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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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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워터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귀신나오는 공포영화나 공포 소설을 좋아하지 않기에 평가단 도서가 아니었으면 읽지 않았을 터였다. 시작은 나름 선빵했지만 중간에 밀당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확 무섭지도 않고, 지루해서, 끝까지 읽기 어려웠을 것이다. 마지막 1/3 ~ 1/4 지점에서 조금 뭔가 눈치를 채기 시작하면서 흥미롭기 시작했고, 맨 끝 문장을 여러 번 읽고서야 평가단에 감사했다. 


수백년의 역사를 품은 고색창연한 헌드레즈홀이 잡초와 썩어가는 기둥들과 함께 허물어져가고, 저물던 젠트리 시대가 전후 암흑처럼 짙은 어둠에 묻히면서, 함께 고립되고 잊혀져가던 몇 안되는 남은 헌드레즈 홀에 사는 에어즈 가문의 식구들에게 홍반장처럼 무슨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나타나 돕는 화자 패러데이가 전하는 이야기다. 밀란 쿤데라는 <작가는 무엇인가>에서 독자가 첫문장을 기억하지 못하면 전체 문맥을 이해하기 힘들다라는 비슷한 말을 했다.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이 책의 첫 문장은 700페이지에 가까운 긴 서사에 담긴 욕망과 비극을 한마디로 담아낸다.  


훔쳐서라도 갖고 싶었던 것이 있었던가. 훔칠 수 없다면 그것의 일부를 훼손시켜 떼어옴으로써 욕망에 대한 대리 만족을 조금이라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열세살 소년 패러데이가 본 헌드레즈홀은 전쟁을 포함한 길고 긴 삼십년이라는 시간이 야곰야곰 몰락시켜간 귀신이 출몰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쇠망한 저택이라 해도, 여전히 어릴 때의 욕망의 대상에서 지울 수 없었던 것이었을까.


재미없고 지루하게 느꼈던 이유 한 가지. 아무리 여주인공이 못생겼다 하더라도, 만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못생긴 점, 옷을 못입는 점, 지저분한 손가락, 흐트러진 머리카락 따위에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지 않을 것이다. 분명 말로는 캐롤라인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막 사랑을 시작한 그의 눈엔 계속해서 헛점 투성이다. 게다가 우락부락 못생겼다는 말은 꽤도 하는데, 그럼에도 캐롤라인의 말, 캐롤라인의 행동을 보면 그 어려움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은, 재치와 건강한 아름다움을 두루두루 보유한 매력이 느껴진다. 정말 길고도 긴 연막전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남의 가족 들락날락의 일상들이 끝없이 반복되던 끝에 둘 사이에 드디어 러브라인이 생기나 했는데, 이번에는 캐롤라인이 고수의 밀당인지 당시 1940년대 젠트리 귀족 여성의 행실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인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일단 여기까지. 스포 없이 책읽은 소감을 나누려니 제약이 너무 많다. 마지막 문장을 읽자 마자 나는 다른 리뷰들을 읽으며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고 싶었었는데, 그러려면 강력한 스포를 포함한 이야기가 도마 위에 올라가야 한다. 여기부터 그 얘기들을 할 작정이니, 아직 안읽으신 분들은 읽기를 멈추기를 권한다. 


헌드레즈홀에 계속 비극이 겹치면서 그곳과 인연을 맺는 모든 살아 있는 많은 사람, 죽은 혼령까지도 비극을 이끄는 범인으로 의심되지만, 화자의 말을 믿기에는 석연치않은 구석이 많다. 그 첫번째가 캐롤라인에 대한 사랑이다. 물론, 파티날 처음으로 경계를 풀고 유혹하는 듯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캐럴라인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매우 납득이 간다. 그토록 망설이고 부인하던 캐럴라인이 막상 결혼을 제안했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쉽게 승낙한 것은 그와 함께 헌드레즈홀을 떠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패러데이는 마치 헌드레즈홀이 자신의 집이 다 된 것처럼 '우리 집'이라는 표현을 했다. 에어즈 부인까지 죽던 날, 운명은 헌드레즈홀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의 욕망에 따라 처리되는 것처럼 흐른다. 


