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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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이후 가장 숨죽여 읽은 스릴러이다. 새장처럼 생긴 작은 괘짝에 온몸을 구겨넣은 여성이 발가벗겨진 채로 지상 2미터 높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쥐들의 먹이가 될 운명에 처한다. 이 끔찍한 사건은 전개만으로도 피를 말릴듯 조마조마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책 밖으로 막 걸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캐릭터들로 구성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수사팀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슬며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수사반장 카미유는 납치 현장을 목격한 신고를 접하고 막막한 채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알렉스의 치열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정체 모를 그녀의 흔적을 경찰은 언제나 한 발 늦게 쫓는다. 사건과 탐정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복잡한 스토리는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수학 공식처럼 치밀하게 구성된 퍼즐 틀 안에 반듯하게 끼워 넣는다.

 

수사팀이 맞닥뜨린 사건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 지 황당하고 막막한 것이다. 프랑스엔 왜 그 흔한 감시 카메라도 없는지, 목격자가 본 건 길가던 미모의 어떤 여성이 갑자기 어떤 남자에게 가격을 당하고   탑차에 태워져  납치됐다. 그녀가 누군지 그녀를 끌고 간 사람이 누군지 힌트도 없다. 형사에게 주어진 유일한 정보는 오로지 어떤 여자가 어떤 남자에게 폭행후 탑차에 실려 납치됐다는 것 뿐이다. 납치 사건으로 아내 이렌을 잃은 후론 강력 사건을 맡지 않겠다고 버텨왔던 카미유 반장은 담당 형사가 휴가에서 돌아올 때까지 하루 이틀만 그의 공석을 대신해  임시로 맡은 것이다.  그렇게 왕년의 멤버들과 팀을 이루어 시작한 사건은 그가 빠질 여유를 주지 않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급류에 휘말려갔다. 그동안 발생했던 연쇄 살인에 더해져 사건 발생 직후 더욱 가속적으로 발생하는 황산 살인 사건과 연루되며 미스테리는 점점 커진다. 한편 공은 취하고 실은 카미유에게 돌리려고 혈안이 된 예심판사와의 위태로운 갈등 속에서 부유하는 조각 정보들로 하나씩 실마리를 풀지만, 하나가 풀리면 다른쪽 매듭은 더욱 꼬여만 간다. 사건을 쫓는 과정은 유병언 사건 같다.  뭔가 한 가지의 단서를 잡고 뒤를 쫓으면 그 땐 이미 한 발작 늦는다. 국민들은 수사팀의 무능을 비난하고, 예심판사는 조금이라도 실적이 생기면 가로채갈 생각만으로 가득차 있고, 모든 매체에 나서서 변명하고 설명하고 땀을 흘리는 것은 서장의 몫이다.

 

소설은 사건 해결을 위한 수사팀의 이야기와 납치된 알렉스의 시선으로 된 이야기의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렉스의 이야기로 들어오면 피가 뚝뚝 떨어지고 전형적인 참혹한 스릴러가 쉴 새 없이 펼쳐지지만, 수사팀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신원 파악도 안된 알렉스의 정체와 비밀이 서서히 파헤쳐지는 과정이 카미유의 시점을 중심으로 인간적이게 서술된다. 수사 반장 카미유와 예심판사 사이의 으르렁거리는 기싸움과 그 사이에 낀 채 양쪽에서 쿠션역할을 하는 르 구엔 서장,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어버린 듯한 지식과 엄청난 부, 그리고 따스하고 사려깊은 엄친아 같은 남자 루이, 스쿠루지처럼 돈을 아끼며 주변사람들에게 빈대붙어 먹고 사는 아르망, 어떤 결핍의 상징처럼 고집스럽고 자신 밖으로 한 발작도 나오려 하지 않는 난쟁이처럼 작은 카미유, 권위에만 의존한 채 허수아비처럼 서 있으면서도 사사건건 카미유와 위태로운 관계를 만들며 부딪치는 예심판사.

 

이러한 장르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여러가지로 7년의 밤과 유사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첫번째는 소설 속에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거다. 피해자는 가해자이고, 가해자는 다시 또 피해자이다. 비밀들이 하나씩 하나씩 벗겨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최초의 어떤 피해자에게 어떤 도덕적 비난을 해야 할 지 알지 못한다. 두번째는그들의 책의 저자가 서사의 끝에서 내린 최종 결론에 대한 도덕적 딜레마이다. 사건의 내막을 독자는 알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 카미유는 과연 모르고 있을까? 그는 그 모든 사건의 발달을 만든 최초의 가해자를 단죄한다. '범인'은 항변한다. 카미유 당신은 알고 있어. 이 모든 것이 조작이야 라고.. 카미유는 날키로운 직관의 소유자이다. 알렉스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추리로 인해 서서히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 그런 그가 둔감한 독자까지 눈치챘던 그녀의 의도까지 눈치채지 않았을 리 없다.

