무도 몰랐던 로즈의 비밀을 바램을 이제 혼자 스스로 해낸다.

나는 로즈가 아니다 재스민이다

이제 제스민으로 살것이다..

그 아이는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았어도 혼자 성장했다.

내가 잠시 한 눈을 팔고 잊고 있는 사이에 그렇게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남은 남매에게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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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와 헤리엇은 그 시대에서도 정숙하고 건전한 연인이었다.

방탕하고 자유로운 연애시대에 자신들의 신념을 고수하고 결혼을 하고  이상적이고 안정된 가정을 가지기를 소망했다.

커다랗고 방이 많은 집에서 방마다 가득한 아이들을 갖고 집에는 햇살이 가득하고 웃음이 끊어지지 않고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집안 가득 사람이 넘쳐서 행복한 기운이 끊어지지 않은 집

두 사람은 그런 가정을 꿈꾸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하나 둘 셋 넷을 낳았다.

그 동안 아무탈 없이 그들이 꿈꾸는대로 살아갔다.

큰 집과 많은 가족을 부양하기엔 아직 젊은 부부들은 부자인 데이비드의 아버지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혼자 사는 헤리엇의 어머니에게 양육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사실 완전하고 행복한 가정에 대한 꿈을 꾸었지만 그걸 독립적인 힘으로 부양할 능력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첫번째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게 생각했고 그 자랑스러운 가정을 집을 가졌다는 것을 누리기에 바빴다.

그러나 다섯째 아이가 생겼다.

그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헤리엇을 힘들게 했고 무언가 이질적인 물체가 자신과 접속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임신 내내 이물감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열달을 채우지 않고 다섯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전에도 앞으로도 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이질적인 괴물이었다.

그런데 사실 다섯번째 벤이 무엇이 어떻게 이상하고 두려운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힘이 쎄고 작지만 단단하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어딘가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벤

화목한 가족은 벤 하나의 등장으로 공포스러워지고 어색해지고 두려워진다.

다른 아이들은 벤을 슬슬 피하게 되고  친척들은 핑계를 대고 이들의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

아이때문에 가정이 위태로워지자 데이비드는 아이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요양원이지만 살아 이별이고 절대 다시 볼 수 없음을 모두는 안다.

벤이 떠나고 가정에는 평화가 찾아왔고 가족은 다시 옛생활로 돌아간다.

하지만 헤리엇은 자꾸 벤이 떠오르고 그 아이를 그렇게 둔다는 것이 걸린다.

결국 빗길을 달려 벤을 만나러간 헤리엇은 벤을 데리고 돌아온다.

그대로 둔다는 건 아이의 죽음을 방치하는 것이고 내 손을 더럽히지않아도 아이를 없앨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데리고 온다.

헤리엇이 엄마라서 아이를 데리고 왔을까? 두려움도 이길 수 있는 모성때문에?

하지만 헤리엇에게는 벤뿐 아니라 나머지 네명의 아이가 또 있다.

벤을 데리고 가자면 벤은 죽지 않겠지만 다른 아이들은 공포감에 다시 싸이게 되고 가족은 행복히지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나머지의 행복을 생각하게되면 벤이 죽어야한다.

그 사이에서 헤리엇은 다른 생각없이 벤을 선택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가정은 망가진다.

다시 친척들의 방문은 끊어지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집을 떠나버리고 남편은 일에 파묻힌다.

헤리엇과 벤만이 집에 남았다. 아니 막내 폴이 아직있긴하다.

폴은 벤으로 인해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그래서 조금 불안하고 예민한 아이다.

행복하고 보여지는 가정을 원한 헤리엇에게 벤은 무엇이었을까

그 아이를 데리고 가면 헤리엇이 꿈꾸던 완벽한 가정은 무너진다. 그럼에도 헤리엇은 벤을 데리고 가지만.... 어쩌면 보여지는 것에 매달리는 헤리엇으로서는 벤으르 데려가는 것도 하나의 보여지는 무언가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헤리엇의 불안대로 가족은 해체되고 서서히 무너진다.

여전히 헤리엇은 벤이 사랑스럽지도 않고 미안하지도 않고 그저 길들이고 다루어야 할 존재일 뿐이다.