상속권자인 아들이 정신병원에 갇히고, 집에 대한 실질적 소유권을 가진 에어즈가 죽고, 이제 결혼만 하면 두 사람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닌가. 에어즈 부인의 장례식을 치르자 마자 결혼을 서두르는 패러데이와 더욱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캐럴라인의 일상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면 분명 캐럴라인도 패러데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고 느껴진다. 캐롤라인은 왜 딜을 하지 않았던 걸까. 나는 이 집이 싫다, 집을 떠나 런던으로 가지 않는다면 결혼하지 않을거다. 정말로 나를 사랑한다면 나와 함께 떠나자 이런 밀당이 필요없을만큼 아마도 너무나 명백하게 패러데이가 헌드레즈홀에 대한 욕망을 겉으로 나타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또한 독자를 1940년대 영국의 사회 제도로 조심스럽게 이끈다.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었을 때 전면적인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모양인데, 패러데이는 나름 능력을 인정받는 의사임에도 새로 도입되는 의료보험제도로 인해 고객을 놓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지만, 보험제가 도입하기 전인 이 책의 배경에서도 패러데이와 주변 의사들을 통해 본 의사라는 직업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차지하는 위상과는 사못 다른 느낌이다. 그럼에도 패러데이는, 물론 전통적 계급이 급격하게 재편되던 시절이니 가능한 일이었고, 지금의 대한민국으로서는 요원한 일이 되었지만, 헌드레즈 홀에서 유모로 일하고 남의집 상점에서 점원으로 일했던 부모들 밑에서 자란 노동자 계급으로서는 똑똑한 덕에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의사로서 가진 사회적 위상과 존경이, 어릴 때 그토록 그 작은 벽의 한귀퉁이를 훔쳐서라도 갖고 싶었던 헌드레즈홀과 에어즈가문이라는 갖지 못할  욕망을 대신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왔다. 그 무엇으로도 보상하지 못했을 터였다. 그가 동경한 것은 단지 저택 자체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 눈에 비쳤던 대저택과 그 속에서 스무 명의 하인들을 부리며 귀족으로서 사는 것을 포함한 모든 가질 수 없는 아주 높디 높은 욕망의 사다리. 그렇기에 차라리 돈을 벌어 좋은 집을 마련하거나, 의사로서 명예를 갖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 대신, 캐롤라인을 통해 그들이 왕년에 가졌던 것들을 누리고 싶었으리라. 


줄리안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후 화자에게 속는다는 일은 그리 낯선 광경은 아니지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화자가 자신의 기억에 의지해서 진술하는 이야기에 유린당하는 쪽은 독자 뿐만 아니라, 화자 자신도 포함하는 반면, 이 소설에서는 화자가 이제껏 독자들에게 무엇을 들려주었는지, 어디까지가 진실이었는지를 알 수 없다. 어쩌면 그가 한 이야기 속 한 마디도 진실이 없을 수도 있다. 패러데이는 캐롤라인에게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까지 캐롤라인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막상 캐롤라인이 파혼을 결정하자 광기어린 그의 행동이 극에 달하면서 점점 미스테리의 범인은 화자처럼 생각되었지만. 논리적 설명이 부재한 이런 결론, 이런 마지막 문장은 사실 옳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그 모든 기괴스럽고 공포스러운 초자연적 현상들은 무엇으로 설명할건가. 선택은 그가 우리에게 계속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독자는 화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읽은 것이므로, 그 거짓말이 만들어낸 공포와 괴기에 이제껏 속았고, 사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죽였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이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가 라고 질문할 수 있다.  이런 질문들을 하다보면 다시 읽어봐야 대답을 조금이라도 뽑아낼 수 있겠는데.. 책이 너무 두껍다. 어찌됐건 아무 이유도 없이 남의 집을 제집처럼 들락거리는 화자가 처음부터 수상쩍었었는데 틀리지 않았다. 친절한 사람을 믿지 마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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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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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 제 1편인 로마의 일인자 1부를 읽은 후 채 2부와 3부를 읽지 못한 상태에서 가제본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그 드라마틱한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구성한 역사 소설이라 1편의 2부와  3부를 먼저 읽고 2편 풀잎관을 읽는 게 순서상으로도 옳고, 문맥을 따라가는 데 유리하겠으나, 그 두권의 책이 로마의 일인자 1부에 비해 훨씬 두껍고 가제본 피드백 날짜가 정해져 있었기에, 할 수 없이 풀잎관을 먼저 읽게 되었다. 우려했던 대로, 길고 발음하기 어려운 지명과 인명들을 얼른 떠올릴 수가 없었고,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역시 콜린 매컬로의 이야기 솜씨는 그런 복병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만큼 훌륭했다.