 

딜레마는 이거다. 최초의 악이 있다. 그 악이 다른 악을 불러왔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것이다. 만일 최초의 악에 대한 복수를 가해자가 자기 일생을 걸고 차근 차근 실천했고, 그것이 완전 범죄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그 최초의 악을 복수로 단죄한 것에 대해 법의 테두리에 있는 수사관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한 명의 독자로서 한 발작 멀찌감치 떨어져 볼때 그 근원적 악이 처절한 복수의 대상이 된 것이 꼬소하고 당연한 어떤 정의의 실현 같아 작은 안도감을 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결국 진실은 외면당해도 싸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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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당선작으로 생긴 알사탕과, 인문과학리뷰전에서 생긴 문화상품권이 장바구니 놀이를 부채질한다. 전엔 추천도서나 리뷰도서에서 책을 골랐었는데, 과감히 새로나온책의 모든 분야로 확대해본다. 장바구니 놀이의 규모가 점점더 커진다. 현재 내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책의 총 가치는 크지 않다. 앞으론 관심가는 책을 계속 모아 두고, 토탈 얼마가 있으면 원하는 책을 다 살 수 있는지 계산해 봐야겠다. 


인문과학서적을 술술 잘 이해하는 것은 나의 로망 중 하나!

제목부터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약어로 되어 있지만, 이런 어려운 책은 구경이라도 하는 재미가 .. 1부 데모크리토스의 꿈의 목차다. 


1장 존재하는 것은 원자와 허공뿐 원자 분쇄기 / 더 보편적이고 더 근본적인 것을 찾아 /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존재 / 자연의 언어는 수학  2장 원자 속으로! 원자의 부활 / 전자의 발견 / 방사선에 매료된 사람들 / 원자 속으로 들어간 첫 사람, 러더퍼드 / 양자 역학이라는 새로운 마법 / 상자글: 막스 보른의 외손녀 3장 원자핵 속에도 세계가 원자 속에는 원자핵, 원자핵 속에는 양성자 / 중성자의 발견 / 유카와와 메손 / 상자글: 수수께끼의 물리학자 마요라나 4장 무수한 입자들의 왕국 반물질의 세계를 연 디랙 / 이 입자, 누가 주문한 거야? / 새로운 입자들의 홍수 / 쿼크의 기묘한 아름다움 / 상자글: 무한 계층론의 주창자, 사카다 쇼이치


난 2011년 출간되어 과학 독서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이강영 교수의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이 증보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 책은 우리말로 씌어진 물리학 교양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혔고, 많은 매체와 독서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교육과학기술부 인증 우수 과학 도서, 국내 최초의 국제 기구인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선정 올해의 과학책으로 선정되었고, 출판계 최고 권위라고 할 수 있는 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저술상을 받았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CERN과 LHC의 단편적 정보는 흘러넘치지만 이 모든 정보를 한데 엮고, 학문적, 역사적, 그리고 인류 문명사적 맥락에 위치시킴으로써 비로소 우리 독자들을 LHC 발견의 동시대인으로 만들어 낸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번 증보판에서는 20여 쪽의 분량 20장 '처음 3년'이 새로 추가되었다. 2012년 7월 4일 힉스 입자 발견 전후의 사건들과 성과들을 상세하게 해설한 것이다. 힉스 입자 발견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고, 이 발견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발견을 둘러싸고 물리학계 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 소개글)

'주제가 있는 미국사' 시리즈 2권이다. 주제가 있는 미국사 시리즈 1권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훔쳤는가와 함께 보면 좋을 듯하다.  목차가 흥미를 자극한다. 아메리칸 드림의 허와 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주제가 있는 미국사 1권을 보지 못했으므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할지는 잘 모르겠다. 

