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 장성 35명의 증언으로 재구성하다 메디치 WEA 총서 2
김종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예상했던 좌익 성향의 책이 아니다. 햇빛 정책을 통해, 민족을 화해시키고자 했던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일어난 연평도 해전으로부터, 천안함을 거쳐 마지막 전투까지, NLL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의 시작과 심화 과정, 전문성을 가진 해군과 육군 중심의 합참 사이의 비합리적 명령 체계와 정당하지 않은(병사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합찹의)  작전의 하달, 시대와 정권에 따라 말과 NLL에 대한 태도와 북한의 의도를 편한대로 뒤집고 주무르는 언론과 당시 책임자들을 날카로운 시선과 당시의 기록, 관련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틈새 없이 분석한다.

 

"원하건대 한 집에 한 명 밖에 없는 귀한 자식들을 한 명도 상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 손을 들어 주면 남은 삶을 하나님 말씀대로 살겠습니다"

 

영토 분쟁은 대외 관계를 의도적으로 긴장시켜 국민을 흥분하게 하는, 극우세력의 정치적 수단이다. 영토 분쟁을 유발해 민족을 선동한 독재자는 반드시 망했다.

 

힘들었다. 한 줄 한 줄 읽어 나가기가 힘들었다. 대개 다른 책들은 받자 마자 후다닥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럴 수 없었다. 소홀히 읽을 수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도, 편한 마음의 지적 탐구로서의 책읽기가 불가능한, 나의 이야기, 우리 땅, 나를 구성하는 사회 구성 시스템 안에서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떨쳐버릴 수 없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휘몰아쳤다. 다섯 번의 서해 전쟁을 통해 우리는 어리디 어린 아직 내 눈엔 아이에 불과한 내 아들 또래의 병사들을 잃었다.  막, 엄마 품을 떠나, 정직하게 군대 가서 해맑게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명령을 따르다가, 거기에서 개죽음 당했다.

 

서북 해역을 우리나라 영해로 표기 하려면 세가지 절차가 필요하다.1. 영해법에 명시해야 하고, 2. 국제사 회에 이를 공포해야 하며 3. 유엔 사무총장에게 그 사실을 기탁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이 절차를 추진할 수 없고 앞으로 추진할 계획도 없다. 한중 어업 협정에도 저촉되고, nll을 영해선으로 인정한 적이 없는 미국과도 충돌한다. 중국인과 미국의 대해서는 공해이고 북한에 대해서는 영해인, 의도적으로 영토분쟁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실체 없는 산물이다.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 구역이며 1953년 군자 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이자, 이제까지 상호 존중해 온 불가침 경계선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북방한계선 nll은 미국에게는 공해이고 북한에게는 자신들의 영해이다. 우리에게는 정치적 이용해 쯤 된다. 한국정부가 미국과 중국의 서분해안을 사실상 공해로 인정해 줌으로써 중국 어선이나 미국 군함은 한국정부와 아무런 협의 역시 활개를 치고 있다. 오직 북한에 대해서만 출입을 통제하고 우리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아주 이상한 경계선으로 nll 개념이 설정된 것이다.

제1 연평도 포격은 북한 내륙에서 각종 화력이 우리를 공격하려는 징후를 알고도 무방비 상태에서 해상 사격 훈련을 강행하다가 벌어진 사건이다. 지형적으로 우리가 필요한 가장 위험한 공간에서 사격훈련을 하면서도 아무 대책없이 감행한 것이다.

군사 작전에 정치적 의지가 개입되는 수단으로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육군 출신의 합참이 연평도 해군을 직접 지휘, 비상식적이고도 월권적인 전술을 명령했다. 선제공격을 금지시킨 채로 대형함정을 출동시켜 육군처럼 일렬 정렬시켜 현장상황을 악화시킴으로서 우리의 병사들을 총맞을 때만 기다리는 위험으로 몰았다.

