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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명예의 전당 1 : 전설의 밤 ㅣ SF 명예의 전당 1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로버트 실버버그 엮음, 박병곤 외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10년 6월
평점 :
'SF 과학소설 명예의 전당'은 현존하는 작가 중에서 미국에서 단 한 편이라도 과학소설을 출판한 작가라면 사실상 모두가 회원으로 있는 조직인 SFWA(미국과학소설작가협회)의 회원들이 투표로 선정한 것으로 , 네뷸러 상이 시작된 것은 1965년이라 그 전에 나온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실린 작품은 1930년대부터 1950년 사이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단편 15편이 1,2편에 걸쳐 수록되어 있고 중편 8편이 3,4편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어스름 - 존 캠벨(1932)
미 SF의 황금시대라 일컬어지는 1930년대에서 50년대 사이 존 우드 캠벨은 어스타운딩의 편집장을 하면서 캠벨 사단을 이끌었는데,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A.E.밴 보그트 등이다. 여기 첫 번째 책에 실린 작품들 중 첫 번째가 캠벨의 어스름(Twilight)이다.
어스름 무렵 도로에 쓰러져 있던 사람을 태워 가다가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기술하는 어스름은, 700만년이라는 시간 여행을 주제로한다. 현재 타임이 1932년이고, 히치하이커는 3059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데 실험을 하다가 잘못해서 700만년 후로 떨어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자기 사는 곳으로 온다고 온 게 1000년을 잘못 도착한 것이다.
원래는 공간이었는데. 장에 사로잡힌 걸 느꼈고 몸을 빼낼 수가 없었지. 장은 감마-H 481, 강도는 펠만 한도 내에서 935. 그게 나를 빨아들였고 나는 거기서 나왔지.
그 장은 태양계가 나중에 차지하게 될 위치로 가는 지름길을 이용한 것 같군. 더 높은 차원을 통해서, 빛보다 빠른 속도를 얻은 다음 미래 평면에 날 내던진 거야
700만년의 진화는 모든 걸 바꾸어놓았고, 그래서 다시 돌아올 때는 목표를 조금 벗어나 버린 것이다. 천년이라고 하면 인류 역사와 지도가 수없이 찢어지고 갈라지고 합쳐졌을 긴 시간이지만 700만년과 비교한다면, 그저 잠깐이다.
3059년이 본 700만년 후의 세상. 어스름은 3059년의 사람이 본 700만년 후의 세계지만, 그가 살던 세계는 3059년이므로, 1천년 후의 세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어쨌든 700만년 후에도 인간(비슷한 존재)이 그 때에도 존재한다. 나는 현재진행형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천년동안이나 인간이 비슷한 존재로 남아있으리라는 상상이 잘 안되는데, 캠벨이 그린 세계의 700만년 후는 별 마저도 볼 수 없는 텅빈 하늘에 외롭게 떠 있는 태양계와 생각할 줄 모르는 매우 작고 머리만 큰 인간들, 그들은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었기에 전혀 머리를 사용하지 않았고, 또한 머리를 쓰지 않고도 충분히 오래 살 수 있도록 모든 기계들이 세팅되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오랜 엣날 누군가가 그 생각 기계를 꺼버렸고 아무도 그걸 다시 켜는 법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수백만년동안 지구는, 인간은 목적없이 움직이는 기계로 이루어진 적막강산이 되어 버린다.
현재와 그가 온 세계의 시대에, 태양계가 마침 ‘은하 도로의 교차로를 지나고 있는 외로운 방랑자’와 같다. ‘우리가 밤에 보는 별들은 거의 다 운동 성단의 별들’인데 700만 년이 지나자 태양은 운동군을 벗어나 밤하늘은 텅 비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하늘엔 가끔 여기저기에 흐릿한 별들이 하나 둘씩 빛날 뿐이고 은하수가 검은 하늘을 가로지를 뿐 남은 공간은 비어 있다.
그들은 더 이상 해를 세지 않는다. 기계들이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를 세울 때 사물이 영원히 지속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미래인의 세계에는 인간이 떠난 텅빈 도시에도 인간을 위한 서비스 기계들이 계속 움직인다. 그들은 3천년 이상씩 매우 오래 살았고 큰 도시에서 한 달에 한 명 정도의 아이가 태어날 정도로 인류는 점점 아이를 낳지 못한다.