겁을 주고 협박을 하면서 관리하고 관찰하고 통제해야할 대상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벤은 언제나 불길한 예감을 뿌리고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지만 무언가를 하는 것은 없다. 간혹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끝날때 까지 누군가를 정말 해한 적은 없다. 그저 이질적이어서 두려울 뿐이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울 수 있다는 걸 책은 충분히 보여준다. 뭐라고 묘사하는 건 아닌데도 분위기상 꼭 벤이 지금 무언가를 저지를거 같은 예감을 가지게 한다. 내가 벤을 모른다는 것 도무지 내 상식과 내가 사는 세상의 질서와는 전혀 다른 벤이라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헤리엇도 데이비드도  다른 가족도 그렇다.

데이비드는 그리고 다른 형제는 그냥 벤을 무시하고 외면하고 만다.

사람들이 그렇다. 두려움을 마주하면 일단 가능한한 고개를 돌리고 무시한다. 그래서 넘어갈 수 있다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피할 수 있을 때까지는 피하자.는 생각

그러나 헤리엇은 벤을 안을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다.

통제하고 위협하면서도 돌보고 누군가가 벤에 대해 자기와 같은 감정을 가지길.. 누군가 자기를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의사도 교사도 벤이 보통 아이와는 다르지만 비정상은 아니라고 한다. 그건 헤리엇에게 전혀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니다.

벤은 이상하고 기묘한것이 맞고 그 벤을 포기하지 않은 헤리엇을 동정하고 위로해야하는데

가족들과 친척은 헤리엇을 마녀처럼 대하고  타인들은 헤리엇을 모성이 없는 어미로 대할 뿐이다.

낯선 존재를 이해한다는 건 정말 쉬운 것이 아닌데.. 헤리엇은 혼자 궁지로 몰리고 위로받지 못한다. 낯선 존재.. 그것이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라도 두렵고 낯선 누군가는 꺼려진다.

그 사이 벤은 자란다. 존을 만나고 데릭을 만나며 자신을 바꾸지 않고 본능에 충실하면서 어떤 무리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헤리엇은 끊임없이 불안하게 벤을 관찰하지만 벤에게 동화되거나 이해하거나 교감할 수는 없었다. 그게 헤리엇의 비극이다.

남편이나 다른 자녀가 헤리엇에게 거리를 두는 것만큼 헤리엇도 벤에게 거리감을 둔다.

피할 수없지만 마주할 수도 없는 딜레마속에 헤리엇은 빠져있다.

이미 헤리엇과 데이비드가 꿈꾸던  가정은 사라졌다.

그런대도 헤리엇이 잡고 있던 건 무엇이었을까

 

 

예전에 열심히 본 드라마가 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외딴 곳에 위치한 명문 고등학교가 있다. 겨울방학이 되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기숙사에 남은 아이들과 갑자기 내린 눈사태로 조난을 당해 이 학교로 피해온 정신과 의사와의 이야기다.

외딴곳 어디와도 연락이 되지않는 학교에서 아이들 사이의 갈등도 있고 외부에서 온 의사도 수상한 조금은 으시시한 드라마였는데 그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제기하는 문제가 그럿이다.

악인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그 드라마에서는 악인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라 기억되는데...

지금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악은  누군가의 편견이나 무지로 인해 탄생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거다. 벤은 태아부터 헤리엇이나 다른 가족들에게 이질적이었고 태어나서 보여지는 모습에서는 경악이었고 그래서 악이라고 규정되었다. 왜냐하면 벤은 데이비드와 헤리엇의 다른 네아이와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그들 가족이  그 커다란 집에 모이는 다른 누구와도 다른 존재라는 것이 유일한 이유이다.

악으로 태어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첫대면에서 벤을 무어라 규정지어버리는 그 가족들에 의해 벤의 정체성이 결정되어지는 것이다.

벤은 헤리엇이나 데이비드가 꿈꾼 가족에는 어울리지 않은 존재였으므로 그리고 그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존재이므로 악이고 괴물이 되는 것이다.

방이 많은 따뜻한 집안 넓은 식탁에서의 가족끼리의 소통 웃음과 행복 북적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발소리들을 깨어버리는 존재로 벤을 규정하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때 괴물은 자란다.