머리말 | 왜 미국은 드라마인가? … 5

왜 포카혼타스는 나오미 캠벨이 되었나? ‘포카혼타스 신화’의 탄생 … 15
‘추수감사절’인가, ‘추수강탈절’인가? ‘메이플라워’의 이상과 현실 … 27
펜실베이니아의 꿈은 어디로 갔나? 윌리엄 펜의 ‘거룩한 실험’ … 38
왜 청교도는 종교적 박해의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었나? 뉴잉글랜드의 ‘마녀사냥’ … 49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원조인가? 벤저민 프랭클린의 성공학 … 60
혁명은 ‘공포’와 ‘신화’를 먹고사는가? 미국 독립혁명의 정치학 … 70
자유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라는가? ‘전쟁 영웅’ 셰이즈의 반란 … 80
인간은 ‘커다란 짐승’인가, ‘생각하는 육체’인가? 해밀턴파와 제퍼슨파의 갈등 … 90
왜 미국의 국가國歌는 호전적인가? 1812년 미-영 전쟁 … 101
‘보통 사람들의 시대’인가, ‘지배 엘리트의 교체’인가? ‘잭슨 민주주의’의 명암 … 113
왜 지금도 자꾸 토크빌을 찾는가? 알렉시 드 토크빌의『미국의 민주주의』 … 124
왜 찰스 디킨스는 미국 신문과 전쟁을 벌였는가? 1830년대의 ‘페니 프레스’ 혁명 … 134
“신이 무엇을 이룩했는가?” 시간과 공간을 압축시킨 전신 혁명 … 145
왜 에머슨은 “유럽이라는 회충을 몰아내자!”고 외쳤는가? 미국의 지적 독립선언 … 155
텍사스 탈취는 미국의 ‘명백한 운명’이었나? 미국-멕시코 전쟁 … 165
“선생님은 왜 감옥 밖에 계십니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프레더릭 더글러스 … 176
‘경쟁’ 아닌 ‘협동’으로 살 수 없는가? ‘뉴하모니’에서 ‘솔트레이크시티’까지 … 187
울분과 탐욕의 폭발인가? 남북전쟁 직후의 미국 사회 … 198
‘거리의 소멸’과 ‘체험 공간의 팽창’인가? 전화의 발명 … 208
미국은 ‘야만시대’에서 ‘데카당스시대’로 건너뛰었나? ‘날강도 귀족’의 전성시대 … 219
‘백열등’이 ‘토지’의 문제를 은폐했나? 헨리 조지와 토머스 에디슨 … 230
‘미국은 영토 욕심이 없는 나라’인가? 조미수호조약 … 240
‘상상할 수도 없는 묵시록적 의미’인가? 알렌·언더우드·아펜젤러의 조선 입국 … 251
억만장자는 자연도태의 산물인가? 사회진화론과 칼뱅주의의 결합 … 261
기가 죽으면 저항 의지도 꺾이는가?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의 이론’ … 272
테일러가 마르크스보다 위대한가? 프레더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 … 283
왜 시카고 시민은 마피아를 지지했을까? ‘밤의 대통령’ 알 카포네 … 294
왜 킨제이는 ‘20세기의 갈릴레이’가 되었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킨제이 보고서’ 논쟁 … 305

이런 어두운 책을 읽기는 싫지만, 한여름밤 언제까지 매일 추리소설만 읽으며 현실을 외면할 수는 있겠는가 

이탈리아의 <일마니페스토> 국제부 기자인 스테파노 리베르티는 이 책을 통해서 대우-마다가스카르 정부 간 성사됐던 유형의 거래는, 현재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전형적인 ‘땅뺏기’ 현상의 일환이라고 밝힌다. 빼앗는 자들에겐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빼앗기는 자들에게는 기아를 주는 ‘땅뺏기’의 실상은 무엇인가? 왜 이것이 최근 세계적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가? 

땅뺏기는 2007~08년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계기로 급격하게 확대되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공급 불안과 인구 급증에 따른 식량 가격 급등, 2007~08년 이집트·카메룬·세네갈·볼리비아·멕시코 등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잇따라 일어난 식량 가격 인상 항의 시위, 유럽연합과 미국 등의 탄소 배출 감축 계획에 따른 바이오 연료 수요 상승, 금융 위기로 인한 안전한 투자처 부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땅뺏기를 부채질했다. 

이런 협약 또는 거래를 추적하는 비정부기구인 그레인Grain의 추정에 따르면 2007년 이래 해마다 공공 소유 농경지 1,000만 헥타르가 민간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34,500배에 달하는 규모다. 땅을 빼앗는 주체는 초국적 기업과 국제적 투기/금융 자본, 자국 국민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물과 농지가 부족한 석유 부국, 주요 선진국의 중산층도 관계돼 있는 각종 투자 펀드 등 다양하다. 