아쉽게도 기대했던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시대는 막이 내리고 있었다. 로마의 일인자에서, 카이사르의 장녀 율리아와 가이우스 마리우스와의 정략 결혼은, 몰락해가는 카이사르 가문에게는 두 명의 아들과 사위를 권력의 사다리로 진입시키는데 크게 일조했다. 파트리키 가문과의 동맹으로 그동안 이탈리안 촌놈이라는 치명적인 출생의 약점을 가볍게 털어낸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유래없이 여러 차례 집정관을 지내게 하는 윈윈 전략의 쾌거가 된다. 풀잎관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위대한 일인자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파워가 식은 시점이다.


로마가 인도처럼 강력한 신분제 사회는 아니었으나, 가문은 강한 개인의 정체성의 일부다. 일단 이름에 가문의 꼬리표가 평생 쫓아다녔고, 이름에 나타나는 출생상의 신분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큰 기준이 된다. 심지어 바람을 펴도 출신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사실이 웃긴다. 이것은 로마 시민권자와 비시민권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제도적 차별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 당시 이탈리아의 여러 부족들을 다스린 로마는, 그들이 사는 도시에 로마 시민들을 거주시키고 그들만의 정착지를 만들고 로마 법정의 보호 아래 마음대로 로마를 상대로 상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준 반면, 그 곳의 원주민들은 로마를 위해 군대를 제공하여 충직하게 싸우면서도 로마 시민의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은 채, 채찍질과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이러한 부당한 대우로 인해 이탈리아의 여러 부족들은 동맹을 통해 조직적으로 허위 로마 시민으로 대거 등록하는데, 모든 허위 로마 시민권자들을 가려내기 위한 대처 방안으로, 색출을 위한 보상금과 무거운 태형, 그리고 더 무거운 벌금으로 무장한 리키니우스.무키우스 법이 상정된다. 여기에서 마리우스와 그의 평생의 동료 푸틸리우스 루틸리우스 루키스, 그리고 이 풀잎관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 1부에서 거의 주인공에 가까운 역을 맡은 마르쿠스 리비우스 드루수스가 가여운 이탈리아 부족들의 편에 활약하나, 원로원의 대다수는 그 법안을 통과시킨다.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로마애서 파견된 관리들애 의해 가짜 로마인을 색출하기 위한 이 리키니우스.무키우스 법안의 실행이 강행되고 이 과정에서 로마는 또다시 많은 문제에 봉착한다.


한편 마리우스는 아내 율리아와 아들과 함께 동방 여행길에 오르고 한동안 로마가 서방을 정복하느라 손을 놓고 있던 동방의 여러 왕국에서 폰투스의 왕 미트리다테스 6세가 탐욕스럽게 여러 왕국을 정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저지한다. 로마로서는 미개인의 족속들에 불과한 그들 왕국 중 하나가 도를 넘어 세력을 넓히고 로마의 속주들을 위협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이들 왕국 역시 혈육간의 혈투와 동맹을 통한 피비린내 진한 왕위 쟁탄전의 각축장이었는데. 미트리마테스 6세가 왕이 되기까지의 암투는 그 잔인함과 복잡함이 가히 머리속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끝판을 보여준다.


우선 전편에서 아퀼리우스는 프리기아를 미트리다테스 5세에게 넘기고 엄청난 뇌물을 손에 넣었는데 이를 알게 된 로마의 반대파들은 폰토스와 반목하게 된다. 그런데 권력에 굶주린 미트리다테스 5세의 누이이자 카파토키아의 왕비인 라오디케는 남편이자 남매인 왕을 죽이고 아들 크레스토스를 왕 위에 앉히고 섭정을 한다. 그의 동생 미트리타테스 아우파토르는 어머니가 자신을 죽일 거라는 직감을 느끼고 도망갔다가 자신의 숙부 그러니까 죽은 왕의 형제와 함깨 모반을 일으켜 성공을 하고 권좌를 차지한다. 이 사람이 미트리다테스로 매우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폰투스의 왕이다. 주변의 왕국을 흡수하여 영토를 넓혔으나 이 책에서는 매우 비열하고 야비하게만 그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은 뛰어난 군사적 전략을 갖지 못하고 군대를 지휘할 능력도 없으면서 자기 대신 다른 나라를 침공해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온 장군은 그자리에서 목을 치거나, 연회를 열어 부족장들을 불러 모아 술을 먹이고 처치해 그 부족장들이 다스리던 땅들을 한꺼번에 차지하거나, 왕을 죽이고 자신의 사람을 앉히는 등이 그렇다. 


