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 - 손님이 줄 서는 가게 사장들의 돈 버는 비밀 자영업자를 위한 ‘가장 쉬운’ 장사 시리즈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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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의 실용서들 중에서 가장 강렬하고 내용에 딱 들어맞는 제목, 장사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지식을 아주 쉽고 명쾌하게 많은 예시를 들어 설명한 책이다. 당장이라도 커피숍을 하는 동네 엄마와, 노래방을 하는 또다른 동네 엄마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손으로 집접 만든 음식을 팔거나 서비스를 판매하면 어느 정도의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업을 시작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자신과 가족의 인건비를 제외하고 흑자를 보는 집들은 드물다. 이 책은 그 이유에 대해서 다각도로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장사를 해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지, 장사를 할 때 무엇을 신경써야 하는지를 가이드해준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사업에 실패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들어가는 돈과 나가는 돈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실 조금만 알고 보면 선뜻 몫돈을 투자해서 사업을 시작하는 일은 참으로 무모해보인다.  커피집에서부터 김밥닙, 빵집과 샌드위치 집까지 대개는 이윤이 박한 프랜차이즈 점이며 조금이라도 근사하고 멋진 외관을 갖춘 식당이나 커피집을 차리려면 초기 시설 투자가 어마어마하다. 투자비 회수가 언제나 가능할 지 요원하고 겨우 투자비를 회수하고 나면 이미 낡아버린 인테리어에 또다시 투자비가 들어간다. 고객이 버글버글 발디딜틈 없이 만원인 식당도 알고보면 적자인 경우가 있고 장사가 너무 잘돼 프랜차이즈를 계속 늘러 열배의 매출을 올리는 가게가 오히려 자금 조달 능력을 잃고 현금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기도 한다. 매출이 엄청난데도 통잔 잔고는 텅텅비어 있는 사장도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 책은 실제로 제주도에서 회계 컨설턴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보아온 수많은 고객들의 실례를 들어 이익을 남기고 장사를 하는 아주 기본적인 마인드와 장사의 기본 법칙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책이다. 여기서 예시한 수많은 사업체들은 대개 식당과 편의점, 커피집, 어린이집 같은 작은 규모의 점포를 가지고 가족 혹은 소수의 종업원을 두고 장사를 하는 사업가들이다. 세무신고를 위한 회계 관리를 저자에게 맡기면서 저자는 장사가 잘된다고 해서 반드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우리나라 자영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장님들이 가진 세세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짚어주고 있다. 


1. 장사를 하는 데 가장 네 가지를 기억하라  이것은 기본이다.  이 기본을 알아야, 어디에서 돈이 들어오고 어디로 돈이 새고 있는지가 분석되고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매출 - 돈을 벌려고 장사를 시작하려면 시장 규모, 유동인구와 경재음식점, 늘어날 손님의 잠재력 등을 면밀히 분석해서 매출을 추정해해야 한다.

이익 - 원가는 재료값과 인건비, 광고비 임차료 등을 포함한 제조경비가 포함한다. 매출 대비 원과와 판매관리유지비(판관비) 비율이 앞으로 한 달, 최소 5년을 기준으로 해서 분석되어야 한다. 

투자금조달 - 건물, 기계 설비, 비품 등의 경비와 이후 증가하는 매출에 따른 추가 투자 금액까지 산정해보아야 한다. 추정된 투자금이 빌린 돈이라면 이자비용까지 고려해서 수익성 분석을 해야 한다. 

투자금회수-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 인테리어와 시설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비, 이자비용, 임차료, 보험료 등의 투자 금액을 회수 하려면 예를 들어 돼지고기 몇인분을 팔아야 하는가를 분석한다.  장사에서 가장 급선무는 투자금을 빨리 회수하는 일이다. 투자금을 회수하고 난 다음부터 파는 만큼이 이익이다. 초기투자금을 줄이면서 장사하는 방법이 현명하다. 


사업 초기에 이익을 계산할 때는 투자한 돈 이후에 들어가는 재투자비용이나 추가 투자금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이를 빠트리고 한 달 운영비가 나오면 이익이 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계산이다. p63


2. 기회비용 - 여러 재회 중 하나를 택했을 때 그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나머지 모든 선택. 이익을 제대로 계산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개념이다. 사장은 자신의 정당한 월급을 가져가야,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투자해서 생겨나는 이익 증가를 이익으로 잘못 산정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 자기 인건비를 가져가지 않으면서 회사의 이익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왜곡된 자료이고 착각이라는 것이다. 내 돈을 투자해서 장사를 한다면 수익률은 그 돈에 대한 이자(10퍼센트)보다 더 커야 하고, 투자금은 회수되어야 한다.




