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극장 1 - 로베스피에르와 친구들
힐러리 맨틀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맨부커상을 두차례나 수상한 작가와 로베스피에로의 만남이라니 기대됩니다. 혁명은 언제나 격동적인 테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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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1-18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입은 안했지만요 ㅎㅎ

예전에 프랑스 혁명사 읽었을 때
아마 혁명 당시에 로베스피에르나 당통, 마라 등등 혁명 지도부 들이 모수 20대 후반이었고
거의 대부분이 또 그 젊은 나이에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CREBBP 2015-11-18 17:22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구입은 안했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100자평 주면 적립금 준다길래 먼저 선백자평 후독서
 
파묻힌 거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하윤숙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은 정체성의 일부다. 집단이 공유하는 기억 속엔 집단이 동의한 가치 철학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일부를 이루는 과거의 기억이라는 환경은 전적으로 개인의 의지에 의해 형성된 것만은 아니다. 그러므로, 망각 속에 길을 잃고 외로이 서 있는 사람은 기억이라는 억압에서 진정 자유로울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현재가 그런대로 살만 하다면, 망각 속에 잊혀진 것들은 알고 싶을까 알고 싶지 않을까. 희미한 안개는 노부부가 한평생을 의지하며 살아온 모든 소중한 순간들을 감춘다. 봉인되 망각 속으로 사라진 것들 속에는 두 사람의 관계를 위협하게 될, 혹은 공동체의 대재앙을 실어오게 될 고통과 불화의 씨앗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 잊혀져서 무의미한 나날들에 의해 두 사람의 현재가 행복하다면, 서로 이질적인 두 공동체가 전쟁 없이 평화를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다면, 봉인은 해제하지 않은 채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까? 그것이 옳을까? 그래도 괜찮을까. 그렇게 살아도? 그것은 혹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지 않는 것, 나치와 스탈린을 생각하지 않는 것,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들의 행적을 조용히 묻어두는 것과 같지 않을까?


<남아있는 나날>로 부카상을 수상한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은 집단과 개인의 망각과 용서라는 성찰적 주제를 아득한 세월동안 전설로 남겨진 아서왕의 브리튼 기사들과 섹슨족 전사들의, 그리고 괴물과 용, 도깨비들이 판을 치는 판타지 소설속에 정교하게 녹여낸 판타지 소설이다.  사료로는 알 수 없는 전설을 구체화한 것, 존재하지 않는 도깨비와 괴물들의 등장, 용이 뿜어내는 안개를 집단 망각의 형태로 은유화한 점 등을 보면 판타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테지만, 영웅들의 활약상보다는 상징성을 통한 인간성의 탐구와 서사가 주는 막연한 슬픔은 문학적 깊이를 느끼게 한다. 


아서왕의 시대에 브리튼족은 섹슨족을 물리쳤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가 죽고 난 후 두 부족은 이곳 저곳에 흩어져 마을 단위의 공동체를 이루며 상호 불가침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두 부족간의 언어와 관습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개인으로 서로 만나면 말을 섞고 서로 돕는다. 비어트리스와 액슬은 브리튼족 부부로 촛불 사용마저 박탈당할만큼 늙고 노쇠한 부부로, 집단적인 망각 현상을 눈치채고, 언젠가 무슨일로 자신들을 떠나게 되었는지를 잊은 아들을 찾아 나선다. 개인간의 친분은 존재하지만 여전히 각자의 왕을 섬기는 브리튼족과 섹슨족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흐르던 원시적 환경 속에서 아들을 찾아가는 여정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노부부들이 왜 어떤 이유로 아들과 떨어져 살게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들이 사는 마을에 가면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아들은 왜 늙은 부모를 찾지 않는 걸까. 이 모든 의문은 망각 속에 묻힌 채,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동안 수없는 만나는 고난과 난관을 헤쳐나갈 뿐이다. 부모가 연로하다 보니, 노부부의 아슬아슬한 여정이 마치 목숨을 건 모험처럼 느껴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조마조마 하다. 하루밤 묵기 위해 찾은 섹슨 족 마을에서는 때마침 출연한 도깨비들 때문에 브리튼족인 마을의 이방인인 노부부를 경계하고, 병을 고치기 위해 들른 산꼭대기 수도원에서는 함께 동행하던 섹슨족 전사와 소년을 찾는 병사가 들이닥치고, 지하 무덤에 갇히게 된다. 강을 건너던 중에는 괴물들이 나타나 아픈 비아트리스의 목숨을 노린다. 