미트리타테스는 매우 많은 왕비들응 두었는데 정실왕후는 그의 누이 라오디케였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왕비는 카파토키아의 왕자라고 하는데 실제로 왕자인지아닌즈 알 수 없는 고르디오스의 딸 니케다. 니케의 아버지 고르디오스는 왕의 오른편에 앉아 왕의 야망을 실현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데 그 이유는 카파도니아를 갖기 위해서다. 카파도키아 역시 폰투스 못디 않게 비극적인 역사로 피범벅 왕위 쟁탈전을 겪고 있다. 카파도키아의 왕 아리아테스 6세는 미트리다테스의 또다른 누이인 라오디케의 남편인데 고르디오스는 왕후와 짜고 왕을 죽이고 어린 아리아라테스를 왕위에 올리고 권력은 엄마의 섭정 아래 두었다. 고르디오스가 카파도키아의 왕자라고 하였으니 새엄마와 공모해서 친부를 죽인 게 되는건가. 권력이 뭔지 참으로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들 아리아라태스 7세가 겨우 열세살이 되었을 때 섭정에서 벗어나고자 외숙인 미트리다테스의 도움으로 엄마를 가두어 굶게 해 죽이고 권좌를 되찾지만 자신의 친부를 죽인 고르디오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죽쒀서 개 준 고르디오스는 훗날 왕의 누이이자 정실왕후인 라오디케의 불륜을 고해 바치고 자신의 딸 니케를 왕후로 앉히고 권력의 핵심 자리를 약속받는다.


마리우스가 여행중 카파도키아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섭정을 하던 어미를 죽인 어린 왕은 또다시 죽고 미트리다테스와 니케 사이의 아들 즉 고르디오스의 손자가 왕이 되어 고르디오스가 섭정을 했는데 그나마도 나중에 술라가 왔을때는 딸의 호의로 자신이 직접 왕이 되어 통치하고 있었다. 술라가 카파도니아 인이 추대한 아리오바르자네스를 복권시키고 나서야 고르디오스는 평생 공생 관계를 맺어온 미트리다테스에게 죽는다. 이렇게 가이우스와 술라의 두 차례 원정 끝에 널름거리며 잡아먹고 있던 폰토스에게서 벗어나 아마도 카파도니아는 로마의 속주로 넘어가게 되는데 그 동안 로마에서는 로맨스가 벌어진다.


로맨스의 주인공은 앞서 등장했던 드루수스의 누이 리비아다. 서로 오누이끼리 결혼해 더블 사돈이 된 카이피오의 아내 리비아와 그녀의 가족들은 시아버지의 뇌물수수로 집까지 잃고 드루수스의 집애서 더부살이를 하는데 남편 카이피오의 인간 됨됨이에 환멸을 느끼다가 그가 멀리 발령을 받은 틈을 타서 시골의 별장으로 이사를 가는데 거기서 그동안 자신의 로마 집 발코니에서 훔쳐보고 짝사랑하던 동네 오빠 카토를 극적으로 만나 격정의 사랑에 빠지고 임신까지 해서 남자 아이를 낳는다. 돌아온 카이피오는 냉담한 아내에 화가 나서 폭력적인 잠자리를 갖는데 설상가상으로 그들의 딸 셀레니우스에게서 엄마의 불륜 사실을 전해 듣게 되자 리비아를 거의 죽일만큼 만성적 폭력을 휘두르게 되고 이 일은 늦게나마 드루수스에게 알려져 이혼으로 마무리되고 아내의 지참금으로 살던 카토 역시 무일푼으로 쫒겨나자 리비아와 재혼하여 전처 소생의 아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드루수수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된다 .


가이우스 마리우수와 정치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술라는 자신의 처세를 위해 그를 조금씩 멀리하고 마리우스와 폰토스는 역시 리키니우스 무키우스 법안의 상정 반대를 위해 드루수스와 함깨 뭉치지만 별 호응을 얻지 못한다. 너무 잘생기고 매력적인 덕분에 로마 최고 권력자 스카우루스의 어린 아내의 유혹에 걸려든 술라는 죄도 없이 스카우루스에게 밉보여 법무관 선거에 실패하고 빌빌거리다가 로마를 떠나 해외 원정을 다니면서 차근 차근 경력을 쌓는다.