하지만 땅뺏기의 양상은 단순하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대규모 토지를 무상이나 헐값에 매입하거나 장기 임대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이 땅에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방목하던 농민과 유목민들이 쫓겨난다. 물론 땅뺏기를 추진하는 주체들은 항상 ‘농업 발전, 생산성 향상, 그리고 무엇보다 상생’을 이야기한다. 

가난한 나라에게 농업 기술을 전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도로, 항만, 관개 등 기반 시설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상생’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하루아침에 자기 땅에서 쫓겨나고 저임금 농업 노동자로 전락하는 부작용은 많은 곳에서 목격된다.(출판사 소개글)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의 새책이 나왔다. 책 소개가 대담하다.

저자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경험했던 모든 문제와 이를 현실적으로 극복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책으로, 현 정권의 경제정책이 ‘국가 경제’가 아니라 ‘가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경제 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세워야 할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출판사  제공)







핍박받고 억압된 조선시대 여성의 삶을 돌아본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한된 규율과 유교적 관습 내에서도 나름대로의 삶의 위로와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류의 책을 사는 건 때때로 모험일 수가 있다. 얼마나 많은 사료와 연구의 결과인가에 따라 지식을 왜곡시킬 수도 있으므로..선비의 아내.. 소외된 그녀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목차는 대략 이렇다. 

1 혼인이 이루어지기까지_ 이상적인 배우자 혹은 새 식구 구하기 
첫 만남의 풍경|미남에게 매혹되는 여성들|미남의 상징, 반악|이상적인 사윗감과 며느릿감 

2 서로 친해지기까지_ 운명 혹은 필연으로 이루어진 부부의 인연 
부부의 정이 돈독하면|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 원이 엄마 이야기|삼의당 부부의 첫날밤 대화|남편이 아내에게 준 것들|퇴계 이황의 결혼 생활|부인이 남편에게 준 것들|부부, 전생에서부터 맺어진 인연 

3 한평생 해로하기까지_ 첩을 질투하는 부인들의 형상 
공경하는 아내, 사랑하는 첩|기생과 첩에 빠진 남성들|소주를 맵게 해서 먹고 죽고 싶다|아내의 질투에 대처하는 남자들|참신한 악녀 캐릭터를 위하여 

4 생활이 이루어지기까지_ 살림, 그 수천 가지 자질구레함 
험한 시댁 종 앞에서 주눅 들다|끊이지 않는 손님과 제사|무소유를 꿈꾸는 가장|김상헌의 처방|전운사의 재주|경제 활동을 하는 남성들|살림살이에 관여하는 남성들 

5 과거에 급제하기까지_ 고시생을 내조하는 아내의 어려움 
성공한 양반의 인생|공명이라는 것이 가소롭다|내조와 멘토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다 

6 남편이 출세하기까지_ 비범한 여성들의 특별한 내조 
바보 남편에게 조언하는 부인|선비의 로망|10년을 내다보는 선견지명|남편의 마음을 다독이는 아내|아들의 출세를 위해 헌신한 어머니|남편은 귀족처럼, 부인은 하녀처럼 



 무엇이든, 글보다는 그래픽과 자료로 정보를 만나면 훨씬 더 선명하게 이해되고 기억된다. 그림과 도표로 보는 세상의 모든 지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민음사 신간. 역사를 인포그래픽스로 기술하는 데, 소개글과 목차를 보면  세계사라기 보다는 빅히스토리부터 커버하는 것 같다.  

빅뱅부터 구글까지, 100컷의 정보 그래픽으로 만나는 세계사 속 모든 지식. 데이터광과 탐사 저널리스트가 100개의 인포그래픽으로 완성한 이 책은 인류가 역사를 통해 남긴 모든 테이터를 야심차게 담아낸다. 138억 년 전 우주가 태어나 생명이 만들어지고 인류가 진화하고 문명이 세워져 오늘날에 이르는 그 긴 여정을 스냅 사진처럼 재치 있게 기록한 새로운 세계사다. 

총 3부 중, 1부 태초의 역사, 2부 문명의 시작,3부 국가를 만들다로 구성되어 있고, 태초의 역사에서는 태초의 세상: 우주 만물은 언제부터 존재하게 되었나?,·우주는 얼마나 큰가?,·우주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겠는가?,·펑 하고 이웃 하나가 사라지다: 우리 태양계 행성들은 어디에?,·행성 만들기: 지구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나?,·진화 혁명: 우리의 주요 특징들은 언제 진화했나?