괴물은 태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알 수 없는 힘이나 원리에 의해 악이나 괴물은 태어나기도 하겠지만

그 악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은 사람들 사이의 편견과 편가르기가 아닐까

그 명문고의 머리좋은 아이들도 스스로의 울타리에서는 벗어나질 못했다. 내 생각이 너무나 명확하고 틀린 곳이 없다보니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편하고 서툴러서 서로를 의심하고 무시하며 악을 키웠던 것다. 그리고 그들만큼 똑똑한 정신과 의사의 교묘한 술수에도 쉽게 넘어갔기도 하고..

행복이나 이상적인 가정에 집착했던 헤리엇이 만든 것이 결국 벤이 아니었을까

벤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막연한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겨질지 정말 무언가 확실한 악행을 저지를지도..

그저 모르는 우리는 무엇이 일어나기도 전에 겁을 집어먹고 나와 다른 존재를 타자와 하고 울타리 밖으로 밀어낼 뿐이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알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것에서 관심이 나오고 관심을 가지면 애정이 생긴다 그리고 이해되면서 그는 나와 다른 것이 아니고 나와 함께가 되는 것이다.

다른 여럿이 모여 우리가 되는 것처럼 나와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고 관심갖는 것에서 우리가 시작된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는 것만 보고 그대로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언제나 두려운 타인이 있을 뿐이다.

(헤리엇은 바라보지만 그냥 보는 것뿐이다.벤을... 왜 다르지? 저 다른 것이 어떻게 될까.. 그 생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다른 가족은 그냥  고민조차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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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달리기 푸른숲 역사 동화 7
김해원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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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이유가 광주가 있기때문이다.

누구나 행복해야하고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도 될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는 마음속에 하나씩 죄책감을 품고 살아가게 된다. 지금 살아서 행복한게 왠지 죄스러운 느낌...

이 책은 그 아름다운 날 죄스러움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명수는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달리는게 너무 좋은 평범한 아이였다. 달리기를 잘해서 도 대표로 뽑히고 난생처음 아버지가 사주신 새 운동화를 신고 합숙이라는 것도 한다.

여인숙에서의 합숙은 온종일 연습 연습으로 쉴 새가 없지만 그러다고 고통스러운 것만도 아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방 친구들과 만화를 빌리러 담을 넘기도 하고 투닥거리면서 정이 든다.

명수에게 고민이란 다만 정태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것 나도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것이고

마음 한구석에 도사린 죄책감이라고는 양동시장에서 연습할때 아버지를 보고 못 본척 한 것이다.

그때 명수는 몰랐을 것이다.

그때 내가 잘못했지만 언젠가 아버지에게 사과할 날이 올것이고 기쁘게 해주겠다고

어쩌면 체전에서 매달을 따고 국가대표가 되고.. 뭐 그런 희망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직 기회는 많다고

그런데 그 기회는 오지 않았다.

방친구 진규의 잔꾀로 처음으로 광주시내를 구경간 날 아이들은 이상한 광경을 본다.

밥퇴기꽃처럼 하얗게  모여든 사람들 그리고 시민들을 향해 곤봉을 날리고 폭력을 쓰는 군인들 피흘리는 사람들 그리고 총소리

난생 처음 본 광경에 아이들을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지만 아마도 김일성의 인민군일거라고 우리 군인이 절대 저럴 리 없다고 자꾸 자꾸 믿으려 한다 도데체 우리 용감한 군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현실이 된다.

명수아버지가 광주로 들어오다 돌아가셨다.

이제 명수는 아버지께 사과할 기회를 영영 잃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를 나주의 가족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

길이 막혀 광주에서 나갈 수도 광주로 들어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마지막 작전을 짠다.

명수를 나주로 보내기.

 

명수는 아버지에게 끝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해 죄스러웠다

그때 모른 척 한 것도 미안하고 내가 살아남은 것도 미안하다.

다른 아이들도 어른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정태형은 혼자 집에 돌아온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러울 것이고

여관방에서 발만 동동 굴려야 하는 코치도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이 미안하고 죄스러울 것이다.

나주에서 가장의 죽음조차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죄책감음 말할 수 없을 거다.

도데체 무슨 정신으로 아이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발포했을까 싶었던 그때 그자리의 군인도 죄스러웠다.

그런데..

이렇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사람은 너무나 많은데... 그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가?

살아서 미안하고 무탈해서 미안하다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을까

 

이야기는 광주의 그날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날은 명수에게 아주 충격적인 며칠이었지만 그 며칠이 그 아이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이젠 달리는 것이 그저 즐거울 수만은 없고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꿈은 이미 버린지 오래다. 아버지의 유품마저 잃어버렸다.