마라우스의 시대가 가고 술라의 시대를 예감하는 1편에는 폰투스 왕과 그 주변국과의 국제 정세 그리고 로마와 이탈리아 사이의 신분제애 따른 갈등이 큰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곁들여서 달콤한 로맨스들도 곁들여져 있는데 물론 이것들은 당시 사회 제도들과 여성의 위치를 재현하기 위해 넣은 씬이었지만 카이사르 가문의 아우렐리아와 술라 사이의 팽챙한 우정과 사랑 사이의 관계는 아슬아슬 숨통을 조이고 광대한 지역의 피비릿내나는 왕위 쟁탈전은 충분히 흥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단지 현대와 같은 전기, 전화, 전차와 스마트폰이 없어서 그렇지 콜린 맥컬로가 재현한 로마는 사회 조직 및 기술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너무나 완벽하다. 심지어는 은행의 송금제도까지도 현대를 사는 우리가 고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오래도록 공화정 체제를 유지해온 로마는 그렇게 찬란한 문화를 뒷받침하는 많은 속국과 동맹의 끈 아래 이탈리아 족들의 큰 고통 위에서 굴러가고 있었으니,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결국 강력한 대응을 위해 리키니우스 미키우스 법을 탄생시킨 허위 로마 시민권 신고라는 조직적 형태의 반발이었다. 이를 색출하고 벌주기 위한 그 법의 실행은 그동안 충직한 군사력과 세금을 제공하던 그 넓은 이탈리아 전지역 모든 사람들을 로마인의 적으로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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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0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guiness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CREBBP 2015-11-09 22:56   좋아요 1 | URL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어릴 때 고추장을 담그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장독대가 있는 집에서 자랐으니 간장이나 된장도 집에서 다 담갔을텐데 늘 궁금하기만 할 뿐 실제로 담그는 모습은 보지를 못했다. 고운 고춧가루를 찹쌀떡인지 찹쌀죽인지 그런 끈적끈적한 반죽에 넣고 메주가루와 뭔가를 넣고 엄청나게 큰 주걱으로 휘젓는 걸 봤는데 그 찹쌀떡 반죽이 물처럼 묽은게 아니라서 무척 힘겨워보였지만 동내 잔치 하듯 여러 사람이 와서 거들었던 것 같다.

채 한 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발효 식품들은 시골이 아닌 이상 마트 진열대의 상품이 되었고 그것들은 무늬만 발효지 실은 화학적 공정으로 발효한 맛을 흉내낸 것에 지나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발효식품이라고 포장하고 광고하여 나가고 그 식품들 속에는 우리 땅에서 난 우리 농작물의 자취는 흔적조차 히미하다.

1년전에 산에서 주워온 땡감으로 감식초를 담가보았다. 다른 과일보다 초산 발효가 잘된다고 들어서 그냥 여기저기 상처나고 흠집난 감들을 잘 씻어 밀폐 유리병에 담아둔 것 뿐이었다. 초산균이 들어가게 밀폐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처음엔 뚜껑을 키친타월로 덮어 고무줄로 막아놨으나 남편이 얼마 안있다가 꼭 닫아버려서 저놈이 발효가 되는건지 썩어가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었는데 1년 후 얼마전 위쪽에 생긴 맑은 물을 커피 필터에 걸러 맛을 보니 잡내 전혀 없는 그야말로 천연 숲에서 떨어진 천연 발효 식초였다. 1년전 감식초 담글 생각을 했을 때 한상준의 식초독립이라는 책을 사서 읽긴 했지만 종초를 이용해야 하고 뭔가 까다로와 그냥 대충 인터넷에서 주워 들은 상식으로 감으로만 시도를 했는데 시간이 식초를 만들어준 것을 생각하면 정말 뭔가 너무 뿌듯하고 대견스럽다.