섹슨족 전사인 윈스턴과 섹슨족 소년 에드윈, 그리고 아서왕의 기사인 가웨인과 그의 말 호레이스는 이들 부부와 동행과 이별을 반복하게 되는 인물들이다. 그들 역시 망각을 경험하고 있고 또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괴물에 물린 상처때문에 동족에게 죽임을 당할 위험에 처한 소년을 윈스턴이 마을 밖으로 데리고 떠나면서 노부부와 동행하게 된다. 윈스턴은 소년이었던 한 때 브리튼족의 군사학교에서 함께 훈련을 받으며 자랐지만 색슨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자, 나와 섹슨족의 전사가 된다. 브리튼의 기사 가웨인은 호탕하고도 흥미로운 인물인데,  말 호레이스를 마치 살아있는 동료처럼 대하며 노부부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서 투덜거리게 돈키호테를 연상시킨다. 돈키호테와는 가웨인은 실제로 아서왕이 살아있었을 때부터 그의 기사로서, 늙었지만 훌륭한 칼솜씨와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 


노부부는 여정 중 망각의 원인을 알게 되고, 둘만의 소중한 시간들을 되찾고 싶어한다. 기억을 앗아가는 것은 암용의 입김이 뿜어내는 안개다. 안개는 시야를 뿌옇게 가리고, 과거 역시 희미하게 가린다. 부부의 사랑은 오롯이 서로에게만 향해 있으며,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위험을 피하지 않고 함께 같은 방향을 보고 걷는 모습은 무모하고 답답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는 노부부의 애틋함을 잘 전해주는데, 그들에게 없는 것은 과거다. 베아트리스는 궁금하다. 희미한 기억의 그림자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고통스러운 장면에 불안해진 액슬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그대로 모르는 채로 감추어져 있는 편이 나을지 그래도 기억을 찾아야 할지 확신하지 못한다. 우리가 젊었을 때에도 한결같이 같은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그녀는 확신한다. 두 사람의 삶이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더라도 함께 기억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진 비아트리스, 그들은 암용을 제거하고자 하는 섹슨족 전사와 암용을 지킴으로써 섹슨족과 브리튼족간의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가웨인 사이에서 어느 쪽 편에 서게 될까. 안개 걷히듯 망각으로부터 진실이 밝혀진다면 그들에게 남겨지는 것은 무엇일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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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멸종 진화 - 생명 탄생의 24가지 결정적 장면
이정모 지음 / 나무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과학서적을 꾸준히 읽다보면 대략 다섯권 중 하나 정도는 그 어떤 문학작품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고, 그 어떤 철학서보다도 더 많은 꺠달음 같은 걸 준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정식하게 제목 그대로 생명의 탄생과, 멸종, 그리고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처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 순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광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의 위치를 인류와 함께인 우주 생명의 근본과 그 끝을 생각하게 한다.