누군가가 무엇인가가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고 꿈을 깨 버렸지만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그저 당한사람들이 저희들끼리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고 몰랐던 사람들조차 어찌 할 바를 몰라 누구와도 눈을 맞출 수 없다.

나와 무관하다 여겼던 일들이 내 인생을 송두리채 바꾸는 일

그런일이 그때 그 아름다운 5월에 저기 멀지 않은 광주에서 일어났었다고

그래서 많이 아프고 상처받았다고...책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데체 왜 그런 일이 생긴거야?"

아이의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그때 그런 일이 있었고 그리고 모든 것이 아무일도 없다는 듯 마무리 되어버릴 동안 나도 아무것도 몰랐다고.. 나중에 10년이 훨씬 지나 알았다고 말하기 미안하다

 

이런 책이 있어 참 고맙다.

큰 사건이 .. 어떤 역사가 그저 한줄 한페이지의 문장으로 이해가 힘들 수가 있다.

머리는 끄덕여지지만 가슴으로 전혀 닿는 것이 없을때

그때 5월 광주에 명수라는 아이가 있었단다. 그 아이는 전국체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렇게 들려줄 이야기가. 그때의 아픔을 겪었을 누군가 생생한 사람을 보여줄 수 있어서..

그래서 이야기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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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촌 세라 창비아동문고 270
김민령 지음, 홍기한 그림 / 창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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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무섭다고들 한다.

아이가 아이답지 않고 영악하고 머리 회전도 좋아서 마냥 순진할거라고 믿어서는 안된다는 말

아이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가 변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지금 세상이 예전과는 다른 세상이고 가치관이 달라지고 상식이라는 것도 달라지고 있는데 말이다

예전이면 10년씩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눈뜨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고

내가 살아오면서도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고 한때 유행의 첨단이라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퇴행되고  누구는 알지 못하는 것으로 사라지는 지금

아이들도 변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아이들이 변했다고 달라졌고 영악해졌다고 누가  당당하게 욕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 그 순간이 잘 드러난다

 

견우하고 나하고...

 

배가 고파서 하늘이 노란데 돈은 없는데 아직 어려서 돈을 벌 수도 없는데 누군가 돈을 가진 아이를 때려서 돈을 빼앗는게 뭐가 나빠? 그 돈으로 담배를 피우고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배가 고파서 뭔가 먹으려는건데... 너무 배가 고팠을 뿐인데.. 어느 순간 나쁜 아이 불량배가 되어버린 오빠..

나와 처지가 비슷해서 호감이 가고 위안이 되던 견우가 엄마에게 가던날 느꼈던 불안 외로움...

그리고 견우의 한마디..

니가 나빠질까봐 그게 걱정이야. 나쁜 아이들은 얼굴도 변한다는데 나중에 내가 너를 못알아볼까봐....

가슴이 툭 하고 떨어진다.

친구가 나쁜 아이가 될까봐 걱정해주는 소녀는 절대 나쁜 아이가 되지 못할 거다. 하지만 여전히 배는 고플거다. 나빠지지도 못하고 배고픔도 해결하지 못하는 소녀는 어떡해야하나...

절대 나빠지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살면서 문득 생각날거다.

내가 나빠질까봐 걱정해주던 누군가가 있었다고.. 그것만으로 위안이 될까?

 

단아가 울어버린 까닭은..

 

베스트프렌드를 갖고 싶은 소망을 우리 둘째도 가지고 있다.

많은 친구를 원하는게 아니라 단 하나의 친구를 윈하는 것

베스트는 단 하나뿐인거니까...

함께 공부하고 떡볶이를 사먹고 서로의 집에 놀러가고 둘만의 비밀을 가지는 것..

하지만 소심한 아이는 선뜻 상대에게 손을 내밀 수 없다. 누군가 내밀어주기를 강하게 희망하지만 사실 모두에게는 이미 베스트 프렌드가 있는 거 같다. 나만빼고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괜찮다고 연필심처럼 마음을 뾰족하게 깍아보지만 그 연필심은 작은 힘에도 자주 부러져버린다. 어쩌나...

내가 어디가 못났을까? 나는 왜 인기가 없을까?

그때의 이 고민은 세계평화 환경오염 식량문제만큼이나 심각하다.