* 제주도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여져서 깨알같은 제주도 맛집에 대한 힌트를 가질 수 있었다. 제주도의 토속 식당 고객의 예가 많다. 특히 줄서서 먹는다는 냉우동집과 방금 만든 따끈한 밥과 찌개가 기가막힌 시장통 속의 바둑집, 그리고 원래 저녁에는 비싸게 받는데, 낮에는 고정비를 이용해 1만원대의 저렴하지만 매우 푸짐한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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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자유다 - 삶의 가장자리에서 만난 희망의 인문학 수업
얼 쇼리스 지음, 박우정 옮김 / 현암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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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 마약과 폭력에 삶을 저당잡힌 자들. 이들을 어떻게 구제할 수 있을까. 선의를 가진 많은 단체와 개인이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지만 항상 한계에 부딪힌다. 막대한 부의 대부분이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에 의해 소비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을 구제하는 일은 어쩌면 한낮 몽상일 지도 모른다.  소외된 곳에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일.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심리적 상담소를 지원하는 일. 의료 봉사를 하는 일. 각종 방법으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펼치는 행사들. 가난하지 않은 우리는 그런것들에 무감각하게 노출되어 있고, 때로 약간의 기부금으로  혹은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계에 대한 무심한 시선으로 대처하며 살아가고 있다.

 

얼 쇼리스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 그가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교육이었다. 교육 프로그램은  한 끼 끼니나 금전을 제공해주는 것보다 빈곤의 근본적 구제를 위해 적절한 선택임에 누구나 동의한다.  흔한 갱생 교육은 자립할 수 있는 조건을 돕는 기술교육과 직업교육이 대부분이고 피상적으로는 그게 최상의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교육은 다르다. 돈이 되지도 빵이 되지도 않는, 당장 그걸로 돈벌이가 될 수 있는 직접적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아닌,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어 보이는 철학을 필두로 한 인문학 교육이었다.

 

수료증 외에는 아무것도 보증하지 않는 수업이었다. 휘몰아치는 가난의 폭풍우를 뚫고 교실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당장 버스비도 없고, 밥 값도 없고, 아이를 맡길 곳도 없는 가난과 소외의 끝쪽에 서서 마약 중독과 폭력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배워보라고 학생을 모집한다. 때로 텅빈 교실에서 수업을 받기 위해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이 앉을 의자를 이고 지고 등교해야만 했다. 희망이라고는 죽어 천국에 가는 것밖에 없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미국, 호주, 멕시코 등지에서,  한 때 문명을 탄생시킨 마야인의 후예였고, 한 때 자연과 교감하던 용감한 인디언이었고,  원주민들이 수천년동안 살아왔던 터전을 온몸으로 지키고 버티다 20세기의 마지막 바늘 구멍을 피와 멍에로 통과해 겨우 살아남은 한 줌도 되는 남겨진 사람들이 소외의 시간들을 지키던 자리였다.

 

인문학이 어떻게 가난을 구제한다는 거지?  책을 읽기 전에도, 책을 읽는 중에도, 그리고 책을 읽은 후에도 나는 의심한다. 태생적으로 부자이든 가난하든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 신분(?) 상승의 계단을 이끄는 환경에서 자라고 살고 아이를 키우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책을 덮은 후에도, 그 교육, 클라멘트 코스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 아이들에게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가르쳐 주세요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 그게 무엇이지? 철학? 그 어렵고 한심한 철학이 가난을 구제해준다고? 그의 생각은 옳았다. 미국 한 도시에서 시작한 클라멘트 코스는 세계 각국의 여러 도시로 퍼져나갔고, 졸업생의 상당수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이 책은 얼 쇼리스가 함께 한 클라멘트 코스가 세계 각국 도시 도시의 그늘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한 사람씩 운영진을 모으고 기금을 모으고 학생을 모집하고 교수를 불러 자리를 잡는 과정, 그 과정에서 고수했던 원칙과 수용했던 변화들을 기록한 10년의 다큐멘터리이다.  