이순신 장군이 23 전 23 승이라는 신화적 전승무패 비결은 간단하다. 지는 전투는 절대 하지 않았다.
이 책을 모든 사회 시스템을 구성하는 군고위층,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 및 고위 공무원들, 언론인들이 보았으면 하는 아주 아주 아주 간절한 바램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글만리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글만리1을 읽은 지 몇달 지났다. 대기 명단이 가장 긴 책이다. 문제는 끝까지 스토리의 진전이 없이 전개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1편은 재미있었다. 이 많은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엮여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기대했다. 사회, 문화, 정치 전반에 걸쳐, 새로운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거대 중국에 대한 사실감 높은 문체로 주재원과 교포들이 이국 땅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던 1편은 신선했다.  같은 톤의 2편. 똑같다. 그게 문제다.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1편과 딱히 달라진 게 없다. 결국 3편에서도 이러다가 말겠군 하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중국의 실상과 중국 내 한국 비지니스맨으로서의 사고와 행동을 전달해주는 종합상사 부장 전대광은 여전히 꽌시를 사이에 두고 국내 수출기업들과 중국 내 바이어들과 바이어들의 가족들을 분주하게 상대하며, 등장인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역을 한다. 의료 사고로 곤경에 처해 있던 서하원은 전대광의 주선으로 중국 관료 샹신원이 추진하는 성형외과 프로젝트에 차출되어 중국에서 인정받고 바쁜 생활을 한다. 철강회사 직원인 김현곤은 일본인과의 경쟁에서 밀려 시안으로 좌천되지만, 야심 많은 꽌시의 힘으로 역전의 기회를 잡고, 이 소식을 전달하러 온 전대광에게 고대 도시 시안과 진시황의 왕릉 등 시안의 관광정보 뿐만 아니라,  오래된 유적들이 함부로 파헤치고 급속한 산업 발달로 인한 매연이 가득한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부모의 반대를 이기고 중국 유학생이 된 송재형은 별 사건도 없이  정착해서 잘 사는 것으로 그려지고, 여자친구 리엔링과의 대화를 통해, 중국의 첩문화인 얼라이 문화를 전달하는 역과, 부모를 초대해 중국 짝퉁 시장을 가이드해주며, 중국의 짝퉁 문화를 전달하는 역을 맡았다. 철강 수입의 바이어인 거대 재벌의 젊은 회장 왕링링과 그녀의 최측근 앤디 박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대부호들의 비지니스 세계를 그린다.

 

모든 등장인물과 그 속의 사건들은 소설을 끌고가는 이야기의 구심력이 아니라,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중국의 모습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전달하는 전달자들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일반화한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누가 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어 어떤 결과를 이끌었는지, 그런 종류의 소설적 요소는 여기서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배경 위에 사건이 얹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배경을 조목조목 디테일하게 그리기 위해서 듬성 듬성 별 의미도 없는 사건과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다리처럼 연결시켰다. 캐릭터도 마찬가지이다.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도 없다. 무언가를 고뇌하고, 무언가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분짓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깊게 그 속으로 끌어들이는 인물이 없다. 그들의 대화는 우연히 동승한  비행기 옆좌석의 모르는 사람과도 할 수 있는 종류의 대화들이다.  

 