·생명체들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동물군 생물량: 지구 위 생물들의 양은 얼마나 될까?,·충돌 영향권: 어떤 소행성들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가?,·수많은 생명이 감쪽같이 사라지다: 그 모든 종을 멸종시킨 사건은? 등을 포함한다.


요즘처럼 온갖 TV 프로그램 뭐가 건강에 좋다 뭐를 먹으면 암이 낫는다고 매일 매일 거의 고함을 치다시피 방송을 송출하는 시대에는 웬만한 식재료를 마치 만병 통치약처럼 취급한다. <카트 끄는 잡식 동물,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 착한 음식의 거짓말> 제목에 혹했는데 처음보는 저자라 저자를 찾아보니, 서울대 약대 출신 미국과 한국에서 약사를 하는 그냥 평범한 약사다. 음식과 건강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또 하나의 책이 출판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비판부터 하고 들어가니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어보인다. 


언젠가부터 식탁 위에 유행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지중해식 다이어트의 효능을 언급하면 식단에 올리브유, 토마토, 발사믹 식초 등등이 더해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몇몇 음식은 사람들의 열띤 호응을 얻어 슈퍼스타가 되었다.
‘유기농 과일을 먹어라, 소금과 설탕을 피하라, 야채는 조리하지 말고 생으로 먹어라….’ TV, 라디오, 신문 등 다양한 매체에서 전문가들이 쏟아낸 조언에 따라 식품 포장지에 각양각색의 단어들이 등장했다. ‘無설탕! 나트륨 제로! 폴리페놀 함유!’ 
몸에 좋다고 하면 무조건 많이 먹고, 몸에 나쁘다고 하면 일단 외면하고 보는 오늘날, 우리는 예전보다 건강해졌을까?(출판사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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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슬립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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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태초에 인간이, 유인원에 더 가까왔을 인간의 조상이, 컹컹거리던 대신 소리로 생각을 전달했던 그 최초의 순간에, 언어가 없던 안개처럼 희미하고 혼란스런 세상 속에서 막 하나의 단어로 생각의 교환이 이루어졌던 첫번째 순간이 생겨났던 것처럼, 어쩌면 그것이 가능해질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아이디어에 계속 매료되었다. 소설에서처럼, 샤이닝이 가능한 사람 비슷한 생명체나 특수한 인간들이 이미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개미들이 인간의 감각과 현재의 기술로는 도저히 한 근접할 수도 없는 페로몬을 통해 정교한 의사소통을 하고, 고래들이 물속에서 노래하여 서로를 찾고 부르고 사랑하는 것처럼. 최초에 유전자에 어떤 변이가 일어나고, 그 사람들끼리 어떤 우연에 의해 생각덩어리들의 일부를, 그 안개 덩어리 같이 희미하고 무게 없고 형체없는 감정과 의지와 욕망 더미들에게 하나하나 소리에 대응하여 사물의 이름과 개념을 형성하고 의사소통을 했던 것처럼. 어느 순간 빅뱅의 순간처럼 생각이 소리를 통하지 않고 전기처럼, 혹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현재 우리가 전혀 모르는 암흑 물질 같은 걸 통해 생각에서 언어를 제거하고 생각끼리만 소통하는 미래의 인간후손들이 나타날 지도 모를 일이다. 


내겐 익숙하지 않은, 장르 소설 시즌에 처음 만나보는 스티븐 킹의 닥터 슬립은 1편과 2편 통틀어 우려했던 것만큼 자극적이지 않았다. 알콜 중독으로 삶을 쓰레기처럼 굴려 마침내 아슬아슬한 벼랑끝에 섰을 때 한 사람의 아주 아주 작은 친절이 인생을 송두리째 구하는 과정, 삶이 아무렇게나 굴러갈 때 행한 죄의식과 마주할 때마다 중독의 유혹에 다시 빨려들어가는 아슬아슬한 순간들, 증조 할머니 모모와 아이의 각별한 관계, 감초처럼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 이런 다분한 요소들이 오싹하고 소름끼치는 장르 소설이 가진 속성을 희석시키고 자잘한 감동과 그럴 듯한 개연성을 충분히 부여하였다. 