 

그가 방문하고 설립한 각 코스마다 환경적, 문화적 차이가 있었고, 학생들이 처한 상황과 종교적 관습, 생활방식들이 달랐다. 얼 쇼리스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다섯 개 과목, 철학, 미술, 역사, 문학 등에 각 지역 운영진과 교수들이 요구하는 커리큘럼 사이에서 수많은 논쟁을 거쳐 그 곳 상황에 가장 적합한 학습과정을 결정했지만, 교수법에 있어서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에서 유래된 토론식 수업을 고수하였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원칙이 있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는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교수를 채용하고, 조금이라도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었다. 보수를 지급해야, 교수의 수업이 어긋날 때에 바꿀 수 있고, 학생과 운영진이 교수에 대해 마땅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교수들은 보고서를 썼다. 실제로 얼 쇼리스가 이 책 <인문학은 자유다>에 토론에서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와 같은 아주 세세콜콜한 이야기까지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교수에 대해, 학습 평가와 보고서를 요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 각문화와 지역 특수성, 교수들에 따라 커리큘럼과 과정이 변형된다.

 

클레멘트 코스에서 교수들의 역할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처럼, 자신의 생각을 끌어내도록 이끌어주는 것이지, 지식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아니다. 길을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어둡고 컴컴한 골목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앞으로 한걸음 디디고 또 디디어 나아갈 수 있도록 불을 밝혀 주는 것이다. 게다가 클레멘트 코스에서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빈곤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얼 쇼리스는 빈곤의 원인을 하루종일 일해도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낮은 급여와 단순노동으로 보았다. 그래서 제소자나 중독자들을 그러한 단순 노동과 저임금으로 이끄는 단순 기술교육이 아닌, 인문학을 선택했다. 그의 고백에서처럼, 어쩌면 참으로 몽상가와 같은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봐 보자. 한 사람당 너무나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절반 이상의 학생이 떨어져나간다. 게다가 학생 모집은 될 성 싶은 떡잎을 골라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서양 철학으로부터 모든 것을 시작하다 보니 가는 곳마다 문화적 제국주의라는 각국 지역의 클레멘트 코스를 담당하는 운동가들과 언쟁을 벌여야 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포위하고 있는 무력이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서, 가난해지는 것 말고는 그 어떤 일을 할 시간도 힘도 남지 않게 되는 지점이 있다. 대개 그런 사람은 클레멘트 코스에 입학시킬 수 없었다. 입학시켜도 곧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노숙자, 제소자, 원주민, 매춘부, 중독자 등 빈곤과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지만, 어떤 아주 작은 희망의 끈이라도 붙잡을 의지가 있어야 했고, 기본적인 읽고 쓰기 능력을 가져야 했다. 이민자나 영어 구사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애초부터 열외였다. 코스는 4년제 대학과 제휴를 맺어 일정 부분을 만족시키는 학생에게 학점을 인정해주고 장학금을 주고 대학으로 끌어들였다. 중도 포기자가 절반이나 되었지만 그들 중 일부는 박사 과정을 이수했고, 대다수가 4년제 대학을 진입하였다. 

 

얼 쇼리스는 계속 이동하며 클레멘트 코스의 설립을 도왔다. 그가 가는 곳마다 지역의 특수성이 존재했고, 그는 맨땅에 헤딩했다. 한사람 한사람씩 코스를 지원할 사람들의 머리 수를 늘려가며 사람을 모으고, 기금을 모으고, 장소를 물색하고, 교수와 학생들을 모집하였다. 폭력과 적대감으로 가득한 가나의 피난민 수용소에서도, 마야 제국의 영광을 기억하는 멕시코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도, 한국의 산동네에서도 누군가가 그의 아이디어, 그의 몽상을 따라하려는 자들이 그를 불러들였고, 그렇게 해서 백여개곳에 클레멘트 코스가 생겼다.

 

첫 챕터를 읽을 때는, 얼 쇼리스가 여러 도시를 돌며 클레멘트 코스를 설립한 기록이려니, 쉽게 읽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별 재미도 없는 이 책에 나는 거의 일주일 동안 빠져 들었다. 세계 구석 구석에서 폭력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수없이 많은 동류의 빈곤과 소외에 대해 그 다양성을 알게 되었고, 그것과 싸우기 위해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몽상가처럼 계획을 세우고, 도저히 안될 것 같은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가는 그 과정 속에서,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읽었다.