2편에서 전하는 중국은 대략 이렇다. 송재형의 현지 여자친구이자 산아제한의 결과로 외동딸 리옌링의 아버지는 개혁개방과 거센 산업화 물결 속에서 축재한 재산으로 얼라이들을 거느렸다. 리엔링의 아버지는 뿌리 깊은 아들 선호 사상을 버리지 못하고 아들들까지 낳아 호적에 올리고, 이를 알게 된 리엔링의 가어머니는 이혼 위기에 몰린다. 얼나이는 첩을 말한다. 이 소설을 보면 중국의 부자들과 관료들은 얼나이를 한둘 뿐이 아니라 수십명까지 거느린다. 꽌시 같은 부정 부패와 급속도로 진행된 자본주의 수혜자들의 부산물이다. 사실상의 일부다처제다. 산아제한 정책으로 얼라이들한테서 태어나는 상당수의 여자아이가 숨겨진다. 호적없는 유령 인간이 통계상으로는 1300여만명. 소문에는 1억에서 최대 4억까지도 본다. 또한 여기 저기에서 툭툭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등장인물들 또한 작가의 시선으로 중국을 단순화 일반화한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거대 짝퉁시장, 소수민족을 하나로 묶는 중국인들의 정체성. 중국인에 대한 자부심과 한족 우월의식, 제도만 바뀌었을 뿐 황제-신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부패한 정권, 거대하고 파렴치한 짝퉁 시장과 그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사업가, 문란한 성관계. 가정 내에서 드세고 우월한 여성의 위치, 불나방처럼 돈을 쫓아 화류계를 이루는 대학생을 포함한 숱한 여성들... 작가는 그런 작은 디테일들을 적기 위해 필요에 따라 아무렇게나 1회성 조연들을 수도 없이 등장시켰다가 거두어갔다.

 

먼 내륙의 서부도시 시안은 역대 17개 왕조 1200년 동안의 수도였다. 진시황의 무덤인 병마용에는 황토와 옥가루를 빚어 만든 실물크기의 6천여명의 병사와 400여 마리의 말과 100여대의 전차가 있다.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이곳의 발굴지역은 진시황 무덤의 10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다. 전대광이 사업차 방문하는 곳은 시안 말고도 칭따오가 있다. 칭따오는 독일 점령의 흔적이 남아 독일풍이 짙게 배어 있는 중국의 동부 연안 도시로 상하이와 함께 장차 동북아와 태평양 시대를 열기 위한 중국의 2대 거점도시이다. 이 책은 칭따오와 시안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 역할도 한다. 대화 형식이라 읽기 편하고 시중의 형식적인 가이드북보다 생동감있고 유용할 듯하다.

 

치파오는 무릎위까지 치마가 터진 타이트한 중국 의상이다.  하양연화에서 장만옥이 조용하고 뇌쇄적 분위기를 발산하던 그 옷이다. 그 옷의 기원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있다. 시안 같은 도시에 가서 잠옷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놀라지 말아야 한다. 중국 사람들이 웃통벗고 다니는 건 많이 알려져 있겠지만 잠옷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중국 사람들이 비싼 잠옷을 신분과시용으로 외출복으로 입고 나선 엉뚱한 유행 바람이 몇년전부터 일어났다고 한다. 웃통벗지말기처럼 정부의 문명 10대 개조 중 하나였다.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조정래 작가의 역사적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받았던 기대치가 장기 베스트셀러라는 드문 현상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한 방법으로서, 태백산맥은 대를 읽고 읽힐 불후의 명작이었다. 태백산맥을 워낙 어릴 때 읽어 지금과는 다른 느낌으로 읽었을 수도 있겠으나, 그 때 받았던 한 작가가 인간으로서 전하는 진정성 같은 것을 느낌으로 기억한다. 같은 사람이 쓴 소설이라고 잘 믿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전반에 걸친 비지니스 가이드 북 정도라고 한다면 더 큰 가치가 될 듯하다.

 