명인명촌의 저자는 긴 시간을 두고 정성을 다해야만 결실을 이룰 수 있는 식품을 옛 방식 그대로 기계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환경과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사명감과 함께 식품을 생산하는 가히 명인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전국 각지를 누볐다. 컨셉은 약간 먹거리 엑스 파일 비슷한데 식당이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고 대개 천천히 시간이 흘러야 완성되는 슬로우 푸드들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간장, 된장, 식초, 술, 토하젓, 참기름, 우유와 요구르트, 천일 토판염, 매실 고추장, 토종꿀 등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전국 곳곳 발품을 팔며 알려지지 않은 숨은 장인들이 만드는 특산품을 발굴해 생산자들의 진심과 삶을 전하는 명인명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서였다. 책을 읽으면 정말 과연 먹고 없어질 음식들에 저렇게까지 정성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을만큼 외골수로 정성을 들이는 경우가 많아 당연히 그 제품에 관심이 생긴다 . 생산자의 이름과 제품들을 검색하니 이런 제품들을 하나로 묶어 명인명촌이라는 브랜드를 하나 탄생시킨 것 같다 .정말로 순수하게 옳은 먹거리만을 탐구해온 장인들의 솜씨만을 추려내어 그것을 하나의 브랜드 내에 통합했다면 이것은 좋은 먹거리를 찾는 사람에게나 또 그렇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나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압구정 현대백화점에도 남품하고 있는 듯하고 인터넷 홈쇼핑에서도 판매를 하는 것 같은데 물론 이 책에서는 소개되지 않은 제품도 눈에 띈다.

식초 한 병을 만들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과 씻고 담고 기다린 과정을 생각하면 몇천원 하지도 않는 공장표 식초를 두고 왜 그짓을 하는 것이며 또 그런 제품을 값비싸게 사먹어야 할까 라는 회의가 들 수도 있지만 시간은 정직한 것이고 시간이 가져다주는 것들은 가치가 있다.발효 과정중 단백질은 소화하기 쉬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알갱이가 작고 생산량이 적은 개량되지 않은 토종 곡식이 유기농 환경에서 화학적 오염으로부터 보호된 채로 식자재로 사용되면 그만큼 풍미와 집적된 영양소를 제공한다.

토종벌이 90프로 이상 죽었던 2009년을 회상하던 토종벌꿀 생산자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양봉을 치면 아카시아 꽃이 피는 시기를 따라 북쪽으로 옮겨가므로 그 꽃과 꽃피는 시기가 다른 꽃들의 수정이 벌들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과실 나무가 열매룰 맺지 못한다눈 것이다. 따라서 한 곳에서 계절의 변화에 따라 피고 지는 꽃들을 날아다니며 풍성한 수정을 맺게 해주는 토정벌꿀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농작물도 풍부하게 열매맺는다. 벌이 분봉하는 과정을 설명한 것도 재미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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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이를 위한 책일까 어른을 위한 책일까. 나는 어릴 때 몇 번이고,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러번 앨리스 책을 읽으려고 하다가 몇 페이지 못넘기고 만 적이 있다. 어릴 때는 너무 어려워서, 이거 아마도 좀 커야 이해할 수 있을꺼야 라고 생각했을테고, 커서는 이건 순수한 동심을 갖지 않은 한 이해하기 어려운 동화야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 시리즈는 기이한 사건들의 연속적 발생과 엉뚱발랄한 대화들을 인내심있게 읽어 내려갈 동심도 필요하지만,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언어 유희들 속에 담긴 상징과 패러디를 이해하기 위한 성인의 통찰과 지식도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먼저 언어유희 부터 이야기하자. 나갗느 한국의 독자들이 유독 앨리스 읽기를 힘들어하는 것은 어린이나 청소년을 상대로 나온 번역판이 대체로 충분히 원문의 언어가 나타내는 뜻에 주석을 달아놓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또한 원문 자체의 이중 삼중의 상징성을 애초에 우리나라 말로 옮기기 힘들어서이기도 하다. 다행히, 인터넷의 바다는 넓고도 깊지 않던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 두 개의 원문텍스트와  PDF 및 해석까지 제고하는 사이트를 찾아냈는데, 어제 밤까지 작동하던 사이트가 지금 이 순간(2015-11-08) 서버가 다운중이시다. 다행히 PDF를 다운받아 카르타에 넣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원문으로 읽었으나, 위대한 수학자의 언어유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자신의 영어 실력이 까막눈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는 성과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 언어 유희중 까막눈을 더욱더 두드러지는 까막눈으로 만드는 시가 재버워키인데, 우리말이던 영어이던 알아먹을 방도가 없지만, 영문 작가들에게는 칭송받는 루이스 캐럴의 최고 시라고 한다(나무위키). 재버워키. 읽기가 어려우니, 일단 한 번 들어보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알흠다운 목소리와 톤으로 읽어준다.