그들의 외로움에 대해 제가 이야기했던가요? 그들은 희망보다 외로움이 더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성숙해가면서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종류의 생명을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질병들. 해충들. 마침내 마지막 해충이 사라지고 마지막 식인 동물이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자연의 균형이 무너지고, 그들은 계속해서 생명을 파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4)
저는 인류의 하루에서 처음으로 밝게 빛나는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천천히 죽어가는 인류의 어스름과 같은 시기에 속해 있지 않았습니다.(31)
전설의 밤 - 아이작 아시모프(1941)
두번째 작품 전설의 밤은 SF계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1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밤이 존재하지 않는 여섯 개의 태양이 존재하는 라가시 행성에 찾아온 일식 현상을 다룬다. 태양이 한 개 남았을 때 2천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일식이 인간에게 어둠이이라는 두려움과 경외감을 주면서 나타나는 파괴와 종말론적인 현상들을 과학자와 언론인, 그리고 컬트족들의 이야기에 담아내었다.
행성 라가시에 사는 사람들은 여섯 개의 태양 중 가장 밝은 태양인 감마가 지고, 라가시가 공전하고 있는 태양 알파의 대척점에 떠 있는 적색 왜성 베타만이 남아 있다. 어둠이 없다는 것은 별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베타! 그리고 일식은 태양들의 배열 구조상 베타가 가장 먼 거리에 있으면서 동시에 혼자서 하늘에 떠 있을 때 일어난다네. 그리고 바로 그때 그 달은 언제나 최소 거리에 와 있지. 달의 겉보기 크기가 베타보다 일곱 배나 크기 때문에 일식은 라가시의 전 지역에서 하루의 절반 동안 일어나게 되고, 이 행성의 어느 지점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네. 이런 일식이 2049년마다 한 번씩 일어나는 거야."(43)
일식과 관련해 나누는 라가시 행성의 과학자들의 과학자들은 수다가 재미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별이 있을 지도 모르고 이것들이 밝아서 보이지 않다가 일식이 진행중일 때 보이게 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컬트교도들이 이야기하는 수백만 개의 별에 대해 5개 이상의 숫자는 너무 많기 때문에 1백만개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또한 중력의 법칙을 막 발견해낸 이 라가시 행성의 과학자들은 이 우주에 단 하나의 태양만 가지는 행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그 행성은 완벽한 타원궤도를 그릴 것이고 중력이 너무 정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하나의 공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동역학적으로 안정적일까 의심하며, 또한 그런 행성에는 열과 빛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그 행성이 자전한다면 하루의 절반은 완전히 캄캄해져 버리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서 빛에 의존하는 생명체의 발생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침내, 2천년에 한 번씩 어둠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달이 해를 가리고 어둠이 내리자, 처음으로 별들을 본다.
별... 모두 별이야.... 우린 전혀 모르고 있었어.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 우리는 이 우주에서 여섯 개의 별이 전부 다인 줄 알았어. 암흑이 영원히 영원히 원원하리라고 생각햇는데 저 별이 갑자기 나타났어. 우리는 몰랐어. 우리는 알 수가 없었다고.(73)
이거 말고 2편에서 하인라인의 소설 한 편을 더 읽었는데. 이 두편에 대해서만 우선 적는다. 나로서는 SF 소설의 입문이라 하겠는데, 한 마디로 신세계의 발견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각각의 SF들은 영어로는 과학소설이지만, 우리나라는 공상과학소설로 불리는 이유가 있을만큼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한 공상들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작가들의 박식한 과학지식의 백그라운드가 가미되면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앎, 지식, 편견 이런 것들에게 망치로 때리는 듯한 강한 임팩을 주면서, 매우 철학적인 상징들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떤 것의 부재에 대해 상상하는 것에 익숙해있다. 빛의 부재에 대해서 상상하면 어두만 남은 컴컴한 디스토리아가 연상되지만, 빛의 부재는 어둠이라는 상반된 존재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이 빛의 부재는 우리에게 수억광년의 우주상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게 하고 꿈꿀 수 있게 하는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 왔다.
천년 동안 단 하룻밤만 별이 보인다면, 어떻게 인간이 신의 존재를 믿고 숭배하며 수많은 세대 동안 천국에[ 대한 기억을 보존할 수 있겠는가 - 에머슨
아시모프의 전설의밤은 에머슨의 이 한마디에 영감받은 존 캠벨이 아시모프에게 이것을 주제로 글을 써보라고 권유함으로서 이루어졌다고 한다.