때로, 소설이 이야기를 많이 담지 않고도 소설이 되기도 한다. 소설이 독자가 기대하는 이야기를 담지 않고, 소설의 테두리에서 실헐적이라든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기존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어떤 신선함이 독특함이 동반해야 될 것이다. 정글만리는 제목처럼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사업하며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 디테일은 깨알같고, 전지적 작가시점의 다양한 사람들의 눈으로 본 중국이란 나라의 모습은 제목처럼 정글같다. 그러나 이야기는 구심이 없고, 인물들은 개성이 없고, 책읽는 재미는 소설적 재미를 비껴가 있고, 인물이 만들어내는 대화와 말투는 생동감이 빠져있다. '엄마는 베이징에 왜 왔수?'. 송재형의 여자친구 리엔링이 엄마에게 하는 대화다. 노인정에서 드나드는 정겹고 오래된 모녀의 모습이지 싱그러운 여대생이 엄마에게 하는 말로는 읽히지 않는다. 책의 시간 배경은 바로 지금 현재인데, 말투는 대하소설 속 인물이 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0페이지에 달하는 1편을 다 읽었지만 이야기는 계속 전개에 머무르는 듯한 느낌이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경제 대국 중국에 대한 사실감 높은 르뽀라고 느껴진다. 8이라는 숫자와 빨간색에 담긴 부에 담긴 강한 열망과 황금만능주의, 뼛속까지 형성된 중국인들만의 대국적 정체성과 자만심. 빈부 격차, 찬란한 문화 유산,  죽였지만 죽지 않은 공자 정신과, 태연자약 은유정신, 1억명의 인구로 추정되는 유흥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세계, 일본, 한국, 중국을 둘러싼 삼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와 역사와 서로가 서로를 향해 품은 비수들.  이야기 속에는 정글같은 만리 대국의 경제,사회,문화,관습,사고 등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이 대화와 등장인물의 생각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제목을 실용 중국학 개론 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을 것 같은 소설이다.

 

종합상사의 중국 지사 영업 부장 전대광은 무한 권력을 가진 중국 통관원 주임 샹신원의 사적인 부탁을 해결하는 기회를 갖고 꽌시를 엮는 데 성공한다. 꽌시란 연줄, 연배, 학연, 지연 등을 총괄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꽌시는 이야기를 엮어가는 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중국 내 영업을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인 공안의 신분으로 관공서의 주요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의 꽌시가 사업의 성패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열쇠이다. 덕분에 그의 통관 업무는 순조롭게 풀리고 전대광의 꽌시 샹신원에게 여러모로 사업상의 도움을 받는다. 샹신원이 중국의 성형 사업의 미래를 발견하고, 한국에서 유능한 성형외과를 데려오기를 희망하자, 전대광은 다시 또 이 기회를 포착하여 의료사고로 폐인이 된 성형외과 서하원을 주선하고 꽌시 관계는 더욱 돈독해진다.

 

잘나가던 성형외과 원장 서하원은 양약수술의 부작용으로 사망하게 되는 의료 사고를 내고 유가족 보상금으로 모든 것을 잃고, 힘겨운 생활을 하던 중 전대광의 선배를 통해 중국 내 성형사업이라는 동업 제안을 받아들여 도피하듯 비참한 마음으로 중국 상해에 도착한다.

 

김현곤은 포스코 영업 직원으로 중국 지사에서 철강 수출 업무를 위해 전대광을 만나, 10만톤이라는 대규머 발주 건을 성사시킨다. 상해에 골드 88 빌딩이라는 88층짜리 초고층 건물 신축으로 인한 수요였다. 전대광의 꽌시를 통해 성사된 사상 최대의 단일 거래라,  500톤의 엄청난 샘플과 꽌시에게 돌아가야 톤당 3불씩의 뒷돈 제안도 그 자리에서 수락하고, 좋아한다.

 

한편  이토 히데오와 토요토미 아라키는 각각 일본의 철강회사 직원과 종합상사 직원이다.  그들의 대화는 결국 전대광과 김현곤의 포스코의 10만톤 수주 건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전해준다. 이들은 갑자기 끼어들어 10만톤의 철강 수출을 새치기할 뻔했던 한국 회사들의 이야기를 하며, 한 때 자신의 식민지였던 미개국 한국이 갑자기 일본의 비지니스 무대에 끼어들어 사사건건 방해하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소니가 삼성에게 패배하고, 연예계의 한류 현상이 일본에까지 확산되고 모든 면에서의 한국의 부상에 대해 뿌리깊은 비하와 멸시를 드러내는 그들의 대화는 우익 일본인들의 정신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듯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본인 단체관광 300여명이 불법 윤락업소에서 체포되고, 중일간의 영유권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중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악감정, 관동대학살에 대한 일본 우익의 뻔뻔한 태도와 신사 참재 또한 중국 내 일본의 비지니서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을 실감한다. 