생명의 기원에서 핵산이 먼저인가 단백질이 먼저인가에 대한 오랜 논쟁은 198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토머스 체크가 효소처럼 작용하는 RNA 분자인 리보자임을 발견함으로써 RNA 기원설로 정리되었다. 리보자임은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RNA 조각으로 생체 내에서 자기 자신에게 촉매로 작용한다. 초기 생명체는 단백질과 핵산이라는 효소작용과 설계도 역할을 하는 두 요소 대신 이 리보자임 RNA 조각을 가졌을 것이다. 학자들은 생명의 근원인 RNA를 구성하는 네 가지 염기인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우라실(U) 이 지구 탄생 초기 풍부했던 화합물(포름아미드)과 운석대충돌에 의한 고온,방사선 등의 극한의 환경 속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해왔고 이 가설은 2014년 체코의 한 연구팀이 초기 지구와 같은 극한의 환경 속에서 네 가지 염기를 모두 합성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생명 기원의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지구 자연사에는 뗴죽음이 적어도 열 다섯차례 있었으며, 첫번째 생명시대인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삼엽충을 비롯한 폭발적인 생물의 증가는 다윈을 공격하는 증거로 사용되었지만, 종의기원이 출간된 지 20년 이후 선캄브리아기 지층에서 30억년 전의 세포질이 보존된 유기체의 화석이 발견되고, 이후 5개의 눈이 달린 오파비니아를 비롯한 여러 고생대 이전의 생물체들의 화석의 발견으로 진화는 자연선택에 따라 오랜시간 천천히 일어난다는 다윈의 이론을 뒷받침하였다.

저자는 멸종이 생명 탄생과 진화의 열쇠라는 사실을 매 생명 시대의 구분기마다 강조한다. 생명은 틈새를 노린다. 자신보다 작은 생명들이 사라지면 몸을 줄여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보다 큰 생명들이 사라지면 몸을 불려서 그 자리를 차지한다. 또 생명의 비어있는 자리로도 진출한다. 멸종의 시기에는 그 틈새가 넓어지고 빈자리가 많아진다. 빈자리는 크지만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 빈자리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많은 변이가 일어난다. 생명의 역사에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고, 특히 2억4천5백년 전의 페름기-쥐라기 대멸종 때는 당시 살고 있던 생명체 종의 95퍼센트가 멸종했지만, 살아남은 생명체들에게는 또다른 번창의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위협하던 포식자들이 사라지고 그들 앞에 새로운 빈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적응방산인데, 한 종류의 생물이 짧은 시간 내에 여러가지 환경 조건에 적응하여 다양하게 분화하여 여러가지 다른 계통으로 갈라져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백악기 말기 다섯번째의 대멸종시기에 공룡들이 사라진 덕분에 공룡이 사라진 틈새로 포유류로의 진화가 이루어졌으므로, 공룡의 멸종은 인류로의 진화에 밑불이 된 것이다.

그러면 왜 언제 멸종이 일어날까, 그것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헤성의 충돌, 온도 변화, 산소 농도 변화 등과 같이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으로의 변화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들 사라지고 나면 그 변화에 적응 가능한 생물체들에게 틈새가 찾아온다. 그러나 틈새를 차지하는 것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함을 뜻한다. '생명의 변화란 곧 유전자변이 편화다(p123)'. 예를 들어 긴 시간 주기를 따라 반복되는 산소 농도의 변화는 멸종과 진화의 주요 요인이었다. 지구의 공룡들이 등장 하기 전 트라이아스기에는 산소 농도가 오늘날의 21% 보다 훨씬 낮은 5천m 이상의 고지대 수준의 산소농도에 해당하는 10 ~15% 수준이었다. 낮은 대기중 산소 농도는 진화의 가장 강력한 선택 압력이 되어왔음을 보인다. 네 발 자세를 버리고 두발로 달리면 상체에서 일어나는 호흡과 하체에서 일어나는 이동이 분리되기 때문에, 네 발 동물에 비해 두 발 동물은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도 숨을 쉴 수 있는데, 초창기 공룡들이 바로 뒷다리로만 걸어다닌 두 발 보행자였다. 즉, 저산소 상태라는 조건에서 초기의 두 발 공룡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생명의 역사에서 멸종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사에 불과하다(p153).' 현재 지구에서는 2천만~ 1억종의 생물이 살고 있고, 매년 5천~ 2만5천 종의 생물의 멸종하고 있다. 이 속도라면 짧으면 800년 길어야 2만년 후에는 지구의 모든 생명이 멸종된다고 한다. 앞서 지구 역사상 생명체들에게 가장 큰, 전무후무한 대멸종이었던 페름기-트라이아스기의 대멸종이 1백만년에 걸쳐 일어났던 것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그저 껌인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대멸종이 급격한 온도 변화와 공기 중 산소 농도 변화 같은 외부적 변화에서 기인하였다면, 현재 우리에게 닥친 대멸종은 인류의 출연 그 자체가 원인이다. 인류 출연 전에는 포유류 한 종이 멸종하는 데 평균 50만년이 걸렸고, 인류 출연후는 한 달에 한 종 꼴로 포유류가 멸종한다. 대멸종 시기의 규칙에 의하면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망했으며, 현재 최상위 포식자인 인류는 이번 대멸종에 살아남을 수 없다. 멸종이 자연의 법칙이라면 그리 억울할 이유야 없겠지만, 진화사에서 대부분의 종은 500~600만년 정도 존재한 것에 비해 우리 호모 사피언스는 겨우 20만년되지 않았음을 생각한다면, 우주를 다루는 시간의 범위에서 본다면 인간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찰라동안 한 때 번성했다 사라져갈 어쩌면 그 역사에 점조차도 찍지 못할 존재인지가 실감난다. 