판타지적 요소로만 볼 때에는 한동안 소녀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미소년 뱀파이어의 얘기 <트와일라이트>가 생각났다. 트와일라잇 속 뱀파이어들이 다양한 '재능'을 가진 것처럼 닥터 슬립의 트루들과 샤이닝 역시 가진 인간들은 자기들끼리 머리 속으로 들어가서 생각의 교환을 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능력을 가진다. 1편에 등장했던 앤디는 귓속말로 '잠들어라~'라고 속삭여서 사람을 잠들게 한다. 벙어리 새라는 자기 몸을 반투명 상태로 만들어서 없는 것으로 위장할 수 있다. 우리의 주인공 닥터 슬립은 죽음이 임박한 사람이 고통 없이, 두려움 없이 편히 가는 것을 돕는다. 1,2권을 통해 인간과 트루들을 모두 합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두번째 주인공 아브라 역시 대결구도에서 기발한 재능들을 보여주었다. 강력한 악과 어리고 강력한 선의 대립적 측면에서 봤을 때에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생각난다. 해리포터처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태어났고, 어린 아브라는 해리포터처럼 때로 무모하지만, 자신의 초인간적 능력을 드러내지 못하고 거짓으로 평범한 척 해야 하는 고독한 운명이었을 때, 아저씨 댄이 나타났고, 댄의 어린 자아와 대화를 나눈다. 


선과 악의 싸움. 어차피 끝을 아는 내용이라, 디테일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영화화를 의식한듯, 빠른 화면 전환과 함부로 지나칠 수 없는 장치들과 연결되어 하나씩 밝혀지는 비밀들이 액션씬과 마주치면서 마지막 2/3 지점 정도부터 끝까지는 빨려드는 듯한 최고의 긴장감으로 달린다. 소녀 아브라의 캐릭터는 참으로 소녀답고도 매력적이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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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을 많이 안읽는 편인데, 올 여름 내내 추리 소설에 빠져 사는 것 같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알렉스>는 2012년도에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이번 달에 관련 시리즈 2권과 로지와 존 등 세권이 연속 출간되었다. 알렉스가 처음 나왔기에, 그게 처음 시리즈인줄 알고 읽었는데 알고보니 <이렌>이 첫번째라고 한다.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어제 배송이 왔는데, 다른 책을 읽던 중이어서 잠깐 맛만 보려고 펴들었다가 도무지 접을 수가 없어서 1장 150여쪽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550쪽  정도로 매우 두껍다. 카미유는 형사이고 이렌은 카미유의 아내인데 시리즈의 첫 편에서 죽은 걸로 나온다. 아마 그 죽은 이야기가 <이렌>의 내용일 듯하다. 3편 카미유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탐정 소설의 주인공은 신체적인 약점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카미유는 난장이에 가까운 단신이라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다. 작년에 크리스마스쯤? 해서 선물로 받은 엘로리퀸의 비극 시리즈 중 <Y의 비극>에 나오는 드루리 레인은 청각 장애인이다. 대신 완벽하게 입술을 읽는다. 현실에서도 완벽한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내친 김에 신간 하나 더.. 영미권 소설 신간 중 올여름 가장 핫 한 탐정소설은 이것일까? 탐정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이달 중으로 읽을 계획.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 숫자가 하루키 팬을 능가한다고 하던가. 워낙 다작을 한 작가인데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폭발적으로 인기가 시작되어, 사방 팔방에서 번역본을 내느라 난리다. 몽환화가 최근작인줄 알았더니 그 이후 하나 더 나왔구나. 여기서 몽환화만 읽었다. 질풍론도는 아직 책탑 속에 있다. 여름 가기 전에 읽어야지












예판 중인 책이 있어 보니, 미야베 미유키이다. 화차의 원저자였구나. 솔로몬의 위증을 작년부터 읽고 싶었는데 못읽었다. 



































앗 요뇌스베를 잊었구나...책도 구경을 못했다. 박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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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돌이 2014-08-0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쥐,스노우맨,네메시스 순서로 읽어야 해요^^

CREBBP 2014-08-08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팬이시군요. 감사합니다 네메시스 리뷰가 많아서.그것부터 읽을 뻔했네요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 17명의 대표 인문학자가 꾸려낸 새로운 삶의 프레임
백성호 지음, 권혁재 사진 / 판미동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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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 그런 물음은 어리석다. 네 마음에 있다.  진부하고 공허한 답변이 삶과 앎의 배경음악처럼 늘 울리지만 구체적인 행복은 좀처럼 손 안에 쥐어지지 않는다. 행복에 대한 담론 쯤이라고 해두자. 그게 더 맞다. 답이 없다.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직접 답을 구하지도, 주지도 않았다. 행복이란 그런 것이다. 쉽게 이게 행복이다 저기에 행복이 있다 라고 말하면 사기가 되는 것. 그게 행복이다. 대신 상처와 치유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상처와 치유를 떠나지 않고는 행복이란 단어가 있을 수 없는 걸까?