 

철강 10만톤을 수주하여 선적까지 마친 상태에서 일이 틀어지게 되자 김현곤은 직장을 잃을 난처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전대광도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김형곤은 이미 선적된 물량을 중국의 각 지사에서 나누어 처리하기까지의 한 달 동안 10만톤의 물량을 항구에 보관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부탁하고, 전대광은 샹신원의 꽌시를 이용하여 이를 성사시킴으로써 김현곤을 해직의 위기에서 구해내지만, 김현곤은 중국의 동부권역개발 사업이라는 청사진 아래 개발이 막 시작된 옛도시 시안으로 좌천된다. 시안은 찬란한 당나라의 유적과 유물, 문화 관습이 남아있는 간직해야 할 도시지만, 공해로 가득찬, 가난에 찌든 도시에서는 1500년된 유적들이 개발의 미명 아래 마구 파헤쳐지고 무너져가고 있다.

 

이토히데오와 토오토미 아라키는 자칫 한국에게 뺏길 뻔한 철강 수출에 성공하나, 한달 동안 통관 처리가 진행되지 않아 업무에 차질을 겪는다. 이들 역시 어떤 꽌시가 일을 틀어지도록 쥐고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중국인 세관원을 만나 뒷거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골드 88 빌딩의 기공식에 참석한다.  그들은 골드 88빌딩을 소유한 골드 그룹의 회장 왕링링의 매혹적인 자태와 30대라는 젊은 나이, 서구적 유전자가 섞인 듯한 모습, 막대한 자본을 소유한 뒷배경 등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한편 누이와 사이가 각별한 전대광은 조카 송재형의 전화를 받고 그의 전공인 경영학을 포기하고 중국역사로 바꾸겠다며 엄마를 설득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경영학 전공의 송재형은  동아리를 통해 중국 역사에 접하고 중국사로 전공을 바꾸고 리엔링이라는 중국인 여자친구를 사귄다. 전공을 바꾼다는 연락을 듣고 중국을 찾아온 엄마를 따돌리는 데 성공한 송재형은 미국의 유명한 시사주간지에서 베이징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인터뷰장에서 짝퉁 산업, 마오쩌뚱 숭배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뻔뻔하고 자신감 있는 중국 학생들의 태도에 놀란다.

 

전대광의 집에 출퇴근하는 파출부 쑹칭은 농공상인 남편이 작업장에서 떨어져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 회사에서는 부상의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며 치료비를 대주지 않게 되자, 힘겨워한다. 소황제(아이)의 교육을 위해 시골 부모집에 아이를 맡기고 쑹칭은 하루 두 집의 파출부 일을 하고, 남편은 막일을 해서 생활하고 있지만, 좁은 아무 실내 장식도 없이 콘크리트 내부의 공용주택의 집세와 식료품비, 아들의 교육비 송금을 빼고 나면 남는 것도 없기에 쑹칭의 남편은 제대로 치료도 못받고 결국 장애가 남게 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회사에서 치료비와 보상금을 받을 목적으로 찾아가서 위협한 대가로 그는 용역깡패들에게 죽을 뻔한 고비를 갖게 되고, 살길이 막막해지자, 몇장의 유인물을 뿌리고 분신 자살한다.  그러나 중국의 어떤 매체의 주목도 이 사건을 지면에 싣지 못하고 그는 그렇게 분신과 끝으로 잊혀져가고, 전대광의 집에서는 쑹칭이 출근하지 않은 이유도 모른채, 다른 바출부를 알아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은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말로 그것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 역사상 최초로 오디션을 거치지 않고 어린이 합창단의 멤버로 압단한,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보이 소프라노가 어느 날 잦은 결석을 하고 흥미를 보이지 않을 때엔, 지도 교사가 아이의 목소리 변화를 눈치채고 상처주지 않게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주어야 했다. 어느날 부쩍 키가 커버렸다면, 아이의 목소리에 쇳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면, 목소리로 이미 스타가 되어 버린 아이가 그 고운 소프라노 음성을 잃게 되는 대신 갖게 될 다른 종류의 남성성과 음악성에 대해 잘 이해되도록 설명을 했어야 했다. 그게 어른이 재능있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명목으로 지불받는 많은 것들 대한 최소한 의무다.  25년 전 성탄절 특별 공연에서 솔로를 맡은 보이 소프라노가 1부 동안 사라져 있었다면, 아이의 귀를 잡아 끌어 2부 공연의 솔로를 위해 억지로 세우기 보다는, 그 아이의 내면을 관찰했어야 했다. 그 남자에게 그 사건, 목소리의 고음에서 변성기의 쇳소리를 내며 주저 앉아버린 망쳐진 공연은 자신의 일생을 따라다니는 트라우마였을 것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악가가 되었다. 아마도 그 때에는 그 사건에 따르는 후유증을 이겨내고 극복하였다고 여겼을 것이었다.