 

이 책은 얼 쇼리스가 자신의 치적을 알리기 위해 쓴 책이 절대로 아니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클레멘트 코스가 모든 가난한 사람의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아니다.  어쩌면 그 반대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알리는 것. 이렇게 많은 소외가 존재하지만, 우리가 최선을 다해 그 숱하게 많은 조직과 기금과 노력을 통해 구제할 수 있는 가난이 이렇게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 같다. 얼 쇼리스는 책을 통해 자신의 신념에 조금 동조하거나 비슷한 방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숱한 논쟁과 타협을 통해 실천해나가고 있는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클레멘트 코스는 별도 없는 어둡고  캄캄한 곳 군데 군데를 밝히는 아주 아주 작은 등불이다.  가난 속에서도 특별한 능력과 기회를 가진 사람들 중 지극히 일부는 이 코스를 통해 구제 되었다. 드넓은 사막 모래밭에서 한 줌의 모래를 건져올린 것 같은 숫자의 사람들에게 성찰을 통해 삶과 권리를 되찾게 해준 것에 들어간 기금과 노력을 생각해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책 속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삶이 아름다운 건 그렇게 매일 드라마같이 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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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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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사랑했더라면, 그렇게 매 순간순간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 그토록 소중하고 애틋하지 않았다면, 진단 후 37일 만에 떠난 사람의 죽음에 조금 더 초연해질 수 있었을가..


함께 산 시간이 20년이건 30년이건, 서로를 위해 돈을 벌어오고, 밥상을 차리고, 이부자리를 함께 해왔다면, 이미 그 시간 속에 사랑이 스며있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줄리안 반스는 시간 시간 아내와 함게 했던 농담과 일상을 그리워하며 견딜 수 없어했지만, 그것이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믿지만, 티격 태격 서로 싸우며 서로를 원수로 여겼다 해도 둘이 함께 했던 세월을 뒤로 하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그리하여 벌어온 돈을 혼자 쓰고, 혼자 먹을 밥상을 차리고, 여행을 다녀도 집에 가서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둘이 얼마나 애틋했던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상실은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앞의 두 에세이는 하늘을 향해 뜨고 싶었던 열기구를 타던 사람들의 일들을 약간의 상상력을 덧붙여 소설 형식으로 썼고, 세번째 챕터는 오로지 아내를 잃은 자신의 비탄의 심경만을 읊고 있다. 다소 줄리언 반스 답지 않은 글이다.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상실감을 어찌나 견딜 수 없었는지에 대한 내용만으로 이루어진 세번째 챕터는 줄리언 반스의 글들 중 가장 인간답고 가장 솔직하며, 그런 면에서 볼 때 어떤 반스다운 깊이나 통찰이 느껴지지는 않는 책이다. 앞의 두 챕터와 세 번째 에세이가 좀 따로 노는 느낌이고, 형식적으로 뭔가가 핀트가 잘 안맞는 느낌이 나기도 한다. 반스다운 완벽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명씩 한명씩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추억을 견뎌야 할 것이다. 나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상실을 견뎌야 하는 것이리라. 언젠가는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언젠가는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던 순간과 달리, 그렇게 한 명씩 자신과 함께 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보내고 나서 완전히 홀로 됨을 경험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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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은 읽으며 웃는 것만으로도 50% 할인 책값를 뺀다















피에르 바야르의 억지 같은 비약은 이상하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느낌.














정여울 작가. 철학은 진부할지라도, 철학과 영화의 만남은 언제나 옳다. 













크로스 2가 50% 할인이길래 냉큼 1과 2 다 담아놨더니, 1은 50% 할인대상이 아니다.  참고하시도록














가끔 술자리에서 유식한 척














흔치 않은 한국, 음식사에 대한 책. 평이 좋다.














소설을 쓰시게? ㅎㅎ 쓰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만. 읽는데 참고가 될 수는 있겠지?














여기까지 몽땅 다 합쳐도 5만원대. 배송중...

타서점에서는 세일 안하고 알라딘에서만 세일하는 책들이다. 