존 부룩만의 에지 재단에서는 전세계 여러 분야의 많은 대표 석학들에게 한 가지 주제 하나의 문장으로 된 질문을 주고 글짓기 숙제를 내준다. 그걸 다 모아다가 책을 낸다. 그렇게 각 분야에서 가장 선두에 선 석학들이 내놓은 대답을 따라가면 그 답들의 교집합이 진리를 향해 뻗어간다고 존 부룩만은 믿는 듯하다. 그러나, 각 분야의 가장 뛰어난 석학들이 자신이 가진 최고 지식을 반영해 내놓은 대답은 모두 제각각이고 하나로 수렴되지 못한다. 그 제각각의 답들 중 무엇을 얼만큼 취해 어떤 방식으로 조함할 지는 독자의 몫이다. 이 책 역시  '17명의 대표인문학자가 꾸려낸 삶의 프레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에지 재단의 책처럼 그들에게 '행복'이라는 주제의 에세이를 걷어들여 묶은 것일 거라 생각했다. 그 경우 모 아니면 도다. 숙제하듯 마지못해 쓴 글들이 있을 수 있고 세계 최고 석학 최고의 글들도 만날 수 있다. 오판이었다. 저자가 직접 쓴 책이었다.  


언론인 백성호님은 행복이라는 화두를 들고 직접 한국의 대표 인문학자  17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서 서로 이질적인 17인들의 생각들을 자신의 언어로  모아독자 사이에 푹신한 쿠션을 만들었다.학자들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작가가 리드하고 독자와 함께 걷는다.  그들은 음악, 미술, 심리, 철학, 미학, 동양신학, 뇌과학, 건축, 천문학, 시인, 등 온갖 종류의 필드에서 대표적인 전문가들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인문학자들이 그들의 학문 경계 내에서 통용되는 조금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를 쓰면, 독자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그 경계를 허물어 내고 전문적인 말의 개념과 뜻을 쉽게 풀이했고, 그들의 생각에 자신의 해석을 보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다듬었다. 이해해야 하는 개념을 공감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과학도, 신학도, 철학도, 종교도, 심리학도 저자를 통해 산문이 되었다.  그는 서문에 '각 분야에서 자기 나무 한구르를 꿰뚫은 그들은 그 나무를 통해 전공 분야를 넘어 더 큰 세상을 조망하고 있었으며 이 책은 그들이 바라보는 풍경을 이어붙인 삶의 지도'라고 썼다.


백성호가 만난 사람들

이들은 한국 대표 인문학자지만, 내가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재다능한 미학자 진중권,역사연구가 이덕일, 통섭을 추구하는 동물학자 최재천, 가야금 명인 황병기, 기생충 학자 서민, 과학철학자 장하석 정도다. 진중권과의 대화는, 그의 다른 책이나 에세이에서도 했던 말의 반복이지만, 언제나 명쾌하고 쾌활했다. 힐링 이데올로기에는 상처와 근원을 외면하려는 얄팍함이 숨어있음과 함께 예술이 감동과 함께 힐링에만 의존하게 될 경우 상처를 부르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게 되고, 모든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귀결시키면서 패비주의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예술의 시각에서 행복에 대한 담론애 접근해가는 과정에 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다. 


여성의 정치 참여? 100여넌 전만 해도 어림없었어요. 중략. 예술은 이처럼 주류 사회와는 다른 소수자의 시각을 드러냄으로써 우리에게 낯선 충격을 가져다주죠. 동성애자의 시각, 여성의 시각,... 그런 아웃사이더들의 세계가 나중에는 주류 사회에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그 때가 되면 우리의 몰이해로 상처받던 이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는 거죠.