밑줄.
(니모를 찾아서에서) 말린과 니모는 결코 부자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암컷이 죽으면 수컷은 엄마로 변신하고 새끼 가운데 가장 큰 놈이 아빠가 된다. 따라서 말린과 니모는 아빠와 아들이 아니라 아내와 남편으로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영화는 끝나야 한다. 89


비슷한 재료로 비슷한 용도의 물건을 만들다 보면 비슷한 디자인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것을 수렴 진화라 한다. 59

현생 상어나 가오리의 기각이 한 쌍의 배지느러미의 일부분인 것과는 달리 판피어류의 기각은 지느러미와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상어의 기각과 틱토돈티드의 기각이 같은 곳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각기 따로 진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7


먹이 사슬의 포식자는 자신의 먹이의 씨를 말리지 않기 때문이다.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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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11-12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내용 같지만 되게 흥미로워 보이네요~

CREBBP 2016-03-08 19:40   좋아요 1 | URL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서 친절하게 쓰여있어요.

고양이라디오 2017-03-23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은 듯한?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진화는 어느 관점으로 보아도 재밌는거 같습니다^^

CREBBP 2017-03-24 12:28   좋아요 1 | URL
과학서적을 잘 쓰시는 국내 저자분을 좀 밀어주고 싶어요. 이 분 컬럼도 쓰시고 하는데 글을 무난하게 잘 쓰시는 거 같아요. 읽기 쉽게요.

고양이라디오 2017-03-24 17:49   좋아요 1 | URL
저도 이정모 관장님 좋아합니다^^ 팟캐스트로 강연하시는 걸 들었는데 글보다 말씀을 훨씬 잘하시는거 같아요. 유머러스하게요. 글에서는 그런 면이 안나타나서 아쉬워요ㅠㅋ
 























김형수의 작가수업 시리즈의 두번째 책인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를 읽다가 본문에 언급되는 책들을 찾아보았다. 





















《김진경의 신화로 읽는 세상》에서 《김소월의 시를 다시 읽는다》 편을 한페이지 분량 인용하는데, 유목민의 신화외 김소월의 관계를 설명한 관계로 짧은 인용만으로도 책이 덥석 뽐뿌가 온다. 가끔은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 책을 얻기도 한다. 표지를 보니 얼마 전에 뒤적거리다가 카트에 담아놓은 책이었다. 자음과 모음 출판. 작가수업2의 저자 김형수는 특히 이 책에 게재된 [바람의 미학1-김소월 읽기]과 [바람의 미학2-백석읽기]는 모국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넷째는 《독립신문》에서 시작된 순 한글체에요. 이넌 영어번역투의 문체로 출발했다가 이광수의 무정에서 완성된 꼴을 갖추게 됩니다. ... 갑자기 무정의 세련된 문체가 나타난 이유는 번역 투의 문체라는 데 있습니다. 이게 이후 한국 소설의 문제로 자리잡았습니다.//  김진경은 서울 토박이 말투를 도입한 염상섭 소설의 문체는 한문 투가 남아 있는 충청도 토박이 말투를 끌어들인 이문구 소설의 문체도 영어 번역 투 순 한글체에 대해 방언적 지위를 갖는다고 말합니다. (186쪽)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의 방법>에서 인용된 내용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은 기억에 남지 않기에 그것은 무로 사라지는 시간이라는 내용이었는데, 문학에 있어서 낯설게 하기는 지각의 자동화 작용으로부터 물체를 해방하는 마술행위이며 오에 겐자부로는 이 낯설게하기의 방법을 단어 수준에서 문학 장르의 수준까지 또 그것을 초월해서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김형수는 문학은 늘상 보고 느끼는 것들을 마치 처음 본 것같은 서정적 환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오에겐자부로의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되었는데, 절판되었는지 확인해야 할 듯하다. 