오늘도 카트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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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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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작가가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은 방송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잘 그릴 줄은 몰랐다. 일러스트 차원의 그림을 잘 그리는고 못그리고 하는 기준은 사실 개인의 취향과 트랜드에 많이 좌우되며 무엇보다 작가의 개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책 속의 그림들은 김중혁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그냥 취미로 자기 책의 일러스트를 위해 끼적거리는 차원을 넘어선다.


티브이를 잘 안 보는 나는 하나의 채널에 고정하지 않고 그냥 여기저기 돌리다가 아무것도 못보는 편인데 생활의 달인이 나오면 채널을 안돌리고 계속 보게 된다. 영세한 작은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고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흘린 땀방울이 존경스럽다. 한쪽에서는 기계가 돌아가고 사람들은 그 기계의 속도를 맞춰 작업하는 장면 자체가 이상한 종류의 노스탤지아에 젖게 만드는 면도 있다. 찰리와 쵸콜릿 공장 같은 영화에서도 내용보다 자동화된 생산라인이 쏟아내는 쵸콜릿 공장 풍경에 더 마음을 빼앗겼었던 기억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공장을 찾아나선 작가의 마음은 천진스럽다. 기자로서 탐방기를 쓰기 위해 매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공장을 찾아 나선 길에서 만난 풍경, 떠오른 생각, 만난 사람들로 시작해서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물건에 대한 단상, 그 물건의 역사, 공장의 역사,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이 비고적 가벼운 필체로 적혀 있고 공장의 생김새와 전체 모습이 그림과 함께 잘 묘사되어 있다. 간장공장공장장의 가이드를 받으며 일본 공장의 균주를 코를 푼 휴지에 담아온 일화는 문익점의 목화씨 일화만큼 흥미롭다. 브래지어 공장과 콘돔 공장처럼 민망스러운 공장을 방문해서 콘돔과 브래지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고고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피아노공장과 대장간에도 방문하여 이제는 대를 이을 젊은 직원이 없는, 고도로 숙련된 직원들에 의해 악기와 농기구들이 생명을 얻는 장면도 묵도한다.  


마음을 비우고 싶을 때, 잡지책을 읽듯 가볍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처럼 공장들이 궁금한 사람들은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실제 공장의 모습을 읽으려고 샀는데 아이러닉하게도, 가장 흥미로웠던 글은 김중혁의 글공장 엿보기였다.  글쓰기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공장에 빗대어 글감 분류 작업과 생산 공정을 기술한 글을 통해, 그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은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차창 밖을 보니 김중혁 작가가 방문했음직한 공장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일반인들에게도 가끔 개방하면 들어가서 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여러 개의 책을 함께 읽다 보면, 우연인지 필연인지, 동일한 주제로 묶을 수 있는 소재들을 자주 발견한다. 이 책을 읽은 후 주말동안 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을 읽었는데, 노동자를 대치하는 자동화 기계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무거운 내용이었지만, 김중혁 작가가 직접 공장에서 느꼈던 점들을보다 이론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었다. 김중혁작가의 시선 속에서, 사람 보다는 기계가 주로 움직이고 사람들은 관리만을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유리감옥>은 바로 인간이 그러한 자동화의 노예가 되어 가는 현실에 대한 분석이 주가 되는 내용이다. 공장탐방기는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자동화된 공장들이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고, 인간을 어떤 상태로 바꾸고 있는지를 찬찬히 깊이있게 생각할 타래를 제공하지는 않았는데, 유리감옥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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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4-12-19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이리 당선작이 많냐는? ㅋㅋ Y에서 불평하시더니..../ 서재의 달인은 갑자기 뜬금 없다는...이정도면 되는 거였군요..

CREBBP 2014-12-19 17:04   좋아요 0 | URL
이건 좀 부끄럽다는. 딴거는 뭐 읽어볼만 해요. 독자(?)의 맘을 모르겠어요. 이 글만 보면 후루룩이 답인 듯. 정성이 뻗혀서 몇 시간을 쓴 글은 개미 한마리 안기어다니고..

CREBBP 2014-12-19 17:13   좋아요 0 | URL
서재의 달인도 있었군요. 귀찮아도 열심히 올려놓으면 운좋으면 2만원도 받고(이건 순전히 운인듯..), 달인 돼서 쿠폰도 받고 좋네요. 맥스무비 할인권도 좋네요. 달력은 남아돌아가지만 머그컵은 쓸만하겠고. 수첩은 무엇엔가 쓸 일이 생길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