그렇다. 그는 행복을 말하는 여정에 소수자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 안에서 예술의 역할을 역설했다. 또한 삶이 게임이 될 때, 우리는 상처와 고통 속으로 깊이 빠져들지 않는다며, 영화를 보면서 빠져드는 고통과 상처에 허구라는 울타리가 지켜주듯, 삶을 살아가는 데에도 적절한 가벼움과 적절한 즐거움을 비벼가면서 삶을 놀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이러한 태도가 변씨와의 언어 유희, 옳고 그름을 떠나 다수라는 폭력적 인터넷 답글에 맞서는 소신있는 자세를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남의 욕망이 아니라 자기의 욕망을 추구하는 데 있으며 살다가 삶이 자기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에는 삶의 노선을 수정할 것을 권유한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바라보는 상처와 치유에 대한 통찰이 인상 깊었다. 그는 내가 스스로 만든 불일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이라고 했다. 대뇌피질이 자신의 예측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상처를 받으며  내가 어떤 일에 대해 특정한 기대나 바람을 가질 때, 그게 어긋나면 고통이 시작되는데,  가끔 신체 기관들이 전해 준 정보를 전기적 신호로 바뀐 것을 잘못 해석해 뇌가 속임수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므로, 진짜로 아픈 건지 돌이켜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가 김개천은 자신의 작품 <한칸집>을 소개하며, 자기 것이 많으면 지키려 하고, 지키려다 보면 바깥을 향해 닫히기 일쑤라는 말과 함께, 비어있는 것들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 비어 있음으로 인해 자연이 흐르고 생명이 흐른다고 답하였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는 불행 없이 행복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자기 안의 행복과 불행을 잘 볼 수 있느냐를 물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상처와 치유에 대해서는, 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을 객관화시키는 과정이 치유의 과정이라고 했다. 


나는 <온도계의 철학> 캠브리지대의 석좌 교수 장하석의 말이 가장 좋았다. 그는 <과학 혁명의 구조>를 쓴 토머스 쿤의 말을 빌어, 과학은 빅뱅 이전의 문제와 같은 심오하고 답이 안나오는 뿌리 깊은 문제들을 접어 놓고 나서야 비로서 접근할 수 있다며 한 후, 과학과 철학, 혹은 과학과 종교 그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건 결국 인간이라며, 당대 과학이 생각하고 바라보는 틀 '파라다임'이라는 용어를 되짚었다.  그 파러다임의 틀 안에서 어떤 현상이 설명될 수 있으면 과학이고, 그렇지 않으면 과학 밖의 영역이 된다. 그래서 과학이란 전쟁과 함께 국경이 바뀌듯 그 경계가 계속 바뀌는 것이며, 절대적인 철학, 절대적인 과학 이란 것은 없다, 아 이렇게 하면 풀리겠네 하고 과학적으로 방법을 찾으면 신의 영역이었던 부분이 그 때부터 과학으로 바뀐다, 그러니 우리가 과학으로 알고 있는 것들도 언젠가는 선조들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믿음처럼 한순간 허물어질 지 모르는 것이다.  그의 요지는 이 점이다. 인간의 삶에도 패러다임이 있다. 그것은 각자가 세상을 보는 틀에서 만들어진다. 세상은 우리가 만든 틀 안에서 벗어나기 일쑤이며 그럴 때마다 우리는 불행해진다고 했다. 


과연 내가 만든 틀은 행복을 부르는 걸까. 행복을 방해하는 걸까. 우리는 그 틀을 세워야 하는 걸까. 아니면 무너뜨려야 하는 걸까.

역사학자 이덕일은 시간은 직선이 아닌 순환의 고리라는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미래에 대한 선택은 현실이 되고, 다시 과거가 된다. 과거는 또 미래를 선택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우리 시대의 삶이 100년 전, 200년 전, 500년 전의 역사가 됐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거울로 기억될까. 라고 물으며 인간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할 때 행복하다는 답을 전한다. 


동양철학과 고전에 능통한 한형조는  유교에서 행복을 찾는다.  자신에 대한 비난이 정당하면 자기 발전의 밑걸음으로 삼고 부당하면 무시하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교는 성찰의 학문이지 위로의 학문이 아니다. 라는 말로  행복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이야기 한다. 그 역시 우리사회가 위로라는 설탕을 과잉 투여해서 당뇨병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하며 힐링 산업의 얄팍한 속성을 주지시킨다. 주어지는 운명에 순응하되 그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능동성도 지니라고 말한다. 어설픈 위로에 대한 기대를 접는 일,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길,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 그것이 유교적 방식의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다.


저자가 만난 거의 모든 학자들이 상처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답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 이야기를 경험을 늘어 놓는다.  상처를 말할 때 자신의 경험 없이는 이야기가 안되는 것처럼. 내놓으라 하는 학자들도 상처를 이야기하는 도중 본인을 객관화하고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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