 

예술가로서의 길은 무엇을 하든, 최고가 되어야만 밥을 벌어 먹고 살 수가 있다. 매2년 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남자는, 공연 기획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의 아내에 비해 초라하다. 추리닝 바람으로 담배를 사러 나왔다가 최첨단 아파트의 카드 키를 안가지고 나온 것을 꺠달은 그의 하루는 한마디로 일진이 사납다. 지갑에 카드 키가 들었고, 지갑을 빼놓았고 동전 한 닢 없는 거지꼴이 되는 건 한 순간이다. 구걸구걸 했지만 자신의 아파트 보안팀은 자신이 자신이란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집에 들여보내 주지 않고, 키를 가진 아내를 찾으러 가는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에게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을 깨닫는다. 만나는 사람들은 코를 막고, 들어가는 장소마다 창을 활짝 열고, 대화하는 사람마다 코를 만지고 그를 피한다. 그는 적어도 2일에 한 번은 샤워를 하는 사람이고, 일주일에 한번은 대중탕에서 때를 미는 한국적 깨끗함의 관습을 지키는 사람이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그는 오늘 냄새가 그리 심하게 나는 걸까. 가까스로 만난 그녀의 아내에게 냄새가 나는 지를 물어보지만 미친놈 취급을 받는다. 냄새가 진짜로 났을까? 고약한 냄새와 고약한 일진과의 관계는 무엇일가. 이 소설에서 고약한 냄새는 어떤 은유를 지니고 있는 걸까. 하루 종일 쫓아다니던 냄새, 천재적인 감성과 천상의 목소리로 미래가 보장된 듯 했던 보이 소프라노에서 언제 짤릴 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위치의 시민합창단이 되어 살고 있는 한 남자의 하루. 단편을 읽으면 암시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일들이 어렵게 느껴질 떄까 많다. 이 작품도 그렇다.

 

정이현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 중 <그 남자의 리허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 특강 - 가장 기본적이고 실용적인
김해식 지음 / 파라북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무슨 일이든, 그 일에 대한 단단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구구 머리 속에서 나오는 대로 부딪쳐가며 배운 것들에는 어딘가에 홀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태생적으로 갖는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이과 출신인데다가, 글쓰기라는 과목을 한 번도 교육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내가, 글쓰기 책을 집어 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끔은 문단은 어디쯤에서 나누어주어야 할까. 개인블로거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편지와 같은 완전 사적인 것도 아니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우연히 눌러 읽을 수도 있는 공적인  공간에 글을 올리면서, 오류를 확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체나 형식은 적당한 것일까. 이 글이 리뷰라는 범주의 글쓰기에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문과 출신의 친구 하나는 생각이 복잡해지면,  이과용 수학의 정석 II을 풀어보곤 했다고 한다. 나도 무언가를 하다가 잘 안풀리면 그 분야의 대학 개론서나 전공책류를 사서 읽는다. 물론 대개는 앞에 옆에 뒤에 쬘끔쬘끔 읽다 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글쓰기가 안풀리기 시작한다고 느낀 건, 리뷰라는 것은 어떤 형식을 가져야 하는 걸까 라는 회의가 들어서가 아니라, 그 형식적 기반이 체계적으로 머리속에 자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진단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처음부터, 기초부터, 꼼꼼히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수학의 정석처럼 글쓰기의 정석적인 방법은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했다.