언급된 책중 당장이라도 쟁겨두고 싶은 것은 님 웨일즈의 소설 《아리랑》이다. 영국 여성작가가 중국의 혁명가 중 소수민족인 김산이라는 한국인을 기록에서 발견하고 그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라는데 1980년대에 널리 읽혔다고 한다. 영국인이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쓴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한 사건인데, 그 내용은 '봄볕이 쌓일 때 그 적막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고요해서 햇살이 쌓여서 겹치는 것이 귀에 감지될 정도'인데 이런 적요를 조선의 어느 풍경 속에 정갈한 한 여인이 시리도록 흰 옷을 입고 흰 빨래를 가득 담은 소쿠리를 담고 빨래하러 가는 풍경을 도입부에 담아내었다는 거다. 이 책 역시 2005년 동녂 출판사로 찾아지는데, 절판 상태가 아닌지 확인해봐야겠다. 

민용태 시인의 《로르까에서 네루다까지》는 운율의 특징에 대한 책인 듯한데, '산문시의 모든 구문, 구두점, 짧고 긴 문장이 이루어가는 호흡은 시 내용과 필연적인 관계 속에 있어야 한다. 산문도 구문이나 의미론 상의 리듬이 있다. 어떤 구문이나 의미소가 반복되어도 우리는 리듬을 느낀다...(155쪽).' 라는 인용구가 인상깊다. 손철주의 마법같은 언어 예술은 이미 반한 적이 있어서 몇 권 책을 가지고 있지만, 김형수가 짭게 언급하는 내용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많다는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다.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2012년 출간된 책이다. 


개괄과 집중이라는 걸 설명하면서, 그 개괄과 집중이 가장 잘 된소설로 꼽는다는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는 유일하게 이북으로 나도 소장하고 있는 책이다. 문동을 비롯해 다른 많은 출판사의 버전도 좋지만, 러시아 문인들의 책은 열린책들이 갑일듯.























































작가는 또한 위기철의 《아홉살 인생》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보다도 더 좋은 책으로 꼽았지만 한 가지 결여된 것, 정서적 등가물,의 예로 들고 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인격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그러나 생산의 주체가 되었던 노동자들의 노고를 사회적 인식의 지평위에 드러냈는데 이 때 난쟁이는 정서적 등가물이 되었다는 것.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절판본들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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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명예의 전당 1 : 전설의 밤 SF 명예의 전당 1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로버트 실버버그 엮음, 박병곤 외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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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과학소설 명예의 전당'은 현존하는 작가 중에서 미국에서 단 한 편이라도 과학소설을 출판한 작가라면 사실상 모두가 회원으로 있는 조직인 SFWA(미국과학소설작가협회)의 회원들이 투표로 선정한 것으로 , 네뷸러 상이 시작된 것은 1965년이라 그 전에 나온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실린 작품은 1930년대부터 1950년 사이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단편 15편이 1,2편에 걸쳐 수록되어 있고 중편 8편이 3,4편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어스름 - 존 캠벨(1932)

미 SF의 황금시대라 일컬어지는 1930년대에서 50년대 사이 존 우드 캠벨은 어스타운딩의 편집장을 하면서 캠벨 사단을 이끌었는데,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A.E.밴 보그트 등이다.  여기 첫 번째 책에 실린 작품들 중 첫 번째가 캠벨의 어스름(Twilight)이다.  