'Twas brillig, and the slithy toves
Did gyre and gimble in the wabe:
All mimsy were the borogoves,
And the mome raths outgrabe.
"Beware the Jabberwock, my son!
The jaws that bite, the claws that catch!
Beware the Jubjub bird, and shun
The frumious Bandersnatch!"
He took his vorpal sword in hand:
Long time the manxome foe he sought-
So rested he by the Tumtum tree,
And stood awhile in thought.
And, as in uffish thought he stood,
The Jabberwock, with eyes of flame,
Came whiffling through the tulgey wood,
And burbled as it came!
One, Two! One, Two! And through and through
The vorpal blade went snicker-snack!
He left it dead, and with its head
He went galumphing back.
"And hast thou slain the Jabberwock?
Come to my arms, my beamish boy!
O frabjous day! Callooh! Callay?"
He chortled in his joy.
'Twas brilling, and the slithy toves
Did gyre and gimble in the wabe:
All mimsy were the borogoves,
And the mome raths outgrabe.

시리즈의 첫권인 이상한 나라의 원제는  Alice's adventure in wonderland(1865) 혹은 Alice in wonderland지만 첫권 이후 약 5년 후 펴낸 두번째 권인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원제는 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1871)인데, 거울나라의 앨리스라는 한국어판 제목 일본어판 번역에서 가져왔다고 한다(나무위키 : 거울나라의 앨리스)고. 이 시는 앨리스가 맨 처음 거울 속으로 들어가서 하얀 왕과 여왕을 만났을 때 탁자에 있던 책에서 발견한 시이다. 거울 속의 세계에서 글자들은 뒤집혀서 보인다. 처음에 앨리스는 모르는 글자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거꾸로된 거라고 깨닫자 가까스로 읽는데까지는 성공하지만,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 어쨌든 온갖 생각들로 꽉차고, 누군가가 어떤 것을 죽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후에, 앨리스는 험티덤티를 만나 언어의 쓰임새에 대해 논쟁하다가 그 시를 떠올리고는 시를 해석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시를 한국말로 어떻게 번역하고, 또한 어린이들을 위한 책에서 번역한 시를 해석해주는 과정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첫 네 소절은 이렇다. 

오네경, 미끈한 토브들이 
풀단지에서 맴돌며 송팡했다.
보로고브들은 전부 조비했고
녹돼지들은 길을 잃고 에취휫휫거렸다.

험티덤티는 이렇게 설명한다. 오네경(Brilling)은 오후 4시를 뜻하는데 저녁식사를 위해 음식을 데우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미끈(Slithy)은 미끄럽고(lithe) 끈끈하다(slimy)는 뜻인데 여기서 미끄럽다(lithe)는 활동적인(active)과 같은 의미의 합성어다. 토브(toves)는 오소리(badgers)와 비슷하고 도마뱀(lizards)과도 비슷한데 코르크 마개 따는 기구 같은 것으로 해시계 밑에 둥지를 틀고, 치즈를 먹고 산다. 맴돌며(Gyre)는 뱅글뱅글 돌고 도는 것(go round)을 그리고 송팡(gimble)은 송곳으로 팡 하고 구멍을 뚫는 거다(to make holes like a gimlet). 그러자 앨리스는 응용력이 생겨 풀단지(The wabe)는 해시계를 둘러싸고 있는 풀로 된 단지 같은 거겠네요(grass-plot round a sum-dial) 라고 상상하는데, 험티덤티는 해시계 앞뒤로 아주 길게 뻗어 있기 때문이라며 설명을 덧붙인다. 조비(Mimsy)는 조잡하고(flimsy) 비참하다(miserable)는 뜻, 보로고브(Borogove)는 아주 작고 허름해 보이는 새(Thin shabby-looking bird)를 뜻한다. 이렇게 한참을 언어의 쓰임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책에는 원문 단어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괄호 속의 원단어들은 내가 사이트에서 찾아서 매치한 것이다. 당연히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도 없을 뿐더러 재미있을 리도 없다. 영어권의 아이들보다는 영어권의 언어유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스토리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조금 부장님 개그 같은 말장난도 보인다. 각다귀와 만난 앨리스는 사물의 이름에 대해 논쟁한다. 각다귀는 만일 이름이 없으면 공부를 하라고 부르지 않을테니 이름을 갖지 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자, 앨리스는 자신에게 이름이 없어도 미스라고 부를테니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각다귀 왈 그러면 미스라고 부르면 대답하지 않으면 수업을 미스할 수 있을 것 아니냐 라는 그런 시시껄렁한 말장난이지만, 만일 사물에 이름이 없다면, 이라는 꽤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름이 없는 숲으로 들어간 앨리스는 자신의 이름을 잊고, 또한 자신의 이름을 잊은 사슴을 만나 서로를 껴안는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들은 자신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슴은 자신이 사람을 보면 도망가야 하는 그 사슴이라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앨리스를 껴안지만, 숲에서 빠져나온 사슴은 이름을 기억하고 숲으로 내빼버린다. 존재를 기억해낸 그들은 서로 피해야 하는 숙명적 관계마저도 기억해냄으로써 사슴은 도망가버리고, 앨리스는 슬퍼하게 되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원더랜드에 다녀온 앨리스가, 6개월 후, 거울 속으로 다녀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스토리는 아기 고양이와 체스를 하다가 꿈을 꾼 이야기다. 거울 속으로 들어간 그 꿈 속에서 앨리스가 마주한 세계는 체스판위에 건설되어 있고, 앨리스 자신은 폰(Pawn)으로 마지막 여덜칸인가 까지를 무사히 이동을 하면 여왕이 된다. 앨리스는 딱히 모험이랄 것은 없지만 하나의 칸마다 다른 생명체들을 만나고, 이상한 일들을 겪으며 아주 이상한 행동과 말들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마음 고생을 한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꿈을 꿀 때 목적지를 향해 어딘가를 열심히 가기보다는 나는 가만히 있는데 배경이 나도 모르게 바뀌는 것과 같이, 앨리스 역시 자신도 모르게 배경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는데, 그렇게 배경이 바뀌었다는 것은 체스의 한 칸을 갔다는 걸 말한다. 