 

김해식 저의 글쓰기 특강은 체계적 글쓰기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지침서라고 서문에 쓰여있다. 스스로 글쓰기 훈련을 하고자 하는  논술준비 수험생, 시험답안과 리포트를 써야하는 대학생, 보고서와 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원생, 직장인들이 그 대상이다. 말 그대로, 글을 많이 써야 하는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경험적으로 터득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첫장은 독서 방법, 독서 자료의 정리 방법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독서 철학도 함께 피력한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나, 재미있어서 인용해 왔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독서는 피해야 한다. 소위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것은 장사치의 농간에 의한 것이거나 약간 모자라는 사람들의 잔칫상이라고 생각하는 지적 오만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글쓰기를 위한 독서 - 체계적인 독서를 위한 독서 메뉴 선택 중 38

일부 베스트셀러의 경우,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게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동참한다는 의미다. 물론 장사치의 녿간도 한 몫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베스트셀러를 읽으면서 나는 왜 사람들이 이 책들을 읽을까에 주목하게 된다. 매년 비슷비슷한 제목의 비슷비슷한 책을 내는 김난도 교수의 책을 읽어보면 이미 스펙 경쟁으로 내몰린 젊은 청춘들에게  또다시 힐링이라는 마케팅 키워드로 그들의 속주머니까지 탈탈 털어 소비 시장으로 끌어모으는 자본의 속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나 역시 베스트셀러는 읽자 마라는 저자의 견해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피해야 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다.

 

다음 장, 글쓰기 방법에서 글쓰기 연습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좋은 글을 찾아 읽고, 그 글을 기억해서 따라쓰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친구를 비평가로 활용하라는 방법도 인상적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오류를 지적해주는 좋은 친구를 두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자료 읽기 방법으로,  밑줄을 치고 색이나 기호를 사용한다 재료를 읽는 과정에서, 문잠이나 착상이 떠오르면 반드시 그 때 메모를 해 둘 것을 충고한다. 순간적인 착상은 논문의 독창성을 높이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생각은 지나가고 잊혀진다는 점은 강력하게 동의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을 때에도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걸 다 메모를 하려면 책의 맥락을 놓치기 쉽고, 또 막상 침상에 누워 소설책 같은 것을 보다가 메모를 하기 위해 부시럭거리고 하는 일은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내 경우, 가끔 스마트폰에게 받아쓰기를 시켜 인용문을 입력해두기는 하지만. 이것은 실로 매우 귀찮은 일이다.  

 

또한 자료 정리는 자료를 다 읽고 난 뒤에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맥락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질서하게 정리 하거나 결국에는 쓸모 없는 것을 기록하는 등 불필요한 수고를 덜 수 있다. 독서카드에는 서지,  내용 요약, 인용문 자신의 의견이나 논평 을 적고 활용 목적에 따라 카드를 구분하는 표시를 해 준다

 

글쓰기 방법에서 기억해야 할 부분. 원칙적으로 다른 사람의 인용을  다시 인용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간접 자료에서 재인용하고는 마치 원본을 보고 인용한 것처럼 꾸미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다. 부득이하게 재인용하는 경우에는 누구의 글에서 재인용했는지 출처를 밝혀야 한다.

 

개인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글쓰기 기본을 교육받을 기회가 없는 고등학생, 대학생들의 레포트, 논문, 논술 등의 지침서로서는 괜찮을 듯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