어스름 무렵 도로에 쓰러져 있던 사람을 태워 가다가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기술하는 어스름은, 700만년이라는 시간 여행을 주제로한다. 현재 타임이 1932년이고, 히치하이커는 3059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데 실험을 하다가 잘못해서 700만년 후로 떨어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자기 사는 곳으로 온다고 온 게 1000년을 잘못 도착한 것이다. 


원래는 공간이었는데. 장에 사로잡힌 걸 느꼈고 몸을 빼낼 수가 없었지. 장은 감마-H 481, 강도는 펠만 한도 내에서 935. 그게 나를 빨아들였고 나는 거기서 나왔지. 

  그 장은 태양계가 나중에 차지하게 될 위치로 가는 지름길을 이용한 것 같군. 더 높은 차원을 통해서, 빛보다 빠른 속도를 얻은 다음 미래 평면에 날 내던진 거야


700만년의 진화는 모든 걸 바꾸어놓았고, 그래서 다시 돌아올 때는 목표를 조금 벗어나 버린 것이다. 천년이라고 하면 인류 역사와 지도가 수없이 찢어지고 갈라지고 합쳐졌을 긴 시간이지만 700만년과 비교한다면, 그저 잠깐이다. 


3059년이 본 700만년 후의 세상. 어스름은 3059년의 사람이 본 700만년 후의 세계지만, 그가 살던 세계는 3059년이므로, 1천년 후의 세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어쨌든 700만년 후에도 인간(비슷한 존재)이 그 때에도 존재한다. 나는 현재진행형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천년동안이나 인간이 비슷한 존재로 남아있으리라는 상상이 잘 안되는데, 캠벨이 그린 세계의 700만년 후는 별 마저도 볼 수 없는 텅빈 하늘에 외롭게 떠 있는 태양계와 생각할 줄 모르는 매우 작고 머리만 큰 인간들, 그들은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었기에 전혀 머리를 사용하지 않았고, 또한 머리를 쓰지 않고도 충분히 오래 살 수 있도록 모든 기계들이 세팅되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오랜 엣날 누군가가 그 생각 기계를 꺼버렸고 아무도 그걸 다시 켜는 법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수백만년동안 지구는, 인간은 목적없이 움직이는 기계로 이루어진 적막강산이 되어 버린다. 


현재와 그가 온 세계의 시대에, 태양계가 마침 ‘은하 도로의 교차로를 지나고 있는 외로운 방랑자’와 같다. ‘우리가 밤에 보는 별들은 거의 다 운동 성단의 별들’인데 700만 년이 지나자 태양은 운동군을 벗어나 밤하늘은 텅 비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하늘엔 가끔 여기저기에 흐릿한 별들이 하나 둘씩 빛날 뿐이고 은하수가 검은 하늘을 가로지를 뿐 남은 공간은 비어 있다. 


그들은 더 이상 해를 세지 않는다.  기계들이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를 세울 때 사물이 영원히 지속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미래인의 세계에는 인간이 떠난 텅빈 도시에도 인간을 위한 서비스 기계들이 계속 움직인다.  그들은 3천년 이상씩 매우 오래 살았고 큰 도시에서 한 달에 한 명 정도의 아이가 태어날 정도로 인류는 점점 아이를 낳지 못한다. 