얼마전에 읽은 대칭의 세계라는 과학 서적에서 앨리스가 다녀 온 세계는 아마도 반물질의 세계일 것이다라고 했던 설명이 생각난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내의 양성자와 전자의 전하가 바뀌어 반양성자와 음전하가 되면 그것이 반물질이다. 우주는 대칭적이다. 우주의 탄생과 그 우주의 가장 원초적인 입자의 대칭성은...인간의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반사람일 것이다. 반사람이 사는 세계에서 모든 나사는 오른쪽으로 돌리면 풀어지고 왼쪽으로 돌리면 조여질 것이다 시계는 반대쪽 방향으로 돌 것 글씨는 모든 사람이 다빈치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고 생명체의 DNA나선은 왼나사 방향으로 꼬여있을 것이다. 약력은 물질세계와 반물질세계에서 거의 똑같이 작용하지만,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스핀이라고 불리우는 물리량이다. 전자의 스핀방향과 반전자의 스핀방향이 반대이고 양성자의 스핀방향과 반양성자의 스핀방향이 반대이므로 물질과 반물질의 세계는 거울 속 세계처럼 모든 스핀이 반대가 될 것이다.


이런 종류의 대칭이라는 존재는 우리의 삶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끄는데, 루이스 캐럴은 거울 속 세계를 매력적인 혼돈의 세계로 상상했다.  트위들덤과 트위들디를 만난 세계에서 앨리스는 잠들어 있는 붉은 왕을 만나는데, 트위들디는 앨리스가 잠들어 있는 붉은 왕의 꿈속에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붉은 왕이 잠을 깨면 앨리스가 세상에서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말한다. 트위들들을 포함한 주변 사물 그리고 앨리스는 지금 잠들어 있는 왕의 꿈에 나오는 여러가지 사물들과 마찬가지로 진짜가 아니며 왕이 깸과 동시에 모든 것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에 앨리스는 울음을 터뜨린다. 나중에 앨리스가 자신의 꿈에서 깨어나자, 흰여왕과 붉은 여왕은 모두 집에서 함께 키우는 아기 고양이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셋이 함께 똑같은 꿈을 꾸었다고 생각한다. 앨리스가 매트릭스를 비롯한 현대의 여러 영화들에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 구석구석 루이스 캐럴이 만들어놓은 여러가지 황당한 이야기 조각들에는 정말로 그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환상과 과학 사이의 신비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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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극장 1 - 로베스피에르와 친구들
힐러리 맨틀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혁명이 뿌린 피의 댓가지요. 흥미와 사유를 넘나들게 하는 역사적 사건들 중 프랑스혁명은 단연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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