단아가 울음을 터뜨린건 정말 정말 당연하다.

내가 마음을 졸였는데 정말 고대했는데 그토록 갈망했는데 너무 어이없이 한순간에 툭하고  뭔가 와버리면 순간 내 갈망의 가치가 뚝 떨어지는 느낌도 들고 아 이제야.. 하는 안도감도 들고 왠지 위로받고싶은 쓸쓸함이 마구 겹치면서 울음만 나온다.

어쩌면 이걸 경험해본 세상의 소심이들 찌질이들만 알 수 있는 일이다.

내 둘째에게도 멋진 베프가 생기길... 그리고 누군가의 멋진 베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단아에게도...

 

나의 사촌 세라..

어른이라서 잘못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만약 아이들이 모여서 어른들이 엄마들이 그러듯이 부모 뒷담화를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말을 들을까...

아이에게 충고하고 설교하고 야단치는 어른이라고 완벽하지 않다,

세은이 부모도 그렇다.

부모가 없는 세은이 사촌을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게 얼마나 큰 일인지 어른인 나도 잘 안다.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고... 남의 아이 키우는게 보통일이냐고.. 게다가 이미 마음의 상처가 있는 아이를 내아이와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쉬운게 아니다.

몸은 몸대로 힘들고 정신도 고달프면서 나중에 욕만 왕창 먹을 수도 있는 일

누구나 망설이고 피하고 싶은 일이다. 어른들에게..

그러나 세은이는 다른 걸 본다.

나랑 같은 나이의 사촌 그 아이가 오면 어떻게 지낼까.. 그 생각이 우선이다.

어떻게 생겼을까.. 함께 무엇을 해야하나  방을 나누어 쓰면 어떻게 자야할까

단지 그 아이에게 촛점을 맞춘다.

아이니까 그렇지

아이야 친구가 생기는 거고 형제없는 외로움을 달랠 수도 있는 건데.. 어른은 복잡하다. 살아보니 알겠더라.. 복잡하다.

엄마 아빠는 계속 다투고 있지만 세은이는 그 아이를 기다린다. 그 아이와 할 수 있는 것 나눌 수 있는 것만 생각할 뿐이다. 어른의 갈등은 애써 모른 척한다.

결국 그 아이는 자기 외삼촌에게로 가기로 했단다. 오지 않는단다.

아... 그렇구나...

세은이는 끝내 부모앞에서 속내는 드러내지 않지만 이제 조금 부모에 대한 불신이 생겼을 것이다. 엄마 아빠는 모르겠지만 내 부모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 이기적이라는 것 그리고 조금 실망스럽다는 것도..

내 얼굴이 붉어진다, 미안하다 세은아.. 하지만.. 나도 살아야겠다..

그말 밖에는...

 

브라질 떡볶이.

 

도데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왜 이렇게 장황하지? 싶었다.

주인공이 말이 없다는 거. 떠벌이 친구 두준이.. 그리고 누나 브라질 떡볶이 아저씨..

아하..

아이는 누군가의 부재를 경험하는 구나

내게 브라질 떡볶이 맛을 알게 해준 누나

밥대신 매일 먹었던 떡볶이집의 그 아저씨 내가 말이 없다는 걸 매일 와서 먹는다는 걸 기억해주는 아저씨..

아이는 이 두사람을 동시에 잃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게 누구도 친절한 설명이 없었는데 두 사람을 잃었다

그래도 아이는 살아가고 성장할 것이다.

한때 행복했던 브라질 떡볶이를 기억할 것이다.

밍밍했는데 자꾸 생각나고 걸리는 이야기다.

 

그외  진주목걸이같은 이야기도 있고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가 가지게 된 검둥이 이야기도 있다.

유은실 작가가 아이들 마음을 귀신같이 잘 캐치하고 젤 잘쓰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작가도 그렇게 될거같다.

아직은 서툰게 느껴지지만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아이가 가지는 불안과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막막함을 잘 그려낸다.

아이가 순진하기만 해서는 세상을 살기 힘들지 않겠는가를  말한다.

세상이 변하고 어른이 변하는데 아이도 변해야하지 않을까

모두가 변하는데 변하지 말라고 하는 건 어른의 이기심이고 결국 상처는 너희들이 다 받아라.. 하는 못된 심보가 아닐까

정말 미안하다.

잘 모르고 욕하고 화만 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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