그들의 외로움에 대해 제가 이야기했던가요? 그들은 희망보다 외로움이 더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성숙해가면서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종류의 생명을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질병들. 해충들. 마침내 마지막 해충이 사라지고 마지막 식인 동물이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자연의 균형이 무너지고, 그들은 계속해서 생명을 파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4)


저는 인류의 하루에서 처음으로 밝게 빛나는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천천히 죽어가는 인류의 어스름과 같은 시기에 속해 있지 않았습니다.(31)



전설의 밤 - 아이작 아시모프(1941)

두번째 작품 전설의 밤은 SF계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1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밤이 존재하지 않는 여섯 개의 태양이 존재하는 라가시 행성에 찾아온 일식 현상을 다룬다. 태양이 한 개 남았을 때 2천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일식이 인간에게 어둠이이라는 두려움과 경외감을 주면서 나타나는 파괴와 종말론적인 현상들을 과학자와 언론인, 그리고 컬트족들의 이야기에 담아내었다. 


행성 라가시에 사는 사람들은 여섯 개의 태양 중 가장 밝은 태양인 감마가 지고, 라가시가 공전하고 있는 태양 알파의 대척점에 떠 있는 적색 왜성 베타만이 남아 있다. 어둠이 없다는 것은 별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베타! 그리고 일식은 태양들의 배열 구조상 베타가 가장 먼 거리에 있으면서 동시에 혼자서 하늘에 떠 있을 때 일어난다네. 그리고 바로 그때 그 달은 언제나 최소 거리에 와 있지. 달의 겉보기 크기가 베타보다 일곱 배나 크기 때문에 일식은 라가시의 전 지역에서 하루의 절반 동안 일어나게 되고, 이 행성의 어느 지점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네. 이런 일식이 2049년마다 한 번씩 일어나는 거야."(43)


일식과 관련해 나누는 라가시 행성의 과학자들의 과학자들은 수다가 재미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별이 있을 지도 모르고 이것들이 밝아서 보이지 않다가 일식이 진행중일 때 보이게 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컬트교도들이 이야기하는 수백만 개의 별에 대해 5개 이상의 숫자는 너무 많기 때문에 1백만개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또한 중력의 법칙을 막 발견해낸 이 라가시 행성의 과학자들은 이 우주에 단 하나의 태양만 가지는 행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그 행성은 완벽한 타원궤도를 그릴 것이고 중력이 너무 정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하나의 공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동역학적으로 안정적일까 의심하며, 또한 그런 행성에는 열과 빛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그 행성이 자전한다면 하루의 절반은 완전히 캄캄해져 버리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서 빛에 의존하는 생명체의 발생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침내, 2천년에 한 번씩 어둠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달이 해를 가리고 어둠이 내리자, 처음으로 별들을 본다. 


별... 모두 별이야.... 우린 전혀 모르고 있었어.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 우리는 이 우주에서 여섯 개의 별이 전부 다인 줄 알았어. 암흑이 영원히 영원히 원원하리라고 생각햇는데 저 별이 갑자기 나타났어. 우리는 몰랐어. 우리는 알 수가 없었다고.(73)


이거 말고 2편에서 하인라인의 소설 한 편을 더 읽었는데. 이 두편에 대해서만 우선 적는다. 나로서는 SF 소설의 입문이라 하겠는데, 한 마디로 신세계의 발견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각각의 SF들은 영어로는 과학소설이지만, 우리나라는 공상과학소설로 불리는 이유가 있을만큼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한 공상들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작가들의 박식한 과학지식의 백그라운드가 가미되면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앎, 지식, 편견 이런 것들에게 망치로 때리는 듯한 강한 임팩을 주면서, 매우 철학적인 상징들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떤 것의 부재에 대해 상상하는 것에 익숙해있다. 빛의 부재에 대해서 상상하면 어두만 남은 컴컴한 디스토리아가 연상되지만, 빛의 부재는 어둠이라는 상반된 존재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이 빛의 부재는 우리에게 수억광년의 우주상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게 하고 꿈꿀 수 있게 하는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 왔다. 


천년 동안 단 하룻밤만 별이 보인다면, 어떻게 인간이 신의 존재를 믿고 숭배하며 수많은 세대 동안 천국에[ 대한 기억을 보존할 수 있겠는가 - 에머슨


아시모프의 전설의밤은 에머슨의 이 한마디에 영감받은 존 캠벨이 아시모프에게 이것을 주제로 글을 써보라고 권유함으로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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